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서울 성북구의회의 "유럽에서 보낸 열흘"

지역

서울 성북구의회의 "유럽에서 보낸 열흘"

익명 (미확인) | 금, 2019/01/25- 18:27


* 두 달 전, 정보공개센터는 서울 지역 기초의회들의 해외연수 계획서를 살펴보면서 사전 심사제도가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리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에는 지방의회들의 해외연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서 부적절한 연수 내용과 부실한 연수보고서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서울 성북구의회의 2018년 유럽 해외연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KBS 뉴스 9의 관련 보도를 참고하세요.





 서울 성북구의회는 2018년 11월 3일부터 2018년 11월 13일까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거치는 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글에서 성북구의회의 연수 일정만 보더라도 '노골적인 관광성 연수'로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어떤 연수가 진행되었는지 성북구의회가 공개한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통해 찬찬히 따져보려 합니다. 성북구의회가 유럽에서 보낸 열흘 간의 시간, 보고서 내용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좌측이 성북구의회의 국외연수 계획서에 실린 일정표, 우측은 국외연수 보고서에 실려 있는 일정표




11월 3일 오후 세시, 인천을 떠난 성북구의원들은 현지 시각 19시 35분에 로마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몸을 숙소에 누이면서도, 머릿 속은 앞으로 유럽에서 보낼 시간들을 생각하며 설레지 않았을까요?



다음 날인 11월 4일, 본래 연수 계획서에 따르면 폼페이와 나폴리 지역을 탐방하면서 "문화유산 관광자원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날입니다. 보고서에서도 연수일정표에 폼페이유적과 나폴리에 다녀왔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계획서에서 밝혔던 취지처럼 "관광문화 자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폼페이, 나폴리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습니다. 단지 일정표에만 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쉽게 말해서, 연수 첫날부터 그냥 의원들끼리 관광하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11월 5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서에 따르면 이 날은 바티칸 박물관 탐방을 통해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 개발 사례 분석"을 하는 날입니다. 일단 바티칸을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 개발 사례"라고 볼 수 있는지는 제껴두도록 하더라도, 연수 보고서를 살펴보면 바티칸 역시 일정표에만 표시 되어 있을 뿐 다른 언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티칸에 다녀왔지만 보고서에 이런 사진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일정표에 따르면 이 날 콜로세움, 바티칸 박물관, 성베드로성당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 '로마 관광'에 대해, 보고서에서 김세운 의원이 한 마디하고 있을 뿐, '지역 개발 사례 분석'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김세운 의원의 한 마디마저도 "로마 건축 기술이 뛰어나더라" 수준에 그칩니다. 그나마 그러한 감상 문구 마저도 표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러니, 5일도 '연수'라기 보다는 관광에 그친 셈입니다. 



 

성북구의회가 이탈리아로 떠난 시기, 이탈리아는 폭우로 인한 수해로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11월 6일은 드디어 첫 공식 기관 방문 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로마 시청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던 것과 달리 수해로 인해 시청 방문 일정이 무산됩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선진 경찰행정 서비스 기관을 방문하여 우리의 경찰행정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찾고자" 로마 경찰서를 방문합니다. 로마 경찰서장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하구요.




표절 검사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탈리아 경찰제도에 대한 설명은 대학교 레포트를 긁어온 것이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7페이지에 걸쳐 이탈리아 경찰제도와 한국의 경찰행정서비스에 대해 서술하고, 로마경찰서장과 질의응답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경찰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한국의 경찰행정서비스에 대한 서술 모두 대학교 레포트나 백과사전, 관련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짜깁기해 가져온 것에 불과합니다.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를 열심히 나눴습니다.




 두 페이지에 걸친 질의응답 내용 역시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 경찰서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무실에 걸려 있는 상장의 의미는 무엇이냐... 표면적이고 의미 없는 질의응답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도 지방분권과 더불어 자치경찰제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오랜 자치경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경찰이 바라보는 자치경찰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본다던가,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경찰행정서비스는 어떤 특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혀 준비된 것이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연수 일정의 몇 안되는 '공식 기관 방문'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이 날 일정표를 살펴보면 경찰서 방문 이후, 피오리 광장에 가서 재래시장 견학을 했다고 하지만 보고서에는 별다른 설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인 11월 7일, 연수단은 피렌체로 이동합니다. 원래 계획서에 따르면 이 날 피렌체 의회를 방문하고, 재래시장을 탐방하면서 구도시 개발과 관광자원 활용법에 대해 배우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해 때문인지, 피렌체 의회 방문은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 방문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피렌체 중앙시장에 들려, 사진도 찍고 관계자와 간담회도 나누었지만 간담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11월 8일은 밀라노로 향합니다. 피렌체 의회 방문이 취소된 대신, 밀라노 시청에 방문한 것 같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을 밀라노시의 주요 정책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청 관계자와의 질의응답 내용은 중구난방입니다.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첫 질문으로 밀라노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묻다가(밀라노 시 만의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합니다), 패션 산업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밀라노 시청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밀라노시의 재해관제시스템은 어떠한가, 노인복지 정책은 무엇인가, 밀라노 도시먹거리 협약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집니다. 





오중균 의원이 전북도청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북구의회가 밀라노시를 방문하게 되었다면, 먼저 밀라노시의 어떤 정책을 배울 것인지 논의한 후에, 그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성북구에서 그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고민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고서만 보면 과연 무엇을 벤치마킹하러 밀라노 시청에 방문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개별 의원들의 이름으로 적는 '연수단 총평' 부분에서 밀라노시 방문에 대한 감상을 적은 오중균 의원의 경우 뜬금 없이 연수 기관 브리핑에서는 언급되지도 않았던 MEANING 프로젝트(새로운 거버넌스를 위한 유럽 광역권 연합) 사업이 인상 깊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전북도청의 연수보고서를 베낀 것에 불과합니다. 밀라노 시청에서 과연 뭘 배웠다는 걸까요?





두 문단짜리 연수단 의견도 인터넷언론의 문장들을 베껴썼습니다.




 11월 9일, 성북구의회는 드디어 이탈리아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향합니다. 계획서에서는 융프라우요흐 등반열차를 타면서, 알프스 보존과 관광열차 사례를 분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도 없는 성북구에서 무슨 알프스 사례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인지 뜬금 없는 상황인데, 역시나 그냥 알프스 관광을 하고 말았는지 보고서에서도 이 날 일정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성북구의회 임태근 의장이 '연수단 의견'에서 스위스의 관광산업에 대해 칭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내용 역시 어느 인터넷언론 기사를 그대로 옮겨 쓴 것에 불과합니다. 




 11월 10일, 연수단은 스위스 베른시에 있는 베른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합니다. 선진국의 노인복지 방안에 대해 사례탐구하겠다는 것이 계획서의 설명입니다. 노인복지의 선진국인 스위스에 방문해서, 왜 스위스의 노인복지가 우수한지 알아보겠다는 것이죠.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연수단은 스위스의 사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보고서에서 각종 표와 그림까지 동원하며 스위스 노인복지제도에 대한 설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살펴보면 좀 수상합니다. 월간지 <신동아>에 연재된 스위스 교민의 글들을 짜깁기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쯤 되면 표절을 해도 어떻게 이렇게 여기저기서 잘 찾아냈나, 예술적(?)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원문은 "이웃 나라 독일만 가도 종업원들의 친절도가 낮아진다"인데, 표절하면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만 가도..."로 변했습니다.





11월 11일은 프랑스 파리로 이동합니다. 계획서 상으로는 이 날, 파리 주요 지역을 탐방하고 파리의 도시 개발 계획을 견학 체험하겠다고 되어있습니다. 파리 주요 지역 탐방이라며 성북구의원들이 향한 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지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이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역시나,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도시개발 계획을 견학체험하겠다면서 왜 관광명소들만 다녀왔을까요? 




도시재생 관련 성북구의회 보고서 설명에 대한 카피킬러 검사 결과입니다.






11월 12일, 드디어 열흘 간의 유럽 연수가 마무리 되는 날입니다. 라데팡스에서 신도시 개발 사례를 배우고, 베르시 빌리지에서 도시 재생에 대해 견학하는 일정입니다. 보고서에서는 도시재생의 개념과 취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과 실패 요인들에 대해서 길게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역시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국내 문헌들을 이것저것 짜깁기한 내용입니다. 




성북구 장수마을은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사업에 있어서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심각한 문제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성북구 장수마을에 대한 설명마저도 네이버캐스트에서 그대로 긁어온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장수마을과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들은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외국의 사례에 대해서는 짧은 방문으로 모든 것을 공부하기 어려우니 어디선가 긁어온다고 하더라도, 구의원들이 구 관할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업 사례에 대해서 자신들의 관점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름 없습니다. 성북구의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구의원들이, 해외의 선진 사례를 배우러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기껏 프랑스까지 가서 선진 사례를 체험하고 작성한 소감문 역시, 표절입니다. 의원 개인의 이름을 걸고 쓴 소감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김우섭 의원의 경우 라데팡스에 대한 소감을 2003년에 작성된 조선일보 기사에서 짜깁기 했으며, 오중균 의원의 경우 블로그, 기사, 웹진 등의 내용을 '복붙'했습니다.




 이렇게, 성북구의회 의원들의 '유럽에서의 열흘'이 끝났습니다. 성북구의회는 연수목적에 대해 "해외 선진국의 각 지방행정기관에서 추진 중인 사업 중 이탈리아 로마, 밀라노의 행정기관 조직운영, 스위스 베른시의 노인복지시설 운영, 프랑스 라데팡스 및 베르시 지역의 각종 도시개발 및 재생 정책사항 등 우수사례에 대해 직접 현장을 찾아 이를 조사 및 분석함으로서 의원의 의정활동 능력을 배양시키고 구민의 복리증진 향상을 위해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능동적인 의정활동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러분이 살펴본 열흘 간의 일정이 과연 '의원의 의정활동 능력을 배양'시켜서 '능동적 의정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성북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낸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심사자료 중 일부입니다.



성북구의회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9월 21일 여행 참석 대상자를 선정하고, 일주일 후인 9월 28일에 여행 대상지를 선정합니다. 그리고 나서 10월 2일에는 여행 세부일정과 분야 토의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이틀 후인 10월 4일, 여행사인 베스트투어와 하나투어가 여행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선정기준을 보면 '공식방문기관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정 사유에도 '공식방문기관 수 다수'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먼저 의원들이 가고 싶은 여행국가를 정한 후에 여행사가 해당 여행지에서 '들릴 만한' 공식 방문기관 코스를 제시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우선이 아니라, 의원들이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인지가 먼저 결정되는 것입니다.



여행 닷새 전에 열린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두 명의 구의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가 개최된 날은 10월 29일입니다. 여행 출발일이 11월 3일인데, 날짜가 임박한 닷새 전에야 심사위원회가 열린 것입니다. 이미 여행지도, 방문 코스도, 교통편도 다 결정된 상황에서 심사위원회가 열려봤자, 여행 코스가 적절한지 심사위원회에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당연히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질리가 만무합니다. 6000만원의 세금을 써 떠나는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위원회 회의는 30분도 걸리지 않아 끝납니다. 




로마의 지리, 기후, 역사가 궁금해서 연수를 가는건 아닐텐데요...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의 일부입니다. 로마, 피렌체 등 방문지 현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서 무엇을 배워오겠다, 관계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겠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마의 지리, 기후, 역사에 대해 백과사전식의 간단한 설명만 써있습니다. 여행 계획서에는 분명 연구조사 간담회를 가졌다고 되어 있으나, 이 간담회에서 뭘 논의했는지 계획서를 통해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연수를 통해 무엇을 배워올지도 명확하지 않고, 닷새 전까지 여행지에 대해 사전조사한 자료도 마땅치 않으니 연수 과정에서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나올리가 없습니다.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으니, 충실한 연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어렵겠죠. 결국 연수에 동행한 직원이 총대를 메고 연수 기관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고, 의원들은 두 문단 정도 코멘트를 붙이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그나마 두 문단씩 적는 코멘트도 표절한 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살펴 본 바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제대로' 열어야 합니다. 성북구의회의 경우, 공무국외여행 조례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언제 개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행 14일 전에는 심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경남 진주시의회의 2018년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



 연수 보고서 역시, 지금처럼 직원이 총대를 메고 작성하고, 의원들은 간단한 소감만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서는 안됩니다. 여행에 참여한 의원 개인 개인이 연수에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의정활동에 있어서 연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밝히는 보고서가 되어야 합니다. 경남 진주시의회의 2018년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의 경우, 전체 분량이 140페이지에 달합니다. 적게는 3페이지에서 많게는 10페이지까지 의원별 연수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이 어떠느냐를 떠나서, 적어도 지방의원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체 연수에 대한 경험을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계획 단계에서부터 부실 연수가 예정된, 현행 해외연수 제도를 폐지하고 행정안전부에서 전체 지방의원들에 대한 해외연수를 주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전체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계획을 공모 받고, 심사를 거쳐 우수한 계획서를 제출한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진행하는 것이 지방의원의 해외연수가 가지는 원 취지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살펴본 서울 지역 기초의회의 해외연수 보고서 중에서, 표절과 부실로 얼룩진 보고서는 성북구의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정보공개센터는 지방의회의 해외연수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여러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성북구의회로 부터 받은 해외연수 관련 자료를 공유합니다.


2018년 서울 성북구의회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pdf

2018년 서울 성북구의회 공무국외연수 심의위원회 회의록.hwp

2018년 서울 성북구의회 공무국외연수 심의위원회 심의자료.hwp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지난 16년 간 문화훈장 수훈 671건, 전격 분석!

지난 글에서 미리 말씀드렸듯이 정보공개센터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974년 이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명단은 이름/연월일/훈격/서훈 사유 등이 간략하게 공개되어 있을 뿐, 수훈자들이 어떤 업적과 공로를 세워서 훈장을 받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자료였습니다. 그 후 정말로 기나긴(ㅠㅠ) 검색과 정리 과정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2019년 11월 현재까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문화훈장 수훈 671건에 대한 DB를 간략하게나마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중복하여 다른 등급의 문화훈장을 수훈한 경우가 있어, 문화훈장 수훈자 수는 총 656명입니다.

현재 문예체육관광부의 경우 문화일반, 문학, 미술, 음악, 연극/무용, 공예/디자인, 건축 등을 문화훈장 시상 분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분류 기준으로는 문화훈장 수훈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정보공개센터는 자체적으로 수훈자들의 이력을 정리한 후, 공식적인 직업과 활동 내역에 기반하여 대분류/소분류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많은 문화훈장을 준 정부는 참여정부!

지난 16년 간 가장 많은 문화훈장을 서훈한 정부는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모두 221건을 서훈했는데요, 노무현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훈장 서훈 건수는 점차 줄어들다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2년 반 동안 11건을 서훈하여 확 늘어났습니다. 문화훈장은 금관부터 화관까지 5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높은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이 서훈된 경우는 16년 간 35건에 불과했습니다.


우측 상단에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인물에게 금관 준 경우, 6건에 불과

금관문화훈장이 희소한 이유는 보통 과거 문화훈장을 받았던 수훈자들이 작고한 경우 '추서'의 형태로 등급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금관문화훈장 서훈 사유를 살펴보면 작고한 인물들에 대해 '추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6년 간 고인이 아닌, 생존인물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누린 경우는 단 6건에 불과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훈장을 받은 인물의 경우 위 표에서 볼드 처리 되어있습니다.)

2004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국악인 이혜구의 경우 서울대 국악과 초대 학과장, 서울대 음대 학장, 한국국악학회 초대 회장 등을 역임한 국악계의 원로로, 70년이 넘게 국악 연구에 힘쓰고 국악 이론의 기틀을 마련한 업적으로 생전에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 '선으로부터' 'correspondense'

2013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화가 이우환의 경우 일본 미술계에서 모노하 운동의 기수로 이름을 떨쳤고, 한국에서도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화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생존하고 있는 국내 작가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미술품이 판매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연극인 임영웅 역시 65년 간 연극에 매진하면서 극단 산울림을 창단하고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한 대표적인 원로 연극인으로 한국 연극계에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건희, 허동수는 왜?

이렇게 누가 보아도 문화예술계에 금자탑을 쌓은 인물들도 있는가 하면, 과연 문화훈장 수훈자로 적합한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2012년, 평창올림픽 유치 유공을 사유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 같은 해 여수엑스포 유공으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입니다.

 물론 문화훈장은 후원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에게 수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테면 2005년 타계 이후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전 회장이나 지난 해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러나 박성용 회장은 10년 동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클래식 음악계를 후원하고 음악 영재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나섰던 공로가 평가되었고, 신창재 회장의 경우에도 25년 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출판 지원에 나섰고, 한국의 독서문화와 떼놓을 수 없는 최대 규모의 서점인 교보문고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사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여수해양엑스포와 관련한 공로는 문화예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인들의 사례와는 많이 다른 경우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올림픽 유치 유공이라면 체육훈장을 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유치 공로로 이미 최고등급의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받았기 때문에 '꿩 대신 닭'으로 문화훈장을 수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허동수 회장의 경우에도 국토해양부의 추천으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것이 이례적인 점입니다. 참고로 정보공개센터가 확인한 16년 동안의 문화훈장 서훈 671건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다른 중앙부처의 추천으로 문화훈장을 받은 경우는 허동수 회장이 유일합니다. 이처럼 석연치않게 최고 등급의 문화예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이 주어진 것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훈장 수훈자는 미술인 - 문학인 - 문화행정 순

 그렇다면 문화훈장은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주어질까요? 정보공개센터가 분류해본 바에 따르면, 지난 16년 간 가장 많이 문화훈장을 받은 분야는 미술계였습니다. 서양화가, 한국화가, 조각가, 판화가, 서예가, 미술평론가, 미술큐레이터, 미술관 관장, 화랑 운영 등 미술계 인사들에게 모두 58번 훈장이 주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많은 분야가 문학계입니다. 소설가로는 이청준, 박완서, 최인훈, 김승옥, 조정래, 이문열, 현기영 등, 시인으로는 김영랑, 정지용, 구상, 신동엽, 천상병, 황지우, 오세영 등, 교과서에서 본 듯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문학인들이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낮에 나온 반달' 등 동요 가사로도 익숙한 아동문학가 윤석중, 지난 해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친일인명사전의 아버지 임종국 등 문학평론가, 아동문학가, 수필가, 번역가 등 다양한 문학계 인사들이 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지방문화원장, 훈장 받는 지름길?


의외로 문화행정 분야의 수훈자들이 바로 뒤를 잇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는 지역 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지방문화원장들입니다. 특히 지방문화원장 중에서 문화훈장을 수훈한 사람은 무려 46명에 달합니다. 참고로 영화, 드라마, 연극을 통틀어 배우들에게 문화훈장이 수여된 경우가 35건, 대중음악 가수에게 문화훈장이 수여된 경우가 32번, 전통공예가와 시인에게 문화훈장이 수여된 경우가 각각 23번, 22번이라는 점을 참고했을 때, 지방문화원장이야말로 가장 많은 문화훈장 수훈자를 배출한 직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모두 46명의 지방문화원 / 문화원연합회 관계자들이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지방문화원은 지역문화 진흥과 균형 있는 문화발전을 위해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운영되는 문체부 소속 비영리특수법인입니다. 법에 따라 시군구별로 1개까지 설립할 수 있게 되어있고, 보통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민간기관입니다. 지방문화원의 연합회인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231개 지방문화원이 있으며, 향토사 발굴과 연구,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지원, 문화예술 교육, 지역 문화행사 주관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문화원은 민간을 중심으로 지역의 향토문화컨텐츠를 발굴, 연구, 계승한다는 점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문화정책 흐름의 중요한 주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훈장이라고 하면 예술적 성취가 높거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들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꾸준히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과 접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지방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지방문화원 원장들이 문화훈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건 문화예술의 발전 역시 지역문화의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음을 정부가 인식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다만, 다른 한편으로 일부 지방문화원에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문화원 원장이라는 자리가 문화예술과 거리가 먼 지역 유지들의 '감투'처럼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보조금 유용이나 비리의 온상, 지방단체장이 측근을 꽂아넣는 자리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광주 광산문화원, 경기 안양문화원, 경기 안성문화원, 전북 완주문화원, 충북 청주문화원 등 여러 지방문화원에서 보조금 유용, 낙하산 인사, 직원갑질 의혹 등 다양한 문제들이 터진 바 있습니다. 문화훈장과 같은 명예로운 격려도 좋지만, 지방문화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대책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문화훈장, 외국인도 받는다

문화훈장 수훈자 분류를 살펴보면, 의외의 경우들도 적지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문화훈장을 받은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경우, 대부분 한글날을 기념하여 해외에 한국어와 한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린 공로로 문화훈장을 서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제국기에 활동한 호머 헐버트 박사의 경우 이미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한 공로로 1950년 외국인 최초로 건국공로훈장 태극장을 추서한 바 있는데, 2014년에는 한글 로마자 표기법을 고안하고 한글과 한국어를 연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취재한 [아리랑]으로 유명한 미국인 작가 님 웨일즈 역시 2005년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일종의 외교적 고려에 따라 문화훈장을 수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2008년에는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 부통령 미하일로바 예브게니야 이사예브나가 사하 한국어학교 수립을 근거로 보관문화훈장을, 2014년에는 터키 이스탄불시 시장인 카디르 톱바쉬가 이스탄불 in 경주 2014 행사와 관련한 유공으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지난 해에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동조직위원장이자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인 응웬 탄 퐁이 역시 보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국 영화인들이 한국의 문화훈장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2014년 5월,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은관문화훈장이 주어졌습니다. 이듬 해, 디터 코슬릭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도 역시 은관문화훈장이 수여되었습니다. 모두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수여된 문화훈장입니다. 실제로 티에리 프레모와 디터 코슬릭이 각기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2007년, 2004년 이래 전도연,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김기덕, 임권택, 김민희 등 여러 한국 영화와 배우들이 칸 영화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종교인, 군인, 경찰은 왜?

특이하게도 경찰이나 군인이 문화훈장을 받은 경우도 확인할 수 있는데, 모두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문화재를 지켜낸 공로를 인정한 경우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지리산에서 전투경찰대를 이끌던 차일혁은 빨치산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화엄사, 쌍계사 등 인근 사찰을 소각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감봉 처분을 받았지만, 2008년에 지리산의 사찰과 문화재를 지킨 공로를 인정 받아 보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습니다.

역시 한국전쟁 당시 공군 대령으로 전투기 조종사였던 김영환은 전쟁 중 빨치산 토벌을 위해 해인사에 대한 폭격 지시가 내려오자, 이를 거부하여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김영환 역시 2010년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종교인들이 문화훈장을 받은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스님으로 불교문화재와 관련한 전문가이거나 선화, 서예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경우입니다. 2012년 입적한 지관스님의 경우 금석문 전문가로 많은 연구 성과를 냈고, 불교사전을 편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과 금관문화훈장을 받았고, 조계종의 최초의 서양인 포교사이자 탱화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브라이언 베리 역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입니다.

 



금관에서 소외된 대중예술


16년 동안 수여된 훈장의 등급을 직군별로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가장 많이 나온 분야는 문학(9명)이고, 국악(4명)과 연극(4명), 기업인(3명)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흔히 대중문화예술로 분류되는 영화, 대중음악, 방송, 드라마,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모두 114명에 달하는 문화훈장 수훈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의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에 서훈된 사람은 60~70년대에 활약했던 영화감독 고 신상옥, 유현목 감독 단 두 명에 불과합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대상에 들어가지 않지만, 2002년 임권택 감독 역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습니다.)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한국영화와 대중음악, 드라마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문화훈장을 받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관문화훈장 수훈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3년, 조용필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후 왜 '금관'이 아닌지 되묻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지,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조용필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에도 여러 번 실리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조용필과 이미자가 금관을 못쓰는 이유는?
조용필이 왜 은관문화훈장인가? 

조용필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하자

대중예술인에게도 금관 문화훈장을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는 50년 지기 친구인 조용필과 안성기가 나란히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출처 - 인터뷰365)

송강호, 이번에는 훈장 받을까
비단 대중음악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배우들 역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전례가 없어 '홀대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배우 김동원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된 바 있으나, 이 역시 주로 연극인으로서의 업적과 공로를 인정 받은 것이지 대중예술인으로서 받은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배우에게는 문화훈장을 서훈하는 그간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김민희에게는 문화훈장이 수여되지 않아 "사생활로 인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과거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피에타'의 경우, 감독 김기덕은 은관문화훈장, 주연배우 조민수와 이정진은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경우 문화훈장 수여 검토가 끝났다는 기사가 이미 몇 달 전부터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입니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지만 아직 훈장을 서훈 받은 바 없는 송강호가 영화배우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노려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난 9월 타계한 시사만화의 전설 김성환 화백



고바우 영감에게 금관훈장을!

 만화계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고우영은 2005년 작고한 후에야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습니다. 만화가 중 유일하게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경우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만화가 '꺼벙이' 길창덕, '머털도사' 이두호, '로봇찌빠' 신문수 모두 보관문화훈장에 그쳤습니다. 올 해 9월 세상을 떠난 시사만화가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은 생전인 2002년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는데, 최근 고인에 대한 문화훈장 추서를 검토 중이라는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전설적인 시사만화가에게 걸맞는 영예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여성 수훈자를 찾기 힘든 문화훈장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지난 16년 간 문화훈장 수훈 내역의 성비입니다. 전체 671명 중 남성에게 서훈한 건 수는 550건인 것에 비해, 여성은 121건으로 여성이 문화훈장을 수훈한 경우는 18%에 불과합니다. 중복 수여를 고려해 수훈자 수(총 656명)로 따지자면 남성은 538명, 여성은 118명입니다. 왜 이렇게 성비의 차이가 큰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이 문화훈장을 수훈한 건수를 기준으로 직군을 정렬해 보았습니다. 여성 수훈자가 남성보다 많은 직군은 대표적인 '여초'로 꼽히는 무용계가 유일합니다. 전통무용의 경우 수훈자 성비가 비등하며, 발레와 현대무용에서는 여성 수훈자가 한층 많습니다. 국악인의 경우에는 수훈자 성비가 비슷하고, 문화행정, 인쇄/출판, 문학, 미술, 연극, 문화재/박물관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여성 수훈자의 수가 남성에 비해 한참 적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건축가나 기업인들의 경우, 문화훈장 수훈자 수가 두자리를 넘어가지만 여성 수훈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극계의 경우 성비가 5:5에 가깝지만, 국악계 - 클래식음악계 - 무용계로 갈수록 6:4에서 7:3에 이르기까지 여성 단원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만큼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수가 남성에 비해 많다는 이야기일텐데요, 비단 공연예술 분야 뿐 아니라 미술계, 출판계 등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은 분야들에서도 정작 문화훈장이라는 영예를 누리는 여성의 수는 남성보다 매우 적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여성 문화예술인의 공로 제대로 평가해야


 금관문화훈장에 한해 따져봤을 때, 1974년 이래 35년 간 모두 94명의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있었지만, 이중 여성은 단 7명에 불과합니다. 1990년 시인 모윤숙, 1995년 국악인 김소희, 2008년 소설가 박경리, 2010년 수필가 전숙희, 2011년 소설가 박완서, 2016년 연극인 백성희, 2018년 디자이너 이영희가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최고 영예'로 기념할 만한 여성 문화예술인이 이들 뿐이었을까요?

 물론 문화훈장은 그 특성 상 문화예술 분야에서 장기간 활동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문화예술인에게 주어질 수 밖에 없고, 지금보다도 더욱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강했던 과거에는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공로에 대한 평가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할 것입니다.




1. 정보공개센터가 정리한 2003~2019 문화훈장 수훈자 DB 확인하기 (구글스프레드시트)


2.행정안전부에서 공개한 1974년 이후의 문화훈장 수훈자 명단 정보공개 자료 살펴보기 (구글스프레드시트)

금, 2019/12/06- 12:45
1
0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지난 4월 9일 각 정당들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국회 정보공개와 기록관리 정책제안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위성정당을 제외한 31개 정당 대상 발송)

1. 국회의원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화

2.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3.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정책제안 전문] 투명한 국회를 위한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정책제안 ◀ 클릭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정책제안에 총 5개 정당이 답변을 해왔습니다. 응답해온 5개 정당은 모두 21대 국회에 당선되면 국회 정보공개 및 기록관리정책에 동의하고 이를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정책제안에 응답해온 정당은 아래와 같습니다(가나다순).

1. 기본소득당

2. 노동당

3. 미래당

4. 민중당

5. 정의당

정보공개센터가 각 정당들의 21대 총선 정책 공약을 확인해본 결과, 시민들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한 별다른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의 정책 질의에 응답한 5개 정당은 모두 소수정당들 뿐이었습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정책제안 질의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 투명성과 책임성, 정보공개와 체계적인 기록관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여 심각한 유감을 전하는 바 입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해당 정책제안에 응답해온 정당들과 적극 협력하여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를 체계화 하고, 국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첨부. [각 정당별 회신 답변서]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0_기본소득당.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3_노동당.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2_미래당.hwp

200413 정보공개센터-민중당 답변.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09_(정의당).hwp


수, 2020/04/15- 01:24
1
0

지난 619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자 야당인 미래통합당 측은 개정안을 인사청문회
프리패스법
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또한 여러 언론들도
각기 보도와 사설 등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보내는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그런데 사실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대한 청문절차를 별도로 두고 이를 비공개화 하려는 국회 차원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오히려
매우 빈번하게 발의되고는 했었죠
. 그럼 이번 개정안과 유사하게 윤리·도덕성에 대해 비공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 중반이 넘어서고 있는 현재까지, 정확하게는
2013 2 25
부터 현재
(6 24)까지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모두
90개 안에 이릅니다. 이는
7 4개월 동안 한 달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매달 한 건
씩 발의된 꼴이죠
.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225일부터 2017
310일까지 약 4 2주에 이르는 시간 동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발의는 총 43차례
이루어 졌습니다
. 그리고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을 비공개화 하자는 같은 골자의 의안 발의는
6번이나 반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서 말이죠.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1906543

권성동
(등 12인)

새누리당 2013-08-26 윤리 검증을 위한 제1차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차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제1차인사청문회 비공개
1909419 강은희
(등 13인)
새누리당 2014-02-17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1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인사청문회로 이원화, 제1인사청문회 비공개
1910597 윤명희
(등 15인)
새누리당 2014-05-14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어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 완료 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및 상임위원회에서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청문회를 실시
1911287 김영우
(등 12인)
새누리당 2014-08-01 공직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공직후보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은 비공개로 진행 하도록 함
1913503 장윤석
(등 12인)
새누리당 2014-12-31

도덕성심사소위원회를 둠으로써 이원화. 도덕성심사소위원회는 비공개 및 심사와 관련하여 알게 된 사항이나 취득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

2005799 윤안홍
(등 12인)
새누리당 2017-02-24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검증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는 비공개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어떻냐고요? 인사청문회를 부분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실은 이미 4차례나 발의된 적이 있었죠.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지난해 9월에는 공직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속에 관한 내용
, 윤리 검증에 관한 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비공개 사전 검증을 신설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세 차례나 거의 동시에 발의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2022475 이석현
(등 11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공직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
2022484 이원욱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고, 윤리에 관련된 검증은 인사청문소
위원회에서 비공개로
2022499 정성호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7 예비심사소위원회에서 비공개 사전 검증를 신설
2024664 문희상
(등 19인)
더불어민주당 2020-03-04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여
실시하되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
2100781 홍영표
(등 46인)
더불어민주당 2020-06-01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 실시, 공직윤리청
문회는 비공개



이렇게 놓고 보자니 인사청문회의 윤리·도덕성
청문의 비공개화는 양당이 여당이 되면
, 그리고 굵직한 인사청문회 뒤에 으레 발의되는 법안인 듯한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 그런데 왜 아직까지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을까요? 우선
발의만 되면 야당들이 전면적으로 반발했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면서 기존 인사청문회를
형식적인 깜깜이 청문회로 퇴색시킨다는 정치적인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사뭇 분위기가 다른 느낌입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발의 의원이 무려
46명에 달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뚫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듯합니다
.


기존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말 기존에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했던 청문회를 일부 비공개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 오히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공직후보자들의 윤리·도덕성의
문제들이 비공개 되거나 여야간 정치적 타협거리가 되지는 않을까요
?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 양당의 소속 의원들은 스스로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를 성찰하지 않은 채, 공직후보자에게 높은
윤리
·도덕적 책무와 국회의 이성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현재 청문회
제도를 시대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퇴행시키며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점을 취하려고 합니다
. 여기에 정부는 사전 검증을 허술하게
거쳐 공직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게 정쟁의 덜미를 제공해 놓고 청문회 제도와 국회를 탓합니다
. 이런 한국정치의
총체적인 이기심과 게으름 속에서 결국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소중한 알권리 뿐입니다
.


2100781_홍영표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4664_문희상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99_정성호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84_이원욱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75_이석현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05799_윤안홍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3503_장윤석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1287_김영우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0597_윤명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9419_강은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6543_권성동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목, 2020/06/25- 02:18
1
0



지난 7월에는 시민들의 생계와 사회적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된 것입니다.

먼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들이 아무리 적어도 이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돌아오는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월급 환산시 1,822,48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이니 1.5%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인데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등 많은 영세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애초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생각해볼 때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 상승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안을 최악으로 평가하고 최저임금제도 개혁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진 최저임금에 비해 '기준중위소득'은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중위소득이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구별 소득의 정확한 수치는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 가구원에 따른 추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산정을 포함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각종 복지사업에 있어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복지의 대상과 수준이 크게 달라지게됩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에 따라 지급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기준중위소득이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발표되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설립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협의해 결정합니다. 기준중위소득의 경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관계부처 공무원 6명, 전문가5명, 공익위원 5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대표로 인정되었거나 정부에서 위촉한 소수의 인원이 협상하여 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결정금액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정작 결정에 이르기까지 각 입장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최종결정이 이뤄지는지는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위원회 회의들이 시민과 언론에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년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최저임금의 경우,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부터 지금까지 9건이나 상정되었지만 실제 개정은 이루지지 못했습니다. 기준중위소득 결정과정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위원회의 구성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행정의 주도로 이뤄져 투명성이 더욱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18대-21대 최저임금 회의공개 관련 법안]

사실 개별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의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차원에서 공개를 할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상위법의 강제 조항이 없는 한 행정이 스스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행정이 주도하는 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은 각 사회운동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때문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모든 위원회 회의는 공개'임을 원칙으로 하는 '회의공개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하는 회의나 국정감사, 청문회의 경우 시민들이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속기록으로도 남겨집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레전드 짤'이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의원별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책이나 인사결정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려 22년 전,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졌던 주요한 취지는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까지도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꽁꽁 숨기는 관행을 깨고 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는지, 누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더 많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행정에서는 회의가 공개되면 위원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발언을 하겠냐는 우려를 내세워 회의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표성을 가지고 주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위원이라면 발언이 공개되는 정도의 책임감은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처럼 주요한 회의가 중계는 고사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항입니다. 주요한 회의는 행정에서 선제적으로 중계나 방청을 시행하고 속기록을 충실히 남겨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21대 국회에서는 하루 빨리 회의공개법을 제정해 현장에서 적용되는 주요한 결정들에 대한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회의공개 관련 활동

목, 2020/08/13- 23:58
1
0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 잇따라 직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방단치단체의 성폭력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는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에 대해 밝히면서 비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직적이고 권력적 관계에서 노동자로 겪었던 어려움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이어졌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강한 권력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를 '모시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침묵하기를 강요 받거나, 조직 내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고충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도청 공무원 간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고충처리를 위한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참모 조직도 알고 있었다.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은 비전문가인 내부인 위주였다. 심지어 한 심의위원은 심의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어떻게 이 사건을 언론이 알게 되었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했다고 들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해준 셈이다.

책, [김지은입니다] 표지

김지은씨의 증언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피해 예방 및 사건 처리를 위해 구성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여 적극적인 신고와 증언을 가로막았음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고충심의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후 '성희롱이 아니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9건의 성희롱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지고,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미투 운동'의 사례처럼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충남도청의 성 고충 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안희정은 수시로 충남경찰청장과 지역 검사장들과 통화했다. 대체 누구에게 신고를 해야 해결해줄 것인가? 아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란?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이 성희롱인지 그 여부를 결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조직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은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로 성희롱·성폭력의 판단,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안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막대한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

[시행 2020.02.03.]

제13조(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1. 성희롱·성폭력의 판단(2차 피해를 포함한다)

2.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3.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광역자치단체마다 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6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당연직 위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위촉한 위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 위원 등으로 구분합니다. 특정 성별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점 역시 공통적입니다. 보통 여성 의제를 다루는 담당 부서의 장과 인사나 감사 담당 부서의 장이 내부 위원에 포함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이 지명한 1인 이상의 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시행 2019.04.10.]

제14조(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ㆍ구성)   ① 시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사안의 처리를 심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 <개정 2019.4.10.>

②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6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국장이 된다. <개정 2019.4.10.>

④ 위원은 남성 또는 여성의 비율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되며, 당연직 위원은 인사ㆍ복무 및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부서장 및 감사부서 조사 업무 담당 사무관으로 하고, 당연직 외의 위원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공무원 및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 중에서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되, 민간 전문가가 2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신설 2019.4.10.>

⑤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 1명을 두되, 간사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사무관이 된다. <신설 2019.4.10.>

⑥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신설 2019.4.10.>

⑦ 당연직 위원의 임기는 그 직에 재임하는 기간으로 하며,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제4항에서 이동 (2019.4.10.)>, <개정 2019.4.10.>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과거 충청남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가 도청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묵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따라서 지난 6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과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의 고충심의위원의 성명과 직위, 성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기준으로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위원의 성별 비율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위원 비율은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광역지자체 성명 성별 직위 위촉일 당연직/위촉직
강원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위원장 당연직
강원 고정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2019. 7. 1 ~ 현재 당연직
강원 박동주 강원도 총무행정관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홍성호 강원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조창배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 2019. 10. 10. ~ 현재 당연직
강원 김웅희 강원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소통국장 2020. 1. 22. ~ 현재 위촉직(노동조합)
강원 허애경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유정흔 젠더십향상교육원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2020.07) 링크

 정보공개 청구 결과, 먼저 경기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부산광역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상설기구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지자체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충심의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사건을 처리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 중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있는만큼, 빠른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해야할 것입니다.

 나머지 13개 광역지자체에는 모두 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이하게도 '인권옴부즈맨 회의'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관련 지침에서 고충심의위원회를 이 '인권옴부즈맨 회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현재 고충심의위원회를 따로 운영하지 않으며, 인권옴부즈맨 회의를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인권옴부즈맨 회의가 인권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 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노동, 장애인, 이주민, 학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지만 여성 분야 전문가로는 광주여성재단 대표 한 사람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옴부즈맨의 본래 역할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 및 권고인 이상, 해당 기구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고충 처리 기구를 두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온당한 방향입니다.


당연직 위원들은 왜 남성이 대다수일까?


 광주광역시를 포함하여 고충심의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있는 전체 위원들의 성별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 101명의 위원 성별 비율은 1:1에 가깝지만, 특징적인 것은,  간부급으로 구성하는 당연직 위원은 남성이 대다수고, 외부 전문가 위원은 여성 전문가를 다수 위촉한 경우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광역지자체

당연직 위촉직(노동조합) 위촉직(외부전문가) 총계
강원 5 1

3

6 3
경남 3 1 1 1 1 4 3
경북 2 1 2 1 2 4 4
광주 1 3 3 4 3
대전 3 2 2 3 4
서울 3 1 1 2 1 6 5 9
세종 4 1 2 4 3
울산 2 1 1 2 4 2
인천 1 3 1 1 2 4
전남 3 1 1 2 3 4
제주 3 2 1 1 3 4 6
충남 4 3 4 3
충북 4

2

4 2
총계 38 12 7 6 6 32 51 50


14개 광역지자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표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강원도,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충청북도의 경우에는 당연직 위원, 노동조합의 위촉 위원 등 공무원 위원들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위원 구성에 있어서 인사 및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데,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더 관점에 기반하여 사건 처리에 나서야 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위원의 성별이 남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특히 또 대다수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남성 공무원 위원이 맡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관료 조직 내부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 민간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공무원 위원들의 입장 때문에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관철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충심의위원회 구성에 관한 지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공무원 위원과 민간 전문가 위원의 수를 동수로 하고, 위원장 역시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원이 공동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위원장 자리를 민간 위원이 함께 맡도록 하고, 민간 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위원회의 운영이 시청의 조직 논리에 맞춰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위원들 중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 자체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에서 위촉한 위원들은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통해 위원회에서 여성 공무원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작동하지 못한 매뉴얼

마지막으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폭력·성희롱 예방지침이 기관장이 가해자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문제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모범적인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았음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시사in 기사( ‘조직은 사각지대였고 구제 채널은 침묵했다')의 분석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등장하는 주체는 기관장, 관리자, 행위자, 피해자로 나뉘어 있지만, 여기서 기관장은 해당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 성희롱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주체로서만 언급될 뿐"입니다. 즉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역시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잘 정비되어 있지만,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에는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맡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살펴본 결과, 시장이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된 초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충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은 잘 갖춰졌지만, 정작 비상 상황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입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관련 문서들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 시스템의 재정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자신이 광범위한 2차 가해에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의 미비가 피해자의 괴로움을 가중시키고,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갈등과 상흔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김지은입니다]의 증언은 안희정이라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관료 조직'에서 '젊은' '계약직'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의 경험, 그리고 이를 호소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수많은 정부·공공기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과 처리 역량을 갖춘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문제들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미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다른 기관들은 문제가 없을까요? 단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아닐까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과제는, 자신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용기에 연대하는 것에 더불어 아직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단계일 것입니다.


화, 2020/08/25- 21:29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