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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2.12. 박정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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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2.12. 박정호노무사)

익명 (미확인) | 화, 2019/03/12- 14:37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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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뭘 쓸까? 학교비정규직노조에 5년째 몸담고 있으니, 비정규직 얘기를 할 수밖에. 그럼,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도 지키지 않아 고발당한 교육청들을 욕해 볼까? 법만 지키면 고발을 취하하겠다는데도, 과태료 수천만원을 내게 생겼는데도 꿈쩍 않는 교육청들, 그중에서도 진보교육감이 재선·삼선에 성공한 경기도교육청·전라북도교육청이 공공연히 법 위반과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산업재해 사망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된 이 마당에 말이다.

용두사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욕해 볼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1·2·3단계를 거칠수록 ‘라인’이 희미해진다. 상반기 발표될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3단계 가이드라인은 정규직화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거란 소문이다. 대통령 취임 후 현장방문 1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포의 야심 찬 초심은 어디 갔단 말인가?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초심을 잃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해 말부터 학교비정규직노조 법규국은 8년 동안의 여러 쟁송들을 사례집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6명의 노무사·변호사가 쟁송사례집 준비모임을 격주로 한다. 기간제, 위탁·용역, 단시간, 초단시간이 총망라된 학교비정규직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계약만료·징계해고·차별시정·불법파견 등 많은 분쟁이 있었다. 여러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들과 교섭하고, 파업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분쟁들도 많이 발생했다.

역시 비정규직에게 가장 많은 사건은 해고다. 계약만료 등 학교비정규직 해고 사건에 가장 기여한 법은 역설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는 취지로 제정돼, 기간제 사용 2년 초과시 무기계약 전환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법 4조와 동법 시행령 3조에는 광범위한 무기계약 전환 예외조항을 뒀다.

노동조합 투쟁 결과 모든 교육청이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직종이 기간제법 예외조항에 걸려 무기계약 전환 전에 계약이 만료됐다. 다문화 언어강사와 방과후학부모코디네이터는 복지·실업대책에 따른 일자리 제공사업이란 예외조항(기간제법 시행령 3조2항)에 걸려 집단해고되고, 법원 최종심에서도 패소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사용기간을 4년으로 달리 정했다는 이유로, 스포츠강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다고 계약만료와 신규채용을 매년 반복한다. 영어회화전문강사 계약만료 사건은 1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스포츠강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주당 14시간 근로계약한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는 꾸준히 15시간 이상 일했는데, 초단시간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에서 당연 제외되고 계약이 만료됐다. 끝까지 싸워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조합원은 있었지만 다시 초단시간으로 복직해야만 했다.

무기계약 전환시 만 55세가 넘었다고 계약만료됐다가 노동위원회에서 구제된 경우도 있다. 기간제법상 55세 예외규정을 적용할 때는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이 아니라, 근로계약 개시 또는 갱신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대법원 판결(2013. 5. 23. 선고 2012두18967 판결) 덕분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 시책에 따른 일자리 아닌가? 상시·지속적 업무지만 일자리 제공사업이라고 무기계약 전환이 안 된다는 시행령 조항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간제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차별시정 사건에서는 전문성 없는 심판관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논문까지 뒤지며 차별판단 단계별로 여러 법리를 준비하고 들어갔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교육청 예산 걱정을 먼저 해 주곤 했다.

노조법 영역에서는 부당노동행위·단협 위반·교섭단위 분리 사건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지역적 효력확장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사건들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중요해 보이는 쟁점이라고 전문가적 허영심에 들떠 기획쟁송을 밀어붙이면 결과가 좋지 않다. 나아가 교섭에서 노동조합에 불리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주는 꼴이 된다.

반면 쉽지 않아 보이는 사건이라도 조합원 당사자들이 정성을 쏟으면 잘 풀리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증거자료를 모으고 확인전화를 하면서 게으른 대리인들을 압박한다. 간혹 법률적으로 불리한 결론이 임박했더라도 조합원들이 끈질기게 투쟁한 사안은 교섭에서 좋은 결과로 노사합의가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 모든 사건들에는 노동조합이 있었고, 열정적인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법규국 일을 마무리하고, 정책실 일을 맡게 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수습노무사를 포함해 후임자를 구하고 있다. 가장 자주적으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노동조합 노무사가 아닐까?

박정호  labortoday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 서울 용산구 갈월동 70-9 예안빌딩 10층
: 02-847-2006

: www.hakb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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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신 되새겨 사법적폐 청산해야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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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돌이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누군가의 삶이 걸린 재판이었다.

2015년 2월26일 대법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KTX 승무원 들이 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KTX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2015년 3월 해고된 KTX 승무원 중 한 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세 살 난 아이의 엄마였다. “빚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간 KTX 승무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 이해득실이 고려된 결과였다.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4대 부문 개혁과제’ 중 시급한 부분을 ‘노동 부분’이라고 규정한뒤 KTX 승무원 사건을 “법원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인 사례”로 자평했다.

2018년 6월27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30번째 희생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법원 판결이 사법부와 행정부의 부적절한 거래대상 목록에 들어 있다.

2018년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조사보고서와 추가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일어난 사법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헌법과 법률을 포함해 어떠한 제약도 개의치 않는 모습은 흡사 ‘기무사’와도 같다.

양승태 대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 입맛에 맞춰 정치적으로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쥔 주요 사건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조합원(6만명) 가운데 9명의 해직조합원이 현직교사가 아니므로 '노동조합 아님'이라고 통보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되는 과정에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음은 이미 확인됐다. 2018년 양승태 대법원마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박근혜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확보하고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한 추악한 거래와 흥정 대상으로 삼았음이 드러났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판결을 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심기를 미리 읽어서 심기에 맞는 재판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악 그 자체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은 판사 블랙리스트에서 시작됐다. 속속 드러나는 내용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법원의 미온적 태도는 그 내부에 사법농단을 은폐·축소·비호하는 세력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소위 엘리트 판사라는 자들이 사법부를 통째로 권력에 헌납했다. 어느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 명백한 헌법유린이고 조직적 범죄다. 국정농단을 넘어 사법농단까지 저질렀다.

국민의 65% 이상이 현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보다 심한 것으로 보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 재판권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적폐청산보다 조직보호에 급급하다. 사법농단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촛불정신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에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에 호소하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인권이 법에 의한 지배에 의해 보호돼야 함이 필수적” 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의 지배에 근거해 공평한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독립된 사법부의 역할이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남용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최영연  labortoday



민주노총 대전본부 

: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화로 10, 근로자복지회관 1층, 민주노총 대전충남법률원

: 042)624-4130

: http://tc.nodong.org/wp/?page_id=12109

수, 2018/09/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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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주 52시간제 시행은 건설적폐 청산 신호탄


김왕영 공인노무사(건설노조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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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왕영 공인노무사(건설노조 정책부장)

2014년 여름 새벽 5시 노동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패기 있게 서울지하철 신림역 인근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 인력사무소 직원은 내게 건설기초안전교육을 받았는지 물어봤고, 나는 처음이라 모른다고 답했다. 패기는 사라졌고 길 잃은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앉아 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선택돼 철거현장으로 투입됐다. 기초안전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운동화를 신고 추리닝 차림으로 철거현장에 갔다. 벽면에 날카로운 못들이 튀어나와 있고 바닥에도 각목에 박힌 못이 거꾸로 솟아 있었다. 공포스러웠고 피해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엄청난 먼지였다. 한순간도 편히 호흡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날라야 했다. 주변에서는 목수들이 쇳덩이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다치지 않고 하루를 마친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됐다. 일당은 9만원이었지만 9천원을 인력사무소에서 공제하고 8만1천원을 받았다. 함께 일한 아저씨들은 가방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렇게 옷이 더러워질지 몰랐던 나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복장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직 탈의실·샤워실조차 마련되지 않은 건설현장도 많다.

건설현장 노동환경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하다. 노동조합에 조직된 노동자들이 투입되는 현장은 ‘사람이 일할 수는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라면 인력사무소를 통해 투입되는 철거현장은 1시간도 견디기 어렵다. 기초안전교육을 받지 않아도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 산업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한계로 인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법 하도급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근로기준법은 무시된다.

요즘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건설현장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은 건설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건설현장에 주 52시간제를 정착시키려면 근로감독관이 수시로 건설현장에 와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지키고 있는지 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걱정이 앞선다. 과연 노동부는 근로감독 의지가 있을까. 주 52시간제 시행보다 묵인해 왔던 건설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건설업계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개정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설현장에 무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잘 준비하고 있을까.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건설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근로시간의 엄격한 관리, 명목적 휴게시간 설정, 이중 근로계약서 작성, 노동강도 강화 등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꼼수를 연구하고 있다. 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이 뒷받침된다면 이런 꼼수는 건설업계의 비상구가 된다.

근로감독은 의지만으로 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근로감독관이 부족하고 예산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건설현장이 불법 온상으로 남아야 할까. 최대한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부족한 부분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 법정노동시간을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중벌에 처해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쳐 건설사는 법정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될까 봐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건설현장에 주 52시간제가 정착될 수 있다. 정착되는 과정에서 건설현장도 정상화할 수 있다. 단순한 노동시간단축이 아니다. 주 52시간제 시행이라 쓰고 건설적폐 청산으로 읽어 보자.


김왕영  labortoday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로 146 어수빌딩 3층 (07422) 

: (02)841-0291

수, 2018/07/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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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러지 마세요


김승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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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기업 형태는 다양해졌다. 이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는 경우가 특별한 일이라 하기 어렵다. 오늘 필자는 이른바 노동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진출한 기업들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기서 노동선진국은 정형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을 국가에서 장려하고 공무원이나 경찰의 파업권마저도 보장하는 나라다.

일단 이런 나라에서 진출한 기업들은 유럽 국가에서 온 경우가 많다. 그중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를 만한 나라는 프랑스·독일·북유럽 국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들 나라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기업을 영위하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필자가 다뤄 본 사건의 유형은 제약회사, 반도체 관련 천연자원, 마케팅회사 정도가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초국적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매우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본국에서 한 회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들이 본부를 둔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노동문제에 관한한 진일보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진출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절대적 노동시간 준수, 인사평가에 대한 상호 서명날인 제도, 시기 지정권 있는 실질적 연차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도 국내에 정착한 뒤 불과 1~2년 사이에 그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한국인 중간관리자 영입이나 법률자문을 하는 로펌 혹은 노무법인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본부에서 파견돼 결정 권한을 가진 자들이 여기에 쉽게 동화되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당한 행위에 침묵하거나 자신들이 아는 상식이나 양심에 반하는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다뤘던 사건들도 양상이 비슷하다. 직장내 괴롭힘을 포함한 안전관리 문제에 매우 민감해 별도 외부 구제절차를 두고 있는 프랑스계 국제적 천연자원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내 괴롭힘 문제를 본국에서 이미 인식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현재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승인된 사안이다). 독일계 광고회사는 현재 노무법인 자문을 받아 해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나름 그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조차 본국 법과 다른 조치를 취한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내용의 모집공고를 반복 게시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 뒤 해고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필자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나라 법률을 살펴보곤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핀란드의 경우 노동계약법상 정규직을 대체해 채용한 기간제 노동자가 아닌 이상 해고 자체가 불가능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인위적 구조조정을 위해 사내 괴롭힘 행위를 제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이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 윤리강령에 해당 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다를까. 이익이 되는 행위는 빨리 배우기 마련이고, 자본은 자신의 태어난 본능대로 움직일 뿐 감정이 없다.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행위를 한다고 해서 이를 제지하는 법률이 없고, 또 그것이 특별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법정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정말 그렇게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래도 괜찮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고 법률이다.”

특별히 틀리지 않아서 더 뼈아픈 말들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한다. “준거법이 대한민국법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쪽 나라에서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여기서도 그러지 마세요.”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labortoday



노무법인 시선

 : 본사 -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8길 50, 7층 S-729호(우영빌딩)

 : 마곡지사 -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161-17 보타닉파크타워1차 509호

 : 02-6401-2580

 : www.siseon.net

수, 2018/02/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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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기 두 번째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2016년 ‘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본지 2016년 10월11일자 13면 '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 참조> 1년 반 만에 두 번째 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기를 쓰려 한다.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으로서 한 경험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입사할 때부터 민주노총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넣을지 말지 자기검열을 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공공기관에 계약직 노동자인 업무보조원으로 입사한 뒤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합리함은 어디에나 있다. 어느 날 급여명세서를 받았는데 국경일과 공휴일에 휴일로 쉰 날에 임금이 공제돼서 미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경일·공휴일에 공공기관이 쉬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도 어쩔 수 없이 쉬는 건데 임금을 공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제기하려니 같은 팀 공무원들과 어색해지지 않을까, 재계약 때 계약이 해지되는 것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중 과거 민주노총 노동상담소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할 때 노동자들에게 항상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쟁취했을 때 가능하다. 왜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냐”며 타박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노동자들에게 항상 자신의 권리를 지키라고 했던 내가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지 못한다면 자신은 못하면서 남만 타박하는 우스운 꼴이 되겠다 싶었다.

재계약이 안 되는 문제나 같은 팀 공무원들과의 어색한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내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내 권리를 지켜 나가자고 결심했다.

그 뒤 업무보조원 근로계약서와 계약직 노동자 운영규정(취업규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을 검토했다. 근로계약서에는 국경일과 공휴일이 무급휴일로 규정돼 있었지만 계약직 노동자 운영규정에는 유급휴일로 돼 있었다. 법적 근거도 찾았으니 이제 국경일과 공휴일에 공제된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일만 남았다.

다음날 같은 팀에서 계약직 노동자 임금지급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 담당 공무원은 자신이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본청에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물론 예상했던 대로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공무원들에게까지 이 내용이 전달됐다.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게 싸늘해졌다.

며칠 뒤 자문 변호사 자문을 거친 본청에서 “계약직 노동자 운영규정에 따라 국경일 및 공휴일에 계약직 노동자들이 쉬더라도 임금을 지급해라”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이 답변에 따라 미지급된 유급휴일수당을 소급해서 받았다. 그 이후에도 국경일과 공휴일에는 무조건 유급휴일수당을 지급받았다.

같은 팀 동료 공무원과의 관계가 이전보다 어색해졌다. 경계하는 눈빛도 느껴졌다. 그렇지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었고, 임금을 지급받아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으니 그만이다. 무엇보다 자존감을 회복한 것이 경제적 여유보다 몇 배나 더 좋았다.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단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됐다.


권태용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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