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으로 변화의 선율을 그려갈
14대 민변 회장 당선인, 김도형 변호사를 만나다.

14대 민변 회장·감사 선거를 통해 지난 3월 민변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신 김도형 변호사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회장에 출마 결심이 정말 쉽지 않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출마를 결심한 구체적인 시점은 언제인가요?
굳이 제가 아니라도 적임자가 여러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되었는지 아무도 입후보를 안하셔서 재공고가 나왔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를 좋게 봐주신 몇몇 분이 제게 권유를 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죠.
최근 10년 정도는 이른바 86세대분들께서 회장을 맡으셨어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90년대 학번의 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괜히 제가 눈치 없이 나왔나 싶기도 해요. 더 기다려보면 누군가는 나왔지 않았을까.(웃음)
민변에 가입한 지 20년이 넘으신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 민변과 함께 하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1995년에 들어왔으니까, 회원으로 딱 25년 됐네요. 25년 채우고 올해 4월로 26년째죠. 그땐 지금하곤 엄청 달랐죠. 인원도 적었고… 민변에 열심히 나오니까 선배님들이 사무차장을 해 보라고 했고, 어쩌다가 사무총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게 판단미스였어요, 사무총장을 하고 나니 저는 이제 민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어요.(웃음)
저는 지금까지 변호사를 해 오면서 민변이 준거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변의 선배 변호사님들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선배님들로부터 받은 것을 후배 변호사들께 베풀려고 노력했어요. 마음대로 잘하지는 못했지만요.

회원분들이 회장으로서 김도형 변호사님께 갖는 기대는 무엇일까요?
기대라.. 별로 없지 않을까요?(웃음) 글쎄요. 나름 민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젊은 회원들이 민변 활동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신입 변호사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민변도 젊은 세대에 맞추어 변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회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차기 집행부 2년은 새롭게 꾸려나가야 하는 민변을 젊은 세대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는 집행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잘 풀어나가지 못하면 민변은 지지부진해지고 정체될 수 있을 겁니다.
새로 들어오는 젊은 변호사들을 위해 민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변호사업 자체가 힘들어져서 회원들의 경제적 기반도 예전 같지 않죠. 좀 거칠게 말하면 변호사로서 먹고살기도 힘든데, 전문성을 가지면서 사회정의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지요.
민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마중물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시기에 여전히 공익라든지 인권적 가치를 옹호하는 변호사가 민변에 들어왔을 때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을 붓는 역할을 민변이 해 주어야 한다고 봐요. 펌프를 통해 배출되는 물은 밥 짓는 데에 쓰일 수도 있고 청소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빨래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고 공장에서 쓰일 수도 있어요. 세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쓰이죠. 우리 회원이 관심을 가지는 인권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민변이 마중물이 되어 그 첫걸음을 열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로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하기 머쓱한 상황들이 있습니다. 인권분야에서 훨씬 선도적인 단체들도 많고. 이 때문에 신입회원 분들은 막상 민변에 들어와서 실망을 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실망했겠죠.(웃음)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고. 회원 수만 봐도 1,000명까지는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지금 증가세는 크지 않고 탈회한 회원도 상당히 있죠.
변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법률교육 변협이나 각 지방변호사회에서도 해주니까, 민변은 인권과 공익과 관련한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을 해야죠. 현재 공익인권변론센터를 통해서 공익소송분야의 전문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요. 위원회별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교육을 좀 더 개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민변이 마중물 역할을 잘 하면 회원들의 실망이 많이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김도형 변호사님께서는 인터뷰 중 “변화”와 “마중물”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셨습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민변과 민변 회원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어요.
최근 몇 달간은 민변 생각으로만 머릿속에 가득하셨죠?
인터뷰니까 ‘그랬다’고 해야겠죠? (웃음) 막상 당선되니 책임감이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회장에게 그리 큰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니 입후보할 때만 해도 임기 2년 동안 자중하면서 민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선되니까 부담이 커지더군요.
차기 사무처 구성원들이 많이 젊어진다고 하는데, 의식적으로 젊은 세대로 구성하신 것인지요?
그런 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사무처를 꾸려나갈 10년차 전후의 회원이 많지 않아요. 젊은 연차의 사무차장이라고 해서 파격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민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4-5년차의 젊은 30대 중후반의 변호사들이 사무차장을 맡았거든요.
2년 이후에 임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어떤 평가를 듣고 싶으세요?
시기가 현 정권의 임기 말 2년으로 들어가니까 사회적 이슈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꾸려온 민변이 ‘잘 버텨냈다’, 그리고 새로운 30년을, 변화하는 민변의 모습을, 변화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평가. ‘세대교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젊은 회원 위주로 새롭게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으면 해요.
본인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얼마 전에 ‘대통령 테스트’라는 걸 해봤는데, ‘따뜻한 리더십’이라고 나오더라고요. 내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잘 파악해서 센스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근데 저랑 정반대에요. 전 눈치 없이 내 하고픈 얘기만 해서 센스와는 멀다는 말을 듣거든요. 저랑은 굉장히 멀지만 ‘합리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간언, 조언하는 참모 스타일이고, 민변 회장을 맡기에는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회장 하면 민변이 망할 수도 있어서 참 걱정입니다(웃음). 농담이구요.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민변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회원들이 있다면 회장으로서 포용력 있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김도형 변호사님이시지만, 사랑하는 우리 모임의 중책을 맞게 되어 상당한 부담도 느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민변을 이끌어 나가실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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