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민선7기 오거돈 시정에 문화예술정책이 있는지 답하라
민선7기 오거돈 시정에
문화예술정책이 있는지, 답하라!
지난 11월 18일, 휴일 오전에 발표된 오페라하우스 공사재개 기자회견은 민선7기 오거돈 시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부산시는 그간 여러 차례의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지금, 여기, 이대로”가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으로 제대로 된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고뇌에 찬 우려와 걱정을 비껴갔다. 이에 앞서, 11월 8일 시의회에 제출된 2019년 부산시 예산안 중 문화예술 예산의 현저한 삭감에 대해 우려하는 시민들의 예산안 재편성 요구도 있었다. 또한, 11월 21일 입법 예고된 조직개편에서 문화복지진흥“실”이 도로 문화관광“국”으로 격하된 데 대해서도 깊은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민선7기 부산시 문화예술정책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와 관련해 건강한 시민들의 상식적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묵살됐다. 이는 부산시민들에 대한 무시와 오만이 아니면 무엇이라 말해야 하는가? 참을 수 없는 부산문화예술정책의 가벼움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재개하면서 오거돈 시장은 BPA와의 협약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마련했고, 그동안의 불통을 극복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특정인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활용가능한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창의문화벨트와 역사문화벨트를 양 날개로 삼아 “북항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나서서 “창조적인 내용과 자유로운 영혼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듣기에 이 중에서 “800억을 제공받았다”는 내용 말고는 어느 것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참으로 물정모르는 부박하고 공허한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첫째, 돈보다 사람이라는 철학의 부재다. 민선6기에서 졸속하게 추진됐던 오페라하우스 문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권고했던 인수위의 입장은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보다는 기초 문화예술 생태계 복원이 무엇보다도 우선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돈보다 가치에 착안해 부산의 문화예술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향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 가를 고민했던 결과라 여긴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들 거의 대부분이 최소 5천억에서 많게는 1조 2천억에 지어졌다. 부산시가 벤치마킹 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역시 7천 8백억이 들었다. 그에 비해 고작 2천 5백억으로 무늬만 흉내 낸 오페라하우스를 정녕 이렇게 허겁지겁 지어야 할 것인가? 돈을 만들었으니 그대로 짓자는 발상이 얼마나 궁색한지, 그리고 지난 정권의 토목마인드와 뭐가 다른지, 답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의 전당”이 건립당시 예상과는 달리 현재 70~80억의 적자충당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오페라하우스라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의 기자회견에서조차 여전히 운영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방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데, 연간 수백억에 달하는 운영비 대책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도, 답해야 한다.
둘째, 불통을 해소했다고 했는데, 누구랑 소통했는지? 9월 5일 <오페라 하우스, 이대로 좋은가?> 제1차 시민대토론회와 11월 9일 <모두를 위한, 모두가 누리는 부산공연문화예술> 제2차 시민대토론회 때 참석한 담당직원들이 도대체 무엇을 듣고, 무엇을 봤는지, 또 무엇을 보고했는지?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든 시민들이 하나같이 부산 문화예술의 참담한 현실을 토로했고, 아울러 지금 같은 오페라하우스가 그대로 지어졌을 때 불을 보듯 뻔한 폐해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함께 했던 음악인들의 간절한 지적과 바람이 절절했음에도 어느 한마디도 반영되지 않았다. 전달되지 않았다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고, 들었는데도 무시했다면 시장의 무지요 오만이다. 무엇보다도 시민과 예술인이 주최한 시민대토론회가 두 차례 있었을 뿐, 시가 주최하거나 주관한 공론화의 장은 전무했다. 도대체 누구와 무슨 소통을 했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
셋째, 시민들이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개념은 어디서 나왔는가?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면 오페라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책 없이 이런저런 기능을 덕지덕지 붙여 더 괴상한 공간을 만들려면 그냥 원래대로 지으면 될 일인데, 365일 24시간 활용가능한 공간이라는 말은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개념이다. 과연 전면적인 재설계로 365일 24시간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을 진정 원한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
넷째, 역사 벨트와 창의 벨트라는 양 날개를 단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으로 “북항의 기적”이 올 수 있다면 시민들은 참으로 행복해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항의 기적”은 그렇게 해서 오지 않는다. 기존의 역사문화 자원을 선으로 이은 역사문화벨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민공원에서 북항을 잇는 동천축 생태문화창의벨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불과할 뿐이다. 공간지리적 동서 방향이 날개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오페라하우스가 그 중심 앵커시설이 될 수 있는 지는 더 큰 의문이다. 부산시민들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슬리퍼 신고 가서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평화와 누림”을 원할 뿐이다. 과연 이러한 시설들이 부산시민들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답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민선7기의 문화예술행정이 왜 이다지도 거칠고 성급한지 그 까닭이 궁금하다. 물질에서 사람으로, 가격에서 가치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사고와 철학을 전환하고 그를 실천해 새로운 시정을 펼치는 것을 마다할 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지난 정권의 물질 중심적 행정과 토목공학적 마인드를 혁신하지 못하는가?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으로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그토록 환호했듯이, “24년 1당 독재의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부산을 만든다”는 간절함에 민선7기 오거돈 시장의 탄생을 그렇게 갈망했었던 우리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진정 “품격 있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서 부산은 과거와 철저히 절연하고, 새로운 문화시정을 펼치기를 간절히 요망하며, 다음과 같은 질의에 성실한 답변을 요청한다.
첫째,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일임한다고 했지만, 진정 시민이 주인되는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면 재설계를 포함한 모든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는 권한과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존의 “민관학위원회”와 하등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운영위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과 권환 및 범주를 명확히 제시하기 바란다.
둘째, 2019년 부산시 문화예술 예산안을 즉각 재편성해, 삭감됐던 예산을 복원하고 나아가 총 예산을 부산시 전체 예산 중 3%대로 증액하기를 요청한다. 이를 통해 특정 장르에 집중되는 예산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취약장르 및 기초 문화예술 교육에 집중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셋째, 문화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폐과되고 사라지는 부산지역 문화예술 기초학과와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부산시립예술원” 등의 건립을 준비하고, “유라시아 컬쳐 플랫폼” 기반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부산지역 문화예술생태계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부산에 맞는 문화예술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오페라하우스에 매몰되지 말고 북항 전체를 보라. 북항 오페라하우스를 앵커시설로 삼고 역사와 창의라는 양측 문화벨트만으로는 “북항의 기적”을 이룰 수 없다. “유라시아 컬쳐 플랫폼” 기반시설 구축을 비롯해 구포에서 부산역까지 철도지중화를 통한 남북축과 동부산관광단지에서 에코델타시티에 이르는 동서축 전체를 아우르는 부산시 전체의 공간 대개조 프로젝트 위에 어떻게 문화와 예술이 스며들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문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부산 시정의 안정적인 문화예술정책 구현을 위해서는 부산시 직제 상에 “문화부시장”이나 “문화특보” 또는 “시장 직속 문화예술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해야 한다. 순환보직 공무원이 아니라 철학과 원칙으로 문화예술의 가치실현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동함으로써 진정한 부산의 “문화력”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섯째,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부산항만공사가 분담하기로 한 800억의 재원조달 방식과 향후 공동운영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공개해야 한다.
민선7기 문화예술행정에 대한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지만, 이상 몇 가지에 대해 신속히 답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부산작가회의,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향파이주홍문학재단, 부산소설가협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부산민족언론인연합회,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참여연대, 민주주의사회연구소, 민주시민 교육원 나락한알, 인본사회 연구소.
2018년 11월 29일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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