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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출간! (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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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출간! (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익명 (미확인) | 월, 2019/03/25- 22:15

역사의 시작
The Beginning of History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인가 역사의 시작(데 안젤리스)인가?
신자유주의가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에 맞서 투쟁이 만들어가는 ‘역사의 시작’을 탐구한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시장경제, 사회적 시장경제, 공유경제를 넘어 공통장으로!
공통장(commons)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필독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  옮긴이  권범철  |  정가  25,000원  |  쪽수  488쪽
출판일  2019년 3월 18일  |  판형  신국판 무선 (140*215)  |  도서 상태  초판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아우또노미아총서 65
ISBN  97889-6195-201-9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06918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역사의 시작』은 창조성을 반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으로 데려가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 사회주의, 코뮤니즘의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지은이

『역사의 시작』은 그 자체로 일종의 지적 혁명이며, 엄밀하면서도 흥미롭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지은이

이 책은 반자본주의 이론의 중대한 성과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지은이

『역사의 시작』 간략한 소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를 수용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장과 존엄을 위한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다른 실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이 투쟁의 전선을 분석한다. 한편에서는 자본으로 불리는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끝없는 성장과 화폐 가치를 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회적 세력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삶의 망을 재배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대안지구화 운동이 최근 제기한 대안적인 공동생산 양식들을 다루면서 이 운동들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열정으로 가득한 이 책은 획기적으로 새로운 비판 정치경제학 이론을 모색하고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 그 이론의 역할을 탐구한다. 이 책은 모든 정치 활동가와 정치 이론 학생들의 필독서다.

『역사의 시작』 상세한 소개

『역사의 시작』은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에 도전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의 종점”이라고 주장하며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사실상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언하는 이러한 사고에서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은 자본주의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그것의 불완전한 실행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는 이미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했으므로 그것의 보다 완전하고 광범위한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것은 특정한 가치, 즉 이윤, 경쟁, 무한 축적 등이 보편화되어 사회 곳곳에 스며든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의 종말이라는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역사의 시작이란 “다른 가치들을 상정하는 것이며, 화폐로 부패된 민주주의,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경쟁으로 부패된 사회적 공동생산 그리고 비시장 공통장을 종획하는 구조조정과는 다른 지평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지배적인 가치에 대한 도전과 적대이자, 자본주의를 넘어선 창조의 구성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지구 전역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일어나는 다양한 투쟁들이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며 다른 삶을 창조하는 과정이기에 역사는 끝난 적이 없다. 역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역사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말하지만 데 안젤리스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사회적 관계들의 체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세계는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거대하며, 자본주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것, 즉 사회적 재생산 체계에 속한 하나의 하위체계에 불과하다.” 이 말을 따른다면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체계가 모든 것을 에워싼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체계들의 상호관계로 구성된 세계를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저자는 이 세계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가치 체계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가치’라는 것이 우리가 우선시하는 어떤 것이라면, 가치들은 전체 사고 구조로 함께 결합하여 가치 체계를 낳는다. 따라서 이 가치 체계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개념 격자다. 그것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우리가 무엇을 단념해야 하고, 무엇이 바뀔 수 있는지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정의한다.”

세계를 만드는 ‘가치 실천’

데 안젤리스는 이 가치 체계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가치 실천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 가치 실천은 “가치 체계에 입각해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것을 (재)생산하는 행동과 과정과 관계망”을 의미한다. 이 가치 실천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개념적으로 그리고 담론적으로 선별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선별에 기초하여 행동함으로써” 특정한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가치 체계는 주어져 있다기보다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재)생산되며, 상이한 가치들의 추구가 상이한 ‘사회들’을 (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좋은 것’이고 하락은 ‘나쁜 것’이다. 반대로 세입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나쁜 것’이고 하락은 ‘좋은 것’이다. 주택소유자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이른바 혐오 시설의 입주를 저지하며 임대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치화하는 것(임대료 및 주택 가격 상승)을 추구함으로써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를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는 가치 체계를 넘어 하나의 가치 프로그램이 된다. 저자가 인용하는 맥머트리에 따르면 “하나의 가치 체계 혹은 윤리 체계는 상정된 자신의 가치 구조가 자신을 넘어서는 사고를 배제할 때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다.” 즉 프로그램은 하나의 ‘정상’이 된 사고 체계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 부동산 투자는 화폐를 향한 공통의 욕망 위에서 번성한다.

자본의 외부 : 공통장(commons)

그러나 우리는 임대료와 주택 가격의 상승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 안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고 강제 집행에 맞서며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그러한 일은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렇게 상이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다른 사회가, 자본의 외부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그렇게 “자본과 다른 것이 되는” 과정, 즉 외부를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른다. 이 공통장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많은 공통장들이 이미 사회 내에 잠재해 있으며, 우리가 우리의 삶과 지식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과 자원의 많은 부분을 공급하는 수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통장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여 다른 사회를 만듦으로써 우리가 자본 외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은 그러한 외부를 자신의 울타리로 에워싸려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종획(enclosure)이다.

자본은 종획한다

자본주의가 하나의 체계라면, 자본은 이 체계를 출현시키는 사회적 세력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세력이란 어떤 지향점을 가진 힘들이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자본의 지향점은 바로 무한한 축적이다. 이것을 지향하는 사회적 세력, 자본은 “인간 및 비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여 스며들기를 열망하며 그 모든 영역을 자신의 행위 양식으로, 따라서 특유의 사회적 관계로, 즉 사물을 가치화하고 그 결과 사물의 질서를 만드는 자신의 방식으로 식민화한다.” 요컨대 자본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을 에워싸려 한다. 즉 종획한다.

전통적인 맑스주의는 종획을 자본주의의 ‘시초’에 일어난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정상적인’ 축적 과정, 즉 ‘자본 논리’를 강조하지만 저자에게 종획이란 ‘자본 논리’의 지속적인 특징이다. 우리가 세계를 객관적인 법칙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실천들 간의 투쟁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자본은 자기 보전과 무한한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세력을 종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의 강조점은 역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투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는 것, 즉 자본주의보다는 그 세력들이 대면하는 것, 즉 자본과 자본의 가치 실천에 맞추어져 있다.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수많은 문헌들이 신자유주의와 지구화된 시장이 가져온 참담한 효과를 나열한다. 그것을 상이한 가치 실천들 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싸워야 할 ‘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가령 ‘빈곤과의 싸움’을 언급하는 이들의 발표자료 속에서 빈자는 무기력한 피해자로만 재현되고, 빈곤은 자본의 세례를 아직 받지 못한 ‘저발전된’ 상태로만 나타난다. 즉 빈자들의 주체적인 실천과 투쟁은 지워지거나 심지어 범죄화되고, ‘역사의 종말’이란 사고를 우리에게 주입시키는 자본은 자신을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실상 그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손쉽게 ‘해결책’,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공통장도 자본으로 흡수될 수 있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는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하는, 혹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는 그 사업들 대부분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업들은 공유, 협력, 나눔 등의 가치를 내세우고 도시민들의 마주침을 조직하여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공통의 부를 전유한다. 그 부를 생산한 공통인들(commoner) 혹은 공동체는 자신들이 생산한 부로부터 배제된다. 따라서 이 소위 공유 사업들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새로운 종획의 사례다.

그러나 그 종획의 과정에서 또 다시 투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전선이 그어진다. 공유경제뿐 아니라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도시는 공통의 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저자는 그 전장에 뛰어든 혹은 뛰어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보여 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Massimo de Angelis, 1960~ )

이스트런던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이며, 웹 저널 『공통인』(The Commoner)을 2001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밀라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유타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 이론부터 현대 지구적 자본주의와 위기의 정치경제, 사회 운동과 공통장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최근의 관심사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내포된 다양한 위기 국면 안에서 사회적 체계로서의 공통장과 그것의 설계, 회복력, 지속가능성 및 발전 전략을 탐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과 역학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 운동들이 만들어 낸 무수한 파열과 대안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특히 대안지구화 운동에 주목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대안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공통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만연하게 된 “역사의 종말”이라는 정신에 도전하기 위해 2007년에 『역사의 시작』(갈무리, 2019)을 출간하였다. 이후 10년간 현대 자본주의적 체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유지하면서 그 배경에 있는 공통장을 드러내는 연구에 주력하여 『모든 것은 공통적이다』(2017)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에코페미니즘, 진화생물학, 체계 이론 및 복잡성 이론을 혼합하여 사용하면서 공통장이 단순히 그 속의 자원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서 기업, 국가, 다른 공통장 및 사회 운동과 같은 다른 체계들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사회적 체계라고 주장한다. 또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출현을 1920년대 이후 강력한 사회운동의 결과물로 해석한 『케인스주의, 사회 갈등, 그리고 정치경제학』(2000)을 썼다.

옮긴이
권범철 (Kwon Beomchul, 1978~ )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공통계의 생산과 전유」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메트로폴리스의 공간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Art of Squat. 점거 매뉴얼북』(오아시스프로젝트, 2007)을 함께 편집했으며,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과 『빚의 마법』(갈무리, 2015), 『로지스틱스』(갈무리, 2017)를 옮겼다.

추천사

『역사의 시작』은 탈근대 자본주의를 “외부”가 없는 총체적인 체계로 바라보는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에 도전한다. 데 안젤리스에게 “외부”는 공유와 공생공락 그리고 공통성의 공간 속에서 건재하다. 이것은 삼림 공유지를 보호하는 제3세계 마을의 여성 농부부터 “자유” 소프트웨어와 “안티카피라이트” 라이선스를 만드는 인터넷 활동가에 이르는 지구 전역의 투쟁들에 의해 계속 창조된다. 『역사의 시작』은 이 창조성을 반자본주의적 사고의 중심으로 가져오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과 사회주의 그리고 코뮤니즘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는 자율주의 사상가 ― 이 전통은 네그리와 비르노 같은 인물을 배출한 바 있다 ― 의 새로운 세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을 쌓았다.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역사의 시작』은 엄밀할 뿐 아니라 흥미진진하며, 그 자체가 일종의 지적 혁명이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의 『역사의 시작』은 반자본주의 이론에서 큰 발전을 이룬 책이다. 데 안젤리스는 공통장, 종획, 자율, 사회적 재생산 같은 개념들을 그러모아서 자본주의가 자신에 맞선 투쟁에 직면하여 어떻게 살아남고 축적하는지 밝힌다. 이와 동시에 그는 가치, 시초 축적, 자본 같은 맑스주의의 대상화된 개념들을 탈물신화하고 그것들의 살아 있는 정수를 드러낸다. 그는 21세기의 사고와 행동에 유용한 맑스주의 이론을 만들어 낸다. 독자는 반지구화 운동의 슬로건인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 대한 풍부하고 선명한 비판과 함께 이 책을 덮는다. 데 안젤리스가 다른 세계, 반자본주의적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저자

책 속에서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독재 정권과 저임금에 저항했던 한국의 노동자 및 사회 운동의 투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후 한국은 지구화의 결정적인 마디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쪽

역사의 시작이란 문제계는 역사의 종말이란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 자본주의를 넘어선 실재의 사회적 구성 과정은 창조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 1장 역사의 시작, 23쪽

자본주의가 우리의 세계가 아니라면 그것은 우리의 세계의 부분 집합이다. 실제로 일반 체계 이론은 어떤 체계도 부분적 전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만일 그 체계 내에서 본다면 그것은 하나의 전체로 나타나고, 외부에서 보면 그것은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체계의 부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상이한 규모의 체계들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 위계 관계 속에 있다.

― 3장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서의 자본, 86쪽

자본과 구별되며, 생산하는 신체의 필요와 욕망에 뿌리를 둔 가치 실천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과 요리를 하는 것은 결혼식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거나 혹은 철로를 까는 일만큼이나 한 ‘공동체’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 모든 경우에 우리는, 맑스의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자연의 생산을 우리의 욕구에 적응시킨 형태로 전유하고 있다.

― 5장 생산과 재생산, 123쪽

나는 무역이 훈육을 하는 세 가지 상호 연관된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사후 영향을 통해서, 사전 위협을 통해서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주체성의 물질적 기반의 연속적인 재구성 과정으로부터.

― 9장 전 지구적 노동 기계, 241쪽

종획은 상품화 과정에서 출현하지만, 공통장 회복과 상품화 반대 투쟁에 대한 대응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가령 ‘사유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략으로, 혹은 공통장과 공동체를 생산하는 실천 전체에 종획을 다시 씌우는 계급 전략으로 말이다.

― 11장 한계 없는 종획, 274쪽

가치는 사람들이 행동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며 담론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주어진 척도 단위를 사용하여 측정된다. 상품 가치는 이 중요성이 뒤집어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생산물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다.

― 13장 자본의 가치화와 측정, 335쪽

사실 역사의 시작은 살아져야 한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상호 관계 양식의 구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 특이성들/파편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 양식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자본의 가치 실천과 그 훈육 시장 외부로 나가는 것의 의미를 그들 사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

― 17장 공통장, 437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8)

1979년에 저자는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세미나실들 안으로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라는 기폭장치를 설치했다. 『자본』 1장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읽음으로써 그는 『자본』이 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해 쓰였으며 우리가 이제 노동자라는 범주를, 주부, 학생, 실업자 그리고 여타의 비임금 노동자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사빠띠스따』(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서창현 옮김, 갈무리, 1998)

북미자유협정(NAFTA)의 발효에 때맞추어 1994년 1월 1일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봉기하여 1997년 8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사빠띠스따 투쟁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그것의 영향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히 ‘원주민 게릴라들’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사빠띠스따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하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어떻게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가는지, 또 그들이 자신들의 투쟁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칼 맑스는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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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아이들, 한뼘 더 성장하다"
 

샤론지역아동센터 '역사탐험대 출동!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샤론 지역아동센터 역사탐험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서대문형무소. 한여름 무더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 왁자지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울려 퍼졌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10여명 남짓한 샤론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6월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운동 역사를 배워가는 역사탐험대 출동!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샤론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보다 생생한 독립운동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광복절 즈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았다. 프로젝트 초기만 해도 31절을 삼점일절로 읽던 아이들은 불과 두 달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삼점일절에서 ‘31독립운동 역사와 거리를 좁히다

 

 

“191931일 파고다 공원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칩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2000만 명이었는데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이 200만 명이었다고 해요. 전 국민의 10퍼센트가 목숨 걸고 독립만세를 외친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랍니다.”

독립운동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는 운동이었어요. 말과 글을 잃는다는 것은 마음과 정신을 모두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죠. 그걸 지키려고 애썼던 분들이 계셨고, 총칼로 싸우는 것 못지않게 죽음을 각오하고 활동한 분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쓱 지나가며 곁눈질하는 것과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보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서대문형무소가 초행도 아니고, 독립운동에 대해 웬만큼 안다고 자부했음에도 서대문형무소 도슨트(전시해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윤명희 선생의 설명을 들으니 알고 있던 사실조차 전혀 새롭게 다가왔다.

 

사전 자료조사를 통해 공부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

 

샤론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다르지 않은 듯했다. 아니, 중학교 1학년이면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설명을 듣고도 생각은 오히려 더 깊고 넓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설명을 들으면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독립 운동가 외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후손들을 위한 그분들의 희생이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었어요.”

여성 감옥이 따로 있었다는 건 자료조사 하면서 알고 있었는데, 임산부 독립 운동가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임신한 몸으로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기저귀도 구할 수 없는 감옥 안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저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들인데 그 모든 것을 독립을 위해 견뎌내신 분들이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아이들 스스로 배움과 깨달음 이어가는 역사탐험 프로젝트

 

 선생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배워가는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샤론지역아동센터는 초중생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역사탐험대 출동!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배워가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선생님은 큰 주제만 제시할 뿐, 그 어떤 설명도 자료도 일절 주지 않는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은 모두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실제로 서대문형무소에 오기 전에도 자료조사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또래와 비교해 이해의 범위가 남달랐던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눈과 귀와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거나,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시큰둥한 표정을 보면서 아직 어려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재미가 없어서 지루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고 오해였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눈과 귀와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보이는 것은 무표정이 전부였지만, 그 뒤에서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새로 알게 된 것 사이를 바삐 오가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사실 저 역시 아이들 표정만 보고 걱정하던 때가 있었어요. 한번은 종일 견학만 다닌 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 걸으니까 아이들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무리한 일정이었나 싶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설렁설렁 다닌 줄 알았는데 설명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신문기사로 정리해내는가 하면, 그날 다닌 곳들을 그림지도로 만들기도 하고, 직접 대본을 써서 종이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하는 거예요. 보기엔 떠들고 장난치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마음에 다 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확신해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일보다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고요.”

 

최미란 샤론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 역사탐험대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그래서다. 2012년부터 매년 올해로 네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되고 힘든 순간이 적지 않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단번에 잊게 만들만큼 아이들의 빛나는 성장을 매순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어루만지는 따뜻한 돌봄아름다운 동행 계속되길

 

샤론지역아동센터 최미란 센터장

 

샤론지역아동센터가 2010년부터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어온 것도 아이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 덕분이다. 아름다운재단이 문화소외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 문화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에 지원해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는 아이들에게 태권도와 피아노 레슨 기회를 연결한 것이다. 최미란 센터장은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센터는 지역 특성상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요.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도 많은데, 다행히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레슨을 받으면서 큰 힘을 얻었어요. 그중 한 아이는 3년간 피아노를 쳤는데 음악으로 마음의 병을 이겨냈고요.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하게 성장했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기댈 곳 하나 없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돌봄과 더불어, 역사탐험대 프로젝트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있는 샤론아동지역센터. 아이들을 향한 무한대의 사랑만큼 앞으로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동행도 끝없이 진화되길 간절히 바란다.

 

글. 권지희 | 사진. 김흥구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과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파트너쉽을 맺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꿈꾸는나무기금, 성도지엘삼더기금, 아름다운영화인기금, 효주기금, 행복한쉼표기금을 기반으로 전국 문화소외지역(농어촌, 광산촌, 섬지역 등)에서 저소득가정 아동청소년을 위하여 활동하는 단체나 아동청소년 이용시설 및 양육시설에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문화예술교육, 현장탐방 등)을 지원합니다. [지원사업 자세히 보기]




 

숨요 변화사업국 사업배분팀전서영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월, 2015/09/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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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938년 제국주의 실현을 꿈꾸던 일본은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국민 총동원령을 제정했다. 식민지였던 조선에도 여파가 미쳤다. 일본은 모집·관 알선·징용 등으로 형태를 바꿔가며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다. 국내를 비롯해 일본, 사할린, 남양군도로 800만명이 끌려갔다. 이들은 원치 않는 총을 들어야 했고,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중 최소 60만명이상은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국가는 이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79년의 세월이 흘렀다. 역사는 흐려졌다. 교과서는 단 한 문단으로 피해자의 삶을 축약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 건립은 정부의 불허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역시 지지부진하다. 백발이 성성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지팡이를 짚고 국회와 법원을 오간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난 4월부터 강제 동원의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취재를 시작했다. 전국을 돌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찾았다. 일본을 방문, 비극의 흔적을 되짚어봤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94세의 피해자를 대신해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던 그의 간절한 당부를 독자들께 전한다.

※관련기사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⑯ [단독] ‘틀린 표현 버젓이’ 역사교과서…“일본 더 진전하기도”(2017/10/03)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⑮ [단독] 빈약한 강제동원 교과서 기술…심한 경우 3줄뿐 (2017/09/28)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⑭ [단독] 빛 좋은 개살구?…총체적 난국 ‘강제동원역사관’ (2017/09/26)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⑬ [단독] 혈세 522억 어떻게 흘러갔나…수상한 국립강제동원역사관 (2017/09/21)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⑫ [단독]오류투성이 ‘피해자 명부’…창씨개명 알아야 확인 가능? (2017/09/19)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⑪ “한국인은 열람 못해”…여전히 찾지 못한 이름들 (2017/09/14)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⑩ 16년간 연락 없는 외교부…”우리가 귀찮은 존재인가” (2017/09/12)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⑨ “화장실 따라와 늦게 나오면 매질” 근로정신대 끌려간 13살 소녀 (2017/09/04)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⑧ 친일파비가 현충시설…정부는 ‘나 몰라라’ (2017/09/04)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⑦ “노동자상 기부한다”는데…‘안 받겠다’는 국토부 (2017/08/21)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⑥ “너무 배고파 개밥까지” 94세 피해자의 눈물 (2017/08/14)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⑤ [단독] 58년만의 부고…“곡괭이 잡은 채 생매장됐다니” (2017/08/11)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④ “내가 죽더라도 알려야 한다” (2017/08/09)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③ “개 묻듯 묻었다” 탄광노동자 기록, 누가 지켜야 하나 (2017/08/07)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② “우리마저 손 놓을 수 없어”…일본의 소도시가 우키시마호를 기억하는 법 (2017/08/03)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① 우키시마호 참사 72년, 가라앉은 귀향의 꿈 (2017/08/01)

광복 72주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여전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정부는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피해자 위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대신 나선 이들은 수많은 ‘익명의 조력자’였다. ‘지워진역사 강제동원’ 기획 시리즈에서 다 담지 못한 강제동원 학계, 시민단체계 인사들의 ‘고군분투기’를 소개한다.

▲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국가의 협조가 절실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를 기록할 기관은 전무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995년 강제동원 진상규명에 뛰어든 이유다. 이후 김 연구원은 일본이 수탈한 조선의 인·물적 자원의 정확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그는 피해자와 연구자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역사문제연구소,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등에 제안해 ‘강제동원진상규명 시민연대’ 시민단체를 꾸렸다. 이뿐만 아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초안도 김 연구원의 손을 거쳤다. 김 연구원은 강제동원 연구에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제동원 자료가 국가기록원에 이관되면 해당 자료 열람이 힘들어진다”면서 “우리 정부가 자료 연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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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서경 작가 제공

◀ 김서경 노동자상 조각가…예술로 희생자 넋을 위로하다

서울 용산역 앞 세워진 국내 최초의 강제동원노동자상은 김서경, 김운성 부부가 조각했다. 노동자상은 조선인 노동자가 어둡고 깊은 갱도를 나와 태양을 마주하는 순간을 형상화했다. 김 조각가는 이를 ‘불편한 눈부심’이라고 표현한다.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라는 것이다. 김씨 부부는 강제동원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도 이들의 작품이다. 김 조각가가 노동자상 제작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일본 땅에 끌려갔다. 일부는 생존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유해로나마 고향 땅에 잠드신 분들도 있다”면서도 “아직 유해조차 발굴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다.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후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각가는 앞으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방일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 방일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진상규명 위해 사할린에 흘린 땀방울

비포장도로를 7시간 가까이 달린다. 러시아 사할린 각 지자체 기록보존소에 연금, 노동자 카드 등 자료의 열람을 신청한다. 허가가 떨어지면 ‘서류철’로 된 문서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살펴본다. 대부분의 자료가 전산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정보 문제로 복사가 불가능한 자료도 다수다. 일일이 손으로 베낄 수밖에 없다. 방일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가 사할린에서 강제동원 관련 자료를 조사해온 방법이다. 방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에서 활동, 사할린에 잠들어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발굴에 집중해왔다. 지난해에는 사할린에 홀로 파견됐다. 그는 약 500여 명의 강제동원 피해자 명단을 발굴해냈다. 방 교수는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와 유가족 모두 절절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며 “이들의 수난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진상규명 활동을 지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의 경우, 자료가 부족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명부 발굴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희자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이희자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공동대표…포기할 수 없던 아버지의 ‘이름’

“이희자 보추협 대표에게 물어봐라. 이 대표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취재 도중 만난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 유가족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과 피해자를 보듬으며 약 30년간 강제동원 진상규명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 또한 강제동원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 대표는 지난 89년부터 관련 기록 찾기에 나섰다.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가까스로 아버지의 사망 사실이 적힌 명부와 야스쿠니 신사 합사를 명시한 문건 등 총 6건의 자료를 찾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피해 유가족을 돕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에는 보추협을 결성,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찾아낸 기록을 토대로 일본 정부에 피해보상 소송을 걸었다. 또 끊임없이 국회 문을 두드려 특별법 제정을 이뤄냈다. 지난 6월 이 대표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모은 책을 출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지난 45년 이후 정말 해방된 것이 맞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면서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65년 한·일 협정으로 보상받을 권리마저 빼앗겼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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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완익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충 해결사’

장완익 변호사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만남은 우연히 이뤄졌다. 지난 1994년, 정대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담당 변호사로 일하던 지인이 유학을 가면서 장 변호사가 대신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장 변호사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 고충 해결에도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 업무를 진행했다. 장 변호사는 광복 이후 들어선 정권이 강제동원 진상규명에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승만·박정희·노태우·전두환 등 권위주의 정권들은 과거사 해결을 경시했다”며 “이로 인해 강제동원 역사가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 주도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1005-12

▲ 전재진 우키시마진상규명협회 회장

전재진 우키시마진상규명협회 회장…외길 25년째 

“술맛 떨어지게 또 우키시마호 얘기냐” 전재진 우키시마진상규명협회 회장이 지인을 만나면 듣는 핀잔이다. 우키시마호 사건은 지난 1948년 강제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을 실은 우키시마호가 부산항으로 향하던 중 폭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아직 정부는 희생자 숫자는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꾸준히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당시 아시아반핵포럼에 참석해 유적지를 답사하던 중 이 비극적 사건을 알게 됐다. 전 회장은 우키시마호 생존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모두 사비를 들여 이뤄진 일들이었다. 그는 총 82명의 생존자를 만나 증언을 일일이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에서야 ‘우키시마호사건소송자료집’ 두 권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형식적 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 회장의 주장이다. 세월이 흘러 이 가운데 남은 생존자는 단 2명. 전 회장은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우키시마호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아직도 일본 마이즈루만 앞바다에 묻혀 있을 유해를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우키시마호를 다룬 영화 제작도 계획 중이다. 언제까지 정부가 아닌 개인이 홀로 싸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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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역사 알아야 바로 잡는 것도 가능하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수십 년간 자료를 분석, 수집해온 ‘강제동원 전문가’다. 대학원 재학 당시 지도교수의 제의로 강제동원 문제에 첫발을 디뎠다. 지난 95년 일본에서 온 연구자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강제동원 특별법 제정을 도왔다. 지난 2005년 2월부터 지난 2015년까지 위원회 조사과장으로 10년간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노무동원 피해자의 유골 발굴과 자료 정리, 진상조사, 지원금 지급, 명부 전산화 등의 작업을 지휘했다. 특히 일본에 남아 있는 강제동원 관련 자료 입수와 유골 봉환에 힘썼다. 위원회가 종료된 후에는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강제동원 피해 현장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기 위한 ‘다크투어(역사교훈여행)’를 기획 중이다. 경희궁 지하터널, 인천 동일방직터 등 국내 강제동원 피해 현장은 8000여 곳이 넘는다. 인천과 부산 등 각 지역에 노동자상을 세우는 일에도 참여했다. 정 연구위원은 “강제동원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일본에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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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문재인 정부, 노동자상 건립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라”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강제동원 노동자상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노동자상을 세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8월 최 직무대행은 노동자상 건립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 교토시 단바망간광산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탐탁지 않은 이유로 일본 입국이 불허됐다. 일본 정부뿐이었을까. 한국 정부마저 노동자상 건립에 비협조적이었다. 최 직무대행이 속한 민주노총은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등은 지난 4월6일부터 매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최 직무대행은 지난 6월24일 열린 ‘노동자상 건립 촉구대회’에서 “정부는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 보상을 위해 주권국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력 끝에 노동자상은 지난 8월 용산역 앞에 세워졌다. 현재 부산에서도 노동자상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시민을 상대로 지지 서명을 받고 노동자상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 오는 12월28일에 노동자상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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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산 작가

한수산 작가…‘군함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다

“소설 ‘군함도’ 집필은 운명이었습니다” 지난 7월 영화 ‘군함도’가 개봉했다. 영화 이전에 소설로 먼저 군함도의 비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는 한수산 작가다. 한 작가가 소설 ‘군함도’를 취재하고 집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7년. 한 작가는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일본 정부가 철저히 일제강점기 관련 자료를 은폐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작가는 오로지 ‘피해자의 증언’에 의지해 소설을 완성해야 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른 탓에 피해자들의 기억도 정확하지 않았다. 한 작가는 지금부터라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객관적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친일인명사전 모금 운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다만 이 분노를 분출할 길을 여는데 우리가 소홀했을 뿐”이라고 봤다. 또 “건국 이후 흔히 말하는 ‘친일 정부’가 이어졌다. 기득권 세력은 부단히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과거사 기록 작업이 더 폭넓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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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소속 역사학 박사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소속 역사학 박사…“수많은 희생자는 왜 죽어야 했는가”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소속 역사학 박사의 전문분야는 일본 역사교과서다. 한 박사는 지난 2010년부터 일본 역사교과서가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를 사실대로 기술하고 있는지 꼼꼼히 ‘모니터링’ 해왔다. 한 박사는 일본의 각 출판사를 직접 찾아가 왜곡된 부분의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강제동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한국 교과서는 일제강점기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기술한다. 또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착취당한 일에 대해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쓴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연행’이라고 말한다. 이 단어에는 전쟁 속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범죄, 또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한 박사는 “우리 민족은 식민지 체제 하에서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일본 국민이 해야 할 일을 강요당했다”면서 “그런데 현재 역사 교과서는 희생자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기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강제동원과 관련해 교과서에서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강제동원의 실태를 정확히 알리고, 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짚어주는 것이 교과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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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다 유이치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공동대표

히다 유이치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공동대표…행동하는 일본의 양심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바라는 목소리는 일본에도 있었다. 지난 60년대부터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과거를 반성하며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섰다. 히다 유이치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네트워크) 공동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강제동원 문제를 처음 공론화했던 재일사학자 고(故) 박경식 선생의 강연을 들으며 문제의식을 키웠다. 이후 일본 전역을 돌며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05년에는 네트워크 공동 대표를 맡는 등 주축이 됐다. 네트워크는 일본 내 흩어져 있던 400여 명의 강제동원 연구자와 시민운동가들을 모은 단체다. 히다 대표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조사, 비밀 자료 공개 요구, 미불 임금 처리 등을 위해 힘썼다. 네트워크가 수집한 자료는 한국 위원회로 보내져 진상규명을 위한 토대가 됐다. 최근에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도 힘을 보탰다. 히다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해 위원회를 설립했던 것처럼 새로운 정부에서도 다시금 노력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박효상, 박태현 기자 [email protected]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email protected]

영상=윤기만 [email protected]

<2017-10-05>쿠키뉴스

☞기사원문: [지워진역사 강제동원]⑰ 어둠 속 건져올린 진실…진상규명 힘쓴 11인의 조력자

목, 2017/10/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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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에 '세월호'는 어떻게 기록될까?

참사를 둘러싼 역사 전쟁

 

박주민 변호사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학자 E. H. 카의 명언이 회자되고 있는 요즘이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단순한 사실(a mere fact)이 아니라 이것에 현재의 가치를 부여하여 역사적 사실(a fact of history)로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역사가 이렇게 가치 부여가 수반되는 것이기에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역사 앞에 "하나의" 혹은 "올바른"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렵고, 특히 국가가 그런 수식어를 붙인 '역사'를 만들어 국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이렇게 원래 안 되는 것이지만 만약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사고를 호도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세력이 역사에 대해 단 하나의 가치관만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작업을 하려 한다면 그러한 시도는 더욱 더 좌절되어야 한다. 그들의 목표는 애초부터 '올바른 역사'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호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의 집권 세력이 자국민의 정치적 선호를 바꾸려 국정원과 군 사이버 사령부를 동원해 자국민을 상대로 한 '심리전(戰)'을 전개하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 정작 12명의 잠수부, 헬기 2대, 군함 2척, 특수보트 6대만이 동원되어 구조 작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00명의 잠수사와 121대의 헬기, 69척의 함정이 동원되어 대대적인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온 국민이 믿게 했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현재의 집권 세력이 국민에게 진실을 드러내고,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여 문제를 개선하는 민주주의적 선순환을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고 정치적 비판과 그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두려워해 진실을 숨기고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는 악순환을 추구하는 자들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그들이 끊임없는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해왔다는 것은 앞으로도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사람이 소위 '올바른 역사'란 것을 입에 담을 수는 없다.

 

카의 위의 말에 따르면 진실과 동떨어진 것을 역사로 만들려는 것을 막는 싸움은 2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사건에 대한 사실을 확정하는 것과 관련되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관련되어서'이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후자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에 속하는 싸움이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만들기 위해 아니 믿게 만들기 위해 참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진상 규명 작업 자체를 방해하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이 세력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여러 시도들을 벌여왔다. 우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충분한 권한이 부여된 조사 기구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의 제정을 방해했다. 이후 600만 명이 넘는 국민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제대로 치유하지도 못한 채 풍찬노숙을 견뎌냈던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의 열망의 일부가 담긴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하기까지 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도 거부권이라는 비상한 방법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또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가 요청한 조사 예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만 집행하였고, 내년 예산도 세월호 특조위가 요청한 예산액 중 31%만 배정하려 하고 있다. 파견하기로 했던 공무원들도 제때 파견하지 않았다. 세월호특조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하였건만 이제는 말을 바꾸어 연장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사사건건 가로막고 있는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만한 사실관계 자체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만히 둘 수는 없다. 1863년 영국에서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전 세계에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하철 사고는 단 3건인데 이 중 2건이 우리나라 그것도 대구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참사가 밥 먹듯이 아니 황당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참사 때마다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현장 실무 책임자만이 책임을 지는 소위 '꼬리 자르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과 그를 통한 참사의 재발 방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참사가 단순한 사고로만 역사적으로 기록되도록 만들어 왔던 것이 참사가 재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리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제대로 규명되어야 하고, 세월호 참사의 의미가 제대로 기록되게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특조위의 활동시한 연장과 조사에 필요한 예산의 확보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세월호특조위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수사권과 기소권은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제한 없이 청문회를 할 수 있고, 특검도 2번이나 요청할 수 있다. 과거의 다른 위원회에 비하면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세월호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역사적 왜곡은 중단될 수 있을 것이고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 당시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그를 통해 진상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 사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역사를 통해 후대와 현세가 배울 수 있는 교훈 역시 달라질 것이다. 이미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느냐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현재 발생한 그리고 진행 중인 사건들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일도 역사를 둘러싼 전쟁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역사를 둘러싼 싸움이 한창인 이때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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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11/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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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7/08/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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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홍 “판사가 역사에 무식..즉각 항소할 것”

 

정미홍 전 아나운서. 2017.3.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血書)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연구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58)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31일 한국 근현대사 비영리 연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아나운서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전직 아나운서로 대중의 영향력이 큰 사람이기에 명예훼손글을 무분별하게 실은 경우 통상에 비해 높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용한 링크글의 논지가 분명하지 않고 전파가능성도 낮은 점을 감안해 벌금 30만원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그는 “트위터로 글을 단순히 리트윗한 것이라 해도 타인의 글이 명예훼손적인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며 “민족문제연구소는 역사문제를 연구하는 단체를 표방하는 바, 증거도 없이 ‘박정희 혈서설’을 주장했다고 적시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 글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만주신문을 내세우기 전 과거 5년간 만주일보를 근거로 삼았지만 만주일보에 박 전 대통령의 혈서 기사가 있다는 것은 거짓이기에 박정희 혈서설은 조작됐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5년간 만주일보를 근거로 박정희 혈서설을 주장해왔다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선고 중 판사를 향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지속적으로 방송에 나와 만주일보에 (박정희 혈서설) 증거가 있다고 이야기해왔다”며 “위증죄로 증인을 고소한 건이 현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고 판사에게도 증거로 제출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선고 후 기자와 만나 “민족문제연구소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계속 지적하고 있기에 저에 대해 인신공격 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판사가 링크글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무식하기 때문으로, 역사 공부를 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39년 3월 31자 만주신문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학교에 지원하면서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의 굳건한 결심입니라’라는 혈서를 썼다고 2009년 밝혔다.

정 전 아나운서는 2013년 2월 ‘들통난 민족문제연구소의 박정희 혈서 기사 조작’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인용해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글은 ‘지난 5년간 연구소는 박 전 대통령 혈서 기사가 만주일보에 실렸다고 주장했으나 만주일보는 1908년 폐간된 신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14년 7월 강용석 변호사와 정 전 아나운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각각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강 변호사가 500만원, 정 전 아나운서는 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고,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원심을 확정했다.

 

<2017-08-31> 뉴스1

☞기사원문: ‘박정희 혈서 날조’ 주장 정미홍 1심서 벌금 30만원

※관련기사

☞ 연합뉴스 : 민족문제연구소 비방’ 정미홍 전 아나운서 1심 벌금 30만원

☞ SBS : 민족문제연구소 비방’ 정미홍 전 아나운서 1심 벌금 30만 원

☞ 머니투데이 :  ‘박정희 혈서 날조’ 주장 정미홍씨, 1심서 벌금 30만원

목, 2017/08/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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