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정보 공개 소송 기각한 대법원 판결 유감
이명박 정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관련 정보 공개 소송 기각한 대법원 판결 유감
7년 전 잘못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못할 이유 없어
한미일 군사협력 차원의 일본과의 협정은 폐기해야
지난 1/17(목) 대법원은 참여연대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협정’) 정보 비공개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다.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해당 소송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되었던 협정의 추진 경위와 내용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7년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를 지금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심 재판부는 외교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이 타당성이 없다며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중대한 외교 사안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방·외교 분야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을 바로잡을 계기를 져버린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난 2012년 참여연대는 협정이 국무회의에서 졸속 통과된 직후 한일·한미 정부 간에 주고받은 협정 추진에 대한 공문과 회의록,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회담들의 기록, 한국 정부가 협정 체결을 검토한 보고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당시 외교통상부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비공개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협정이 군사비밀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군사비밀을 어떻게 공유하고 보호할지에 대한 것이고, 협정 체결이 비밀리에 처리된 과정을 볼 때 체결 과정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2013년 9월 26일 정보 비공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4년 1심 재판부는 외교부의 비공개 문서를 직접 검증한 결과 한일 정상 간 회의록을 제외한 다른 문서들은 공개된다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개 정보가 군사비밀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 않은 점 ▷협정 체결 경위와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 ▷최종 합의된 협정문이 이미 공개되었고 더 이상의 서명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점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참여연대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협정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되어 처리된 과정, 그 과정에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점, 대한민국과 일본의 역사적 특수성, 대한민국과 미국, 일본 간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협정의 추진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 밀실협상 및 졸속처리 등 관련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 이 사건 협정이 체결된 경위와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이 커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2심, 3심 재판부는 이러한 원심을 뒤집어버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국이 일본과 맺은 최초의 군사 분야 협정으로, 2012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가 2016년 국정농단으로 혼란스럽던 시기 갑자기 다시 강행되었다. 협정 체결은 사실상 미일 MD에 편입하기 위한 수순이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강한 반대를 무시한 채 박근혜 정부는 국회 동의도,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 해당 협정은 대표적인 박근혜 정부 적폐였으나, 문재인 정부는 매년 협정을 연장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밀실 추진 경위를 밝히지도,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못한 탓이 크다. 당시 외교부는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 일체를 비공개하여 일본 정부와 어떤 논의들이 오갔고 어떤 과정을 통해 협정이 추진된 것인지, 특히 해당 협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기회 자체를 봉쇄했다. 그리고 사법부는 외교부의 부당한 정보 비공개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지역 동맹을 추진하려는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판문점 선언> 시대에 명백히 역행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해당 협정은 이러한 한반도의 미래 비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 논란 등은 한일 군사협력이나 협정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폐쇄적인 국방·외교 분야의 비밀주의에 다시 한번 손들어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협정 체결 과정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고, 더이상 연장할 명분이 없는 협정은 이제 종료해야 한다. 끝.
▣ 참고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정보 비공개 취소소송 일지
2013. 9. 29. [보도자료] 참여연대, 외교부의 한일군사협정 정보비공개결정 취소소송 제기
2014. 6. 20. [보도자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정보공개 판결 환영
2015. 6. 22. [보도자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정보공개 2심 기각 판결 유감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지난해 11월 수문을 개방하기 전 금강세종보ⓒ김종술 기자[/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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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가로막힌 세종보 상류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하고 강물을 점령했다. ⓒ김종술 기자[/caption]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10년 전,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보를 건설했다. 사람으로 치면, 동맥의 흐름이 차단된 거다.
결과는 뻔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대로 강이 죽어갔다.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조가 창궐했다. 이런 녹조를 학자들은 '남조류'라고 불렀다.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간에 치명적인 독소를 생성시킨다. 다른 독소와 다르게 100℃에서 끓여도 독이 파괴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현재까지 독소를 해독시킬 수 있는 해독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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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에서 충남도가 한국사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종술기자[/caption]
2016년 이런 강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으로 이동해 수돗물로 공급했다.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안전하다고도 했다. 거짓말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엔 이런 내용이 보도됐다.
금강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수질을 조사한 결과 1년 중 5달 동안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치를 넘었다.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당시 충남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하여 진행한 자료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수자원공사는 발주처인 충남도로 책임을 떠넘기고 충남도는 국토부로 떠 넘겼다. 핑퐁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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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늘도 세종보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는 구조물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이게 다가 아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선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5월, 금강지류 미호천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백제보 상류에서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사체를 수거했다. 물고기 씨가 마를 정도로 대참사였다.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사업 전 수질예측을 통해 조류 농도가 최대 2.3배까지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이 수질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하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화>라는 특별생방송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4대강 조사에서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가 금강의 남조류 측정을 하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결과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헛소리였다. 금강엔 해가 갈수록 농도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이를 빗댄 '녹조라떼', '녹조구장', '녹조카펫'이라는 녹조시리즈가 탄생했다. 숫자로도 증명됐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측정한 4대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영산강(영산) 196ppb, 금강(고마나루) 310ppb, 한강(가양) 386ppb, 낙동강(달성) 434ppb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는 리터당 1마이크로그램, 즉 1ppb(ug/L)이다.
당시 측정을 맡은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해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강바닥은 온통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로 덮여있었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이다. ⓒ김종술기자[/caption]
금강이 살구 빛으로 변했다. 촛불이 탄생시킨 정권은 금강에도 희망의 불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 수문개방을 조치했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잠자던 강이 깨어나 흐르게 됐다. 수문개방 6개월, 금강에 모래와 자갈이 돌아오면서 살구 빛을 띠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물고기 사체를 다른 물고기가 뜯어 먹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새들과 야생동물도 허기진 배를 달래려 썩은 사체에 달려들고 있다. 악취와 날벌레로 시달리는 주민들의 원성도 커졌다.
그래서다. 금강은 개살구다. 강바닥엔 아직 씻겨나가지 못한 시커먼 펄이 쌓여 있다. 그속에 실지렁이와 붉은깔다구가 살고 있다. 수문은 열렸지만 강물의 흐름은 여전히 불안전하다. 비가 올 때마다 물길은, 하루는 이쪽 하루는 저쪽으로 오락가락 흐르고 있다. 겉만 번드르르한 개살구, 지금 금강이 그렇다.
이런 금강에 지난 16일, 몇몇 언론사가 왔다.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작은 모래톱에 올라가 금빛 모래만 카메라에 담고 떠났다. 그들의 눈에는 죽어가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수문개방으로 여울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종보 상류에 잉어들이 힘차게 거슬러 오르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요즘 가슴이 뛴다. 첫눈에 반했던 금강이 변하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강에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산란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물살을 타고 흐르는 모래와 자갈에 신이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강물에 확 뛰어들곤 한다. 다만, 강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발이 무겁다.
세종보 강바닥에 시커먼 펄 층이 쌓여 있어서다. 콘크리트구조물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가하루가 멀다하고 죽어가고 있어서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나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을 점령하고 있어서다.
그래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 강물을 가로막은 콘크리트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권력에 상처받은 금강이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식물인간에서 막 깨어난 금강의 미래는 우리의 관심에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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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조그마하게 드러난 모래톱에 드러누워 금강의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바란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금강으로 놀러오는 그날을.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하고 강물에 뛰어들어도 안전한 그날을. 이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장대비가 내리는 강변에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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