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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왜 한반도 상황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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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왜 한반도 상황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

익명 (미확인) | 수, 2019/03/20- 11:19

편집자 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기대와는 달리 전혀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국내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기도 하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6자회담 또는 유엔과 유럽연합까지 참여하는 다자적 역할 역시 다시 검토해 볼만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 매우 활발한 외교전을 펼치는 와중에도 6자 회담의 한 축을 담당했던 러시아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간의 러시아 입장과 시각을 분석한 글이 있어 이를 아래로 번역하여 올린다. 그러나 하노이 불발 이후 러시아 역시 새로운 움직임을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마침 KBS 특파원으로 3년간 모스크바에서 생활했던 하준수 기자님의 ‘러시아와 코리아’를 기획칼럼으로 연재하기로 하였음을 알린다.


한반도에 지난 1년간 주변국들의 분주한 외교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런 와중에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지켜보고만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중국 주석 시진핑과 4번 정상회담을 했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3번 회담을 가졌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번의 만남을 가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아직 만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10월에 외무부 차관급으로 이루어진 러시아, 중국, 북한 3자회담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러시아는 또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의 일시적 중지와 같은 평화를 향한 움직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여전히 러시아의 현재 북한에 대한 정책은 다소 형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의 북한정책에 있어 추진력과 활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은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시시한다.

현재 러시아의 지정학적 관심사는 동아시아가 아닌 중동에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의 결과로서, 푸틴은 중동의 중심인물로서 부상했다. 현재 러시아의 외교 정책의 상당 부분이 중동지역에 집중되고 있음에 따라, 중동 외 다른 곳에 얼마나 많은 외교적 관심을 쏟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러시아가 한반도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러시아는 외교 정책 관심사에 있어서 한반도를 2순위로 다루고 있음에 틀림없다.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외교정책은 또한 러시아의 제한된 경제 자원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석유공급 및 기타 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는 것처럼 북한에게 아낌 없이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대한 조건으로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말도 안되는 바보 같은 소리다’라고 부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대가가 큰 선물을 북한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석유및 가스 산업 및 군산복합체를 포함한 러시아의 강력한 기득권에게 있어서 북한은 흥미 밖이다. 중동 국가들이나 베네수엘라와는 다르게 북한에는 석유가 없다. 명백히 오래 전부터 러시아의 가스를 북한을 통해 남한에 수송할 수 있는 한반도 종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러시아 가스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은 현재 아시아를 향한 전략에 있어 한반도 종단 파이프라인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지 않다. 해당 프로젝트는 어떠한 보증기금도 없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러시아의 방산업체들은 군사물품을 북한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 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의 넉넉치 않는 자금상황으로 인해 북한에 대해서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경제정책 집행자들에게 있어, 또한 러시아 자체만으로 보아도 분명한 핵심은 북한에서는 돈을 벌 수 없고, 오히려 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의 고위직원들은 종종 중국을 현재 한반도의 외교 진전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국가라고 치켜 세운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한달 간격으로 중국과 러시아간의 양자 협의를 함으로써 중국의 외교관들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북아시아 내 중국 러시아 협력은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인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쉽의 한 요소일 뿐이다.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주요 전략적 파트너의 기본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한국이 중국의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러시아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 대가로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러시아가 최대 관심을 쏟고 있는 우크라이나 혹은 중동과 같은 지역들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중국이 인정해 주는 것이다. 러시아가 동아시아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의견을 따르는 반면, 반대로 중국은 러시아가 중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는 즉 러시아와 중국 간의 암묵적 합의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한 안건에 있어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존중은 러시아의 큰 자부심에 다소 타격을 줄지라도, 지정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러시아의 ‘대유라시아’를 향한 지정학적 비전은 명목상 동아시아를 포함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태평양 문제를 유럽, 중동 혹은 중앙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부차적인 관심사로서 다룬다.

비록 이 전략이 공식적으로 혹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지만, 러시아는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중국과 비교하여 러시아의 안보 보장에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이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국가 이익 영역 밖에 있다. 러시아의 다른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사안은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러시아 극동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막강한 군사력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극동 지역은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혹은 다른 국가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중국의 동아시아 및 태평양으로의 확장정책은 미국의 관심과 자원을 러시아의 대립 구도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 때문에 러시아에게도 이득이 된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비롯한 해당 지역으로의 중국 진출의 균형을 맞추고자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서로 싸우는 것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Artyom Lukin

극동연방대학교의 국제지역 연구대학의 부교수이자 부처장을 역임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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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역시 대단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한마디로 99%의 일반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경제학자임을 분명히 하며, 이번 신작에서도 자신의 기본입장인 일정액 이상의 자산가에 대하여 국제공조적인 강력한 누진과세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에게 기본자산(프랑스 경우, 1억5 천만원)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깜짝 놀란 자산가 계급은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할 이데올로거를 물색하기 시작하였고 FT 지면에 비판적 서평을 제공한 라구람 라잔이 대표적 인물이다. ‘99% 대 1%’를 위한 경제(조세)논쟁이 시작된 셈이며, COVID-19 이후 경제질서의 재구성에 핵심적 주제가 될 전망이다.


토마 피케티 (Thomas Piketty)가 저술한 영향력 있는 2013년 저서 «21세기 자본»의 팬들은 오래 기다려온 속편에 열광할 것이다. 속편은 훨씬 묵직하고 (말 그대로 영어판은 1000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되었다), 엄청난 학문적 내용을 담으면서 현실 세계를 향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저서는 불평등 타개를 위한 아이티(Haitian)혁명과 같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봉기에 대해 매혹적으로 설명하고 프랑스 혁명과 같이 잘 알려진 사건에 대해도 흥미로운 세부 사항을 담았다.

불평등 해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를 향해 대규모 재분배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요구를 담고 있는 피켓티의 신작은 그를 따르는 신봉자에게 새로운 내용을 제시한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에 넘쳐나는 것은 우선 그의 야심이다. 피케티는 노예제도, 봉건제도, 식민주의, 카스트와 같은 시대에 걸친 사회 제도를 ‘불평등 레짐’이라 총칭한다.

피케티가 위에 언급한 역사적 제도의 주요 특성을 어찌 평가하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여러 가지 경우의 역사적 자료를 활용하여 수입 및 자산의 재분배를 조사하며 오늘날 상황이 과거의 혐오스러운 사건과 얼마나 유사한지 보여준다. 우리가 주변 상황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있다면 이제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확고한 암시를 제시한다.

피케티는 마르크스(Marx)와 달리 사회 구조(상이한 집단의 재산 소유권 및 경제적 지분)가 생산 기술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마르크스는 쟁기를 통해 봉건제 영지가 가능했고 증기 기관이 발명됨으로써 자본주의 시대의 공장이 운영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케티는, 대신에, 재산권 및 재산권 분배의 특징은 주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피케티의 주장은 일종의 대중세뇌(brainwashing)를 시사하는 듯 한 이중적 표현이다.

분명히 봉건 유럽의 성직자, 인도의 브라만 및 영국 국교회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사회 내에서 최고 계층을 차지하기 위해 대중의 생각들을 조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산 및 전쟁 기술보다 이데올로기가 권력과 지위를 더욱 보편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은 불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 저서가 강조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만약 불평등이 주로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한다면 개혁가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유권자들은 표면상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점차 증가하는 불평등 수준을 억제하기 위해 왜 노력하지 않는가?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노동계층은 자신들의 진정한 이해 관계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허위의식(계급과 계급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케티는 직접적으로 해당 질문을 다루지 않지만 평범한 대답을 넌지시 던진다. 대중에게 단지 구체적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남긴다. 예를 들어 그는 1901년 프랑스에서 누진상속세가 공표된 이후 발표된 통계가 “’평등주의적 프랑스’라는 관념 약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에 논쟁을 제기한다.

그는 “프랑스는 진보의 반대자들이 묘사하는 ‘소규모 자작농의 국가’와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피케티는 진정한 경제 불평등 상태를 문서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이런 증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변화를 촉구하고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가? 피케티는 일상적 수입, 소유적 자산, 환경오염의 탄소배출에 대해 고율의 누진세를 요구한다. 이후에도 누군가가 부를 계속 유지한다면 분명히 상속에 따른 재산 덕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공산주의에 현혹되지 않았으며 국가가 모든 재산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성공한 사업가가 지나친 부를 축적하지 않고 납세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성공의 길을 열어주는 ‘잠정적(임시) 소유권’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정부는 재정수입을 활용하여 더욱 평등한 교육 체계를 만들고, 모든 젊은 계층이 학업에 더욱 매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본적 자본을 제공하며, 모든 시민들이 세후 평균소득의 60%에 달하는 최저 기본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그는 우리에게 유토피아의 꿈같은 사회를 그려 준다. 이는 진지한 안건이며 전 세계의 상당 부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최근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에서 30세 이하의 민주당원 중 60 퍼센트가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또는 엘리자베스 워렌 (Elizabeth Warren)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는 상당히 잘못되게 유도되었다. 피케티의 자료 해석은 의문스러우며, 그가 제시한 방안들은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 훨씬 방해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그는 더욱 공평하고 민주적인 참여를 원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시위 운동을 무시하라며 거대 엘리트 계층의 중앙집권적 계획을 추진한다.

먼저 자료분석부터 시작한 피케티는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수입 및 자산에 대해 자료를 수집해왔다. 하지만 어떤 결론적 추론에도 불구하고 사전적인 강력한 가정은 여전히 필요하다. 피케티는 본 저서와 이전 저서에서 오늘날 부유층은 대개 유한계급이라고 가정한다. 마치 엄청난 금융 재산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었으나 결국 일부 재산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 리릴안 베탕쿠르 (Liliane Bettencourt)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인과 같다고 말이다. 그녀와 같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 어떻게 해로울 수 있겠는가?(당연한 일이다).

피케티는 혁신적 평등주의의 꿈을 포기했기 때문에 소련 공산주의가 붕괴했다고 탓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편향적인 시선일 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베탕쿠르는 오늘날의 부유층을 대표하지 않으며 특히 미국의 부유층과 다르다. 미국 상위 계층의 소득은 대부분 레이건 (Reagan) 대통령의 세금인하 이후인 1980년대에 증가했다.

필자의 동료 에릭즈윅 (Eric Zwick) 및 공동 저자들이 전미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논문에서 밝혔듯 사업가들은 공동경영과 같은 기업구조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들의 급여소득이 현재의 이윤 또는 자본금 이익률로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기술되어 있었다. 그들은 해당 부분을 수정하면서 오늘날 미국의 최고 소득자들은 변호사, 의사, 자동차 딜러와 같이 자수성가 형 ‘일하는 부자’이고 신체적 노동이나 자본 수익을 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술을 통해 수입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만약 오늘날 부자 계층에게 피케티가 원하는 만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노력으로 형성되는 생산활동 및 조세 수입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부유한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스스로 처분할 통제권을 지니면, 이미 보여준 바 있듯 자신들의 자산을 좋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기업가들에게 부를 물려주면 얼마나 많은 재원이 낭비될까? 잠정적 소유권은 사회의 생산성 제고에 매우 해로울지도 모른다. 피케티는 유럽과 미국이 높은 누진세도 불구하고 강력한 성장을 누렸던 1950년에서 1980년 사이의 화려한 전후 시기를 가리키며 그러한 주장을 일축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는 증거가 될까? 타일러 코웬(Tyler Cowen)과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이 주장해 왔듯이 전쟁 이후 급격한 성장은 폭격을 입은 도시의 재건, 대공황 이후 막혔던 무역의 재개, 여성의 노동력 참여 증가와 같은 특별한 요소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경우는 반복될 가능성이 낮고 그것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해당 사건을 통해 강력한 교훈을 얻어내기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전후 시절이 그렇게 좋았다면 유권자들은 왜 대처와 레이건의 진보적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그 시기를 종결시켰으며 프랑수아 미테랑 (François Mitterrand) 대통령은 1981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사회주의 안건을 포기했을까? 피케티는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의 원인이 혁신적 평등주의의 꿈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편향적 사고일 뿐이다. 소련이 흔들리기 훨씬 전부터 영국 및 미국 내에서는 높은 세금과 큰 정부를 대한 환멸이 팽배했다. 이에 대해 피케티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절세 및 탈세를 막아야할 정권시절에 국제조세제도를 강구하지 못했다며 비난한다.

그의 주장은 이 점에 더욱 강경할 지 모른다. 피케티가 선호하는 ‘매우 높은 수준’ 고액의 세금시기 (1950-1979)에는 실제로 미국에서 징수한 개인 소득세가 GDP의 7.6 퍼센트 정도로 세금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에 그가 탐탁치 않게 여기는 1980-2018년 기간에는 평균이 더욱 높은 7.9 퍼센트로 나왔다.

피케티는 오늘날 국제적 합의 및 나은 정보를 통해 세금의 허점을 없앨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당시 허점이 만연했다면 높은 누진세가 강력한 성장과 병행한다는 그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 1950년에서 1979년 사이 높은 수준의 세금 시기에 사실 아무도 해당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높은 세금을 시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과세 및 재분배를 향한 피케티의 일관된 집념은 그의 전반적인 이상을 흐리게 한다. 조세정책은 불평등(특히 탈세)의 유일한 원인이 되지 못한다. 무역, 기술, 승자독식 시장, 독점 규제 등 분야에서 불평등을 기술하는 그의 의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설명에서조차 정부가 더욱 많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피케티는 양질의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최고의 교사들이 낙후된 지역 내의 문제학교를 기피하는 국립 중앙집중식 프랑스 제도를 비난한다. 아주 부유한 계층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제공되는 충분한 교육자원이 문제를 바꿀 수 있을까? 중산층 교육행정가들은 계급적 이해관계라는 관점을 따르지 않고 더욱 빈곤한 학군보다 그들이 선호하는 중산층 학군에 더 많은 재정 자원을 할당하는가?

마지막으로, 참여사회주의라는 피케티의 매혹적인 이상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즉, 약간의 민주주의와 약간의 평등주의를 선택의 메뉴에서 고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유럽에서 이러한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큰 강제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유럽연합으로 형성된 초국가집행 단위에서는 개별국가의 거부권이 없고, 모든 회원 국가에 공통된 재정준칙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유계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렇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이면서도 중앙집권화 될 것이며 다수에 대한 독재행위가 도덕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통제에 대한 판단력이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영국 국민들은 바로 이러한 유럽의 관점에서 브렉시트 투표를 거부했다. 더욱 나쁜 것은 스위스 등 유럽연합의 외부에 있는 국가들이 피케티가 구상하는 유럽 연합으로 이루어진 초국가의 정책에 반대한다면 그는 해당 국가들에게 인정사정 없는 제재로 위협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오믈렛을 만들려면 계란을 깨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폴레옹 (Napoleon)이나 로베스피에르 (Robespierre)에 해당하는 말이지 사회 민주주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늘날 불평등은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단순히 수입 또는 자산에 대한 불평등뿐만 아니라 기회, 능력에 대한 접근, 지역에 대한 불평등이다. 부유층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쳐진 계층이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돕기 위해 더 많은 지출 및 세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정책이 아닌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본서에 쓰여진 많은 학문적 성과를 읽고 배워라. 하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면 더욱 회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본과 이데올로기» 저자: 토마피케티 (Thomas Piketty), 역자: 아서 골드해머 (Arthur Goldhammer), Belknap Press 펴냄, 권장소매가: £31.95/$39.95, 1104 페이지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비판적 논평자

인도중앙은행 전 총재,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이며 «세 번째 기둥»의 저자

수, 2020/04/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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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G20 중 양극화와 부의 집중도가 가장 심각한 나라이다. 지난 십수 년간의 가계부채증가 역시 두 나라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에 대하여 오랫동안 공공금융과 부채문제를 깊이 연구해온 필자는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유효성을 통화재정정책과 연계하여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래의 이야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관한 도움말이며 팬데믹이 가져온 경제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는 재난긴급지원 정책이 미래의 기본소득으로 반드시 연결되어야 할 이유를 들어보자.


CNBC.com의 지난 4월 6일자 보도에 의하면, 스페인이 유럽에서 장기적인 기본소득제도 UBI를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 같다. 스페인의 경제담당 장관은 전(全)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기본임금을 국가단위에서 지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UBI 계획을 조속한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대학의 연구 교수로 재직중인 Guy Standing은 CNBC와 인터뷰에서 UBI의 도입이 없이는 세계경제의 회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조만간 이루어질 UBI에 어떤 방식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직 충분히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어디에서 정부가 재정을 마련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하는데 실제적인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 내 자국기업들과 월가를 위해 중앙은행이 5조 달러를 발행하듯이 정부는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면 된다. 한 평론가가 언급하였듯이 지난 4월 9일 CARES법(구제지원 관련법안)에 근거하여 1.77조 달러가 월가에 지원되었는데, 이를 130백만 미국 내 가구에 배분하면 가구당 13,600 불이 돌아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헬리콥터-모니(비정상적 지원금)은 오직 월가와 기업가들만을 위해 뿌려졌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경제회복을 위해 발행하는 헬리콥터-모니는 실제로 다양한 용처로 사용될 수 있다: 인프라 건설, 각종 간접시설을 위한 개발은행에 대한 지원, 주정부 산하 대학의 등록금, 의료지원, 사회적 안전망과 UBI 등.

정부가 강제로 실시하는 방역봉쇄에 따른 현재의 위기상황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래 시민들의 가계 사정을 가장 취약하게 방치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UBI는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 직접적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그룹은 UBI가 인플레를 야기하고 달러의 지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Mike Maloney는 4월 16일자 팝캐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불평을 토로했다. “콤퓨터에 추가적인 수치를 더하는 것(화폐발행)으로 우리가 부유해지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다는 구실로 비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돈을 찍어내는 것은 당신의 주머니와 지갑에 들어있는 달러의 가치를 갉아먹는 것이고……”

이 문제점에 대해 줄곧 연구를 해온 나는 상기의 언급을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UBI방식이 달러의 가치를 갉아먹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자 한다.

 

부채에 의존하는 제도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경제는 만성적으로 돈이 부족하다

우선, 현대금융(MMT)의 기본원칙을 들어다 보자. 우리는 고정적이며 안정적인 통화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매일 은행에서 발행하고 소비되는 화폐통화라는 신용에 기초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일으키면 돈은 예금계좌로 들어가고, 대출금이 회수되면 사라진다. 한 시점에서 회수되는 금액보다 대출금이 적게 되면, 통화공급은 위축되고 이를 ‘부채디플레’라고 부른다. 디플레가 발생하면 불황과 불경기를 야기한다.

위에 언급한 헬리콥터-모니는 이러한 현상(syndrome)을 치유하기 위해 발행된 것이다. 밀턴 프리드만은 ‘디플레는 간단히 치유될 수 있으며 헬리콥터로 사람들에게 비를 내리는 듯이 돈을 뿌리면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화폐공급은 돈이 존재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기면서 만성적인 디플레 상태에 빠져 있다. 은행들은 계좌를 만들면서 이루어진 대출금을 단순히 회수하는 것에 관심이 없으며, 이에 따라 최초의 대출금액보다 더욱 많은 액수가 항상적으로 누적되어 간다. 따라서 대출금액은 화폐공급량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되는데, 아래의 차트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https://workableeconomics.com/the-debt-based-economy/>

대출 부담이 채무자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커지면, 이들은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 기존의 채무를 갚게 되면, 통화량이 줄어 들면서 디플레가 발생한다.

채무 바이러스(Debt virus)의 비판자들은 채무부담과 이를 갚을 수 있는 자금력 사이에 발생하는 격차를 통화의 속도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약정 기한에 따라 채무자가 대출을 상환되면 대부자(은행)들은 총체적으로 이를 다시 경제영역으로 되돌려 빌려주면서, 해당자금은 다음 기한의 재무대차표를 담당할 채무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이 가지는 결함은 대출로 창출된 자금은 상환이 이루어지면 소멸되는 것이지, 다시 경제영역으로 되돌아가 순환되지 않는다는 간단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창출된 부채는 갚는 순간에 제로가 되면서 돈(통화)은 사라진다. 또한 ‘통화의 속도’가 지니는 문제점은 대부자들이 획득한 이윤을 단순히 소비자 경제로 투입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실제 우리는 두 개의 경제영역에 살고 있다 – 하나는 실물경제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고 거래되는 소비/생산의 실물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의 영역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금융의 영역은 본질적으로 실물경제에 기생하면서 시스템 내부에 대부분의 자금을 총괄하고 있다. 문건으로 공식화 되어있지 않은 ‘연방제도의 역할’은 중앙은행의 통화량을 일상적으로 조작하여 금융시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가와 투자자들이 산업의 노동자와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것보다 금융의 영역에 투자하면 더욱 빠르고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은행가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자산가들은 그들의 돈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거나,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천국을 찾아 외국으로 숨기거나, 또는 현금으로 보관한다. 2018년 현재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1.7조 달러에 이르고, 100불자리 지폐의 70%은 외국으로 빠져나가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생각보다 용이하다

반면에 생산/소비영역의 실물경제는 투자와 수요의 부족에 상시적으로 시달린다. 루즈벨트 재단에서 발간한 2017년 보고서의 제목은 ‘경제회복이란 무엇인가? 연방제도의 지속적인 통화확장의 정책에 관하여’이다.

이의 내용을 보면 GDP는 예측한 수준을 밑돌면서 하향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당시의 실질 GDP는 십년 전에 이루어진 연방의회 예산처(CBO)의 예측보다 10%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이를 회복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혈병적인 성장세는 부족한 수요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금은 정체되어 있었고, 생산자들이 생산을 논하기 이전에 이를 소비할 수요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래 전 역사인 메소포타미아 시절에는 부채와 이를 갚을 자금 사이의 격차는 주기적으로 시행된 탕감, 즉 누적된 채무기록을 말끔히 지우면서 극복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채권자(은행)는 당시의 왕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다. 단지 이들은 민간은행인으로 부채를 탕감시켜줄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더구나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것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파산에 처할 위험을 스스로 저지를 이유가 없다.

반면에 부채를 갚을 자금의 격차를 메우는 방안의 하나는 바로 UBI같이 부채의 의무가 없는 자금을 정기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통화량을 안정시키기 위해 얼마만큼 돈을 풀어야 할까?

팬데믹에 따른 강제적 방역봉쇄는 위기의 부채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지만, 사실 경제상황은 이전부터 전례가 없는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부채와 상환능력간의 격차를 해소할 해법으로 UBI가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부채에 의한 디플레가 인플레로 전환되기 전에, 헬리콥터-모니의 정책에 여유를 제공해줄 기업들의 부채, 국가와 공공기관들의 부채의 격차 역시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가계)의 사정을 들여다 보면, 2019년 현재 가계의 80%는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빌려야만 한다. 2019년 4월에 작성된 Lance Roberts의 차트를 참조해 보자.

2008년 이후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개인들은 소독과 부채를 합쳐도 생계유지 비용을 채울 수 없었다. 2019년 4월이 되자, 학자금과 자동차 구입용 대출은 이미 상환불능의 상태에 있거나 불능상황이 진행 중에 있었다. 마치 파도처럼 순서에 따른 개인파산, 은행파산, 그리고 부채디플레가 예측되어 있었다.

두번 째로 소개한 차트에 따르면, 개인당 소득과 생계비의 연간 격차는 15,000 불이 넘었고, 대출융자를 받아도 메울 수 없는 연간의 부족액이 3,200불을 넘어 섰다.

만약에 국가가 배당금으로 각 개인의 계좌로 매달 1,200불 즉 연간 14,200불을 입금시켜준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위에서 보듯이 필요한 생계비와 가처분 소득간의 격차인 15,000불을 거의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수취인들의 80%가 입금된 돈으로 생계유지를 위해 차용한 소비용 부채(신용카드, 학자금, 병원비 등)를 갚는데 사용하면, 풀린 돈은 부채를 상환하면서 사라진다.

이러한 부채의 상환(전부는 아니더라도)은 의무적일 수도 있고 자연적일 수 있다. 나머지 수취인 20%는 부채를 만들 필요가 없는 그룹으로 채무상환을 위한 국가배당금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부채상환 대신 저축을 하거나 비소비적 영역에 투자를 할 것이다.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에 사용된 돈은, 물가를 인상시키지 않으면서 수요를 촉발하여 생산을 유도하고, GDP의 잠재적 예측치와 현실수치의 격차인 10%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소비자 물가에는 변동이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현재의 경제적 봉쇄는 공급의 부족을 가져오고 부족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지만, 이는 헬리콥터-모니에 따른 수요/창출(pull)에서 오는 결과가 아니다. 반대로 공장의 조업중단과 공급의 혼란에서 야기된 거래비용의 증가에서 발생하는 비용/중가(push)의 인플레이다.

 

국제적인 선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거 바이마르 시절의 독일과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등에서 나타난 악명높은 초-인플레의 역사를 언급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경제를 진작하려고 정부가 통화를 팽창시켜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이 문제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Michael Hudson 교수에 따르면, “역사에 나타난 모든 초-인플레 현상은 환율의 붕괴에 따라 외채가 과다해지면서 발생했으며, 국내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과정에서 형성된 외국환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돈을 풀어낸 사례로 중국과 일본 같은 나라를 들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은 M2 통화량을 11조 중국우안에서 1800%를 증가시킨 194조 우안으로 늘려 왔지만, 같은 기간에 소비자 물가는 연간 2-3%선에 머물렀다. 풀려난 돈은 물가의 인상을 자극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GDP가 같은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통화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맞추어가며 조절해 온 것이다. 별도로 고려할 사항은 중국인들의 저축성향으로 이들은 소득이 중가하는 만큼, 재화와 서비스에 사용하던 소득의 비중이 비례적으로 내려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소위 ‘아베노믹스’라는 대규모 경제진작 정책을 통하여 일본은행이 정부의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풀었다. 일본은행은 재무제표상으로 정부발행 채권을 구매하면서 정부부채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의 화폐를 추가 발행하여 경제부문에 돈을 공급하였다. 만약 미국의 연방제도가 같은 방식을 채택하였다면, 현재의 미재무부 채권액수인 3.6조 달러의 3배에 해당하는 12조달러를 보유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인플레의 목표인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오히려 유례가 없는 화폐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를 걱정하게 생겼다.

 

UBI와 보모국가에 대한 두려움

걱정이 많은 비판가들은 UBI를 도입하는 것이 혹 전체주의로 가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 혹은 과잉보호의 보모국가 또는 의무적인 디지털 ID국가로 가는 통로가 될 것을 경고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UBI와 동반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 작동하면 시민 개인들이 국가에 의존해야 할 일은 없다. 마치 투자자들이 주식에 따른 배당을 받듯이, 자신의 수입에 UBI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듯이 사람들이 게을러 지지 않는다. 반대로 UBI가 도입되기 전보다 더욱 적극적이며 생산적으로 변한다. 또한 현금사용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UBI가 아니어도 현재 통화량의 90%는 이미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UBI의 지급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 따르면 된다.

UBI는, 곤경에 빠진 시민들에게 활력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통화 정책에 있어서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주는, 재정정책의 양 측면의 목표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다. 수요/공급의 실물경제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촉진하기 위해서, 그리고 불경기에서 오는 디플레를 방지하기 위해서, 헬리콥터-모니의 자금살포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출처 : from writor’s own The Web of Debt Blog.

Ellen Brown

변호사 출신으로 공공금융제도의 의장이자 ‘Web of Debt’, ‘The Public Bank Solution’, ‘Democratizing Money in the Digital Age’ 등 13권의 책을 펴낸 저자

월, 2020/05/0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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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k Bright 박사는 미국 보사부산하의 국장으로 재직하며 트럼프행정부의 COVID-19 대응조처에 반대하다가 최근 직위해제를 당했으며, 조만간 연방의회에 출석하여 자신이 추구했던 과학적 접근에 대해 증언하면서 팬데믹에 대한 심각한 경고를 준비하고 있다.

Rick Bright 전前국장(BARDA, 보사부산하 의약첨단연구개발국)은 이미 2018년 6월 연방의회에서 팬데믹에 대한 준비상황을 증언한 바 있다.

그가 사전에 작성한 증언문건에 따르면, 연방의회 주택에너지분과에 소속된 건강관련 산하위원회에 출석하여 ‘다가오는 가을철에 닥칠 두 번째의 치명적인 코로나의 대유행을 막기 위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증언할 계획이다.

“우리는 미국시민들에게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 진실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조작되어서는 안된다” – Dr. Rick Bright, 전직 BARDA(첨단의약연구개발국) 국장.

과학에 기초한 협력적 대처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팬데믹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장기화되면서 전례없는 질병과 사망을 야기할 것을 염려한다고 그는 문서로 증언한다. “나와 전문가 동료그룹이 제안한 단호한 기획과 추가적인 조처가 채택되지 않으면, 올 겨울은 현대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월까지 해당부서의 국장직을 수행하였던 Bright 박사는 자신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COVID-19의 치료방식으로 소독제를 추천한 것에 반대한 이유로 해직을 당했다고 내부고발장을 접수하였다.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과다하게 복용할 것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언급한 바 있다.

Bright 박사는, 이번 사태의 대응에 책임을 지고 있는 Robert Kadlec 차관을 포함한 보사부의 주요 간부들이 N95 마스크를 매달 7백만 장 생산하자는 자신의 지난 1월 제안을 묵살하면서, 이들과 의견충돌을 일으켰다. 그의 제안은 COVID-19가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하고 미국 내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시점에 제시되었다. 그는 내부고소장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상기 제안과 경고들이 귀먹어리들에게 보고되었다.”

그는 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할 작정이다 “나는 당시에도 이야기 했고, 오늘 자리에서도 증언합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는 길은 정치나 냉소적 비난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예정된 증언과정에서 Bright는 올 하반기에 예상되는 두 번째의 팬데믹 대유행을 피하기 위해서다음 4가지 조처를 연방정부가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할 예정이다.

 

▪의료자재 생산을 급속히 확대할 것.

▪모든 주정부에게 신속하고 동등하게 의료자재들을 배분할 것.

▪국가단위로 테스트 전략을 수립하여, 정확하고 빠르고 사용이 용이하며 저비용으로 필요한 모든 시민에게 테스트를 확실하게 실시할 것.

▪COVId-19의 예방을 위한 공공교육을 강화할 것.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는 미국시민들에게 진실할 의무가 있다…… 진실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조작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마스크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부통령이 현장 방문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 것 등에 대한 백악관의 새로운 규칙에 대해 언급하면서,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질병예방센터 책임자인 Anthon Fauci 박사가 연방의회에 경고하며 정부가 경제활동을 너무 빨리 재개하면 미국은 불필요하게 추가적인 고통과 죽음을 겪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Bright박사의 다음 증언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위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무엇을 했으며 어떤 실수를 하였는지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나는 우리 모두에게 미국인들의 건강과 안전과 번영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

 

2020-05-14.

Julia Conley

CommonDreams.org 전속기자

화, 2020/05/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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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는 단순히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위기를 불러오면서, 이로 인한 긴장이 코로나바이러스에 퇴치하려는 국제적 협력의 노력에 큰 장애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갈등의 격랑 한가운데 처해졌다.

WHO가 중국과 상호적 협력을 진행한 것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미국은 해당기구에 대한 재정과 지원을 거부하고 동시에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요구는 복합적인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회원국들 공동의 목표인 WHO를 개혁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심각한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WHO의 개혁에 대한 요구는 한편 이해할 만하다. 과거에도 전염병의 대유행이 여러 번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WHO의 지도력과 전략 그리고 역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관심이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COVID-19 팬데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개혁을 요구한 것은 상기의 일반적 사항이 아니라 WHO와 중국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회원국들 간에 WHO 개혁제안 자체보다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많은 논쟁이 야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이 촉구한 개혁의 요구는 변화의 내용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내기는커녕, 오히려 전향적인 개혁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부적 논란과 갈등만을 야기시켰다. 미국은 WHO개혁을 정치외교적 아젠다로 삼아 G7 사무국에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뉴스 매체에 따르면, G7의 다른 회원국들은 미국의 WHO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이 요구한 WHO에 대한 즉각적인 사찰요구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G7에게 요구하는 WHO 재검토나 개혁프로세스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회원국들이 항상 대규모 전염병과 팬데믹에 대한 국제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국제보건의 감시체제에 대한 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G7 회원국들과 의미있는 합의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WHO와 같은 국제적 기구 내에서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G7에 제시한 WHO 미국 개혁안의 구체적 내용은 COVID-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되풀이 된 것으로 기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원국들의 간섭으로부터 사무총장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보건지침의 준수 여부를 감독 개선하며, 심각한 질병의 발발 시 국제사회에 알리는 과정에 있어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이다.

문제는 새로움이 없이 반복되는 상기 제안의 내용이, 기구에 대한 재정과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횡포와 겹치면서, 정당화될 수도 없고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변질되었다.

더구나 사무총장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여행제한을 거부한 WHO결정에 대해 화를 내면서, 서로 모순이 상충되는 모양새가 되었다. 대통령의 주장(화)를 별도로 하더라도, 상기의 사건은 WHO 사무총장은 미국의 주권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 되었다.

이에 대해, 중국 등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회원국들은 사무총장의 더 많은 재량과 독립성이 과연 미국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호주가 제안한, 즉 개별국가들의 주권에 우선하여 전염병 발발 시 WHO 파견전문가들이 해당국가를 방문하여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은 의안으로 제출되자 곧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WHO개혁에 대한 오랜 노력은 세계보건에 대처하는 WHO의 권한과 개별국가들의 주권 간의 지속(합의)가능한 균형점을 찾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여 왔다. 이러한 문제의 어려움은 특정국가들을 타겟으로 삼으면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이 WHO와 중국 간의 협력을 문제삼아 개혁을 제기하면, 당연히 중국은 자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팬데믹의 대처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듯한 개혁조치를 거절할 것이다. WHO 개혁을 핑계로 중국의 행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해당기구를 국제정치의 전쟁터로 삼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며, 동시에 WHO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지원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WHO개혁을 개별국가의 주권에 우선하는 기구의 권한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동안 진행되어온 개혁에 대해 합의된 논의의 모든 성과를 무력화시키는 위험이 도사린다. 2014년에 서아프리카에서 발발한 에볼라 발병은 세계보건의 재앙이었다, 이후 당시에 WHO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한 검토와 조사가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WHO의 사전준비와 대처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개혁안이 제출되었다. 당연히 WHO 집행부는 이러한 개혁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2018년에 콩고에서 에볼라가 재발되자, WHO는 매우 인상적으로 대처하였다. 유사하게 COVID-19에 대응하여 WHO가 신속하게 연구팀와 의료진을 파견하여 공공의료의 역량을 보여준 점에 대하여 국제사회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가난한 국가들에게 팬데믹이 더욱 위협적이므로 이들에게는 신속한 대처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아프리카 빈국에 대한 WHO지원은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팬데믹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재정지원을 동결하면서 WHO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팬데믹에 대응할 역량과 기능을 강화하려는 기구의 능력을 방해하는 꼴이다. 미국의 협박은 WHO회원국들이 미국의 개혁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재정과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이러한 제안은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신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충동적인 개혁요구는 전략도 없고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모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악의 시점에서 치명적인 병원균과 대처해야 하는 WHO의 역량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는 짓이다.이처럼 잘못된 시도는 WHO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망치는 일이다.

 

출처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20-05-10.

David P Fidler

워싱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와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cyber-security와 공공의료분야에 관련한 많은 저술과 기고를 남기고 있다

 

수, 2020/06/0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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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중국인민공화국은 일년에 인민대표자회의(NPC)와 인민정치협상회의(CPPCC)라는 두 개의 회의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왔다. 양회로 불리는 두 개의 회의는 매년 3월에 개최되어 왔는데 올해는 COVID-19의 위기로 5월로 연기되었다.

서방사회에서는 인민대표자회의가 통과의례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공산당과 정치협상회의의 역할과 상호작용이 점차 무게를 더해 왔으며 이번 양회의 결정들은 중국 당중심 헌법기구와 강화된 다민족의 선출권력 간의 복잡한 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공산당이 중요한 몇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중의 하나가 시민법(national civil law)이고, 다른 하나가 논쟁을 야기한 새로운 국가안전규정(new national security bill)으로 홍콩에서 지속되는 시위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북경당국이 홍콩 내에 안전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다. 북경당국은 안전규정의 제정을 지난 해에 감행할 수 있었으나, 이번 인민대표자회의를 통하여 선언하면서 규정의 무게를 더하였다.

인민대표자회의 대표단은 정부의 연간 업무보고를 승인하였는데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평화적’ 통일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대만과 ‘비평화적’ 통일의 가능성을 암시하였다. 또한 GDP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고 6%의 성장을 고수하는 대신,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었다.

인민대표자회의와 정치협상회의의 양회는 당중심 헌법기구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산당이 운전석을 차지하고 지배한다.

제14차 회의 이후, 공산당의 총서기가 중국국가의 주석직과 군중앙위원회의 주석직을 겸임한다. 다음으로 정치상임위원회(당중앙 지도부)의 중요한 3인이 행정부의 수상, 인민대표자회의 주석(의장) 그리고 정치협상회의 주석(의장)을 책임진다 (현재는 Li Keqiang, Li Zhanshu and Wang Yang이 맡고 있다).

이렇게 당 중심의 헌법시스템 내에서 권력의 배분이 당 중앙의 가장 중요한 4사람이 상기의 자리를 제각각 차지하면서 이루어 진다.

이러한 시스템은 당기구의 중앙위원들로서 일반주석들의 위치가 행정부의 핵심인 수상/부수상직보다 강한 권력을 가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권력의 분산보다는 통일집중의 원칙 위에 있다.

공산당과 인민대표자회의는 일상적인 긴장과 때때로 대립하는 위치에 있다. 헌법상으로는 대표자회의가 최고의 의결기구이다. 대표자회의 지위와 기능은 이론적으로는 당보다 우위에 있으며, 당은 인민대표자회의라는 헌법적 프레임 안에서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로 공산당이 대표자회의를 통제하며 공산당 총서기가 대표자회의의 주석보다 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인민의 주권개념은 대표자회의에 녹아 있다. 대표자회의와 정치협상회의는 마치 차량의 방향조향장치와 같이 자신들의 의견과 국가적 의지를 입법을 통해서 전달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표자회의는 제국의 봉인이 찍힌 현대적 형식기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최고 권위와 주권을 상징한다. 실제로 인민대표자회의는 2980명의 참석자들이 보수를 받지 않는 임시적인 입법자로서 활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공인의 입법기구인 셈이다.

의회 민주제도에서는 흔히 입법기구가 양원으로 분리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이론적으로 권력을 분리시키는 양원제를 거부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대표자회의와 정치협상회의는 양원제와 유사하게 입법과정의 역할을 증대하여 왔다. 헌법규정에 따라, 모든 주요 결정은 대표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법적인 권한은 없더라도 정치협상회의의 자문을 사전에 거쳐야 한다. 국가의 법률의 제안과 통과는 반드시 대표자회의를 거쳐야만 한다.

입법 과정은 당의 해당위원회들이 제안, 조사와 연구, 기획의 초안, 상담과 여론취합 등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지고, 제안 이후에는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검토, 숙의, 조정과 승인, 법제화와 초안의 수정을 거쳐 대표자회의의 참가자들에 의한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실제 대표자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진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사전적 진행을 통해 진지한 상담과 협상, 조정과 논쟁을 통해서 수많은 수정이 이루어진다. 동시에 중앙당의 해당위원회 위원들은 양회가 개최되기 전에 중국전역을 방문하여 사전조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예를 들어, 홍콩의 국가안전규정은 1명의 거부와 6명의 기권을 제외하고 2878 참가자들의 찬성을 얻었다.

대표자회의 참석자 수數의 배정은 개별 성省과 특별지역의 인구수에 비례하여 이루어지며, 특별지역의 대표자들은 직접 선출되며, 개별 성의 대표자회의 참가자는 간접적으로 선출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치협상회의의 참석자들은 지역의 이익보다는 해당 지역의 다양한 부문을 대표해서 구성된다. 협상회의는 통상 46개 부문으로 나누어 지는데 의료 건강 교욱 미디어 종교 자연과 사회과학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농민과 노동자들은 정치협상회의의 대표권을 갖지 않는데, 대신 당의 정치적 체계 내에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분야의 엘리트들로 구성되는 ‘클럽’에 참여한다.

정부의 주요 지도부들은 대표자회의의 승인을 통해서 선출되지만, 이런 선출의 과정은 간접적이고 사전에 지명되고 통제된다. 중앙당의 조직부서에서 후보자들을 지명하고 통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산당원들이 대표자회의 주요 기구에 참여하면서 당의 지침을 통하여 조직기구에서 지명한 후보들을 선출하고 승인한다. 이렇게 사전통제된 선거시스템은 당우위(黨優位) 국가시스템을 운용하는 전제가 된다.

비록 현재까지는 공산당에 의하여 대표자회의가 사전에 조직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 대표자회의와 공산당 간의 관계가 향후 어떻게 진화하여 중국사회가 다원화하고 국제적으로 상호관계를 형성해 갈지는 지켜보아야 할 사항이다. 지금부터 대표자회의의 참가자들이 국가의 장래와 통일에 관하여 더욱 국수적으로 변모할지 아니면 개방적으로 변해갈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출처: East Asia Forum in ANU on 2020-05-30.

Baogang He

호주의 멜버른에 있는 Deakin 대학교수, 국제관계학 전공.

목, 2020/06/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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