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복지2] 사회복지시설운영의 공공성 강화 운동
AI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까?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우리는 K-방역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여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발생하는 아동의 사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여행 가방에 갇혀, 양모의 폭력에 의해, 그리고 빈집에 홀로 방치되어 죽어갔다. 언론이 아동학대 사건을 주목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정부는 신속하게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예방할 수 없는 것일까?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하고자 2018년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을 때, 정부는 빅데이터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찾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가 높았다(보건복지부, 2018.). 하지만 2020년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약 9만8천 명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되어, 약 9만 명에 대한 읍면동 차원의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들 중 복지서비스연계 2,266명(2.3%), 학대의심 신고가 52명(0.06%) 이었다. 낮은 학대 발견율로 인해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코리아, 2020.).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장기결석, 영유아 건강검진·예방접종 미실시, 사회보장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된 단전·단수·단가스 및 각종 체납 정보들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이 위기도를 추정하는 통계모형이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 발생을 100%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쓸모에 대한 판단은 몇 명의 학대의심 아동을 발견하였느냐 보다는 지역에서 위기아동을 발굴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몇몇 아동학대 사건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되었으나 읍면동 공무원이 가정방문을 하지 못하였거나 부모의 말을 믿고 현장 종결한 사례들이었다. 데이터를 통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할지라도 담당 공무원은 부모의 협조가 없이는 아동을 만나거나 가정방문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부모의 협조를 구해 가정방문이 가능하다 하여도, 읍면동 공무원이 아동의 발달과 양육환경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과 책임을 가졌는지, 그리고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지역 안에 충분한지 등에 따라 위기 아동에 대한 판별과 지원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구 주민센터)는 방문상담을 통해 가구별 특성에 따른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공적서비스 또는 민간복지자원을 연계하여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팀에는 전담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배치되어 종합상담,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통합사례관리, 민관 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융합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유아 가정에 대해서는 복지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함께 방문하여 아동의 안전과 발달에 대해 점검하고 보건·복지 서비스 및 부모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면 아동 방임 및 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이봉주, 2021. 참조). 또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담당 인력 확충 및 읍면동 담당 인력의 아동학대 감수성 및 역량 강화, 그리고 읍면동과 시군구(아동보호, 청소년·아동복지, 보건 사업 등) 간의 긴밀한 연계·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조직과 체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K-방역의 성공은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뚜렷한 정책 목표, 데이터의 활용을 포함한 기술력,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는 행정력,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동학대 예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위기아동 예측모형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AI가 감지한 위기 신호에 신속히 대응하여 아동학대 및 방임을 예방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 데이터에 근거한 정교한 사업모델과 전달체계의 설계, 부처 간 칸막이 및 중앙과 지방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칸막이를 넘어선 연계와 협력,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아동학대 신고)와 협조가 더 해질 때만이 아동학대의 비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2018). 아이가 보내는 위기신호, 빅데이터로 찾는다: 요보호아동 조기발견·지원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개통. 보도자료(3.19)
이두익(2020). [국감] 제 역할 못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왜? 이코라이(10.5)
이봉주(2021). 아동학대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파이낸셜 뉴스(2.15)
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돌봄의 국가 책임
지금은 백세시대. 더 나아가 백이십세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삶의 변화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밤새 술을 마셔도, 전날 10키로를 달려도, 시험공부한다고 이틀동안 밤을 새도 금새 회복하는 20대의 몸으로 평생을 살 수 없다. 기계는 고장나면 새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치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빠른 속도다. 고령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생산가능인구가 준다는 것은 부양 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는 2067년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102.4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67년은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저 시기는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봄은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누가 돌봐주게 되는가. 우리나라는 견고한 가족 중심 돌봄 사회다. 가족 돌봄이라는 거창한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돌봄은 국가가 아닌 가족 개인의 몫이며 돌봄을 위해서는 가족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만약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서 주치의를 두고 비싼 병실에서 비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가족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돌봐줄 사람 없인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노인 1인가구는 증가하고, 돌봄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심해지는 돌봄 격차를 가속화했다. 시설이 문을 닫고 노인들은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들어선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돌봄 격차는 여전히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보육, 요양 등 모든 곳에서 사회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사회서비스는 국가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를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가족 돌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돌봄 제도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돌봄 영역이 민간에 맡겨져 운영되어 왔다. 미비한 보육, 요양시설 확보를 위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했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단기 양성해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다보니 고질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와 열악한 근로자 처우 문제가 발생했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 현장에서 시민들은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근로자 처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고,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 질적 전환을 위한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며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 선정되어 시민들은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했다. 참여연대 또한 논평을 발행하며 종사자 처우 개선과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결정을 환영했다. 사회서비스 공단이 분절된 공공서비스로 남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책임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달체계에 대한 보완 요구도 덧붙였다.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 공단을 운영하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데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관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돌봄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과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이다. 시민들에게는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했다. 내 아이, 내 부모, 나아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을 하루빨리 구축할 것을.
높고 험한 국회의 벽
2018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설립 절차, 운영 등과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당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되었다.
법안은 좌절되었으나 2019년부터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은 2021년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1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시설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는 등 돌봄 사각지대를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남인순의원은 2020년 6월,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법안이기에, 무엇보다 빠르게 통과시켜 시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반대하는 민간기관들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었고,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겨났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민간기관을 뒤에 업고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사회서비스원을 민간 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에 국한했다.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전면으로 훼손하는 민간 중심의 법안인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며 이종성 의원의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1-1> 2020. 11. 19. 목요일 오전 9시 30분, ‘공공성’ 당보된 ‘진짜’ 사회서비스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국회 소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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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민사회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논의가 지체된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020년 12월 9일까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후퇴에 후퇴에 후퇴를 더해서
2021년 5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드디어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시민사회의 염원과 달랐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의 핵심 내용인 ‘사회서비스원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했다. 현재 보육, 노인, 장애인의 공공영역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겨우 0.6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간기관은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우선위탁 조항을 후퇴시켰다. 이 핵심 조항의 후퇴는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책효과를 스스로 제한하는 모순적인 결정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서비스 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에 위탁되거나, 결과적으로 사유화되어 운영되는 기존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의 정책목표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토록 염원했던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상임위 통과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추후에 후퇴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의 근간이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이니만큼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고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돌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며 국민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중심 복지체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8/31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법안의 통과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운동의 끝은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돌봄, 인권이 보호되는 돌봄을 위해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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