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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년과 혁신 : 다른 프레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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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년과 혁신 : 다른 프레임의 꿈

익명 (미확인) | 월, 2016/05/23- 16:59

시작

몇 년 전, 청년허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청년을 사회적 주체로’라는 아주 간략한 메모만 있었다. 가야 할 길을 알기는 쉬운 일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가 어려웠다.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주변 활동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출발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시간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청년의 상황은 상당한 공감 수준에 도달했다. 사회적 상황의 악화, 헬조선과 같은 담론들, 주체들의 공론화 노력 등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때나 지금이나 기존의 인식은 여전하다. 특히 청년 시기를 겪은 기성세대들이, 청년 문제 해결에 있어 자신의 경험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문제풀이의 전환이 쉽지 않은 맥락이 존재한다.

청년허브에서 선택한 방법은 고립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년 당사자들에게 공공이 제공하는 ‘기댈 곳’, 말하자면 ‘지지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년공간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기성세대들이 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문제는 출발지점에서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공간과 자원이 주어질 수 있다면 상호변화와 상호학습의 장이 열리고 실천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시점에서

상당한 주목이 있었다. 과정과 방법의 혁신 덕분이기도 했고, 이미 사회적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적어도 기존의 질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사회의 전환을 이슈화하기도 했고,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생활 차원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주체의 활동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시도한 것은 청년정책의 본격적 전환을 위한 재구성이었다. 기존의 청년정책이라고 해봐야 ‘청년=구직자’ 정도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햇다. 청년들의 현실과 청년활동의 생태계를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장의 원칙’과 ‘당사자 원칙’을 통한 청년정책의 재구성 과제가 설정되었다.

지난해, 청년정책네트워크의 활동 결과로 서울 청년 보장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었다. 청년수당 이외에도 청년의 주거·부채 등과 같은 생활 문제와 청년활동을 높일 수 있는 공간 지원 및 청년청 신설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사회변화 속에서 긴급한 개입이 필요한 지점들 외에도 문제해결의 주체로 청년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할 내용을 담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하나의 실험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샘플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는 있으나, 문제 해결 그 자체와는 거리가 여전히 상당할 뿐이다. 정책의 혁신만으로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을 때,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협력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과 해법

사실 청년 담론과 청년정책의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이 절실하다. 하나의 단계에서 다른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질문. 예컨대, ‘세대 간 경쟁에서 승자는 있을 수 있는가?’ ‘수많은 차이를 통합할 호혜적 전망 없이 사회적 연대는 가능할 것인가?’. 그다음 사회를 위한 질문이 제대로 구성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네트워크가 사회적 네트워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현실 고발에서 사회적 전망을 공유하는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 한 단계 도약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설정되어야 한다. 다행히 사회혁신을 위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상호변화를 통한 과제의 융합이 과감하게 시도되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안과 청년의 실천을 융합한다는 전제하에 작은 흐름들을 읽고 조합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 행정과 지원조직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를 공동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협력 없이 새로운 미래 과제를 논의하고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적어도 이 지점을 공유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수다.

청년과 사회혁신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다. 청년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청년으로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은, 절실한 사회적 과제와 사회적 에너지를 다시 조합하는 일이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의 시작인 것이다.

글 : 전효관 | 서울시 혁신기획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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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_젠코대회 #인간의존엄과생존권보장을위하여 일본 젠코대회 둘째날은 개막집회 후 "전쟁과 배타주의를 없애고 평화와 민주주의의 세계를!" 위한 메인집회가 있었습니다. 젠코대회는 일본, 한국, 이집트, 필리핀, 미국, 이라크에서 반전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함께 합니다. 오늘 진행된 청년유니온이 참여한 분과 회의에서는 "개헌NO! 인간의 존엄과 생존권보장, 성희롱• 파워하라= 청년에 비롯한 모든 세대의 인권침해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결의안 채택 토론이 있었습니다. 올해 오사카와 수도권뿐 아니라 히로시마 나까마 유니온이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메인 집회와 분과회의에서 나까마 유니온, 비타민 유니온의 마리마블 회사의 성희롱 사건 승소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의 힘으로 함께 싸워 이길 수 있었다는 떨리는 목소리의 당사자 분의 발언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분과회의에서 송효원 사무처장이 청년유니온의 최저임금 1만원 운동, tvN 사건 대응 보고,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 개선활동 보고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나까마 유유니온과의 교류회에서는 이기원 팀장이 노동법이 담긴 청년유니온 내일을 위한 노트와 스티커를 선물했습니다. 분과회의 후, 마무리 집회에서 2박 3일간의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나까마 유니온에서 손수 만든 현수막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감동 ㅜㅜ)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한일 노동운동의 연대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 2017/07/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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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이즈음 밥상

 

생명력 가득한 햇것들로 꽉 찬 가을

단호박햅쌀영양밥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화창한 가을볕에 일광욕을 즐기고 싶은 나날입니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으뜸은 좋은 햇살에 한껏 무르익은 햇곡식과 햇과실 때문 아닐까요.

유독 마음 졸이는 날이 많았던 올해도, 자연은 우리에게 풍성한 결실을 내어 주었습니다.

이토록 고마운 선물들로 특별한 밥을 지어 봤어요.

밥벌이를 하느라 밥을 거르며 사는 일이 많은 요즘,

갓 지은 구수한 밥 한 술에 그동안 잊고 지낸 밥심이 느껴집니다.

작고, 하얗고, 통통한 이 밥알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꼭꼭 씹으며 도란도란, 자연과 벗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가을의 만찬.

식후에는 빛깔 고운 햇과일을 베어 물며 한낮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싶네요.

풍요로움을 가득 담은 가을 밥상 한 끼 든든히 드시고, 에너지 넘치는 황금빛 가을 보내세요!

윤연진 편집부

 

단호박햅쌀영양밥 

이렇게 만들어요!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재료

 

재료

단호박 1개(1kg), 백미 1컵, 찹쌀백미 1/2컵, 깐은행 4알, 깐밤 6개, 생표고버섯 1개, 건대추 2개, 물 1과1/2컵

*양념장 : 진간장 1큰술, 다시마국물 1큰술, 참기름 1큰술, 볶은참깨 1큰술, 다진 파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밥짓기

 

방법

❶ 백미와 찹쌀백미를 깨끗하게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❷ 건대추는 깨끗이 닦아 씨를 뺀 뒤 3등분하고, 깐밤은 반으로 나눈다.

표고버섯은 밑동을 떼어 내고 채 썬다.

❸ 깐은행은 달군 팬에 현미유 약간을 두른 뒤 볶아 주방휴지로 감싸 비벼가며 껍질을 벗긴다.

❹ 압력밥솥에 물, 백미, 찹쌀백미, 깐밤, 표고버섯, 건대추를 넣고 밥을 짓는다.

❺ 김이 오른 찜기에 단호박을 넣고 5분간 찐 다음 단호박 윗면을 자르고 속씨를 파낸다.

(단호박 두께에 따라 익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므로 젓가락 등으로 찔러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익힌다)

❻ ④의 밥이 완성되면 깐은행을 넣고 고루 섞어 ⑤의 단호박 속에 채워 넣는다.

(단호박에 밥을 채울 때 뜨거운 채로 넣으면 김이 차서 밥이 질어질 수 있으니 한 김 식혀서 넣는다)

❼ ⑥의 단호박을 김이 오른 찜기에서 10분간 찐 다음 양념장과 함께 낸다.

 

 

 

 

화, 2017/09/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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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민주주의가 퇴행한’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한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일들이 많다. MB정부의 민간인 사찰사건, 2012년 대선 때 국가공권력 개입 등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굵직한 사건만이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신호를 감지할만한 여러 일들이 비일비재다. 교수의 성추행, 선배의 폭력은 물론이고 재단의 부패, 총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 학교의 각종 갑질(언론사 장악, 학생회 선거 개입, 동아리 자치활동 예산 삭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생사의 문제라 할 수 있는 학과 통‧폐합을 구성원과 일체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 등이 그러하다. 나아가 이런 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교수들에게 “그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말하는 초현실주의 이사장까지 현실에 버젓이 존재한다. 나는 이런 일들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나쁜’ 경우로 규정하고 ‘우리가 왜 분노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하지만 ‘그날’, 학생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차가웠고 이유는 명쾌했다. 한 학생의 단호한 발언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말씀해 주시는 사례들이 민주주의 가치가 퇴행되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견도 없습니다. 그런데요, 알겠는데요, 별 느낌이 없어요.” 그리고 이는 한 학생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공감을 표출한다. ‘느낌이 없다’를 학생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어떤 사실이 머릿속에 인지되어도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그런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여태껏 단 한번도 ‘그것이 다른 어떤 것에 비할 바 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들어본 적, 교육받은 적 없는데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에 ‘무감’(無感)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항변했다. 과거보다 경쟁은 빨라졌고 강해졌다. ‘더러운’ 사회를 떠날 수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어쩔 수 없다’는 세뇌가 한결 전략적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별다른 효용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 “그래서 그게 돈이라도 돼?”라는 질문 앞에서 극도로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무슨 청천벽력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가 이상한 분위기에 노출되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정녕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지만)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학이 오직 자본의 논리에 ‘진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이라면서 교육부가 2천억이 넘는 연구비를 책정하여 야심차게 준비하는 ‘프라임’사업을 보면 지금의 대학에서 ‘사회’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취업 안 되는 학과의 정원은 과감히 줄일수록 유리한 평가를 받는 이 사업의 이름, ‘프라임’(PRIME)의 뜻은 이렇다. Program for Industry needs Matched Education. 즉, 산업이 사회 자체가 되어버렸다. 사회 ‘안’의 시장이 아니라, ‘사회=시장’이다. 이를 천명하는 대학은 ‘선두’(prime)가 된다. 자본주의에 잘 적응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공간에서 민주주의는 부차적으로 이해된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느낀 충격은 이런 분위기의 산물이었다. 나는 사회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우리 역사에서 찾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저런 일이 발생한지를 정확히 따져 묻고 그 사회적 기원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것은 학문의 도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청해진 해운’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언론에서 하면 되지만 왜 한국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규정이 저리도 엉성한지, 그런데 그런 규정조차 ‘관례’라는 이름으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왜 이리도 잦은지를 따지는 건 교육의 임무 아닌가.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어두웠던’ 한국의 현대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정경유착, 재벌중심의 경제발전 등 경제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 역사의 물줄기를 끄집어와 이런 것을 비판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가해자이기도 함을 인식하는 것, 그런 강의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그 사건을 말하는데 재벌 이야기가 왜 나와요?”였다.

놀랍지 않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특정한 문제를 큰 그림에서 이해하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은 대학에서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자!”와 같은 발상은 매우 덧없다. 그런 건 대학평가 지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글 : 오찬호 | <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대학의 자화상> 저자

P.S)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다른 글 “한국의 대학에서 교양강의는 이미 다른 개념이 되었다”(『대학의 배신: 인문학은 N포세대를 구원할 수 있는가』(2016, Michael S. Ruth, 최다인 역, 지식프레임)의 해제)를 재구성했습니다.

월, 2016/03/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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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세기말, 1999년 개봉한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매트릭스는 종교적, 철학적, 과학적, 정치적, 사회적 영화장치들이 치밀하게 배치된 21세기 영화사의 걸작으로 불린다. 이 영화가 이런 장치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정해두고 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매트릭스가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인간의 삶에 관한 수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21세기 지구의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문제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키워드들은 오늘날 도시재생이 급격히 대두되게 된 배경과 유사한 맥락들을 갖고 있다.

소통의 단절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사이버 공간에서 소외된 채 살아간다. 매트릭스 자체가 사이버 공간이기도 하지만 중의적으로 주인공은 해커가 되어 자신이 사는 세계의 본질을 알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검색으로 지새운다. 그는 도시 안에서 만나는 직장 상사나 암거래 고객과는 표면적 관계만 맺고 있을 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커뮤니티가 없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계약으로 맺어진 공간이기에 그렇다. 간혹 인간적 관계를 맺었더라도 각자 사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업무로 인해 쉽게 엇갈리게 된다. 만일 네오가 세계의 본질을 같이 논의하고 탐구하는 공동체를 만났다면 영화는 다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간단한 취미 수준의 동호회는 모르겠지만 세계의 정체를 밝히려는 모임은 권력에 의해 제거되어야 할 조직이기에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간이 점점 다양한 생각, 가치관, 기호를 갖게 되는 것은 정보와 사회의 발전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다양한 개체들은 도시의 삶 속에서 파편화되어 소외되고 다시 소통과 공동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만 현실에서는 소통을 추구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일상에서 풀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소통에 다다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불평등의 누적

이 세상의 본질적 지배요소는 무엇일까? 흔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본, 국제권력, 종교, 문화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일차적 문제는 도시에 모여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와 정보 그리고 기술과 교육의 기회가 점점 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이다. 이런 권력구조를 평범한 도시민들이 만회할 수 있는 힘은 연대와 단결이며, 정책적 요소로는 공유, 사회보장제도 등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오라클은 그리스신화의 의미 그대로 예언자로 기능하는데, 사회에서 소외받고 불평등에 고통받는 슬럼가의 흑인들과 빈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슬럼가에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가려진 진실을 알리는 선지자들로 키워진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기계권력에 대항하는 저항군 세력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고, 민중들이 어려움을 돌파하도록 지원하는 하방연대의 중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오라클 같은 수많은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존재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인 사회기여활동이나 네트워크화된 활동을 하고, 끊임없이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도시를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의 구조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하곤 한다.

참여기회의 제한

네오를 포함한 매트릭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회참여를 통해 점차 세상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자신이 가진 문명의 편의를 버리고 나서야 하는 투쟁 앞에 망설이고, 전투에서 공포를 느끼던 주인공들은 권력의 본질, 억압의 구조, 참여의 의미, 동료로서 서로의 역할과 지원에 대해 깨닫고 신뢰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어쩌면 도시민들의 요구는 다양한 주제, 다양한 영역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자아실현이 그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아실현은 사회적 활동과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참여의 질이 올라갈수록 개인이 느끼는 삶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무엇을 즐기는 사람이 혼자 즐기는 단계에서 발전하고 싶어할 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되면서 결국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도시는 사람들의 이런 다양한 참여욕구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참여의 욕구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참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은 모든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도시에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핵심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소외, 불평등, 자아실현 통로의 단절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문화공동체 지원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도시의 문제들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본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도시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도시를 발전시키겠다고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도시민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도시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도시민의 삶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재생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행정은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시재생을 통해 일상에서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생명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글 : 이남표|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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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앞둔 어느 날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가끔씩 연구원 분들을 대상으로 소소하고 자발적인 이벤트를 열곤 합니다. 연구원이 함께 쓰는 게시판에는 도움이 될 만한 강의 자료를 공유하거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는데요. 시니어와 청년의 세대공감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백희원 시민상상센터 연구원이 8월의 끝자락에 가을맞이 시집 나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백 연구원의 책꽂이 위에는 서른 권 가까이 되는 시집들이 진열돼 있었는데요. 규칙은 반환 금지, 사람에 따라 시를 맞춤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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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제 자리에서 가을맞이 시집 나눔 캠페인(이라고 쓰고 책장정리라고 읽는다) 중입니다. 물 마시러 왔다가 스윽 보시고 맘에 들어오는 책 있으시면 가져가세요.”

정말 물 마시러 간 김에 가보니 심보선, 김승일, 서효인, 손택수, 이근화 등 여러 시인의 시집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번은 들어봄직한 시인부터 처음 마주한 시인까지 다양했습니다. 다른 연구원들처럼 저도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인 유희경 시인의 ‘오늘 아침 단어’라는 시집을 골랐는데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이 시집은 꽤 많은 도움이 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시 한 편 혹은 한 줄의 문장이라도 눈에 새기고 나면,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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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다르니까

친인척 외에 청년이 시니어를, 시니어가 청년을 한 개인으로서 마주하기 어려운 게 요즘입니다. 지난 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은 제게도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주하다 공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는 시니어와 청년으로 이뤄진 총 6개팀이 지난 5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99일간 진행한 프로젝트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자리로 꾸며졌습니다.

4men123 팀은 놀다보면 서로를 깊이 알게 되는 가족 소통 보드게임 ‘소통마블’ 시연했고, 귀여미 팀은 시니어와 청년 간 캘리그라피, 손편지, 영상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뭐해? 말해! 팀은 가족 간 소통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요. 신조어와 구어를 퀴즈 형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북적북적 책수다 팀은 팀명에 걸맞게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접점을 넓혔는데요. 청년이 시니어에게, 시니어가 청년에게 책 처방을 해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세장깨 팀은 유일무이한 구두장인 박광한 시니어의 수제화에 대한 이야기를, 청년탐사대는 시니어가 직접 청년 창업자의 삶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느슨하고 열린 분위기의 현장에서 참가팀의 프로젝트를 둘러보고, 직접 참여해보면서 ‘작은 경험이 주는 힘’을 느꼈습니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미디어가 나르고 있는 ‘세대 이슈’는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 세대를 나누고, 가르는 등 파편화된 방식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는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경험’을 함께 한 데서 시니어는 청년에게, 청년은 시니어에게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끼리 서로 뭘 생각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호기심을 갖는다면 어떨까”에서 ‘소통마블’ 보드게임이 시작됐다는 시니어 창동 님의 말처럼, “처음에 시니어와 청년이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공통의 관심사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게 됐다”는 청년 은혜 님의 말처럼 가족이든, 사회구성원이든 서로를 나이로 구분 짓지 않고 개인으로서 차이를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이에 대한 예의’를 넘어서 ‘서로에 대한 예의’로 대할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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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니까

사실 서로에 대한 발견은 나이와 세대를 불문합니다. 말이 통하는,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가 있듯이 동년배끼리도 개인의 성향과 취향, 관심사에 따라 사람들은 뭉치고 흩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서두에 언급한 백희원 연구원의 시집 나눔 이벤트도 어쩌면 희망제작소 안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작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나이불문하고 연구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호기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 ‘문청’이었다는 옥세진 부소장님이 시집을 들춰봅니다. 다른 연구원들도 “가을은 시와 함께 땡스~”, “분주하고 척박했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촉촉한 선물”이라며 관심을 나타내는 등 ‘시’를 매개로 동세대, 다른 세대의 연구원들이 소통합니다. 서로를 발견하는 ‘작은 경험’은 희망제작소 밖에서도 희망제작소 안에서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난 다음에야, 나는 코트 속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는 길고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있었다
젖은 발처럼 내 코트 속 아버지 어떻게 해야
우리는 낯섦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버지를 돌아본다”

–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코트 속 아버지’ 중에서

– 글: 방연주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17/09/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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