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팟] 우리는 말하고 싶다: 동남아시아의 언론자유
정치야 말좀 들어! 정치를 바꾸는 청원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이것이 우리가 진짜 우리가 원하던 변화인가요?”
추운 겨울, 광장의 촛불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우리들.
하지만 여전히 국회와 지방의회에는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50% 득표율로 90% 의석차지, 거대 정당 나눠먹기는 이제 그만!
내년에 다가올 지방선거,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를 바꿀 적기입니다.
지금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정치를 바꾸는 청원>
하나. 지방의회와 국회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로 바꿔야합니다.
둘. 정치 장벽을 깨고, 정치 다양성과 여성 정치를 확대해야합니다.
셋. 시민의 정치참여를 제대로 보장하고, 만18세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전국 440여 개 단체들과 함께,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법 개정을 비롯해 정치를 진짜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청원을 지지하는 서명을 해보세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의원들에게 직접 촉구해보세요!
여러분의 참여로 시민의 목소리가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 더 앞당깁니다.
1) 서명하기 : 3대 의제에 찬성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청원페이지 해당란에 ‘이름’, ‘지지하는 나의 의견’을 넣고 ‘참여하기’ 버튼을 누르면 참여할 수 있어요. 로그인이 필요없으므로 짧은 시간 간편하게 참여가 가능!
2) 공유하기 : 해당 서명운동 페이지를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요.

서명 참가하기 바로 밑에 공유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이를 누르면 페이스북/트위터로 사이트를 바로 공유할 수 있어요.
3) 촉구하기 :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메일을 직접 보낼 수 있어요.
정개특위 국회의원 중 의견을 묻고 싶은 의원을 골라 ‘촉구하기’ 버튼을 누르면 의견을 묻는 메일을 보낼 수 있어요!
<정치를 바꾸는 청원>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풀뿌리 민주정치의 실현, 지방선거에서부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비례성․대표성 높은 지방선거제도, △지역정당 설립, △유권자 자유 등 풀뿌리 민주정치 살리는 입법청원 제출
1. 참여․자치․분권․연대의 정신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전국 20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내일(9/26),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혁, 지역정당 설립 등을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한다. 이번 청원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전국 연대기구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진행하는 “정치야 말 좀 들어” 릴레이 캠페인 여덟 번째 청원이며,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개의원으로 참여하였다.
2. 현행 지방의회 선거제도는 득표와 의석 사이의 불일치가 심각하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낮은 득표로 선출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국회에 제출한 청원 내용은 득표만큼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방의회 선거에 적용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3. 이날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청원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민주정치 활성화를 위하여 ‘비례성․대표성 높은 지방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역정당을 허용,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선거법 90조와 93조 등 독소조항부터 폐지할 것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촉구할 예정이다. 끝.
▣ 기자회견 개요
"정치야 말 좀 들어! 여덟 번째 릴레이 입법청원”
<풀뿌리 민주정치, 지방선거에서부터!>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2시, 국회 정론관
- 주최 :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정치개혁 공동행동
- 진행
여는 말 :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가자 소개 및 청원안 취지 설명 :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지역별 선거제도의 문제, 정개특위에 개선 촉구 :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소속 20개 단체
경기북부참여연대 / 대구참여연대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 부산참여연대 /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 여수시민협 / 울산시민연대 / 익산참여자치연대 / 인천평화복지연대 / 제주참여환경연대 / 참여연대 / 참여와자치를위한춘천시민연대 / 참여자치21(광주) /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 보도협조요청서 [원문보기/다운로드]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선거제도로 바꾸자!”
정치개혁 공동행동, 10개 이상의 릴레이 청원 접수, 청원 서명 모으는 온라인 캠페인 진행
- 민심그대로, 정치다양성과 여성정치 확대, 참정권 확대요구 -
전국 424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오늘(9/25) <정치개혁 부산행동>이 국회에 여섯 번째 입법 청원서를 접수하는 등 “정치야 말 좀 들어” 릴레이 청원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페이지(http://bit.ly/정치야말좀들어) 통해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세 가지 방법”캠페인을 시작했다. 온라인 페이지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서명과 의견을 남길 수 있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에게 직접 메일이나 트윗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청원 운동에 시민들의 지지와 힘을 모을 예정이다.
2. 9월 11일 시작된 정치를 바꾸는 릴레이청원은 오늘 ‘정치개혁 부산행동’ 6번째 청원이 접수되며, 이번 주 중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의 청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3. 한편 시‧도별 정치개혁 공동행동도 연이어 발족하고 있다. 이미 9개 시․도(울산/강원/광주/대구/부산/대전/충북/충남/제주)에서 지역차원의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발족했고, 9/26 정치개혁 경남행동이 발족하며, 9/28 정치개혁 인천행동이 발족할 예정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민참여도 시도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도별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 기초의원(시․군․자치구의원) 선거구획정 관련해서 <정치개혁 광주행동>에서는 100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들이 직접 선거구획정을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9/27 울산에서도 “우리지역 선거제도 우리가 만든다”는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을 배제한 채 진행되던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이다.
4. 오늘(/25)부터 시작하는 온라인캠페인은 시민들이 직접 정치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온라인 서명과 함께 시민들이 남기는 의견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청원 등의 형식으로 접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붙임1. 릴레이 입법 청원 순서
[릴레이청원 순서]
1> 9/11 한국YMCA전국연맹 청원 기자회견
2> 9/12 정치개혁 공동행동 3대의제/11대과제 청원서 접수
3> 9/19 정치개혁 청년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서 접수(피선거권 및 청년할당제)
4> 9/20 정치개혁 부천행동, 정치개혁 서울행동(준) 등 지방선거제도 개선 기자회견 및 청원서 접수
5> 9/20~9/22 적페청산 사회대개혁 경기운동본부,경기진보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정치개혁 수원시민행동 선거제도 관련 기자회견 진행, 6개 청원 진행
6> 9/25 정치개혁 부산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 예정
7> 9/26 정치개혁 경남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 예정(오전 11시, 경남도청 브리핑룸)
8> 9/26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오후 2시 국회 정론관),
9> 9/2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오전 11시 20분, 국회 정론관)
10> 9/26 민주노총, 한국노총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요구 입법 청원서 접수
11> 9/2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 및 청원예정(국회 정론관)
-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청원도 진행될 예정
▣ 붙임2. 9/25-9/27 집중 홍보되는 온라인 캠페인 웹자보,

9/29 지방선거제도 개선 요구 청원 기자회견 사진
헬조선의 매관매직,부정채용의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고발
청년단체 등, 공기업 부정채용 의혹 받는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직권남용, 업무방해죄 혐의로 형사고발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의혹 관계자 전면수사하고 관련자 엄벌해야
오늘(9/25) 오후 2시, 민달팽이유니온, 우리미래, 청년광장,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참여연대,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강릉시민행동는 최근 자신의 인턴 및 지인을 공기업에 불법・부정하게 채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이 공기업 부정채용에 연루됐으며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의 죄 등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심각한 청년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구직자들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결여된 사회에 깊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년단체들은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을 전면수사하고 관련자를 엄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비서를 포함해 총10명 이상의 인원을 강원랜드에 부정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강원랜드 관련자들에게 청탁하여 인사팀 직원들이 인턴비서로 일했던 하모씨가 지원한 일반직군의 서류전형 합격인원을 부당하게 늘리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모씨의 최종 성적은 17위 아래로 애초 채용계획선 밖에 있었음에도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도록 하게 하는 등 인사팀 직원들과 인사팀장, 카지노관리실장, 호텔관리실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고, 채용청탁 행위로 강원랜드의 신입 직원 채용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이러한 권성동 의원의 행위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 및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을 통해 강원랜드에 채용을 청탁한 이는 최소 80여명에 이릅니다. 이는 2012~13년 강원랜드 교육생 1,2차 모집에 응시한 5200여명의 1.5%이고, 이 가운데 최종 합격 인원은 최소 20~30명 여명으로 강원랜드 내부 감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즉, 염동열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강원랜드 관련자들에게 청탁하여 인사팀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고, 채용청탁 행위로 강원랜드의 신입 직원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입니다.
권성동, 염동열 의원의 고발 사실은 모두 강원랜드 내부감사 결과와 검찰조사를 통해 이미 모두 확인됐고, 이후에도 관련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권성동과 염동열의 범죄 의혹과 이에 대한 은폐 관련 사실들이 연달아 밝혀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강원랜드의 채용 실무 담당자들은 피고인의 지위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채용청탁을 한 장본인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은 관련 행위에 대한 조사는 물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통해 공기업 35개 기관을 포함한 주요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부정사례가 100건 적발됐습니다. 대규모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청년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헬조선의 매관매직이라고 불리는 이번 부정청탁행위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청년단체들은 이번 고발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권성동 ・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의 청탁・개입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며, 관련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끝.
“기능 상실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 환영!”
시간과 기름 낭비 줄어들고, 서민 기쁨은 늘어납니다!!
명절 중 3일이 아니라 명절 전 기간 적용 조치 제안과 함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유료도로법 개정 당부
명절 통행료 면제 제안했던 윤관석 의원과 민생․시민단체 공동주최
※ 일시 및 장소 : 9.25일(월), 오후 3시, 국회 정론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과 인권연대,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대전충남인권연대 등 4개 인권·민생 시민단체들은 올해 추석부터 적용되는 ‘명절 고속도록 통행료 면제 조치’를 환영하고, 나아가 추가적인 조치를 제안하고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9.25일(월) 오후 3시에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합니다. 윤관석 의원과 인권연대,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대전충남인권연대 등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의 필요성을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안해온 바 있습니다.
추석과 설 등 명절 시기에는 500만 대 이상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량 정체로 인해 평소의 2~3배 넘는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허비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의 기능은 상실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기뻐해야할 명절 때, 귀성과 귀경 차량 정체로 인한 불필요하고도 무의미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절 고속도로의 고질적인 차량 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습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 하루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시행한 결과,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의 수는 518만대, 전국 등록차량 4대 중 1대꼴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지만, 전국 어디서도 극심한 정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를 위한 불필요한 정체를 없애 전체적인 소통 상황이 원활해진 까닭입니다. 그것은 작년 5월 6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 때도 추가로 입증되기도 한 사실입니다.
또, 귀성과 귀경 과정에서 허비하는 국민들의 시간이나, 차량 정체로 인한 연료비 증가와 에너지낭비‧환경파괴, 장시간 운전으로부터 안전운행 보장,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명절 휴무 보장 등을 생각하면 명절만이라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함으로써 얻는 사회적‧국민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 각자가 명절 선물을 받는 것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고, 고속의 왕래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 통행료 납부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근거이므로 명절마다 ‘거북이 도로’가 되는 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명백한 ‘저속도로’이므로 통행료를 평소와 같이 받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명절 연휴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한국도로공사와 민자 사업자를 포함한 고속도로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겨야 할 민족 최대의 명절에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고초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서민‧중산층들에겐 명절은 아무리 뜻 깊어도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왕복 통행료라도 면제된다면 서로에게 좋은 정책(선물)이 될 것이고, 이것은 극심한 민생고와 양극화에 고통 받는 우리 국민들에겐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이번 추석부터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다만, 우리들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를 더욱 실질화 하고, 혹시라도 통행료면제 기간에만 차량이 몰릴 우려도 있어서 명절 연휴 전 기간에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추석엔 10월 3일~5일 3일 동안만 적용하는데 실제 추석 연휴는 10월3일~6일까지 4일이므로 4일 동안 적용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또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도 의미 있는 조치이긴 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유료도로법 개정안 처리도 당부 드립니다. 현재 20대 국회엔 19대 국회에 이어, 명절 및 하계휴가 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유로도로법 개정안(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 법안 등)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민생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나기기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민생대책을 기대합니다. 끝.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인권연대/참여연대/
대전충남인권연대/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 별첨자료
※ 별첨 1 : 인권·민생단체 공동 제안문
※ 별첨 2 : 윤관석의원 대표발의 유료도로법 개정안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참여사회
2017.10
세상에는 무서운 것이 참 많습니다.
귀신, 호랑이, 강도, 테러리스트...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 몸에 쌓이는
합법적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 atopy
04 여는글 몸은 시대의 화두다 법인스님
06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김균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08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이덕희
11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안종주
14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최예용
17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이동우
사람
22 통인 새 대법원장에게 건네는 ‘이용훈 코트’의 선물 보따리 - 권석천 JTBC보도국장 박유안
28 만남 인생이라는 그래프 - 정방 회원 호모아줌마데스
칼럼
32 경제 청하와 노동친화적 성장 전성인
34 역사 금기를 깨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이신철
36 여성 백래시와 여혐시장 손희정
만화
38 만화 이럴 줄 몰랐지 <연이의 입원생활> 소복이
살맛
40 읽자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을 만나는 곳, 책을 읽는 사람 박태근
42 듣자 윤이상 100년, 분단을 넘어 그의 음악을 껴안을 때 이채훈
44 떠나자 [스페인] 지칠 때까지 먹어야 스페인 여행이지 김은덕, 백종민
뉴스
48 현장 국회여, 개혁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한나
49 공유 시민의 힘 2017 이 달의 참여연대 안진걸
54 심층 검찰 셀프개혁은 이제 그만! 김희순
56 심층 대학 등록금·입학금 문제, 청년이 직접 바꿉니다! 이영모
58 참여 시민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정세윤
60 참여 통인동 살이 10년, 참여연대가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영미
62 참여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알림
64 투명회계 참여연대 23살 생일을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현정
66 튼튼날개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박효주
몸은 시대의 화두다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공동대표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일찍이 노자는 ‘인생의 큰 우환은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사실이 그렇다. 몸을 가진 생명체는 먹어야 하고, 병고에 시달려야 하고, 폭력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노쇠(老衰)의 슬픔을 감내해야 하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몸이 견디는 고통은 팔만사천 가지 번뇌만큼이나 많고 무겁다. 절집 대웅전 앞에서 기와를 시주하면서 적는 소원에는 대부분이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달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몸은 삶의 장애인가?
예부터 철학자들은 진지하게 몸에 대해 탐구했다. 플라톤은 몸과 영혼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몸은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본래 밝고 자유로운 영혼이 몸에 갇혀 무지와 욕망으로 오염되었다고 파악했다. 영혼을 우위에 두고 몸을 열등한 속성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학습과 수양을 통해서 영혼이 몸을 지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견해가 달랐다. 그에게 몸은 영혼의 질료(hyle)이고 가능태(dynamis)이고, 영혼은 몸의 형상(eidos)이고 현실태(energeia)이다. 몸과 영혼을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상호관계성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후 서양철학은 이원론적인 관점에서 영혼중심설을 강화하는 경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불교를 비롯한 동양철학은 몸과 마음을 애초에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精)·기(氣)·신(神)의 연계가 그러하고 수신(修身)의 강조가 그러했다. 몸에 대한 탐구는 근대에 이르러 서구에서도 니체나 메를로 퐁티와 같이, 인간 존재가 결코 영혼 내지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면서 몸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탐구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경전 곳곳에서 몸은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속성을 가졌다고 보았다. 아무리 튼튼하고 힘이 넘치는 몸을 가진 청춘도 시간이 흐르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늙고, 쇠약해지고 흩어진다. 그러니 몸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또 몸에 대한 불건전하고 과도한 애욕은 타는 목마름과 같은 갈증의 고통을 주기 때문에,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사고하고 애착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몸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집착을 없애기 위해 수행자들은 몸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하는 명상을 한다. 보기에는 아무리 예쁜 얼굴과 몸이라도 뼈와 해골, 여러 가지 내장 기관, 오줌과 똥, 피고름 등으로 이루어진 몸의 구조를 통찰하면 맹목적인 탐착(貪著)에서 벗어나 청정함과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몸을 경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경건한 대상으로 사유하고 있다. 늘 건강에 유념해야 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수년간을 극단적으로 음식을 절제했다. 그 결과 기력은 쇠약해지고 정신은 혼미했다.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위험하고 불안한 속성을 가진 몸이지만 결코 혐오하거나 학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몸이 건강할 때 바른 정신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수자타라는 소녀가 공양한 유미죽을 먹고 기운을 얻어 수행한다.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석가모니는 정신과 감각을 가진 몸은 존엄하다고 했다. 따라서 타인의 몸에 대한 멸시와 폭력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법구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은 죽임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이 일을 나에게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때리지 마라.” 신체적 폭력은 곧 인간 존엄성에 대한 위해임을 역설한 것이다.
산업자본주의에 이르러 몸은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늘날 몸은 소비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욕구를 소비하기 위하여 몸은 탐닉과 과시의 대상이 된다.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본주의는 몸을 기꺼이 상품으로 만든다. 또 하나! 돈을 지상의 최고가는 가치로 여기는 이들은 몸에 서슴없이 위해를 가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살충제 달걀, 끝없는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이 우리 몸을 위협하고 있다.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몸은 삶의 전부이다. 몸 철학이 필요한 때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화학물질로 이뤄지지 않은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요즘 이런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증을 일컫는 ‘케미포비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케미포비아’란 화학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 라고 합니다.
이번 호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은 이러한 케미포비아 현상을 다뤄봤습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화학물질의 양면성,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도를 알아봤습니다. 더는 살충제 달걀, 독성생리대 등으로부터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달의 <통인>은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방송국으로 옮기기 전, 신문사에서 ‘송곳’ 같은 기사를 써온 27년 차 베테랑 기자입니다. 『정의를 부탁해』로 우리 사회 ‘정의’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번엔 법조 분야 경력을 살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를 내놨습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코트의 사법개혁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소신있는 판결을 하면 재임용에 탈락하고 징계를 받는 양승태 코트가 끝나고 새로운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지금, 다시 그때의 시도를 곱씹어 보면 좋겠습니다.
호모아줌마데스의 <만남>은 용산화상경마장추방대책위 정방 공동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용산화상경마장은 2013년부터 용산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운동 끝에 최근 폐쇄하기로 결정된 곳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학교 앞 경마장 건설 소식을 들은 이후 매주 집회에 나가고 1인시위, 천막농성을 하고 싸움에서 승리하기까지 5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싸워준 용산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됩니다. 그간 소원했던 이들과 덕담도 나누시고 가족과 함께 송편도 빚으며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기 바랍니다.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김균
국회는 조속히 입학금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은 입학금 폐지 약속한 바 있어
먼저 입학금 징수 근거를 없애야 폐지 논의도 더 빨라질 것
입학금 폐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한 것에 이어 사립대도 단계적 인하에 동의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입학금 폐지를 사회적 합의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는 이와 다르게 입학금 폐지/인하 법안이 다수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입학금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서 입학금이 조속히 폐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립대는 현행 법상 ‘기타 납부금’ 항목으로 입학금 징수는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입학금을 받는 것은 지금껏 관례였고, 학교 재정의 주요 재원이 되므로 입학금 폐지에 대하여 완강히 반대해왔습니다. 급기야 홍익대학교는 2015년 등록금심의위에서 “신입생들은 과거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여러 가지 유무형의 혜택을 받는 것이므로 입학금을 내는 것”라고 까지 입장을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국공립대 입학금 뿐만 아니라 사립대 입학금도 조속히 폐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가 고등교육법에서 입학금 징수 근거를 삭제해야 합니다.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에 대하여 반대하며 버티고 있는 첫번째 근거가 입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원내 정당 대선 후보들 모두 대학 입학금 폐지를 약속한바 있으므로 국회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합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특집 1_화학물질의 습격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글. 이덕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호메시스』 저자
현실
지금 우리가 합성화학물질에 대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10차 방정식을 1차 방정식으로 만들어 풀려고 하는 것과 흡사하다. 20세기 이후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합성화학물질의 종류가 약 10만여 종이다. 여기에 매년 수천 종이 더해진다. 이 수천 종은 자본주의 사회를 이끄는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일은 취업이 잘되는 대표적인 전공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생리대 회사에서 예전보다 더 얇으면서도 흡수력이 좋은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새로운 합성화학물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러한 합성화학물질 덕분에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일상 생활용품은 예전보다 더 보기에 좋아졌고 더 사용하기에 편리해졌다. 우리의 먹거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졌다.
현재 합성화학물질에 대한 패러다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철저히 개별화학물질 중심이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가 어떠니, 생리대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이 어떠니 하는 방식이다. 그런 개별화학물질 중심의 접근법은 당연히 개별 먹거리, 개별 생활용품의 접근법으로 이어진다. 눈만 뜨면 우리 주위에 있는 수많은 먹거리와 생활용품들이 하나씩 돌아가면서 이슈가 되는 이유다. 도대체 뭘 먹고 뭘 쓰고 살아야 하느냐고 한탄하는 케미포비아가 양산되는 이유다.
착각
합성화학물질이 아주 높은 농도에서 생명체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화학물질의 장점은 취하되, 단점은 피하는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위해성 평가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루에 얼마 정도까지는 노출되어도 안전하다는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기기묘묘한 숫자에 ‘허용기준’ 혹은 ‘안전기준’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허용’이나 ‘안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대중들은 모든 걱정을 잊는다.
사람들은 지금 생리대가 이 사달이 난 이유로 생리대에 포함되는 화학물질들의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부가 서둘러 안전기준을 마련하면, 그래서 기업이 그 기준만 충실히 지켜 준다면, 드디어 그 모든 것이 다시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함으로 합성화학물질의 문제를 바라보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허용기준’과 ‘안전기준’이 그 단어 자체로 위험한 이유는 정부와 기업에서 그 기준만 충족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착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해
아주 오랫동안 합성화학물질들의 문제는 높은 농도에서 벌이는 일들이 전부라고 믿어 왔다. 이를 통틀어 독성이라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합성화학물질들이 아주 낮은 농도에서 높은 농도와는 전혀 다른 기전을 통하여 생명체에 이런저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구자들은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아는 지식이란 단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뿐이다.
개별화학물질들이 높은 농도에서 보이는 독성은 위해성 평가라는 그럴듯한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낮은 농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두고 개별화학물질이 이러니저러니 따지는 것은 실험실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 사람에게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이 영역은 수천, 수만 가지 합성화학물질들이 혼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간에는 매우 복잡한,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들은 꽤나 많지만 그중 하나가 비선형성(非線形性)이다. 비선형성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선형성을 이해하기 힘든가? 화학물질이 높은 농도에서 나타내는 독성은 반전의 기회가 없다.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더 해롭다. 그러나 낮은 농도에서 벌이는 사건들은 우리 몸이 이를 적절한 시점에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생명체는 즉각적으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다. 외부 환경에 대하여 내부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노력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다. 이 노력의 결과가 화학물질의 경우 비선형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현상을 혹자는 ‘호메시스’라고 불렀다.
선택
의학은 나날이 발달하는데 아픈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최근 들어 아주 낮은 농도를 가진 합성화학물질들이 많은 질병의 감춰진 원인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많은 합성화학물질의 존재가 단지 정부가 무능해서 그리고 기업이 탐욕스러워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다. 그냥 우리가 사는 시대가 그런 시대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자 모든 사람이 가해자인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개별 합성화학물질이 아주 높은 독성영역에서 벌이는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제대로 일을 할 줄 아는 성실한 정부가 존재할 때, 그리고 이윤 추구만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아님을 아는 정직한 기업이 존재할 때,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같은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현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법, 규정, 그리고 엄정한 관리를 통하여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 없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등장하는 발암물질, 중금속,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특정 먹거리나 특정 생활용품 피하면서 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피해야 할 것이 자꾸 늘어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오면 의미 없는 것에 더하여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삶은 종국에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란 자고로 생명체가 화학물질이 내 몸에 끼친 영향을 바로 잡기 위한 자구책 마련 노력을 방해하는데 일등 공신이다. 병적인 케미포비아가 되면, 피하면서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이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환자들은 예외다. 운이 좋다면 피하며 살기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음은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바로 내 몸을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끊임없이 온갖 경로를 통하여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합성화학물질을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내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이들이 세포 수준에서 벌이는 일들을 빨리 인지하여 우리 인체의 항상성 유지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우리가 움직이고 우리가 먹는 것이 핵심이다. 살을 빼기 위하여, 근육을 만들기 위하여, 영양소를 챙기는 목적이 아니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이 21세기에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일종의 생존 방법이다. 이 생존 방법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바뀔 수 있다.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특집 2_화학물질의 습격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글.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은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가톨릭 내부에 벌어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밀도 있게 그려냈다. 신을 모시는 성직자 내지는 종교의 세계에도 선악이 있다면 속세, 즉 인간의 세계에서, 나아가 지구와 우주에서도 거의 모든 것이 선악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을 포함한 뭇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물과 공기이다.
하지만 이것들조차 선과 악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일컫는다. 물 없이 생명은 지탱할 수 없다. 산소를 포함한 공기도 마찬가지다. 천사의 모습이다. 하지만 물과 산소는 천사의 모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악마의 모습도 하고 있다. 한꺼번에 물을 과도하게 마시거나 산소가 가득한 공기를 계속 들이마신다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맞게 된다. 물과 공기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오늘 다룰 주제인 화학물질은 물과 공기보다 더 확실하게 천사와 악마라는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화학물질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만큼 일상생활과 문명, 그리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그것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수병과 화장실 변기, 각종 살충제와 농약, 포장재, 건축자재, 자동차, 배, 비행기 등 교통수단과 연료, 의약품, 화장품, 식품, 식품첨가물, 향료, 감미료, 휴대폰과 컴퓨터, 옷 등은 그 자체가 화학물질이거나 화학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모든 생명체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생체화학, 즉 생화학은 논의 대상에서 빼자.
최초의 화학물질 천사, 매독치료제 살바르산
먼저 천사의 얼굴을 한 화학 내지는 화학물질을 들여다보자. 1492년 콜럼버스 탐험대가 신대륙에 도착해 이곳을 본격 탐험·정복한 뒤 매독균을 유럽에 옮겨와 16세기부터 유럽에 매독이 유행하기 시작됐다. 매독은 곧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감염병 반열에 올랐다. 독일 과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는 606 차례의 실험 끝에 1910년 매독균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화학물질을 개발했다. 바로 살바르산(Salvarsan)이다. 세계 최초로 화학요법제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살바르산은 마법의 탄환처럼 여겨졌다. 물론 지금은 그 부작용이 크고 다른 약물로 대체돼 사라졌지만 말이다.
살바르산 이후에도 화학제품은 우리의 생활과 문명 자체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내지 수백 개의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 자체가 어렵다. 독일화학자협회장을 지낸 볼프람 코흐는 “우리는 화학 덕분에 복지 혜택을 받고 일상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화학은 도처에 깔려 있다’는 말은 환경 문제 토론에서는 욕이나 다름없었지만 실은 화학의 일상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자이자 저술가인 독일의 크바드베크제거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세상은 화학으로 이루어졌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우리는 화학이 지닌 위험 속에 살고 있다는 것과 바로 연결된다. 화학은 천사뿐만 아니라 악마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므로.
냉장고 냉매 프레온 가스, 천사에서 오존층 파괴 악마로
천사의 모습으로 인류 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나중에는 악마로 낙인 찍혀 영구추방당한 화학물질은 많다. 대표적 사례로는 냉장고 냉매와 각종 스프레이 용매로 쓰였던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를 꼽을 수 있다. 프레온 가스가 인류에게 끼친 긍정적 역할은 엄청났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이것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은 지구상에서 쓸쓸하게 사려졌다.
디에틸스틸베스트롤(DES, diethylstilbestrol)이라는 합성 비(非)스테로이드에스트로겐 호르몬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38년 첫 합성에 성공한 이 물질은 1940년부터 1971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유산 방지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임신 여성에 처방됐다. 미국에서만 이 기간 동안 무려 3백만 명이 이 약물을 처방 받았다. 하지만 1971년 이 물질을 복용한 여성에게서 외려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뒤 임신부뿐만 아니라 태아에게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여성의 질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드러나 즉각 퇴출됐다.
살충제 달걀, POPs의 악마성 경계 게을리 한 결과
‘살충제 달걀’ 사태로 다시 우리 기억에서 되살아난 디디티(DDT, 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농약의 대명사였다. 디디티는 한때 모기와 파리, 그리고 이, 벼룩 따위를 잡아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천사 같은 존재였다. 몸과 머리카락에 득실거리는 이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천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디디티는 잠깐 천사의 모습을 한 뒤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책 출판을 계기로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충뿐만 아니라 새와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악마성을 지니고 있다고 카슨 여사는 경고했다. 그리고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도 그 경고를 받아들여 1970년대부터 말라리아모기 퇴치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에서 퇴출시켰다. 디디티는 생물농축성이 있고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 잔류성이 강한 대표적인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이다.
국제사회는 디디티와 같은 팝스 물질이 지닌 위험성에서 생태계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5월 22일 스톡홀름에서 POPs 제조와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①을 맺었고 2004년 발효되었다. 규제 대상은 12개 잔류유기성오염물질로 폴리염화비페닐, 다이옥신, 퓨란, 알드린, 디엘드린, DDT, 엔드린, 클로르덴, 헥사클로로벤젠, 마이렉스, 톡사펜, 헵타클로르 등 대부분 염소계 농약, 즉 살충제이다. 팝스 물질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 20~40년이 됐지만 여전히 수생태계와 토양 등에 남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모유나 생물농축을 통한 먹이사슬 상위포식자, 그리고 이들이 잔류하고 있는 토양에서 자란 식물과 과일 등에서 이들 악마의 화학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닭 등 가축을 방목하거나 과수와 채소를 재배하기 전에 반드시 토양에 이들 물질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사하는 필수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디디티 닭, 디디티 달걀은 팝스 물질이 지닌 악마적 성격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계를 게을리 해 일어난 것이다.
친환경생태 농축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져
이처럼 살충제, 농약 등 살생물제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큼지막한 사건을 여러번 겪고도 왜 우리는 ‘살충제 달걀’ 파동과 같은 사건을 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인가? 우리보다 유해물질 관리가 더 철저할 것 같은 서구유럽에서도 ‘살충제 달걀’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인류 사회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더불어 식량 대량생산, 그리고 육식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급격히 이동해갔다. 수익을 내기 위한 농축산가는 저밀집 내지 방목 사육이 아니라 대량밀집 사육 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사육 방식은 닭 등 사육 가축의 면역력 약화를 가져오고 각종 가축 감염병과 이, 진드기 등 해충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사람이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내성균이 생겨 점점 더 센 항생제를 개발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듯이 가축에도 점차 더 강한 독성 내지는 심지어는 발암성까지 있는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사용이 허용된 살충제라 할지라도 농도와 양, 빈도도 더욱 많이, 자주 사용함으로써 닭이나 달걀, 그리고 소·돼지 등 가축들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하게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소비자 건강 위협으로 연결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사육 방식의 변화, 즉 무늬만이 아니라 진짜 친환경 생태 사육을 하고 육식을 점차 줄여나가는, 이른바 농축산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친환경 생태농업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화학물질이 지닌 악마의 모습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① 스톡홀름협약 또는 팝스협약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특집 3_화학물질의 습격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생활화학제품과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가습기살균제와 생리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또는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었고, 계란은 많은 사람들이 섭취하는 먹거리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안전에 관해 아무런 의심 없이 매일 사용하거나 먹는 제품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이를 가능한 한 멀리하려는 움직임인 ‘케미포피아’ 현상은 시민과 소비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자 자구책이다.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의 공통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져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문제를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 파악과 대책 마련에 손을 놓아버렸고 제조사는 나 몰라라 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늘 힘없는 소비자만 당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피해자를 찾고 대책을 제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 처음 2년 동안 공식적으로 피해자를 찾는 과정이 없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자 신고를 받고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함께 피해조사를 실시하자 마지못해 정부가 나섰다. 지금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지 않고 신고 전화만 받고 있다.
기업은 더하다. 자사 제품을 쓰다가 발생한 문제인데도 ‘피해자 신고접수 창구’를 지금까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생리대의 경우 단순 교환만 해줄 뿐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는 민사소송에 대응하면서 자사 제품의 안전조사 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했다.
갈수록 ‘위험사회’란 말이 실감 난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여기서 주로 언급하는 세 가지 사건이 그렇다. 모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후의 해결 과정이 더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인 안전대응과 피해대책은 물론이고 원인파악도 쉽지 않다.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이 반복된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수록 사회가 더 안전해져야 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환경보건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등 관련 법률과 제도가 마련되고 보강된다고 하지만 ‘제2의 가습기살균제를 막겠다’는 정부의 큰소리를 믿기 힘들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니 ‘대통령이 립서비스 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장 · 차관이 임명된 지 서너 달이 지났지만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마련된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문제를 풀려면 숲을 보아야 하는데 장 · 차관부터 실무자까지 모두들 개별 나무를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참여사회 독자들에게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조금은 원론적이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재발방지 방향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기업의 영업권보다 소비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현행 화평법 등으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지 못하고, 제품 내 화학물질 안전관리도 어렵다. 두 번째, 소비자제품과 어린이용품 중 화학물질 안전관리는 전문부처인 환경부로, 식품에 대한 안전은 식약처로 일원화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제품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예방적 안전점검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화평법의 화학물질 등록평가와 함께 화학물질이 함유된 소비자제품 자체에 대한 등록과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사전 안전검검이 없으면 시장도 없다는 원칙 ‘No data No market’에서 나아가 안전도 없다(‘No Safety’)를 강조해야 한다.
넷째, 소비자제품 중 화학물질 정보공유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 위해우려제품에 대한 성분등록제를 화평법에 도입하고,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전성분표시제를 확대하고 특히 어린이용품에 관해 성분등록제 및 안심마트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다섯 번째, 징벌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제조물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실질적으로 제조자에게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의 ‘최소보호 금지원칙’ 위배 또는 부작위에 의한 국가배상을 통해 국가가 국민과 소비자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가습기살균제 유사제품추방 및 스프레이 제품 중 흡입독성이 확인 안 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3대 환경보건 사건비교표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특집 4_화학물질의 습격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글. 이동우 변호사
가습기살균제 피해, 독성 생리대 문제와 같이 다수의 국민이나 소비자에 대해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어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위의 두 제도는 제한적이나마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두 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부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제기하는 ‘집단소송’
집단소송에 대한 정의는 법률이나 문헌보다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시행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르면,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중의 1인 또는 수인(數人)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즉, 피해자 전부가 아닌 일부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이른바 옵트인(Opt-In) 방식과 나에게는 재판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해달라고 청구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나뉘는데, 현재 논의되는 내용은 대체로 옵트아웃방식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나 독성 생리대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론되는 집단소송법 도입은, 쉽게 설명하자면 현재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과정’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집단소송을 소비자나 국민 다수가 피해자인 경우까지 확대해 적용하자는 논의다.
지나치게 엄격한 소송제기 요건의 완화가 필수적
그러나 현재 도입된 집단소송법은 허용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해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즉, 현재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소송하려는 구성원이 50인 이상이고, 구성원들의 보유주식이 발행주식의 1만분의 1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50인 이상을 모으기도 어렵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해장 주식의 1만분의 1을 보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차제에 도입되는 집단소송법은 이러한 소송제기 요건을 완화해서 잘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의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영·미에서 발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미법에서 발달한 제도이다. 영미법에서는 전통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와 과실의 불법행위를 구별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강화하고 고의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공정거래 관련 법률인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조물 책임법」 등에 도입되어 있으며, 현재 도입이 논의되는 소비자 피해 등도 대체로 공정거래 사안으로 분류된다. 즉,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는 대체로 공정거래, 좀 더 정확히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와 관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우리나라도 하도급법 등에 이미 3배 손해배상제도(treble damages)가 도입되어 있으나 현재까지 해당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로 파악되는 데 먼저 인지세 및 패소 시 부담비용과 같은 ‘소송비용’의 문제이다. 현행법은 청구하는 소송가액, 쉽게 말해 손해배상요구금액에 따라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인지세가 높아지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인지세도 3배를 내야 한다.
그러나 위 제도로 승소한 사례가 없는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3배나 높은 인지세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아울러 패소했을 경우에도 3배를 기준으로 변호사비용이나 감정비용 등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지세는 일정액으로 고정시키고, 패소 시 부담도 3배가 아닌 원손해를 기준으로 하도록 해 해당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3배의 범위다. 현재 하도급법의 경우, 3배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원사업자(원청업체)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수급사업자(하청업체)는 관련 업계에서 더 이상 영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원청에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순간 당사자는 거래단절 및 해당 업역에서 퇴출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 피해와 함께, 객관화되고 수량화되기 어려운 손해는 손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민사법 체계를 고려한다면 3배의 배상범위는 피해기업이나 피해자가 해당 제도를 이용할 유인(誘因)이 되기 어렵다. 범위 확대에 관해서는 이미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적어도 앞선 사항 등을 고려하면 10배 이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측면에 비추어 보아도 배상범위의 상향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안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의되는 고의의 불법행위, 특히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성격상 뇌물죄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즉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되는 간접증거와 관계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엄격한 서면 증거 중심의 판단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 민사재판의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사안의 특수성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영 · 미식의 디스커버리제도의 도입과 함께 국민들이 직접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현행 민사법원의 엄격한 서면 증거주의 문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민들이 건전한 법감정과 경험법칙을 토대로 보편적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판단을 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판사들의 부담도 완화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제도의 활성화
이처럼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우리 법체계에 일부나마 도입되어 있으나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작정 제도 도입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도입한 후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 각 분야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앞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토대로 제대로 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새 대법원장에게 건네는
‘이용훈 코트’의 선물 보따리
권석천 JTBC 보도국장
글. 박유안
기웃기웃 번역가. 알트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는 ‘까칠해도 친절하게’가 삶의 모토이며, ‘쟌 모리스를 번역한 작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밤엔 주로 땅고 추며 논다. 맘 놓고 춤 출 수 있는 좋은 세상을 염원한다.
사진. 박영록
원고 마감 즈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문재인 정권 사법개혁의 리더가 될 그는 어찌 보면 행운아다. 국회에서의 처리과정이 그랬고, 지난 개혁정부에서의 사법개혁 실험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선물보따리가 준비되어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법관 3천여 명과 법원공무원 1만 3천여 명에 대한 인사권을 지니고 대법관 13명에 대한 임명 제청권,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하는 큰 권력의 자리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 그 자리에 올랐던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이하 ‘이용훈 코트’)을 다룬 책을 법조전문 베테랑 기자가 써냈다. 모든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사법행정권을 지닌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관료화된 사법부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재판을 개혁하고자 했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른바 ‘독수리 5남매’(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를 취재한 책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는 재판을 통한 사법개혁 실험과 그 좌절의 역사를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한다. 책의 저자인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을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며, 사법행정의 관료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들었다.
새 책 반응이 뜨겁다.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 즉 ‘이용훈 코트’에 대한 책인데, 어떻게 쓰게 된 건가?
논설위원일 때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책을 준비 중이란 얘기를 들은 게 촉매가 되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77세 정도의 나이인데, 책도 책이지만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본인의 기억을 자료로 남겨둬야 한다고 설득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처음에는 독수리 5남매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 판결 부분만 나온다. 대법관들은 판결에만 참여할 뿐, 대법관 제청 같은 다른 부분에서 충돌, 갈등 등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내용은 대법원장만이 안다. 그래서 아예 이용훈 코트를 다루고, 독수리 5남매 얘기를 거기에 넣자 싶었다.
오랜 법조 기자 경력의 논설위원이셨는데, 이 책은 회사 일로 취재한 게 아니라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하신 건가?
개인 프로젝트였다. 이 책의 태동에는 기자로서의 자괴감이 작용했다. PD수첩 수사 등 큰 판결들이 나올 때 법조팀장이었는데, 기자들이 진보, 보수 매체 할 것 없이 다들 너무 도식적으로 기사화하는 게 아쉬웠다. 결론으로 나온 판결에 대해 진영논리로 접근해 유불리만 따지는, 결론만 가지고 매일매일 속보처럼 써버리는 기사들이 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나 맥락을 취재해야 하는데 말이다.
법조 기자들의 속보 중심 기사화 행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은 어떻게, 어느 무렵에 생겨났는지?
경력기자로 중앙일보 입사하면서 ‘객관적인 거리’ 같은 게 생겼다. 새로운 조직, 새로운 문화에 들어간 거다 보니, 주류가 아니라는 생각, 전문성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기자들의 모습을 조금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보면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책에서, 이번에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 아닌 그 이전의 이용훈 코트에 주목했다.
이용훈 코트의 시도나 실험들이 왜 중요한지 말하고 싶었다. 일단 현 체제인 양승태 코트에 대한 비판을 책 도입부에 실었다. 그런 비판을 통해 이용훈 코트의 실험들을 현재화할 수 있겠다 싶었다. 즉 이용훈 코트의 일이 2005~2011년까지로 끝난 옛날 얘기가 아니라 지금의 얘기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양승태 코트를 거치며 대법원이 보수화 상태로 되돌아간 것처럼, 공교롭게도 그때의 노무현, 지금의 문재인, 그때의 우리법연구회, 지금의 국제인권법연구회, 2003년 사법파동, 지금의 블랙리스트 파문, 사법개혁 저지 논란 등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법원의 관료화 과정에 대해 국민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오랜 법원 출입 기자로서 보건대, 법원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관료화된 건가?
멀리 보면 1972년 유신 때부터다. 그래도 유신체제 이전엔 법관회의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유신체제가 들어서며 대법원장에게 권한 몰아주기, 대법원장을 통한 대리통치 체제가 탄생했다. 5공화국 들어 이 체제는 더욱 강화됐다. 직위와 기수문화로 서열화되고, 대법원장이 한마디 하면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계질서 체제가 김대중 정부까지 이어졌다.
2003년 사법파동은 그에 대한 반발이었다. 진보적인 인물도 대법관이 되어야 한다는 등 개혁운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10기수 가까이를 건너뛴 기수파괴를 하며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임명되었다. 그렇게 등장한 독수리 오남매가 보수일색이던 대법원 13인 체제에서 어엿한 소수파를 형성했다. 그에 맞춰 보수 쪽 의견들도 조금은 더 진일보한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그러다 2011년 9월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하고 2012년 초부터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이정렬 판사의 중징계 등 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판사 사회가 위축되고, 서열 중심의 대법관 인사가 재개되고, 답답한 상황이 닥쳤다. 민일영 대법관이 퇴임 후 “선배들 힘들게 하는 판결 하지 말라.”는 말을 사법연수원에 가서 판사들에게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게, 눈에 보이는 관료화의 징표 아니겠나.
대법원장을 통한 정권의 사법부 대리통치, 국정원이 이일규 대법원장의 집을 턴 의혹 등 정권의 통제 시도는 끊임이 없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법원 내부의 문제제기는 없었나?
외부로부터의 통제 시도란 게 모두 테이블 밑에서 진행된다. 외부로부터의 압박은 암암리에, 일대일의 은밀한 관계로 진행되는 거라 알기 어렵다. 대법원장을 통한 대리통치가 여의치 않으면, 정권과 법원행정처나 지방법원의 주요 보직 판사들 사이에 직거래가 이뤄진다. “정권 바뀌면 대법원장이 30명 생긴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도 여러 외부압력 행사의 정황들은 불거져 나왔지만 조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그저 월권이었다, “사법행정권이 판사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 정도의 경고로 끝났다. 사실은 그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쉽지가 않지만.
문제의식을 지닌 언론인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겠다. 이번 책을 두고, 일선 판사들이 이러려니 했던 부분을 육성증언으로 밝혀주었다고, 판사들도 즐겨 읽는 책이 되었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어렴풋이 알던 걸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명박 정권 들어 대법관 제청하며 갈등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은 일선 판사들은 물론이고 대법관 자신들도 몰랐을 거다.
또 이 책에서는 판결의 비밀주의를 좀 넘어서고 싶었다. 법원조직법에 따른 ‘합의 비공개 원칙’이 그간 금과옥조였다. 이 책에서는 약 20개의 판결을 두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판결이 나왔는지를 밝혔다. 대법관들도 아마 ‘아, 그 판결이 저렇게 해서 나왔구나’란 걸 비로소 알게 되었을 거다.
적어도 대법원의 판결이라면 다수의견, 소수의견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려져야 한다. 이용훈 코트 초기에는 대법원 심의과정을 녹음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10년, 20년 뒤에 공개하는 걸로 해서 말이다. “그러면 말을 마음대로 못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는데, 실은 너무 맘대로 말하는 게 문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법 논리로 말하는 게 아니라, 국가보안법 사건이 올라오면 “얘네들 미군철수 주장하는 애들 아냐?” 그런 식의 비논리적 정서가 담긴 발언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내가 만난 한 지방법원 판사의 말이 참 옳다. 그는 “20년 넘게 판결만 한 내가 법원행정처에서 판사 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 대법관보다 더 오랜 기간 재판을 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의 법 논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13:0이라는 숫자로 깨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사실 그런 경우에는 토론이 필요하다. 1심, 2심, 3심이 각각 법 논리를 가지고 질문하고 응답하고 토의해야 하는데, 3심 즉 대법원이 판결하면 ‘이게 결론’이라는 식으로 던져버린다. 그런 점에서는 대법원 판결과정을 가린 베일도 벗겨야 한다.
헌법재판소장 부결 사태가 있었고, 대법원장 임명 절차가 남아 있다. 기대와 우려가 없을 수 없겠다.
헌법재판소는 하부조직이 없다. 헌법재판관 아홉 명을 위한 단순한 조직이다. 이 조직의 수장이 누가 되는지는 대법원장 인선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다. 대법원장은 3천여 명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 사법행정권을 지닌 자리다. 전원합의체 회의를 주관, 진행하고, 임명제청권을 지녀, 대법관들이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야말로 ‘제왕적 대법원장’이다.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주되, 대법원장 자신의 권한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막아주고, 지난 양승태 코트의 보수화, 관료화를 수술하는 일도 해야 한다. 김명수 후보자가 법관의 독립이나 보수화 수술 쪽에서는 잘할 거 같지만, 우려도 있다. 그야말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국민을 위한 판결들이 나오려면, 보수적인 판사들에게 요구하고 설득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판사들을 위한 대법원장에 그치지 않고, 국민을 위한 대법원장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악전고투할 모습이 훤히 내다보이는가 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함께 전원합의체 재판을 할 대법관들은 대부분 선배들이고,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변화는 더디고 저항이 많을 것이다. 행정처와 일선 법원에도 양승태 코트에 맞는 신념을 지닌 고위 법관들이 이 많다. 이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변화로 끌고 나갈 시스템을 만들기란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 그런 개혁의 과정이 잘 자리 잡으려면 결국 국민을, 사회를 쳐다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법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기존 언론이 법원의 개혁에 대해 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언론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언론의 습성이 그렇다. ‘대립’, ‘충돌’ 운운하며 갈등 부각시키고,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라’는 ‘갈등 프레임’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시끄러운 게 기사가 된다고 보니까,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의 접근이 거의 없다. ‘갈등 프레임’의 기사들을 계속 접하면 국민들도 “이거 뭐 이렇게 시끄럽게 바꾸나?” 그런 생각에 젖어버린다.
가령,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우 검찰이나 경찰의 밀실에서 작성된 조서나 수사기록이 아니라 법원에서 구술로 진실을 가리자고 강조한 게 “민사재판,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 라는 발언이었다. 결국엔 언론의 ‘갈등 프레임’ 보도 탓에 검찰 대 법원의 갈등만 부각되고, 개혁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 와중에 국민들은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갈 테고…
밥그릇 싸움 얘기 나오면 “에이, 둘 다 나쁜 놈들” 그러기 십상이다. 양쪽의 갈등 보여주는 걸로만 그치면 언론은 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아지는 게 없다. 기자는 누구 밥그릇이 더 중요한지, 어느 쪽 밥그릇 논리가 더 얘기가 되는지 고민하고 판단해서 써야 한다. 무조건 경마식 보도만 하고 할 거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그게 중립적인 거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책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어 가치 판단과 연구에 바탕한 기자들의 탐사보도나 책 작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판사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자존심이 중요한 직업이다. 양승태 코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판사들의 자존심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선배 힘들게 하는 판결, 하지 말라.”는 말이나 13:0이라는 숫자로 말이다. 이용훈 코트 때는 판사들 자존감은 지켜줬다. 재임용 탈락, 징계 등으로 판사들의 자존감이 무너지면 재판상 독립이 흔들린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유능한 인물로 평가되며 승진가도에 오른다. 각 재판에 맞게 당사자의 목소리 듣지 않고 대법원 판례에 맞춰 판결하는 거 쉽다. 힘든 일이긴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면 다른 이야기, 특별한 사정이 있는데, 그걸 간과하고 편한 데로 우회하는 건,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다. 재판 잘하는 거보다는 판결문 잘 쓰는 게 유능한 게 되고….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리를 끊어야 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새 대법원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아직 그 면면을 드러내기 전이다. 권 국장이 책에서 이용훈 코트에 주목한 이유는 오직 하나, 그때는 5명의 소수의견 덕분에 ‘논쟁다운 논쟁’이 벌어졌고, 그에 따라 판례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사불란 상명하달은 군대에서는 제격이지만, 재판상 독립이 보장된 사법부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근대 대한민국에서 직업관료제를 처음 들여온 세력이 웨스트포인트로 유학 갔던 엘리트 직업군인들임을 상기하자면, 그들이 정권을 잡은 유신체제 때 법원의 관료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지적 앞에서 혀를 차게 된다.
시키는 대로 하다가는, 가만히 놔두어서는, 이 땅의 정의는 훌쩍 사라진다. 논리로 맞서 싸우고 논쟁하며 새 시대의 변화를 담으려고 해야, 정의를 지킬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이 땅의 정의를 논쟁으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법관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 과정을 ‘방향성 프레임’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기자들, 시끄럽지만 생산적인 개혁의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모습도 떠올려본다. 사법행정의 관료화 고리를 두루 끊어낼 개혁은 법 논리의 용호상박으로 좀 많이 시끄러워도 좋겠다.

●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_재판을 통한 개혁에 도전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 창비
● 정의를 부탁해_권석천의 시각 / 동아시아
인생이라는 그래프
정방 용산화상경마장추방대책위 공동대표
글.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사진. 이선희 미디어홍보팀 팀장
강아지를 데리고 집 근처 초등학교에 갔다가 쫓겨났다.
“개 데리고 오면 안 돼요! 안내문 붙여놨잖아요!”
1년도 넘게 온 곳인데, 아이들도 모두 하교하고 운동장은 텅텅 비어 있는데, 왜 안 되지? 교문 앞에 콩알만 하게 적힌 ‘반려동물 금지’를 째려보며 민원이라도 넣을까 생각하다 마음을 접었다. 안 그래도 뼈마디가 여기저기 쑤셔대는데 마음까지 다치고 싶지 않아 강아지를 데리고 조용히 나왔다.
1500일 넘게 싸우고, 마침내 승리까지 거머쥔 이를 만나러 가는 오늘. 전투적인 외모와는 달리 심약하기 그지없는 나는, 물어볼 게 한 보따리다.
너무 잘 싸우는 바람에
“2013년 5월 1일부터 싸움을 시작했어요. 노숙농성은 2014년 1월 21일에 시작했고요. 그래서 두 개의 날짜를 세고 있죠.”
싸움을 시작했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곳의 이름은 그녀가 싸워야 했던 날들만큼이나 길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처음엔 그저 동네에 예쁜 건물이 지어졌네, 저기엔 뭐가 들어올까, 그랬어요. 그러다 구의원들이 학교에 와서 그곳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온다고 알려주었고, 놀란 수녀님들이 먼저 학교에 반대 현수막을 거셨죠. 그걸 보고 주민들이 곧바로 대책회의 꾸렸어요.”
그녀에게는 성심여중에 다니는 딸아이가 있었다. 학교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10명 정도가 모였고 그 자리에서 공동대표를 뽑아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다. 그녀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사건은 그러나 알고 보면 작은 오해로부터 시작되었다.
“공동대표라고 해서 저는 거기 모인 분들이 모두 공동으로 대표를 하자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별 고민 없이 대표를 맡았던 건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일말의 위안이 되었던 것은 당시 결성된 조직의 이름, ‘용산화상경마도박장입점저지주민대책위원회.’ 말 그대로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기구이니 9월에 예정대로 입점이 되면 다시 새로운 기구가 생길 테고 길어봤자 4~5개월, 그때까지만 맡으면 되겠구나…. 근데 이것 또한 그녀의 오판이었다.
“2014년 임시 개장을 하려 했지만 안 됐고, 그러다 2015년 5월에 개장을 했거든요. 저희가 너무 잘 막아서 2년 넘게 계속 입점이 저지가 되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저도 공동대표를 계속 하게 되었던 거예요.”
너무 잘 싸운 게 문제였다며 그녀가 웃는다. 그 웃음이 너무 따뜻해서 5년이란 긴 싸움을 이끌어 온 투쟁가와 그녀를 일치시키기 어려웠다.
“이 일이 있기 전엔 저도 평범한 일상을 살았죠. 아이 둘 낳고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때때로 학교에서 방과후교사를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동네에 들어선 예쁜 건물 하나가 그녀의 삶에 몰고 온 파장. 그 파장과 함께 요동쳤던, 평범했던 그녀의 일상들. 작은 오해와 잘못된 예측들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지난 5년간 그녀의 인생을 태풍의 한가운데로 몰고 갔다. x값을 넣으면 예상된 y값이 나오는, 인생은 확실히 그런 그래프는 아닌가 보다.
싸움의 기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18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도박장으로 만들려 했던 마사회 그리고 이를 허가해주고 용도변경까지 해줬던 구청. 주민들이 싸워야 했던 상대는 그러니까, 이름도 거룩한 ‘국가’다. 이 길고도 위험한 싸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물으니 이번 답변도 예상을 비껴간다.
“주민들과의 다툼이 가장 힘들었어요. 찬성하는 주민들이 있다 길래 처음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랬는데 알고 보니 마사회가 지역주민이나 상인들, 동네 건달들한테 돈이나 매점 운영 이권 등을 줘서 자기네 편으로 만들었던 거더라고요.”
입점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활동도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일인시위를 하러 가면 깡패 같은 남자가 와서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며 욕을 해댔다. 2015년 임시개장 때는 몸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욕설하면 바로 경찰 부르고 사진 찍은 거 지우게 하고 그랬어요. 일인시위 할 때는 사람도 겨우 두세 명뿐이라 사실 저도 속으론 너무 무서웠죠. 근데 막 깡이 생긴다 해야 하나, 무서워도 그 사람들에게 무서운 걸 내보이면 안 되잖아요.”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녀의 눈빛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녀를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대책위에 정의당 당원 분들이 꽤 있어요. 이게 저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었죠. 대책위가 정치적이라든가, 특정 정당의 영향 아래 있다든가 이런 식으로. 그때 깨달았죠. 이 일에 정치인들이 앞에 서면 안 되겠구나, 내가 앞에 서서 대책위의 보호막이 되어야겠구나.”
싸움이 해를 넘겨 이어지던 2014년, 갑자기 싸움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한 성향의 주민들이 농성장에 찾아왔다. 근데 그 주민이라는 사람들이 좀 이상했다.
“대책위 안에 특정정당 세력이 있다, 종북세력으로 오해를 받는다, 참여연대랑 함께하면 오해받으니 빼야 한다, 이러면서 자꾸 분란을 일으켰어요. 물증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 그 사람들도 마사회에서 보냈다고 생각해요.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마사회란 상대는 우리가 끝까지 붙어서 싸우면 되지만, 도박장을 반대하는 주민인 것처럼 들어와서는 조직을 와해시키고 내부 구성원들끼리 서로 손가락질하게 만드는 이런 사람들, 이런 방식은 정말 대처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서울시장, 서울교육감, 서울시의원 전원, 용산구의원 전원이 반대했다. 국민권익위원회조차 주민들의 의견대로 이전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개장을 강행했다. ‘입점 저지’에서 ‘추방’으로 목표를 바꾸고 싸움을 이어갔으나,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그러다 사태를 역전시킬 엄청난 일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터졌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서 이 모든 것의 내막을 알게 되었어요. 대통령의 모교임에도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거, 마사회와 삼성의 커넥션 등등. 농담으로 우리끼리 이런 말도 했죠. 청와대가 아니라 최순실을 찾아갔어야 하는 거였다고.”
지난해 촛불 혁명은 대책위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이익이 걸린 이 일이 정권이 바뀐다고 해결될까 하는 의구심도 한편엔 있었다. 근데 이번엔 제대로 된 y값이 나왔다. 이 얼마 만에 보는 사필귀정인가.
“청와대에 가서 마사회랑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랑 폐쇄협약에 관한 문구들을 논의하고 확인하고 왔는데도 처음엔 실감이 안 났어요.”
8월 27일에 열린 ‘용산화상경마장폐쇄협약식’을 기준으로, 반대운동을 시작한 지 1579일 만에,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1314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중학교 2학년이던 딸아이가 고3이 되기까지 이어져온 싸움. 매일이 투쟁이었고 일상이 농성이었으며 대책위의 일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시간들….
“개인적인 꿈이요? 엄마가 너무 애들을 방치해서 공부도 못한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나중에 애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찾아서 잘 살았으면 좋겠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그냥 소박한 거죠. 이 문제 해결되고 남편하고 밥을 먹는데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지금껏 다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챙겼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사람은 당신인 것 같다고….”
지난 8월 27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농성장 앞. 이양호 마사회장,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수녀, 정현찬 농정개혁위원장(왼쪽부터)이 폐쇄협약문에 서명을 했다.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했던 일이다. 그 일을 맡아 5년을 싸우며 억울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전문 시위꾼이라는 오해부터 정치하려고 저런다는 비아냥까지.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그녀를 붙들어 준 건 남편이었다. ‘힘들겠지만, 지금 당신이 이렇게 인터뷰하고 여기저기 알려지는 게 다 대책위를 위해서라고, 어떻게 해서든 언론에 한 꼭지라도 더 대책위 이야기가 나오게 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녀가 각별히 감사의 인사를 챙기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있다.
“처음 대책위를 만들고 기자회견이라는 걸 하는데 기자가 한 명도 안 왔어요, 하하하. 근데 참여연대와 함께 일하고 나서부터 방송 3사의 카메라가 다 오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연대라는 게 이런 거구나,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이젠 안진걸 처장님이 기자회견을 한다 하면 시간이 되는 한 챙겨서 가고요, 참여연대 총회나 창립기념회도 꼬박꼬박 가고, 총선넷 활동도 함께 하고….”
5년이나 매달렸던 일이 일상에서 빠져나가고 나면 혹 병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의 한 마디를 건넸다.
“화상경마장 문제가 해결되면 선거법 개정 운동을 하겠다고 진작부터 맘먹고 있었어요. 선거법이 너무 웃긴 게 아까 구청장이 용도변경 해줬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런 사실을 전단지에 적어 나눠줘도 선거법에 걸리더라고요.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해줘도 걸리면 도대체 유권자들이 뭘 가지고 투표합니까? 이 말도 안 되는 선거법부터 바꿔야 해요.”
오늘도 내가 본 세상은 신의 은총보다는 한 인간의 의지로 더 밝게 빛나고 있다.
인생 그래프
최순실 사태처럼 대형 사건이 아니더라도 삶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어 때때로 우리가 그려내는 인생 그래프는 아인슈타인이 살아 돌아온대도 도저히 풀 수 없는 방정식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삶은 그가 가진 신념과 의지의 영향 아래 있기에 그래프의 선은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리라. 동네에 건물이 하나 들어서고 오해로 주민들의 대표가 되고 예상했던 시간들을 한참 넘어서는 긴 싸움을 하고, 끝까지 의심했던 승리가 어느 날 기적처럼 날아들고…. 그녀가 들려준 긴 이야기 속에서 나는 이 모든 변수와 우연들을 관통하며 흐르는 한 인간의 정신을 읽는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던 날 농성장에 있는 ‘날적’이라는 기록부에 ‘오늘 참 슬프다’라고 썼어요. 길거리에 나와 있으면 거리에 나와 싸우는 이들의 심정이 다 이해가 가요.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게, 대책위에서 열리는 미사에 다른 곳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자기 일도 아닌데 여기까지 찾아와 주시는 분들을 보며 존경스럽기도 하고…. 사실 전 용산에 살면서도 용산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만 갖고 있었지 그분들과 함께 해 드리지 못했어요. 정작 나의 일이 되고 나서야 이렇게 거리에 나온 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요.”
그녀의 싸움을 방관하지 않고 함께 해준 이들이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그녀와 함께 기도했고 함께 싸워주었다. 국회의원 한 명 있으면 주민들이 다치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 왔다는, 젊은 비례대표 의원의 이야기에 왈칵 눈물을 쏟은 날도 있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뜨거운 고백과 부끄러움. 그 디딤돌을 딛고 다시 그녀가 앞으로 나간다.
“머릿수 하나 채우는 것, 앞으로도 그곳이 어디든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죠.”
그녀는 아직도 세상에 갚아야 할 빚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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