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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요, 우리보리

살려요, 우리보리

익명 (미확인) | 화, 2019/04/30- 13:25

오래 함께한 곡식, 보리

보리는 인류가 쌀이나 밀보다 1000년 이상 먼저 재배해 오랜 기간 주식으로 이용해 온 작물입니다. 우리 조상들도 쌀과 보리를 이모작하며 껍질이 잘 벗겨지는 쌀보리는 밥을 짓고,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겉보리로는 고추장이나 엿기름, 보리차 등을 만들었습니다. 보리는 <동의보감>에서 ‘독이 없고, 몸을 거뜬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도우며, 오래 먹으면 힘이 넘치고 걸음걸이가 씩씩해진다’고 나오는 좋은 먹을거리입니다.

하지만 밀과 쌀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보리 생산량은 점차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을 대신해 서민의 주린 배를 채웠던 곡식이지만, 변화하는 식습관 속에서 자급률이 낮아지고 이제는 들녘에서 보리밭을 만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점점 감소하는 국내 보리 생산량

 

 

 

 

 

 

 

 

 

한살림 보리살림 역사

정부가 밀에 이어 보리수매제도도 폐지하면서 보리 농가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한살림은 보리로 물품을 만들뿐 아니라 보리를 먹여 키운 우리보리살림 축산물을 공급하며 우리보리를 지켜왔습니다.

 


 

우리보리살림사료로 키우는 만큼 우리보리 농지가 살아나요

한살림은 2013년 발아보리에 쌀, 미강 등 국내산 곡물사료로 키우는 우리보리살림돼지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돼지는 주변 환경에 예민해 사료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고, 값싼 수입 옥수수 대신 우리보리를 사용하다보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보리살림사료를 고집한 것에는 보리농사를 지켜 식량자급기반을 확보하겠다는 한살림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더 이상 수입곡물사료를 싸게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 식량자원인 보리를 활용할 수 있고, 수입량이 줄어드는 만큼 탄소 발생량도 줄어들며, 우리 농지가 늘어난 만큼 우리보리 생산자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한살림은 돼지에서 시작한 우리보리살림사료를 올해 5월부터 육계에도 전면 확대해 국산사료자급률을 계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일반적인 돼지·닭 배합사료는 거의 전량 수입곡물을 사용하고 그중에서도 옥수수량이 50% 내외로 과도하게 많습니다.

한살림 우리보리살림사료는 수입산 옥수수 대신 국산 발아보리, 미강, 쌀을 이용하고, 국내산으로 수급이 어려운 대두박 등은 원료 GMO 검사를 통해 Non-GMO임이 확인된 경우에만 사용합니다.


한살림 Non-GMO 축산물 확대 정책에 따라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우리보리살림닭 시범 사육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5월부터 기존 ‘무항생제닭’ 16종을 우리보리살림사료를 먹인 ‘우리보리살림닭’으로 전환합니다(가공식품과일부 물품 제외). 발아보리를 더함으로써 2020년에는 사료로 쓰이는 우리보리 공급량이 약 90톤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보리살림에 한 걸음 보탭니다

유양우 우리보리살림닭 생산자 인터뷰

한살림에 무항생제 육계를 공급하던 다섯 농가는 2019년 2월부터 닭에게 먹이던 사료를 무항생제에서 우리보리살림사료로 전환했다. 한살림 육계 전체 농가가 사료를 바꿔 사료 이용량을 확보해 한살림 가치에 맞는 사료를 만들어가고, 수입에 의존하던 사료의 국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합원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우리보리살림닭을 이용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농지를 확장하는 데 한 걸음 기여하게 된다. 우리보리살림닭을 기르는 유양우 생산자를 만났다.

2003년 전국을 강타한 AI(조류인플루엔자)

전국적으로 AI가 처음으로 발병한 2003년 3월 11일, 유양우 생산자가 닭을 기르기 시작한 지 불과 1년이 지났을 때였다. 전국적으로 닭을 기르던 농가가 모두 난리를 겪었고, 유양우 생산자 역시 거래하던 업체가 부도나서 대금을 받지 못했다. 그 다음해엔 대장균이 돌았다. 닭을 키우는 노하우가 없어 항생제로 대장균을 잡았다. 그 다음해에 다시 대장균이 돌았고, 또 항생제를 먹였다. 몇 번을 반복하자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았다. 항생제 없이 닭을 기를 순 없을까 고민하다 2005년 한살림을 만났다. 농약과 항생제 없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기르는 한살림 농사가 좋아 함께했다.
“근데 막상 항생제를 끊으려니 불안해서 잠이 안 오대요. 자연농법으로 키운다는 농가를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배웠어요. 닭에게 좋다는 풀, 어성초, 쑥, 마늘 등을 먹이고요.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 이후부터 항생제 없이도 닭이 잘 자라더라고요.”

국산 사료자급률 높이는 우리보리살림사료

닭에게 먹이는 사료는 단순히 닭의 뼈와 살을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료를 구성하는 곡물이 어디서 나고 자라는지도 중요하다. 국내 현실상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땅에서 키우는 작물을 먹인다면 그만큼 우리 농지를 살릴 수 있고, 사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사료자급률과 바로 연결된다.
유양우 생산자는 2016년부터 우리보리살림사료 시범 사육에 참여해 사료에 옥수수 함량을 줄이고, 보리를 더 채웠다. 다행히 닭들이 잘 먹어줬지만, 옥수수 함유량이 많은 이전 사료를 먹일 때보다 자라는 속도는 조금 더뎠다. 옥수수나 보리나 단백질 함량은 비슷한데 사료로 먹일 때는 조금 달랐다.
“2016년에 시범적으로 우리보리살림사료를 먹였는데, 잘 정착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사료 회사도 물량이 적으니 우리보리살림사료 생산을 꺼렸고 비용도 높았어요. 농가에서는 닭을 더 오래 길러야 하니 부담이 컸고요. 오래 기른다는 건 그만큼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럼에도 국산 사료자급률을 높이고, 보리 농지를 넓히기 위해 한살림 육계 생산자들은 2019년 2월부터 보리 사료를 먹이기로 마음을 모았다.
조합원들은 5월부터 순차적으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우리보리살림닭을 이용할 수 있다. 기르던 닭의 사료를 바꾸고, 자급률을 높이는 건 생산자의 결심과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에 맞춰 소비까지 이뤄질 때 우리보리 농사가 더욱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 우리땅과 생산자와 나아가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지키는 일, 우리보리살림닭을 이용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살림의 창] 보리로 살아나는 생산자와 소비자

오랜만에 봄비가 내렸습니다. 가뭄에 꽤나 시달렸던 보리가 푸른 생기를 얻은 것을 보니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으로서는 흡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파종해 추위를 이기고 자라준 보리에게 참 고맙습니다. 모든 농사가 그렇겠지만 쌀 뒷그루로 짓는 보리농사는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합니다. 가을에 비가 지짐거리면 파종을 포기해야 하고, 욕심내어 진땅에 씨를 뿌리면 발아가 잘 되지 않아 소출이 급감합니다. 5월 말 수확 시기에 비가 자주 내리면 결실이 불량하여 얻을 게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벼 이앙을 해야 하는 농부의 고민거리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소득이 일정치 않고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농사임에도 보리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영농비 때문입니다.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농민들이 한해 영농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리를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2012년 정부의 보리수매제도 폐지로 보리농가의 한숨이 크게 늘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음에도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니 농민들로서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가 포기하면서 사실상 곡물로서의 생명을 다해가던 때에 시작된 한살림의 보리사료화사업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헐값에 밀려오는 GM옥수수가 축산업을 점령한 상황에서 가축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모작의 기회를 주며,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너른 들판에 푸르름을 더하고, 무너진 자급사료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리사료화사업은 한살림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보리 생산자들도 한살림의 방향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농민 35명이 우리보리생산자영농법인을 결성하여 약정된 보리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근 농협이 생산자를 모아 조달하고 있습니다. 수매자금과 보관창고가 부족해 몇 년 동안 순탄하지만은 않은 과정을 밟아왔지만 앞으로 점차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한살림과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이 없었다면 감히 밝은 앞날을 전망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생산자 모두 보리 씨앗을 뿌리고, 풀을 메고, 수확하는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심고 거둔 보리로 돼지와 닭이 건강해지고 그것을 먹는 한살림 조합원 가정 모두 행복해지기를 두 손 모아 바라겠습니다

오인근 전북한살림축산생산자회 생산자·전 금만농협 조합장

 

시민들의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