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생각] 두테르테의 실토? "초법적 살인 말고는 죄 없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신남방정책 추진하라
민주주의와 인권 무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입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청와대는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한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아세안 국가의 정상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살인 행위와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본격 추진하려고 하는 신남방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의 공동체 건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수립되고 이행되기를 희망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고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하여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년 3월 기준)을 처형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자경단 활동까지 포함하면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 살인으로 정부 집계의 3배가 넘는 13,000여 명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어린이 74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조사에 착수할 정도로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살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시한 채 최근 경찰의 마약범 단속 재개를 승인했다. 또한 ICC 탈퇴를 선언하고 “ICC가 더 이상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해 조사하거나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권을 비판하는 인권옹호자들을 ‘죽여버리겠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며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한편, 최근에는 인권단체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마약왕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KARAPATAN)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아로요 정권(2001~2010)에서 474명, 아키노 정권(2010-2016)에서 139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에 이어, 2016년 7월 집권한 두테르테 정권에서는 벌써 33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론트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의 연례 보고서 역시 지난해 인권활동가 사망 사건의 80%가 필리핀, 브라질, 캄보디아, 멕시코 등 4개국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땅과 자원을 지키려고 하는 농민과 선주민, 그리고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선주민문제실무그룹(IWGIA, International Work Group for Indigenous Affairs)은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매달 2명꼴로 선주민과 활동가들이 초법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4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 정부가 정기적으로, 점점 더 많은 수의 선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학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민 단체인 Pesticide Action Network(PAN)는 지난해 선주민이 가장 많이 희생된 국가로 필리핀을 꼽았다. 한편 필리핀 법무부는 유엔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을 ‘테러리스트’ 목록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는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내외 시민사회, 유엔 인권기구에 대해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급격히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초법적인 처형을 즉시 중단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은 이러한 살인을 선동하거나 장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불법 살해로 의심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정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조사와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과 탄압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압에 대해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하는 필리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해 아세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가 이러한 심각한 인권 후퇴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ODA 사업이 결과적으로 협력 대상국 시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경찰청-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나 ▷선주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필리핀 국내법 위반 등 절차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 등 ODA 사업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국 내 이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돌아보고, ‘사람’을 우선에 둔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평화’ 기조 역시 군사 원조나 한국 무기 수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을 단순한 투자 지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생하여 번영할 수 있도록 아세안 지역 내 한국 기업에 의한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신남방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 국제민주연대,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총 21개 시민사회단체)
‘헬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 조선’
왜 ‘헬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 조선’일까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부(富)’뿐만 아니라 신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자조가 반영된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자수성가로 부자 되기, 필리핀 보다 어렵다
우리나라의 10대 부자 가운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는 3명에 불과합니다. 각각 7, 8, 9 위에 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김정주 넥슨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이 그들입니다. 나머지 7명은 지겹도록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이건희, 서경배(아모레 퍼시픽 회장), 이재용, 정몽구, 정의선, 최태현, 이재현이 그들인데요, 7명 가운데 6명이 범 삼성 가문과 현대 가문, SK 가문 출신입니다.
글쎄, 10명 가운데 3명이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시겠죠? 그래서 뉴스타파는 해마다 전세계 부자들의 명단과 순위를 발표하는 포브스 자료를 토대로 13개 나라의 30대 부자들 가운데 자수성가형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봤습니다.

중국이야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 치고, 자본주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일본이나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자수성가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부의 세습과 양극화가 큰 사회문제가 돼서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나라인데도요.
충격적인 것은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고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보다도 우리나라의 자수성가 비율이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이 나라들보다도 자수성가로 부자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봐도, 10억 달러 즉 1조 원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 1,926명 가운데 자수 성가형은 1,191명, 65%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왜 헬 조선과 ‘금수저’, ‘흙수저’가 유행어가 됐는지 이해할 만 하죠?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막힌 사회
계층 상승의 가능성은 거의 막힌 반면 하락은 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나름대로 먹고 살만했던 ‘중간 계급’ (신광영 교수는 논문에서 학력과 직업,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 ‘중간 계급’이라고 정의했다)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2000년에 중간 계급이었던 사람들 가운데 처지가 그대로 이거나 나아진 사람은 56%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4%는 처지가 더 나빠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포자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81%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했습니다.
박근혜 내각 자녀들의 직업…신분 세습의 단면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 즉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의 자녀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 집단인만큼, 그 자녀들의 직업을 보면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만드는 신분 세습의 단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자녀는 77명으로 파악됐습니다.이 가운데 미성년자와 학생이 32명이었고 나머지 45명 가운데 31명의 직업이 확인됐습니다. (공개 거부 7명, 미확인 7명)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카드를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무위원 | 직위 | 자녀 | 이름 | 관계 | 생년 | 나이 | 현직장 | 분류 | 입사일 | 최종학력 | 특이사항 | 유학여부 | 지역 |
|---|---|---|---|---|---|---|---|---|---|---|---|---|---|
| 강병규 | 전 행자부 장관 | 2남 | 강태훈 | 아들 | 850321 | 31 | 미확인 | 미확인 | 용강중 용산고 | 2010.5.23 전역 | 서울용산구 | ||
| 강병규 | 전 행자부 장관 | 2남 | 강동훈 | 아들 | 940517 | 22 | 학생 | 학생 | |||||
| 강호인 | 국토부장관 | 1남 | 강기현 | 아들 | 881003-1020016 | 28 | 네이버 계열사 | 대기업 계열사 | ? | 2011.8.26 전역 | 경기도과천 | ||
| 김관진 | 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 | 3녀 | 딸 | 25 이상 추정 | 미확인 | 미확인 | 서울중랑구 | ||||||
| 김관진 | 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 | 3녀 | 딸 | 25 이상 추정 | 미국 유학 (음악 전공) | 유학 | 유학 | ||||||
| 김관진 | 전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안보실장 | 3녀 | 딸 | 25 이상 추정 | 미국 유학(공학 전공) | 유학 | 유학 | ||||||
| 김영석 | 해수부 장관 | 1녀1남 | 김지슬 | 딸 | 880924-2476219 | 28 | 미국 플로리다 연방법원 | 법조 | 하버드대 로스쿨 | 유학 | 경기도고양시 | ||
| 김영석 | 해수부 장관 | 1녀1남 | 김지광 | 아들 | 920209-1001712 | 24 | 학생 | 학생 | ? | 2015 제대 | |||
| 김종덕 | 문체부 장관 | 1녀1남 | 김정우 | 아들 | 891018 | 27 | 학생 | 학생 | 홍익대학교 | 2012.12.20 전역 | 서울마포구 | ||
| 김종덕 | 문체부 장관 | 1녀1남 | 딸 | 28 | 미국 유학 | 유학 | 유학 | ||||||
| 김현웅 | 법무부 장관 | 2녀1남 | 김건희 | 아들 | 901221 | 26 | 장애인 재활센터 | 중소기업 | 서울서초구 | ||||
| 김현웅 | 법무부 장관 | 2녀1남 | 딸 | 공개거부 | 공개거부 | ||||||||
| 김현웅 | 법무부 장관 | 2녀1남 | 딸 | 공개거부 | 공개거부 | ||||||||
| 김희정 | 여가부 장관 | 1녀1남 | 권범준 | 아들 | 120525-3047411 | 4 | 미성년 | 미성년 | 부산연산동 | ||||
| 김희정 | 여가부 장관 | 1녀1남 | 딸 | 미성년 | 미성년 | ||||||||
| 류길재 | 전 통일부 장관 | 2녀 | 류예솔 | 딸 | 021018-4080818 | 14 | 미성년 | 미성년 | 경기도 성남시 | ||||
| 류길재 | 전 통일부 장관 | 2녀 | 류진솔 | 딸 | 900115-2076313 | 26 | 중소기업 | 중소기업 | |||||
| 문형표 | 전 보건복지부장관 | 1남 | 아들 | 10 | 미성년 | 미성년 | 서울서초구 | ||||||
| 박인용 | 안전처 장관 | 1녀 | 박솔 | 딸 | 25 이상 추정 | 쇼핑몰 운영 | 자영업 | 경희대 경영대학원(2010졸) | 유학 | ||||
| 방하남 | 전 노동부장관 | 3녀 | 방아영 | 딸 | 830508-2056511 | 33 | 미국 박사과정 | 유학 | 유학 | 서울 서초구 | |||
| 방하남 | 전 노동부장관 | 3녀 | 방민영 | 딸 | 850313-2163114 | 31 | (주) 000 에듀케이션 | 중견기업 | 유학 | ||||
| 방하남 | 전 노동부장관 | 3녀 | 방유진 | 딸 | 910301-2072724 | 25 | 미국 유학 | 유학 | 유학 | ||||
| 서남수 | 전 교육부 장관 | 2녀 | 서경윤 | 딸 | 830714-2076316 | 33 | 미확인 | 미확인 | 경기도과천시 | ||||
| 서남수 | 전 교육부장관 | 2녀 | 서경진 | 딸 | 850916-2231014 | 31 | 미확인 | 미확인 | |||||
| 서승환 | 전 국토부장관 | 1남1녀 | 서민지 | 딸 | 850421-2020014 | 31 | 삼성전자 사내변호사 | 법조 | 서울대 (대원외고) | 부인이 사교육 대가 http://news.donga.com/rel/3/all/20130219/53129205/1 |
경기도성남시 | ||
| 서승환 | 전 국토부장관 | 1남1녀 | 서배선 | 아들 | 890805-1075710 | 27 | 00 병원 레지던트 | 의사 | 아주대의대(분당태원고) | ||||
| 유기준 | 전 해수부 장관 | 1남2녀 | 유승현 | 딸 | 940809-2117118 | 22 | 학생 | 학생 | 23세 이하 | 서울강남구 | |||
| 유기준 | 전 해수부 장관 | 1남2녀 | 유현식 | 아들 | 961204-1117115 | 20 | 학생 | 학생 | 25세 이하 | ||||
| 유기준 | 전 해수부 장관 | 1남2녀 | 유승연 | 딸 | 900118-2117118 | 26 | 학생 | 학생 | |||||
| 유일호 | 전 국토부장관 | 1남 | 유신혁 | 아들 | 820205-1066918 | 34 |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 외국계 금융회사 | 고려대학교 | 2005.6.7 전역 | 서울송파구 | ||
| 유정복 | 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 | 3녀1남 | 유소령 | 딸 | 870509-2030611 | 29 | 미국 유학 | 유학 | 유학 | 경기도김포시 | |||
| 유정복 | 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 | 3녀1남 | 유하령 | 딸 | 940902-2253519 | 22 | 미국 유학 | 학생 | |||||
| 유정복 | 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 | 3녀1남 | 유재연 | 딸 | 020215-4253529 | 14 | 미성년 | 미성년 | |||||
| 유정복 | 전 행자부 장관/현 인천시장 | 3녀1남 | 유재호 | 아들 | 020215-3253526 | 14 | 미성년 | 미성년 | |||||
| 유진룡 | 전 문체부 장관 | 1녀1남 | 유형은 | 딸 | 851023-2079119 | 31 | (주) 유00 | 중소기업 | 서울광진구 | ||||
| 유진룡 | 전 문체부장관 | 1녀1남 | 유현진 | 아들 | 920902-1082814 | 24 | 학생 | 학생 | |||||
| 윤병세 | 외교부장관 | 1녀 | 윤서영 | 딸 | 880621-2050011 | 28 | 00 타임스 기자 | 언론 | 이화여대 | 유학 | 서울성동구 | ||
| 윤상직 | 산자부장관 | 1녀1남 | 윤수아 | 딸 | 940627-2065022 | 22 | 학생 | 학생 | 서울서초구 | ||||
| 윤상직 | 산자부장관 | 1녀1남 | 윤형석 | 아들 | 901125-1179315 | 26 | 학생 | 학생 | 2013.2.18 전역 | ||||
| 윤성규 | 환경부장관 | 2남 | 윤종욱 | 아들 | 860314-1030915 | 30 | 학생(석사과정) | 학생 | 서울강남구 | ||||
| 윤성규 | 환경부장관 | 2남 | 윤종환 | 아들 | 891026-1030919 | 27 | 미학인 | 미확인 | |||||
| 이기권 | 노동부장관 | 2녀1남 | 이쥬리 | 딸 | 830501-2020315 | 33 | 중학교 교사 | 교사 | 서울동작구 | ||||
| 이기권 | 노동부장관 | 2녀1남 | 이고운 | 딸 | 870225-2853611 | 29 | (주) 유00 | 중소기업 | |||||
| 이기권 | 노동부장관 | 2녀1남 | 이창민 | 아들 | 990621-1068310 | 17 | 학생 | 학생 | |||||
| 이동필 | 농림부장관 | 2남 | 이원희 | 아들 | 850930-1030616 | 31 | 미확인 | 미확인 | 2008.4.5 전역 | 서울서초구 | |||
| 이동필 | 농림부장관 | 2남 | 이준희 | 아들 | 921021-1076530 | 24 | 학생 | 학생 | |||||
| 이완구 | 전 국무총리 | 2남 | 이병현 | 아들 | 790802-1074526 | 37 | 미 위스콘신대 졸업 뒤 현지취업 | 유학 뒤 현지취업 | 위스콘신 대학교 | 유학 | 서울강남구 | ||
| 이완구 | 전 국무총리 | 2남 | 이병인 | 아들 | 810110-1074510 | 35 | 김앤장 변호사 | 법조 | 미시건 대학교 | 유학 | |||
| 이주영 | 전 해수부장관 | 2녀1남 | 딸 | 25 이상 추정 | 네이버 사내 변호사 | 법조 | 경북대 로스쿨 | 경남창원시 | |||||
| 이주영 | 전 해수부장관 | 2녀1남 | 이재희 | 아들 | 840929 | 32 | 군법무관 | 법조 | 연세대 로스쿨 (대원외고) | ||||
| 이주영 | 전 해수부장관 | 2녀1남 | 딸 | 미확인 | 미확인 | ||||||||
| 정종섭 | 행자부 장관 | 2녀1남 | 정재은 | 딸 | 25이상 추정 | 디엘에이 파이퍼 UK | 법조 | 유학 | 서울서초구 | ||||
| 정종섭 | 행자부 장관 | 2녀1남 | 정재원 | 아들 | 901006 | 26 | 학생 | 학생 | 유학 | ||||
| 정종섭 | 행자부 장관 | 2녀1남 | 정승은 | 딸 | 학생 | 학생 | 유학 | ||||||
| 정진엽 | 보건복지부장관 | 2녀 | 정지윤 | 딸 | 831023 | 33 | 공개 거부 | 공개거부 | 서울성남시 | ||||
| 정진엽 | 보건복지부장관 | 2녀 | 정지수 | 딸 | 880808 | 28 | 공개 거부 | 공개거부 | |||||
| 정홍원 | 전 국무총리 | 1남 | 정우준 | 아들 | 780125-1118015 | 38 | 서울중앙지검 검사 | 법조 | 2006 사법시험합격 | 서울대 전기공학부 | 서울서초구 | ||
| 조윤선 | 전 여가부 장관 | 2녀 | 박진성 | 딸 | 940205-2075818 | 22 | 학생 | 학생 | 서울서초구 | ||||
| 조윤선 | 전 여가부 장관 | 2녀 | 박정연 | 딸 | 970805-2075919 | 19 | 학생 | 학생 | |||||
| 진영 | 전 보건복지부 장관 | 1녀1남 | 진명헌 | 아들 | 880703-1053017 | 28 | 미확인(서울대) | 미확인 | 용산고/서울대 전기공학과 | 2010.1.24 전역 | 서울용산구 | ||
| 진영 | 전 보건복지부 장관 | 1녀1남 | 진서영 | 딸 | 891110-2053011 | 27 | 미확인(서울대) | 미확인 | 대원외고/서울대 심리학과 | ||||
| 최경환 | 기재부 장관 | 1녀1남 | 최규형 | 아들 | 840406-1076018 | 32 | 2011 (주) D00 2013 삼성전자 |
대기업 | 2013 입사 | 이중국적 | 유학 | 서울서초구 | |
| 최경환 | 기재부 장관 | 1녀1남 | 최윤지 | 딸 | 890908-2076011 | 27 | 2012 (주)인00 2013 (주)휴000 2014 골드만삭스 |
외국계 금융회사 | 2013-2014 입사 | 이중국적 | 유학 | ||
| 최문기 | 전 미창부 장관 | 2남 | 최정환 | 아들 | 780502 | 38 | 미국 뉴욕대 졸업 뒤 현지 취업 | 유학 뒤 현지취업 | 2001.10.22 전역 2003 미국 유학 2012 현지취업 |
유학 | 대전유성구 | ||
| 최문기 | 전 미창부 장관 | 2남 | 최영환 | 아들 | 801025 | 36 | 00 케미칼 | 중소기업 | 2002.5.19 전역 | ||||
| 최양희 | 미창부 장관 | 1녀1남 | 최지수 | 딸 | 830904-2 | 33 | 공개거부 | 공개거부 | 2013 결혼 | 서울서초구 | |||
| 최양희 | 미창부 장관 | 1녀1남 | 최지호 | 아들 | 860319-1409410 | 30 |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원 | 유학 뒤 현지취업 | 2012.7.2 전역 병역특례 : LG전자 기술연구원 |
유학(2.5억 송금) | |||
| 한민구 | 국방부 장관 | 1녀1남 | 한경훈 | 아들 | 821024-1067019 | 34 | (주)에00 | 중소기업 | 서울동작구 | ||||
| 한민구 | 국방부 장관 | 1녀1남 | 한지희 | 딸 | 831124-2067014 | 33 | 2009 (주) 제00000000 2011 00여대 교직원 |
대학 교직원 | |||||
| 현오석 | 전 기재부 장관 | 1녀1남 | 현낙희 | 딸 | 800119-2055530 | 36 | 인천지법 판사 | 법조(판사) | 2002 사법시험 합격 | 연세대 법학과(대원외고) | 이중국적 | 유학 | 경기도성남시 |
| 현오석 | 전 기재부 장관 | 1녀1남 | 현낙승 | 아들 | 840215-1055521 | 32 | 미국 조지아텍 박사과정 | 유학 | 조지아텍 | 이중국적 | 유학 | ||
| 홍용표 | 통일부 장관 | 1남 | 홍성재 | 아들 | 980903-1018321 | 18 | 미성년 | 미성년 | 경기도성남시 | ||||
| 황교안 | 국무총리 | 1녀1남 | 황성진 | 아들 | 841106-1351011 | 32 | 2009 00케미칼 2012 KT |
대기업 | 2012.1 | 연세대 법학과 | 서울서초구 | ||
| 황교안 | 국무총리 | 1녀1남 | 황성희 | 딸 | 860411-2466331 | 30 | 우리은행 | 금융권 | 2010.2 | ||||
| 황우여 | 교육부 장관 | 2녀1남 | 황사라 | 딸 | 79? | 37 | 큐레이터 | 문화계 | 2011.7.16 결혼 | 인천연수구 | |||
| 황우여 | 교육부 장관 | 2녀1남 | 황모세 | 아들 | 800726 | 36 | 재미 목사 | 종교 | 2011.5.21 전역 | 유학 | |||
| 황우여 | 교육부 장관 | 2녀1남 | 황성결 | 딸 | 85? | 31 | 대학원생 | 학생 | |||||
| 윤진숙 | 전 해수부 장관 | 미혼 |
최다수를 차지한 직업군은 법조인이었습니다. 31명 가운데 8명으로 25%가 넘습니다. 이밖에 대기업 혹은 대기업 계열사가 4명, 외국계 금융회사가 2명, 유학 뒤에 현지 취업한 경우가 3명이었습니다. 그밖에 기자와 교사, 대학교 교직원 등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장을 가진 자녀가 31명 가운데 24명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나머지는 중소기업 6명이었고,인터넷 쇼핑몰 1명이었습니다.
장관들의 자식 농사 성공 비결
박근혜 정부의 총리와 장관들이 이렇게 자식 농사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비결은 유학으로 추정됩니다. 대학생 이상이거나 직업이 파악된 58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2명이 유학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반 서민의 자녀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입니다.
두 번째 비결은 사교육입니다.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 가운데 22명, 즉 60%가 서울 강남 3구와 경기도 분당 또는 특목고에서 자녀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실제로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은 지난 2004년 발간된 한 사교육 관련 지침서에 자녀의 합격 수기를 기고했는데, 10년이 지난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꾸준히 철학 교실에 다녔고, 서울대 심층 면접을 앞두고 특별 과외를 받았다.
엄마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 그날부터 수시로 학원 설명회에 쫓아다녀서 정확한 정보 입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 전략 중
마지막 비결로 볼 수 있는 것은 잘 나가는 부모의 영향력입니다. 실제로 총리나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 때마다 심심치 않게 자녀의 취업 특혜 의혹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최경환 기재부 장관입니다. 최 장관의 딸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2년 사이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 입사해 26살 나이에 890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됐습니다. 최 장관의 아들 역시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합니다. 이 중소기업의 사장은 최 장관의 고교 후배였습니다. 그리고 최 장관의 아들은 2년 뒤 삼성전자로 이직합니다. 최 장관의 자녀들이 이직한 시점은 모두 최 장관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을 때입니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딸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학교 추천 형식으로 네이버에 입사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신분 세습 →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의 악순환
박근혜 내각의 자녀들이 이렇게 ‘잘 나가는’ 것, 이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신분 세습의 단면을 보여준다거나 최상류층의 반칙을 시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더 중요한 함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특정 계층이 독식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 그리고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이 과거에는, 고도 성장기에는 대부분 농촌이나 어려운 계층에서 많이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평등 지향적인 의식이 있었어요. 그것이 한국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런 분야에 굉장히 유복한 계층의 자녀들만 진출을 하게 되다 보니까 아예 공공 정책에서 그런 배려가 점점 없어지는 거에요. 악순환이죠. 그러다 보니까 정책이 더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그런 정책이 되고 계층 간의 격차는 더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더 힘들어지고..빨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앞날은 정말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 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교수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5 아시아생각] ① 아웅산 수치, 미얀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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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민주주의 없는 '아세안 공동체' 출범?
대기업과 정치 엘리트의 도구
김형종 연세대학교 교수
지난 11월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 정상 회의에서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연이어 열린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도 환영과 지지를 표명했다.
아세안은 2003년 발리에서 공동체 건설에 합의한 이후 정치 안보 공동체, 경제 공동체, 사회 문화 공동체를 축으로 추진해왔다. 역사 문제, 패권 경쟁, 한반도 문제 등에 얽매인 동북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동아시아 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사건이다. 그러나 아세안 공동체 출범이 완성이 아닌 '과정'임을 고려하더라고 민중 중심의 평화, 번영, 진보를 향한 아세안 공동체 여정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와 시민 사회의 참여 배제, 경제 통합 중심의 접근, 역외 국가의 전략적 접근 등이 대표적 문제점들이다.
정치 안보 공동체는 회원국 간 전쟁의 부재 상태를 넘어 상호 신뢰뿐만 아니라 법치, 민주주의, 인권 향상 등 정치 발전을 목표로 한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아세안정부간인권위원회(AICHR)의 설치와 2012년 아세안인권선언 등 그간 성과를 계승하는 한편 그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 지난 11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정상회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왼쪽에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나집 총리가 서있다. ⓒAP=연합뉴스
테러방지법 악용 보여주는 말레이시아
그러나 이번에 채택된 '아세안 비전 2025'에서는 인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제도화 방안이 생략된 채 인권을 '촉진'한다는 기존 원칙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한계는 논의를 주도할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정치적 한계에서 기인했다. 말레이시아 나집 총리는 각종 부패 스캔들과 민주주의 탄압으로 이미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2013년 총선에서 득표율 하락 속에 집권을 연장한 나집 총리는 비판 세력에 대해 내란선동방지법 등을 동원하여 만화 비평가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반정부 인사에 대한 고발 및 수사를 진행했다. 일례로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 인권 변호사 에릭 폴슨이 트위터에 올린 정부 비판 글 때문에 내란선동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내란선동방지법은 영국 식민 지배 시기에 도입되어 정치적 악용 소지가 높은 대표적 악법으로 나집 총리 스스로 2012년 이의 철폐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나집 총리는 정상 회의 직전 파리 테러 사건과 관련, 아세안 및 관련 정상 회의에서 테러 확산에 대한 우려와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무슬림으로 이번 파리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말레시아는 역외 국가들의 테러 방지 협력과 관련해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최근 말레이시아의 사례는 테러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도입된 테러방지법은 주요 테러 용의자에 대해 재판 없이 2년 동안 구금을 허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권 변호사 앤드류 쿠는 현 정권이 정부 비판 활동을 테러리즘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테러 방지 협력의 모색은 정치적 탄압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차기 의장국인 라오스도 아세안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012년 말 라오스 시민 활동가 솜바트 씨가 석연찮은 정치적 정황에서 실종되었다. 이에 대해 대응 부재는 아세안의 한계를 노출했으며 라오스 내 취약한 시민 사회 기반을 고려할 때 인권과 민주주의 논의가 제약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정 불간섭 원칙 뒤에 숨은 아세안의 한계
아세안 공동체 건설 과정에서 역내 시민 사회의 역할과 참여는 배제되었다. 정상 회의 직전 개최된 아세안시민사회컨퍼런스와 아세안민중포럼(ACSC/APF)은 인권의 보편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제적 인권 원칙과 규범 수용과 더불어 주요 인권 규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의 지역적 현안에 대한 아세안의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다. 지난 수개월간 지속된 인도네시아에서 비롯된 연무 현상, 로힝야 난민 문제를 비롯한 다수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이유로 아세안 차원의 대응은 없었다. 아세안의 무조건적 내정 불간섭 원칙의 고수는 오랜 비판의 대상이었다. 인권의 보편성과 환경의 초국경적 특성은 아세안 공동체의 출범을 계기로 아세안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과제를 외면한 채 아세안 공동체의 이행 과정과 대외 홍보는 경제 통합과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정치 엘리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으며 이에 시민 사회는 개발 정의를 요구한다. 재분배, 빈곤 문제와 더불어 경제 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사회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 아세안의 '사회적' 또는 '사회 경제'적인 사안들을 '시장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 의료의 강화는 의료 시장의 개방 수단으로 둔갑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기대하기에는 아세안 공동체의 과정이 여전히 '국가 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정치 안보 공동체, 경제 공동체, 사회 공동체는 어느 한 축만으로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엘리트와 시장의 힘이 주도하는 사이 이미 그 긴밀한 연결성이 훼손되고 있다.
역외 국가들의 전략적 접근은 이들 국가의 아세안 공동체에 대한 지지 표명을 외교적 수사에 머물게 한다. 중국과 미국의 정치,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며 아세안은 중립 원칙을 고수하며 회원국 간 단결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은 증가해왔다. 이번 정상 회의에 참가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은 남중국해 문제 등에 여전히 갈등을 연출했지만 이들 모두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재확인하는 등 아세안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지지하는 한편 테러와 북핵에 대한 공동 협력을 주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테러 방지를 위한 협력의 강화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외교적 중립 원칙을 고수하는 아세안 주도의 다자주의 외교에서 한국은 2008년 아세안안보포럼(ARF)을 비롯해 꾸준히 북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중-미 간 갈등 속 아세안의 중립적 행보가 보여주듯이 근본적으로 남북한 문제인 사안에 대해 공식적이고 실질적으로 한국을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지지 입장은 아세안이 추진하는 아세안 공동체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세안 공동체 건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확립은 아세안 공동체의 필요충분조건
아세안은 2007년 아세안 헌장을 채택하여 제도적 정비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개발하고 공유하고자 했다. "우리 아세안 민중"으로 시작되는 아세안 헌장의 서문은 아세안 공동체가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그러나 당시 제시되었던 비전이 현실과 타협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이 시점에서의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끊임없이 전개될 과정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보다 많은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립이 아세안 공동체의 필요충분조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역외 국가들은 자국 또는 집권 세력의 이익을 위한 편협한 전략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동아시아 공동체 모색을 위한 중요한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프레시안 공동기획 아시아생각 칼럼 시리즈
<편집자 주>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바로가기 http://www.pressian.com
1)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01/27) /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
* 지난 아시아생각 칼럼 보러가기
[언론기획] 아시아 생각 칼럼연재 (2013~2015) >> 바로가기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링치우 대만인권연대 사무국장
2016년 1월 16일, 대만에서 최초의 여성 총통(차이잉원)이 선출되었다. 대만 야당인 민진당(DPP)이 의회 과반수를 차지한 것도 처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새 정부에 대해 대만 시민사회가 갖는 기대와 우려는 무엇일까?
'해바라기' 운동과 시민사회의 분노
지난 2014년 3월 17일, 대만 입법원 내정위원회에서 국민당 장칭중(張慶忠) 입법의원이 '양안서비스무역협정(Cross-Strait Service Trade Agreement)'를 30초 만에 국회에서 통과시키자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 불투명한 절차에 대해 분노하였다. 그리고 이는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약 24일간 국회 입법원을 점거한 '해바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대의 정치'가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사람들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안서비스무역협정 문제만이 아니라 핵발전소 설립, 핵폐기물 이슈, 노동자 해고, 강제철거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대만의 대부분의 입법안들은 인권적 관점은 배제한 채, 주요 양당의 이익을 바탕으로 논의되고 있다. 거대 정당이나 전통적인 지역 파벌에 의해 인적, 물적 네트워크들이 장악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최악은 아닌 후보자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 조항으로 인해 18-20세 사이 청년들은 투표권한이 없다.
'해바라기' 운동 이후,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은 시대역량(New Power Party),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 자유대만당(Liberal Taiwan Party), 녹색당(Green Party)등 새로운 정당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선거 제도 자체가 소수정당에 매우 불리하다. 각 정당은 3.5% 이상 득표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거대 정당만이 정부로부터 수백만 대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네트워크와 자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소수정당은 자원 부족으로 선거에 많은 돈을 쓰면서도 충분한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보조금 등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2016년 선거
국민당(KMT)의 8년 집권 기간 동안 대만 국민들은 많은 분노와 실망감을 느꼈다. '해바라기' 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민진당이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진당 스스로도 그들이 차기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대만 국민들의 요구가 충분히 표출되지는 않았다. 과거에 언론은 대선 후보 토론회 개최시 각각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을 초청해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주최측이 시민사회단체를 전혀 초청하지 않았으며 인터넷을 통한 질문만을 받았다. 대부분의 질문들은 논리적이지 않거나 인권적 시각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차이잉원과 쯔위(오른쪽). ⓒ연합뉴스
쯔위 효과
선거 하루 전날, 한국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16살 대만 소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소녀가 속한 걸그룹은 한 한국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각자 출신국의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이 사진을 본 중국 본토의 다른 가수가 이를 비난하며 중국 사람들에게 대만 국기를 들고 있는 쯔위를 보이콧하라고 부추겼다. 보이콧이 계속되자 해당 연예기획사는 쯔위에게 공개 사과를 시켰고 이 사건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양안서비스무역협정 반대 운동 동안 반중 정서와 대만 민족주의 그리고 포퓰리즘이 유행했었다. 쯔위 사태는 이러한 반중 정서를 극대화시켰으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6년 이후, 민진당이 가진 전권
2012년 민진당은 소수 정당에 불과했다. 민진당은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이 의회 내 민진당 활동을 보이콧해 정당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비난해왔다. 2016년 선거에서 민진당은 총통 배출은 물론 의회 과반수를 넘는 113석을 차지했다. 새로 등장한 정당들 중에 시대역량당만 5석을 차지했으며 다른 정당들은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기대와 우려
이번 선거기간동안 차이잉원은 시민사회가 제안한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2012년 대선에서 몇 가지 인권 정책들을 제안했던 차이잉원은 2016년 대선 때에는 5개의 사회복지 정책을 제안하고 동성결혼, 헌법 개정, 의회 개정,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등 주요 인권 이슈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사법 제도 개혁을 위한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또한 민진당은 국회의원 후보로 시민사회 출신의 많은 전문가들을 임명했다. 그러나 사형제, 강제 철거와 같은 예민한 이슈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추후 차이잉원 총통이 동성결혼, 선주민 권리와 자치행정,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공공주거, 노동권, 사회복지제도, 장애인과 노인의 권리, 이주민과 난민 이슈를 해결하고 입법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차이잉원 총통이 그동안 여러 차례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를 존경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교체까지 약 4개월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마잉주 현 총통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논쟁적인 정책들을 다 통과시키지는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뿐만 아니라 민진당이 집권하는 기간 동안 의회 내에 이들을 견제할 만한 야당 세력이 없다는 것 역시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국민당 8년 집권기간 동안, 민진당은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법들을 개정하기 위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력해왔다. 민진당이 여당이 된 지금,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전 민진당 입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
민진당은 의회, 선거 제도, 헌법 등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민진당이 할 수 있는 개혁 정책들은 많이 있다. 민진당이 거대 여당이 된 지금, 이를 파기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로운 정부가 시의적절하지도 않고 공평하지 않은 정책 및 제도들을 개혁하는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촉구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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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미국-러시아의 시리아 임시 휴전 합의, 그러나…
무력 충돌은 계속된다
홍미정 단국대학교 교수
시리아 정책 연구 센터(SCPR)에 따르면, 2011년 3월~2016년 2월까지 시리아 전체 인구 2215만7800명(2014년, The World Bank) 가운데 50% 이상(국내 난민 6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고, 사망자는 47만 명, 부상자는 190 만 명이다.
2016년 3월 3일 현재 유엔(UN)에 등록된 전체 시리아 난민은 481만5360명이다. 이 가운데 터키에 271만5789명-유엔 등록, 레바논에 106만 7785명-유엔 등록(실제 150만 명), 요르단에 63만9704명-유엔 등록(실제 14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리아 난민에 대해 서로 다른 통계가 존재하며, 시리아 국내와 중동 역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정확한 통계를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6년 2월 27일 자정을 기점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리아 인권 관측소(SOHR)에 따르면, 휴전 이후 폭력적인 상황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2월 27일~3월 5일까지, 휴전 지역에서 135명, 휴전 협정이 적용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55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휴전은 시리아 아사드 정부와 소위 온건한 반정부군으로 명명되는 90여 개의 파벌 사이의 합의 사항이지만, 가장 강력한 반정부군이며,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IS(이슬람 국가)와 알 누스라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리아 휴전 합의'라고 이름 붙이기도 힘들다.
3월 2일 <미들이스트 모니터>에 따르면,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는 "반군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사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그는 오는 4월 13일 의회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아사드 대통령이 곧 반정부군을 제압하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 지난 2일(현지 시각) 시리아 하마 서방 15킬로미터 마르자프의 원로 지도자들이 휴전 협정에 서명한 텐트 주변에서 시리아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아사드의 주장에 대하여, 3월 5일 사우디 외무장관 압델 알 주베이르는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임시 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아사드가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사우디가 후원하는 반정부군은 아사드 대통령이 제시한 의회 선거 일정에 반대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디가 후원하는 반정부군 고위급 협상 위원회(HNC) 의장 리아드 히잡은 미래 시리아에서 대통령 아사드의 역할이 없어야한다는 것이 HNC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반정부군이 장악한 50개 이상의 지역이 휴전 기간에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의 표적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불과 5개월 전인 2015년 9월 30일 시리아 분쟁에 전격 개입하면서, '테러리스트' IS를 부수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 존 키르비는 "푸틴의 시리아 개입 목표는 붕괴 위기에 처한 아사드 정권을 구하기 위한 것이고, 러시아 공격의 90%는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고 더 나은 시리아의 미래를 건설하려는 온건한 정부 반대파를 겨냥한 것이지, 테러리스트인 IS나 알 누스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아사드는 왜 미국-사우디-터키가 후원하는 정부 반대파의 표적이 되었는가? 러시아는 왜 뒤늦게 아사드 대통령이 IS에게 시리아 영토의 많은 부분을 빼앗긴 이후, 2015년 9월 30일에야 그의 구원자로 나섰는가?
놀랍게도 2010년 3월 현재 시리아에 최대 자본 투자 국가는 사우디였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사우디의 고 압둘라 왕과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상호 방문하는 등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렇다면, 2011년 중반에 갑자기 시리아-사우디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우디가 시리아 정부 반대파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1년 7월 25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석유장관들이 이란에서 회의를 하고, 100억 달러의 건설 비용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유럽'을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는 자칭 '우정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서구에서는 '이슬람 가스 파이프라인'이라 부름)’을 위한 기본 협정을 체결하였다. 시리아 전쟁이 격화되지 않았다면, 2015년 현재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목표로 한 이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으로 이 사업은 무산되었다.
계획된 '우정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2008년부터 이미 가동 중인 아리시-아쉬켈론(이집트-이스라엘) 가스 파이프라인, 2009년부터 가동 중인 '아랍 가스 파이프라인(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과 연결되면서, 시리아에 부를 약속하는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의 교차로이자 중심지로 만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드디어 시리아가 '우정의 가스 파이프라인, 이집트-이스라엘, 아랍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합한 가스 파이프라인 망에서 사우디, 카타르, 터키를 소외시키고, 사우디의 역내 패권을 위협하는 막강한 정치 경제 행위자로 등장할 것 같았다. 이것이 사우디, 카타르, 터키가 시리아 반정부군을 후원하는 중요한 이유다.
사우디의 고 압둘라왕은 아랍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2011년 8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아사드 정부의 대응 방법을 거세게 비난하였다. 결국 2012년 2월 사우디는 다마스쿠스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을 폐쇄하고, 리야드 주재 시리아 대사를 추방함으로써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다.

▲2009년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시리아 가스 파이프라인 ⓒ홍미정
다른 한편 시리아 아사드 정부가 구상한 유럽 시장을 겨냥한 가스 라이프라인 건설은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의 지배적인 지위에 도전한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 세입은 2012년 정부 예산의 52%를 차지하며, 전체 수출의 70%이상 차지했다. 게다가 러시아 총 가스 수출량 중 60%는 유럽 시장이 차지한다. 이것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반군 세력에게 아사드가 극적으로 밀리는 것을 방관한 이유다.
그런데 2013년 8월 당시 사우디정보장관 반다르 왕자는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면서, "시리아에서 아사드 이후에 어떤 정권이 출현하든지 간에, 새로운 정권은 완전히 사우디의 수중에 있을 것이다. 그 정권은 어떤 걸프 국가에도 시리아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가스를 운반하는 협정을 체결하거나, 러시아 가스 수출과 경쟁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유럽 가스 수출에 대한 러시아 독점권을 보장하겠다는 반다르 왕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시리아 아사드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시리아 전쟁 초부터 깊이 개입한 미국, 사우디, 터키, 뒤늦게 개입한 러시아는 각각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공동의 적 IS를 격퇴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미국, 사우디, 터키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아사드가 시리아 영토 전역에 대해 통치권을 회복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로버트 케네디(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는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2009년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가 카타르의 '카타르-사우디-요르단-터키-유럽'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을 거부했을 때, 미국은 그를 제거하기로 하였다"고 썼다.
2015년 11월 29일 버락 멘델손이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시리아와 이라크 분할과 정복 : 왜 서구는 분할을 계획해야 하는가?"에서 그는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수니 독립국가'를 창설함으로써 '전쟁하는 두 편'을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미 국방정보부(DIA)로부터 나온 기밀 해제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반란군을 지원하는 열강들은-서구 국가들, 걸프 국가들, 터키-시리아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해 동부 시리아 지역에 살라피(수니파) 공국 창설을 원했다. 이것은 시아파의 팽창(이라크와 이란)에 대한 철저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혹시 '수니 독립국가' 건설 예정 영역이 공동의 적으로 내세운 IS가 현재 통치하는 영역이 아닐까? 나머지 영역을 아사드 정부군과 IS를 제외한 정부 반대파가 협상을 통해 공유하거나 분할하는 것이 또 하나의 대안인가? 어쨌든 시리아 전쟁 상태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중동 역내 정치 행위자들의 전략적인 이합집산과 함께 중동 역내 정치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수치의 '막후 정치', 버마 앞날이 불안하다
[아시아 생각] 54년 만에 출범하는 문민 정부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교수
지난 3월 15일, 버마(미얀마) 의회는 민간 대통령을 선출했다. 영연방(Commonwealth)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 온건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민간 정권이 1962년 쿠데타로 인해 군정 치하가 된 지 꼬박 54년 만의 일이었다. 비민주적 헌법의 존치, 군부의 보장된 이익, 국민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간접 선거는 대통령의 정통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결과는 두말할 나위 없고, 대통령 당선인인 틴쩌(U Htin Kyaw)를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명색이 한 국가의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치의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과 여전히 군부가 정부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거나 때로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구도는 반세기 만에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작년(2015년) 총선에서 버마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면, 지난 20년간 이 나라를 기웃거리던 나와 같은 관찰자의 눈에도 몇 줄기 희망의 가능성은 보인다.

▲ 버마의 새 대통령 선출 후에도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알려진 아웅산 수치. ⓒAP=연합뉴스
막후 정치→군정→공개적 막후 정치가 정치 발전?
곧 출범할 문민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국정 수행 능력이고, 이는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내부 사정과 직결된다. 1989년 창당한 NLD는 1990년 총선 이후 주축 인사들이 투옥 또는 망명하여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었고, 당내 한 축을 담당하던 퇴역 군인들의 고령화로 인해 당내 공백이 불가피했다. 만약 아웅산 수치가 아웅산 장군의 혈육이 아니거나 국제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 그녀도 감옥에서 정치적 생애를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택 연금 당한 상태였지만 아웅산 수치는 NLD와 국민이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목숨만 연명하던 NLD에게 녹록치 않은 대상이다. 작년 총선에서 보았듯이 NLD가 승리한 배경은 NLD의 정치력이 아니라 군부 통치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아웅산 수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NLD는 국민을 위한 현실적 공약 하나도 내세울 수 없을 만큼 허약한 정당 그 자체였다. 2012년까지 당론으로 채택된 서방의 경제 제재 존치는 아웅산 수치의 언급 한 번으로 뒤집히기도 했고, NLD 소속 출마자는 정치 신인이 다수를 이루었다. 정강은 미사여구와 정치적 수사로 뒤덮인 창당 당시 짧은 문구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
아웅산 수치를 중심으로 해서 여전히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겠으나 아직 문민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은 발표되지 않았다. 올 초 아웅 산 수 치는 국민 화해와 국민 통합을 국정 운영의 최대 과제로 발표했는데, NLD의 역량을 참고할 때 그 방식과 절차는 여전히 의문이며 궁극적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이 거대한 과업을 신생 문민 정부가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군부는 그들이 정치권에 지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지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친 군부의 정치 개입은 혼란한 사회 질서의 회복이 그 명분이었고, 특히 1988년 쿠데타 당시에는 그들의 역할을 첫 번째 정치 개입이었던 1958년으로 맞추었다. 즉 군부에 따르면 소수 종족의 분리주의로 인한 국론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문민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고, 그들이 집권한 18개월은 평화와 통합의 시기였다. 마찬가지로 군부는 정치적 '통치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연방이 분열되지 않게 하는 국가의 '수호자'로서 국가 통합의 주역이 될 것이며, 이를 빌미로 정치 개입의 명분을 유지할 것이다. 동구 유럽과 아랍 세계의 전례는 군부를 위한 역사적 교훈이다.
필자는 독립 이후 군부 통치로 얼룩진 버마 현대 정치의 특징을 인적 관계에 바탕을 둔 '막후 정치'로 정의한다. 견고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의 지휘 체계를 갖춘 군 조직의 특성이 버마에서는 과두제의 전통과 결합함으로써 정치적 근대 제도는 필요에 따라 선택되거나 상황에 따라 곡해됐다.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현안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는 사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시대는 끝난다.
막후 정치를 부정하는 군부의 정치 관행과 달리 아웅산 수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개적 막후 정치를 선언했고, 그녀의 선택이 적절했다면 틴쩌 당선자는 그녀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NLD 내 반발 기류는 전혀 목격되지 않고, 대리 통치인을 선출한 의회와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민의 그 어떤 평가도 없다. 필자는 이런 현상이 매우 불만이다. 아웅산 수치를 염두에 둔 헌법 조항이 효력을 발생함으로써 군부는 등을 돌려 웃을 수 있겠지만, 비민주적 헌법을 만든 군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현대 정치 제도를 완전히 무시한 아웅산 수치의 선택도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치는 법치와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버마에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대신 버마의 민주주의는 자비(metta)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그녀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며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데 조력자에 불과한 평범한 정치인으로 자신을 정의했다. 그런데 그녀는 잘못된 헌법을 고치기보다 버마 권위주의의 상징을 채용함으로써 막후 권력 체제를 통한 정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만약 그녀가 막후에서라도 최고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버마의 민주주의가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곧 민주주의로 위장한 변형된 권위주의를 위한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버마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헐거워진 군부 권위주의의 유산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다. 군부를 견제할 사회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통치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상실했지만, 군부는 여전히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문민 정부에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다. 도입한 민주 제도는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고,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정착시킬 당사자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적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경험한 성장통으로 버마를 괴롭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버마의 정치 발전은 암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 과도기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부정적인 현실은 긍정적인 미래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문민 정부는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철저하게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는 지도자가 구상한 이념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현실보다 이상을 추구해 왔고, 그로 인해 세계사적 특수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국가 발전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불교 사회주의 시기에도, 군부 권위주의 시기에도, 이제 시작될 문민 정부에도 변하지 않는 국민의 희망은 물질적 혜택과 복지이다. 정치권에서 군부의 배제, 민주적 헌법으로의 개헌도 당연한 과제이다. 그러나 국민이 아웅산 수치가 현재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처럼 문민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사안에 따라 협력, 타협, 배제와 같은 탄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아웅산 수치는 기형적인 정치 구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일에 천착하기보다 여당의 당수로서 의회 내에서 더 민주적인 법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기를 기대한다. 1990년 총선에서 승리할 때처럼 NLD가 고자세를 유지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군부에 실망한 국민은 NLD에게 희망의 기회를 준 것뿐이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2016 아시아생각] ②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2016 아시아생각] ③ 미국-러시아의 시리아 임시 휴전 합의, 그러나...
필리핀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아시아 생각] 피플 파워 30주년에 돌아본 2016년 필리핀 선거 전망 ②
정법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6년 5월 9일(매 6년마다 두 번째 월요일), 필리핀에서는 16대 대통령과 부통령, 국회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게 된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이며, 상원 및 하원으로 구성된 입법부 구성을 위하여 297명의 하원의원과 전체 총 상원의원의 절반인 12명을 선출하게 된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러닝메이트로 입후보한다. 특이하게도 대통령과 부통령은 분리 선출되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처럼 서로 다른 당에서 나누어 차지할 경우도 생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도 동시에 치러져, 전국 81개 주의 지사, 부지사 및 772명의 주의원, 145개 시의 시장, 부시장 및 시의원, 1489개 군의 군수, 부군수 및 1만1924명의 군의원을 선출한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코리 아키노의 장례식을 즈음하며 피플 파워의 상징 같았던 노란색 물결이 거리를 뒤덮으며 그 유산 같은 노이노이 아키노가 부패 척결과 민주주의 열망을 담고 부각된 반면 금번 선거는 특별한 이슈나 열망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정당 정치가 뚜렷하지 않으며 선거 때마다 정치인이 이합집산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한데, 부통령으로 나설 인물들에 대한 구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만 보더라도 정치 노선이 부각되기 보다는 인기 투표처럼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다.
비나이(Jejomar Binay: PDP-Laban) : 현 부통령으로,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남. 소박한 이미지에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 인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투옥된 적이 있는 이력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음. 21년간 마카티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통령까지 되었지만, 공격적인 빈민 지역 재개발 추진이나 이후 보수 세력 진영에 자리하면서 청년 시절 이미지는 많이 퇴색되었음. 현재 여러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임.
포(Grace Poe : Independent) :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한 FPJ의 수양딸로 지난 상원의원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인물. 양모의 동생인 여배우 로즈메리 소노라가 생모이지만, 생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음.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불륜의 결과라는 소문이 있음. 2015년 12월 '필리핀 10년 거주'라는 후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을 박탈했으나 이의를 제기하여 후보 지위에 오른 상태임.
미리암(Miriam Defensor Santiago: PRP) : 개성이 강하고 모자보건법에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 현재 폐암과 투병 중임. 투병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여 대중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나 대중의 호오가 분명하게 갈림.
두테르테(Rodrigo Duterte: PDP-LABAN) : 1990년대 다바오 시장 시절에 마약상과 유괴범 등을 처형함.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범죄자들이 다 숨어야할 것"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강한 규율과 통제를 강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인물. 민다나오 섬에 있는 도시임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상을 주는 다바오의 모습은 그를 부각시키는 요인이지만 다수의 인권 침해 사례로 시민 단체에서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임.
마로하스(Liberal) : 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이며 지난 선거에서 빈민 그룹이나 시민 사회의 지지를 얻음. 대통령 가문의 후손으로 내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제대로 개혁안을 추진하지 못해 대중적 지지가 낮음. 상대적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가장 개혁적인 정책을 수행하던 장관의 부인이 부통령으로 입후보함.
현재 비나이, 포, 로하스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앙 선거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 외에 큰 쟁점이 보이지 않으며, 사회 불평등 해소나 복지 관련 개혁 정책들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시민 사회 활동을 하며 저명해진 월던 벨로 교수는 지난 선거에서 비례 제도를 통해 하원에 들어간 뒤 이번 선거에 상원 후보로 나섰지만 그에 대한 지지율은 유명 권투선수 파키아오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피비린내 나는 지방 선거, 최악의 마긴다나오 학살 사건
필리핀의 중앙 선거는 배신, 불륜, 부패, 복수, 출생 등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 스토리 안에서 가장 호감 있는 인물을 뽑는 인기 투표와 같아 보이지만 지역에서의 선거는, 부족 전쟁이나 서부 활극을 방불케 하는 토호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가득하다.
필리핀의 선거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진다면 어쩌면 중앙 선거보다도 지방 선거에 주목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필리핀의 지방 선거에서 주로 호족 가문들이 재력이나 권력을 매개로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후견인이 되며 유권자는 표로 보은한다는 이야기는 정치학에서는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이에 더해 중앙 정부와 지방 호족 사이에는 테러나 반군을 억제한다는 미명하에 유사 군대나 사병을 허락함으로써 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측면은 국제 정치와도 맞물며 매우 복잡한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2009년 민다나오에서 발생한 것이 마긴다나오 학살 사건이다. 2009년 마긴다나오 주에서는 경쟁 가문이 주지사 선거 후보로 등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과 언론인을 대다수 포함된 58명을 주지사 가문의 사병들이 학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규모 학살 자체도 아연실색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6년 이상이 흐른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처벌이나 진상 규명은 지연되고 목격자나 증인들이 계속해서 살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선거 관련 정의나 민주주의가 달성되기까지는 매우 요원해 보인다. 마긴다오 주에서 아래의 표는 2000년대 선거 관련 폭력으로 희생된 숫자를 보여준다.
| 연도 | 사고건수 | 사망자 수 |
| 2004 | 249 | 468 |
| 2007 | 229 | 297 |
| 2010 | 180 | 155 |
필리핀 경찰청에서는 총기 관련 규제 이후, 선거관련 희생자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많은 희생자가 생기고 있고, 선거 전후 5개월을 산정 기준으로 하는 경찰의 기준은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최악의 선거 폭력으로 기록될 마긴다나오 학살 사건은 위 통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 5월 9일 필리핀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필리핀 사례는 때론 듣는 사람의 힘이 빠지게 한다. 그리고 필리핀은 후진적이고 변화 가능성이 없는 나라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플 파워 30주년에 우리는 다시, 암흑 같은 독재시기에 민중들이 앞장서서 절대 권력을 끌어 내렸고, 여러 선진 법과 제도를 앞장서서 만든 나라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 변화를 위해서 절대 권력을 교체하는 것이 큰 과업이긴 하지만 그것 자체로 충분한 조건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여러 법, 제도 개선이나 시민 사회의 참여, 사회 재화를 재분배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 등이 후속되어야 할 작업일 것이다.
일단은 선거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이 신진 세력이나 기층에 확산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금권과 정치력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방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필리핀 지방 선거에서의 선거 관련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필리핀 자국, 또는 국제 시민 사회의 선거 감시 활동 등을 통해 폭력 빈도수가 줄어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총기 관련 규제는 일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상화되어 있는 소수 집단이나 개혁 세력에 대한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지방 토호에 반대하거나 소수 그룹의 권익을 주장하는 지역 리더들이 일상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거나 실제로 제거되는 경우가 선거 시기에, 또는 일상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 대표자를 바꾸는 것으로 사회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거에 희망을 버리는 것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일 것이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2016 아시아생각] ②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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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시아생각] ⑤ 피플파워+30, 독재자의 처자식은 뭘하고 있을까
[2016 아시아생각] ⑥ 필리핀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광주인권상 수상 막은 말레이시아 정부
[아시아 생각] 말레이시아 선거 개혁 운동과 출국 금지
마리아 친 말레이시아 버르시 2.0 대표
보통 말레이시아 법상 여행 제한은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이 제한은 1967 수입세법 104조와 1967 부패법 38A(1)에 명기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민법 1959/63 상 개인의 여행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법의 해석이란 움직이는 과녁과도 같다. 2016년 5월 15일, 한국으로 가려고 하는 찰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이민국은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여행 제한 상태라고 전했다. 여행 제한 명령은 내무부가 있는 푸트라자야(Putrajaya) 지역에서 전달되어 온 것이다.
내무부 차관인 다툭 누르 자즐란(Datuk Nur Jazlan)이 나에게 여행 제한 사유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나중에 출국 금지는 "헌법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선동, 종교, 인종, 국내 평화, 조화, 국가 안보에의 위협이 되는 자를 말한다"고 설영했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 선거 개혁을 위한 시민 단체 연합 버르시 2.0이 주최한 반정부 집회. ⓒ버르시 2.0
말레이시아 정권의 초대형 부패를 가능케 한 악법들
내가 출국 금지된 이유는 광주 인권상 수상밖에 없다. 버르시 2.0(Bersih 2.0)은 2016 광주인권상 공동 수상자였고 2016년 5월 18일, 광주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 NGO(참여연대)도 내가 버르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터였다.
광주인권상은 명망 있는 인권상이다.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버르시 2.0이 선거 제도 개혁을 위해 힘써왔다는 것과 변화를 위한 운동으로 사람들을 결집한 우리의 능력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공동 수상자인 베트남 누옌 단 쿠에씨는 베트남의 민주주의를 위해 힘써온 저명한 활동가로 그 또한 출국 금지 상태였다. 그는 국가 안보를 저해했다는 혐의로 구금되어 있다.
이 상을 수여하지 못하도록 나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어쩌면 잘된 일 일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출국 금지 조치로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전 세계 사람들은 광주인권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부의 조치는 개인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비쳤다.
나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는 광범위하게 비판받았다. 채널 4가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가 무역 회의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사실을 방송했던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마침 내가 출국 금지를 당한 때와 같은 시기였다.
나에 대한 "시의적절한" 출국 금지는 국영 기업인 '말레이시아 개발유한공사(1 Malaysia Development Berhad, 1MDB)'와 관련된 거대 규모의 부패 사건이 한창 논란이 될 때였다. 1MDB는 지난 5년간 11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졌다. 이로 인해 1MDB의 돈이 흘러 들어간 최소 7개국과 기금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몇몇 국제 은행 계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큰 규모의 부채는 "심각한 경영 실패" 탓이라는 정부와 국회 감사위원회의 궁색한 변명으로 이어졌다. 1MDB의 전 최고 경영자였던 다툭 샤흐롤 아즈랄 이브라힘 할미툭(Datuk Shahrol Azral Ibrahim Halmitook)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자문위원이었던 국무총리, 이사회의 이사들, 그리고 재경부 장관은 무죄로 판명 났다.
1MDB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제거 당했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과 더 많은 부패 사건들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진 나집 국무총리는 절박한 몸짓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1MDB를 조사하라는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를 해산시켰고 자신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검찰청장과 국무부총리를 해임했다. 또한 주요 국회의원들의 보직을 이동시켜 국회 감사위원회의 조사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는데 여기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실로 이동시키는 것이 포함되었으며 정보접근권을 침해하는 악법 통과 등이 포함된다.
말레이시아 밖으로 출국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출국이 금지된 사람들을 살펴보자. 전 UMNO 회원인 다토 카이루딘 아부 하산(Dato Khairuddin Abu Hassan)과 그의 변호사인 마티아스 창(Matthias Chang)은 타국 경찰들에게 1MDB를 조사하라고 고발했다는 혐의로(2015년 9월 18일), 국회의원 토니 푸아(Tony Pua)는 1MDB를 비판했다는 이유로(2015년 7월 22일), 그리고 버르시 활동가인 히샤무딘 라이스(Hishamuddin Rais)(2015년 12월 4일)까지.
우리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1MDB와 말레이시아의 거대한 부패에 대해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버르시 2.0은 4번째로 열린 집회에서 누구로부터도 규제받지 않고 있는 부패와 권력의 남용, 그리고 공공 기관의 형편없는 거버넌스를 제한하기 위해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개혁을 촉구했다. 우리는 또한 국무총리 개인 통장에서 발견된 7억 달러에 해당하는 돈(심지어 그 돈은 이후 10억 달러로 늘었다)을 이유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어떻게 말레이시아가 이렇게 슬픈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은 말레이시아를 급속도의 경제 성장, 민주주의의 모델, 그리고 특히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중재를 촉진시키는 국가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시민 자유, 경제,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절벽에 가까스로 매달린 것과 같다. 권력에 오른 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란, 재판 없이 구금하는 것과 고문을 허용하는 국내안보법(Internal Security Law)과 같은 억압적인 법 그리고 사형제와 긴급법령 같은 제도를 악용하고 활용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 법들은 2015년, 반테러법과 같은 더 끔찍한 법들로 대체되었으며 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테러분자로 의심되는 자를 재판 없이 2년 동안 가둘 수 있으며 구금 기간 동안 어떠한 사법적 재검토도 허용되지 않아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48년 제정된 선동죄는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MDB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 악용된다. 100명이 넘는 활동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이 법에 따라 조사받고 괴롭힘을 당했으며 기소당했다. 이 법은 자유 발언을 효과적으로 형사 처벌했으며 야당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끊었다. 이 법에 따라 기소되고 5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받으면 다음 선거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권을 교체하자"와 같은 문구, 국무총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 헌법에 대한 학문적 의견 등은 모두 선동적이라고 해석되었으며 만약 기소된다면 벌금형을 받거나 구속되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자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사이의 삼권 분립이 위태로워졌다. 법의 해석은 자의적이며 법치는 존중받지 못한다. 활동가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다가 체포된다.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uncil)가 테러를 방지한다는 목적 아래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국무총리가 안보 지역을 선포하고 영장 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수색하고, 붙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국가안보위원회는 또한 안보기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 법 집행부와 공공기관의 권력 악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없게 된 것이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이나 국가 기구의 몰락이 최근의 현상이라거나 나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950년부터 우리는 인종 간의 분열을 일으키는 정치, 재정적 지원과 의존, 불공정한 선거와 미숙한 거버넌스에 기반을 둔 권력을 붙잡고 있었던 여당 연합에 의해 지배당했다. 우리는 단수 다수 대표제 시스템을 받아들였지만 2013년 선거에서 목격했듯이 이 시스템은 대표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여당 연합이 48%의 표를 얻었을 때 야당은 52%의 표를 얻었지만 충분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서 여당이 되지 못했다. 야당 후보자들은 사기와 부당한 비례 대표제로 인한 조작, 게리맨더링, 선거명부의 부당한 변경, 표 매수, 불법 유권자 양성 그리고 심지어 폭력과도 맞서야 했다.
말레이시아의 실수와 약탈은 국무총리로부터 그 다음 국무총리까지 이어져 내려갔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유지하는 방법이 여당 연합인 National Front (Barisan Nasional) 당뿐이라고 믿었다. 다만 나집 총리의 유일한 차이점은 더 영악하게 권력을 공고화시켰으며 더 많은 자원을 약탈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말레이시아 국민이 이러한 억압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국가 기금의 잘못된 운영과 부패 때문에 국가 재정이 심각한 손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상품소비세 지급, 통행료 인상, 그리고 보조금 삭감 등의 방식으로 이 비용을 메우고 있다. 2016년 장학금 예산이 23%나 삭감되면서 전체 교육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건강보험 예산도 2016년 7,400만 불이 삭감되었으며 이에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희망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희망이 있을까? 이러한 슬픈 상황에도 나는 여전히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점점 더 많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시민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버르시 집회는 길에서 열리는 집회와 인종 차별적 정치 그리고 무관심에 대한 공포를 깨트렸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사회적 집회는 주로 국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들이었으나 지난 10년 동안은 더 거대한 정치 참여와 대변을 촉구하는 것들이었다. 2015년 마지막으로 열린 버르시 집회에서 50만 명의 시민들은 시민의 승리가 될 민주주의 개혁을 위해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화의 잠재력은 누군가에게는 재앙의 조짐이다.
국가는 강력하고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랜 길을 지나왔다. 나는 새롭고 더 확대된 집단과 연대하려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직 설득되지 않은 집단들에게도 다가가고 차이점을 일단 접어두는 성숙도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공정하지 못한 독재 체제를 바꿔야 한다. 나는 그것이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을 위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우리의 투혼을 알리는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강화시킨다. 비록 이번에 버르시 2.0이 한국에 가지 못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탄압에 맞서 우리가 느낀 연대 의식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 상을 받도록 연대와 지지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버르시 2.0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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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시아생각] ⑤ 피플파워+30, 독재자의 처자식은 뭘하고 있을까
[2016 아시아생각] ⑥ 필리핀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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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죽은 11명은 누구였을까?"
[아시아 생각]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기억해야 하는 진짜 이유
하늬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활동가
지난 8월 15일 예멘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한 병원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이 병원은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것으로, 사망자에는 민간인뿐만 아니라 구호 활동가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4일 앞두고 들린 소식이다.
8월 19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World Humanitarian Day)'이다. 2003년 8월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위치한 유엔 사무소가 폭탄 공격을 받아 인도주의 활동가 2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2008년부터 '세계 인도주의 날'을 통해 여러 국제 구호 단체와 함께 분쟁과 내전 현장 및 재난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다 희생당한 활동가들을 기억하고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예멘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압스 병원이 공습당한 모습.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24명이 부상당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공격의 목표가 되어버린 인도주의 활동가들
안타깝게도 '세계 인도주의의 날' 제정 이후 현장에서 활동하다 목숨을 잃은 활동가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영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사망자 수가 매년 100여 명이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부상이나 납치 등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과 시리아였다. 즉, 지속적으로 분쟁과 내전 상황으로 인해 인도주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곳에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위험 속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인도법에서는 인도주의 활동가를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무력 갈등으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만 있을 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독립적인 조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희생되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처럼,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민간인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과 통제 불능의 무기 거래, 인도주의 활동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16년 2월 세계인도주의 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에서 발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 에 따르면, 전 세계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80% 이상이 무력 갈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곳이며, 인구 밀집 지역 공격의 피해자 90% 이상이 민간인이다.
시리아는 내전이 5년 이상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미처 공격을 피하지 못하거나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정부군이나 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각각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공습을 퍼붓는데 군사 시설과 민간 시설을 구분한 지도 오래이다. 아니 이제는 구호 물자나 민간인들이 필요한 물자가 들어오는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공격한다. 또한 공격에 필요한 무기들은 통제의 기능을 상실한 거래를 통해 잘못된 손에 흘러 들어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무책임한 무기 거래로 인해 사망하는 민간인의 수는 매년 50만 명이 넘는다. 무력 갈등을 또 다른 무력으로 막으려는 시도들이 난무하고 그에 반해 불충분하고 불균등한 인도적 지원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과 이를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몫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안전한 활동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각국 정부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취하기에 급급해 군사적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면서 어떻게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희생을 진심으로 기억하자고 호소할 수 있을까?
분쟁을 멈추려는 시도,'세계 인도주의 날'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지
국제 구호 단체를 비롯해 인도주의 단체에서 지금까지 인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더 많은 지역에 충분한 지원이 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로 인해 2003년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통해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희생을 높이 기리고 그들의 활동이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한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 활동을 기억하는데 그치기보다, 활동가들이 그 현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사회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안타까워한다면, 이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전쟁과 무기 거래를 조장하는 것을 멈춰야 할 것이다. 군사적 지원 대신 인도적 지원이 충분히 전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야 하며, 소형 무기와 같이 민간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기 거래를 통제하여 안전한 곳에서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분쟁으로 인해 셀 수 없을 정도로 희생당한 민간인의 피해를 줄여나가는 방법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곳곳,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노력에 감사하면서도 전쟁으로 인해 이름조차 모두 알 수 없는 수많은 희생자를 기억하고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2016 아시아생각] ②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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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시아생각] ⑤ 피플파워+30, 독재자의 처자식은 뭘하고 있을까
[2016 아시아생각] ⑥ 필리핀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2016 아시아생각] ⑦ 광주인권상 수상 막은 말레이시아 정부
[2016 아시아생각] ⑧ 땅은 우리의 삶, 필리핀 할라우강에서 온 선주민의 호소
[2016 아시아생각] ⑨ '세계인도주의의날'을 기억해야 하는 진짜 이유
홍콩 우산 운동, 그 이후…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웡익칭 전 홍콩 가톨릭정의평화위원회 간사
"명운자주(命運自主),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홍콩 우산 운동(umbrella movement)의 대표적인 구호다. 당신이 부자든지 가난하든지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은 홍콩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참여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9월 4일, 우산 운동 이후 처음 치러진 홍콩 입법회(Legislative Council Election) 선거에서 이 우산 운동의 정신은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정치는 친중국파(pro-establishment)와 범민주파(pro-democracy)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2014년 우산 운동 이후, 범민주파 일부 급진 세력은 '본토파(localist)'라는 새로운 그룹을 등장시켰다. 본토파는 우산 운동과 전통적인 민주파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의 평화로운 접근이 민주주의 투쟁의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 사회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광객과 방문객,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불만이 퍼져갔다. 홍콩 사회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본토파를 지지했다. 본토파는 폭력적인 행위를 포함해 더 호전적인 저항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범민주파의 분열은 이번 선거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전통 민주파 내에서 협력은 실패하고 오히려 후보 간의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또 신진 세력인 본토파의 등장은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범민주파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각각의 범민주파 후보들에게 표가 나뉘어 오히려 선거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홍콩 우산 혁명 주역인 네이선 로(羅冠聰·23)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주석이 지난 4일 입법회 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 ⓒAP=연합뉴스
보장된 거부권
지난 선거에서 등록된 유권자(유권자로 등록된 18세 이상 영주권자)는 지역구 1표, 직능 대표 1표를 포함 1인 2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 35석, 직능 대표 35석 등 모두 70석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직능 대표는 직선제(5석)와 간선제(30석)의 혼합 방식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직능 대표 30석 대부분이 특정 기업 및 사회 분야 위원회가 선출해 사실상 친중국파에 배정된다. 이로 인해 범민주파는 입법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최소 의석(24석, 3분의 1) 확보를 목표로 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파는 지역구 19석, 직능 대표 11석을 포함하여 총 30석을 획득하여 입법 거부권을 보장받았다. 반면 친중국파는 지역구 16석, 직능대표 24석을 포함하여 총 40석을 얻었다.
지난 6월, 시민 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공동 설립자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庭·Benny Tai Yiu-ting) 홍콩대학교 법대 부교수는 홍콩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썬더고(雷動計劃·'ThunderGo’ scheme)' 캠페인을 론칭하였다. 이 캠페인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기적인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지지율에 대해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 이는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집중시키고 이길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가는 '사표'를 줄이는 '전략적 투표’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썬더고’ 캠페인은 유권자들의 참여도가 낮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히려 '자발적 전략 투표(民間配票·voluntary strategic voting)'가 이번 선거에서 더 효과적이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전략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같은 선거구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 혹은 공동체, 특히 우산 운동 이후 발전된 소셜 미디어 내에서 유권자들이 범민주파 후보자들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하고 토론한 후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식이었다. 몇몇 유권자들은 전체 범민주파 당선을 위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도 했다.
항쟁은 길에서 의회에서 함께 하는 시대
유권자들은 직능 대표제도와 갈수록 강화되는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선거를 통해 홍콩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입법회 선거는 홍콩 반환 이후 가장 높은 5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입법 거부권 확보와 함께 홍콩 의회에 새로운 '의회 문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입법회' 역할과 구조적 부정의에 대한 인식은 지난 2010년 홍콩-선전-광저우를 잇는 광선강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반대하면서 높아졌다. 당시 수만 명의 시민들은 입법회 건물을 에워싼 채 생방송으로 예산 심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의회 내에서는 범민주파 의원들이 민간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와 시민 단체 의견을 바탕으로 고속철도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활동을 펼쳤다. 비록 고속철도 건설 예산안은 통과되었으나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 반대 시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2010년 고속철도 반대 시위는 새로운 사회 저항 움직임이 거리에서 의회로 이동하게 하는데 계기가 되었다.
의회에서 홍콩의 미래를 토론하다
이번 선거에서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본토파 후보자들은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후보 중 3명만 당선되었다. 많은 의석은 전통 민주파 후보자와 홍콩주민의 '자결권(民主自決democratic self-determination)'을 추구하는 사회운동가들이 차지했다.
홍콩 자결권을 중요시하던 사회운동가 출신 당선자 중 대표적 인물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추 호이딕(朱凱迪·Chu Hoi-dick)과 우산 운동의 주요 학생 지도자였던 네이선 로(羅冠聰·Law Kwun-chung), 대학 강사 라우시우라이(劉小麗·Lau Siu-lai)이다. 이들은 전통 민주파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슬로건인 '민주 자결’은 우산 운동의'명운자주’와 일맥상통한다.
추 호이딕은 당선 직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홍콩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를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믿어야 한다"고 인터뷰하였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저항을 포함한 민주적인 방법으로 모든 홍콩 사람들의 사회적 참여를 통해 지역 동네의 발전과 홍콩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래로부터의 접근 방식이다.
비록 많은 사람이 우산 운동은 실패했다고 하지만 우산 운동은 홍콩 시민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율과 유권자들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의회 구성원과 함께 변화하는 시민사회는 친중국 정부에 맞서 저항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것이 우산 운동 아래 뿌려진 연대와 희망의 씨앗을 홍콩 사회 곳곳에서 자라나게 할 것이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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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우슈비츠, 호주 강제 수용소의 진실
[아시아 생각] '선상 난민 절대 수용 불가’라니…
레베카 헤란드 호주 시민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1951년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The 1951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서명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박해의 위험에 직면한 모든 사람은 호주에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2001년부터 배를 통해 호주로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다양한 강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1년 난민 강경책을 시행하면서 호주 정부는 선박을 통해 비자 없이 밀입국하는 난민들을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이나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인 나우루에 있는 난민 수용소로 보냈다. 이른바 '태평양 해결책(The Pacific Solution)'이라 불리는 이 정책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호주 노동부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토니 애버트 전 총리와 현재 총리인 말콤 턴불에 의해 부활했다.
그리고 현재 자주국경작전부(Operation Sovereign Borders) 산하 국경수비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자주국경작전부는 연안 구금 시설만 관리하는 것만 아니라 난민선이 호주에 도착하기 전 난민선을 위험하고 광활한 바다로 돌려보내기까지 한다. 호주 군대에 의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이 정책은 국제적으로 '당신이 호주를 집으로 삼을 방법은 없다 '라고 알려져 있다.
호주 정부는 난민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는 망명 신청자들에게는 세가지 선택권을 부여한다. 그것은 바로 현재 구금되어 있는 섬에 그냥 정착하거나 호주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맺은 동의서에 따라 캄보디아에 정착하거나 본국으로 송환되는 것이다.

▲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지난 16일 뉴욕 유엔정상회에서 난민.이민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2016년 8월말 기준 나우루 섬에는 4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411명이 구금되어 있으며 마누스 섬에는 833명(모두 성인 남성)이 구금되어 있다.
지난 4월말,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은 자국 내 마누스 섬에 호주가 망명 신청자를 억류하는 것은 불법이며 구금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파푸아기니 오닐 총리는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호주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대체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며 폐쇄 시기는 호주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8월 말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호주 정부는 마누스 섬의 난민 수용소를 일단 폐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폐쇄 시점이나 마누스 섬에 수감된 833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단지 "수용자가 호주에 정착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할 뿐이었다. 호주 주 정부, 캐나다, 뉴질랜드가 이들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호주 연방 정부는 현재 그들에게 어떠한 옵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난민 수용소에 구금되었던 사람들이 향후 호주에서 비자를 받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일들
2016년 초 나우루 난민 캠프 수용소에서는 구금된 한 남성이 자해로 인해 사망했으며 몇주 후 한 여성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 여성은 치료를 받기 위해 호주로 이송되었는데 이로 인해 나우루 난민 캠프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의 자해와 자살 소식이 알려졌다. 나우루에 있는 망명 신청자들은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평균 450일 동안 구금된다.
2016년 8월 초 영국 <가디언>이 입수해 공개한 호주 이민 당국의 8000쪽 분량 보고서에는 지난 몇 년간 나우루 수용소에서 난민들이 겪은 폭행, 성적 학대, 자해 등 인권 유린 사례 2000여 건이 담겼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호주 국민은 #BringThemHere(그들을 여기로 데리고 오라), #CloseTheCamps(캠프의 문을 닫아라) 해시태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러한 학대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정부를 공격한다며 비난할 뿐 아니라 피터 더튼 이민부 장관은 '난민들이 호주에 오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호주 정부가 불법적인 구금 시설에 갇혀 학대 당한 사람들의 법적 보호자라는 것, 그리고 정부가 이미 이 사건에 대해 2016년 5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누스와 나우루 섬에 구금된 난민들의 운명
그렇다면 마누스 섬과 나우루 섬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호주의 많은 사람들은 호주의 역외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이 난민 수용소를 폐쇄하고 2000여 건 이상의 인권 유린에 대해 조사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기대한다. 많은 호주 국민들은 정부의 난민 강경 정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기관들과 다른 나라 정부에서 호주 역외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는 난민들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호주 정부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함없이 난민선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구금시설에 보내거나 캄보디아로 추방하거나 난민들이 탈출한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호주의 이민 정책은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적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부국이다. 호주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역외 난민 수용소는 즉시 폐쇄되어야 한다. 수용소는 구금 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동에게 특히 위험하다. 또한 난민 수용소 운영은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하여 사회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난민 수용소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더 많은 목숨을 파괴한다. 우리는 호주로 들어오는 배들을 다시 송환하는 횟수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호주 정부의 야만적인 난민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는 인간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시리아 토마호크 공습, 짜고 친 무력과시
[아시아 생각] 갈팡질팡 트럼프 외교 정책, 신뢰 안간다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주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시리아를 공격하기에 앞서 대통령은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큰 실수다."
이는 2013년 8월 2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구타 지역에서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잇따른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1400여 명의 주민들이 사망한 직후, 어느 미국인 트위터 이용자의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당시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이동시키거나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곧 미국의 전면적인 시리아 군사 공격의 레드 라인이 될 것"이라던 오바마 대통령의 1년 전 경고를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놓고 미국 정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때였다. 따라서 해당 트윗의 작성자는 "(미국은) 시리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군사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예상밖의 승리를 거두고 미국의 45대 대통령 자리에 취임했다. 그렇다.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야기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6일 동지중해에 정박 중이던 2대의 미 해군 구축함에 명령을 내려 개당 100만 달러짜리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59발을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 기지에다 쏟아 부었다. 알다시피, 그 이틀 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주 칸샤이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화학무기가 살포돼 최소 86명이 숨지고 300 여 명이 부상당한 데 따른 보복과 대응 차원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주장과는 달리 트럼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물론이거니와 미 의회의 승인 같은 절차 따위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공격 직후 그가 발표한 공개 성명에서는 오로지 "이 야만적인 (화학무기) 공격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어여쁜 아기들"에 대한 가슴 아픈 연민과, "치명적인 화학 무기의 확산과 사용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사활적인 국가 안보 이익"이라는 확신, 그리고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살육과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에 동참"하라는 "모든 문명국가들에 대한 요구"만이 넘쳐날 뿐이었다. "미국과 전 세계에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말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기간 돌연 시리아 공습을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연합
"이래도 내가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보여?"
허나 정말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면, 트럼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대통령에까지 오른 인물이 한순간 갑자기 보편적 인도주의에 이끌린 코스모폴리탄(범세계주의자)으로 변신했다고 믿을 근거도 전혀 없다. 몇 가지 사실만 짚어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 남부 예멘에서 군사작전 도중 숨진 미 해군 특수부대원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하는 트윗을 전송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작전 과정에서 학교와 사원에 피신해 있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된 30여 명의 예멘 주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바로 지난 3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200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사망했을 때도, 이번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던 칸 샤이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리아의 알 지나라는 마을의 사원에서 역시나 미군의 공습으로 60여 명의 주민들이 몰살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숫자만 해도 대략 4000여 명, 거기에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예멘을 공습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가 맨 먼저 추진한 정책 중의 하나는 시리아를 비롯해 남수단과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이라크 등 대부분이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7개(나중에 이라크는 제외) 이슬람 국가 출신 난민과 주민들의 미국 입국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미 자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미국이 난민들에게 결코 안전을 제공해주는 나라가 아니란 걸 그들의 면전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거라고 광기어린 지지자들 앞에서 떠벌리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럴진대, 어떻게 화학무기로 인해 80여 명의 희생자들이 발생했을 때에만 유독 트럼프와 그 정부 당국자들의 인도주의와 인간적 연민이 갑자기 용암처럼 분출돼 나왔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번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은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미국보건법안의 하원 표결 좌절, 대선 과정에서 캠프 핵심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와 접촉해 도움을 받으려했다는 정황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레임덕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국내용 무력 과시(show of force)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 러시아가 지원하는 나라의 정부군을 상대로도 미사일을 쏘는 거 봤지? 이래도 내가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보여?'하는 메시지를 자국민들에게 던진 거란 것이다.
이는 공습 당일 "미 국방부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양측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기존의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군 당국자들에게 공습 사실을 미리 알렸고, 러시아 당국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에게도 통지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정부 관리들도 알고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로도 잘 드러난다.
실제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시리아 공군력의 20%를 제거했다"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주장이 무색하게도 시리아 공군기들은 주말부터 버젓이 반군 지역들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사실상 짜고 친 고스톱이란 이야기다. 이렇듯 미국과 러시아 군 당국자들은 이전부터도 시리아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양국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터키에서 거의 매일 접촉을 갖고 그날의 공습 일정과 대상 지역, 공군기의 항로를 서로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 강화가 러시아와의 전면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비해 정말로 우려되는 지점은 따로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대척관계에 있던 미 공화당 주류와 민주당 지도부, 심지어 그로부터 "가짜 뉴스"라고 조롱받던 언론들까지도 하나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군사 모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공화당 내의 대표적인 트럼프 비판자였던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늘밤의 믿음직한 첫 걸음을 토대로 우리는 마침내 역사의 교훈을 얻어 전술적 성공이 반드시 전략적 전진으로 이어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고,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도 트럼프가 "옳은 일을 했다"고 칭찬했으며, 민주당 내에서 '진보 세력의 희망'으로 불리며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지목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조차 "(공습은) 균형 있는 대응"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CNN의 시사 평론가 파리드 자카리아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제야 비로소)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고 찬사를 보냈으며,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도덕적 차원의 리더십"이 트럼프의 집무실을 관통했다고 하지를 않나, MS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방송으로 중계되는 미사일을 가리켜 세 번이나 "아름답군요"를 연발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일반 국민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쳐 '더 이상 가스에 질식돼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는 것(do something)'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do nothing)'보다는 낫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힘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더 많은 군홧발을 전장에 들여놓게 하는(more boots on the ground)' 정책이, 6년째에 접어든 전쟁으로 인한 시리아 국민들의 고통의 시간을 그만큼 줄여줄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 교체 전략을 이제 논의 테이블에서 내려놓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 뚜렷하고 일관된 전략 자체가 부재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전략으로는 결코 시리아 내전의 종식을 그들에게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뭘까? 아니, 과연 끝나기는 할까? 조금이나마 그 답답함을 풀어보기 위해, 다음 주에 이어질 글에서는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얽히고 설킨 양상과 전쟁 종식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꺼내볼까 한다.(계속)

참여연대·프레시안 공동기획 아시아생각 칼럼 시리즈
<편집자 주>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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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리아 토마호크 공습, 짜고 친 힘자랑 (4/14) /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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