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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통신정책협의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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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통신정책협의회에 바란다

익명 (미확인) | 목, 2019/02/28- 14:14

SKT 11번가 제로레이팅 중단은 만시지탄

우리나라 망중립성 규범은 5G시대에 더욱 강화되어야

‘관리형 서비스’는 미래의 일반인터넷 접속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5G시대의 개막에 맞추어 통신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한 목표로 2018년 10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관학 협의 모델로 시작한 5G통신정책협의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5G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이동통신 주파수와 완전히 다른 주파수를 이용하여 무선인터넷 대역폭을 지금의 10~20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늘어난 잉여대역폭은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의료 등의 소위 고가 인터넷서비스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해왔고 이 주장은 망중립성 원칙과 마찰을 빚어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그간 논의와 상황변화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4G에서 5G으로의 전이를 맞이하여 우리는 2G에서 3G로, 3G에서 4G로 전이되었을 때 망중립성에 대한 요구는 강해지면 강해졌지약해지지 않았던 역사를 기억하고 이 자세를 계속 견지해야 한다. 2019년 2월 13일 오픈넷은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의 2016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주저자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 통신위원회(Nkom) 프로드 소렌슨 수석자문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발제에서 소렌슨은 특수서비스(specialized service, 우리나라의 ‘관리형 서비스’에 대응)는 망중립성을 완화하지 않더라도 일반인터넷 접속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용될 수 있어 유럽은 5G시대 도래에 따른 망중립성 규제 개정은 하지 않을 계획임을 확인한 바 있다.

단, 여기서 자세히 확인한 것은 ‘일반인터넷 접속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4G시대의 일반인터넷 접속의 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5G기술로 확장된 대역폭은 고가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5G시대에 맞는 고대역폭 앱과 콘텐츠가 일반인터넷에서도 이용될 것이며, 이렇게 늘어난 미래의 일반인터넷 대역폭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한 특수서비스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위 세미나, 프로드 소렌스 발표자료 p. 22. 참조)

또한 특수서비스들이 일반인터넷 접속서비스와 상호교란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운용되기 위해서라도 망중립성 규범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소렌슨의 발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수준에 맞게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가 아니라면 ‘모든 콘텐츠 차별’을 금지하는 BEREC이나 기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규범과는 달리 ‘불합리한 콘텐츠 차별’만을 금지하기 때문에 과거의 mVoIP차별, P2P차별 등이 모두 애매모호하게 처리되었다. 또 ‘관리형 서비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일반 인터넷접속의 질이 ‘적정수준’에서만 유지되면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하여 마치 최소수준만 유지하면 잉여대역폭은 고급서비스에 전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참에 위 규정들을 국제수준으로 변경하여 5G에 나타날 특수서비스가 일반인터넷 접속서비스의 질 저하를 동반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제로레이팅은 뭉뚱그려 다루어선 안되며 자사 및 계열사 제로레이팅은 별도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망사업자의 자사 및 계열사 제로레이팅은 망사업자들이 콘텐츠 시장에 지배력을 전이하여 비계열사 콘텐츠를 경쟁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 즉 중간정보전달자의 검열이나 허가없이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자유에도 위협이 됨을 오픈넷은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지난 2018년 12월 20일 제3차 5G통신정책협의회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11번가가 SKT 제로레이팅을 1월 31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11번가는 경험이 일천한 후발주자임에도 SKT 제로레이팅과 같은 본사의 밀어주기에 힘입어 빠른 시간 안에 온라인쇼핑몰업계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는 분명히 독점규제법 상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이다. 이를 방관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앞으로는 다시는 자사 및 계열사 제로레이팅을 통해 망사업자가 타 사업영역까지 불공정한 과정으로 높은 시장지분을 확보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다.    

셋째, 투명성 기준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모든 네트워크 관리 조치는 합리적이든 불합리하든 이용자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망사업자들이 mVoIP차단, P2P차단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문제가 된 바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네트워크 관리 조치인지 아닌지(mVoIP차단은 관련 패킷의 크기도 크지 않아 과연 네트워크 관리 조치인지도 불분명했다), 합리적인지 불합리한지를 평가하려면 조치(차단 사실 유무 및 사유)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또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조치라고 할지라도,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만큼의 대역폭 용량에 적용되는 망사업자의 조치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5G시대에 인터넷접속 대역폭이 10~20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인터넷의 기본 작동원리가 변할 이유가 없다. 모든 단말이 십시일반으로 다른 모든 단말들 사이의 통신패킷을 차별없이 전달해줌으로써 수억 개의 단말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접속하지 않고도 서로 동시에 교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은 문명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불특정 다수에게 확장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어 정치경제의 민주화·평등화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왔다. 지금 망중립성을 폐기하고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로 자유롭게 대역폭을 쪼개어 고액지불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한다는 것은 정보 공유에 금전적 조건을 새로이 걸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소리로 더 빠르게 얘기할 수 있었던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할 수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하더라도 망중립성 규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2019년 2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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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EU 망중립성 전문가’ 프로드 소렌슨’ 초청 국제 세미나: 5G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중립성 규제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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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레이팅(스폰서 요금제) 10문 10답: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입니다. 통신비 인하에 관한 정부와 통신사의 줄다리기도 취임 이후 계속 중이죠. 그런데 최근(’17. 8. 10.)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른바 ‘제로레이팅’과 관련한 고시 제정안을 의결하면서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정책의 총아로 주목받으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로레이팅의 정의에서 그 쟁점까지, 문답으로 정리합니다.

계산기 제로레이팅? 공짜? 무료? 정말인가요?

1. 제로레이팅이 뭔가요?

제로레이팅(Zero Rating)은 특히 스마트폰 요금에서 특정 서비스에 대한 테이터 비용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무료'(zero), ‘부과'(rating), 즉 비용 면제(또는 할인)죠. 그래서 제로레이팅이라고 하면 ‘공짜’나 ‘무료’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2.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세요.

올해 SK텔레콤은 포켓몬고와 제휴하면서 한시적으로 제로 레이팅을 도입했습니다(참조: 연합뉴스). 즉, 올해 6월까지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SK텔레콤 사용자는 포켓몬고를 플레이할 때 따로 데이터(트래픽, 통신비) 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포켓몬 GO는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SKT 이용자는 포켓몬 GO가 공짜(였다)?

3. 특정 서비스 데이터 사용료를 공짜로 하면, 그 비용은 누가 내나요?

제로레이팅은 통신사(이통3사)가 특정한 서비스(위 예시에서는 포켓몬고)의 사용 요금(트래픽 = 데이터 요금)을 면제하거나 인하해주는 것입니다. 즉, 제로레이팅의 주체는 통신사인 셈이죠.

하지만 제로레이팅(으로 마이너스가 생기는) 비용을 반드시 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로레이팅 계약에 따라서는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 그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죠. 그래서 뒤에 살펴볼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계약’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겁니다.

통신3사

4. 어쨌든 공짜라니까 사용자에게 이익인 것 같은데요?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대다수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위 SKT-포켓몬고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죠. SKT 사용자는 6월까지 공짜(!)로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이라는 게 포켓몬고라는 특정 서비스 사용자에 한정됩니다. 즉, 포켓몬고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겐 전혀 이익이 없죠.

그리고 통신사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포켓몬고 공짜 사용자가 혜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포켓몬고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혹은 포켓몬고 사업자에게 그 손해(제로레이팅 비용)를 충당할 가능성이 높고, 또 장기적으로는 전체로서의 사용자 요금은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로레이팅은 마치 ‘조삼모사’와도 같은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로레이팅'은 혹시 조삼모사인 건 아닐까요? ‘제로레이팅’은 혹시 조삼모사인 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콘텐츠 사업자(가령 포켓몬고의 경쟁사들)에게는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은 아래 문답에서 따로 설명할게요.

5. 제로레이팅을 ‘스폰서 요금제’라고도 한다면서요?

제로레이팅이 특정 서비스(콘텐츠)에 사용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제로레이팅이 적용되는 해당 서비스를 ‘스폰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겨서 이런 별칭이 생긴 것이죠. 제로레이팅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명명인 것 같습니다.

스폰서는 우리말로는 ‘후원자’죠. 그런데 통신사가 A라는 서비스는 후원(제로레이팅)하고, A의 경쟁서비스인 B라는 서비스는 후원하지 않으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B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는 이용자라면, 더 나아가 B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종사자라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혹은 B서비스를 그만 쓰고, A서비스로 옮길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요?

“통신사들은 그동안 제로레이팅을 일부 계열사 콘텐츠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왔다. SK텔레콤이 자회사의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2017. 3. 21)

위 기사대로라면 SKT 이용자가 11번가든 G마켓이든 쿠팡이든 옥션이든 자신의 취향과 판단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요? 11번가를 이용하는 게 이익이라면 G마켓이나 쿠팡보다는 11번가를 쓰게되지 않을까요? 그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테니까 말이죠.

SKT가 11번만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면? G마켓이나 쿠팡, 옥션 등에는 '반칙'이 되죠. SKT가 11번만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면? G마켓이나 쿠팡, 옥션 등에는 ‘반칙’이 되죠.

하지만 이렇게 선택을 이용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가 옳은지는 의문이죠.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끼워팔기’와 같은 부당경쟁행위처럼 자기(자회사)만 우대하고, 다른 서비스를 차별하는 셈이 되니까요. 그래서 제로레이팅은 결국 ‘망중립성’ 이슈와 만납니다.

6. 망중립성이요? 그게 뭔가요?

쉽게 말해서 인터넷망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터넷망 사업자(= 통신사)는 트래픽(= 데이터)을 그 서비스의 내용이나 유형 그리고 (사용자의) 단말기 차이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되고,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거죠.

다시 위 사례로 간단히 설명하면요. SKT는 이용자가 11번가를 이용할 때만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혹은 11번가만 데이터 이용료를 공짜(제로레이팅)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11번가든 G마켓이든 쿠팡이든 모두 같은 속도로, 같은 요금으로 11번가 사업자도 G마켓 사업자도 무엇보다 (말단) 이용자(‘엔드 유저’라고 합니다)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망중립성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망의 공적 성격 때문에 만들어진 원칙입니다. 오늘날 인터넷망은 어느 한 기업의 사유물이라기보다는 공적인 인프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 공적 성격이 강한 자원을 사익을 위해서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필요와 합의가 망중립성 원칙을 만들어낸 동기인 셈이죠.

이 원칙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부(미래부)도 견지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중립성’에 비판적인 아지트 파이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수장이 되면서 망중립성 원칙이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했고(참조: 이코노믹리뷰), 아지트 파이는 “오바마 정부가 만든 규칙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MWC 2017 기조연설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참조: 연합뉴스)

이야기가 좀 길어지고, 약간 복잡해졌는데, 다시 정리하면요. 제로레이팅은 ‘스폰서 요금제’라는 별칭이 가지는 차별적인 어감에서도 단박에 느껴지는 것처럼, 망중립성 원칙 위반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7.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로레이팅’을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했나요?

방통위가 직접 언급한 자료는 찾기 어렵습니다만, 몇몇 언론에서 ‘방통위’, ‘제로레이팅’, ‘통신비 인하’를 함께 제목으로 언급하고 있어서 마치 방통위가 직접 제로레이팅으로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효성)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이하 ‘고시’) 제정안을 의결했죠(참조: 디지털데일리).

이 고시를 다룬 기사들은 대체로 ‘부당하지 않은 차별’은 허용된다며 방통위가 이른바 제로레이팅의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통신사 편에서 서서) 이번 고시 의결을 통신비 인하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맥락에서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예: 시사저널e아시아경제키뉴스 등).

[정부 "통신비 절감 기대"]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지만, 아무리 기사를 훑어봐도 누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지 본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 “통신비 절감 기대”]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지만, 아무리 기사를 훑어봐도 누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지 본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제로레이팅을 다룬 기사는 대체로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번 고시 제정안 의결을 바라봅니다. 제로레이팅을 다룬 기사는 대체로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번 고시 제정안 의결을 바라봅니다.

8.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긴 한가요?

오픈넷은 이번 방통위 고시에 관한 논평에서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방통위 고시 제정안 의결을 비판합니다.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특정 이용자’에게만 일시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착시효과’에 불과합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통신비 인하가 ‘특정 서비스 이용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면, 제로레이팅은 통신비 인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보편성’을 말합니다.

“통신비 인하는 보편적 인터넷 접근권 확대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로레이팅은 접근권 확대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통신비 인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서비스의 사용료 면제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전혀 낼 수 없습니다.

9. 그밖에도 제로레이팅은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의 말을 좀 더 들어보죠.

“현재 시장의 제로레이팅 요금제는 SK의 11번가, KT의 지니 등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아주 높아요.”

박 변호사는 “현재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신 정책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통신 정책에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번 방통위의 고시 제정안 의결을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10. 제로레이팅, 끝으로 한마디로 말하면?

제로레이팅은 ‘공짜’, ‘무료’라는 이미지 때문에 지금 당장은 소비자(이용자)에게 큰 혜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체로서의 이용자에게는 전혀 이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통신사가 자신의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이용자 참여는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강조한 오픈넷 논평을 인용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갈음합니다.

“방통위는 고시 마련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연구반을 운영했고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어떤 전문가들이 어떤 논의를 거쳐 이번 고시를 제정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중략) 모든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사회와 이용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오픈넷,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를 기대한다는 방통위가 우려된다 (2017. 8. 22.) 중에서

제로레이팅, 통신사의 흔한 홍보 문구처럼 '공짜', '무료' 이미지에 갇혀 이용자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제로레이팅, 통신사의 흔한 홍보 문구처럼 ‘공짜’, ‘무료’ 이미지에 갇혀 이용자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8.24.)

금, 2017/08/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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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망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 개최 안내

– 2017. 9. 7. (목)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

 

다시 망중립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망중립성 완화 움직임에 따라 FCC 웹사이트에 망중립성 완화를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의 의견 접수가 줄을 이었다는 외신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비 인하 정책의 반대 급부로 망중립성을 완화해달라는 취지의입장을 표명 중이며,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의 훌륭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정책이 지금 망중립성 “완화”를 이야기할 위치에 있기나 한 것일까요? 제로레이팅이 과연 보편적 통신비 인하의 수단이기는 할까요?

과거 이동통신사의 보이스톡 차단으로 촉발된 우리나라 망중립성의 현 주소는 아직 이동통신사가 경제적 이유를 근거로 mVoIP 데이터 송수신을 차단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플랫폼 중립성’이라는 개념을 들어 이동통신사에 대한 망중립성 규제의 칼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망중립성 강화 법안을 19대, 20대에 걸쳐 발의한 국회의원 유승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망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망중립성 정책의 미래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신청: https://goo.gl/forms/goXNvfHUH3mHpsGg1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7/09/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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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망중립성의 미래는?’ 포럼 개최

미국 FCC 망중립성 표결의 영향과 망중립성 정책의 미래를 가늠해봅니다

 

내일인 2017. 12. 14. 미국 FCC에서 이른바 망중립성 원칙의 폐기와 관련한 최종 표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픈넷은 미국 FCC 표결 직후 2017. 12. 19. (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에서 ‘망중립성의 미래는?’ 이라는 주제로 오픈넷 포럼을 개최합니다.

해당 표결 결과에 따라 국내외 인터넷 이용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망중립성 원칙의 후퇴로 중소 인터넷 기업의 부담 가중과 제로레이팅 요금제의 보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번 포럼에서 지디넷 미디어연구소 김익현 소장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승한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를 모시고 혼란스러운 망중립성 정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신청하기

[오픈넷 포럼] 망중립성의 미래는?

일시: 2017. 12. 19. (화) 오후 7:30 ~ 9:30

장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23 현대타워 7층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직진, 걸어서 5분)

– 오시는 길: http://startupall.kr/location/

사회: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패널: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장

오승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온라인 연결)

※ 행사장 건물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며, 주차비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7/12/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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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은 지속 및 강화되어야 한다

– 미 FCC 결정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인터넷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7. 12. 14. 전원위원회를 열어 3:2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이용자들이 온라인 의견수렴 사이트에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 11. 말경에 최종 폐기안이 도출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 FCC의 결정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망 사업을 활성화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며 이로 인하여 망중립성 규제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당국은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의 변화와 국내 망중립성 정책의 기본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의 핵심은 단대단 원칙의 구현을 위해 통신사의 반경쟁적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데 있고 망중립성 완화는 통신사의 자의적인 차별행위를 용인해달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망중립성 원칙의 핵심은 통신사가 망 위의 어떠한 패킷도 물리적으로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즉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패킷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유형인지, 누가 전송하는지, 어떤 단말을 이용하는지 상관없이 동등하게 트래픽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단대단(end to end) 원칙의 선언이다.

인터넷을 통해 혁신과 표현의 자유를 꽃피게 하려면 단대단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이용자가 발화한 표현을 인터넷이 연결된 전 세계로 자유롭게 보내고 인터넷 상 원하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이를 향유할 수 있게 하려면 패킷의 전달 과정에서 통신사의 자의적인 개입이 차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터넷이 이용자가 주인이 되는 개방과 자유의 인터넷이 될 것인지, 통신사가 주인이 되는 통제와 차별의 인터넷이 될 것인지는 망중립성 원칙의 구현 여부에 달려있다.

투자비용을 이유로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통신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터넷의 단대단 원칙뿐 아니라 공정거래 규제의 틀까지 훼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컨대 망중립성 원칙의 완화나 망 사용료 인하효과를 들먹이며 통신사가 주도하는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통신사가 자사 또는 자회사 서비스의 데이터 요금을 자의적으로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원칙은 이미 국내 법령으로 확립되어 있으나,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오바마 정권에서 어렵게 성취한 망중립성 원칙 중 커먼캐리어(common carrier)에 관한 부분은 이미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형태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반영되어 있다. 단대단원칙(end to end) 역시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사전규제 항목에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망중립성 규제의 현실은 매우 허약하다. 단대단원칙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하고 통신당국과 경쟁당국은 겹치는 규제영역을 탓하며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망중립성 규제 위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에도 인색하다. 법원 역시 이른바 m-VOIP 소송에서 통신사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m-VOIP 패킷을 차단한 행위 즉, 망 내 물리적 차별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망중립성 규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자의적 차별을 보다 분명히 금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미 20대 국회에 통신사의 자의적인 차별행위를 보다 분명히 금지하기 위한 이른바 망중립성 강화법이 발의되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며, 반드시 20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통신당국과 국회는 미국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한 목소리로 반대한 것을 상기하고 이해당사자 간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FCC 결정에 앞서 온라인으로 실시된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국 이용자들과 시민단체들은 FCC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 계획에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망중립성 원칙 폐기를 위하여 가짜 계정과 봇을 이용한 조직적인 찬성 의견들이 발견되어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망중립성 정책을 논의하는 공론장이 중요하다는 점에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여 망중립성 법안과 정책을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협의체가 구성된 바 있지만, 논의자료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공론장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용자를 포함한 각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이른바 멀티스테이크홀더 방식의 공론장을 마련하여 논의과정과 논의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오픈넷은 앞으로도 개방과 자유, 혁신의 인터넷을 위하여 이용자들과 함께 망중립성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며 공론장을 통한 논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2017년 12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오픈넷 포럼] 망중립성의 미래는? (2017.12.19.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논평] KT는 이용자 트래픽을 몰래 차단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2015.11.11.)
이통사가 제한한 상상력. 망중립성으로 풀자 (슬로우뉴스 2015.6.23.)
[논평] 오픈넷, <망중립성 법안> 발의 환영, 통신시장의 결쟁상황을 개선시켜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2015.5.8.)
[논평] m-VOIP 전면 허용이라고? 미래부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바란다 – 이제는 망중립성 입법운동이 필요한 때! (2014.7.9.)

금, 2017/12/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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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캐시서버이용료 및 ‘망이용료’에 대해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위 합의가 인터넷의 구성원리인 망중립성의 정신에 반하는 선례를 남겨 앞으로의 국민의 인터넷 이용에 심대한 부담을 지우게 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14. 11. 5. 개정 상호접속고시(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로 도입된 발신자 종량제 원칙의 폐지를 요구한다.

위 고시는 2016년 1월 1일부터 망사업자들 사이의 상호접속에 발신자 종량제를 의무화하였는데 이는 발신자들 즉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는 자들의 표현행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었다. 망사업자가 타 망사업자에게 지출하는 발신자 종량제 상의 접속료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에게 전가할 동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다.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서비스하던 KT가 타 망사업자(SKB)에 지출하던 접속료를 못 견디고 페이스북에 더 높은 접속료를 요구하였고 결국 페이스북이 모든 부담을 뒤집어쓴 셈이 되었다. 앞으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가 무료로 올린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트래픽이 늘어나면 자신의 망사업자로부터 엄청난 접속료 인상 압력을 견뎌내거나 모든 대형 망사업자와 일일이 별도로 접속료를 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이미 2016년 발신자종량제 시행부터 인터넷접속료가 50~60% 인상되었고 세계 유일하게 접속료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계속 보이면서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접속료는 $9.22/Mbps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 정도에 일본의 $2 싱가폴의 $1.39에 비해 최고수준이다(Telegeogrphay 2018).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까지 2016년 발신자 종량제로 발생한 접속료 인상 압력에 굴복하게 되니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적 ‘인트라넷’의 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해외사업자는 대형 망사업자에 일일이 캐시서버를 하나씩 설치할 자원이 없으면 텀블러 및 각종 게임사이트들처럼 해외서버에 위치하면서 혼잡도 상승과 이용속도 지연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합의는 일종의 정산피어링(paid peering, 아래 설명)계약의 일종으로 그 자체는 망중립성을 직접 위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콘텐츠제공자가 망사업자 및 그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피어링을 하다가 더 왕성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 소통이 지연없이 이루어지도록 더 큰 용량의 연결을 요구할 수 있고 연결상대인 망사업자가 그 용량확장을 받아주도록 금전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2013년 구글과 프렌치텔레콤(Orange)의 딜이 그랬고 2014년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딜이 그랬으며 많은 CDN들이 그런 조건으로 망사업자들과 접속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 페이스북과 KT도 그런 관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산피어링 합의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국가가 합의를 강요하였다. 인터넷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이 중요한 만큼 물리적 접속의 자유도 중요하다. 단말들이 자유롭게 접속하고 접속비용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강제로 콘텐츠제공자 쪽에 접속비용이 전가되도록 하였다. 특히 또 다른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3월 콘텐츠제공자인 페이스북이 종량제 상호접속료의 부담을 받아들일 것을 거부하자 행정제재까지 하여 결국 국가가 SKB 캐시서버를 페이스북에 강매한 꼴이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런 태도를 연장해보자면, 중소스타트업이 접속용량을 제때 늘리지 못해 지연이라도 발생하면 “이용자 이익 저해”의 책임을 자신들이 뒤집어쓰고 유료캐시서버 설치나 대용량회선을 강매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강요의 방법이 망중립성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 현 상호접속고시 하에서는 망사업자들은 상호접속료를 접속용량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 누적정보전달량에 따라 주고받는다. 망사업자들 간에 이렇게 거래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용자나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정보전달량에 따라 과금을 할 동기가 발생하고 결국은 접속료가 아니라 돈에 비례해서 정보전달을 해주는 “정보배달료(termination fee)”가 되어버린다. 즉 모든 단말들이 서로 돈을 받지 않고 조건없이 모든 단말들의 정보를 서로 전달해준다는 인터넷의 상부상조의 원칙인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단말들의 집합체이며 이들 단말들은 스스로 정보를 발신·수신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단말들이 발신·수신하는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덕분에 전세계에 널리 흩어져 있는 단말들과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각자의 손바닥 안에서 그 단말들에 올라있는 웹사이트에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정보의 전달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정보의 내용이나 수발신처 및 관련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료로 해준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의 다른 이름은 ‘정보배달료(언론에서 ‘망이용료’, ‘망사용료’라고 부르고 있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말들 사이에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즉 접속료는 연결의 용량에 비례하여 단말들 간에 주고받게 된다. 이때 한 단말그룹이 다른 단말그룹과의 연결을 동등하게 원하여 접속료를 무료로 하여 접속하기도 하고(peering), 그 연결을 더 강하게 원하는 한쪽 단말그룹이 접속료를 내기도 하고(paid peering), 한 그룹이 다른 단말그룹을 제3의 단말그룹들과 연결해주면서 제3의 단말그룹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중계접속료(transit fee)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롭게 물리적 접속이 우선 짜여지면 정보전달 자체는 차별없이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정보배달료를 받으나 접속료를 받으나 조삼모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산이다. 불특정다수와 확장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인터넷의 꽃이자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미이다. 이 월드와이드웹의 성공은 저마다 더 많은 정보 앱 및 플랫폼을 무료로 온라인에 올릴 수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 자기가 올린 정보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 전달비용을 물어야 할 걱정을 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정보배달료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더 많이 본 사람에게 돈을 더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을 더 많이 봐서 도서관의 시설을 늘려야 한다면 돈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피어링이든 트랜짓이든 더 큰 용량의 접속을 원하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시설은 똑같이 쓰면서 더 많은 책을 봤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인터넷의 기획 즉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의 규모화(scaling)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발신자 종량제는 바로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돈이 많아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상호접속고시 때문에 구조적으로 서비스 및 콘텐츠 서버가 기피되는 환경에서 중소스타트업들은 바이럴한 성공이 도리어 두려운 지경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며 망중립성을 위협하고 스타트업들의 인터넷접속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게 만든 발신자 종량제 원칙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2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운동의 ‘규모화’, 망중립성 수호의 중요성 (한겨레, 2019.01.17.)
‘망 이용 대가’는 없다 (한겨레, 2018.11.19.)

수, 2019/02/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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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망중립성을 넘어서: 본질적 기원과 ‘궁극의 유저’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결국,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는 2017년 12월 1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3:2로 망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을 내렸다. 그 내용을 최근 흐름과 관련해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FCC와 망중립성 원칙: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폐기

  • 2010년 ‘인터넷 정책 지침’ (캐빈 마틴 FCC 위원장 ): 차별금지, 차단금지, 망 관리 투명성의 3대 원칙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천명.
  • 2014년 워싱턴 D.C. 항소법원, “광대역 영역에서 통신사가 컨텐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비차별’ 원칙을 지키도록 의무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판결.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 선고’ (참조: 김재연, ‘미국 망중립성 사망선고? 한국은 다르다’).
  • 2015년 오픈인터넷 규칙(톰 휠러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를 “타이틀 1″(정보서비스)에서 “타이틀2″(기간통신사; common carrier)로 재분류해 법적 분쟁의 빌미를 제거함. 망중립성 원칙의 부활.
  •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
  • 2017년 12월 14일, 망중립성 폐기안(“인터넷 자유 회복”) 3:2 가결(아짓 파이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다시 “타이틀 2″(기간통신사)에서 “타이틀1″(정보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14년 항소법원 판결 상태로 회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이용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2017년 11월 말에 최종 폐기안이 올라온 지 한 달만의 일이다.

이번 판결을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이 글에서는 1) 망중립성 원칙이 제안된 배경을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의 본질 속에서 고찰하고, 2) 미국의 원칙 폐기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살펴보며, 3)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망중립성 논의의 쟁점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0. 망중립성의 ‘본질적’ 기원

망중립성(혹은 네트워크 중립성, Network Neutrality) 원칙은 2003년 팀 우(Tim Wu) 교수에 의해 그 개념이 처음 제창됐다. 팀 우는 사이버 법리를 정립하는 데 큰 공로가 있는 로렌스 레식의 제자다. 참고로, 레식은 이미 20세기 말에 네트워크가 영리 목적으로 잠식당할 것을 경고했다.

1999년, 지금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로렌스 레식이 ‘코드와 사이버 공간의 다른 법률들(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 일명 ‘코드’)’를 발표했을 때, 레식은 당시 시민 자유의 무정부 영역으로 간주되던 사이버 공간이 영리 목적에 잠식될 것을 경고했다.
– 김재연, [로렌스 레식을 넘어서] 중에서

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https://en.wikipedia.org/wiki/Tim_Wu#/media/File:Wikipedia_Day_New_York_January_2017_003.jpg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팀 우가 제안한 망중립성의 기본 개념을 ‘망 사업자'(ISP)를 주어로 놓고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망 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를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고,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

즉, 망(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컨텐츠(단말기, 사용자, 어플리케이션)를 차단해선 안 되고(차단금지), 차별하면 안 되며(차별금지),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망중립성의 핵심 개념이다.

팀 우는 망중립성 원칙을 현실에서 제안한 최초의 학자다. 하지만 팀 우의 학문적 배경에 로렌스 레식이 있는 것처럼, 이 두 명의 학자보다 더 본질에서 인터넷은 그 자체로 망중립성 원칙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른 이름, 아니 좀 더 정확한 이름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줄여서 ‘웹, web’)이다. 그 웹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계약직 엔지니어 팀 버너스-리에 의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고,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터넷 혁명은 불가능했을 거다. 그래서 그는 ‘웹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국 태생인 그는 웹을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팀 버너스-리 경이 된다.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팀 버너스-리는 웹에 관해 저작권을 주장하거나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웹은 자율적으로 분산화된 네트워트의 유기적인 총합으로서 개방과 자유, 창조와 참여의 상징이자 그 어머니로서의 토양이 되었다. 그는 웹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2014년 테드 강연에서 ‘웹을 위한 권리장전'(A Magna Carta for the web)을 주창한다.

“여러분은 어떤 웹을 원하시나요? 저는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파편화되지 않은 웹을 원합니다. (중략) 저는 민주주의에 견고한 기반이 되는 웹이 되기를 원합니다. (중략) 우리 모두 웹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드는 데 함께 참여합시다.”(팀 버너스-리)

그리고 2015년 2월에는 “망중립성은 유럽의 미래를 위해 결정적이다”(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라고 말한다.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 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팀 버너스-리)

– 오픈넷, “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슬로우뉴스, 2015. 12. 2.)에서 재인용.

오늘날 가장 대중화한 인터넷이자 인터넷 그 자체로 통용되는 웹은 그 핵심 원리가 개방, 자유, 참여, 평등임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그 ‘핵심 원리’는 굳이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의 강조가 아니더라도, 웹 그 자체로 망중립성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젠더 전쟁은 한국적 특수성과 인터넷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변화라는 세계적 현상(보편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웹은 태생적으로 그 본질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내재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망중립성을 둘러싼 ‘전쟁’의 구도가 크게 망 사업자 vs. 컨텐츠 사업자로 그 진영이 양분되고(후술할 ‘이용자’는 사라진 전쟁의 구도), 적어도 이들의 관계에서는 버라이즌이나 AT&T와 같은 거대 망 사업자가 망중립성보다는 기업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같은 커텐츠 사업자는 그와는 반대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국면이다. 그렇다면 망중립성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는 팀 버너스-리가 이들 컨텐츠 기업에 우호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팀 버너스-리는 망중립성을 위협하는 거대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 역시 사용자들이 웹에서 자유로운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웹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생겼다. 이들 중 일부는 성공적인 거대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으며, 자사의 사용자가 생산하는 정보에 관해 외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통신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은 대역폭을 줄인다. (중략) 왜 우리가 이것을 걱정해야 하냐고? 바로 웹은 우리 자신의 것이니까. 웹은 살아있는 민주주의고, 전 지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통의 채널이니까. (팀 버너스-리, [Scientific American] 기고문 중에서, 2010년 11월 22일)

 

1. 세 명의 플레이어

망을 둘러싼 세 명의 플레이어는 망을 제공하는 ‘망 사업자’, 망을 사용해 서비스하는 ‘컨텐츠 사업자’ 그리고 망에 접속해 컨텐츠와 플랫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다. 이 세 플레이어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자.

  • 망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Internet Service Provider: ISP): 미국에선 AT&T, 버라이즌 등. 우리나라에선 SKT, KT, LGU+ 등.
  • 컨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Content Provider: CP):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사업자로서의 ‘엔드 유저’
  • 이용자: 절대적 다수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궁극의 ‘엔드 유저(End User)’

전통적으로 망 사업자와 컨텐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네트워크 접속과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IPTV, P2P, VoD 등 많은 트래픽을 등장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에 따라 망을 증설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망을 증설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망 사업자와 비교해, 방송통신 융합 현상은 인터넷의 수익 모델을 컨텐츠 사업자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재편하고, 그 주도권이 망 사업자에서 플랫폼(컨텐츠) 사업자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특히 컨텐츠 사업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 우리에게 미칠 영향? 그건 미국 얘기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는 망중립성 폐기안의 이름처럼 누군가에는 “인터넷 자유 회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켜져야 할 마땅한 원칙의 폐기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의 파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이다. 한 마디로, ‘그건 미국 이야기고, 우리와는 (당분간) 전혀 상관 없음.’ 그 근거는 두 가지다.

(1)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전기통신사업법 

우선 우리나라는 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한다. 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의 골자가 ISP를 ‘기간통신사(common carrier, 우리 법제상 ‘기간통신사업자’)’로 보지 않고, ‘정보제공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즉, ISP의 법적 성격을 바꿔 법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유승희 의원 등 여당의원은 오히려 전기통신사업법을 강화하는 안을 입안한 바 있다. 현재로도 전기통신사업법 3조가 망중립성을 간접적으로나마 견지한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1)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https://flic.kr/p/UqCzef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망중립성 관련해서 대선 당시 안철수나 홍준표 후보가 “제로레이팅 활성화로 가계통신비 낮추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 당시 문 후보는 “네트워크 접속은 국민 기본권”이라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역무의 내용을 규정하고,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그 자격과 의무 등을 꼼꼼히 규정한다. 참고로, 법에는 기간통신사업자(157회), 기간통신역무(33회)가 끝없이 등장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하는 “기간통신역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화·인터넷접속 등과 같이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 및 음성·데이터·영상 등의 송신 또는 수신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대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기통신서비스(제6호의 전기통신역무의 세부적인 개별 서비스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제외한다.

 

(2) 트럼프의 경기부양 논리

더불어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며 내세운 정치 논리는 ‘경기 부양’이다. 오픈넷은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의 경제적 동기를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망 사업을 활성화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미국에서 망에 대한 투자는 인프라 투자로서 의미가 크다”면서, “트럼프 정권은 망중립성 완화가 망사업자의 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여 결국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설명했다.

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onald_Trump_(24949307320).jpg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문재인 정부가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망중립성’을 폐기하겠다는 정치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고, 그런 논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히나 인터넷 말단의 엔드 유저인 일반 이용자(대다수 국민)에게까지 ‘인터넷 종량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한국의 정치적 정치적 역학을 무시하거나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어서 살펴볼 것처럼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곧바로 통신사에 무소불위의 권력과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3. 망중립성 원칙 폐기 = 통신사 맘대로? 

‘망중립성 없는 하늘 아래’ (있을지 모를) 통신사 횡포를 국내 언론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에게 막대한 추가비용을 내게 하거나, 자사의 콘텐츠 사업에 더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겁니다.” (권도연, 망 중립성 폐지, 뭐가 문제냐고요?, 블로터, 2017. 12. 19.)

“‘망중립성’이 폐지되면서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의 통신사업자들이 망을 차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처럼 동영상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망을 갖지 못한 사업자들은 막대한 데이터 비용을 내거나 경쟁사업자와 차별을 당하는 손실이 예상돼 반발해왔다.” (금준경, 미국 ‘망중립성’ 폐지, 통신3사가 웃고 있다, 미디어오늘, 2017. 12. 15.)

AT&T나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들,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특정 트래픽의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특정 트래픽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허완, 미국 FCC가 끝내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죽였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 12. 15.)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따른 통신사의 있을 지도 모를 횡포(?)를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하지만, 다소 과장·과열된 감도 없지 않은 듯하다.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충분히 장기적으로는 우려할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두 개의 칼 중에서 사전규제의 칼날이 무뎌지거나 꺾인 것이지 통신사의 ‘불공정행위’가 망중립성 원칙 폐기만으로 (사후적으로도)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오픈넷이 주최한 ‘망중립성의 미래’ 포럼에서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장은 “국내 언론과 업계 반응이 모두 과열된 느낌”이라면서 “미국 언론들조차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상황은 “오바마 대 트럼프라는 정파적 관점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FCC의 강력한 사전 규제가 소비자보호법 등의 사후 규제로 전환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4.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 위반인가? 

이제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우선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은 망중립성 위반일까?

우선 현황을 먼저 파악해보자. ’17년 9월 현재 제로레이팅, 즉 데이터 사용료 면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자료 제공: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 SK텔레콤: 11번가, 쇼킹딜 11번가, T롯데닷컴, 동부화재 다이렉트, 포켓몬고, T-map, 모바일 T월드, 벅스, 비트. (총 9개)
  • KT: 지니팩, 올레TV 모바일팩, 다음카카오팩, 카카오택시, KT내비, 재난현장 영상, 데이터 프리존, 삼성화재 모바일 계약서, KT 고객센터. (총 9개)
  • LG유플러스: U+데이터 비디오 안심옵션, 컨텐츠 데이터프리, 3시간 데이터 프리, 24시간 데이터 프리, Uflix 데이터팩, U+Box LTE데이터팩, LTE 비디오포털팩, 뮤직 데이터프리, U+ 데이터 뮤직 안심옵션, 지니뮤직 마음껏듣기, U+뮤직벨링, 원네비. (총 12개) 

우선 ‘망중립성’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뭘까.

통신경쟁정책과 송재성 과장은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기관이므로 제로레이팅 문제는)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접근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앞으로 불공정 이슈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지면, (과기정통부의) 사전규제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그렇지만, 현재로선 제로레이팅이 활성화하지도 않았고, 문제 제기도 미약해서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시장 상황을 직접 조사했는지에 관해 묻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과기정통부)는 사전 규제기관이고, 이 문제와 관련한 (사전) 문제 제기가 별로 없었다는 취지다.”라고 밝히면서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맞고, 서비스 수도 적잖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전) 문제제기가 미약하며, 방통위가 사후규제하고 있다는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위반 유형으로 파악하냐는 질문에는 “제로레이팅이 원칙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어떤 원칙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고, 케이스마다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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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로레이팅에 관해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는 “제로레이팅이 불공정행위로서 망중립성 원칙 위반은 맞지만, 트래픽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비용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고, 이런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아주 높”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말했다.

미국은 제로레이팅에 관해 어떻게 판단할까?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제로레이팅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서 망중립성 위반 이슈는 아니라고 파단하고, 이를 전면 금지하지 않고, 건별로 심사해 심할 경우에만 제재하는 방식을 택했다(예: T모바일 ‘빈지온’, 컴캐스트 ‘스트림 TV서비스’, 버라이즌 ‘프로비 데이터 360’, AT&T ‘스폰서 데이터 프로그램 등).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제로레이팅에 관한 개별 심사도 중단됐다. 아짓 파이는 제로레이팅에 관해 “통신사들의 데이터 공짜 계획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무선시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칭찬했다(참고, 오픈넷 포럼에서 김익현 소장의 발표 참조).

 

5. 궁극의 유저 

통신사와 컨텐츠 회사의 ‘거대 전쟁’에서 망중립성 원칙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소외되고, 망을 둘러싼 시장 주도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한 ‘주도권 다툼’의 양상으로 망중립성 논의는 변질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흐름 속에서, 2012년 5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결성됐다. 비사업자인 이용자와 시민단체의 자율적인 참여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컸지만, 현재는 그 실질적인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를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의 권익’을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궁극의 유저인 ‘일반 이용자’가 망중립성 논의에서 소외되고, 동시에 이용자도 망중립성 이슈에 무관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복합적이라고 생각한다.

1) 우선 망중립성은 일반 이용자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이다. ISP니 CP니 플랫폼 사업자니 직접접속(피어링), 상호접속, 중계접속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는 일반 이용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다. 망중립성 문제가 이용자 권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거대 기업들간의 이해득실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3) 여기에 통신사와 컨텐츠 사업자는 자기 입장만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게다가 핵심적인 사실관계조차 명확하고, 책임감 있게 언급하기를 꺼리고, ‘익명의 관계자’만이 철저한 자사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이와 관련해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사진)는 “공론장과 협의체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주목할 점은 FCC가 의사결정을 할 때 근거자료를 미리 철저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 발언'(“public comment”)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은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한편 우리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관리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협의체가 구성된 적이 있다. 그러나 협의체는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었고, 회의록과 회의자료 등이 비공개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회의록(자료)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진행되었을 정도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등 참여절차가 일부 보장되어 있긴 하나 다분히 형식이다.특히 망중립성 정책은 이해당사자의 균형 있는 참여가 더욱 더 필요한 정책 분야다.

최근에 실시된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망중립성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정부가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의지를 가지고 있는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는 공동창조(co-creation) 기준을 통해 다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론장 구성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병일

끝으로 마지막 질문. 망중립성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왜 필요할까.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사진)는 이렇게 말한다: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자(개인이든 사업자이든) 통신사의 이해관계에서 따라 차단되거나 불이익을 받으면, 인터넷의 본질인 자유와 개방성이 침해되고, 필연적으로 인터넷의 혁신을 가로 막는다.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아이폰 도입 이후에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비로소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게 됐다. 그 이전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게이트웨이를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도입 이후에는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사와 상관없는 엄청나게 많은 ‘앱’에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인터넷 접속 자체를 마치 골키퍼처럼 통제했다. 그 통제권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은 망중립성 원칙 때문이다.


참고 자료

1)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역무의 제공 의무). 1.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12.22.)

금, 2017/12/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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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아버지들,

인터넷의 지금과 미래를 말하다

글 | 안상욱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 빈트 서프, 전길남 박사와의 대담

○ 일시: 2018. 5. 15(화) 저녁 7:00 ~ 8:30
○ 장소: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 001스테이지
○ 주최: 사단법인 코드, 오픈넷
○ 후원: 구글 코리아, 메디아티

5월15일 스승의 날 저녁 7시 서울시 혜화동 공공그라운드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00명이 들어올 수 있는 001스테이지가 가득찼다. 사단법인 코드(CODE)와 오픈넷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두 거장을 한 자리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TCP-IP 프로토콜을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 구글 부사장과 미국 다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서 인터넷을 연결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가 10년 만에 한국에서 만났다. 인터넷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두 거장은 지금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신중하면서도 과감히 논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문수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교수도 함께 해 논의를 이끌었다.

 

“우리 모두도 인터넷의 일부. 책임감 나누고 스스로 해결책이 되자”

빈트 서프 부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올해 말이면 전 세계 인구 50%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라며 “인터넷이 확산되며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담을 참관하는 이도 “사용자이자 콘텐츠를 생산∙유포∙전달하며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인터넷을 구성하는 사람이기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이 자리에서 모든 해결책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도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토론을 마치길 바란다”라며 참관객을 독려했다.

 

블록체인, 신중히 접근해야

첫 번째 의제는 지난해부터 한국 IT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블록체인(Blockchain)이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과 전길남 박사 모두 요즘 블록체인이 과도하게 주목받는다고 비판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기술적 한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블록체인이 대중이 생각하듯 대단한,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마술 같은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분산 데이터베이스(DB)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분산 DB는 많습니다. 구글도 구글 문서도구에서 활용하죠. 그래서 데이터를 기화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복제본을 만들어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같은 문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블록체인은 마케팅 쪽에서 나온 용어가 아닌가 싶어요. 블록체인 기술도 그것의 유용성도 정확히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

전길남 박사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잠재력을 지녔다 정도로 얘기해야 할 것 같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을 읽고 느낀 블록체인의 실용적 한계를 지적했다.

“제가 사토시 논문을 보고 이 사람은 이론 차원은 잘 하는데 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아닌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블록체인 기술은 굉장히 안정적인데, 세상과 접촉(interface)하는 부분은 (보안이) 안 되는 겁니다. 지난 2~3년 사이 암호 화폐 관련 사고 보니 그래요. 실전 개발자라면 이런 쪽을 신경 쓸 텐데 사토시는 그 쪽 경험은 별로 없는 사람 같아요.”

인터넷이 제2의 인터넷 혹은 가치의 인터넷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냐는 조산구 코자자 대표 질문에 전길남 박사는 블록체인과 인터넷은 층위가 잘못된 비교라고 답했다. 전 박사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아니라 웹에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위에서 작동하는 인프라 스트럭쳐라는 얘기다. 전 박사는 5~10년 뒤에야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론을 미뤘다.

빈트 서브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기술은 블록체인 말고도 여럿 있기에, 이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이런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우리가 지금 사업할 때 인터넷이 연결될 지, 전기가 들어올 지 걱정하지 않잖아요.”

 

망중립성

두 번째 의제는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미국에서 망중립성이라는 이슈가 어떻게 대두됐는지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현재 논란이 불거진 이유를 설명했다. 전길남 박사는 국가 간 망사용료 분담 문제인 피어링 프랙티스(peering practice)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는 무선 통신이 유선을 능가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망중립성의 정의가 바뀔 수 있는지를 간략히 짚고 넘어갔다.

망중립성의 역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다이얼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고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는 8000여 곳에 달했다. 거대 자본력이 필요한 광대역 서비스가 21세기 초반 상용화되며 인터넷 사용자의 선택 폭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도심이 아니면 1~2개 업체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할 지경이 됐다. 독과점 시장을 형성한 ISP가 타사 서비스에서 오는 트래픽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만드는 일도 생겼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런 세태가 미국 소비자가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반경쟁 행위로 판단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대역폭을 제공하라는 망중립성 규제를 마련했다.

여기에 갈등의 씨앗이 심겼다. ISP에는 통신사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 케이블 방송을 제공하던 케이블 회사도 광대역 망을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FCC는 두 가지 회사가 모두 똑같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로 보고 통신사와 방송사를 같은 미규제 부문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독과점 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차별하는 문제가 생기자 FCC는 케이블사와 통신사 양쪽에 똑같이 망중립성을 지키라는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인터넷 서비스를 미규제 부문으로 설정했던 FCC가 이제 와서 ISP에 망중립성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판결했다. 그래서 오는 6월11일 FCC는 ISP에 다시 미규제 지위를 주려 한다. 인터넷 업계는 이를 망중립성 폐기로 보고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포기한다는 지적이다.

전길남 박사는 국경을 넘는 인터넷 트래픽 처리 비용을 어느 쪽이 부담하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전 박사는 미국과 한국 사이 인터넷 연결 비용이 1년에 1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를 모두 한국 ISP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비용은 한국 회사가 100% 부담하는 반면, 국제 트래픽 70~80%는 유튜브 등 미국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전 박사는 꼬집었다.

구글 부사장인 빈트 서프는 미국이 한국과 미국 사이 심해 통신 케이블을 구축했으며, 구글이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캐시 서버 센터를 구축해 유튜브 등 서비스에서 자주 발생하는 트래픽을 처리해 국제망 트래픽을 억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길남 박사도 구글이 50여개국에 미러링 기술을 제공하고, 15~20개국에 국제 트래픽 비용을 기부한다며 “구글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5G 시대에는 국제 트래픽 새로 정의해야”

세 번째 의제는 차세대 무선통신 규격인 5G였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5G가 현존 인터넷 접속 도구를 대체하는 무선 통신으로서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평했다. 또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실험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망중립성 원칙은 5G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전길남 박사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는 5G 시대를 계기로 국제 트래픽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무선 인터넷이 기본값이 되는 5G 시대에 “국제 트래픽을 새로 정의하는 일이 국제적 기여가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김기창 교수는 5G 시대에 국제 망사용료 문제가 역전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5G 기술은 한국이 주도해 개발하고 상용화했기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투자한 한국 통신사가 해외 ISP에 추가 비용을 징수하는 일이 타당한지 새로 논의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하지만 구축한 무선망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 역시 한국 사용자이기에 누구에게 얼마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이런 의사 결정를 위해 ISP가 주장하는 통신 원가를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시 서버와 콘텐츠분산네트워크(CDS)가 많이 구축된 요즘은 국제 트래픽이 거의 균형을 이루기에 어느 쪽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이 합당한 주장인지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사생활 보호와 독과점

네 번째 의제는 사생활 보호와 독과점 등 인터넷의 부작용이었다. 김기창 교수는 누리꾼 대다수가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면서도 무엇에 동의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동의 매커니즘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누리꾼 교육, 소비자 보호 규제, 사물인터넷(IoT) 등 세 가지로 나눠 사생활 보호 문제를 파악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C)이 5월25일부터 소비자 데이터 보호 규제 GDPR을 도입해 인터넷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가공해 어디에 활용∙제공하는지 더 명백하게 알려주듯 누리꾼을 교육하고, 자기 정보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물인터넷 시대에 각종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네트워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길남 박사는 한국 사회가 과도하게 기술친화적이라고 지적하며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근본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확인하고 견제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빈트 서프 부사장 역시 모든 SW에는 버그가 있기에, SW로 구성된 인터넷 역시 필연적으로 오류를 안고 있다며, 이를 끊임 없이 보완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 수업 시간에도 윤리 과정을 반드시 넣어 자체 생태계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이 소수 글로벌 업체에 종속돼 간다는 지적에 빈트 서프 부사장은  “지금 거대 기업이 내일까지 거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라며 노파심이라고 일축했다.

전길남 박사는 인터넷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HW 원가가 너무 비싸 보안보다 성능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며, 인터넷의 유용성과 보안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5~2030년이면 사이버 범죄 시장이 5조 달러로 세계 경제 3~5%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시장의 힘이 비윤리적 이윤을 좇는 쪽으로 발현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낳은 문제. 사람으로 풀어야

가짜뉴스(fake news) 역시 최근 주목 받는 주제였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과  2017년 한국 대선 모두에 가짜뉴스를 생산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기창 교수는 이런 경향이 발전하면 선거철이 “대선 후보가 아니라 심리 분석 기술(알고리즘)을 보유한 컨설팅 회사 사이 싸움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가짜뉴스나 AI 오남용 등 인터넷의 부작용을 낳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을 그릇된 방향으로 발현시키는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발전 자체에 역행할 수는 없으니, 사용자의 비판적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콘텐츠를 볼 때 콘텐츠 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평가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자녀에게 비판적 사고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비판적 사고는 온라인에서 여러 정보를 접하는데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사용자가 나쁜 콘텐츠를 걸러낼 능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능력을 발현할 도구를 제공하고, 활용하도록 독려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전길남 박사는 빈트 서프 부사장보다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술이 더 강해지는 반면 이에 대응할 사회는 빈약한 상태기 때문이다. 전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AI의 사회적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모임 AI & Society를 개설하려 했으나, 사람을 모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I 영향력을 연구한 논문도 영국이나 미국 학계는 활발히 발표하나 한국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과 중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이 다소 과도하게 기술 친화적입니다. 기술을 너무 쉽게 포용합니다. 한중일이 세계적으로 경제 규모나 기술 규모도 큰데, 그 효과를 어떻게 통제할지는 연구가 빈약합니다. 우리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저는 AI & Society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05/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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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해외 전문가 초청 국회 세미나 개최

 

오는 9월 7일(금)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립니다.

국회 이종걸 의원이 주최하고, 오픈넷, 한국소비자연맹,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주관하는 본 세미나에서는 미국 망중립성 폐지 및 5G 등 인터넷 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 적합한 망중립성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정보인권단체인 EFF(전자프론티어재단)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에르네스토 팔콘(Ernesto Falcon) 변호사를 초청하여 해외 현황 및 사례를 들어보고, 인터넷 환경 변화가 인터넷 이용자 환경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봅니다.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와 더불어 국내 전문가 박경신 교수(고려대/오픈넷 이사), 신민수 교수(한양대)가 발제를 맡아 국내 현황을 발표합니다. 국내외 현황 및 사례 분석을 통해 미국 망중립성 정책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망중립성 정책의 미래에 대해 논의합니다.

토론은 황창근 교수(홍익대)가 좌장을 맡고, 김명수 교수(강원대), 류민호 교수(호서대), 최성진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류용 팀장(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 김정렬 과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 곽진희 과장(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이 토론자로 참여합니다.

정부, 학계, 시민사회,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5G 시대에 맞는 망중립성 정책 수립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눌 본 세미나에 많은 관심과 참석을 바랍니다.

참가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 참가신청: https://goo.gl/forms/tkyJSIKDtU7gLlrW2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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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망중립성 국내법안 제정을 위한 연구

주요내용 :

망중립성 국내법안 제정을 위해 해외 입법 사례 등을 조사하여 국회사무처에 망중립성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였습니다.

월, 2016/03/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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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망 중립성 원칙, 법원마저 판단 회피

KT의 위법한 P2P 차단 행위, 이제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서야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판단 회피한 법원

1월 6일 성남지방법원은 웹하드 사업자들이 KT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KT의 P2P 트래픽 차단 행위가 망 중립성 원칙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 위반인지는 가처분이 아닌 본안에서 다투라며 판단 자체를 회피했다. KT가 망 전체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트래픽을 차단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데도,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법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망 중립성 원칙은 국내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4년에 걸친 논의 끝에 관련 정책이 만들어졌다(‘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년 12월, 방통위),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2013년 12월, 미래부)’). 당시 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 자료도 600쪽에 달하는 PDF 문서로 미래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이 자료는 망중립성이용자포럼에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서 공개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망 사업자들도 트래픽 관리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논의 자료가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고, 망 사업자들이 이를 실제로 적용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법원조차 “심도 깊은 심리”를 못 하겠다고 발을 빼는 바람에 망 중립성 원칙은 길을 잃어 버렸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서야 할 때

망 중립성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 회피하였기 때문에 이제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오픈넷은 2015년 11월 미래부에 KT의 P2P 차단을 금지하는 행정지도를 요청한 바 있고, 웹하드 사업자들은 방통위에 신고를 하였다. 하지만 주무부처는 이번 가처분 사건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더구나 KT는 가처분사건에서 P2P 트래픽을 2012년부터 차단했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2012년 망 중립성 논의 당시 KT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P2P 트래픽 차단에 대해 국회까지 기만한 것이다(2015년 국감 당시 KT는 P2P 차단을 하지 않는다고 미래부에 보고한 적이 있고, 이를 근거로 미래부는 국회에 국내 망 사업자가 최근 3년간 P2P 트래픽을 차단한 내역은 없다고 보고했다).

망 중립성 원칙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기준’만 만들고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해 주무부처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규제 권한을 가질 자격이 없다. 특히 KT는 ‘기준’에서 명백히 금지하는 ‘약관’을 통한 트래픽 관리를 했고, 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미래부는 2013년 ‘기준’을 발표하면서 “망 사업자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를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망 사업자의 약관을 통한 트래픽 관리에 대해서는 “적법한 계약 등을 통한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관리하는 경우”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유형에서 제외하였다고 하면서, 그 이유는 “학계·전문가·포털·제조사·소비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망 사업자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자료에 명시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번 P2P 트래픽 차단에 대해 KT는 바로 올레인터넷서비스약관 제15조를 근거로 정당한 트래픽 관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정도면 약관을 통한 트래픽 관리를 금지한 미래부를 조롱하는 수준이다.

KT는 약관에 의한 자의적인 P2P 트래픽 관리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하며, 오픈넷은 미래부와 방통위의 적극적인 조치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6년 1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목, 2016/01/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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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8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실(위원장 노웅래)이 주관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하는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 PDF: 토론문(1)_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_오픈넷 박경신

피해자 없는 역차별 논의, 번짓수 틀린 과대소득 논의

 

I. “역차별” 담론 마저도 일관되게 갈라파고스적

“인터넷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 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여당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국내 인터넷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 동안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 이상이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의 합법적인 콘텐츠 접근을 막기 위해 실명제까지 하라는 청소년유해매체물실명제,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도 실명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 상의 본인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본인확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밤 12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청소년을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에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여 매년 1만건 넘는 기소가 이루어지는 명예훼손/모욕죄 법규 등 수많은 제도들이 국내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우리나라에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은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고 있으면 우리나라 인터넷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인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였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통 국가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규제에 대해 기업들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 인터넷기업들에까지 그 제도를 적용해서 ‘평등한 규제환경’을 만들겠다는 특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 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 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법의 관할은 애시당초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터넷기업에 적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등 어느 법도 그 적용이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에 관할이 한정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2009년에 구글이 유튜브의 한국세팅에서 게시기능을 떼어낸 이유는 당시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하면 당연히 한국법원의 제조물책임소송의 대상이 되듯이 한국에 결함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당연히 한국의 규제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에서만 역외적용 논의가 별도로 있는 이유는 외국 기업의 행위의 효과가 물건을 매개로 직접 국내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공정거래법은 거의 유일하게 사람의 행위가 신호나 거래를 통하지 않고 ‘시장’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실체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외국 회사 A와 B가 가격담합을 하고 국내인이 A와 B의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또 국내인이 A와 B 사이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가격담합이 국내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역외적용이 명시적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인과관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행력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기업들은 국내망을 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불법영업을 하는 외국 웹사이트를 차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국에 국제전화를 하면 AT&T를 통해서 미국의 수신자와 통화를 하게 된다. 전화로 음란한 대화를 들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국민들이 이를 많이 이용한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AT&T에 우리나라 통신규제를 적용하자고 하는가? 우리가 중국에서 유해장난감을 주문하면 국제택배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중국업체에 한국의 유해물 규제를 적용하자고 하는가? 보통은 AT&T와의 연결을 끊도록 하거나 유해장난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세관에서 걸러낼 것이다.

해외 인터넷기업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매우 쉽게 국내 규제당국의 집행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위의 여러 규제들의 집행력을 뒷받침해 줄 메타규제라고 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신고제도도 지금 당장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에게 신고의무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관련자를 2년의 징역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6조) 당장 신고되지 않은 부가통신사업은 범죄가 되므로 이를 “교사 및 방조하는 정보”인 웹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차단을 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 “임시중지제도”가 별도로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관할과 집행력이 외국업체에 대해 존재하는 상태에서 역차별적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규제당국 자체가 자신이 집행하는 규제가 너무 갈라파고스적임을 알고 있어 규제집행의 의지가 없거나 규제를 실제로 집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가 자유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임을 규제당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차별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임시조치제도 등등 갈라파고스 제도들을 없애서 규제환경이 국제수준에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위의 규제들이 소비자나 공익 보호를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면 모를까 그런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차단해야 한다는 임시조치제도는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박성호 사무총장이 국내 인터넷기업들을 대표하여 토론회에서 한 말을 기억해보자. “역차별을 빌미로 규제가 새로운 규제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즉 국내 인터넷기업을 “피해자”인 것처럼 치장시켜놓고 실제로는 국내 인터넷기업들을 옥죄는 새로운 규제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논의에 따라 아래 제안들에 대해 차례로 간략히 의견을 표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역외적용 명문화 – 불필요함.
  • 국내대리인제도 – 연락을 전달하는 ‘대리인’으로 기능하는 한에서는 반대하지 않음.
  • 임시중지제도 – 반대함.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불가함.
  • 부가통신사업신고제 – 제도 자체를 폐지할 필요가 있음.
  • 국제공조체계 –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함.
  • 인터넷시장현황파악 – “부가통신서비스의 위상과 영향력이 증대”된 것에 대한 현황파악은 필요하나 이를 위해서는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산업과의 비교가 필요함. 예를 들어, 언론사의 광고주들과 네이버/다음 중에 누구의 메시지가 더 영향력이 있는가? 더욱 중요한 것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가 제공하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에 이들 플랫폼을 통해서 유통된다고 해서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 부가통신사업자 적용 규제 새로이 개발 – 이미 충분한 규제들이 존재하고 있음. 더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는 불필요함. 독점규제법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시장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기만’의 요소가 없는 한 독점규제법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임. 2018년4월 EU 온라인중개플랫폼 규제는 기업들과 소비자들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에 한하여 (1) 검색 및 매대 랭킹투명성 (2) 제재투명성 (3) 분쟁해결신속성을 요구하는 규제임. 우리나라에는 그런 규제가 없는가? 이런 규제가 역차별의 원인인가?

 

II. 망 이용 대가 논란

망 이용 대가는 역차별해소의 또하나의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즉 해외사업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고 있으니 망사업자에게 별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기업에 ‘망 이용 대가’를 물려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5G 시대에는 망사업자들이 인터넷기업들에 ‘고속’ 인터넷을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거나 국외 인터넷기업들에 국내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의 도구로 여겨져온 것은 인터넷의 ‘참여적인 매체’로서의 성격 때문이었다. 힘없는 개인들도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대중에게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생산자가 되어 이들의 ‘참여’ 아래 여론과 산업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인이 만인에게 한꺼번에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수억 개의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혁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모두가 서로 통신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두가 서로의 전령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A와 Z 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B, C, D, E, F, G 등 많은 단말들이 물을 먼 곳에서 길어서 불을 끌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양동이를 전달하듯, 차례대로 정보 전달을 하기로 약속했다. 모든 단말이 각자 자신의 이웃 단말이 전달한 정보를 다른 방향의 이웃 단말에게 전달하는 소임에만 충실하면 모두가 모두에게, 즉 C도 W에게, L도 H에게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했는데 각자가 자신의 이웃 단말과의 통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기로도 약속한 것이다. 우편이나 전화처럼 발신자나 수신자에게 돈을 받으려 했다면 발신자와 수신자는 중간에 몇개의 단말을 거쳤는가에 따라서 비용을 물고 그 비용은 각각의 중간 단말에게 배분됐어야 할 것인데 이를 정산하는 거래 비용만으로 인터넷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망 이용 대가’를 받자는 주장이 유럽에서 2012년도에 한 번 있었지만 단박에 폐기되었다. 유럽의 방송통신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BEREC은 “발신자부담원칙(Sending Pary Network Pays)은 인터넷의 분산화되고 효율적인 라우팅 방식을 통한 정보전달에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하였다.1)

결국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가 누구에게서 왔고 누구에게로 가는지 어떤 내용인지에 관계없이 다음 사람에게 무료로 전달해준다는 원칙이 정립됐다. 이렇게 모두가 모두의 정보 전달에 기여하는 대신 서로간에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정보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더 빠른 전달 또는 더 안정적인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과 등가이고 망중립성의 더 잘 알려진 표현인 ‘우대 금지(no prioritization)’ 원리이다. 또 정보의 내용이나 수발신인의 신원에 따라 정보전달을 차별한다는 것은 정보전달가격을 무한대로 한다는 것과 등가이니 역시 ‘차별금지(no discrimination)’도 여기서 도출된다. 인터넷의 민주성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 전달에 무상으로 기여한다는 참여적인 기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덕분에 인터넷은 무료 정보의 바다가 되기도 했다. 내 웹사이트에 다른 대륙의 누군가가 접속하여 정보를 퍼간다고 해서 내가 정보전달료를 물어야 한다면 나는 웹사이트에 무료로 정보를 올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정보까지 받아 올려 또다른 사람들이 퍼가도록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다음 메일,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을 우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망중립성 덕택이다.

그런데 시대가 흘러 서로간의 연결을 대행해주고 돈을 받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게 바로 망사업자이다. 망사업자는 많은 단말들 사이의 연결을 통제하게 되어 지금은 A에서 Z까지 가는 동안 30개의 단말을 거친다면 그중 10개쯤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망사업자들은 ‘정보전달 전 구간은 아니라도 상당 부분을 책임지므로 배달료를 받겠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전선의 용량을 키워서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자신과 오가도록 하는 접속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게 바로 한국 망사업자들이 ‘망 이용 대가’라고 부르는 것인데 외국에서는 이런 표현 자체가 없다. 굳이 대응되는 단어를 찾자면 ‘(망사업자의) 최종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요금’을 발신자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로 ‘터미네이션 피’(termination fee)라고 부른다. 전화망 사업자들끼리는 이것을 받지만 인터넷에서는 금기시되어왔다.

‘망 이용 대가’라는 개념은 인터넷의 작동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결국 인터넷의 참여적 매체로서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국내 망사업자가 그렇게 돈을 번다면 외국의 망사업자들도 자신이 한국 국경까지 정보 전달을 한 것에 대한 ‘망 이용 대가’를 한국의 이용자나 망사업자들로부터 받으려 들 것이다. 심지어는 유력한 정보 제공자들은 국내 이용자가 정보를 퍼갈 때만 유료로 하려 들 것이며 ‘정보의 바다’는 한국에서만 귀신같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III. 해외 paid peering 사례에 대한 오해

많은 통신사업자들이 다음 사례들을 들면서 ‘망 이용 대가’를 해외 인터넷기업들로부터 국내 망사업자들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미국 Comcast vs. Level3, 2014년 (미국) Comcast vs. 넷플릭스; 2012년 (프랑스) France Telecom v. Cogent; 2013년 (프랑스) 구글 vs. Orange; 2013년 (프랑스) 페이스북 vs. vs. Orange”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모두 콘텐츠사업자들이 망사업자와 직접 접속하면서 만들어진 paid peering사례들이며 국가가 이를 강제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협상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며 망중립성을 준수하면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망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자가 망 가치가 낮은 사업자로부터 접속료를 받는 것은 망중립성을 위반하지 않으며 이는 꼭 전 세계 모든 라우터들과의 연결을 책임지는 완전중계접속(full transit)료가 아니라 partial transit이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SKB-페북 사태 재발 방지…망이용료 가이드라인 만든다(김위수 기자  [email protected] | 입력: 2018-12-14 18:04)”는 보도가 떴는데 방통위가 제시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1) 직접접속을 강제한 후 fee 협상에 개입하거나 (2) 캐시서버 IDC설치비용 협상에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국내기업들이 OECD내 최고의 망접속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역차별을 해소하려면 외국기업들이 캐시서버 비용을 물도록 하거나 paid peering을 하도록 강요하고 그 액수까지 개입하면 역차별은 해소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결국 국내기업들이 물고 있는 망접속료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과연 국가가 이렇게 통신3사의 담합을 장려하여 망접속료를 높게 유지하여 취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더욱이 이와 같이 사기업들의 협상에 국가가 개입하여 한쪽을 협상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경우 FTA 위반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결국 국내에서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망접속료의 형태로 금전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협상을 우리 기업쪽에 유리하게 이끄는 것은 정부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국내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성장을 마비시키는 행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BEREC’s comments on the ETNO proposal for ITU/WCIT or similar initiatives along these lines, 2012년11월14일 https://berec.europa.eu/eng/document_register/subject_matter/berec/others/1076-berecs-comments-on-the-etno-proposal-for-ituwcit-or-similar-initiatives-along-these-lines “IP interconnection agreements only involve the provision of capacity of the interconnection link and not the end-to-end transmission of particular data flows across different autonomous IP networks. Unlike voice traffic on old PSTN networks, data does not travel over an exclusive, dedicated network connection, and it is not possible to ascertain the nature or volume of a particular data flow end-to-end (and so not possible to charge for it that way either. . . ETNO’s proposed end-to-end SPNP approach to data transmission is totally antagonistic to the decentralised efficient routing approach to data transmission of the Internet.”

 

[관련 글]

일, 2018/12/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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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선물을 걷어차버리나

서버 현지화와 클라우드 이용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힘없는 개인들의 정보력·홍보력 확장을 억제하고, 감시와 검열을 피할 수 있는 길을 막자는 것이다.

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국민이 애용하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된다. 심지어 클라우드처럼 정보의 국외 이전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기술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아예 기술 전개 자체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등장한다. 이유는 명시적인 것과 암묵적인 것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외 인터넷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니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불법 표현물을 방치해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는 해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려면 국내·국제 세법에 따라 이들의 ‘사업장’인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재 망 사업자들이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엄청난 회선료를 받아가듯 해외 업체한테도 회선료를 ‘망 이용 대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러시아 수준의 ‘밀착 규제’ 원하는가 

하나씩 얘기해보자. 첫째, 해외 업체에 대한 규제 권한부터 살펴보면, 필자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진행한 공익 소송 대다수가 개인정보보호권에 근거했다. 그러나 정보의 국외 이전 자체를 금지하거나 기술의 전개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은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개인정보 보호의 ‘골드 스탠더드’가 되는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도 역외 이전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정보 보관지의 개인정보보호법제가 적정한지 평가하여 적정성 판단을 받은 국가에 대해서는 정보를 자유롭게 이전하도록 한다. 서버를 국내에만 둬야 한다는 주장과는 큰 거리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권을 이미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차단 권한이다. 이미 수많은 해외 서버가 불법 정보를 국내에 유입한다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차단되었다. 이는 다른 산업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중국의 김치 업체가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김치 공장을 국내에 둘 것을 의무화하는가? 그 중국 업체의 김치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면 그만 아닌가? 그 이상의 밀착된 규제를 하고자 하는 러시아나 중국은 서버의 국내 설치를 의무화한다. 우리가 이들 나라를 따라갈 것인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초거대 기업들에게 시원하게 돈 좀 받아보자는 것을 말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는 방식은 인터넷이 인류에게 준 선물, 즉 힘없는 개인들도 막강한 정부와 기업에 맞서 서로 정보를 모으고 나눌 수 있는 정보력과 홍보력, 그리고 감시와 검열을 피해 유통 경로를 정할 수 있는 특권을 걷어차버리는 것이다.

둘째, 해외 기업의 국내 소득 과세 문제를 따져보자. 기업은 전 세계에 재화와 용역을 수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수출 기업은 외국에서 소득을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현지 정부에 소득세를 내지는 않는다. 소득세는 소득을 올리기 위한 행위가 어디에서 벌어지는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는 국제 세법의 상식이고 이중과세를 방지한다.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소득에 대해 과세하려면 현대, 기아 자동차의 미국 내 소득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는 ‘구글세’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성격을 전제로 하고 새로운 국제 세법을 만들려는 OECD의 논의가 마무리돼간다. 그 와중에 한국 혼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서버 위치를 붙들고 늘어졌을 때의 결과는 뻔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것이다.

셋째, ‘망 이용 대가’ 문제다. 망 사업자가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지도 않는 해외 업체에 전화 회사처럼 정보 배달료를 받겠다는 욕심이다. 이는 인터넷의 구동 방식에 완전히 반한다. 해외에는 ‘망 이용 대가’라는 말 자체가 없다. 오직 자신과 직접 접속하는 망 사업자와 받는 접속료가 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유선 85%, 무선 100%를 과점하는 대기업 3사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높은 접속료를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받는다. 혹시 ‘망 이용 대가론’을 근거로 이렇게 받는다면 접속료부터 낮출 일이다.

 

* 위 글은 시사IN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12.14.)

월, 2018/12/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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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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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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