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인터뷰]"성심병원 노조 설립 때 전율했죠" 첫돌 맞은 '직장갑질119' (2018.10.30)
부당해고 투쟁 끝, 다시 돌아온 초단시간 계약서
김유리 공인노무사(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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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리 공인노무사(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법규국장) | ||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던 날, 3년간의 긴 싸움의 끝이 드디어 보이는 듯했다. 필자가 이 사건을 맡게 된 건 2016년이었다. 경기도 관내에서 초단시간 초등보육전담사로 일하던 A씨는 그해 2월 계약기간 만료통보를 받았다. A씨는 돌봄교실에서 보육전담사로 길게는 하루 3시간, 짧게는 2시간씩 1주 14시간을 근무했다.
초등돌봄교실은 방과 후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안정적인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방과 후부터 늦은 오후까지 4시간 이상 운영된다. 2014년 정부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대규모 보육교실 확대정책이 시행되면서 경기도에 1천여개의 돌봄교실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채용으로 인한 고용문제에 부담을 느낀 경기도교육청은 늘어난 돌봄교실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초단시간 노동자들로 채워 나갔다.
초등돌봄교실은 4시간가량 운영됨에도 A씨는 화요일에는 2시간, 나머지 요일에는 4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돌봄교실 운영을 전담하는 근로자에게 운영시간보다 턱없이 짧은 근로시간은 상시적인 초과근로를 초래했다. 특히 화요일은 1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으로 계약했음에도 관리자는 다른 날과 동일하게 출근하라고 요구해 화요일도 3시간 이상 근로를 해야 했다. 그렇게 추가적인 노동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근로한 지 꼭 1년이 되는 2016년 2월 학교에선 재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가 1년이 지나기 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지침이 시행 중이었다. 그러나 주 14시간 계약한 A씨를 보호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에 설치돼 있는 출퇴근 확인용 지문인식기록 덕에 A씨의 상시적인 초과근로를 입증할 수 있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와 경기도교육청 간의 근로계약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탈법적 방편으로 활용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A씨와 경기도교육청 간의 근로계약은 사실상 1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했지만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에서도 중앙노동위 판정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해고된 지 3년이 지나서야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A씨 복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 와서야 “원래 근무했던 학교는 현재 자리가 없으니 인근 학교로 발령하겠다”며 “복직시 근로조건은 주 14시간으로 한다”고 통보해 왔다. 경기도교육청 주장은 중앙노동위 판정에 A씨를 복직하라는 명령 외에는 세부 근로조건에 관한 구속력이 없으니 원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행정법원·고등법원이 A씨의 근로계약은 소정근로가 형식에 불과하고 실근로를 소정근로로 봐야 한다고 수차례 확인했는데도 사실상 반쪽짜리 복직명령을 들고 복직하려면 하고 말려면 마라는 식의 경기도교육청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A씨 복직시 근로조건에 관해 다툴 수 있는 법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에서는 미이행으로 판단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불완전한 이행을 미이행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 미이행이라고 판단해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사용자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확정된 구제명령을 위반한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처벌된 예는 매우 적다. 노동자에게 부당해고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다. 부당해고를 인정받기까지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행정법원·고등법원까지 여러 기관을 거쳐야 했는데 또다시 임금상당액과 복직시 근로조건에 관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에게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씨 사례처럼 근로조건에 관한 다툼이 아니더라도 부당해고 판정·판결로 복직한 근로자들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하고 어려운 업무를 맡기며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경우 등 해고노동자 복직 이후 다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제도에는 해고노동자 복직에 대한 사전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 노동위가 근로자의 실질적 권리구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사건처리도 중요하지만 부당해고 당사자가 복직한 이후에도 개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행강제금 부과시 근로자를 심문회의에 참석하게 하거나 실질적 이행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김유리 labortoday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경기지부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125 3층
: 031)295-1889
노동자 고통 치유 못하는 노동법
이진아 공인노무사(이산 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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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아 공인노무사(이산 노동법률사무소) | ||
노동은 결국 인권의 문제다. 노동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동관계법이 과연 인권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가고 있긴 한 걸까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상담 중 “결국 법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네요” “결국 딱히 해결방법이 없다는 얘기시군요” “제가 참거나 회사를 나가는 수밖에 없겠네요” 같은 반응을 듣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 대답은 심정적으로 가장 듣기 힘든 대답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가장 듣기 싫은 그 대답을 자주 듣고 있다. 아래의 노동자들에게도 나는 그다지 속 시원하고 뾰족한 방법들을 알려 주지 못했다.
A는 회사 대표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한 이후 대표의 눈 밖에 났고, 결국 사소한 일을 빌미로 해고를 당했다. 이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노동위는 A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인정했다. 회사 대표는 노동위 심문회의 바로 다음날 “임금상당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며 A를 복직시켰고, 신뢰할 수 없는 직원인 A에게 일을 시킬 수 없으니 회의실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대기발령 처분을 하는 거냐는 A의 항의에 대표는 그건 아니고 지금 시킬 일이 없기 때문이니 회의실에서 대기하든 사표 쓰고 집에 가든 그건 알아서 하라고 했다. A는 노동위 조사관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얘기했으나 아직 판정문도 나오지 않았고, 구제명령 이행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불완전이행 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A는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퇴사를 선택했다.
B는 직장내 따돌림을 당했다. 일상적인 식사·회식 등에서 배제되는 건 당연했고, 회의 자리에서도 소외돼 갔다. 그렇게 B는 업무를 빼앗겼다.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B는 그 모욕적 상황들을 견디기 어려웠다. 근무지를 벗어나 다른 곳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팀장은 궂은일이 있을 때만 B를 불러 일을 시켰다. B는 그 역시 부당하다고 느꼈다. 팀장의 지시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응하는 경우들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는 B를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지 이탈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B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방노동위는 B의 해고는 정당하다며 기각 판정을 내렸다. 회사에서 따돌림이 있었든 없었든 이유를 불문하고 B가 팀장의 업무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건 회사 입장에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라고 본 것이다.
C는 회사에서 처음 해고처분을 받은 뒤 1년이 지나서야 복직을 할 수 있었다. 회사 내 재심 신청, 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를 거치면서 1년여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지방노동위 역시 C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내면서까지 C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결국 중앙노동위가 C의 해고는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판정을 하고난 뒤 구제명령 이행기간이 끝나갈 때쯤에야 회사는 C를 복직시켰다. C는 1년여간 재심과 노동위 구제신청 과정을 거치면서 동료들의 진술서, 회사측의 인격적 모독에 시달리며 지쳐 갔다. 하지만 복직만을 기다리며 C는 그 시간을 버텼다. 1년이 지나서 겨우 복직을 할 수 있었지만 회사는 절차적 문제를 없애고 다시 C에 대한 징계를 진행해 또다시 해고했다. 지방노동위는 절차가 치유된 상태에서의 C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했다. 절차적 하자가 회사의 귀책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 1년여간 C가 해고상태라는 불안정한 지위에서 여러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은 전혀 참작되지 않았다.
이 상황들을 나는 법리와 별개로 심정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A와 B·C 그리고 여기에 다 적지 못하는 D·E·F…. 그 수많은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인격적 모독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노동관계법은 언제까지 이렇게 무기력해야 할까.
A에게 참아야 한다고, B에게 조금 더 착한 노동자가 됐어야 한다고, C에게 법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노동관계법이 좀 더 현실감 있고 역동적이면 좋겠다. 노동관계법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이산노동법률사무소 - 서울 중구 마른내로 120 서제빌딩 4층
02)2267-2333
노동자와 피해자 사이
김한울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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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울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
우리는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대등한 관계가 아닌 종속적인 관계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노동력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즉 누군가가 사장이나 업무지시자가 시키는 일만을 수행하고, 그 시키는 업무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행위-업무 내용을 수정하거나 업무 완성 시기를 조정하는 행위,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행위 등-를 하지 못할 때 노동자답다고 인정받는다. 이런 일은 내 일이 아니라는 판단, 지금 시키는 일이 정당한 업무지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 내 몸이 병들고 있다는 인지 등을 모두 이겨내고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냈을 때 우린 비로소 대한민국의 진정한 노동자가 된다.
이렇게 맺어진 사장 또는 업무지시자와 노동자 간의 관계는 갑을관계가 굉장히 명확하다. 권력구조가 명확환 관계에서 갑은 노골적으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본인이 권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뽐내지 않는다. 그의 권위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공기 속에, 말투 속에, 눈빛 속에, 그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급하지 않다. 늘 여유롭게 눈빛으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이것이 위력이고, 위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 누구보다 명확한 관계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관계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채용면접을 보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첫 출근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에 머무는 일분일초마다 사장의 권한범위와 위력하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 노동자가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범죄의 가해자가 사장이거나 업무지시자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아가 범죄가 노동과 밀접하게 관련돼 권력관계에 의해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얼마 전 <노동과 세계>라는 언론에 노동자이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범죄의 생존자인 김지은씨가 “‘노동자 김지은’이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기고글을 실었다. 해당 글에서 김지은씨는 노동자와 피해자를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여기는 재판부와 사회 인식을 이야기했다. 성실한 노동자로 일한 시간들이 오히려 피해자다움을 잃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노동자로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노동자가 될 수 없는 피해자로만 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판 중에 노동자로서 성실히 일했던 제 인생은 모두가 가해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좋은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피해자답지 않게 열심히 일해 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수년간의 제 노력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피해자다움과 배치되는 인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노동자가 아닙니다. 제가 만약 정상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보장받기를 요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다운 것이 업무를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사는 것인가요? 하루하루의 업무가 절실했던 제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만약 그가 피해 발생 직후 다음날 무단결근을 했다면, 심지어 1주일 넘게 그랬다면 이는 해고사유가 될 것이다. 그는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성실한 노동자였다. 그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에게 피해 발생 직후 출근하는 선택은 굉장히 합리적인 노동자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이러한 선택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무죄라고 판결했다.
어떤 사물이 글씨를 지우는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글씨를 쓰는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물은 지우개나 연필이 된다. 이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진 사물은 적어도 지금의 공간에선 존재하기 어렵다. 그런데 어떤 지우개는 그 모양이 네모이기도 하고, 동그라미이기도 하고, 네모였다가 동그라미가 되기도 한다. 즉 지우개와 네모 또는 동그라미는 하나의 사물에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노동자와 피해자의 개념은 연필과 지우개처럼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라, 지우개와 네모처럼 양립 가능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바람직한 노동자로서의 성실하고 근면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가 결코 피해자일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거나 아니면 ‘네모난 것만이 지우개’라는 편협함에서 비롯된 억지일 뿐이다.
김한울 labortoday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서울 은평구 녹번동 5번지 18동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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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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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 ||
추석을 앞두고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강원랜드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추진하는 사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갔었다. 이들은 한 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둬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두 명의 노동자는 단식농성을 했다. 한 노동자는 건강 이상으로 단식을 중단했고 다른 노동자는 13일간 단식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모두가 원했던 것을 한다는데, 왜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당사에서 스스로 감옥살이를 하고 목숨 건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방법이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추진됐고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1년 동안 운영했다. 1년 동안 회사는 자회사 방식을, 노동자는 직접고용 방식을 주장하며 논의를 했으나 전문가들은 더 이상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협의회를 끝냈다. 전문가위원들은 노동부에 보고할 테니 이후에는 그 절차에 따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협의회를 이렇게 끝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표결로 자회사 전환을 결정짓길 원했다. 전문가위원들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협의를 종결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끼리 ‘자회사 전환 합의서’를 작성하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자회사로 결정됐다고 공표했다. 전문가 위원과 민주노총 대표는 이미 퇴장한 후였다. 자회사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이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민주노총 대표는 이 합의에 참가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9월5일 노사합의 공표 이후 빠르게 대응했다. 같은달 27일부터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와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를 받았다. 영업소별로 공문을 시행해 동의서를 받았다.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에는 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기간제 근로자로 수납업무가 아닌 공사 조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도로정비·조경·청소·경비·조리원 등)가 부여된다고 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도 공사 조무원 업무가 부여되고 패소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 직원도, 자회사 직원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직접고용을 원하는 노동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다. 자회사로 가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겐 협박이었고 모험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용역근로자에 대해 “노·사 및 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과 방식·시기를 결정하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처음에는 요금수납원이 ‘스마트 톨링’으로 없어져야 할 업무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자 자회사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금인상률도 자회사는 30% 이상을, 직접고용은 12%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직접고용을 당연히 요구하던 다른 노동자 대표들도 회의가 거듭되면서 자회사로 입장을 바꿨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은 임금을 더 받는 게 이익일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마지막 회의에서도 도로공사는 표결을 하자고 했다. 도로공사 입장은 일관되게 자회사였다. 처음부터 직접고용보다 자회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설계해서 선택하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을 자회사 전환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설계해 노동자들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광지역법) 효력이 2025년 끝나면 이후에는 연장이 불투명한데 직접고용하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또 직접고용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주장한다.
강원랜드의 전체 용역비용은 747억원이고 종사인원은 1천646명이다. 1인당 4천600만원 정도로, 월로 환산하면 385만원가량이다. 노동자들은 추가비용을 쏟아부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은 용역업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처우개선비로 사용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법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안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 지침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게 명분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은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단지 서류상 문구일 뿐인가? 공공기관은 그동안 고유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은 책임져야 할 자가 고용 책임도 지고 사용자 자리로 돌아가라는 것 아닌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분 있는 일을 하면서 노동자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사용자 논리와 입장만이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촛불 이후에 세워진 정부에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정규직 전환을 손꼽아 고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기대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강행으로 오히려 정규직 전환보다 못한 결과가 돼 버렸다. 그들은 말한다. “차라리 정규직 전환 협의가 없었으며 좋았겠다”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면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정부 의지가 노동자들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 돼 버렸다.
조명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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