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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교류와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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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교류와 융합

익명 (미확인) | 수, 2019/04/03- 10:14

인류문명은 크게 아리안족 문명과 셈족 문명 그리고 한족 문명으로 니누어 볼 수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원적 2천년전 코카써스 산맥 북쪽에서 농경생활을 하던 아리안족Arya이 이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류문명은 대융합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당시 서쪽으로 이주한 아리안족은 에게해의 크레타 문명을 몰락시킨 후 그리스와 터키로 연결된 지중해 연안의 도시에서 해상국가로 거듭납니다. 한편 남하한 아리안족은 이란을 거쳐 인도의 인더스강 유역에 이르러 기존의 드라비다족을 내쫓은 후 인더스문명의 뿌리를 내리게됩니다. 이후 이란을 거쳐 아라비아 반도로 내려온 아리안족은 수메르와 아카드문명에 뒤이은 셈족의 바빌로니아 문명을 패퇴시킨 후 독자적인 페르샤문명을 구축하게 됩니다. 결국 아리안족은 인류문명, 특히 서구문명의 주축을 이루는 그리스로마 문명과 페르샤문명 그리고 인더스 문명을 구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게됩니다.

사진: 서울신문

따라서 아리안 문명의 특징을 알아봅시다. 무엇보다 여러 측면에서 발현되는 다양성을 들수 있습니다. 이는 신관에서도 나타나는데 최고신을 Deva, Jeus, Deus, Dei라고 부르는 다신론으로 표현되었으며 또한 다양한 삶을 살 수있다는 믿을을 전제로한 윤회사상을 믿어 왔습니다. 또 다른 특징을 살펴보면 특히 그리스로 이주한 아리안들은 주로 지중해 해안가 도시들에 살면서 바다를 상대로 교역을 해왔기때문에 항해시에 반드시 필요한 시각중심의 문명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이에따라 그들은 눈에 보여진 것(파도, 현상)과 보여지게 만드는 것(바다, 본체)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본체를 인식하는 능력인 이성을 중시하게 되는 로고스logos형이상학을 발달시키게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뒤에서 보듯이 본체 중심의 사고는 파르메니데스를 거쳐 플라톤에 이르러 절대적 실체론으로 전개하게 됩니다.

한편 아라비아 반도에서 미리 정착했던 셈족 문명의 특징을 알아봅시다. 무엇보다 사막이라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했던 그들은 원초적으로 초능력자와 초월자를 요청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기에 초월성과 유일성 및 절대성을 문명의 본질로 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여 그들이 믿는 신은 아리안문명의 다양한 인격신을 배격하고 오로지 최고의 단일신, 예를들어 수메르의 엘, 바빌론의 마르두크, 가나안의 바알, 유대교의 야훼나 이슬람의 알라를 숭배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이 실았던 바빌론의 우르지역에서 믿었던 최고의 신은 마르두크였기 때문에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된 유대인의 유대교 야훼는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내용의 유일신이라할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사막에서 살았기때문에 모래바람들이 내는 소리를 중시하는 청각중심의 문명입니다. 하여 야훼의 말씀이 창조를 이루고 율법(십계명)이 된 유일한 소리의 문명으로 남게된 것입니다. 따라서 시각을 배격하고 청각,즉 소리만을 유일신의 증거로 보았기에 신을 시공간속에 형상화하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한편, 중국을 살펴봅시다. 중국인들은 인격신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독특하게 하늘을 신으로 상정하여 왔습니다. 즉 신에대한 설문해자를 보면 신은 하늘의 번개 모습을 띄는데 이는 하늘이 위력과 영묘함 그리고 길흉화복의 예측능력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신은 인간의 삶의 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신은 창조자나 구원자가 아니라 인간사를 좌지우지하는 주재자이기에 그의 명령을 잘 따르는 자가 인간사회의 주재자, 즉 (황)제가 된다고 보는 천명론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즉 하늘의 천명을 받는 자는 덕을 갖춘 자이어야하기 때문에 천명론은 인성의 수양론으로 연결되어 집니다. 따라서 중국사상은 심(인간 마음)과 성(우주의 본성, 즉 하늘, 천명)은 출발부터 일치를 지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즉성 사상은 이후 인도로부터 들어온 불성사상(불성은 가능태로서 보통 실체인 여래장과 혼동되고 있습니다)을 심즉시불(마음이 곧 부처! 즉 불성은 현실태로서 본래성을 의미한다할 것입니다)의 사상으로 격의하여 점수가 아닌 돈오 중심의 6조 혜능의 돈오돈수 사상이 선불교의 정통으로 자리잡게 되어 오늘날 한국의 선불교의 모태가 됩니다.

그리면 이제부터 아리안문명이 서쪽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기존에 터잡은 셈족 문명과 한족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알아봅시다. 먼저 아리안족이 남쪽으로 이동하여 만나게된 셈족 문명,특히 기독교와의 만남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이 만남에서 촉매역할을 한 사람이 로마 시민권자이자 유대인인 사도 바울이라할 것입니다. 그는 아리안 문명에 속한 로마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말씀을 진리로 믿고 회심한 후에 셈족의 유대교를 벗어나서 예수의 가르침을 기독교로 보편 종교화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신의 말씀인 율법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유대인만의 종교틀을 벗어나 오직 믿음만으로 구원을 얻을 수있기에 믿는 자마다 구원을 얻을 수있다는 보편종교로서 기독교 사상을 구축하였는데 이를 이신득의,이신칭의라고 부릅니다. 이신칭의는 그 자신이 디아스포라였기 때문에 기독교를 본토 유대인만의 민족종교가 아니라 그 밖의 유대인 나아가 인종을 초월한 보편종교를 만들기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뒷받침한 사상이 로마의 만민법사상과 스토아의 사해동포주의라할 것입니다. 하여 바울이 기독교 구축에 기여한 공로는 지대하다할 것이나 근원적으로 당대의 그리스,로마의 존재론은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의 실체론이었기 때문에 결국 기독교는 바울을 만나 철학적 토대를 구축하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이데아와 현상으로 세계를 이분법적이고 수직적인 질서로 보는 실체론의 한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즉 실체론은 실체를 독립적이고 고정불변한 존재로 보기에 단일하고 동일한 본질을 가지고있으므로 후행존재의 원인이 되는 선행존재는 존재근거인 실체가 되어 상대방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를 도구로 지배하고 이용하게됩니다.

(그러나 실체는 인간이 대상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기위한 언어적 허구개념이라는 점은 수차례 지적하였습니다만 이런 실체 개념으로 2천년동안 지구를 지배해왔으나 이런 허구적 개념으로는 현대의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없기에 새로운 존재론, 즉 생성론을 구축하여야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을 제1원인의 실체, 즉 플라톤의 이데아로 간주하는 기독교는 피조물인 인간에 대해 초월적인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지배할 권한을 갖게되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수직적 계서질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질서는 근대에 이르러 인간이 인간과 자연을 무자비하게 지배하게되는 제국주의 또는 인간중심주의의 근거를 제공합니다. 또한 선과 악 또한 실체로 간주하기때문에, 즉 악은 박멸해야할 실체이기때문에 중세의 대표적인 악인 마녀를 불에 태워죽이는 끔찍한 행위를 도리어 정의로 간주하는 비정상의 행태를 보입니다. 따라서 만일 바울이 그리스,로마가 아니라 인도의 불교문화를 찾아 동쪽으로 나아갔다면 상호의존의 연기법과 얽힘의세계로 이루어졌다는 화엄사상, 즉 상입상즉의 사상을 예수의 해방과 구원의 사상에 결합시켰더라면 오늘날 예수의 가르침은 어떻게 구체화되었을까요?

이에대해 BuddistChristian이 하나의 해답을 제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아리안족이 동진하여 인더스강에 독자적인 인더스문명을 개척하여 다신교인 힌두교를 낳았으며 이후 부처라는 걸출한 각자를 만나 힌두교의 존재론과는 전혀 다른 종교인 불교를 성립하게 됩니다. 힌두교와 불교의 큰 차이는 힌두교는 실체론에 근거한 사상이고 불교는 비실체론,즉 생성론,사건론,과정론 에 근거한 자연철학이라할 것입니다. 하여 힌두교는 범(Brahman)아(Atman)일여에서 보듯이 불교와 유사하게 보입니다만 힌두교는 브라흐만과 아트만을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고 불교는 존재를 실체가 아니라 사건들의 연기적 과정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모든 존재는 연기법에의해 내재적으로 서로 생성과정에 참여하기에 우주의 뭇 존재는 연기로 촘촘히 얽혀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존재는 상호 내재하므로,즉 상입하기에 서로 남남이 아닙니다(즉 자기언급self reference). 또한 같이 참여하기에 서로 등가적 존재로서 평등하므로, 즉 상즉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세계관에서는 지배복종의 계서적 구조는 사라지고 오직 수평적 상호관계만 존재하므로 강자에 의한 약자를 배제하는 변증법이 아닌 강자와 약자가 중첩하여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는 창발적 중도법을 따르게 됩니다. 하여 비록 아리안문명이 인도에 다신론과 실체론에 기반한 힌두교를 낳았으나 그럼에도 석가모니라는 위대한 각자를 만나 불교라는 비실체적 존재론을 통해 아리안의 실체는 허상에 불과하고 연기론이 실상의 법칙임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이제 인도불교가 중국에 미친 영향을 알아 보도록하겠습니다. 인도의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연기사상외에 유가행 중관학의 공사상과 세친의 유식사상 그리고 화엄사상이 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인도 고승인 달마대사가 중국 남부 양나라에 들어갔을 당시 중국불교는 호국불교 또는 기복불교로 전락되어 부처 본연의 가르침이 쇠락되어 버렸으며 이를 알고난 달마태사는 부처 가르침을 신도들이 직접 깨닫게 하기위해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을 하게됩니다. 하여 달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중국은 자신의 고유사상과 융합 convergence 또는 자신의 고유사상으로 격의 transformation한 중국만의 독자적인 선불교를 만들게 됩니다. 다시말하면 중국의 고대 유교의 심성론은 심과 성 (본성,자성)은 일치한다고 (심즉성) 보았으며 또한 본성은 하늘로 부터 부여받았기때문에 부지런히 수행을 하여 마음의 덕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편 인도에서는 불성은 부처가 될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자신이 불성의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이후 수행을 통해 불성을 깨우쳐 우주의 실상을 깨닫는다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여 중국의 심즉성 사상과 인도의 심즉시불 사상(이는 이(불)사(심)무애사상에도 나타납니다)은 서로 유사성을 띄기에 인도의 점수돈오 사상이 중국에서 선불교로 정착하게되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인도의 점수돈오 사상이 중국의 심즉성 사상에 힘입어 선불교로 격의하게되었다할 것입니다. 다만 차이점은 인도 불교는 불성을 여래장처럼 ‘가능태’로 보았기에 요가처럼 점수의 수행이 필요하였다고 본 반면 중국은 본성,즉 자성을 ‘현실태’로 보았기 때문에 찰나심에의해 돈오할 수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중국인들은 불성이 현실태이기에 즉시 알아차리기만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중국 선불교는 남종선과 북종선으로 나뉘게 되는데 남종선의 좌장인 신수대사는 인도불교처럼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달아야한다고 본 반면 6조 혜능은 본성 또한 본래무일물이므로 수행한다고 반드시 알아차릴 수있는 것만은 아니기에 수행이 의미없고 오직 찰라의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위에서 본 중국 전통의 심즉성 관점을 온전히 따르고 있는 입장이라할 것입니다. 즉 신수는 점수돈오이고 혜능은 돈수돈오라할 것인바, 이런 관점은 기존의 돈오점수와 돈오돈수 논쟁과는 내용이 다른 문제이니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한편 달마의 영향으로 중국인은 종래의 심성론을 불교적인 심즉시불 사상으로 다시 격의하게 되었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심즉성과 심즉시불은 같은 의미라고 보았으며 결국 마음과 우주 본성은 일치한다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금나라로부터 송나라가 남송으로 쫒겨나가게 되자 주희는 중화의 부흥과 사회기강의 확립을 부르짖게 되는데 이의 근본원인을 불교의 반사회성에 있다고 보았기에 불교를 척결하고 새로운 유교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았는데 이 것이 신유학, 즉 주자학, 성리학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도는 불성을, 중국은 자성을 본성으로 보고 주객미분 이전의 본래면목이라하여 심즉성과 심즉시불 사상에 의해 본성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희는 우주의 본래면목(본성)을 주객을 번별하는 인간의 도덕성으로 격하시킨 후 성과 심은 일치하지가 않다며 이를 이원적으로 분리시킨후 성이 심을 수양하는 존재, 즉 (도덕)성 의 함양을 위해 성이 심을 양성해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성이 아닌 심의 덕을 쌓기위해,즉 천명을 받기위해 심을 수양해야한다는 유학의 정신과도 배치된다할 것으로 주희의 신유학은 마음과 분리된 성중심의 실체론적 계몽주의라할 것으로 뒤에서 보듯이 실체론이 갖는 문제점을 모두 노정하고 있다할 것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그는 성을 도덕성으로 축소시킨 다음 이를 ‘성’이 아닌 ‘리’라고 칭하였으며 성으로부터 분리된 ‘심’, 즉 마음을 지닌 존재를 ‘기’라고 격하시켰습니다. 이는 불교의 ‘이’와 ‘사’의 사상의 본 뜻(자연과 인간의 일치!)을 완전히 배격해버리고 단지 형식적 이원적 구조만을 흉내낸 것에 불과합니다. 즉 그는 불교의 우주 원리를 인간의 윤리로 도용한 것이라할 것입니다. 하여 그가 불교의 우주원리인 이사무애를 형식상 차용하였지만 실상은 이를 이용하여 인간사회의 윤리기강을 잡으려하였기에 실제로는 그는 이사무애,즉 이기무애가 아닌 이선기후를 추구한 것이라할 것입니다. 즉 중화를 중심으로 그틀의 가치나 제도를 보존하기위해 타 민족을 도덕적으로 계몽하고 훈육하고자한 것에 불과하다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불교의 존재원리를 인간의 규범(도덕)원리로 격하시킨 후 선험적인 ‘리’에 경험적인 존재인 ‘기’가 복종해야 사회질서가 살아난다는 지극히 인간중심주의, 중화중심주의의 폐쇄적인 사상으로 유교를 전락시켰는데 이는 서구의 실체론 못지않게 리를 실체화시켜 못 존재를 그에 복종시키는 계서적 구조(3강5륜), 경직성(예론), 폐쇄성(중화사상), 인종차별(호론과 낙론) 등을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중국은 근대의 과학화, 민주화, 산업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퇴행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세계 문명은 항상 상호 작용에의해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있으며 나아가 실체론적 존재론(유일신사상과 신유학등)으로 무장한 문명은 개방성, 역동성, 창발성이 부족하기에 새로운 문명의 대안을 찾는 중도적 자세가 결여되어 반자연, 반인간, 반문명으로 흐른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있다할 것입니다.

ㅡ하여 바울이 서쪽으로 가지않고 동쪽으로 갔거나, 달마가 동쪽으로 가지않고 서쪽으로 갔으면 인류문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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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코로나와 대선 이후, 미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
흔들리는 자본주의 제국의 향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전망한다!

코로나19로 세계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의 향방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미국에게 가장 파괴적인 태풍, 퍼펙트 스톰이다. 강력한 태풍이 불면 모든 것이 날아가고 감추어졌던 흉물들이 드러나듯 코로나는 미국의 감추어졌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것이 현재의 미국을 단 한마디로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선망하던 외국인의 입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인의 입에서 그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포, 불안, 분노, 그리고 절망의 유령이 미국 전역을 휘감고 있다.

그 와중에 치러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트럼프나 바이든은 이 사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인 그들은 이 사태에 어떤 책임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알던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코로나19라는 퍼펙트 스톰으로 드러난 미국의 충격적인 실상을 파헤치며, 이제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가 아니라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악몽)’의 나라가 되고 있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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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극심한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연합뉴스>

 

김광기

수, 2020/11/0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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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차 유행을 예감하면서, 한국 역시 서구와 유사한 상황에 돌입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서구 사회는 점점 더 명료하게 서구 근대 민주주의의 한계에 봉착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1차 유행 시에 서구의 ‘기본권’ 개념은 명료했고, 아시아의 ‘파시즘’적이거나 ‘독재’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데에 거리낌 없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이제 구미에서 극우세력과 코로나 부정 세력 간에 연대가 커지면서, ‘기본권’ 개념은 점점 더 극우적으로 옹호되는 ‘묻지 마 자유’의 방향으로 오용되고 있다.

이에 <피로사회>로 유명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최근 유럽 언론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단지 코로나19 상황이라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에 그러한 화해가 급조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러기에는 1990년대 이후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대립이 매우 완강했고,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구별되지 않는 경향 역시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한병철이 새롭게 주장하듯이 공동체 정신이 자유주의의 전제라면, 공동체주의자들은 굳이 공동체주의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구별되는 자유주의를 옹호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비판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공교롭게도 정의로운 분배의 절차를 제도화하려고 했던 자유주의자 존 롤스였다.

따라서 코로나19로 구미에서 ‘기본권’이나 ‘자유’와 같은 근대 민주주의의 초석과도 같은 개념들이 ‘이기주의’나 ‘경제적 생존’과 동일시된다고 해서, 공동체주의자가 갑자기 자유주의를 옹호하기는 어렵다.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수렴이 아니라, 오히려 그도 저도 아닌 제3의 다른 원칙이 필요해진 것은 아닌가? 공동체주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도덕적 가치의 사회적 통일성을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에, 추상적 절차에 기초하여 개인들의 권리와 연대를 조절하려는 ‘가치 다원주의’적인 자유주의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아무리 가는 길이 급해도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가 최근 한 학술지에 투고했다가 수정 재심 요청을 받아 투고를 철회한 논문에서, 필자는 ‘공동체’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동체’는 사회 구성원이 동일한 가치를 공유함을 전제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분화해서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가치 갈등’ 및 ‘가치 지배’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반면에 ‘상호의존성’은 가치와 무관하게 인간의 존재 조건, 즉 서로 돌봄이 필요한 개인들의 취약성이라는 조건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즉 어떤 가치로 어떤 형태의 공동체를 정당화하는가의 경험적 사실과 무관하게, 사회는 모종의 ‘연대’ 형태일 수밖에 없다는 절대적 원칙이다. ‘공동체’는 ‘상호의존성’의 조건에서 출현하지만, 그러한 조건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상호의존성’ 관계에 대한 특정 해석방식, 즉 ‘가치’에 의해 정당화된다. 따라서 특정 가치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서로 돌보는 연대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아닌 ‘상호의존성’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유주의가 공동체주의와 수렴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상호의존성’ 개념과 관련된다. 즉 자유주의에서는 사회적 연대를 ‘상호의존성’의 결과가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개인들의 자발적 협동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공동체적 상호 돌봄’을 전제로 삼을 수 없으며, ‘합리적인 협동의 형태에 대한 자율적 합의’를 추구한다. 즉 ‘공동체’를 주장하려면, 가장 먼저 자유주의의 인간관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라, ‘타인과 상호의존성 속에서 사는 개인’으로 개인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공동체’를 주장하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가치의 공유’까지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런 행보는 ‘가치 지배’라는 새로운 위계와 불평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공동체’로 한 발 더 내딛는 행보를 생략하고, ‘상호의존성’에서 출발해서 민주주의의 문제를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코로나19의 n차 유행을 통해 점점 더 명료해지는 서구 근대 민주주의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개인을 집합체나 타인과 분리해서 보는 ‘개인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분리를 ‘완전한 자율과 독립’으로 고정해서 이해하는 것이 문제이다. 오히려 ‘분리’는 순간순간의 ‘사건’들에 불과할 터인데, 그것을 영구적인 개인의 실체적 속성으로 정의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에서 ‘책임’은 정언명령을 따르는 실천 이성 또는 개인의 합리적 성찰의 결과로 이해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개인들이 더 이상 정언명령을 따르거나 합리적일 수 없을 때, 자유주의 사회에서 책임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구미에서 ‘자유’의 개념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극우적으로 오용된다. ‘경제적 생존’ 문제가 실천 이성의 정언명령이나 합리성보다 훨씬 더 시급하기 때문에, 책임 없는 자유가 ‘기본권’의 개념으로 주장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은 실천 이성을 장착해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앞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생물학적 존재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시장 논리는 ‘상호의존성’이 아니라 ‘적자생존’의 논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체’ 개념에 익숙한 한국 사회가 서구 자유주의에 거울이 되어주고 또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개념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인 서구 사회를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한다는 절충론적인 접근은 무의미하다. 한국 사회는 ‘가치 동일적 사회=공동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서, 서구 사회는 ‘자유주의적 개인 개념’에서 벗어나서, ‘상호의존성’이라는 인간 조건에 기초한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를 기획하는 것이 두 사회 모두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홍찬숙

목, 2020/12/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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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인도 일본 그리고 미합중국은 완벽하게 중국에 대항하는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굴기하는 중국과 공존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위 Quad라고 알려진 방식의 동맹에 4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지역안보에 협력하는 위험회피hedge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법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2가지 이유로 Ouad가 아시아의 역사적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첫째는 4자가 서로 다른 지정학적 이해를 갖고 있는 취약성이며, 둘째는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이들은 잘못된 게임을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파워게임의 핵심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에 달려 있다.

우선 호주가 가장 취약하며 경제에 대한 중국의존도가 매우 높다. 호주는 지난 수십 년간 불황을 모르는 안정적 번영을 자랑하여 왔는데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호주경제가 중국과 기능적으로 같은 지역에 속하여 있다는 지정학적 조건이 있다. 2018-2019년의 통계만 보아도, 호주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3% 이상을 차지하는데 반하여 미합중국은 겨우 5%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COVID-19에 대한 중국의 관련성 여부를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면전에서 중국의 따귀를 때린 호주의 행동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설사 혐의가 있더라도 이를 신중하게 비공개적이며 개별적으로 접근했어야 한다. 이제 호주는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처지가 되었다. 현재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호주의 대결상황에서 과연 누가 궁지에 몰릴 것인지 주의깊게 지켜보는 국면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중국이 궁지에 몰리면, 아시아의 국가들이 호주의 행적을 따라 중국을 경멸할 것이고,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호주 자신도 함께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중국은 차분히 기다릴 여유가 있다. 호주의 賢者인 Hugh White가 지적하였듯이, Canberrra(호주의 행정수도)가 처한 어려움은 현실적으로 중국이 게임의 모든 패를 한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서의 파워는 자신의 최소희생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국가가 갖게 된다.

중국이 호주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호주의 현직 수상인 Scott Morrison과 동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19년 11월, 전직 수상이었던 Paul Keating은 Quad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주 국민들을 향해 심각하게 경고한 바 있다. “광의적으로 표현하자면, Quad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고 그는 호주의 한 전략포럼에서 지적했다. “인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중국에게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회피할hedging 것이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 간의 화해분위기 역시 또 다른 증거이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봉쇄의 실행프로그램에 여전히 서명하지 않고 있다.”

비록 최근의 국경분쟁으로 인도가 중국에 대하여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다른 측면에서 역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호주는 다행스럽게 주변에 매우 우호적인 동남 아시아 국가들로 둘러 쌓여 있지만, 일본의 주변에는 비우호적인 이웃들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역사적 앙금을 남아있는 한국이 있다. 일본은 이들과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 때로는 긴장을 형성한다. 상대적으로 경제의 규모가 작은 러시아와 한국과 관계는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일본은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신형강대국으로 등장한 중국과는 관계를 상호 조정해 가야만 한다는 것을 일본자신이 너무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군국주의 시절인 20세기 전반기를 예외로 하다면, 일본은 줄곧 강대한 중국과 항상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여 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4개 국가들은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와 역사적 배경으로 Quad라는 동맹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 질 것 이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전공한 Eaza Vogel은 2019년 저술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중국과 일본 간의 1,5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기록은 이에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을 만큼 독특하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사를 기술하면서 그는 양국이 오랜 역사를 통하여 깊은 관계를 유지하여 왔지만, 문명의 규모와 발생에 있어서 중국이 항상 우위를 지켜왔다고 주장한다. 양국의 관계가 지난 1,500년간 대체로 평화롭게 유지되어 왔다면, 향후 1000년의 역사도 같은 패턴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한 가극인 ‘가부끼’처럼 관계의 변화는 매우 세밀하고 조금씩 변화를 보이면서 점차적으로 긴 시간을 두고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들 양국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우호적으로 변해가지는 않을 테지만, 일본은 은밀한 방식으로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을 이해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앞으로 많은 현안과 사건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양국은 이를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중국 간에는 전혀 다른 문제들이 개입되어 있다. 오랜 문명을 지닌 대국으로 이들 양국은 수천 년을 지리적으로 이웃하여 지내왔지만, 히말라야 산맥이라는 지형적 조건으로 사실상 분리되어 직접적인 접촉은 거의 없었다. 불행하게도 현대의 기술로 인하여 히말라야가 더 이상 차단의 장벽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접경지역에서 양국의 군인들이 서로 직접 대면하는 기회가 빈번해졌다.

이러한 대면의 접촉은 대부분 충돌이라는 사건으로 발전하였는데, 2020년 6월에도 예처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이후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 인도 전역에 휘몰아 쳤다. 향후 수년간 양국의 관계는 악화의 길을 걸을 것이며, 사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해결해줄 때가지 중국은 차분히 기다릴 것이다. 1980년에는 양국 간의 경제규모가 대등하였지만, 2020년 현재에는 중국경제가 인도의 5배 규모로 성장하였다. 이들 대국의 장기적인 관계는 결국은 경제의 규모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1980년대에 미국의 경제가 압도하면서 냉전시대의 소비에트는 사라졌다. 참으로 우연하게, 미합중국이 2017년에 이루어진 CPTPP에 불참하면서 중국에게 의외의 선물을 안겨주었듯이, 인도는 동아시아 지역의 포괄적 경제협력기구인 RCEP의 참여를 포기하면서 중국에게 지정학적 利點을 제공하였다. 경제는 거대한 게임이 진행되는 곳이다. 미국이 CPTPP에서 발을 빼고 인도가 RCEP을 포기하면서 해당 역내의 거대한 경제의 생태시스템이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심각하게 참조할 통계자료가 있다. 2009년 당시 내국의 소비 사장 규모가 중국은 1.8조 달러이었던 반면에 미국은 4조 달러이상 이었다. 10년이 지난 2019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중국의 규모가 6조 달러, 미국은 5,5조 달러가 되었다. 더구나 향후 10년간 중국의 수입물량은 22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70-1980년대의 미국의 대량소비 경제가 소비에트를 몰락시켰듯이, 향후에는 중국의 엄청난 내수시장의 규모가 국제지정학의 지형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Quad동맹의 해군함대가 인도양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해도 아시아 역사의 방향을 되돌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Quad 4개 국가들이 경제적 이해와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면서 정상적인 동맹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 하나의 뚜렷한 징후가 있다: 미합중국의 가장 강고한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Quad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아시아의 미래는 Quad라는 4개의 영문자가 아닌 RCEP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1-01-27.

KISHORE MAHBUBANI

동남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외교관으로 싱가포르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유엔주재 대사를 지내면서 안보리이사회의 의장직을 2년간 맡았으며, 이후 14년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학장을 지냈다. 최근 “Has China Won”을 출간하여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수, 2021/02/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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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가 당면한 문제는 중소제조기업 환경을 둘러싼 체질개선, 구조조정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 자본의 성격에서 참으로 다국적적이다. 주요 대기업의 50~60%의 주식이 외국자본의 소유이며 특히 간판기업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등 한국의 대기업은 주주이익실현에 열심이고 외국투자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생산성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이닉스의 1인당 매출액이 8억 정도인 것을 필두로 전자, 화학, 자동차, 제약, 화장품 등의 기업들이 여느 세계적 기업들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반면, 중소제조기업은 순수한 국내자본이면서 우리나라 고용을 떠받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낮으며, 그에 따라 임금수준도 낮다. 우리나라 전체 자본주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며 전통적으로 정부 등으로부터의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있어 왔고 스스로는 취약한 상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고용인원 50명 미만, 매출 50억 미만의 소규모 제조업은 현재 최저임금, 노동시간 문제와 함께 생사의 갈림길에 있고, 매출 500억 미만 업체들도 업종과 기술지원, 하청관계의 혁신적인 변화 없이는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우리 기층 대중의 문제가 바로 우리의 중소제조업의 갈 길과 결을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산업정책, 더욱이 중소기업 정책에서 생산성의 문제, 노동인력의 개발문제 등은 등한시되고 있다. 이제부터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 생산적인 변신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그 방도를 찾아보도록 한다.

 

1. 한국 자본주의가 당면한 문제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

한국 자본주의의 현재 상황의 간단히 정리해 보면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1) 선진자본주의 사회로 진입, 산업화, 산업혁명을 완수하려는 단계

2) 동시대적인 요구로 기술 트랜드, Industry 4.0을 맞이한 상황

첫째, 한국 자본주의는 산업화를 통해, 자본주의 제조업 국가로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성장을 이룩했고 그래서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이상의 나라로서는 유사이래 7번째 산업혁명을 이룬 나라가 되었다. 1750년대 영국을 필두로, 1840~50년대 미국과 프랑스, 1890년대 독일, 1900년대 이태리와 일본이 이룬 대업을 우리가 이루어낸 것이다. 러시아가 탈락하고, 스페인과 브라질이 이루지 못한 길을 우리가 지난 50년(특히 87년 이후 최근 30년)에 걸쳐서 달성한 것이다. 단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 등 전체 사회시스템이 자본주의화 한 것이다. 스페인과 남부이탈리아의 경우, 소득수준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농업국가, 지주 중심의 봉건적 요소들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국가들이며 아일랜드 같은 나라는 산업이라고는 없고 단지 농업, 관광에 얹어서 외부로부터 심어진 금융업으로는 그 나라의 미래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으며 정치세력을 보면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이들 나라는 모두 산업혁명을 겪지 않은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부가가치 대비 제조업 비중에서 세계 최고인 30%대를 달리는 유일한 나라이며 활동인구 대비 비중에서는 인구 5천만 넘는 나라들 중에서 세계 1위 (혹은 대만 – 인구 2천4백만 – 에 이어 두 번째)이며 독일과 일본이 뒤이어 20%대에 남아있는 나라들이다. (참고로 인구가 적어도 산업혁명을 겪었다고 할 수 있는 나라로는 네덜란드를 필두로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정도가 전부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자본주의도 세계의 선진 제조업이 닥친 Industry 4.0의 쓰나미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현대자동차는 새로 출시한 모델의 신차에 자율주행 Level 2.0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21년에는 4.0을 도입할 예정이다. 2.0은 시스템이 감가속과 조향을 담당하는 부분자율주행이고 4.0은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치 않는 고등자율주행이다. 이러한 자율주행이 생산제조현장에 도입되는 것이 스마트공장, Industry 4.0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현장은 일반적인 자동화, Industry 2.0 수준, Taylorism 수준을 채 넘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대기업조차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Data들을 충분히 모으지도 못하고, 모아도 사용할 엄두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아래로부터 빨라져서 매출 50억 미만 업체에서조차 단순인력을 현장에서 몰아내는 자동화의 욕구는 엄청나고 300억 업체 정도에서는 공정개선과 생산관리능력에 대해서 관제와 AI를 이용하여 품질데이터 분석을 하겠다는 요구들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다.

자동화, 관리, 관제, 분석(AI), 제어 ; 스마트 공장의 요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자동차에서 전기전자장치 부품(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0%이나 이는 5년 10년 후면 8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제조업의 현장, 공장도 전자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후발 자본주의 국가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스마트공장, Industry 4.0은 도전이자 기회이다. Catch-up 방법이 Open Source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이 일반화되고 혹은 되려면 노동력의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숙련 중심에서 숙련중심으로 바뀌는데, 3가지 영역, 즉 제품설계 직종, 생산관리 등 관리직종, 설비 등 유지보수와 보안직종 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10명 이상 고용 67000개, 218만(2016년 중기부 통계)을 고용하는 중소제조업이 개수로는 1/3이하로 줄고 규모로는 100억 매출의 중소기업과 1000억 매출의 중견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업종도 단순가공, 단일공정 중심의 하청구조에서 자기부품, 자기기술에 의한 중간부품 생산체계, 나아가서 금형, 기계제작, 자동화 설비, 장비 제작 등 고부가 제품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로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10%수준이며 영국은 7%에 못 미친다. 역사 속에서 보듯이 자본주의는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자본증식을 하는 것을 무조건 선호한다. 영국 자본주의가 혁신을 피해 식민지경영에 몰두할 때 미국과 독일이 그를 추월하였지만, 제조업을 피해서 경쟁력을 상실하여 국가적으로는 몰락할 때 몰락하더라도 개별 자본은 본능적으로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 실로 제조업은 다른 어떤 분야의 산업보다 (증권화하기 전에는) 투자와 수익창출까지 오래 걸리고 특히 불황에 대해서 아주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고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랜덤요소가 너무 커서 자본가 입장에서는 피곤도가 제일 높다. 그리고 자본의 규모가 커서 독과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라면 확률적 고려, 분산을 통한 위험회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자본은 생산현장을 피하고 싶어하고, 간접화, 증권화로 한사코 멀어지려고 한다. 유통과 서비스업이나 금융업으로 제조업을 지배하려고들 한다. 하지만 추적자 입장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제조업에 투입된 자본은 시장이 확대되어 브레이크 이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폭발적 이윤의 발생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순간이 제조업에 투자된 자본이 여타 상업, 유통, 금융업에 투입된 자본을 압도하는 지점이 된다. 창업과 약진, 항상 새로운 도전의 의미에서, 제조업은 최고로 창조적인 첨단의 시스템으로 무장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제조업에서의 압도적 우위는 최종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의 우위로 연결되는 것이다. (독일이 Industry 4.0에 국가적 명운을 거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산업은 산업혁명을 완수해야 하고, 특히 Industry 4.0 시대에 스마트공장을 적용하여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일시적인 국산화 주장에 편성한 것이 아니라 소재, 부품, 장비와 나아가서 기계설계, 공정설계, 제작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의 1인당 매출액 평균은 3.5~4.0억원인데 반해 1차기업(중견기업) 2.5억 정도이다. 대략 70%수준이다. 반면 2차, 3차기업(매출 50억미만)의 매출 1억 정도이다. 이것이 최저임금, 52시간 문제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의 기저이다. 해결방법은 최종하청기업인 2차 기업 수준에서 2.5억 정도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매출상승 문제가 아니다. 규모와 업종, 노동력 모두가 걸려 있는 문제이다. (즉 구조조정의 방향은 규모조정, 업종조정, 노동인력조정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제조기업이 직면한 문제 중에는 생산성의 향상 뿐아니라 하청구조의 개선, 기술의 확보, 자동화 로봇화 등이며 이의 해결 방안으로 집단화/협업 방안과 업종의 전환 혹은 고도화 (소재부품, 장비와 설비, 제품설계/공정설계/디자인 능력, 바이오화학, 전산, 산업공학 등의 문제)를 이루어야 한다. 노동자 집단은 이 과정에서 교육/재교육을 통해서 숙련화를 달성하고 노동시간단축,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이루어야 한다.

 

2. 구조조정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누가 추동하는가

이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왜 이제까지는 진척이 거의 없었는가? 우리나라 대기업은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화를 원할까? 심지어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노동자들은 소득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외국자본의 지분이 과반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이익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리고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현재 GDP 1인당 3만에서도 잘 벌어 주고 있는데 굳이 4만, 5만불로 한국의 국민소득이 오른다고 해서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면, 이 나라의 개별기업들은 미국이나 독일을 빰칠 정도로 세계 최고도의 기술을 가진 초호화판 첨단회사들이 수두룩하다. 나스닥 상장기업이 세계 3번째로 많은 등, 기업들의 기술수준으로만 따지자면 국민소득이 7~8만불은 당연할 듯하지만 이스라엘의 1인당 GDP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나은 4만 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PPP는 우리나라보다 못한 3만 불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스라엘의 인구는 8백만 밖에 되지 않고 내수(노동자의 소비)로 자본주의 발전이 좌우될 상황은 절대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결정짓는 요소 중 인당 생산하는 부가가치, 매출액, 생산성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들은 가능성이고 필연은 노동시장이다. 이스라엘은 규모가 작은 경제이며 노동시장을 적극적으로 자본이 조절하고 있다.

임금을 낮추기 위한 자본주의의 노력, 사회적 생활비용과 임금의 요구수준이 올라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는 노력은 사실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알고보면 실로 눈물겹다. 예전 이명박/강만수 시절의 인위적인 환율조절도 우리나라 대기업 대 중견기업 대 중소기업 임금 비율을 현재의 100 대 70 대 30으로 만든 극적인 장치 중의 하나였다. 이런 억지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하고 막아야 한다. 심지어 자본의 입장에서조차 이런 방식으로 우리나라 자본주의 유지되기에는 위험하고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30/100(동일한 산업내의 최고임금 대비 최저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고 사회의 바닥을 묶어두는 것이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최하인 사회를 만든다. 이런 막가파식 소득불균형 옹호정책은 비정규직 문제, 택배기사도 자영업이 되고 편의점주도 자영업자가 되어 자영업자 창업/도산을 권유하는 사회, 대기업 노동조합의 일탈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가져온 것이다.

영국은 대처 수상 집권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숙련노동자 억압정책, 숙련노동이 필요한 산업을 경시하는 정책을 진행한 결과, 지금은 스위스의 하청산업 국가로 전락하고, 2류의 제조업국가가 되고 말았다. 단순노동을 선호하는 자본을 국가가 지원하고 최대한 오랫동안 저임금을 잔존시키는 정책을 진행해 왔는데 이는 사실 자본의 몰락을 가져온 설탕물 정책이다. 당장은 이윤을 만들어 주지만 닥쳐오는 변화에 느리고 기술에 둔감하고 심지어 노동억압을 통해서 저임금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 등이 모두 당뇨를 불러오고 만 것이다. 결국 역사가 주는 교훈에 따른다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은 업종변환, 자동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있으며, 노동자 집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당장 숙련된, 특히 제품설계 등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진 고급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혹은 대기업이 일본문제, 혹은 보호주의 기조 하에서 중소기업 군의 정비를 필요로 할지도 모르겠다. 소재와 부품 나아가서 장비와 설비, 설계능력을 갖춘 산업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언제까지 얼마만큼이나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와 반도체 대기업들의 절박함은 우물에서 숭늉을 바라는 절실함 정도이지 솥에 불을 때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연 이들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을 통털어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시행하는 것을 찬성하겠는가? 너무 나아갔지만 중소제조업의 체질개선, 구조조정은 그 방향에서 생산성의 향상을 포함하고 있다. 결코 소용되는 기술의 변화와 노동인력의 재편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속생각은 대기업노동자 대비 소기업노동자의 생산성 격차와 임금격차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앞서 말했듯이 글로벌 환경 속에서 현재의 3만불 국민소득 체계, 즉 단순하청기업에 낮은 생산성의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특별히 중소제조업에서의 변화를 원할 이유가 없다. 이대로가 더 좋으니까!

하지만 중소제조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최저임금, 52시간 노동이 올려치고, 세계적 불황과 국내소비시장 위축이 내리 누르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자동화를 해야 하고, 단순노동 중심의 생산구조를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을 쳐야한다. 인력을 줄이는 방도를 찾고 있다. 공장 문을 닫든지 아니면 자본재를 투입하고 SQ기준에 맞추고, 단가를 스스로 낮추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하지만 저임금에 기반을 둔 단순하청 혹은 자체 기술에 기초한 제품이 없는 까닭에 원청에 억매여 끌려가는 업체들로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업종조정, 공정조정, 노동 조정, 원하청 관계조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의 노동자들은 대기업 대비 30%의 임금을 받고 젊음을 불사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노동은 주로 외국인들이나 결혼 후 여성인력에 의존한다. 전 사회적으로 대기업 대비 70~75% 정도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시행되면, 당연히 기계가공 노동자 등 블루컬러 숙련공이 사무직이나 공무원과 맞먹는 수입을 가지는 사회를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 (목수와 배관공이 의사와 수입이 다르지 않다는 덴마크 같은 나라까지는 아니라도) 그렇게 되면 자살률도 낮아지고 출산율도 올라가고 교육지옥도 없어지는 우리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한국 자본주의 자체가 숙련노동력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에서부터 가능해 진다. 업종에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설비와 기계제작, 금형제작 등의 영역으로 진행되고 노동도 제품설계와 디자인, 공정설계와 정밀가공, 생산관리와 유지보수에 종사하는 최소 전문대학/대학 졸업자로 구성되는 숙련공의 노동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

자본은 항상 쉬운 길을 가려하고, 그 결과 전체 사회의 경제수준과 노동의 질은 자본의 의지에 묶여 혁신의 길을 가지 않는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산업성장의 가도를 달렸었다. 출발부터 우리와는 달리 자기자본을 충분히 가졌었고 화교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세계시장도 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만의 제조업 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자본들은 쉬운 돈벌이를 찾아 중국으로 물밀 듯 몰려갔고 대만 경제의 활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1인당 GDP가 2만 초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자본주의는, 지금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였다. 중소제조기업과 노동자들 모두는 변화의 격랑 속에 들어와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결절점, 산업혁명의 막바지이자 세계 자본주의 기술의 결절점, Industry 4.0의 시작시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중요한 시기를 제대로 헤쳐 나가는 길은 중소제조기업 종사자들과 노동자 그리고 국민대중의 요구에 기반을 둔 산업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화, 2019/11/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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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방경제포럼

1) 극동개발

지금까지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왔고, 국내적으로는 중부 지역에 관심을 뒀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되고 인구도 충분한 데 반해 극동 지역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극동지역의 인구는 660만 명, 러시아 전체 인구의 5% 정도로 가장 낮은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다. 면적은 617만 ㎢로 국토의 36%인데 프랑스 영토의 10배이며 남북 거리 4500 ㎢, 동서 거리 3000 ㎢이다. 그런데 다이아몬드의 98% (야쿠츠크), 백랍 80%, 황금 50%, 어류.수산물 40%, 러시아 삼림 30%가 이 지역에 있어 원자재의 보고이다.

푸틴이 집권한 2000년부터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극동지역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보는 물론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아태 경제권으로의 편입이라는 과제에 직면하면서 러시아 중앙과 지방이 윈윈할 수 있는 개발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러시아 중앙정부는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시를 아태지역 국제협력센터의 중심지로 육성하려 했다. 국제정치와 경제의 중심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낙후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개발해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되 단기간이 아니라 21세기 내내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빅토르 고르차코프 연해주 입법의회 의장은 2016년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방 차원에서 100년간 보장되는 개발사업으로 보면 된다. 연방 정부에 극동개발부가 신설된 것도 그 일환이다. 또 푸틴 대통령이 극동에서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변경된 건 전무하다. 불황으로 지원 예산이 삭감된 지역이 많지만 극동러시아만은 한 푼도 줄지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외환경이 어려워졌지만 러시아는 2015년에 이어 올해도 9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열기로 결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지역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역개발에 필요한 자원 조달 문제는 동북아 주요 국가의 참여 유도로 해결하려 하고, 노동력 부족 문제는 중국, 북한 등 옛 사회주의 형제국들의 노동력을 유입하면서 해결하려 한다. 특히 극동은 지역개발에 필요한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극동지방의 인구는 지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 동안 100만 명 정도가 줄었다. 인구 감소의 주 원인은 출산율 저하와 외부로의 인구 유출이 꼽힌다. 육체노동을 꺼리는 현지 주민들의 노동의식도 한몫 작용하고 있어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외국 노동력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실제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 노동자의 진출이 절대적으로 많다. 2005년을 전후한 시기에 극동에 체류중인 중국인 노동자가 8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상당수 러시아인들은 중국인 이주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중국인들에게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신황화론)

여기에 극동으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고민을 다소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근면한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 및 지역 시장 잠식을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러시아가 우려하는 ‘극동지역의 중국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인 노동력 진출에 따르는 잠재적인 안보 위협의 해소와 극동지역 개발에 필요한 노동력 부족분을 충족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접근하려 한다. 북한과의 관계는 지역안보와 북한 노동력 유입, 그리고 북한을 통한 한국의 투자유치 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2) 첫 동방경제포럼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연방정부 내에 ‘극동개발부’라는 부처를 신설하고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9월에 처음 열린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을 취재했다.

극동연방대학; 동방경제포럼 개최 장소

국내에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대단히 큰 규모의 행사였다. 푸틴 대통령이 참석해서가 아니라, 이 포럼을 기획. 추진한 당사자가 푸틴이기 때문에 그렇다. 최고 지도자가 의지를 갖고 밀어 붙이니 밑에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총감독이 되고, 극동개발부가 발로 뛰어 만든 작품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이렇게 초대형 경제포럼이 열린 것은 2015년 당시가 처음이다. 동방경제포럼은 한마디로 외국투자 유치 설명회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는 투자하기 힘든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조치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중 핵심은 ‘선도 개발구역 조성’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선포’이다.

▷ 선도 개발구 : 극동에 분야별로 특화되고 경제자유구역(EEZ)과 비슷한 여러 개의 산업기지를 조성해,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주고 각종 행정.세제상의 특혜를 부여 함으로써 국내외 입주 업체들을 끌어들이려는 사업이다.

9개 선도 개발구는 다음과 같다.

1)하바로프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바로프스크 지방

2)콤소몰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바로프스크 지방

3)나데즈딘스키 선도개발구역(경공업.식품공업.운송-물류): 연해주 지방

4)미하일로프스키 선도개발구역(축산업.농식품 공업): 연해주 지방

5)프리아무르스키 선도개발구역(공업.운송-물류): 아무르 지방

6)벨로고르스크 선도개발구역(농업 위주): 아무르 지방

7)캄차트카 선도개발구역(관광-휴양.항만-공업.농업): 캄차트카 지방

8)베링고프스키 선도개발구역(광업): 추코츠키 자치구

9)칸갈라스 선도개발구역(공업 단지): 사하(야쿠티아) 공화국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개념도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 블라디보스토크 뿐만 아니라 남쪽 포시에트항, 자루비노항, 동쪽으로 나홋트카항, 북쪽으로 우수리스크, 한카이스키 군 등 15개 지자체가 포함돼 면적은 2만 8,400 평방미터에 이른다. 이 지역을 홍콩.싱가포르 등과 유사한 세계적 자유항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앞으로 70년 동안 자유항의 지위를 누리게 되는데, 자유항 방문객들에게는 입국시 8일 동안 비자가 발급된다. 거주자들을 위해 관세 및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자유관세지역이 설치된다.

이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에게는 최초 5년간 법인세.재산세.토지세 등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비자 절차 간소화, *행정 규제 완화, *각종 세제상의 혜택.

이는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무엇이든 요구하라고 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그에게 무엇이든 요청하라고 했다.

아무튼 이 달콤한 제안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기대 반 관망 반이었다. 우선 파격적인 제안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측 관계자는, “러시아의 입장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당신들이 투자를 안할꺼요?” 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오래동안 지켜본 김승동 LS 네트워트 대표이사는 무엇보다 극동개발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 대표이사는 “극동개발부 사람들은 장관.차관부터 젋고 일하는 것도 아주 적극적이다. 어떤 때는 한국 사람들보다 더 빨리 빨리 일한다. 이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우리 기업들이 극동지역에 진출해야 하는 절호의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신중론도 있다. 연해주에서 오래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장민석 유니베라 러시아 법인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 법안만 해도 세부적인 규정은 현재 계속 검토중이고, 10월 초에나 발효된다. 그때 가봐야 우리 기업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알 수 있다. 그때가서 각자의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러시아가 워낙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악명이 높아서, 그런 타성이 쉽게 고쳐질지 회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9월 5일 포럼 마지막 날, 한-러 비즈니스 대화가 열린 자리에서 한국측 위원장인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그동안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송 대표이사는 “2010년 모스크바에 호텔을 지을 당시 각종 인.허가 과정이 100여 개나 되는데, 그걸 승인받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러시아 극동개발부의 오시포프 제1차관은, “극동지역에선 행정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 다시는 롯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동방경제포럼

극동지역 최초로 열리는 경제포럼에 러시아가 남북한을 동시에 초청하면서 가슴이 설렜다. 모처럼 남북한 회동이나 남북러 3자 회동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남북러 3자가 한자리에 앉는 것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8월 말에 남북한 포격전이 발생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주최측에 몇번이고 물어봐도 북한측에서 누가 올지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8.25 합의’가 극적으로 체결되자 비로소 북측 대표단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포럼 개막 직전에, 북한이 남북러 3자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통보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대가 낙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리용남 북한 대외무역상(오른쪽)

물론, 남북한 대표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진 적은 있었다. 9월 3일 저녁, 투르트네프 부총리가 예고 없이 각국 대표단을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행사장 견학 일정을 마련한 자리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용남 북한 대외무역상은 이 자리에서 30분간 회동했다. 두 사람은 ‘안녕하십니까’ 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뒤 별다른 의견 교환 없이, 주최측이 마련한 행사장 견학을 마쳤다고, 윤 장관측은 전했다. 그나마 이같은 만남 때문인지 그 이튿날 전체회의에서 윤 장관이 이용남 대외무역상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 나선지구 홍수 피해를 잘 마무리 하시라고 덕담을 전했다고 한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북한 체제를 감안해 볼때, 이미 남북러 3자 회동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내려진 이상, 현장에 나와있는 장관급 대표가 남한 대표를 만난다 하더라도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이란 관측은 할 수 있다. 이번에 남북한 회동이나 남북러 3자 회동이 이뤄졌더라면, 나진~하산 물류.네트워크 사업이나 한반도 가스관 연결 사업 등 이미 벌여 놓은 각종 사업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순풍이 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경제포럼이 끝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러시아 극동개발부에서는 내년에도 경제포럼을 다시 열 계획이라며, 조만간 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제발 남북러 3자 회동이나 남북간 회동이 반드시 이뤄져 극동에서 남북경협의 물꼬가 확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3) 갈수록 판이 커지다

이듬해인 2016년 제2회 동방경제포럼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열렸다. 2015년에는 3일 동안 열렸는데, 2016년엔기간을 이틀로 단축하고 대신 내실을 기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들을 초청해 주가를 한층 올렸다. 오히려 한·러, 일·러 정상회담 때문에 본질인 경제포럼이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이틀간 포럼에서 214건, 1조 8,500억 루블(약 31조 원) 상당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러시아 극동개발부 공보처가 밝혔다.

앞서 지적했듯이 시베리아. 극동지방의 석유·가스·전력 생산은 세계 톱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인구가 현저히 적고, 자본·기술이 부족한 게 문제이다. 중·러 국경 너머로 중국 동북 3성에는 1억 3천만 명이 바글대는데, 극동 연해주 인구는 고작 600만 명 정도이다. 이번 포럼 전체 회의 사회를 봤던 마이클 케빈 전 호주 총리는, “극동의 영토 크기는 호주 정도인데, 인구는 싱가포르 정도이다.”라고 비유했다.

극동지역의 산업구조 변화도 요구된다. 현재 1차 산업 중심의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절실하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동방경제포럼은 아태 국가들에 극동지역 진출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자리다. 이번엔 각국 정상들까지 초청해 제법 성대한 행사를 치른 이유다. 한국과 일본 역시 각각 안보, 영토 문제가 걸려 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9월 3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러일 정상들이 기조연설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극동은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며,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류의 대동맥이 시작되는 중요한 도시”라며 지역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극동개발의 구체적 방안으로 “주택, 보건, 의료 분야 등에서 투자 증대와 협력 강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러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교통·항만 등 극동지역 인프라 확충, 북극 항로 개발, 극동지역 고속도로 건설사업 및 폐기물 처리를 위한 친환경 사업 협력, 냉동창고 및 가공공장 건설 참여 등 극동지역 수산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시급성을 갖고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북한의 핵 위협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북한 핵 개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동해 상으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극동지역의 선박마저 위협한다”며 북핵 문제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상황을 협상 국면으로 돌리기 위해 북한을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답했다.러시아가 그동안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우리에게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에 비 하면 푸틴의 이번 답변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이번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나름의 성과를 얻은 셈이다. 물론 민감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을 여전하다.

아베 총리

아베 일본 총리의 연설에서는 러시아의 환심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떻게 들으면 아첨에 가깝게도 들릴 정도다. 아베 총리는 “저는 이번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저는 전용기를 타고 왔지만, 이곳은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와야 할 것입니다. 100년 전 노르웨이 출신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보며 이렇게 말했죠. 여기보다 아름다운 곳이 어디에 있을까?”라며 한껏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치를 칭찬했다.

아베 총리는 또 동방경제포럼장이 있는 루스키 섬으로 들어오는 세계 최장의 사장교(길이 3km)를 일본 기업이 건설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아름다운 도시 건설에 일본 기업을 동참시켜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러-일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 년에 한 번 이곳에서 정례 회담을 하자”라는 새로운 제안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발언에는 그가 남은 2년 임기 동안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경제협력을 당근 삼아 쿠릴열도, 북방영토 문제를 매듭짓기로 작정한 것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아베는 앞서 지난 5월에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푸틴을 만나 ‘8개 항목의 협력방안(이른바 포괄적 접근)’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당장 아베 총리의 구애에 화답할 것 같지는 않다. 푸틴 대통령은 전체회의에서 러시아 관점에서 러-일 관계의 전략적 중요도는 어떤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토 문제는 러시아의 국익에 관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일본의 시각이 다르다. 현재의 러시아가 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다. 1956년에 이 문제가 해결되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소련-일본 간 공동선언에서 당시 소련은 시코탄과 하보마이 등 쿠릴열도 4개 섬 중 2개 섬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음)

푸틴 대통령

푸틴은 또 “당시에는 일본이 거절했다. 당시의 제안에 대해서 일본이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에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영토문제는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나와 아베 총리가 소치에서 합의한 8개의 협력방안, 이것이 중요하다. 영토문제와 평화협정문제는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양국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할 것이다.” 고 답했다.

이틀간의 잔치는 끝났다. 정상회담 덕분에 굵직한 계약체결. 각종 MOU 체결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기자 개인의 관심사는, 한국과 일본의 정상들이 언급한 안보, 영토 문제를 러시아는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베가 제안한 ‘매년 정례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도 관심사다. 문제는 러시아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기다려 볼 일이다.

 

4) 극동개발의 노림수

한러일 정상들

푸틴 대통령은 왜 극동개발에 열을 올리는걸까? 푸틴은 2000년 7월 집권 1기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북한을 방문했다. 옛 소련시기를 통틀어 러시아 국가정상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한 뒤 15년 만의 결실이 이번 동방경제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극동개발의 목적은 결국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진출로 요약된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연안국가들은 지금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아태국가들과 긴밀히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라고 설파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자루비노 항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230km 위치. 중국 국경과 가까움)의 항만 현대화에 합의했다. 우리측 관계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동해안을 따라 부산항에 이르러 아시아.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5) 연해주 한국 공단

개성공단이 가동된지 꼭 10년째 되던 2013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잇달은 북한의 강경 조치로 결국 남북한 종업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필자는 당시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도문의 북한 전용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개성지구 노동자들이 북중 접경의 도문 공단으로 옮겨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남한 정부에서는 개성공단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남북한 협력 모델을 북한 땅이 아닌 제3국에서 시행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제3국 중 유력한 후보지가 러시아 극동 연해주라는 첩보도 입수했다.

중국 전용 공단

그해 12월 필자는 <북방의 문을 열다> 라는 제목으로 철도 연결 등 남북러 3각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내용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극동 연해주를 방문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10km 떨어진 작은 도시 우수리스크. 필자는 우수리스크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소를 취재했다. 시 외곽에 중국 전용 공단이 있었다. 2012년에 가동을 시작한 이 공단에 20개 업체 1500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신발.운동복.박스 등을 만드는 봉제가공업체들이었다. 상품은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들 고용하는 조선족 공장도 있었다. 그동안 수지가 맞지 않아 일부 중국업자들이 철수한 탓인지 최근에는 300여 명 정도로 규모가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공단을 보면서 필자는 연해주에 한국 업체들을 위한 전용 공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러시아측 입장에서는 중국인들 보다는 북한 노동자들을 더 선호한다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용 공단2

2019년 1월 산업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성장을 위해 남북러 3국이 산업단지를 함께 조성하는 등 협력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북한 내 산업단지와 더불어 한러 협력산업 집중지역에 점진적으로 ‘남북러 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점에 주목해, 남북러 협력의 최우선 대상 지역으로 극동지역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추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고려해 러시아의 협력을 최대한 유도하고, 남북러 수송망 구축과 유라시아 시장 확대에 필요한 수출형 제조업 분야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러 협력사업이 러시아 정책과 부합하도록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추진하는 루스키섬 과학·기술센터 조성, 가공산업 육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수송 인프라 건설 정책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력, 광물자원, 철강, 수송망, 무역·투자, 농업 등 분야에서 진행해온 기존 협력사업을 활용할 것도 제안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그런데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LH는 2019년 9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연해주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ASEZ) 내에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해있다. 단지 조성은 총 150만㎡(45만 평) 가운데 50만㎡(50 ha=15만 평)를 시범사업으로 우선 추진할 예정인데, LH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획득해 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한국기업에게 입주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만약 미분양 시에는 외국기업에게 입주권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LH는 설명했다.

사업비는 100억원 이내로 2020년부터 3년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중이다. LH는 지난 2월에 FEIEA(러시아 극동투자 수출지원청)와 이번 사업의 포괄적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하고 7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입주 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OI, 즉 입주의향서를 낸 기업은 28개로 17.1만평을 요구했는데, 이는 분양면적인 13.4만평을 128% 초과한 것이다. LH는 우리 기업의 연해주 진출 장점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를 들었다.

①생산 거점: 저렴한 전기.가스 비용, 노동력 등을 활용해 생산 단가 절감과 향후 CIS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 가능

②물류 거점: 북.중.러 접경지역에 국제물류 요충지로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시장과도 근거리에 있어 물류비용 절감 가능

③After Market: 극동아시아 지역은 중고차 점유율이 높아 A/S 부품 및 차량관리 용품 등에 대한 적지 않은 시장 규모 형성

LH는 9월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마치고 12월 13일 러시아 정부와 ‘예비 사업시행 협약’을 맺었다. 이번 사업은 우리 정부가 2017년 9월 러시아에 제안한 9개 분야의 한‧러 간 경제협력사업(산업단지,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농업, 수산업) 즉 ‘9-Bridge 전략’의 하나로,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지원하기위한 방안이라고 LH는 소개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해 제2, 제3의 한국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진심으로 이 사업이 성공해 크게 번창하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후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 진출을 시도한 국내 기업들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수리스크에 있는 롯데 농장 (예전에 현대중공업 소유였다가 매각됨), 롯데 호텔(예전의 현대 호텔), 크라스키노에 있는 유니베라 농장, 대순진리교 농장 등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 산업단지에 북한 노동력까지 가세해서 진정한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꽃피우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목, 2019/12/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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