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COVID-19의 확산은 이제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뛰어넘고 있으며, 감염병 공포 또한 전 세계에 걸쳐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다. WHO는 3월 1일 16시 현재(중앙유럽표준시 기준) 87,161명의 감염확진자와 2,980명의 사망자를 보고하였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은 3월 2일 9시 현재 확진자는 4,212명에 달하며, 관련한 사망자는 22명이라고 발표하였다. 특히 국가별 100만 명당 확진자 수에서 한국은 81명에 달해 중국 56명을 넘어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감염병의 공포 또한 실로 엄청나다. 매일 아침 약국과 마트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풍경 또한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에서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신종플루A(H1N1)바이러스는 그 엄청난 확산 속도에도 불구하고 왜 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때와는 다른 여러 조건들 중 가장 큰 차이는 치료제의 유무일 것이다. 당시는 타미플루라는 신종플루를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이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COVID-19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특정 치료법은 현재 없다. 관련 치료제를 위한 여러 치료제 옵션이 논의되고 있으나 임상적인 증거를 가진 치료제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COVID-19 치료에 가장 근접한 치료제가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길리어드사이언사의 렘데시브르(Remdesivir)이다. 이 치료제는 WHO의 보고서에도 COVID 치료를 위한 가장 유망한 후보군 치료제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NIH와 중국보건당국에서 Remdesivir를 이용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다행히 얼마 전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28일 브리핑에서 길리어드가 렘데시브르 3상 임상을 신청했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임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중국이나 미국의 대응과 사뭇 다르다. 미국과 중국의 임상시험 스폰서는 미 국립보건원(NIH) 내부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증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와 중국 수도의과대학(capital medical university)으로 공공기관이 주도한다. 하지만 한국 식약처 차장의 브리핑은 상업적 임상시험을 언급하고 있다.
의약품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기관이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 임상시험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상업적 임상시험과 연구 성과물의 활용에 차이가 발생한다. 상업적 임상시험의 연구 결과는 결국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연구에서 혁신적인 결과가 나오면 제약회사는 나중에 높은 치료비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의약품 공급에 대한 과도한 독점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임상연구는 실제 의약품 사용용도 특허를 가지거나 가격결정에 정부기관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임상시험의 결과에 대한 공적활용은 임상시험의 모든 과정이나 성과를 공유하는 결과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향후에 연구성과물을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공공재가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임상시험은 시험의 운영에도 특별한 이점이 있을 수 있다. 공공 의료기관에 의료인력의 폭넓은 활용을 통해 임상 참여자를 수월하게 모집하거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긴급한 치료목적 사용 등의 운영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점에도 왜 정부는 공공기관의 임상시험을 운영하지 않는 것일까? 정부가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연구인력을 준비하지 못해서인가? 물질특허를 가진 제약사와 협상을 할만한 충분한 의지를 가지지 못해서인가? 왜 우리는 중국이나 미국처럼 하지 못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강력히 권고한다. 현재 COVID-19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시험은 반드시 질병관리본부 내의 국립보건연구원 등 다른 공적 연구기관이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임상연구 결과는 오로지 감염병 등 국민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정부는 임상연구와 관련한 비용이나 연구인력 문제를 고민하다가 나중에 과도한 의약품 가격으로 훨씬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치료제의 공적 활용에 방관자적 정부가 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2020년 3월 3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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