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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개강! 파우스트 읽기, 포스트-시네마, 아시아 페미니즘, 현대미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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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개강! 파우스트 읽기, 포스트-시네마, 아시아 페미니즘, 현대미술, 인문학!

익명 (미확인) | 금, 2018/12/21- 23:41

 

 

[인문교양] 삶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인문학이 던지는 여덟 가지 물음

강사 이인
개강 2019년 1월 5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0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인생은 길고 깁니다. 오래 산 것 같은데도 아직도 살아갈 날이 까마득합니다. 물론 언제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지요. ^^; 그래도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과거에 환희와 고통이 번갈아가며 찾아왔듯, 우리의 미래도 기쁨과 절망이 쉴 새 없이 찾아오리라고.
그냥 하루하루를 덤덤하게 맞이해도 괜찮지만, 2019년을 맞아 우리 인생을 통틀어 새로이 사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삶이란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인생을 원하는 대로 끌고 가고자 안간힘을 쓸 때 조금씩 얻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진단할 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미래를 예상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건 마음의 채비를 한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요?
인문학 사유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우르고자 합니다. 생애의 중요한 순간을 인문학의 지혜로 헤아리고자 합니다. 인문학과 함께 하는 우리의 새해가 아찔한 모험이고, 아늑한 고통이며, 아름다운 신비가 되길!

1강 존 보울비 ― 아기에겐 애착이 필요해요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보울비는 애착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새로이 설명합니다. 인간은 애착을 통해 성장하고 세상에 애착을 갖게 되지요, 어릴 때 엄마를 비롯한 사람들과 애착을 맺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도 타인들과 관계 맺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지금 사랑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맺어온 애착 관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2강 주디스 리치 해리스 ―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육아에 부담을 느낍니다. 육아 자체도 힘들지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과 미래가 좌우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원망합니다. 미국의 행동유전학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인간의 사회화와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아니라 또래집단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웁니다.

3강 에바 일루즈 ― 자본주의 아래 현대의 성과 사랑
감정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낭만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살핍니다. 우리는 낭만의 신화에 도취되어 상대를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더라도, 이미 그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데이트하면서 상대의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을 파악하고 있지요. 순수한 낭만 어린 관계를 추구하면서도 사치품을 통해서만 낭만을 느끼게 된 현대인의 사랑방식을 조망합니다.

4강 캐서린 하킴 ―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매력 자본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은 인간의 매력자본을 탐구하지요. 우리가 운동하고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이유도 매력자본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캐서린 하킴은 남성의 성적결핍을 지적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매력자본을 한껏 이용해서 더 나은 거래를 하라고 권하네요.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캐서린 하킴의 이론을 같이 논의합니다.

5강 조너선 하이트 ― 내 안의 코끼리를 길들이기
우리는 남의 티끌은 탐정처럼 찾아내지만, 나의 허물 앞에선 소경이 되어버리죠. 또한 나의 의지와 다짐은 욕망과 습관이란 코끼리들의 거친 발아래 모래성처럼 부셔집니다. 미국의 도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고전연구와 최신과학을 융합하면서 인간의 성장과정과 행복을 깊게 연구하네요. 내 안의 코끼리를 만나러 생각의 모험을 떠납니다.

6강 조슈아 그린 ―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대립을 경험합니다. 너는 너가 옳다고 여기고 나는 내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이지요. 미국의 실험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은 집단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책으로 공리주의를 제시합니다. 조슈아 그린이 보기에 공리주의는 세계화된 시대에 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지요. 공리주의를 탐구합니다.

7강 찰스 테일러 ― 내가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결정적 질문
캐나다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자기 자신만으로는 ‘나’가 될 수 없다고 울림 있게 외칩니다. 자아는 언어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로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대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인간은 근본의 가치와 접촉하려는 강렬한 욕구를 갖지요. 삶의 중심이 되는 지고선 앞에 서서 인생의 방향을 잡아 나가게 되는 우리의 인생을 톺습니다.

8강 마거릿 크룩섕크 ― 나이 듦을 새롭게 공부하다
캐나다의 노년학자 마거릿 크룩섕크는 늙음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는 노인을 질병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면서 노화를 두려워하며 젊은 척하는데, 사실 많은 노인들이 건강합니다. 노인은 병원신세를 지고 약물을 과다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깨어 있는 노년을 맞기 위해서 나이 듦을 새롭게 공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참고문헌
1강 존 보울비, 『애착』, 김창대 옮김, 나남출판, 2009
2강 주디스 리치 해리스, 『양육가설』, 최수근 옮김, 이김, 2017
3강 에바 일루즈,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 박형신, 권오헌 옮김, 이학사, 2014
4강 캐서린 하킴, 『매력 자본』, 이현주 옮김, 민음사, 2013
5강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
6강 조슈아 그린, 『옳고 그름』, 최호영 옮김, 시공사, 2017
7강 찰스 테일러, 『자아의 원천들』, 권기돈, 하주영 옮김, 새물결, 2015
8강 마거릿 크룩섕크, 『나이 듦을 배우다』, 이경미 옮김, 동녘, 2016

강사소개
당당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살고 있고,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고 싶다.
빛에 눈멀지 않고 그늘에 눈 돌리지 않는 아늑하게 아름다운 지성이 되고 싶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왜 이러는지 사유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인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고민한다.
지금까지 『우리, 대한미국』,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등의 책을 썼고, 여성에 대한 책이 출간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https://www.instagram.com/philowriter/

 

 

[아시아페미니즘] 차이, 교차성의 정치학 그리고 아시아 페미니즘

강사 최형미
개강 2019년 1월 16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지난 50년간 여성운동은 사회를 격렬하게 바꾸었다. 서구 페미니스트들은 더 이상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정의하는 것을 거부하였고, 정치 노동 그리고 문화부분에서 이원론적 위계를 거부하는 문화적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서구 페미니즘만 아(하)는 것은 반만 아는 것이다. 많은 아시아 여성들은 식민차별, 빈곤, 계급차별 성차별 등 교차적 억압아래 놓여있고, 서구여성과 다른 억압경험을 한다. 아시아 여성들은 세계의 하녀, 우편신부, 수출 공단의 여공 그리고 관광지의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간다. 가난의 공포, 독재와 제국주의에 협업에 의한 착취 그리고 민족주의의 폭력에 시달렸다. 그들에게 누가 적인지 그 경계조차 모호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많은 아시아 여성들은 복잡한 삶 속에 해방의 정치를 고민했다. 이 강좌는 그러한 상황에서 저항의 물결로 등장한 아시아 여성운동에서 출발한다. 각각의 아시아 여성운동에서 핵심적 개념을 돌출하고 아시아 여성들의 입장에서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1강 국가와 성정치: 인도네시아 사회주의 여성운동과 몰락
2강 교차성의 정치학 :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어머니 운동
3강 새로운 세계관: 에코페미니즘 : ‘따라잡기 페미니즘에서 공존하기 페미니즘으로’ 인도의 칩코운동
4강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기업의 식량주권? 인도여성들의 식량주권운동
5강 에그로 페미니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가촉 천민여성운동과 호명의 정치학
6강 노동과 인권 : 아시아 여성노동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세계 자본주의 (방글라데시)
7강 이성애 정상담론에 저항하는 아시아 성소수자 운동
8강 정치에 이용되는 아시아 여성인권: 중동 분쟁 그 너머

주교재
장필화 외(2017), 『글로컬 시대 아시아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쟁점』, 한울
장필화 외(2015), 『우리들의 목소리 1』, 이화여자대학교
장필화 외(2016), 『우리들의 목소리 2』, 이화여자대학교

참고문헌
1강
사스키아 위어링가(2017), “아시아 국가 건설과 성 정치”. 『글로컬 시대 아시아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쟁점』, 한울
정현백(2001), 민족주의와 페미니즘. 페미니즘 연구, (1), 9-52.

2강
최형미(2018), “인도네시아 어머니 운동, ‘수아라 이부 쁘들리(Suara Ibi Peduli)’에 나타난 교차성의 정치학에 관한 연구” 여성학 논집 35집 1호.

3강
이상화(2011), 여성과 환경에 대한 여성주의 지식생산에 있어 서구 에코페미니즘의 적용가능성. 한국여성철학, 16, 109-140
최형미(2017), “에코페미니스트의 행복 혁명-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아시아 여성연구. 56권

4강
하유 디아 패트리아(2015), “생물 다양성으로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인도네시아 여성들”, 『우리들의 목소리 1』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김경학(2014), “인도 ‘나브다냐’(Navdanya) 종자주권 운동에 관한 연구”, 남아시아연구, 20(1), 1-31.

5강
베다나야기 푸슈파라지(2015), “에그로 페미니즘: 인도 달리트 여성들의 희망”, 『우리들의 목소리 1』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자야 시리바스타바(2016), “정의를 추구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달리트 여성” 『우리들의 목소리 2』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6강
샤미마 악테르(2015), “여성의류 노동자들의 끝없는 불행: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참사” 『우리들의 목소리 1』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박진영(2008), “여성노동운동의 아시아 연대”. 페미니즘 연구, 8(1), 19-229.
피퍼 커스터스(2015), 『자본은 여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서문 그린비

7강
카니스 수비아니타(2015), “인도네시아 인권과 성소수자 운동” 『우리들의 목소리 1』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웨이팅팅(2016), “레즈비언 눈으로 본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우리들의 목소리 2』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8강
구준권(2003), [특집/이라크전쟁 이후의 세계와 한반도] 미국의 일방주의와 이라크전쟁. 실천문학, 58-77.
김영희(2002), 아프가니스탄 여성: 이미지와 현실. 창작과비평, 30(3), 135-152.
최형미의 아시아 여성운동가 인터뷰 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활동가 기사 (여성신문)

강사소개
여성학박사

 

 

[문학] 괴테의 『파우스트』 읽기

강사 장민성
개강 2019년 1월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파우스트: 네가 향락으로 날 미혹시킬 수 있으면
그것이 곧 나의 마지막 날이 되게 하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 좋습니다!
파우스트: 자, 그럼 약속을 하자!
내가 어느 순간을 향하여
‘머물러다오! 너무나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때는 네가 날 결박해도 좋다.
그때 나는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땐 조종이 울려도 될 것이며
너는 종살이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시침은 떨어질 것이니,
나의 일생은 그것으로 끝나리라!(1696-1706)

파우스트: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도다.
그 순간을 향해 나는 말할 수 있으리,
“이대로 머물러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세상에서 내 삶의 흔적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11573-84)
메피스토: 이 영원한 창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창조된 모든 것은 무(無) 속으로 끌려가기 마련이거늘!(11598-99)

1강에서 7강까지는, 근대의 시작에서부터 근대의 너머를 고민한 괴테가, 20대 청년 시절에 구상하여 죽음에 이르는 시간까지 그의 온 삶을 다 바쳐 창작한 『파우스트』를, 세밀하게 읽고, 괴테라는 거인의 어깨를 빌어 근대를 탐사하며 나아가 근대를 넘어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황홀한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8강에서는 현대의 파우스트라 할 수 있는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를 통해 합리성의 위기가 가져온 파시즘의 문제, 문명과 야만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1강 파우스트 1부-1
2강 파우스트 1부-2
3강 파우스트 2부 1막
4강 파우스트 2부 2막
5강 파우스트 2부 3막
6강 파우스트 2부 4막
7강 파우스트 2부 5막
8강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텍스트를 읽고 세밀하게 분석하는 강의를 진행하는지라 가능한한 『파우스트』는 김수용 번역의 책세상 본을, 『파우스트 박사』는 임홍배, 박병덕 번역의 민음사 본을 준비해 오시기 바랍니다.

교재
1-7강 『파우스트 ― 한 편의 비극 1,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책세상 문고 세계문학 035, 책세상.
8강 『파우스트 박사 1, 2』, 토마스 만, 임홍배·박병덕 옮김, 세계문학전집 244권 245권, 민음사.

참고서적
『괴테의 파우스트 1 / 비극적 형식에 대한 성찰』, 데이비드 E. 웰버리, 이강진 옮김, 에디투스
『괴테 파우스트 휴머니즘』, 김수용, 책세상
『괴테가 탐사한 근대』, 임홍배, 창비
『파우스트의 현대적 이해』, 요한네스 베르트람, 유창국 옮김, 경남대학교 출판부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승계호, 석자용 옮김, 반니
『근대 개인주의의 신화』, 이언 와트, 강유나 옮김, 문학동네
『현대성의 경험 ―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 버린다』, 마샬 버만, 윤호병·이만식 옮김, 현대미학사
『근대의 서사시』, 프랑코 모레티, 조형준 옮김, 새물결

『괴테 자서전 나의 인생 시와 진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관우 옮김, 우물이 있는 집
『괴테와의 대화』, 요한 페터 에커만, 곽복록 옮김, 동서문화사 / 장희창 옮김, 민음사
『괴테 예술작품 같은 삶』, 뤼디거 자프란스키, 호모포에티카 옮김, 휴북스
『괴테 ― 생애와 시대』, R. 프리덴탈, 곽복록 옮김, 평민사 (절판)

강사소개
독립연구자,
다지원(다중지성의 정원)과 예술학교 AC에서 철학 및 문학 강의를, 노동자인문학아카데미에서 한국현대사 강의를 하고 있다.
[홍명희의 임꺽정],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독서 아틀라스], [토론과 논쟁 아틀라스] 등에 대한 책들을 집필하고 있다.

 

 

[영화] 포스트-시네마 입문 : 디지털 시네마의 등장과 영화적 경험의 변화

강사 이도훈
개강 2019년 1월 16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6강, 120,000원)

강좌취지
이 강의는 포스트-시네마 시대에 나타난 영화 문화의 변화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둔다. 포스트-시네마란 영화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서 도입된 용어로, 그것은 필름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나타난 일련의 변화들과 관련이 있다. 특히 디지털화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식으로건 영화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영화는 물질적 지지체를 잃은 채 소형화되고, 압축되고, 축소되고 있으며, 더 이상 한 자리에 고착되기보다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포스트 시네마 시대에 나타난 일련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작금의 영화의 정체성과 그것의 위상을 재검토하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이다.

1강 포스트가 어쩌라구? : 영화의 죽음과 지표성의 위기
2강 영화의 이중 탄생 :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영화의 장소감 상실
3강 포스트 프로덕션 : 리믹스, 리액션, 리메이크
4강 소형화된 영화 : 축소된 카메라와 모바일 시네마
5강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영화 : 일회성과 반복성의 대립
6강 포스트 시네마적 상상 : 임철민 감독의 <프리즈마>와 <야광>을 중심으로

참고문헌
*강의는 당일에 강사가 준비해온 강의 자료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데이비드 노먼 로도윅, 정헌 역, 『디지털 영화 미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레프 마노비치, 서정신 역, 『뉴미디어의 언어』,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마셜 매클루언, 김상호 역, 『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
조슈아 메이로위츠, 김병선 역, 『장소감의 상실 Ⅰ: 전자 미디어가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니꼴라 부리요, 정연심 외 역, 『포스트 프로덕션』, 그레파이트온핑크, 2016.
데이비드 건켈, 문순표 외 역, 『리믹솔로지에 대하여 :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유와 미학』, 포스트카드, 2018.
히토 슈타이얼, 김실비 역, 『스크린의 추방자들』, 워크룸 프레스, 2018.
André Gaudreault and Philippe Marion, The End of Cinema? : A Medium in Crisis in the Digital Ag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5.
Erika Balsom, Exhibiting Cinema in Contemporary Art, Amsterdam, Amsterdam University Press, 2013.
Erika Balsom, After Uniqueness : A History of Film and Video Art in Circulation,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7.
Francesco Casetti, The Lumiére Galaxy: Seven Key Words for the Cinema to Com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5.
Paolo Cherchi Usai, The Death of Cinema : History, Cultural Memory and the Digital Dark Age, London: British Film Institute, 2001.

강사소개
영상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저서로 『21세기 독립영화』(공저), 논문으로 「공간 재생산과 정서상실」, 「안소니만의 초서부극과 서부극의 퇴장」, 「한국 독립영화와 빈곤의 연대기」, 「거리 영화의 전사」, 「사유하는 영화, 에세이영화」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대테러전쟁주식회사』(공역)가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 영상비평 전문 계간지 《오큘로》 편집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예술사회학] 사회학자가 보는 현대미술

강사 신현진
개강 2019년 1월 8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현대미술과 사회학에 입문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예술도 우리가 사는 사회, 세계와 무관하지 않고 사회학자들은 현대미술에 조심스럽게 혹은 대놓고 일침을 가합니다. 네 명의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들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이해해보는 시간으로 이들 각자의 이론과 이를 기준자로 사용해 현대미술 사례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각각 2회차를 할애해 살펴봅니다.

1강-2강 랑시에르가 보는 현대미술
랑시에르의 세계관, 그의 논리를 먼저 살펴봅니다. 그가 생각하는 세계는 어떻게 구조 지어지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계속가능하게 하는 정치는 어떻게 가능한지. 그는 그것이 감성의 정치라고 합니다. 이를 기준자로 보았을 때 과연 예술은 온전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만약 온전하지 않다면 그가 꿈꾸는 세계는 어떤 정치가 작동하는지 그리고 현대미술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그가 말하는 결정 불가능한 예술, 생각에 잠긴 이미지란 무엇인지 그것이 사회 참여적 예술, 비판적 예술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인지…. 그가 제시한 작품과 미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3강-4강 바디우가 보는 현대 미술
포스트모던, 프로이드 이후의 사회에 진리가 있을까? 철학자의 임무는 진리를 찾아내는 사람일까? 신-플라톤 주의자라고 불리는 바디우의 세계관에는 진리가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현대주체의 존재방식, 특히 예술가와 철학자의 존재 방식으로 봅니다. 그가 보는 현대미술은 정치, 사랑, 과학과 함께 진리를 만들어낼 잠재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예술이 진리는 만들어낼 잠재성은 미학도 아니고 반미학도 아니고 비-미학에 있습니다. 비 미학은 무엇인지 이전의 예술 도식과의 차이는 무엇이고 현대미술에서는 어떤 작업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5강-6강 랏자라또가 보는 현대 미술
‘비물질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포디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인지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 안에서 우리의 삶은 24시간 사회적 노동에 포섭된 상황입니다. 예술가는 그럼 다른 상황인 것인지? 정신노동자이자, 미래의 문화를 제시하던 정신노동자였던 예술인 집단의 위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횡포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그리와 하트와 유사하게 랏자라또에게도 이러한 상황은 주체적인 현대적 인간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하고 문화민주주의로 보이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예술의 민주주의가 야기한 딜레마를 가진 오늘날 랏자라또는 사건의 정치를 제안합니다. 그의 사건은 바디우의 진리가 만들어지는 순간과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7강-8강 니클라스 루만이 보는 현대미술
사회 이론에서 인간은 필요 없다? 인지 생물학, 사이버네틱스에 체계이론을 결합한 루만의 사회이론은 그가 현대적 주체를 다루는 방식으로 해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인본주의적 심지어 인류세로 구분되는 현대사회를 파악하는 방식은 소통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소통만을 대상으로 세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빅데이터와 어떻게 다를지, 인간의지는 여기에 어떻게 작용할지, 그러나 여론이나 선호도의 합이 인류가 의존하는 시스템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예술의 소통을 바라보아도 예술이 작동해온 시스템이 구분됩니다. 이때 예술계와 예술 체계는 동일한 것일까요?

참고문헌
1강-2강 :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미학 안의 불편함』, 『해방된 관객』

3강-4강 :
바디우의 『비미학』, 제이슨 바커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

5강-6강 :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비물질노동과 다중』, 『사건의 정치』, 『정치 실험』

7강-8강 :
프란시스코 바렐라&움베르토 마뚜라나 『앎의 나무』, 니클라스 루만의 『예술체계이론』, 게오르그 크네어&아민 낫세이의 『니클라스 루만으로의 초대』, 프란시스 할살

강사소개
예술학 박사. 이후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 혹은 한량.

 

 

다중지성의 정원 http://daziwon.com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서교동 464-5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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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길에서 만난 이 사람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존재
그가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쳤을 즈음은 새만금 개발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갯벌이 사라지면서 여성 어민이 자립해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어요.
그들은 갯벌에 의지해 주체적으로 살아온 여성들이었는데 그 삶이 박탈당한 거예요. 성장과 개발 논리에 밀려 파괴되고 사라져가는 생명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환경이라는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게됐죠.”
자신의 노동이 특정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거나 사회를 개발해서 뭔가를 파괴하는데 쓰이는 것을 원치 않았던 그였기에, 1999년 창립 모임부터 함께 하며 에코페미니즘을 기조로 여러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여성환경연대에서의 활동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과 자연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인간이 자연을 자원으로만 보고 필요한 대로 이용하고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남성도 여성을 열등하고 감정적이므로 통제해야 하는 존재로만 보아왔죠. 우리는 이런 차별과 억압, 위계를 깨뜨리고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의 평등을 지향해요.”
 
왜 생리대인가?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물질 조사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리대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약 40년 동안 쓰는 물건인데, 그동안 여기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사람도, 조사를 요구한 사람도 없었어요. 환경운동 내에서도 여성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이죠.”
이제 여성들은 더 건강한 생리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등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분야를 운동의 주요 의제로 삼고, 환경, 생태, 순환, 먹을거리, 공동체 등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직접 텃밭 농사를 지으며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 쓰고, 2007년부터 살고 있는 성미산마을에서 사무실이 있는 당산동까지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생활과 운동이 일치하는 삶입니다.
 
노동과 돌봄은 모두 중요하다
“오랫동안 여성들이 평등을 확보하는 방식은 남성처럼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버는 것이었어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얻고 동등한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여전히 중요한 문제예요.
하지만 임금노동에만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과연 평등일까요?” 그는 평등의 기준을 성장, 개발, GDP 등 경제적 수치에만 두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평등이 돌봄, 살림, 공동체 영역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끼니를 준비하고, 노인과 아이를 보살피고, 소외받는 이웃과 만나는 일은 화폐가치로 교환되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삶의 활동에 성별의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임금노동 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여성이 사회적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처럼 남성도 돌봄과 살림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길 바라요.
육아휴직뿐 아니라 기본소득과 같이 더 큰 사회적 준비와 패러다임의 변화도 있어야겠죠. 이제 맞벌이 뿐 아니라 맞살림, 혹은 맞돌봄으로 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남녀 모두가 살림과 돌봄, 공동체에 기여한다면 오히려 환경문제도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생협운동, 새로운 한 걸음으로
그는 생협운동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건강해야 건강한 먹거리를 키울 수 있고, 아이가 함께 살아갈 친구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필요한 일이에요.”

한살림은 오랜 시간 여성이 중심이 되어 생명 살림운동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활동가 중에는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돌봄 또한 여성의 영역으로만 국한되는 면이 있는 등 아직 많은 부분에서 성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듯합니다.

1980년대부터 유기농업운동, 생협운동을 이끌어 온 주체가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였던 평범한 여성들이었듯, 자본주의와 가부장적 질서의 틀을 깨고 새로운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는 중심에 다시 한 번 여성이 있길 바라봅니다.

 

윤연진 편집부 사진 신병곤

금, 2018/05/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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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콘] 세상을 바꾼 그녀들 시즌 3 정경숙 부산여성연합 대표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 대안 문화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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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최초로 독립적 성매매상담소 시작
“20대 총선, 지역 포함해 소수자 실종”
후배들이 공익성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파


“조직 내에서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인정하는게 중요합니다. 이해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이해 못해요. 서로를 인정한 위에서 함께 하는 거죠. 제일 중요한 것은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에요. 활동가를 온전한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가 재생산이 힘든 현실을 꼬집으며 활동가의 주체성을 충분히 믿어주는게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상임이사이자 상담소 소장이기도 한 그가 오랜 시간 조직을 이끌면서 터득한 깨달음이리라. 지난 4월 27일 비오는 아침 대전역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여성운동에 발을 디딘지 20여년, “관성으로 하는 대표직은 싫다”며 조만간 임기가 끝나면 “또 다른 혹은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청년 활동가’였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2002년 창립했다. 부산에서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로는 최초였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부산 완월동에 국내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가 들어선 게 1902년경이니, 약 100여 년 만에야 부산에 집결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생긴 것이다. 정경숙 대표는 이 단체의 창립멤버다.
“당시 해운대에 있던 여성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해운대 609 지역에 미군부대와 함께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어요. 집결지 언니들을 지원하면서 보니 성매매 관련해 할 일이 진짜 많은 거에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는 별개로 활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껴서 ‘살림’을 시작하게 됐지요.”
정 대표와 함께 의기투합한 부산대학교 총여학생회 박김혜정, 이석윤미 세 사람은 완월동 근처에 사무실을 구했다. 정 대표의 대출금 500만원으로 구한 15평 규모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세 활동가는 무급으로 활동을 시작해야 했다.
“제가 ‘살림’을 시작할 때 여성연합 회원단체들이 다 좋아했어요. ‘우리가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네가 해줘서 고맙다’라고요. 그 이전에 부산여성연합에서 성매매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주된 주체가 없다보니 잘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렇게 살림의 소장을 맡은 정경숙 대표는 2004년 법인화 이후 상임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14년째 ‘살림’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부산여성연합 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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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활동사진 @살림 홈페이지>

“진보와 여성주의는 달라...지역에서 여성운동하기 녹록치 않아요”
1999년 8개의 단체로 시작한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올해 3개의 참관단체(여성과 나눔, 여성이 만드는 세상, 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포함해 총 9개 단체(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부산여성의전화, 부산여성장애인연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산여성회)가 함께하고 있다. 부마항쟁이나 87년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부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생긴 지 12년이나 지나서야 부산여성연합이 창립한 게 좀 의아했다.
“진보성과 여성주의는 달라요. 민주화라는 거대담론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수자의 담론이 더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지요. 부산은 서울과는 또 다르게 상당히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단체들이 생겨났어요. 그 이후로 산발적인 단체들로는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없으니 함께 연대체를 꾸리자고 해서 부산여성단체연합이 만들어지게 됐죠.”
이번 20대 총선 기간 동안 부산여성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의제를 만들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보내고, 거리에서 ‘나는 국회의원이다’라는 캠페인도 펼쳤다. 회원단체들과 함께 부지런히 총선 대응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대표는 보수나 진보를 떠나 여성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부산 지역에서 여성 후보가 3명 나왔는데 모두 떨어졌어요. 그들이 남성이었다면 떨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들에게는 남성보다 더 많은 것들을 부과하고 요구하잖아요. 서울, 경기 지역에서 여성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는 걸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역의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적 문화랑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에 대해서 “지역을 비롯해 소수자가 없었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이 실종됐어요. 소수자가 없어요. 지역도 소수잖아요.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20여 년 전으로 퇴행한 것 같아요. 비례대표를 강조했던 이유가 전문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전 정당을 통털어 다 유명무실했어요.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도 지역을 외치지만 정작 후보 자신의 실제 삶은 다 서울에 있는 거에요. 한국여성연합도 여성의원 30%는 외쳤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그만큼 외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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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를 온전한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80년대 학번의 막차를 타고 대학에 들어간 정경숙 대표는 “학생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20대 후반에 들어간 여성학과 대학원에서 여성운동, 특히 성매매 관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여 년 간 본인의 표현대로 ‘여성운동하기 녹록치 않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에서 여성운동을 해오면서 그래도 ‘변화의 지점’은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여성단체를 인정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할 때 꼭 여성단체와 함께 하려고 하고요. 예전에는 여성들을 보조적인 역할로 생각했다면 젊은 남성 활동가들은 그렇지 않아요. 기성세대 남성들과는 생각이 다르고 대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해요.”
정 대표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젊은 활동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활동가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요인을 여성운동의 ‘정체’와 조직의 권위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끔 여성운동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정체성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이슈를 확실하게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슈를 선점하지 못해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이미 사회문제가 된 ‘여성혐오’에 대해서도 여성운동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이슈화시키고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활동가 재생산을 위해 제대로 된 복리후생을 강조하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의 주체성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내 대표나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권위적인 것들이 지금 2030세대 활동가들과는 안 맞아요. 서로의 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활동가들이 포기하고 온 것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심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살림’에서는 올해부터 주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야근이 많은 활동가들에게 야근 수당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신 공식적인 업무시간을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모두 8시간 근무를 하고, 금요일엔 2명씩 당직을 둔다. 야근이 많아 주 40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활동가가 업무를 배분해 일하고 금요일은 자유롭게 시간 활용을 하게 한 것이다. 주4일 근무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실행하고 있는 곳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떻게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죠. 활동가의 주체성을 온전히 인정하면 본인들이 알아서 시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그렇게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시간에 가두려고 하죠. 이게 전근대적인 발상이에요. 이런 생각에 집착하면 제일 힘든 건 본인이에요. 먼저 내 자신이 뭘 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내려놓을 때는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정경숙 대표는 부산지역의 여성현안으로 완월동 개발과 고리원전, 고령화 등을 꼽았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임박한 완월동에서 탈성매매한 여성들이 다시 다른 업소로 가지 않고 삶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정 대표는 광역시도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부산에서 여성노인 문제는 해결이 시급한 큰 숙제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여성활동가를 양성하거나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단체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가 아닌 포괄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재단 같은 곳도 고민은 하고 있는데 후원금을 걷어야 하는 문제가 이 지역에서는 참 쉽지가 않습니다. 운동하는 후배들이 공익성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라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려놓을 때는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정경숙 대표가 상상하고 있는 운동의 ‘더 큰 그림’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지 무척 궁금하다.  
글 : 김수희 여성연합 활동가
사진 : 장수진 여성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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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5/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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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_카드뉴스3_고은영-01

근본 없는 것이 등판했다

선거 자체로 질문이었던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 후보, 고은영

컨퍼런스_카드뉴스3_고은영-02

난개발을 막는 여성 등판!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강정 해군기지

제주 제2공항

비자림로 개발

제주에 스며드는 전지구적 자본과 군사무기들

우리는 무엇을 잃었습니까?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

일시 : 2018.10.11 (목) 저녁 7시

장소 : 페럼타워 3층 페럼홀

신청링크 : http://bit.ly/2018_conference

 

금, 2018/09/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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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안녕하세요, 여러분!
작년 컨퍼런스에 보내주신 폭발적인 성원을 잊지 않고
올해도 컨퍼런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어떤 분들이 세상을 뒤집는 목소리에 함께해주셨는지 궁금하시죠?
사회 : 이은희 (에코페미니스트)
1. 난개발 막는 여성 등판!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저출산과 낙태죄/ 이유림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
3. 나는 매일 탈코르셋에 실패한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4. 할머니의 토종씨앗에서 생명과 자급의 밥상을 찾다/ 김신효정 <씨앗, 할머니의 비밀> 저자
5. “내 삶을 팝니다”: 저임 노동시대의 고비용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컨퍼런스 _인물사진

▲ 사회자 이은희 (에코페미니스트)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 컨퍼런스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모습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컨퍼런스 _인물사진

▲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난개발 막는 여성 등판!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 고은영>

“제주가 지금 이렇게 자연을 이윤의 재료로 삼고 도시의 속도에 따라서
제주가 가지고 있는 호흡과 속도를 계속해서 잃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지역성을 잃는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제주에서 이런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들, 어디 수도권 출신이 아니신 분들,
그 지역에서 다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지역 정치가 부화뇌동해 자본의 길을 열어주고
거기에서많은 사람들이 갈아 넣어지고 있습니다.”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컨퍼런스 _인물사진

이유림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저출산과 낙태죄 / 이유림>

“여성이 임신을 중지 할 수 있는 권리나 판단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맥락이
존재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이 임신을 중지했다는 것을 국가가 그 윤리의 담지자가 되어서 심판하고
범죄화하고 응징하고 처벌하는 낙태죄에 동의하는 진보적인 사람이나 페미니스트는 있을 수 없다”
“어떤 아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여겨지지만,
어떤 아이는 국가와 사회의 자본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생명을 선별하여왔고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숨어서 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존재를 선별하고 싶고 생명을 선별하고 싶은 국가의 욕망, 재생산 정치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나는 매일 탈코르셋에 실패한다 / 안현진>

“뚱뚱한 몸은 항상 사회에서 게으르고, 자기관리 하지 못하는 몸으로 그려집니다.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는 제 몸을 ‘내가 얼마나 더 똑 부러지게, 얼마나 더 빨리 일할 수 있는지’
그런 생산성을 가지고만 내 몸을 판단합니다.”
“내 몸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어떤 위치 안에 있는지에 따라서 각자 경험하는 몸의 경험들이
너무너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다른 모습들은
비정상의 이름으로 지워지고 있습니다.”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 김신효정 (<씨앗, 할머니의 비밀> 저자)

<할머니의 토종씨앗에서 생명과 자급의 밥상을 찾다 / 김신효정 >

“농사의 시작은 씨앗이죠.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의 시작은 씨앗입니다.
그런데 이 씨앗의 권리가 사실은 농민의 것 이였지만
지금은 말씀드렸듯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수많은 국제 조약과 법률에 의해서 기업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무엇을 먹을 때 마다 기업들에게 돈을 주고 있죠.”
“급변하는 개발의 역사 속에서, 온갖 차별과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낸 힘.
결국 제가 5년 동안 진행한 책 작업의 결론은 종자,음식도 있지만
이 할머니들이 살아낸 힘. 이것이 저에게 가장 남는 질문이자 해답이었습니다”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컨퍼런스 _인물사진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내 삶을 팝니다”: 저임 노동시대의 고비용 라이프스타일 / 김현미>

“자본주의적 생산이 변화는 산다는 것을 “니가 살아가는 걸 증명해봐”,
 “얼마나 소비하고 어떻게 다양하게 소비하고 남들이 소비하지 않는 거 한번 증명해봐“
라는 ‘전시성 자아’를 가지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소비,전시,가십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옹호하는 문화는 비활성화시키고
신자유주의의 각자도생 시대에 생존에 대해서
불평등한 조건에 공동된 생활을, 사회적 자아를 만들어 내는 것.
전시적 자아가 아니라 사회적 자아를 만들어 냄으로써 소비를 조절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손기술경제를 어떻게 공시해서 현실화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동체적 모색이 페미니즘적 라이프 스타일로.
그리고 페미니즘이 결국은 세상을 뒤바꾸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20181011_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16년에 시작된 컨퍼런스가
올해 3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올해도 세상을 뒤집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만났습니다.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실천이 세상을 뒤집기 까지!

여성환경연대와 함께해요

수, 2018/10/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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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기술변화의 시대에 인문학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며, 실제 최첨단 통신기술을 제공하는 ‘디지털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최첨단 통신기술을 통해 교수법을 혁신하고 온라인 비디오로 전 세계 시청자에게 복잡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금지원을 받아 역사적 또는 사회적 난제를 풀기 위해 첨단 슈퍼컴퓨터 기술에 힘을 쏟고 있는 역사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엄청난 양의 텍스트 및 통계 정보를 분석하며, 흥미로운 그래프와 차트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발견을 제시한다. 빅데이터로 감춰졌던 새로운 진실을 드러내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가 독서를 하고 사고를 하는 시간까지 줄여줄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신기술의 창의적 활용을 위한 주요 연구가 진행 중임에도, 인문학의 새로운 부흥을 소란스레 알리는 기사들과는 달리, 정작 우리 주변에서는 인문학 강사 수와 인문학을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의 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흥미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진리 추구를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틀에 박힌 규범에 순응할 것을 강조하는 사회적, 경제적 압박이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책을 조금이라도 읽거나 무엇인가에 대해 복잡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시민은 점차 줄어든다.

한마디로 이것은 중대한 위기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문학의 진정한 부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인문학은 그저 차세대 컴퓨터 칩을 탑재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나 소셜 네트워크에 활용되기 좋은 콘텐츠로써 기술 논의에 등장할 뿐이다. 결국은 콘텐츠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는 인간의 경험에 관한 연구가 아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문학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기술에서 한 발 물러나 기술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그 결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생각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인문학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먼지 쌓인 책 속에 숨은 지혜의 목소리는 우리가 한가지 단순한 사실, 즉 기술로 인한 인간 사회의 급속한 전환으로 불안정과 혼란이 야기되었고 그 결과 조만간 재앙이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달을 때에만 비로소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철학, 문학, 역사, 미학 등이 제시하는 심오한 진리야말로 반도체나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보다 우리의 미래에 훨씬 중요한 것임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위기의 해결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먼지만 점점 더 쌓여갈 뿐 아직 이러한 인식 변화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인문학이 받는 보잘것없는 자금 지원(그리고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위한 더 보잘것없는 자금 지원)과 (해당 기술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의 여부를 떠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쏟아지는 엄청난 액수의 자금 지원을 비교해보자.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 인문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현재 위기 수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고통스러운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신기술이 어떻게 곳곳에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 이미지 (게임과 포르노 포함) 중독을 조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지적인 도전이나 윤리적 책임 없이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이나 선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된다. 기술을 통해 인간 두뇌의 최하위 기능의 흥미를 끌고 그 결과 무심한 소비 문화를 장려한다. 정말 그 누구도 백년 후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술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눈으로 책을 읽고, 손으로 예술작품이나 가구를 만들고, 발로 이 지구촌을 거닐며 우리가 이 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을 반드시 우리 사회에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 그리고 우리의 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과관계를 깨닫고, 한 발 물러서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과 사회 전체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고 관찰을 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고, 지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틈조차 없다면 우리는 너무도 쉽게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다시 말해 매일 플라스틱을 버려도 환경에는 영향이 없고 전자제품 사용과 우리가 마시는 더러운 공기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으며, 매일 자녀가 비디오 게임을 하도록 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제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으며 자신을 기만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허구의 혼란이라는 엄청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기계 복제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며 사람들은 TV 속 푸르른 나무의 이미지를 보고 우리가 건강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친밀한 우정과 건전한 지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고 마치 우리 사회가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상세계는 전적으로 허구이며, 우리의 미디어 자체도 점차 그러한 허구에 오염되어 가고 있다. 신문은 사회의 현실을 엄격하게 탐사하기보다는 자금줄을 쥔 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이라고 믿도록 하고 싶은 이미지를 판매하는 장이 되어버렸다. 특히 기후변화의 경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미디어와 교육에서는 진지한 논의의 주제로 다루지조차 않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의 존재 위기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기술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지 못한다. 날로 높아지는 기술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 기술 변화로 인해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윤리적 행동의 기본원칙(도덕철학)과 존재의 본성(형이상학), 지식과 이해의 본질(인식론)에 대한 신중한 고찰만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기술변화로 우리의 세계 인식이 바뀐 바로 그 시점부터 철학은 완전히 학계에서 힘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는 특히 더 취약하다. 사회가 컴퓨터 코드의 지배를 받으면서 우리의 삶은 공허한 의식이 되어버렸는데, 우리에게는 이 과정을 설명할 개념이 없다. 어떻게 검색엔진이 우리가 세상과 친구와 가족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바꾸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세계 경험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인문학의 쇠퇴는 스스로를 능동적 사회구성원이 아닌 소비자로 인식하는 다수의 수동성으로 탄생한 반(反)지성문화와 결합하며 과학과 기술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위험 추세를 야기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광고에서 두드러진다. 광고는 미디어 생태계의 일차적 콘텐츠로서 분석을 사라지게 했다. 광고는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신기술의 마법 같은 품질을 강조한다. 대부분 기술이 즐거움의 수단으로 또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등장할 뿐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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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지털타임즈

 

기술은 도덕 철학의 원칙에 의해 규율되어야 한다.

우리는 확실히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신기술(또는 기존 기술의 새로운 조합)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이라는 표현에 의해 서로 다른 두 개의 분야가 똑같이 취급되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과학이란 특정 방법에 의거하여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과학을 실천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전체 인구는 말할 것도 없고 학계 내에서도 과학의 정확한 의미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뚜렷한 무지는 그저 우리 사회 내에서 과학적 사고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현상의 한 예시일 뿐이다.

폴 굿맨(Paul Goodman)이 쓴 “기술도 인문학이 될 수 있는가? (Can Technology be Humane?)”라는 기사문의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새로운 과학적 연구에 의존하든 아니든, 기술은 과학이 아니라 도덕철학의 한 분야이다.”

기술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며, 파괴적인 기술은 개발하지 않을 또는 사용하지 않을 결정을 포함한 도덕 철학의 원칙에 의해 규율되어야 한다. 결코 기술을 추측과 끝없는 체계적 검증의 결합을 통한 진리추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인문학은 진정한 과학적 탐구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의 필수 요소이다. 과학적인 방법은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인식하는, 철저한 분석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철저한 분석은 훌륭한 과학을 탄생시키지만, 상상력이야말로 이 분석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때로 생경하지만 다양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베르트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은 어떻게 우주가 움직이는지, 어떻게 사물이 광자에게 보이는지, 일상적인 현상을 어떤 엉뚱한 설명으로 풀어낼지 등을 상상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인 덕분에 이론물리학 분야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의 작업은 스토리텔링과 소설과 비슷했다. 그런 사고를 통해서 그는 다른 사람들은 용인된 관습에 매몰된 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기술과 상업주의적, 소비 위주의 문화에 매우 깊게 중독된 우리가 이 협소한 시야를 확장하는 것은 극도로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점차 심화되는 사회의 분열과 환경에 미치는 기술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익숙한 도구로는 이 위기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먼지 쌓인 상자를 다시 한번 열어야 할 것이다.

 

금, 2018/06/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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