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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돈의 대명사, 과기부가 제대로 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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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돈의 대명사, 과기부가 제대로 서려면

익명 (미확인) | 수, 2018/12/26- 19:08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R&D자금 6.7조원을 비롯하여 총 1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수많은 국책연구소와 과학관 등을 지휘하는, 대한민국의 기술과 과학 관련 최고 사령탑이다. 구체적으로는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협력·진흥, 과학기술인력 양성, 원자력 연구·개발·생산·이용, 국가정보화 기획·정보보호·정보문화, 방송·통신의 융합·진흥 및 전파관리, 정보통신산업, 우편·우편환 및 우편대체에 관한 사무 등이다. 다시 말해 기술과 과학의 진흥을 통해 산업의 기반과 동력을 제공하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중차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담당하는 부처가 ‘눈먼돈’의 산실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일부 학피아와 봉건적 도제를 강요하며 세금을 탕진하는 자들의 보호자가 되고 있다는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 원성의 근원을 살펴 과기부가 제대로 설 수 있는 방안을 나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칼럼_181226

 

우리나라의 현재 – 산업혁명의 막바지,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

우선 문제의 근원을 살피려면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와 그와 관련된 과학기술적 상황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40년 간 산업혁명을 진행해 왔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산업혁명이란 영국이 1750년대 이래, 미국과 프랑스가 1830년 즈음, 독일, 일본이 1880년 즈음에 치렀던 전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서 봉건사회체제로부터 자본주의화, 선진산업국가로의 전화를 말하는 것이다. 인구 5천만이상으로는 지금까지 6개 나라만이 (사회주의러시아를 포함하면 7개) 이 과정을 겪었고 이제 우리나라가 7번째가 되는 것이다. 그 전과 비교하여 경제 전반과 정치/사회/문화 모든 사회적 기반이 총체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예로서 스페인 같은 나라는 산업혁명을 아직 거치지 못한 나라로서 금융, 산업 전반에서 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후진적이며 자족적이기 보다는 대외의존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 G5모임이 되어 오던 것이 이태리와 캐나다(인구 3천5백만)를 포함하여 G7이 된 것이다.

산업혁명의 중간에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테일러리즘(Taylorism)’ 혹은 ‘포디즘(Fordism)’ 수준에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산업혁명이 완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1인당 GDP 3만불 언저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성장이 멈추었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는 GDP가 실제 경제성장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주류경제학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환률조정 혹은 산업구조조정에 따라 국민소득이 변화하는 극적인 예를 말하기 위해, 1985년 뉴욕에서 있었던 플라자합의를 살펴보다. G5(미국제외)가 미국의 요구(레이건)에 따라 이미 5년간 50%의 평가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목아래 달러가치 절하, 마르크, 엔화의 절상을 결의했습니다. 그 결과 1년 뒤에는 달러 당 250엔에서 120엔대로 되었습니다. 이때 일본과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경제성장률은 3% 정도였는데 달러로 환산한 소득은 1년 만에 2배가 되었습니다. 1985년 플라자 경우는 극단적인 환률>>소득증가의 케이스이지만, 미국의 적자가 계속되는 오늘날도 유럽이나 한국이나 중국 등은 환률의 변동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준의 산업국가에서조차 경제성장은 1년에 3% 넘기기 쉽지 않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 4만불, 5만불 소득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산업 구조조정, 산업 체질개선에 있다.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히 환률은 (인위적으로 저작하지 않는다면) 조정되게 되어 있다. 일본이 그토록 격심한 환률 조정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도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의 경쟁력이 독일과 함께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의 과정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 실질적인 산업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세계화, IT화, 글로벌 수준의 기술 보유, 노동생산성 향상, 설비 고도화를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국가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6만7천개의 중소제조업 회사들에서 대부분은 100억 미만 매출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1인당 매출액이 1억이 채 되지 못하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근거에는 1인당 매출이 3억 정도이고 업체수도 1/2정도로 통합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의 재정, 기술지원과 노동정책이 준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과기부가 제대로 해야 할 일 – 지원사업에서 직접성, 투명성 제고

과기부 정책의 기조는 기초과학기술과 교육을 담당하는 부분과 산업기술과 이를 뒷밭침할 과학기반을 조성하는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기초분야는 순수과학, 수학과 통계학, 전산의 토대과학을 지원하는 것으로 꾸준하고 일관성있는 사업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분야가 아닌 응용분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R&D 자금은 용처는 물론 실제 현장과의 연관성과 파급효과를 따져서 지원되어야 한다. 즉 이 분야는 철저히 산업지원과 괘를 같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많은 공과대학 교수들의 일탈, 연구비 유용 건들을 보면, 이 분야의 정부지원금을 ‘눈먼돈’, ‘먼저먹는놈이임자인돈’ 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기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길을 가려면 위에서 말한대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중소기업 산업지원분야는 철저히 중소제조기업을 위한 산학협력과 육성지원 사업으로 되어야 한다. R&D자금을 대기업에서 유용하지 못하도록 함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집중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예로써 생산기술연구원은 박사급 연구원들이 자신의 연구과제에 맞는 기업들을 찾아서 협업하는 절차를 선호한다. 이는 거꾸로 기술지원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먼저 생기원을 찾아와서 자신의 기업에 맞는 기술지원 가능 연구원을 만나는 과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과정이 지방대학의 산학협력에서도 마찬가지로 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 중의 하나인 일자리창출은 1만원 최저임금과도 닿아 있다. 질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도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힘들어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의 기조는 Job sharing/노동시간 단축과 중소제조기업 생산기술, 경영, 금융 능력 향상이라는 2가지를 동시에 진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과기부는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R&D 예산을 집행하는 곳이다. 최저임금 1만원, 1만5천원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은 과기부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 중의 하나인 4차 산업 (Industry 4.0)의 진행은 당연히 과기부가 주도할 것이다. 스마트공장 추진, 기술혁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중소제조기업 구조조정을 통해서 이 과제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정부의 이들에 대한 지원은 이미 의미가 없다. 도리어 대기업은 곳간에 쌓아 둔 유보자금을 풀어서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기계설계(CAD/CAM), 금형제작, 로봇(CPS), 자동차전장, 센서제작, 해킹/보안, AI와 데이터베이스 등과 관련하여 집중지원과 체질개선이 요구된다.

성공하는 창업은 8~90% 정도가 현업에서 경험을 가진 인력들이 시작하는 경우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창업, 그것도 서비스업종에서 창업을 하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산소통도 없이 심해로 뛰어들도록 하는 미친 짓이다.(지방의 많은 대학들은 교수들에게 창업창직을 유도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주고 있다) 실제로 창업지원은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기반과 규제해소 등에만 집중한다면 성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중소기업 업종과 창업업종에 특별히 차별을 둘 필요가 없으며 도리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제대로 정착시켜 이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과기부의 또 다른 축이 될 기초과학과 기술 진흥과 관련하여 보자면, 올바른 연구환경 조성과 프로젝트의 통합이 필요하다. 우선 먼저 혼란스러운 정부출연과 프로젝트들을 과감하게 통합하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는 연구지원체계를 조정하여 중심적인 Post를 정한 후 책임을 나누는 분권화 정책도 필요하다. 자연과학과 수학, 전산 각 세부 분야 당 나뉘어진 연구중심을 적절히 통합하고 일상적 지원은 분권화된 연구중심이 담당하고 시의적 지원은 중앙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감사기능의 강화는 시급하다. 감사기능의 강화를 통해서 연구환경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세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주체들로 내외부 감시와 고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도제식 전근대적인 연구환경이 일상적인 국내실정에 대하여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빨리 연구환경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학교, 연구소, 정부와 기업출연 연구중심들을 표준적인 연구환경과 투명한 비용관리를 감당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언)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1) 우선 위원회의 면면이 산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며 설사 있다해도 2000년대 초의 IT붐 때처럼 IT로 한몫 잡자는 분위기를 옹호하는 것, 즉 앞서말한 온갖 허황된 미사여구로 눈먼돈에 빨대를 꽂으려는 행위에 대해 용인하는, 혹은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2) 더욱이 우리나라는 1차 아니면 2차 산업전환(혁명?), 아무려면 산업화의 중도에 있는데 즉 산업혁명을 한번도 제대로 완수하지도 못했는데 어찌 4차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는가?

3) 또한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에서 그 단계 구분에서 ‘Industry 4.0’를 그대로 표절한 것이고, 더욱이 핵심적으로는 역사적 결절점이자 사회 전변을 의미하는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함부로 갖다 붙임으로써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는 개뿔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용어인 것이다. 실상은 이 말의 창시자라는 쉬밥은 기본적으로 장사꾼이고 이 사람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에 동조하는 업자와 매스컴의 말에 미혹되어 국가위원회를 만들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 아니겠는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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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새로운 전환’을 기치로 지난해 6월, 출범한 (사)다른백년이 창립 1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사)다른백년은 연구활동을 통한 연구기반 구축,  전문가 칼럼 등을 통한 선도적 의제 제기, 백년포럼과 강연 등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 등에 주력해왔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 덕분에 이만큼 왔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여기 두 개의 영상이 있습니다. 첫번째 영상은 지난 1년의 활동을 회고하는 내용입니다.

두번째 영상은 지난해 첫 출발하면서 포부를 밝힌 것입니다.  두 영상을 비교해보시면, (사)다른백년이 어디를 향해, 얼마만큼 왔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다른백년도 쉼없이 전진하겠습니다. 

 

화, 2017/06/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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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굵은 주름과 야생의 늑대를 연상케 하는 강한 눈빛.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을 법한 그의 얼굴을 보면서, 2003년 그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사회복지시스템과 노동시장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연상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그의 60회 생일에 슈뢰더 총리가 헬기를 타고 날아와서 참석할 정도로 당시(2001년) 그 명성이 대단했던 이. “어젠다 2010”의 개혁 프로그램을 입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페터 하르츠.

슈뢰더 자서전

페터 하르츠(Peter Hartz)는 독일 니더작센 주 볼프스부르크(Wolfsburg) 시에 주공장이 있는 폴크스바겐(주)의 인사담당임원 겸 노동이사(Arbeitsdirektor)로서, 일자리나누기를 위한 “주4일 근무제” 및 “아우토 5000 프로젝트” 등으로 잘 알려진 폴크스바겐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인물이었다.

 

하르츠 위원장과 폴크스바겐의 개혁 프로그램

경영학 박사인 하르츠는 1993년 폴크스바겐의 개혁을 이끌면서 노사 양측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가지 다양한 초식(招式)을 선보인다. 존 롤스의 ‘차등의 원칙’을 끌어오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의 ‘혁명의 역설’을 감각적으로 들이밀기도 하며, 사회보험에서 쓰이는 용어인 ‘Zumutbarkeit(감당가능한 정도 혹은 수인가능성)’라는 개념으로 노사 양측을 무장해제 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인 ‘제2의 임금’이라는 결정적인 신공(神功)을 시전함으로써, 당시 개혁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일자리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게 했고, 그 결과 노사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양보하고, 토론함으로써 마침내 어려운 개혁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80년대에 이미 대량 감원을 경험한 바 있었는데(점진적 은퇴제도와 명예퇴직을 통해 약 30,000명의 인원을 줄였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을 이번에는 정리해고를 통해 줄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계획에 따라 정리해고가 진행되었더라면, 당시 폴크스바겐의 6개 공장 중 카셀 공장을 제외한 5개의 공장이 있던 니더작센 주는 아마도 독일에서 가장 암울한 지역이 되었을 것이다.

 

머리를 자르지 말고, 비용을 잘라라!

그랬다면 당시 니더작센 주 지사였던 슈뢰더가 98년의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폴크스바겐은 ‘해고 대신 비용절감(Kost statt Köpfe)’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혁신적인 안을 놓고, 이 안을 교섭사항으로 받아들인 금속노조(IG Metall)와 끈질긴 협상을 벌이게 된다.

페터 하르츠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만약 높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지고, 질 높은 교육훈련이 보장되고, 추가적인 복리후생이 제공되는 일자리가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높은 수준의 경영참여(공동결정제도)에 의한 특별한 노동자 보호가 보장된 일자리가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들을 ‘보이지 않는 제2의 임금’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제1의 임금’, 즉 원래 의미의 임금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의 인하는 감당하겠다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일자리에 따르는 회사의 총비용 증가가 전적으로 노와 사의 문제가 아닌, 제3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면 더더욱 양보할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총임금액을 고려해야 하지만, 종업원 개개인에게는 총임금액에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 등이 공제된 순임금액만 보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순임금액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만 ‘희생’되어도, 각종 공제금액의 총임금액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비용절감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Jeder Arbeitsplatz hat ein Gesicht”, Campus Verlag, 1994, pp.24~25)

실제로 회사는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고, 이 협상의 성공에 따라 종업원은 고용을 보장받았고, 회사는 대략 20억 마르크(약 1조 5천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게 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하르츠 책
페터 하르츠의 폴크스바겐 개혁을 다룬 책의 표지

페터 하르츠는 ‘제2의 임금’으로서 사회안전망, 수준높은 교육훈련, 노동자의 경영참여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독일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를 제2의 임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발상’은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것들은 숫자로 표시된 ‘임금액’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관계를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

단편적이 아닌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

시스템 사고란, 일방적이며 단순한 인과관계를 통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위의 구성요소들간의 다양한 상호의존성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에 임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시스템의 특징은, 구성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그 상호작용을 통해 분석적 사고를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창발성), 단편적 관점이 아니라 다차원적으로 바라볼 때에만 그 본질이 보이며, 사람의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저 문제가 튀어나오고, 문제해결을 위해 투입한 요소에 의해 오히려 원래의 문제가 더 꼬여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시켰더니 성산업이 지하화하면서 오히려 더 번성해지고, 마약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더니 공급감소로 인해 마약가격이 오르면서 마약매매는 더욱 지능화되고, 비싼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범죄가 더 빈번해지는 등 단순인과관계를 통한 해결책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이 시스템 사고의 출발이다.

피터 센게(Peter Senge)에 따르면, 시스템 사고는 전체를 보는 학문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고, 정지된 스냅사진이 아니라 변화의 패턴을 보는 틀이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서 우리는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이 단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더 큰 사회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직면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제2의 임금은 ‘보이지 않는 임금’

경영학에서는 한 기업이 임금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하는 요인은, 기업의 지불능력,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 다른 기업의 임금수준(또는 지배임금률), 그리고 기업이 선택하는 경영(임금)전략이라고 말한다. 그것뿐일까? 시스템 사고를 하면 사교육비용, 부동산가격, 결혼비용, 물가수준, 국민연금의 수준과 안정성,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분위기, 겉치레를 중시하는 문화와 같은 요인도 노동자가 임금 수준을 받아들일 때 고려하는 요소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멀게는 대입경쟁률, 취업경쟁률, 어린이집의 수, 공교육의 질,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방송통신위원회의 성향(방송언론의 사회적 기능),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과 정치 중립성, 사법부의 독립성, 인구의 노령화 속도, 한국은행의 위상(물가 안정),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방향, 국세청의 공정세정 등도 모두 임금수준 결정의 간접적인 고려요인이 된다.

제2의 임금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그리고 제2의 임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임금을 둘러싼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 국면이, 의외로 쉽게 노사간의 타협이라는 국면으로 급물살을 탈지도 모르겠다. 제2의 임금에 대한 인식을 예민하게 하기 위해 즉, 제2의 임금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아래의 내용을 시스템 사고를 하면서 읽어주기 바란다.

 

제2임금으로 노사대립을 노사타협으로

  • 회사를 (대학)캠퍼스라고 부르며(SAS 캠퍼스), 식사, 의료서비스, 세탁, 육아 등을 회사 내에서 해결해 줌으로써 직원들이 즐겁게 업무에 몰두하게 하고(그것도 철저하게 주당 37.5시간을 준수한다), 개인이 아닌 부서의 성과를 토대로 보상체계를 설계함으로써, 직원들이 ‘우리는 사내경쟁을 하지 않는다. 목표와 경쟁한다’고 말하는 등, 훌륭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면서 40년 넘게 업계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온 SAS 인스티튜트의 짐 굿나잇 회장, 그는 행복한 직원이 좋은 성과를 발휘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의 의욕’이라고 믿고, 직원들이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사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 미라이공업에는 잔업과 휴일근무가 없고, 전 직원이 정규직이며,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3년간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5년마다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한다. 일찌감치 노동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하루 6시간(주 3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그것도 임금감소 없이) 경영실험을 하는 보리출판사의 윤구병 대표. 철학자이기도 한 윤구병은 노동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식사할 시간도 없어지고 가정이 깨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기업들의 훌륭한 경영문화는 제1의 임금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제2의 임금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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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의료서비스, 세탁, 육아 등을 회사 내에서 해결해 줌으로써 직원들이 즐겁게 업무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미국 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직장‘에서 매년 최상위권에 선정되는 SAS 인스티튜트의 로고. 이 회사의 사옥은 (대학)캠퍼스라고 불린다.
  • 만약 우리사회가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얼마의 연봉을 받든 그것과 상관없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스스로 아무런 문제를 못 느낀다면,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얼마의 연봉을 받든지 간에 아무런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이 또한 제2의 임금으로 평가해 마땅하다.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리 내 직업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도, 특정직업에 대한 주위의 편견으로 인해 주위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존감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주위의 시선이 없어진다면 노동자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 젊은이들이 워라밸이라고 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Balance)도 당연히 제2의 임금의 범주에 들어간다. 장시간 초과노동에 허덕이지 않고, 퇴근 후에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때로는 책을 읽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이 될 것이고, 저녁이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제2의 임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필자가 광주광역시에서 광주형 일자리모델의 설계에 참여하면서, 그 실행방안에 집단성과급제 설계를 통해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경영에의 참여라는 내면적 욕구가 실현되도록 하고, 소득은 다소 감소하더라도 고용의 안정성은 높아지는 유연안정성(Flex-security)의 개념을 적극 검토하며, 근로시간 등의 결정과정에서 노동자 개인의 의사가 적극 반영됨으로써 노동시간주권(time sovereignty)이 증대되도록 하는 등의 여러 제안을 담았는데, 이것 또한 제2의 임금 항목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노와 사는 다양한 층위에서 유불리가 첨예하게 갈라지게 마련인데,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통해 노사간 합의의 공간이 생길 수 있음을 강조한다.

 

  • 이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기초연금 3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실업급여 실직 전 평균임금의 60%까지 인상, 청년 실업자를 위한 30만원 구직촉진수당 3개월 지급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연 17만호 공적임대주택 공급으로 주거비를 낮추고,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은 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이 더 강화된다면 이는 제2의 임금으로 간주될 것이다.

 

  • 토빈세로 유명한 제임스 토빈은, 왜 우리가 조금 덜 불평등하게 재화를 분배하지 못하는가, 즉 시장에 그냥 맡겨놓았을 때보다 조금만 덜 불평등하게 분배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한다. ‘노가다’ 김지영(2017.8.1., 오마이뉴스)도 3D 산업을 조금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어렵게 개선할 수 없느냐고 반문한다. 조금만 덜 불평등하게 재화를 분배하는 사회,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어려운 3D 산업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2의 임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다.

 

  •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갈등의 많은 부분이 없어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간에 대한 존엄’이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오랫동안 숙제로만 남겨져 있었던 사내민주화, 위계가 아닌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한 의사결정, 노동자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경영문화, 갈등이 아닌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형성 등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을 조직(기업)과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공유하는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또 다른 제2의 임금으로서, 지나치게 ‘돈’에 집착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는 치유제가 될 것이다.

 

  • 경제학자 박종현에 따르면, 어떤 일의 결과는 특정 개인을 넘어서 여러 사람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므로, 그런 과정 속에서 일어난 성공과 실패를 오롯이 당사자의 몫으로 돌리지 말자고 제안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승자에게는 과도한 보상이 집중되고, 패자에게는 지나친 비난과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란다. 극소수의 승자는 자신이 (사회)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의 노고와 분투와 기여에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세상에 화를 내고, 다수의 패자들은 상황을 개선할 의지도, 불운을 탓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긍정심도 키우지 못한 채, 처지가 더 열악한 약자들에게서 열패감을 해소할 배출구를 찾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질’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갑질사회의 구조와 분위기가 개선된다면, 그 자체가 이미 제2의 임금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사회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대폭 완화되지 않을까?

일자리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다.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일자리 창출의 첫번째 걸림돌인 임금수준에 관한 논의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사진: 연합뉴스)

노사관계 ‘야만의 상태’ 극복 위한 새로운 발상을

모든 일자리에는 얼굴이 있고*, 그 얼굴에는 무수한 측면이 있다. 거기에는 생계유지가 있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이 들어 있으며, 가족과 공동체의 안정이 들어있고, 그 안정 위에서 이루게 될 한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있다. 하나의 일자리가 갖는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헬조선을 벗어나고픈 청년들의 몸부림과 흙수저를 뱉어버리고 싶은 욕지기와 갑질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 페터 하르츠의 ‘모든 일자리에는 얼굴이 있다’라는 책의 제목을 차용)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일자리 창출의 첫번째 걸림돌인 임금수준에 관한 논의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이 논의는 결국에는 노동자가 양보하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러한 문제는 피상적인 숫자만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사고에 따라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사용자 측과 정부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시스템 사고로 접근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노동자 측의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나침반은 틀림없이 북쪽을 가리키지만, 북쪽으로 가는 길에 널려 있는 진흙탕과 구덩이와 돌덩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동안 쌓여 있던 수많은 노사간의 앙금을 논리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라는 평지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도와 법률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노사관계에서 보이는 ‘야만의 상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제2의 임금’과 같은 새로운 발상을 하고, 시스템 사고를 통해 노사간 역지사지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극복될 것이며, 그때 우리는 나침반이 가리킨 ‘북쪽’에 무사히 도달해 있을 것이다.

 

화, 2017/09/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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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동맹의 함정(Fragile Alliance Trap, FAT)”이라는 개념은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만든 것이 아니다. 허약한 동맹의 함정을 알아챈 고대 그리스 전략가들이 아마도 있었겠지만, 이 개념은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이 개념은,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 관한 경고보다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와 향후 전개될 미래 상황에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최근 비관적 전망이 널리 퍼졌다. 워싱턴과 서울의 정부는 우유부단함을 심각하게 노출하고 있다. 1월의 서울 방문은 북한 가수 현송월을 “록스타”로 만드는 지나친 대접으로 시작해서, 북한의 마식령 훈련장으로 남한의 스키 선수들을 태우고 간 여객기에 대한 굴욕적인 대접으로 끝났다.
  연합뉴스
남한의 혼란스러움에는 미국의 누구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관한 오해, 그리고 평창 외교에 관한 근거 없는 기대가 포함된다. 남한이 지닌 가장 귀중한 자산이자 정말 오랜만에 손에 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반복적으로, 선제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포기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비일관성은 새로운 남북대화에 관한 가식적이고도 마지못한 지원에서 시작한다. 미국은 이제 항복을 강요하는 전략으로 북한을 공개 압박한다. 실질적인 외교 옵션이 전혀 없고, 근본적인 문제의 일시적 해결책에 관한 생각조차 전혀 없다.
 
만일 서울이 남북대화의 운전대를 잡고 상호합의를 이루어 낼 일말의 기회라도 가질 수 있으려면, 당장이라도 제재와 군사훈련을 일시 중지할 능력을 지녀야만 한다. 이를 위한 유엔과 미국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면 (지지를 끌어 낼 논리는 충분하지만), 남한은 제재와 군사훈련의 일시 중지를 일방적으로 천명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남한은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심각한 결과에 이른다.
 
미국의 전략, 그리고 미국의 외교 능력 부재를 고려한다면, 남한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 이번에 찾아온 기회의 문이 그대로 닫히도록 내버려둔다면, 한반도 관계 회복은 아마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며, 훗날 언젠가 또 다른 남한 정부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이러한 시도를 해야만 한다. 성공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9개월 전에 포기했던 레버리지의 상당 부분을 신속하게 회복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돌이켜보는 일이 유용하다. 다른 정책에 관한 영향력에서, 트럼프는 과거에 이미 해결된 이슈에 관한 논쟁을 독점해 왔다. 대단히 과격하고도 파괴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이전의 성공적 합의에서 핵심이었던 북한 결의안의 경제 측면은, 공상 속의 “전쟁 계획”이 떠도는 동안에는 논의될 수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측면이야말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핵심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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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아시아경제)
제재와 군사행동은 실질적으로 유용하지도 않고 안보 측면에서 정당화되지도 않는다. 미국의 입장이 공허하다는 점을 드러낼 뿐이다. 빅터 차가 트럼프 팀에 합류하기에 너무 리버럴하다고 평가되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팀의 무능을 분명하게 확인해준다. 따라서 현 시점은, 남한 정부가 더더욱 미국에 맹목적으로 영합한다거나 자국과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이익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올림픽이라는 계기는 남한이 자국의 동맹인 미국을 구해 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는 결코 작은 업적이 아니며,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더 큰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기는 하지만, 현송월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단독 만찬회동이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대단히 클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두 사람이 가질 만찬회동의 웨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경우 특히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현송월을 배치함으로써, 이제 북한 핵무기가 대체로 한물 간 이야기가 되었다고 진지하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어떤 측면에서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측면에서, 현송월은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쓸모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현송월의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 개념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 그리고 최근의 “샤프 파워”에 더하여, 현송월의 영향력은 “모피 파워(Fur Power)”라고 부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수, 2018/02/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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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빠르게 성장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정부가 농지개혁을 통해 시민들의 평등한 토지권을 확보해 주고 이런 평등한 토지권이 출발과 기회의 평등으로 이어졌다는 점, 여러 부작용이 없지 않았고 수차 바뀌긴 했지만 교육제도가 비교적 공정한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은 손에 꼽히도록 주요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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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교육이 대한민국의 숨통을 조인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게 완전히 무너졌다. 무려 1경원이 넘는 부동산은 소수의 재벌과 지주들의 손에 있고 매년 GDP의 3할이 넘는 천문학적 불로소득이 이들의 금고로 들어간다. 부동산이 있는 자는 아무 노력과 기여 없이도 부자가 되고, 부동산이 없는 자는 아무리 노력하고 가치의 생산에 기여해도 가난해진다. 그리하여 이제 서울은 아파트 중위가격이 7억원을 넘는 중상층 이상만이 살 수 있는 도시로 상전벽해했다.

교육은 또 어떤가? 서울대를 가치분배(좋은 직업과 직장의 획득 및 상징권력에서의 우위를 의미한다)피라미드의 최정점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은 부모들의 재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머니게임의 장으로 완벽히 재편됐다. 신분이동은 고사하고 신분세습의 합법적 수단으로 전락한 게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이다.

생각해 보자.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부자가 되고 그 부를 자식들에게 상속증여함은 물론 교육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신분세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반대편에는 부동산이 없어 주거난민으로 몰린 허다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에겐 머니게임으로 전락한 입시전쟁(입시전쟁이란 표현은 문학적 수사가 아니다. 실제로 수 많은 사상자가 입시전장에서 발생한다)에서 사용할 실탄이 턱없이 부족하고 따라서 이들의 자식들은 입시전쟁의 패자가 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는 이들의 앞날이 어둠 뿐일 것임을 의미한다. 즉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정색하고 묻자. 출생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고 그 신분의 변동가능성이 없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냐? 그건 고대나 중세의 신분제 사회일 뿐 민주공화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투표권만 평등할 뿐 사회경제적 조건의 출발선이 지극히 불평등하고, 개인의 노력을 통해 이를 교정할 가능성이 극희 희박한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부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의 소임을 포기했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신분제 사회로 회귀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만들 역사적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스럼 없이 부동산 개혁과 교육 개혁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유세 개혁의 형해화가 부동산 개혁의 포기를 상징한다면, 성취평가제와 고교학점제의 도입 연기, 늘어난 수능과목으로 인해 오히려 가중된 수능부담 등은 교육 개혁의 파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양대 요인인 부동산과 교육을 포기한 것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니! 정말 피를 토할 노릇이다.

본디 분노의 시효는 짧고, 삶은 힘겹고도 긴 법이다. 나와 내 피붙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좌표가 설정되어야 분노의 계기들이 조직화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부분의 시민들이 열망하는 사회경제적 희망을 구성하는데 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까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노의 계기들(양승태 법비들의 사법농단, 기무사 등 군부의 쿠데타 시도 등)이 정치적으로 응집되지 못하고 형해화된다는 느낌이다.

부동산과 교육 개혁의 전면적 좌초가 대표하듯 사회경제적 개혁의 총체적 파행에서 비롯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폭락과 그에 기초한 위기를 탈출할 유일한 길은 근본적 사회경제 개혁 뿐이다. 그걸 못할 때 문 정부가 기댈 곳은 이벤트 정치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획기적 개선뿐이다. 그러나 이벤트 정치는 약발이 다했고,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통제 불가의 변수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관계로 쉽지가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지금과 같은 사회경제적 기조를 유지하는 한 머지 않아 치러질 총선 압승도 난망일 것이다. 유권자들이 문 정부와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를 낳은 정치적 자궁인 자한당에 대한 심판 여론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나이브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선택할 길은 하나다. 부동산과 교육을 비롯한 근본적 사회경제적 개혁에 올인하는 것말이다. 그길만이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으며 민주당 정권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만든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메인 스트림과 타협해 부동산과 교육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포기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적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목, 2018/08/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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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한미 FTA 파기 참모들 반대에 직면 – 맥마스터 국가 안보, 매티스 국방, 개리 콘 위원장 등 – 한국과 동맹 악화 초래 우려 무역협정 파기 반대 성동격서인지, 아니면 허장성세인지 한반도를 두고 연일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의 발언들이 한국을 들쑤시고 있다. 북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중에 나온 트럼프의 한미 FTA 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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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9/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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