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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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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익명 (미확인) | 화, 2019/01/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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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서울 용산구 청파동이나 남영동, 후암동, 원효로 일대를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주택이나 적산(敵産)가옥을 자주 만난다. 용산고 건너편 후암동 언덕길에는 이곳이 마치 일본의 어느 마을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 십여 채의 일식 주택이 늘어서 있다. 숙대입구역 동편 먹자골목에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50년의 전통을 지닌 부대찌개 집들이 여전히 공존한다. 주변에 오랜 세월 동안 존재했던 일본군 사령부와 주한 미군이 남긴 이중 식민의 흔적이리라. 이제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느낄 만큼 이런 적산가옥이 점점 사라져 간다.

숙명여대 올라가는 길의 청파동 골목 한 귀퉁이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있다. 서울에서도 전통적인 골목이 많기로 유명한 청파동 골목 안에 있는 이 박물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직 그다지 없는 듯하다. 지난해 여름 개관식을 한 신생 박물관이다. 이곳은 ‘기억과 성찰’을 주제로 식민의 상흔과 항일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건물 2층 86평의 면적이 일제 침략사,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채워졌다.

한국 근대문학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땅의 문학과 역사, 제도에 촘촘히 스며든 일본(문화)의 영향을 새삼 생생하게 절감한다. 어찌 문학 연구에 한정되는 일이겠는가. 정치, 경제, 건축, 교통, 법률, 교육, 더 나아가 이 땅의 근현대 자체가 일본의 그림자와 이식(移植)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생각해 보면 일본에 대한 극복과 저항 역시도 ‘네 칼로 너를 치리라’는 문제의식 아래 일본에서 배운 지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땅의 역사, 식민의 모순과 질곡, 그 상처와 저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도 일본에 관한 면밀한 공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리라.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일본을 잘 안다고 착각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소설가 최인훈, 비평가 김윤식 등 일본이 우리 문화와 현실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직접 체험하며 누구보다 일본 문화와 지성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는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 미군 용산기지 터에는 1200여채의 건물이 남아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다. 이런 식민지 유산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파악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식민의 흔적을 상징하는 용산 미군기지 터의 옛 건물 한 곳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확대 이전하는 것도 식민의 기억을 응시하기 위한 뜻깊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단지 찬란한 전통에 대한 환기나 낙관적 역사 인식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 김수영이 읊었던바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는 그 슬픔과 분노의 미학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을 때, 그래서 이 땅의 역사와 피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식민을 넘어서는 전망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이즈음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최악의 한·일 관계에 봉착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일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식민의 기억에 대해 정직하게 응시하는 게 필요하겠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의 건립 과정에서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1억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그 마음이 단지 한·일 화해를 위한 움직임만은 아닐 것이다. 양국 간에 존재하는 역사적 상처와 업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겠다는 마음이야말로 성금을 기꺼이 보내게 만들었으리라.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를 식민의 기억을 온전히 인식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용산 곳곳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기억하고 보존하며 탐사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리라. 그러기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 86평의 공간은 역시 너무 좁은 게 아닐까.


<2019-01-15> 서울신문

☞기사원문: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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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은  달달이  내리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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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8/02/0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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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연구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기능에 문제가 생겨 글쓰기 버튼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조속히 원상 회복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소에 적대적인 일부 인사가 일시적인 기술적 사고를 왜곡하여 연구소를 비방하는 데 악용하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는 이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무국.

금, 2018/04/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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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는 그 동안 비뚤어진 기득권층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신 훌륭한 단체입니다.  잘못된 식민사관을 바로잡고 역사를 통해 미래를 생각하는 바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모인 단체로 늘 응원하고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IDS홀딩스 김성훈의 채권자 파산신청을 검색하다가 대리인이 이 단체 고문으로 있는 정만순 변호사님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는 IDS홀딩스 김성훈의 유사수신. 사기 피해자입니다.

열심히 사는 소시민으로 우리 사회가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이길 바라며 희망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IDS홀딩스 사기사건으로  가정경제는 뿌리채 흔들려 앞날도 희망도 계획할 수 없는 어두운 현실에 맞닥뜨렸습니다.  사기사건은 곧 경제살인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것은 법은 피해자 편이 아니었습니다. 사기꾼은 오히려 여러 변호사들에게  둘러쌓여  보호받는데 정작 피해자는 어떤 법적 보호 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고문으로 계신 정만순 변호사님!

부디 사기꾼의 파산을 돕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12000명의 피해자가 있는데  십여명의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고 이에 사기꾼 김성훈은 파산시켜달라 판사에게 적극요청하고 있습니다.  사기꾼 공범들의 지휘와 선동으로  정보가 부족한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루빨리  김성훈을  파산시켜달라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땅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정의로운 일입니다.

정의로움이  있어야 가치있는 일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사회는 IDS홀딩스 뿐만 아니라  유사수신 사기피해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고통속에  있습니다. 더이상 사기꾼이 이 사례로 답습하지 않도록 바로잡는 것도 이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사기사건은 경제살인입니다.

부디 정의가 아직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 2017/12/0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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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의 피해자의 한사람으로

하루하루 절망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변제해준다는 말만믿고 기다렸지만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않고

단한푼의 변제도 받지못하였습니다

 

그런데  파산을 하여 면책을 받겠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12,000명의 피해금에 대한 파산을

극히 일부인 29명의 파산신청인이 대표하여 진행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29명이 만명을 대신할수는 없습니다

파산이 받아들여진다면

만명의 피해자들이 또한번의 절망적인 일을 겪는것입니다

더이상의 피해를 보지않도록 파산을 막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목, 2017/12/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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