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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 산업화론’이 낳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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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 산업화론’이 낳은 괴물

익명 (미확인) | 화, 2019/01/15- 14:35

녹지병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③ 제주 영리병원이 철회돼야 하는 이유

‘호구’는 원래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바둑에서 상대편 바둑 석 점이 이미 포위하고 있는 형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속에 바둑돌을 놓으면 영락없이 먹히고 말기 때문에 그곳이 꼭 잡아먹히고 마는 범의 아가리 같다고 하여 호구(虎口)라 이름 붙은 것이다.”불허 시 천억 원 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며 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외국인에 한정하겠다는 방침에 녹지그룹이 반발하면서 결국 제주도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영리기업에게 병원을 맡기겠다는 발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범의 아가리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영리병원을 불허하라는 도민들의 공론조사 결과를 헌신짝처럼 팽개치더니 꼼짝없이 외국기업에 호구 잡힌 꼴이다.문제는 부족한 정치인 한 명의 악수(惡手)가 전국에 미칠 치명적 결과다. 영리기업에게 내국인 진료금지는 ‘경영권 침해’일 뿐이다. 녹지그룹에게 있어 환자란 ‘고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금 그 냉혹한 맨 얼굴을 확인하고 있는 이런 자본의 생리가 의료에 침투하면 생명과 건강은 수단으로 전락한다. 돈벌이 기업의 입장에서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은 영락없는 호구일 뿐이기 때문이다.제주에서의 영리병원 허가로 물꼬가 트이면 이내 전국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각종 돈벌이 기업들이 하나 둘 숟가락을 얹으며 의료체계 전체를 기어코 시장의 논리가 횡행하는 곳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영리병원은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8곳 경제자유구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생겨나면 건강보험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다. 지금 국회에는 마치 제주 영리병원을 기다렸다는 듯 영리병원에 날개를 달아줄 각종 의료 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어 곧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들은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정책이 낳을 미래를 보여준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을 보자.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같이 입증이 충분치 않고 효과가 불분명한 의약품을 임상시험도 다 끝나기 전에 환자한테 시술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박근혜가 사랑했던 줄기세포 붐을 다시 일으키자는 것일까? 환자에게 위험천만한 규제완화를 통해서 말이다. 녹지병원에 앞서 제주도에 들어오려던 ‘싼얼병원’은 중국에서 줄기세포시술을 하던 병원으로, 제주도에서 불법 시술을 할 우려 때문에 불허됐다. 녹지병원 역시 실질적 운영주체로 지목되는 BK성형외과가 줄기세포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줄기세포 규제완화와 영리병원은 한 몸 같은 관계다.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어떤가? 새로운 의료기기가 환자에게 사용되기 전에 필요한 안전·효과 검증을 하나마나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체가 평가기준을 스스로 설정해 허가 신청을 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시험 보는 학생에게 문제를 만들어 제출하게 하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의료기기를 허가해서 환자한테 몸소 써보고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사후에 발견하면 된다는 취지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규제가 어렵고 엉터리 의료기기가 판치기 쉽다.

심히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 청부입법일 만큼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 전체가 의료를 통한 경제 활성화의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발상과 정책기조가 결국 영리병원이라는 괴물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의료는 값비싼 상품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 의료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막무가내 식 규제완화론에는 공허한 경제성장의 논리, 투자와 이윤의 논리만 무성할 뿐이다. 계속해서 정부가 의료를 ‘산업’이라 부르며 우리의 생명을 기업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려 한다면, 결국 녹지병원은 자리를 잡고 뒤를 이어 제2, 제3의 영리병원이 등장할 것이다.물론 원희룡 지사에게 가장 큰 허물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중앙정부로서 역할과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영리병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행동에 나서야 하고,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운 의료상업화 정책 기조를 중단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추진돼온 의료민영화 정책이 영리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다시 국민들이 나설 때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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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전쟁과 역병, 환경 재난에 맞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기획특집]

‘몬산토’의 발암물질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사용 금지를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형 / 이상윤

한국 화학물질의 유통 현황 및 관리의 문제점 / 김신범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 윤정원

미나마타병의 역사와 현재 / 이타이 야에코(板井 八重子)(번역 이수정)

 

[시론]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돌아보며 / 백도명

 

[쟁점]

담뱃갑 경고그림, 규제개혁위원회, 그리고 보건의료운동 / 조홍준

 

[번역]

경구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 정책적 결정인가 정치적 고려인가? / 박정은

 

[영화로 보는 의료]

기업, 독성물질, 건강: 우리의 ‘실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 채민석

 

[야옹선생의 자연주의 육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역사와 의료]

한국 물대포의 역사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5 / 노태맹

 

[서평]

숨기고 감추고 조작하고! / 리병도

 

[국제]

「3.11」과 민이렌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코리아에이드: 한국형 원조라는 이름의 역행 / 장효범

 

[팩트시트]

의료비 100조 시대, 건강보험 흑자의 의미는? / 이은경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하여 존(zone)은 울리나? –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등장한 배경과 그 내용 / 최규진

의료법인 인수 합병의 문제점 / 정형준

사회보험재정 투자활성화 방침의 문제점과 대안 -건강보험 중심으로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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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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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자의 글

경제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 노동법 개악과 의료영리화 / 우석균

 

특집기획

과학기술학과 첨단의료기술: 몇 가지 화두 / 김명진

줄기세포 거품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 김병수

한국의 원격의료, IT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인가? / 김형성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난소 절제를 통해본 젠더와 현대의학 / 윤정원

 

쟁점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은 의료서비스와 환자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이상윤

노동조건 후퇴는 노동자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김형렬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하여 / 공유정옥

 

시론

역사를 거스르는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정책 / 김정범

 

연구보고서

건강보험 흑자, 무엇이 문제인가? / 이은경

 

영화로 보는 의료이야기

휴 그랜트의 선택(Extreme Measures, 1996) / 채민석

 

역사와 의료

다시 돌아온 ‘체공녀’와 ‘굴뚝남’의 시대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2 / 노태맹

 

서평

감염병과 인문학 / 김성아

 

국제

화분 모델과 큰 나무 모델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메르스 그 이후 : 우리는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하나? / 장효범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한 협정인가: TPP 협정의 문제점 / 남희섭

보건의료 관점에서 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문제점 / 우석균

한국 공공의료의 모범이 될 시민이 주인인 성남시의료원을 기대하며 /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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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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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비관적인 것은 오히려 이른바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 정권 심판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난 선거결과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여도 야도 심판을 받았다면, 그 심판으로 약진을 해야 할 것은 진보정당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득표에서 가장 앞선 진보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인식되지 못했다.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벌인 진보정당들은 지역이나 노동자들 속에서 자신의 근거를 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은 참으로 놀랍게도 정권을 심판했고 보수야당과 또 진보정당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결국 문제는 민중들의 ‘보수화’가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즉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신발 끈을 묶어야 할 때, 라는 생각을 하는 선거 다음날이다.

- 편집자의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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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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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격리실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또 다시 국가는 어디 있는가를 묻는다. 어느 때이건 내가, 내 가족이 아프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를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이 상황에서도 내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다. 이조차 정부가 알려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정보를 나누고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사람들이 나누는 귓속말을 ‘괴담’으로 몰아가고 조금 큰소리로 말하면 잡아가겠다고 한다. 국민을 도와야 할 국가는 없고 정보를 알려주어야 할 역할조차 하지 않으며 살길을 찾는 국민들을 범죄자로 몰아간다.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애초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도 없었을 일이다. 이른바 B병원에서의 초동대응이다. 정부는 한 병실에 있던 사람들만 격리조치 했을 뿐 8층 같은 병동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병동을 비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병동 입원 환자들 중 상당수가 메르스 확진환자로 드러났다. 이 환자들을 격리하지 않고, 또는 병동에서 내보내기까지 했다면 그 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원환자들이니 결국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것이다.

정부 초동대응의 문제는 환자를 놓친 것만이 아니다. 사실 정부는 환자들을 지역사회병원으로, 또 더 먼 병원까지 흩어놓았다. 그리고 이 환자들이 제2의 감염원이 되어 3차 감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어디 있었나를 넘어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질렀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B병원의 같은 병동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대로 그 병원에 가두어놓아야 했을까? 민간 중소병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을 텐데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이것이 정말 따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그 8층 병동의 환자들은 그러면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그 8층의 환자들을 보낼 병원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서 격리했어야 할 터인데 자신들의 입원환자를 비우고 그 환자들을 받아줄 병원이 그 지역에는 없었다. 아니 한국의 어떤 지역도 그런 병원은 없다. 바로 적절한 감염격리 시설을 갖춘 지역공공병원 말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이 바로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위험 감염병 환자 30명이 넘어간 시점에, 이미 환자들은 서울의 국가중앙병원급 격리병실을 다 채웠고, 벌써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다. 의심환자와 격리대상자까지 따지면 이미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해결능력을 넘어버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30명 환자가 국가재난이 된다. 이것이 105개 국가지정 격리병상(‘병실’숫자로 세면 이보다도 적다)의 실체이고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의 실체다.

신종플루 때 영국의 대응과 매뉴얼을 따져보는 것이 지금 우리 상황을 이해하는데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의 1차 동네의원들은 환자들을 그 거점병원으로 보낸다. 핫라인도 개설되어 질병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의심이 되면 각 지역의 거점병원을 알려준다. 감염병이 확산되면 그 지역 거점병원은 입원환자들을 주변 병원으로 보내고 감염병동을 운영한다. 이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물론 감염격리병실과 감염격리병동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영국만의 예가 아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대응매뉴얼은 대체로 이와 같다.

그런데 이런 대응이 가능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병원 중 공공병원이 상당한 비중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음압격리병실(약한 음압이 걸려 병실 내 병균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과 음압격리병동까지 갖추려면 돈이 든다. 병실의 공기조절을 별도로 해야 하고 전기료도 많이 든다. 또 격리병실은 평소에는 환자가 없을 수도 있어 ‘비효율적’이고 돈을 못 벌 수 있다.

별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한다 싶겠지만 바로 이 때문에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민간병원에서는 이런 병실을 짓지 않는다. 병실도 이런데 음압격리 ‘병동’은 말할 것도 없다.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공공병원만 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몇 안 되는 격리병실과 격리병동의 거의 대부분을 공공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병원은 몇 개나 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3%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80%가 넘는다. 가장 적은 미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공립병원이 30% 정도다. 최소한 지역병원 3개 중 하나는 공립병원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은 어떤가. 병원수로는 6%, 병상수로는 10%다. 병원 20개 중 하나만 공립병원이라는 소리다. 이런 한국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감염격리병실 혹은 병동을 갖춘 지역거점병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온 나라가 난리인데 무슨 공공병원 이야기를 하는가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병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50년 주기’ 홍수 대비 댐이 없으면 홍수에 대한 방도는 없다. 소방서가 수익성 때문에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장비를 갖추어 놓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한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필수 의료시설인 감염 격리시설이 절대부족한 상황이 바로 지금 한국의 상황이고 바로 이 때문에 30여명 환자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다. 소방서 20곳 중 1곳만 돈 안 따지는 소방서인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가 정상일까.

공공의료체계는 댐이나 소방서 같은 ‘사회적 인프라’다.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제 환자가 더 늘어나면 병원 마당에 텐트라도 치고 컨테이너라도 들여놓아야 할 판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공중보건의료체계의 파산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병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민간병원들이 수익을 따지기 전에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국가는 없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국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ㆍ의사

목, 2015/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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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관련 사진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공공의료 확대 없으면 ‘의료 후진국’ 못 벗어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거의 퍼지지 않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발병국이다. 중동을 거쳐온 2~4명 정도의 내국인을 성공적으로 방역 차단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와 비교해 볼 때는 ‘의료 후진국’이란 말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런 놀랄 정도의 감염병 확산을 아직도 단순히 ‘운이 없다’거나, 몇몇 실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선 먼저 밝힐 객관적 자료만 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결핵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OECD 평균의 8배 정도다(2011년 OECD healthdate). 다재내성(여러 결핵약이 듣지 않는) 결핵 감염자 비율도 높다. 참고로 결핵은 공기감염질환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결핵도 방치했는데, 메르스에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이번 메르스 창궐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2003년 사스의 잘못된 교훈

혹자는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아래 사스)을 한국이 잘 막았다는 사실을 들추어 낸다. 당시에 중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한국은 3명의 감염자에서 추가 전파를 차단했다.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한 대책팀과 일선 의료진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왔던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가 ‘지정병원’ 부족 문제였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어찌보면 공항 방역과 초기 대응의 적절함으로 인해, ‘지정병원’ 문제가 2순위로 밀린 측면이 컸다. 도리어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체화시킬 계획이 제출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사스 전염 교훈에서 만들어진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중요한 점은 당시에도 민간병원이 진료를 거부해서 공공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진료했다. 때문에 공공병원과 격리병상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해결책으로는공공병원을 늘리는 문제보다는 질병관리본부 등을 만들어 민간병원을 포함한 한국 의료체계에서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방역을 위한다는 방향이 실행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선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관리하려면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에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격리치료에 동원되었다.

아쉽게도 2003년 사스 감염 이후에도 공공병상 비율은 계속 축소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 폐원까지 이루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의료 환경이긴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공공병원은 기관 수로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OECD 평균 70%와 비교해도 말이 안되고,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의 27%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5% 안에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상 실질적인 공공의료기관은 눈씻고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인 적정진료나 진료표준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민간의료기관이 진료를 기피하는 빈곤층 진료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의 빈곤층 진료 비중은 민간의료기관의 10배 이상 높다. 그런데 ‘의료산업화’가 추진되면서 공공의료기관도 경영능력으로 평가받는 구조가 되었다. 빈곤층을 주되게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만큼 수익성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도 취약해지고, 재투자가 안 되어 병원시설과 장비도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그래서 국민들도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점차 잊어버리고, 공공의료기관은 그저 전염병이 돌거나, 재난시에만 필요한 것인냥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나마 지금 존재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수익성 없는 빈곤층 진료와 감염병 진료를 하고 있어, 여타 공중보건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 대표적으로 결핵 감염자들과 에이즈 감염자 같은 감염 질환자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입원치료하거나 통원한다. 적은 수의 공공병원이 공중보건의 최전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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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착용 필수가 된 삼성병원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본관 앞으로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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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 창궐의 2차 발원지는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확진하고도, (자의든 타의든) 이를 공표하지 못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메르스의 전파경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무려 3일 동안 방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공개가 늦었다는 점이고, 그 이유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영상 고려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감염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확진된 환자(35번)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막상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경우다.

수지타산을 중심에 놓는 민간의료기관이 감염병을 제대로 관리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큰 기대이긴 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최소한 공공병원이 전체의 30%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0%가 안 되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집권 공약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이 있었다. 물론 이 약속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못했다. 공공병원 부족은 감염질환 치료병상의 부족뿐 아니라 2차적인 문제점도 많이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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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 바깥에는 외벽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변에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번 메르스 확산은 공공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유탄’이 되어 돌아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수용을 위해 기존의 입원환자를 전원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서울의 시립병원은 결핵병동 한 층을 격리병동으로 소개하면서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이들은 가난해서 혹은 감염질환이라서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메르스 확산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상을 활용하려다 보니 빈곤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경우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시립병원에 결핵환자, 에이즈 감염자들이 상당수 입원해 있는데, 이런 면역저하 및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은 치명적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수인 병원에, 격리시설이라지만 메르스 확진자들을 모아두는 것은 어찌봐야 할까? 결국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 때문에 위험은 고스란히 빈곤층이 짊어지고 가는 셈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공공의료법이 바뀌어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지원을 하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황당한 공공의료법은 이명박 정부 때 소리소문 없이 통과된 법이다. 암튼 홍 지사의 이야기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 메르스 창궐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현재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과 보건소에서 메르스 확진자를 보낼 ‘치료병원’이 없어 고생하고 있고, 메르스와 관계없는 환자들도 ‘메르스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 및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공공병원이 거의 없으니, 감염질환 하나에 모든 의료체계가 와해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의 공공병원인 왕립 셰이크 칼리파 병원 위탁을 서울대병원이 했다며 자랑했다. 막상 국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원을 승인하고, 공공병원이 없어 감염질환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말이다. 중동의 공공병원 위탁운영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공공병원이라도 제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이번 감염확산으로 얻을 교훈 중 하나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메르스는 물론이고 결핵 후진국의 멍에도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15.06.11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화, 2015/06/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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