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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위한 첫 걸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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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위한 첫 걸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익명 (미확인) | 월, 2019/01/28- 15:02

[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이슈리포트1]

정치개혁을 위한 첫 걸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조진만 정치개혁위원장/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한국의 민주주의는 단기간에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 힘은 정치권력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때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저항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민주국가들 중에서 정치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이 한국만큼 큰 나라도 드물다. 개인적으로 한국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정치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열정이 없고 무관심하다면 불만을 표출할 이유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민들은 한국정치에 대하여 불만을 힘들게,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용어도 익숙하지 않고, 그 선거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효과를 이끄는지 잘 몰라도 된다. 그저 앞으로 질문하는 내용에 대하여 스무고개 문제를 풀듯이 자신의 입장을 예, 아니오의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필요한가?

첫 번째 질문은 한국정치에 대한 만족 여부이다. 한국정치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는 시민의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아니오 라고 응답한 시민은 한국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희망할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선거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민주국가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들이 시민들을 대변하는 대의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선거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면 어떠한 답변이 돌아올까?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이 대표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선거의 결과가 선생님의 의견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고, 이렇게 선출된 국회의원은 재선을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므로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국회의원이 대표자로서 시민들의 의사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변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선거와 정당체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선거제도는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게임의 규칙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가에 따라 정당이 얼마만큼의 의석을 차지하는지가 달라진다. 앞의 두 질문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그 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면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지할만한 정당이 없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을 경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좋아하는 정당이 있습니까?” “국회의원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당한 의석을 확보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정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대 정당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큰 관심을 보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할 것인가?

앞에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수록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이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는 유권자에게 지역구 후보자에 1표, 그리고 정당에 1표를 찍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지역구 차원에서는 유권자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 그리고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한 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집계하여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정한다. 전체 국회의원은 300명인데 지역구 차원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은 253명(84.3%)이고, 정당투표를 통하여 선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47명(15.7%)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이어가 보자. 네 번째 질문은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에 만족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계속 1등 후보만 지지한 유권자들은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1등 후보는 빈번하게 뒤바뀐다. 뿐만 아니라 1등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등만 뽑는 선거결과에 대하여 불만을 갖는 유권자들은 많이 존재할 것이다. 특히 1등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은 군소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경우 그 불만이 더욱 클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우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를 하면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죽은 표(死票)’를 던지는 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할 경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거대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그래서 1등만 뽑는 선거에서 군소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전략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거대정당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 하에서는 거대정당 중심의 양당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 질문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1등만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로 뽑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앞의 네 번째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유권자라면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떠한가? 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지역구에서 뽑지 않고, 전국 차원이든 권역별로든 정당투표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에게 비례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앞의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마지막 질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현행 선거제도를 비례적인 선거제도로 변경을 하면 된다. 비례적인 선거제도의 종류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든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지역구 차원에서 1등만 뽑는 선거가 갖는 지역대표성의 장점이다. 전국을 지역구로 나누어 국회의원을 선출할 경우 각 지역구마다 유권자는 확실한 대표자를 갖게 된다. 그런데 전국적인 수준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을 한 번에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아니면 100명의 국회의원을 각각 50명씩 두 지역으로 나누어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유권자가 개인적으로든 지역적으로든 민원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경우 수많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어느 국회의원에게 이 문제를 부탁할 것인가의 문제가 다소 모호해진다. 유권자 수가 적거나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거주한다면 더더욱 국회의원들이 그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반응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가 문제점도 많지만 이와 같이 지역대표성에 있어서는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여섯 번째 질문은 다섯 번째 질문에서 제기한 문제를 종합한 것으로 구성된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의 지역대표성의 장점과 유권자들의 선호가 그대로 선거결과에 반영되는 비례성의 장점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존재한다면 채택할 것인가?” 일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선거제도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고, 그 해결책으로서 여섯 번째의 질문에 동의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더라도 현행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1표씩을 행사한다. 실제로 외형적으로는 현행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가 각각 분리적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고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의 결과가 연계적으로 고려되면서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비례적인 방식으로 의석이 배분되어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정당투표의 결과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이 결정된다. 쉽게 얘기하자면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정당투표의 의석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배분받게 됨으로써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례한 전체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놓고 보면 정치개혁을 위해서 선거제도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른 선거제도와 비교하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와 관련하여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그것은 국회의원 수와 관련된 문제이다.

일곱 번째 질문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동의하겠는가?”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의 전체 의석이 정당투표의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초과의석이나 조정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초과의석은 정당투표의 득표율보다 상회하는 지역구 당선자를 낸 정당들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정당투표 득표율상 전체 10석의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12명 중 2명을 낙선시킬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2명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다른 정당들도 그 초과의석 분을 고려하여 전체 의석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조정의석이다. 그래서 당초 정해져 있는 국회의원 수보다 많은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한국의 경우 정치에 대한 불신,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에 이 질문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면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나쁜 점이 아니다. 한국은 다른 민주국가들과 비교하여 국회의원 일 인당 대표해야 하는 유권자의 수가 상당히 많은 국가이다. 경제 수준이나 공무원 규모 등과 관련한 다른 지표들을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지극히 적은 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자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수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비율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의석의 절반씩을 할당하지만 한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이 15.7%에 불과하다. 또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 제기와 비판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공천과 순위 결정 등에 있어서 얼마나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가를 보여줄지 등은 여전히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정치개혁 도모라는 큰 틀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걸려 있는 영역이지만 시민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들의 영역으로 남겨 주고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선거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된다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호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 거대정당들에 대한 시민들이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당제가 형성될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는 부득이하게 정당들 간의 연합이나 협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당제가 대통령제와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험을 놓고 보면 양당제든 다당제든 국회와 대통령 간의 관계가 대등하지도 않고 협력적이지도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다당제-협치”라는 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진다면 대통령제와의 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개헌 문제와 관련하여 말로만의 논의 이상의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정치학자들이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변경이 개헌의 절차보다 쉽지만 그 효과는 개헌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개혁의 첫 단추가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부터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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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 우리들이야기(2)]

[전문가칼럼]
‘아버님’, ‘어머님’, ‘언니’, ‘이모’ – 이상한 호칭의 기원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

“이모, 여기 젓가락 좀 갖다 줄래요?”
“여기 있어요, 언니.”

식당에서 들은 옆 테이블의 손님과 종업원 사이의 대화인데, 둘 사이의 관계는 무엇이길래 ‘이모’라고 부른 사람한테 ‘언니’라고 하는가? 물론 막장 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이런 이상한(?) 호칭들이 난무한다. 예컨대, 중년의 남성이나 여성이 상점이나 병원 같은 곳에 가면 기본적으로 듣는 호칭이 ‘아버님’, ‘어머님’이다. 이런 식의 호칭에 이제는 만성이 되어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어색해 하거나 심지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런 호칭이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런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말에는 오래전부터, 본래 친족을 가리키는 단어를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을 가리키는 말로 확장하는 기제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우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러하다. 이들은 본래 조부(祖父)와 조모(祖母)를 가리키는 친족어이지만, 어린아이를 기준으로 볼 때 조부모와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사람, 즉 노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분명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닌데도 말이다. 영어에서는 친족어로서의 의미, 즉 조부, 조모의 의미로는 grandfather, grandmother라고 하지만 단지 노인을 가리킬 때는 old men, old lady라는 다른 단어를 쓴다. 우리말에 ‘할아버지’가 이렇게 두 가지 뜻이 있다 보니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예전에 어떤 젊은 학생 통역이 ‘저 할아버지가 물건을 가져갔다’고 하는 말을 ‘the old man’이라고 하지 않고 ‘the grandfather’로 통역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으로 ‘아주머니’, ‘아저씨’가 있다. 이 말들도 본래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항렬의 친척, 예컨대 오촌 당숙을 지칭하는 친족어이지만, 요즘은 오히려 일반인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요즘은 사촌들도 잘 안 보는데, 오촌을 볼 일이 있겠는가!
그 다음으로 또 ‘형’, ‘언니’, ‘누나’, ‘오빠’ 같은 단어들도 그러하다. 이들도 본래는 친족어이지만,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학교 선후배나, 그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친근감 있게 부를 때 많이 쓴다. 특히 ‘오빠’는 남자친구를 부를 때 쓰는 말로 워낙 많이 쓰여서 친오빠와 함께 있을 때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심지어 결혼 후에 남편이 되어도 계속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용법까지 사전에 수록한다면, ‘오빠’의 뜻풀이를,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손위 남자’라는 본래의 의미뿐 아니라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한 남자’에서부터 ‘남자친구 또는 애인’과 ‘남편’까지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의미의 전이가 심해도 너무 심한 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이런 단어들을 친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쓰는 것은 이제 전 국민적인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일단의 단어들이 보여주는 이상한 의미의 확장은 사람들 사이에 아직 완전한 동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선 식당의 종업원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이모’와 ‘삼촌’으로 부르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도대체 처음 보는 사람을 왜 이렇게 부를까?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이모와 삼촌의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친근하게 부르는 것이다. 여성 종업원의 경우에는 ‘언니’라고도 불리는데, 심지어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조부’가 아니라 ‘노신사’)도 이들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이다. 처음엔 이런 분들이 여종업원에게 ‘언니’라고 부를 때면 한 번 돌아다 보기도 하였다. 성전환을 한 것도 아니고, 화자가 나이 지긋한 남성임에도 ‘언니’라고 부를 정도이니 이 정도면 친족어적인 기원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급기야는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단어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아버지’, ‘어머니’라고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과연 이렇게까지 진척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처럼 친족에게만 쓰는 호칭을 피 한 방울 안 섞인 일반인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상대방에게 그만큼 친하다는 느낌을 주고자 하는, 즉 친근감을 기반으로 관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심리적 의도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 친근감!
그런데 바로 이 친근감이 문제이다. 말하는 이에게는 ‘친근감’이지만 상대에게는 ‘부담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제 봤다고 친한 척하느냐고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른 하나의 동인은, 모르는 사람을 아이에게 설명할 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저 사람 누구야?”라고 할 때 설명하기도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때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이미 알고 있는 ‘삼촌’에 빗대어 그냥 삼촌 같은 사람이라고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삼촌’이라고 부르면 편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우리말에는 친족을 가리키는 말이 그 의미를 일반인으로 확장하는 시스템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언니’, ‘오빠’를 넘어 ‘이모’, ‘삼촌’의 영역까지 침범(?)해 왔다. 그리고 급기야 ‘아버님’, ‘어머님’의 영역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아버님’, ‘어머님’ 호칭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이 두 단어를 친족용어 확장의 마지노선으로 느끼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친족과 비교할 때 가까워도 너무나 가까운, 그래서 결코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 부모는 결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지 않은가!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이 같은 친근감을 담보로 하는 상업적인 마케팅이 우리의 원초적 혈연관계까지 위협한다는 불쾌감과 불안감 때문은 아닐까?

월, 2020/11/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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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특집. 2020년 경실련이 바란다(1)]

21대 국회의원 선거, 국민주권실현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윤철한 정책실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는 우리 사회의 비전과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부동산 가격폭등, 청년 일자리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국정농단에 저항하는 촛불시민의 힘을 받들겠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맞물려 순탄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과 국정교과서 수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촛불 민심은 잊고, 오직 당리당략과 기득권 유지에 매몰되었다. 여당은 소통과 화합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야당은 개혁 발목잡기로 일하지 않는 국회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정치에 국민은 없었다.

국민은 광장으로 다시 모였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국론은 분열됐다. 정치인은 분열을 부추겼고, 정치는 기득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정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정치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젠 국회가, 정치가, 정당이 스스로 바꾸길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 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1대 총선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막말하는 국회의원, 선거 때만 기웃거리는 국회의원, 재산만 불리는 국회의원, 재벌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국회의원은 없어져야 한다. 국민의 아픈 목소리를 듣는 국회의원, 국민을 존중하는 국회의원, 정책을 개발하는 국회의원, 소신투표 하는 국회의원, 공부하는 국회의원,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의원이 뽑혀야 한다.

경실련은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정보공개운동’을 넘어 ‘국민주권실현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과거 선거에서 국민은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했고, 정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바랐고, 민생을 안정시켜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신만을 생각했고, 정당의 이해득실만 관심이 있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무관심했고 무능했다. 국민을 존중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과거 경실련의 유권자운동은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후보자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분석했고, 쉽고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후보를 골라주는 후보선택도우미(Wahl-O-Mat)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나아가 공명·정책선거와 투표참여 캠페인을 지속해 전개했다.

21대 총선 국민주권 운동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무능하고 소신 없이 권력만 탐하는 정치인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걸러내는 적극적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주권자들의 주권재민 인식의 확산과 실현, 기본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정당과 정치인 물갈이, 국민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던 정당과 정치인 탄핵, 이념과 소신 없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고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해 시민과 함께 온라인에서, 현장에서, 거리에서 “21대 총선 IN·OUT 캠페인‘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개혁의제 제안 및 공약검증, 헛공약 및 반민생·반개혁공약 발표, 20대 국회의원 의정평가, 정당선택도우미, IN·OUT 대자보, 국민주권실현 헌법소원, 역대총선 공약이행평가, 공천기준제시 및 공천반대명단 발표, 전과·병역·재산증식·막말·반개혁입법발의 의원 발표 등 다양한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 중 최악으로 꼽히는 20대 국회.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과 탄핵은 이제 20대 국회의 정당과 국회의원으로 향할 차례다.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이 주권자고,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월, 2020/02/0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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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2)]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악영향

 

서휘원 정책국 간사

 
1. 위성정당 논의의 시작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개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미래한국당을 필두로 거대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통과로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위성정당 논의가 본격화됐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 1월 20일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2020년 2월 3일 황교안 대표가 한선교 대표를 당 대표로 수락했다. 또 정운천 등 5명이 꼼수 제적과 이적을 통해 국고보조금 5억 7천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했다.

그전까지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과 고발까지 했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2월 6일, 당 지도부가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한 이후, 시민을 위하여를 창당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정당의 등록의 신청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승인(2/13)에 이어 시민을 위하여 정당등록 승인(3/16), 더불어시민당으로의 정당명칭 변경(3/25)을 승인했다.

2.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여,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자는 제도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구에 편승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기득권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소수 정당이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게 해 정당지지율만큼 총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취지는 훼손됐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석을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하고, 이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 법안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총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그 수준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국한하고, 그마저도 30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큰 법안이었다.

3.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결함을 비집고 들어가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수정당이 국회로 진출해 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의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도 개혁 이전보다 의석과 지지율 간의 불비례성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헌법과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었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순전히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정당인 위성정당은 우리 헌법 제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헌법 제24조의 선거권과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그런데도 헌법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거대정당이 공공연하게 위성정당 창당을 표방하고, 공직선거에 나서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둘째,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시켰다.
거대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파고 들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지역구 163석, 비례대표 17석, 총합 180석(60%),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지역구 84석, 비례대표 19석, 총합 103석(34.3%),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총합 6석(2%), 국민의당은 비례 3석(1%), 열린민주당은 비례 3석(1%), 무소속이 지역구 5석(1.7%)을 얻었다. 한편 정당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5%,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4%, 정의당 9.67%, 국민의당 6.79%로 나왔다. 이에 따라 왼쪽 <표>와 같이 실제 비례대표 의석수와 정당득표율 사이에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180석(60%)이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33.35%에 불과했다. 반면, 정의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6석(2%)에 불과했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9.67%에 달했다.

셋째,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이 더욱 악화됐다.
정당체계론에서는 정당체계를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선거제도와 정당 효과를 꼽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정당체계는 그동안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근거를 둔 선거제도의 효과로 양당체계와 온건한 다당체계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한국의 정당은 선거전문가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그 결과 선거결과 예측을 통해 이합집산함으로써 한국의 정당체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정당 내 파벌이 정당의 지속성을 어렵게 만들고, 정당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즉, 한국의 정당체계는 이합집산에 의한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은 정책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원심적인 경쟁의 양상을 보여준 것으로, 소모적이며, 정치체계 전반의 안전성과 통치력을 약화시킨 것이었다(곽진영, 2009).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한국의 정당체계의 변화를 불러오고, 정당들 간의 정책선거를 도모할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과 이합집산으로 인해 한국의 정당체계는 전환되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의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4. 남겨진 과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6일, 경실련이 제기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한 정당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4월 7일,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했다. 이에 경실련은 위성정당의 선관위의 정당등록 승인행위로 인해 국민들이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 심각한 혼란을 겪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자기관련성 부족을 이유로 각하 판결했던 것에 대해 유감의 의사를 표했다. 이에 경실련은 4월 21일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재청구했지만 또 다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제 시민사회단체에게는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 운동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온전히 살아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고, 정당의 편법과 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는 데 주력 할 것이다.


참고
•곽진영, 한국 정당의 이합집산과 정당체계의 불안정성, 한국정당학회보 제8권 제1호, 2009.02. 115-146.

금, 2020/06/0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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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민주당의 길을 묻다

윤순철 사무총장

범여권의 180석 국회의원 그룹이 좌표 없이 우왕좌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당부했던 공정경제 3법이나 이낙연 대표가 강조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정책들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다른 결과를 초래하여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3년이 지났음에도 이전 정부를 탓하거나 야당의 발목잡기로 정책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지지율은 반성과 혁신이 없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야당의 반사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7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수사청 설치 및 독립적인 자치경찰제로 경찰권한의 분산을 기대했지만 정부의 경찰개혁 방안은 개혁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첫 발을 딛기도 전에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및 공무원 등의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임에도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겠다는 현 정부와 민주당은 의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50% 감축 공약은 잊혀진지 오래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일관된 지향성과 원칙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메기 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으나 당초의 목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발판으로 언급하면서 급 추진된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은 뉴딜과는 관련성이 낮고 오히려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며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편법적 세습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질주하고 있다. 경영권 희석 우려 없는 투자유치로 제2벤처 붐을 기대하며 추진하는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은 창업주의 혁신을 보호하기보다 경영권 참호(황제경영체제)를 구축하여 혁신과 쇄신을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와 사익편취의 수단으로도 전락할 수 있음에도 강행되고 있다. 오히려 이 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재벌대기업들의 세습의결권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제개정은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건강한 경제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 방향이 발표되자마자 여당은 ‘3%룰’(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의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재벌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를 혁신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에는 실효성이 낮은 공정경제 3법을 개혁정책으로 포장하여 홍보하면서 슬그머니 재벌의 세습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CVC와 차등의결권을 패키지로 처리할 것이란 의혹을 가져왔는데 이마저도 후퇴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더욱 참담하다. 언론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17개 중 15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이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23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정책 간 불균형의 틈에서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실수요 외 주택의 처분을 강행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약 9만2000명이나 증가하였다. 이낙연 대표는 급기야 호텔방을 전월세로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했으나 아파트값 상승과 전세대란은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이다. 국토부 장관은 집값 상승률 14%를 고집하고 있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품격 없는 갈등, 꺼지지 않는 사모펀드 관련 정치인 관련 의혹, 선거를 앞두고 검증 없이 던져지는 신공항 건설, 고위공직자 도덕성검증 청문회 비공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의 입법 성과는 거의 없고 국민들의 기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철학과 원칙이나 우선순위, 경중완급 없이 급조되어 추진되는 정책들 간의 부조화는 더 큰 늪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반성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강령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 누구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모든 사람의 권리가 존중되고 함께 잘사는 포용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삶이 풍요로운 번영된 나라…”를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길을 가고 있는가?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인 개혁성을 잃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듯이 개혁성을 잃으면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에게 던지는 ‘진보는 진짜보수’라는 농담이 빈말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추진되었거나 추진되는 정책들을 모두 펼쳐놓고 복기하고 전면 재조정해야한다.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민주당 자신에게 달려있다.

월, 2020/11/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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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우리들이야기(1)]

‘전태일 3법’은 통과될까?

 

이광택 한국ILO협회장(국민대 명예교수)

<전태일 평전> 개정판과 판소리 <전태일>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30분 청계천 6가에 위치한 평화시장에서 재단사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작업장 부근에서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이 새롭게 선보인다. 1983년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란 제목으로 초판이 나온 뒤 1991, 2001, 2009년 세 차례 개정을 거쳐 이번이 네 번째 개정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 표기법 등이 변했기에 문장을 다듬었다. 전태일의 일기와 수기를 별색으로 처리했고,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용어(특히 일본식 외래어)나 젊은 세대에게 생소한 사건에는 주를 달았다. 연표에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과 사후 이소선 어머니와 동료들의 활동과 관련한 사항을 보강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판소리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 14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 이수호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임진택 창작판소리연구원 원장은 창작 판소리 <전태일>을 제작하기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가졌다. 이들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정신이 오래도록 기억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창작 판소리 <전태일> 제작 사업에 착수하며 “전태일 정신을 공평, 정의 등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판소리 <전태일> 창작과 공연의 총감독은 임진택 명창이 맡았다. 창작 판소리 <전태일>은 열사 50주기인 11월 13일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된다.

근로시간의 연장?
근로기준법은 1953년에 제정되었는데 17년이 지난 1970년 전태일은 이 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몸을 불살랐다. 그러면 법 제정 후 67년, 전태일 산화 후 50년이 지난 지금은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먼저 근로시간부터 살펴보자.
근로시간에 관해서는 법 제정 당시 주 48시간제를 기준으로 하고 당사자 합의에 의하여 주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미 2001년 8월 24일 노동부는 “주 5일 근무, 새 시대가 열립니다”라고 홍보하였고, 2003년 9월 15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기업 규모별로 주 40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여 ‘주 5일 근무 시대’가 열렸다고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주 40시간 근로 원칙을 승인하는 ILO 제47호 협약을 비준까지 하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2018년 3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하여 ‘주 52시간제’를 실시한다고 온통 난리를 쳤다. 그동안 노동부는 행정해석(근기 682855, 2000-09-19)을 통하여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당시) 제49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연장 근로시간에는 휴일 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 한다”고 하여 사실상 1주일=5 working days로 근로시간을 운영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는 방법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제2조 제1항 7호 신설)로 정의하는 촌극을 빚은 것이다. 그동안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멕시코(2,137시간), 코스타리카(2,060시간)에 이어 3위(1,967시간)(2018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회원국 평균은 1,726시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이 1월 31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노동시간 특례업종(연장 근로 한도 미적용) 축소 등으로 불가피하게 연장 근로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예외적 상황이 증가한다고 보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법 제53조 제4항)를 극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다시 주 40+12+12=64시간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❶“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의 경우에만 허용하던 것을 그 사고의 ❶-1“예방을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뿐만 아니라 ❷“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❸“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발생 수습을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❹“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손해” ❺“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으로 거의 모든 경우에 허용하도록 하였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이후 6월 30일까지 총 1,665건을 인가하여 전년 동기(181건) 대비 인가 건 무려 9배가 증가하였다. 사유별로 보면 제1호 834건(50.1%)와 제4호 638건(38.3%) 로 코로나 등 “재난 예방 긴급 조치”에 못지 않게 단순한 “업무량 폭증” 관련한 업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2001년 ‘5일 근무’를 선언한 정부는 19년 후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틈타 ‘주 64시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시행규칙으로 이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태일 3법’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기처벌법) 제정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의 600만 노동자들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230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중대 재해 발생 시 원청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묻는 법의 제정을 말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추진된 ‘전태일 3법’ 법안은 9월 하순 각각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서 성립 조건인 10만 명의 동의를 채웠다. 이제 국회가 법안을 논의하게 된다. 국회는 올해 1월부터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청원 중 30일간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에 넘겨 심사토록 하였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는 헌법 26조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주 40시간’ 규정은 커녕 근로기준법을 아예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적용을 받는 노동자보다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청원은 근로기준법의 경우 그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제한하는 제11조를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전체 60%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라며 “이곳의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기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한다”고 했다.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1일 8시간 노동원칙을 비롯한 초과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및 연차유급휴가,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휴업수당, 주휴수당,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한다. 택배기사·대리운전 기사·학습지 교사 등을 말하는 특수고용·플랫폼 고용 노동자까지 근로자에 포함하도록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조항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게 청원 내용이다.
사용자의 정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 부분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하도록 바꿔 간접고용노동자 등 원청사용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처벌법은 노동자의 중대 재해에 대해 기업의 경영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이다. 중기처벌법 제정을 위한 청원에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대표 청원인으로 나섰다.

산업재해 – 중대 재해
정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한해 사고 재해자 수는 94,047명이고, 질병 재해자 수는 15,195명이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0명이며, 이 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42%), 질병 사망자는 1,165명(58%)이다. 사고는 주로 제조업에서의 끼임 사고, 건설업의 추락사고 등이 의한 것이 많고, 질병 사망자가 더 많은 것은 탄광에서 일하다가 오랜 요양 기간 끝에 사망하는 진폐 사망자가 많기(2019년 402명) 때문이다. 사망사고만인율이 0.46으로 유럽,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4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산재보험 미가입자, 일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을 포함하면 재해자 수는 훨씬 많다. 이들을 포함하면 국내 산재 사망자는 한 해 2,400명, 하루 평균 7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거래가 급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올해 상반기에만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업무 관련으로 사망한 우편집배원이 무려 46명이라는 5월 1일 KBS 방송 보도는 충격적이다. 집배부하량시스템에서 집배원 휴식시간이 시간당 1.8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 제9조의2에 따라 중대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된 사업장 1,420개소의 명단을 공표했다.
연간 사망 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제2호에 해당)은 대우조선해양(주) 김해장유복합문화센터현장, 현대엔지니어링㈜ 남양주공동주택현장 등 20개소이며, 사망만인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보다 높은 사업장(제2의2호)은 롯데건설㈜ 산성터널공사현장, 코오롱글로벌(주) 인천공장 신축공사현장 등 총 643개소이다. 2019년 처음으로 ㈜케이엠에스, 포트엘(주), ㈜한일 등 산재은폐 사업장(제2의3호) 7개소가 공표 대상에 포함됐으며,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산업재해 발생 미보고 사업장(제2의3호)은 한국철도공사, 삼성전기(주) 부산공장 등 73개소이다.
도급인의 경우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산안법 제29조제3항)으로 처벌 받은 경우 수급인 사업장과 함께 공표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도급인 사업장은 현대엘리베이터(주) 동아일보 대전사옥 공사현장, 신세계건설(주) 천마산터널 공사현장 등 총 448개소이다.
‘산재 미보고(은폐) 적발현황’을 보면 연평균 930여 건의 산재 은폐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노동부가 근로감독 등으로 적발해낸 건수는 평균 10%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 ’119 구급대 신고‘ 등 건강보험공단이나 소방서 등에서 산재 은폐 의심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산재 은폐 사업주의 ’자진신고‘ 또는 노동자의 ’요양신청서 반려‘ 등 외부요인 힘을 빌려 적발했다.
김용균 씨 죽음을 계기로 2020년 1월부터 새로운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산재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사용자 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김용균법’이 유명무실해진 탓이 크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위험작업 2인1조’가 법제화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기처벌법은 안전관리 소홀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경우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에서 ‘종사자’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임대, 용역, 도급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 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와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인과 나목(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의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하였다. ‘사업주’에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가 포함된다.
정의당이 법안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당 1호 법안으로 이어받았다. 기업 책임은 구체화됐고 처벌 강도는 높아졌다. 법원 판결의 보수성을 넘으려 별도 양형위원회를 두게 했고 민사상 입증책임을 사업주가 지게 했다.

갈 길은 아직 먼가?
전태일 사후 50년이 지나도록 근로기준법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935년에 채택된 주 40시간 근로 원칙을 승인하는 제47호 ILO 협약을 2011년에 비준하고서도 아직도 ‘주 64시간’을 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 핵심협약 중 강제노동금지협약(제29호)은 1930년에,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은 1948년에,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제98호)은 1949년에 채택된 것이다. 전태일 사후 50년에 이들의 비준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가?

금, 2020/09/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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