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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우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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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우주론

익명 (미확인) | 금, 2018/11/16- 11:13

현대철학자 화이트헤드는 평소 자신의 철학을 철학과 종교와 과학을 융합한 유기체 사상philosophy of organism이라고 불렀습니다. 좀 더 자세히 그의 철학을 들여다보면 그는 자신의 과정철학을 현대의 존재론ontology으로 주창하였음과 동시에 유기체적 세계관을 새로운 우주론 cosmology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칼럼_181116
철학자 화이트헤드

한편 우주론을 논하는 경우에 존재론을 같이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주의 근거와 작용인 및 목적인을 설명하는 우주론을 구축함에 있어서 반드시 우주의 구성원인 개별적 존재의 성격을 설명하는 존재론이 전제되어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주는 개체들의 산술적 합이 아니라 그 이상의 속성을 발현하는 창발성을 갖는 복잡계이기때문에 단순히 대수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존재론이 제시하는 존재의 속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우주론이 전개되기때문에 같이 논할 수밖에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즉, 현대철학은 개체의 주체성과 공동체로의 귀속성과 연대성을 같이 논하지않을 수없기 때문에 존재론과 우주론을 같이 설명할 수밖에 없다할 것입니다!

한편, 현대의 존재론은 서구의 실체론을 과감히 폐기하고 생성론(이를 과정론,사건론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을 과감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간단히 다시 말씀드리면 생성론은 존재는 동일성을 지닌 실체substance가 아니고 단지 시공간상의 인과적 사건의 연속적 과정을 생성하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실체론에 터잡은 우주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확인해봅니다!

실체론에서 상정하는 우주는 2가지 요소(1개의 원인과 1개의 조건)로 이루어져있다는 단순계를 모델로 하고있기때문에 그 인과율은 선형인과 linear causality또는 단순인과라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계안의 지구의 운행을 설명할 때 태양과 지구만을 변수로 고려하고 나머지 다른 행성들을 고려대상에서 배제시켜버립니다. 따라서 역학관계를 2개의 변수로 단순화시키기에 설명의 유용성은 있으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는 무지의 유용성이라는 주제로 나중에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체론의 가장 큰 문제는 선형인과율을 따르다보니 결정론과 목적론 또한 계서적인 지배,피지배관계를 본질로 한다할 것입니다. 이에따라 인간의 자유의지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제1원인의 작용인과 목적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뭇 존재는 선행원인으로부터 유래하였기 때문에 모사된 후행존재는 선행존재인 원본보다 열등하다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행원인이 제시하는 작용인과 목적인을 거부할 수가 없어 그가 제시하는 담론에 예속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하여 실체론에 비롯한 우주론은 선행 제1원인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지니지않을수 밖에 없습니다!

즉, 기계의 모든 구성요소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제1원인의 지시에따라 움직이는 부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하면 강자만이 선행원인이 되어 후행원인인 약자는 그에 종속되는 계서적 질서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따라 니이체는 절대적인 진선미는 존재하지않으며 진리의 척도는 오로지 힘Macht, 즉 진리에의 의지밖에 없다고 도덕계보학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를 기계론적 세계관에 적용하면 오로지 제1원인의 힘에의 의지가 진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의 기준은 강자인 성형자본의 힘,의지가 만들었기에 결국 힘의 의지,즉 강자의 힘에 의해 현대 진리는 만들어진다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실체는 서로 내재적인 생성관계가 없는 독립된 존재들이기에 자신들의 생존은 반드시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 결코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아를 끊임없이 강자에 복종시키며 타자화하는 소외를 근원적으로 벗어날 수없으며 결국 강자의 일방적 지배와 약탈만 있을 뿐 강자와 약자의 순환성을 상실하게됨으로써 종국에는 호환적 생태계는 유지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편 생성론에 근거한 우주론은 화이트헤드가 말했듯이 유기체적 세계관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의 유기체란 생명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 구성요소가 또는 구성요소와 구성요소가 정합적으로 꽉 짜여있으면서 상호 내재적인 생성작용을 멈추지않는 실재를 의미한다할 것입니다. 하여 세포단위의 유기체이던 우주 차원의 유기체이던 그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시공간상 분리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내재적으로 분리되지않고 생성에 같이 참여하는 존재이기때문에 모든 요소가 생성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동등하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전체로서의 하나a single totality인것입니다. 하여 유기체적 세계는 단순계가 아니라 최소한 3개이상의 구성요소가 상호영향을 미치는 복잡계이기에 상호인과율 또는 복잡인과율을 따르게 됩니다. 이는 불교의 연기법과 같다할 것인데 이러한 비선형 인과는 결정론이 아닌 확률론을 따르게 되어 있어 구성요소들의 자유의지도 인과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시말하면 구성요소는 강약,대소,선후를 불문하고 똑같은 확률적 가치를 지니기에 모두 평등한 존재로 생성에 등가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존재론적으로 보여준다할 것입니다.

 

그러면 유기체 사상의 과학적 근거를 알아봅시다!

우선 양자역학에서 찾아보면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현상을 들 수있습니다. 이 이론은 아인쉬타인이 사물의 실재성과 국소성(분리성)을 증명하기위해 EPR패러독스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결국 1982년 아스팩의 실험에 의해 우주는 비국소적이고 비실재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를 양자얽힘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고 영속적으로 생성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임을 물론 또한 우주는 분리된 것처럼보이나 실제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분리되었으나 분리되지않은 하나! the devided undevidedness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또한 우주는 그 구성요소가 모두가 내재적으로 연결된 유기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론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들 수있습니다.

즉 우주의 시공간 형태는 물질의 분포가 만들고 또한 물질의 분포는 시공간의 모양이 만든다는 것으로 이는 상호연기,즉 유기체의 특징인 상호간 내재적 생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할 것입니다. 또한 극명하게 우주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론으로는 조지 가모브 박사가 주창한 빅뱅이론이 있는데 이는 우주는 하나의 특이점singularity에서 빅뱅하였다는 것으로 우주는 유기체로서의 한 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아가 복잡계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기위해 항상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를 멈추지 않는데 그 과정에 우주의 모든 요소가 창발emergence과정이든 혼돈chaos의 과정이든 되새김feed back의 과정에 모두 구성요소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하기에 로렌쯔는 아마존의 나비날개짓이 카리브해에 폭풍을 만들 수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또한 세계 전체가 내재적으로 생성관계를 맺는 유기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할 것입니다.

또한 현대진화론, 특히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진화를 다윈주의 (자연선택) 와 신다윈주의(돌연변이) 와는 달리 생명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으며, 특히 칼 세이건의 부인인 린 마굴리스는 공진화co-evolution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진화도 우주라는 유기체 내부의 구성요소들의 상호인과적 생성작용으로 보고있습니다.

한편 인지과학의 제3패러다임인 체화된 인지EM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 두뇌,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마음이 복잡계이자 유기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한편 불교의 유식사상은 마음을 두뇌,몸과 우주의 상호작용으로 보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도 정보처리시스템으로서 한 마음,즉 일심이라할 것입니다). 물론 과학은 아니지만 불교의 연기법도 우주를 유기체로 보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할 것입니다.

 

그러면 단지 이론적 관점이 아니라 실천론의 입장에서 왜 유기체적 세계관을 받아들여야하는지를 살펴봅시다.

우주가 구성요소들의 정합적인 연결망인 유기체라면 우주안의 모든 존재들은 개체로서 독립성뿐만 아니라 구성요소들간의 관계성도 생득적인 조건이기에 반드시인간들은 생활세계의 공동체를 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위한 대안으로 공동체를 제시하기도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개체성과 관계성을 중첩적 속성으로 하기때문에 온전한 삶을 위해서는 소통과 상생의 공동체를 반드시 전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동체는 영어로 community라고 부르는데 어원을 따지면 선물을 같이 나누는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는 공동체안에서는 모든 존재가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유기체에서 타자는 자아의 생성에 내재적으로 이바지하기에 타자는 항상 선물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기체의 속성상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지않을 수없는 것입니다)

또한 유기체사상은 자아와 타자가 내재적 생성관계를 맺기에 자타불이라는 불교의 교리가 단순한 종교적 구호가 아니라 실상이라는 것을 밝혀줍니다(한걸음 더 나아가 유기체사상은 우주와의 합일체험을 중시하는 뭇 종교들의 신비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할 것입니다). 하여 유기체사상은 사랑과 자비의 존재론적 근거도 되지만 사랑과 자비가 시혜적 동정이 아니라 평등성에 기초한 나눔이라는 것을 제시하며 나아가 사랑과 자비가 개체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의 개혁으로까지 승격시켜야하는 근거가 된다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횡행하는 이민족,특히 난민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배척하는 태도도 실체론적 존재론에 근거한 것으로 우주의 생성에 뭇 존재가 모두 평등하게 참여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순혈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할 것입니다. 하여 예맨난민과 카라반행렬은 바로 우리의 책임이기도한 것입니다.

나아가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실체로 보는 실체론을 벗어나서 자본과 노동이 동등한 생산성요소라는 생성론의 입장에서 자본과 노동의 일치 또는 호환할 수있는 새로운 생산양식을 반드시 모색해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나비효과에서 언급하였듯이 아무리 작은 행동도 되새김을 통해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내듯이 우리의 작은 행동이 역사를 바꾸는 혁명의 단초가 될 수있다는 것입니다. 하여 니이체는 노예의 도덕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를 키우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되새김에의한 창발효과는 자연법칙일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적용될 수있기에 비록 지금은 초라해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의 위치에서 참된 진리를 향한 권력의지를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이것이 필자가 21세기의 우주론으로 유기체사상을 제시하는 이유라할 것입니다!

ㅡ따로 또 같이!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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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활동 공유회

'아름다운 지역공동체와 함께 하는 사람들'

 

○일시 : 2018.01.09(화) 오후 3시

○장소 : 사회복지회관 1층 소강당

○문의 : 홍선미_010-8866-5629

 

 

 

 

화, 2018/01/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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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편(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에서는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욕망을 살펴보았고, 2편(주공 아파트 키드의 기억)에서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아파트라는 삶터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마을’과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마을? ③ 마을에 던지는 몇 가지 질문

2010년 희망제작소에 입사할 때만 해도 농촌이 아닌 도시에 마을이 있기는 한지, 그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성미산과 삼각산마을, 원주의 사회적경제 현장 등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동체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의문은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행정에 기대지 않고 주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사례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포럼이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공동체를 알리고 권유하는 동안, 정작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잊고 있었다.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 끊이지 않는 출장 등으로 집은 먹고 자는 하숙집일 뿐이었다. 내 이웃으로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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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에서 주민으로

교육참가자이자 행정의 대상이 아닌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동네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작년에 어쩌다 덜컥 집을 구입하면서부터였던 듯하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10세대 정도가 함께 사는 다세대 빌라였기 때문에 가끔 반상회가 열렸고 거기에 나도 초대받았다. 참석자는 할머니 두 분과 나보다 최소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 2명, 그리고 나였다. 갓 이사 온 데다가 나이도 가장 어린 나는 다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두 집이 2년째 관리비를 안 내고 있다는 것, 관리비를 내라고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둥 이웃에 대해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외부인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니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교육생들 앞에서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마을공동체와 관계망이 생기면 저절로 감시되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했던 나였지만, 어쩐지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동네일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동안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던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관계망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아무 불편함이 없었고 같은 빌라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나도 못 하고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했던 건 아닐까.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다

분명 지역 내 어떤 문제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지역 내 관계망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을공동체는 개인이 성장하고 공공성을 학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에는 마을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혹은 아예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평생 한 번도 문서라는 것을 만들어본 적 없는 어르신, 생계유지에도 급급한 1인 가구,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쉴 틈도 없는 부모, 한글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다문화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건 아닐까? 성적소수자부터 나처럼 지역 내 관계망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민까지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행정은 지역을 기반으로 마을공동체나 각종 참여 정책을 기획한다. 하지만 정작 주민 중에는 지역이 자신의 정체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청년이나 세입자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도 이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자발적으로 직업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이동하면서 소셜네트워크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도 많아진 지금, 우리는 공동체에 관해 새로 생각하고 상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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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주민이 많이 참여하는 게 정말 좋기만 한 거겠냐는 생각도 든다. 실제 주민 중에는 시민의 의무나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이기심을 제어하고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단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험해보고 싶다. 가다 보면 길은 어떻게든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 글 : 임은영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7/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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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아파트는 ‘주거’ 이외에도 ‘투자’ 즉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아파트’라는 단어를 검색해보기만 해도, 아파트 분양일정과 거래가격 정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드러납니다. 압축성장의 산물, 재산증식과 투자 상품으로 아파트의 가치는 날마다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 혹은 욕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아파트는 분명 사는 곳(Living)인데 왜 사는 것(Buying)의 정보만 넘쳐날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① 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

올여름, 30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를 떠났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엄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말을 노랫말처럼 내뱉으시곤 했다. 그리고 30년 만에 그 꿈을 이루셨다.

아파트에 살면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경비실에 연락하면 된다. 일반주택에서 집 한 편에 쌓아뒀다 요일에 맞춰 내어놓아야 하는 쓰레기도, 아파트는 원하는 때에 정해진 장소에만 가져다 두면 된다. 주차도 편하다. 내 구역이니 네 구역이니 언성 높일 필요 없이 세대별로 정해진 곳에 차를 대면 된다. 이런 편의성은 누군가와 귀찮게 혹은 불편하게 부딪혀야 하는 일을 줄였다. 정해진 규칙만 잘 지키면 될 일이다.

엄마가 아파트를 고집하신 이유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어디 아파트는 얼마 정도 한다더라. 그 동네 집값이 다 올라서 옆 동네에도 영향을 주나 봐. 그러니 더 늙기 전에 지금 사!”
모임에 다녀오면 엄마의 아파트앓이는 더 심해졌다. 어디 아파트 가격이 좋고, 어느 지역 아파트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정보가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끼고 계셨다.
사실 돌이켜보면 엄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냐는 친구들의 흔한 질문에 난 할 말이 없었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나 역시 엄마와 같은 박탈감을 느꼈다. ‘아파트에 사는 것 = 부유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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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

요즘 아파트를 선망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달리 한국에 등장한 최초의 아파트는 저소득층 주택,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70년 본격화된 경제성장으로 신 중간층(소위 말하는 서구식 고등교육을 받은 30대 세대)이 등장했고, 한강맨션 아파트로부터 시작된 아파트 건설 열기에 힘입은 투기 과열과 가격폭등 양상으로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는 제거되었다.

최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급속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상황에 등장한 편리한 서구 근대 문물이미지를 덧입은 주거지로 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급격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례 없이 대단지로 개발된 아파트는 소위 신 중간층이라 불리는 집단만의 격리된 도시 공간을 구축했다. 80년대 이후부터 정부의 대단위 주택건설계획, 민간개발 업자를 위한 합동재개발 방식 도입, 신도시와 신시가지 건설을 통한 아파트 물량 공급의 증가는 아파트를 향한 잠재된 욕망을 이끌어내었다.

– 박철수 ‘아파트의 문화사’(2013) 중


‘중산층이 사는 곳 = 아파트’ 공식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양산되었다. 사람들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를 드러내며 사회적 인정을 갈망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더 나아가 그런 아파트를 몇 채나 소유하고 있는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우리 엄마의 평생소원, 즉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욕망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소박하다. 아파트 시세차익을 통한 재산 증식과 투자마저 보편적인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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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꿈,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

얼마 전에는 결혼한 친구를 만났다. 신축 빌라에 살고 있는데,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건너편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향후 5년 목표라고 했다. 계획도 꽤 구체적이었다. 현재 주거비와 저축예금, 일정 비율의 대출이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 학교 가기 전에는 무조건 아파트로 가야지. 무시당하면 안 되잖아.” 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규정한 정답과 기준에 맞춰 살 것인지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는 태어날 아이의 출발선이 고급 브랜드 아파트이기를 희망했다.

친구의 이야기가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투자, 상품화의 맥락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화, 고급 이미지화되어 점점 더 상품에 가까워졌다. 거주 공간, 장소로서 일상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다.
분양이냐 임대냐, 아파트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의 프레임은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까지 확장되었다. TV를 켜면 쏟아지는 아파트 광고는 ‘OO아파트에 살면 나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양산한다.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집단과 문화를 만든다. 새로운 아비투스*로서 취향 계급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본과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에 순응하며 새로운 집단성을 만들어내고, 그곳에 소속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산다. 수동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조롭고 경직된 공간 구조, 단지를 경계로 내부로만 향하는 아파트의 공간 구성은 그곳에 사는 개인의 일상을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회계층적 구분짓기 프레임으로 덧씌워진 아파트라는 하나의 푯대를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어떻게 하면 그 집단에 속할 수 있을지만 중요할 뿐 자신의 일상과 삶에 관한 고민은 없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집단에 속하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부추기는 사람들, 돈이 생기면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이 상식이 된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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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희망제작소 입사 후, 줄곧 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 특히 아파트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응답하라 1988’과 같은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제시한 프레임에 순응하며 사는 수동적인 삶을 주체적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사는 것만이 옳다고 믿어온 모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나의 삶과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삶의 공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30년을 살았던 동네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높은 언덕을 따라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고, 더 지어질 계획이란다. 재개발하면 돈을 준다는 데도 동네 할매들은 꼼짝하지 않는다. 늘그막에 무슨 돈이 필요하겠냐며, 옆집 할매랑 오순도순 살다 가면 그만이란다. 할매는 돈 몇 푼보다 옆집 할매와 헤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안다. 옆집 할매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할매에게 응원을 보낸다.

– 글 : 안수정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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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박철수 ‘아파트문화사’(살림출판사, 2013)
2) 권현아, 백진 ‘사회적 계층화에 기반을 둔 아파트 브랜드의 주거 상품화에 관한 연구’(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013)

도시의 주된 주거형태가 저층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감에 따라 다양한 사회문제(층간소음, 경비원 처우개선, 이웃 간의 분쟁 등)가 발생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2013년부터 SH서울주택도시공사, 한겨레신문과 함께 ‘주민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이하 행아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파트에 사는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주도의 아파트문화형성을 지원 중이다.
금, 2017/10/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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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민의당에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과 국민의당의 임금체불  정책방향 관련 질의서 발송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은 7/25, 제34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임금체불을 노동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goo.gl/KonuPm). 이에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발언에 대한 논평을 발표(https://goo.gl/q6hAbk)한데 이어, 오늘(7/26)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과, 임금체불 관련한 정책방향 등을 묻는 질의서를 국민의당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임금체불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라는 인식 하에 지난 몇 년간 국회와 노동시민사회계에서는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한 각종 법안, 정책들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국민의당 또한 3개월 전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임금체불과 관련하여 다양한 공약을 낸 바 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임금채권보장제도와 자당의 공약을 숙지하고 있기만 했어도 어제와 같은 발언과 해명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7/25) 발언이 문제가 되자 “저의 경험에 비춰 사장이 망하니 월급 달라고 할 때가 없고 법적으로 대응을 해도 실익이 없다”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마치 사업체가 도산 혹은 폐업하면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미 20년 전인 1998년, 임금체불을 사업주와 노동자의 채권채무 관계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의 차원에서 체불 문제를 바라보는 임금채권보장법이 제정되었다. 기업의 도산으로 인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한 노동자에게 국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활용하여 일정범위의 임금 등을 미리 지급하는 임금채권보장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현재 일반체당금 제도와 더불어 2015년부터는 가동중인 사업장에서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제도가 적용되도록 하는 ‘소액체당금’ 제도가 도입되었고 바로 얼마 전인 7/1(토)에는 소액체당금의 지급액 수준을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고시가 시행되었다. 


2016년에만 50만 명의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겪었다. 현재 있는 제도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임금체불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할 국회의원이 권리가 침해당하여도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었다. 또한, 관련한 현행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 바탕하여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였다. 임금체불과 관련한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은 의원 개인의 해명으로 마무리 될 사안이 아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과 임금체불 근절에 대한 국민의당의 명확한 정책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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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7/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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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임금체불을 감내해야 하는 공동체’는 정의로운 공동체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 부정하는 이언주 의원의 천박한 인식 다시 드러나  
국민의당, 공당으로서 원내수석부대표의 이번 발언과 자당의 임금체불 관련 대선공약에 대한 입장 밝혀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은 오늘(7/25) 제34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임금체불을 노동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goo.gl/KonuPm). 2016년 신고사건과 근로감독을 합쳐 50만 명에 육박하는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겪었다.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권리 보장에 힘써야 할 국회의원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포기하는 것이 공동체의식이라고 발언했다. 마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임금체불 관행을 정당화해주는 것 같아 듣고도 믿기 어려우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임금은 노동자에게 생존이다.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감내해야 하는 공동체는 더 이상 정의롭지 않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비판받자, 임금체불은 법적으로 대응할 실익이 없다는 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것은 비정규직의 확대와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의 증가와 내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취약계층의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것이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임금체불은 매우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다. 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저임금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분배정의를 왜곡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제재를 강화하고, 임금체불 예측시스템을 구축하며, 체불임금에 대한 부가금 및 지연이자제 도입, 체불임금 국가 우선지급 및 체당금 지급대상 확대 등 임금체불과 관련한 각종 공약을 발표하였다. 임금체불과 관련한 국민의당의 대선공약이 공약(空約)이 아니라 매년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진심으로 해결하고자 만든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면, 국민의당은 불과 3개월 전 공개한 임금체불과 관련한 자당의 공약과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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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7/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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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 돌봄 및 방과후학교의 수요자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의 시설과 운영이 어떤지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교육(지원)청 및 학교 돌봄 및 방과후학교 운영 담당 실무자
– 돌봄 담당 교사 및 돌봄 전잠사
– 지역자치단체 마을공동체 및 사회복지/교육복지 담당 실무자
– 지역아동센터 운영자
–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 돌봄 및 방과후학교 관련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운영 실무자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학교와 마을공동체가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할 때
– 돌봄 및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궁금할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해외의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 사례
– 지역 특성 및 인프라 구축 정도에 따른 학교와 마을의 협력 사례

* 요약

◯ 돌봄 및 방과후학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찾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 조사를 병행하여 국내와 해외의 성공적으로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을 실행한 사례를 분석하였다.

◯ 국내에서는 학교시설 복합화에 근거해 학교라는 공간을 지역 주민의 공공 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으며, 지역사회는 이러한 공간을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마을교육공동체의 거점으로 삼음으로서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을 도모할 수 있었다. 또한 이미 마을교육공동체,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학교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마을협력 모델들이 싹트고 있는 사례를 통하여 운영모델과 학교시설 복합화가 결합될 때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 인적자원 인프라 구축 등의 효과와 학교는 질 높은 학습 계획 및 운영을 제공하는 등 효율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해외사례로서 미국, 영국, 일본 사례를 살펴보았으며, 세 개 국가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은 첫째, 방과후학교 지원을 위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기반으로 이미 이러한 형태의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이 이루어졌다. 둘째, 현장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간 연계 프로그램의 절차를 표준화하여 체계적으로 운영함으로서 여러 주체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 마지막으로, 마을 학교 간 협력 연계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 예산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돌봄 및 방과후학교의 이해관계자인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학교, 학부모, 민간의 지역아동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마을협력 연계방안을 적용하는 데 있어, 교육(지원)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소통장벽, 기존 돌봄 및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인력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는 공간 공유시 발생하는 시설관리 비용과 안전문제를, 학부모는 참여가능한 시간부족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학교 및 교육(지원)청과 소통장벽을, 지역 내 기관(지역아동센터 및 사회적기업 등)은 운영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초기 성공사례를 구축하고 있는 현장 관계자들을 인터뷰하여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 모델 운영시 필요한 공통점 및 구성요소를 도출하였다. 공통점은 일단 자발적인 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 주체가 드러나고 자원이 연계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과 핵심 이해관계자가 학교라는 점이이다. 그러나 각 지역 특성과 상황에 따라 마을협력모델의 구축 과정과 성공의 양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마을협력 모델을 도출하기 위한 구성요소로서 인적자원, 지역인프라, 공동체 문화, 학교 개방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및 협력 5가지 요소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지역 별로 각 구성요소의 수준에 따라 적합한 마을협력모델 유형을 사회적경제조직 및 비영리기관 중심 모델, 마을 중심 모델, 학교 중심 모델 등 세 가지를 도출하여 제안한다.

◯ 결론으로, 현재의 아동 돌봄 현황에서 초등학교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협력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학교의 유휴 공간 활용과 돌봄을 지역사회의 과제로 인식한 지자체와 마을공동체 주체 및 모든 이해관계자의 구체적인 협업 프로세스 구축, 정책 및 제도의 개선과 적용을 통해서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정책 이해관계자는 정책 개선 기본계획 로드맵 구축을 추진하고, 실행 이해관계자는 협업을 위한 소통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수, 2017/07/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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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연구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공육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슈퍼비전’은 연구원들이 관심 있는 주제 혹은 사업 관련 학습이 필요할 때 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 4월, 도시 내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고 계신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연구위원을 모시고 ‘도시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강연 내용을 공유합니다.


2016년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3차 총회가 열렸습니다. ‘유엔 해비타트’는 주거와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로, 통합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세계 개발을 위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차 총회에서는 ‘도시에 대한 권리’가 새로운 도시의제로 제시되었는데요. 이는 도시에서 국적이나 성별,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적절한 공간에서 주거하고 활동할 권리가 있으며, 어느 지역에 거주하든 공공 공간이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제철거가 허용되는 나라입니다. 용산참사는 사람보다 개발이익이 중시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입니다. 용산참사로 인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주대책비 보상이 3개월분에서 4개월분으로 늘어났다는 것뿐입니다. 지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열풍이 사그라들어 이런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발 방식과 원리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만 하면 집을 사고 중산층으로 편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의 증가, 집값의 비정상적 상승으로 인해 노동자가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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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 3차 총회.
이날 총회에서는 ‘도시에 대한 권리’가 새로운 도시의제로 제시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유엔 해비타트 홈페이지 / https://unhabitat.org)

모두를 위한 도시, ‘모두’는 누구인가?

‘모두를 위한 도시’에서 ‘모두’는 과연 누구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챙길 때 모두를 위한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노인과 장애인, 청년들도 고충이 많겠지만 그들은 투표권도 있고 관련 단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들은 투표권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곤한 아동들이 거주하는 집에 들어가 보면 난방이 안 되거나 물이 새는 등 주거상황이 열악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쫓겨나면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참고 거주합니다. 이런 집들은 외관으로는 별문제가 없어서 들어가지 않는 한 빈곤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난한 아이들이 도서관이나 공원도 없는, 지역사회마저 가난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성남시라고 해도 분당구는 공원과 도서관 등 사회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지만 수정구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도시공간이 너무 상품화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구로공단은 1년 만에 만들어졌지만, 공공은 주거에 무관심했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쪽방촌을 만들어 공급했지요. 노동자는 그곳에서 거주하고 건물주는 이익을 얻습니다. 성장 위주의 도시 정책으로 인해 집 문제를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구로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바뀔 때까지도 공간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유엔 해비타트 보고서에서는 성장 위주의 정책과 도시에 대한 권리를 함께 추구하기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이사,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먼 나라 이야기

주택은 살기 적당하면서도 부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보통은 살기 좋으면 너무 비싸고 가격이 좋으면 거주하기 부적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정책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2년마다 이사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마을만들기와 공동체가 가능할까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제한 없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부 빈곤 지역의 경우, 3개월 이상 고시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집이 아닌 비주택가구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토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넘기면 연중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으나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비주택가구는 2010년까지 5만 호에 불과했으나 2011년 13만 호, 2015년 40만 호로 급증하여 이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에 주거권 보장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좋은 의도를 나열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자유만 중시할 것 같은 미국도 뉴욕 임대주택 중 3분의 2를 대상으로 임대료 통제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서울과 수도권 대학가 등은 임대료 규제가 필요하지만, 임대료인상률상한제조차 반발하는 실정입니다. 공실률이 5%보다 낮으면 교섭력 자체가 기울어지면서 집주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이를 막고자 뉴욕 등 미국 대도시도 임대료 제한을 하는 것이지요. 서울의 공실률도 2~3%로 집주인에게 교섭이 유리한 상황인데요.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10%로 늘리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의 집수리 관련 지원 제도는 집주인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집주인이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수리를 하지 않아도 세입자를 얻기 쉬운 집주인들은 수리 의사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저렴한 임대주택의 품질관리책임은 정부에게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공재정도 투입하지요. 집수리를 하게 되면 집값이 올라가면서 세입자에게 그 부담이 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흥시는 자체 예산으로 집주인과 임대료 동결 협약을 체결한 후 집수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 저렴 민간 임대주택의 심각한 품질 문제

▲ 저렴 민간 임대주택의 심각한 품질 문제

중앙, 지자체,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사회 주체 간 대타협 필요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역 내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역의 문제를 자율·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재원을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중앙정부는 정책과 책임만 지방으로 보내고 재원은 거의 부담하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주택가격과 그로 인한 수입이 생계 일부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주체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주택을 ‘산업’으로 보는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주거정책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임대료 자체가 낮아지거나, 소득수준과 연동하여 부담 가능한 선에서 임대료가 결정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비영리단체, 종교단체, 노조 등 다양한 주체가 사회주택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역시민사회가 공원, 놀이터, 도서관 등 다양한 도시 공공공간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도시권 실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녹취 및 정리 : 임은영 | 지역정책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5/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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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그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그들은 대부분 간절했고, 대한민국의 극심한 주거문제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목, 2017/03/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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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의 한 골목길. 한 남학생이 어머니 심부름에 옆집으로 향한다. 손에 들린 접시에는 샐러드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이웃은 빈 접시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샐러드가 비워진 접시에는 깍두기가 담긴다. 어머니 역시 가만있지 않는다. 깍두기를 준 이웃에게 가져다주라며 불고기를 건넨다. 다시 옆집에 가자 “아줌마, 엄마가 카레 좀 드시래요.”라며 다른 이웃집의 친구가 들어온다. 이웃과 이웃 사이, 그렇게 계속 음식이 오고 간다. 덕분에 밥상도 풍성해진다. 김치찌개 하나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려던 부자의 밥상에 이웃이 나눈 반찬이 더해져 근사한 한 상이 완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찬 배달에 지친 아들은 말한다. “이럴 거면 다 같이 먹어.”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 ② 당신의 믿을 구석, 나의 비빌 언덕

1988년, 서울의 한 골목길. 한 남학생이 어머니 심부름에 옆집으로 향한다. 손에 들린 접시에는 샐러드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이웃은 빈 접시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샐러드가 비워진 접시에는 깍두기가 담긴다. 어머니 역시 가만있지 않는다. 깍두기를 준 이웃에게 가져다주라며 불고기를 건넨다. 다시 옆집에 가자 “아줌마, 엄마가 카레 좀 드시래요.”라며 다른 이웃집의 친구가 들어온다. 이웃과 이웃 사이, 그렇게 계속 음식이 오고 간다. 덕분에 밥상도 풍성해진다. 김치찌개 하나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려던 부자의 밥상에 이웃이 나눈 반찬이 더해져 근사한 한 상이 완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찬 배달에 지친 아들은 말한다. “이럴 거면 다 같이 먹어.”

전작에 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1988’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의 배경과 동시대를 겪은 이들은 말한다. “그래. 저 시대에는 콩 한 쪽도 나눠 먹었지.” 1988년, 연도만 들으면 엄청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공동체의 경험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1988년쯤 태어난 나에게도 ‘콩 한 쪽 나눠 먹는 경험’은 분명히 존재했다.

누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걸음마를 갓 시작했을 때일까. 엄마의 전언에 의하면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다고 한다. 엄마가 잠시 옆집에 다녀온 사이, 잠들었던 내가 사라진 것이다. 당황한 마음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던 엄마. 억장이 무너질 것 같던 마음은 전화 한 통으로 이내 가라앉았다. 건넛집 할머니가 음식을 나누러 왔다가 자는 날 보고 걱정이 되어 데리고 가셨던 것. 엄마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더 충격이었다. “서툰 걸음마로 밖에 돌아다니다가 개울에라도 빠졌을까 걱정이 되더라고.” 엄마의 머릿속에 ‘납치’라는 단어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이웃을 믿었다는 것인데, 아무리 시골이었다 한들 가능한 생각이었을까? 아직도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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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내게도 ‘믿을 구석’은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이웃집 수저 개수를 알 정도로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요즘 10대들은 개념조차 잘 모른다는 ‘품앗이’나 ‘두레’가 낯설지 않았다. 이웃 간 왕복이 잦았기에 고독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아빠는 기꺼이 상여를 맸다. 경사가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한 데 모여 잔치 음식을 차리고, 김장도 함께 했다. 동네 아이들은 이웃집을 내 집 마냥 들락거렸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어떤 믿음이 생겼다. 무슨 일이 생겨도 누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던가. 부모님은 내게 항상 대도시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큰물에서 놀아야 더 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친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 친구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위장전입을 불사하며 대도시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다. 선생님들의 도시 사랑도 끔찍했다. 조금이라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으면, 근처가 아닌 대도시의 학교로 진학시켰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우리는 서른 즈음의 나이가 되었고, 아빠는 60대 중반의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가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손주 볼 나이라고도 하신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여전히 청년 축에 속한다. 내 모교인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스무 명도 안 된다고 했다. 폐교 이야기가 오간다고 했다. 면 소재지에 있던 가게들도 장사가 안되니 하나둘씩 문을 닫는단다. 달랑 하나 있던 약국마저 사라졌다. 가벼운 감기에도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사람이 없어서 문제’라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만 모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다. 언론사들의 문제의식도 비슷했을까. 신문과 TV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귀농·귀촌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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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아니라 원수

일터의 동료는 육아 때문에 업무 집중이 힘들다고 한다. 주말 약속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시댁과 친정이 멀어서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란다. 어렸을 적 경험에 기대 ‘옆집에 맡기면 안 돼요?’라는 말은 꺼낼 수 없다. 아파트 생활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맡길 수 없는 문제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아이가 집에서 조금이라도 뛰는 날에는 아래층에서 무섭게 항의한다고 한다. 그러다 이웃이 아니라 원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른 단지에서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몇 달 만에 발견됐다고도 했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네 평 남짓의 원룸에 딸린 화장실은 물 내려가는 소리가 유독 크다. 어느 날 건물 1층에 커다란 벽보가 붙었다. 물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으니 새벽 샤워를 자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인지 알아내 집주인에게 신고하겠다고도 했다.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새벽에 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을 물어보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라고 벽보 한 편에 쓰려다 펜을 내려두었다. 층간소음, 주차시비 등의 문제는 좁은 땅덩어리에 최대한 많은 가구 수가 들어찬 공동주택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어느 곳은 사람이 없어서 문제고 어느 곳은 사람이 넘쳐서 문제다. 사람만 모이면 따뜻한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내 믿음은 무지였다. 귀농·귀촌을 이유로 해마다 많은 이들이 ‘사람이 없어서 문제라는’ 농어촌을 찾는다. 하지만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사람이 많아서 문제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도 (과거의 이야기지만) 공동체 경험은 분명 존재한다. 이사 떡을 나누며 다양한 이웃과 인연을 맺고,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들과 뛰어놀았다고 했다. 반상회로 이웃의 소식을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왔다고 했다. ‘응답하라1988’ 속 공동체 경험은 시골 출신의 나뿐만 아니라 도시 출신의 또래 친구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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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는 의지할 사람이 있습니까?

그래, 지금 우리에게는 ‘머릿수’가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봤던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설문에 한국인의 응답은 77.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숫자만 보면 그리 낮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OECD 35개국 중 34위에 해당하고, 평균(88%)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수치다.

흔히 현대 사회의 문제를 원자화, 파편화, 고립화라고 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도구가 많아졌지만, 이상하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진실된 마음을 나누기 어렵고 피상적인 관계만 늘어간다. 결국 혼자라는 생각에 나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내 영역을 침범하거나 이해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인화 현상은 짧은 시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의 유례없는 압축성장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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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진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아닐까? 어떤 사안을 접할 때, 속사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분명 다르다. 오해의 발생 여부도 여기서 결정된다. 눈을 마주하고 진심 어린 대화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면, 같은 문제라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해는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이웃의 일이 내게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며, 도움 요청에 기꺼이 손 내밀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대에게 믿을 구석이 되고 비빌 언덕을 내어주면, 상대 역시 언젠가 내게 믿을 구석이 되고 비빌 언덕을 내어줄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까?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만남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것도 뒤집어쓰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만남이.

2017년 6월, 행전안전부는 인구 감소로 향후 30년 내 전체 읍·면·동 중 4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여섯 곳은 모두 농어촌 지역이었는데요. 지역 소멸의 대표 징후인 ‘인구 감소’는 농어촌에서 극심합니다. 이는 곧 공동체 붕괴로 이어지지요.

사람이 많으면 좀 나을까요? 공동체 붕괴로 인한 어려움은 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층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형태가 바뀐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웃 간 단절과 공동체성 결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활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습니다. 자원조사로 지역이 가진 사람·역사·문화·자연 자원을 찾고, 창의적인 지역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 대표 활동

–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 아파트는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양식입니다. 하지만 주민 간 접촉과 교류가 줄어들면서 층간소음, 관리비 운영 등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를 통해,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여 아파트 문화를 바꾸고, 단지 내 공동·공공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여, 삭막한 아파트에 따뜻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관련 보고서 보기)
–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 희망제작소와 완주군은 2008년부터 지역의 활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행정과 기업, 주민 사이에서 각종 협력구조를 만들고 연계사업을 진행하며, 주민활동과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관련 내용 보기)
– 완주 비비정마을 : 2009년부터 희망제작소가 커뮤니티비즈니스형 마을만들기를 추진한 곳입니다. 마을 자원 조사, 주민 교육 등을 진행하고 주민과 함께 먹을거리, 카페 사업, 양조장, 마을 환경 및 경관, 경작 등의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소득과 일자리, 귀촌 인구까지 늘어나 마을의 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기)
–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 :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과정입니다. 이론 교육과 더불어 지역에서 커뮤니티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현장탐방 인턴십 과정과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귀농·귀촌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가장 적합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관련 후기 보기)
– 한독도시교류포럼 : 희망제작소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한국과 독일 도시의 사례를 공유하여 도시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한독도시교류포럼’을 2011년부터 개최했습니다. (관련 후기 보기)
– 커뮤니티비즈니스 한·일포럼 : 저출산, 고령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일본의 다양한 육아·교육·노인 관련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와 한국의 공동체 및 NPO 활동을 공유하여 양국의 커뮤니티비즈니스 활동 방향을 찾아본 포럼입니다. (관련 보고서 보기)
– 마을이 학교다 : 내가 사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그곳에서 할 일을 찾고, 함께할 사람들과 마을살이 방법을 찾아본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관련 후기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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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노컷뉴스 – 한국 사회신뢰도 바닥…’사법’ OECD 34개국 중 33위 / 2016.10.26. (자세히 보기)

화, 2018/01/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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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의 기간 동안 3천5백 건이 넘는 결과가 나온다.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제목은 ‘폭력’, ‘폭언’, ‘갑질’, ‘눈물’, ‘해고’, ‘투신’ 등이다. 면밀한 내용분석을 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부정적인 기사들이 압도적이다. 그중에는 ‘죽은 꽃 살려내라’ ‘종놈 주제에…’ ‘경비원 청부폭력’처럼 괴담에 가까운 내용도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이 마법사도 아닐진대 무슨 수로 죽은 꽃을 살려내란 말인가.

매우 드물게, 훈훈한 소식을 발견할 수 있다.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 때부터 함께 했던 경비원이 암 진단을 받고 사직하게 되자, 입주민들이 함께 모금하여 장애인 아들을 돌보고 경비원 아저씨께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는 소식이다. 따뜻한, 그러나 아주 이따금 발견할 수 있는 기사였다.

압도적으로 많은 경비원의 불안·눈물에 관한 기사와 매우 드문 미담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이 있다. 바로 아파트 경비원은 어떤 일자리인가에 대한 ‘관심’과 그분들의 노동이 아파트 공동체에 사는 우리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의식’이다.

아파트 경비원이라는 일자리에 대한 관심은, 경비원이 어떻게 고용되어 있고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월 149만 원, 24시간 교대근무, 평균 65세의 아저씨 또는 할아버지’ 현재 우리 사회 경비원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대부분(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85.9%)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한 용역회사 또는 관리회사를 통해 고용된다. 소속된 회사가 일차적인 고용주이긴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한 곳이므로 결국 입주민들에 의해 고용된 셈이다. 또한 경비업무가 이루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의 업무감독을 받으며 일해야 한다. 따라서 입주민들, 관리소장, 용역회사 모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사장님’이 너무 많은 고용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층층시하에서 일한다 해도 안정적이기만 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일자리다. 2015년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부터 상당수 아파트에서 대량해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으며1), 적절한 근로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기 힘든 구조다.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경비원들의 고용계약 역시 해지되는 경우가 많다. 용역업체들은 퇴직금 등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3개월 또는 6개월 안팎의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1년 이상 근무했음에도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경비원이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하다. 긴 교대시간의 근무형태인 데다 경비업무 이외에 택배수령, 분리수거, 주차관리, 청소와 같은 추가적인 일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업무과정에서 입주민들과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처우에 대한 불만도 생긴다. 교대근무의 특성상 휴식시간이 있지만, 경비원들에게 이 시간은 ‘휴식’이라기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가깝다. 휴식시간이 무급이기 때문이다. 휴식시간을 늘여 임금인상의 폭을 조절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은 점차 늘어나 2015년 현재 통상 8시간 내외가 되었다2). 하지만 휴게장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입주민들의 업무요청에 노출되어 대부분의 경비원은 자유롭게 쉬지 못한다.

경비원들의 노동이 아파트 공동체에 사는 우리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의식은 입주민들의 대표자회의가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의 고용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경비원이 63.7%였지만(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 2015,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작 아파트 주민 개개인은 경비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모두의 책임이어야 할 경비원 고용, 부당한 처우, 업무 내용 등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비원들의 문제는 우리 모두와 노년의 일자리라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 막다른 일자리 해법을 찾기 위한 희망제작소 사다리포럼의 2016년 논의 주제로 아파트 경비원 고용문제를 선정한 데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생애 마지막 일자리라고 할 만큼 고령의 재취업종이나3), 위에서 살펴본 대로 그 일자리의 질은 아주 낮다. 노년의 일자리니까 그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라고 한다면, 우리 또한 살아가면서 좋은 일을 하기보다는 그 반대의 일자리를 향해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령의 노동은 처우도 당연히 열악하고 미래의 출구도 없는 막다른 일자리이어야 하는가. 노년의 일자리 또한 좋은 일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진짜 ‘일할 맛’ 나는 사회가 아닐까. 오늘날 경비원 일자리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노년기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 : 이은경 | 사회의제팀 팀장 · [email protected]

* 각주
1)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파트경비노동자의 숫자가 약 4만여 명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제14호 희망이슈, 2016.9. 희망제작소)
2) 노원노동복지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간은 2012년 6시간 내외에서 2015년 8시간 내외로 2시간가량 늘어났다.
3)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 결과, 아파트 경비원 남성비율은 99.3%, 평균연령은 65.6세다.

화, 2016/09/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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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3

마을 일에 침묵하던 주민들이 입을 열게 된 까닭

도쿄 도 신주쿠에서 중앙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미타카 역이 나온다. 쾌속선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으로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타카 역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브리 박물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지브리 박물관의 정식 명칭이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즉, 지브리 박물관은 (주)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아닌 미타카 시민의 재산인 것이다. 어떤 경위로 지브리 박물관이 미타카 시민의 공공재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일까?

▲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미타카 시는 시내의 도립 이노카시라 공원에 문화시설을 만들고자 소유자인 도쿄 도와 1992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1997년부터 지브리 박물관 건립을 계획해 온 지브리는 미타카 시에 공동으로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내에 민간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미타카 시와 시민들은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브리가 건축물을 미타카 시에 기부하고 시의 공공시설로 미술관을 건립한 후 지브리와 미타카 시 그리고 니혼TV가 함께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을 관리 운영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방식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적인 실험 사례가 된 것이다.

미타카시의회는 ‘미술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관 건립에 관한 안건들을 공개적으로 검토한 뒤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시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마을 만들기 추진 협의회’를 조직해 교통대책과 지역활성화 대책을 협의했다. 이렇게 해서 인구 19만의 미타카 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지브리 박물관을 시민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의 인텔리전트 도시’로 불리고 있는 미타카식 민관 협동 사업의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주민참여와 협동의 시정

미타카 시의 시민참여와 파트너십에 의한 시정은 약 5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미타카 시는 1950년부터 시정이 시작되어 1955년 사회당 출신의 스즈키 헤이사브로가 3대 시장에 당선됐다. 5기에 걸친 20여 년간의 재임 동안 그는 혁신 시정을 펼치면서 현재의 미타카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 하나가 시를 7개의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별로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여 주민협의회가 이를 운영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정’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시민들을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1971년 커뮤니티센터 조례가 제정돼, 1973년에 오사와에 제1호 커뮤니티센터가 개관됐다. 1972년에는 ‘미타카 시 기본구상’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시민의 모임’이 구성됐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975년 ‘미타카 시 기본 구상’이 책정되었고 시의회에서 가결돼 미타카 시정의 기초가 됐다.

노동조합 출신의 사카모토 마사오 시장 또한 4기에 걸쳐 16년간 스즈키 시장의 커뮤니티 시정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서 1984년 렌자크 커뮤니티센터를 마지막으로 7개 지구의 커뮤니티센터가 완성되어 주민협의회가 운영하게 되었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지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이었다. 다양한 시민 및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종 시민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1년에는 7개 지구 주민협의회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카르테’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카르테란 시민 스스로 지역적 과제를 진단하고 ‘마을만들기 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시가 이를 미타카 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하면서 커뮤니티 시정은 한층 발전했다. 커뮤니티 카르테는 주민협의회가 선출한 ‘카르테 작성 위원회’에 의해, 1981년, 1984년, 그리고 1989년 모두 3회에 걸쳐서 작성됐다. 카르테 작성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됐다’, ‘주민자치란 관용과 조정,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정치란 현실의 통찰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타카 시의 시정은 ‘참여에서 협동(파트너십)으로’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제 5대 야스다 요지로 시장은 미타카 시 공무원 출신으로 스즈키 시장과 사카모토 시장의 시정을 보좌해 왔었다. 그 덕분에 시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민회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마을만들기 계획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민협의회 멤버뿐만 아니라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지역에 공원을 만들고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워크숍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꿈의 공원 만들기(이노카시라 테노히라 어린이 놀이터) 워크숍’과 ‘마루이케 부활 플랜 만들기 워크숍’이 유명하다.

▲ 1997년 1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 1997년 1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시작부터 시민참여로 이뤄진 미타카 시 기본계획

1999년 10월 미타키 시 시민들로 구성된 NPO조직 ‘미타카 시민 플랜 21 회의’가 발족했다. 미타카 시의 기본 구상・제3차 기본계획을 책정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직접 그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에 제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이는 시가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의 시민회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민참여 방식이었다. 즉, 시가 원안을 작성하기 전에 백지상태에서 시민회의가 구성됐다. 시민회의의 구성원 또한 공모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1995년 결성된 ‘미타카 시 마을 만들기 연구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기존의 공원 만들기나 학교의 재건축 등에서 이뤄졌던 워크숍 방식의 시민참여가 시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서 토론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시에 제안한 것이다. 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먼저 준비위원회를 공모했다. 준비위원회는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의 형식과 회의 운영의 기본 규칙 등을 정하고 시민 참가자를 공모했다.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자유 참가 형식이었다. 이 공모로 모인 375명의 시민들이 1999년 10월 ‘미타카시민플랜21회의’를 출범시켰다.

시민플랜21회의는 미타카 시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고 10개의 분과 위원회로 나뉘어 계획을 수립하기 했다. 1년간의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미타카시민플랜21’을 완성하여 이를 시에 제출하게 된다. 미타카시민플랜21은 지구・협동・순환・ 공생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정리돼 있으며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신기본구상과 제3차 기본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시민플랜21회의는 시의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에 최종안이 책정돼 그해 9월에 의회에서 의결됐으며, 이를 수용해 제3차 기본계획이 2001년 11월에 확정됐다. 임무를 마친 시민플랜21회의는 3년에 걸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시민플랜21회의는 이듬해 마크하리멧세에서 열린 일본 행정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행정의 시작부터 시민들이 참여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궁극적인 시민참여 행정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요하라 케이코 현미타카 시장이 바로 시민 플랜 21회의 3명의 의장 중 한 명이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협동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협동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침묵하던 시민들 시정운영에 입을 열다

2006년 8월 26일~27일, 미타카 시 시민협동센터에서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개최를 위해 미타카 상공회의소와 미타카 시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회의소 회원 12명, 미타카 시 공무원 4명, 시민단체 회원 6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실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실행위원회는 6개월 동안 총 3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우선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토론회 참가 의뢰서를 발송했다. 그중 87명의 시민이 참가 승낙서를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87명 중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참가자 60명을 선발했다. ‘무작위 선발’이란 방식으로 참가자를 결정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에게 관련 현황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전・안심 마을 만들기-어린이 안전’을 주제로 1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5명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과제별로 그룹의 토론 멤버를 교체했다. 각 그룹은 제출된 다수의 의견 중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한 뒤, 그룹 대표가 전체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찬성하는 의견에 투표를 했다. ‘경찰과 시청, 학교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협의회를 만든다(총득표 14), 퇴직한 시니어들로 유급 어린이 보호관을 양성한다(총득표27)’ 등의 의견이 제안되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진짜 시민이 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물론 토론회의 효과는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그치지 않았다. ‘제출된 제안들이 시민과 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와 행정에서 해야 할 과제가 각각 구별돼 있고 매우 현실성이 높다’며 ‘제안의 질’ 또한 높이 평가됐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미타카 시는 무작위 선발에 의한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를 매년 정례화시켰다.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시의 종합기본계획 책정, 외곽순환도로 주변의 마을만들기, 방재 마을만들기 등등 해마다 주제를 바꿔 개최되고 있다. 매년 각 연령층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침묵하던 다수의 시민들이 모여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고 질 높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참여의 경험이 없었던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여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미타카 시의 토론회는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타카 시는 앞으로도 시민참여와 협동을 기반으로 한 시정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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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아홉 번째 책
<어떤 동네>

full_hope book 29


대학 시절부터 포구가 있는 ‘어떤 동네’에서 살아온 작가는
지금도 그곳에 살면서 공부방 삼촌으로 공동체를 꿈꾸며 일하고 있다.
그는 자꾸만 스러져 가는 동네와 그 동네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어 왔다.

그는 동네와 이웃들의 삶을 사각의 틀 안에 담고 싶다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탓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동네 골목을 다니며
‘찰칵’ 소리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단다.

그렇게 “불량한 사람들이 사는 불량한 동네”라고 낙인 찍힌
어떤 동네를 고스란히 담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어른 하나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을
함께 밥을 나누는 밥상 삼아, 마늘이나 굴을 까는 일터 삼아,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뛰어노는 놀이터 삼아,
한 덩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나 역시 조심스러웠다.

남루한 일상의 한 조각처럼 어떤 동네의 골목에 널려 있는 빨래를
마주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진 것은 어쩌면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이웃들의 고된 삶에 연민을 느낀 것은 아닌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연민은 동정이 아니라고 약하고 부서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사랑이라고 어떤 동네 사람들은 말을 건네주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책장을 거닐다 보면
저 동네 싹 밀어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수도가 들어왔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삶
그 집에서 나머지 삶을 마치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소망
동네에 있는 세 평의 공간이 가장 크고 자유로운 놀이터인 아이들의 웃음
이들의 삶이 얼마나 불량하기에 그렇게 쉽게 말하느냐고 말이다.

다행히도 낡은 집과 집 틈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깃들고 있다.
어른들이 주저하며 힘겹게 꿈꾸는 세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가난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누고 또 나누어서 더 나눌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해져서
모두가 넉넉해지는 평화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글 : 권성하|미디어홍보팀 팀장 · [email protected]

수, 2016/07/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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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opinion

뉴타운사업으로 상징되는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개발은 이제 서서히 도시재생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정비사업 구역이 주민 다수의 의사로 해제되고 도시재생특별법의 제정과 뒤이은 전국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시행은 그런 흐름이 이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도시재생이 도시인의 생활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체감될 정도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점진적 공간구조의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도시재생의 본질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근린이 재생을 필요로 한다는 공감대의 형성, 구역지정, 계획수립, 사업실행, 자치적 지역관리의 시행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합의의 형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업성 악화의 주된 이유로 바라보면서 일정 수의 동의가 이루어지면 반대하는 소수는 현금청산이란 이름으로 소유권에 근거한 권리를 박탈하고 세입자는 의사결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인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의 근원적인 차이는 바로 재생사업의 그러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실행과정에서 기인한다. 주민, 상인으로 대표되는 ‘주민참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단기간에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 사업을 추진하는 하나의 ‘절차’로 보는가 아니면 사업에 착수하고 실행하는 과정의 필수불가결한 ‘목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사회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역사, 문화, 자연, 공간자원의 합리적 활용과 재발견을 그 수단으로 하면서 인적자원으로 대표되는 주민의 실천과 역량에 의한 실현을 도모한다. 도시재생은 낡아가는 주택과 불편한 거주여건, 부족한 기초생활 인프라, 공간의 쇠퇴와 고령화 속에서 가속화되는 생활경제권의 침체, 점차 단절되어가는 이웃 간의 관계와 마을의 문제를 함께 다루었던 비공식적 공론장의 폐쇄라는 현실에서 ‘공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업성을 판단 근거로 하는 개발자본의 논리가 아닌 주민의 참여를 통해 풀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활로를 잃어가고 있는 저층 주거단지로 대표되는 노후주거지와 구도심으로 상징되는 침체되고 있는 상업지역과 골목경제권에 관심, 공감, 협의, 협업의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변화의 단초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형식적 주민참여, 행정주도의 사업추진, 기술용역으로 대표되는 물리적 계획 중심의 사업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CCTV 설치나 도로정비,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과 같은 기반시설에 확충하는데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되는 무늬만 바꾼 개발사업이란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 기존의 관행에 익숙한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참여에 기반한 사업진행이 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봐도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주력 산업의 몰락과 빈곤의 대물림 속에서 잘못된 도시정책에 반대하는 주민활동이나 공유자산을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자사화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즉, 주민의 자각과 참여가 공간의 변화와 새로운 활용, 일자리의 창출과 지역경제의 재구조화로 이어지면서 활력이 창출되는 ‘과정’이 도시재생의 특징이고 성과인데 우리는 아직 ‘사업’으로만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도시재생의 근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살거나 일하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주민들의 희망이 작은 지원사업 등을 통해 모여야 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민간비영리조직, 사회적경제조직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런 준비를 거쳐 사업구역으로 선정되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홍보와 실천활동을 거쳐 주민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다수의 주민이 참여하여 직접 지역의 과제를 논의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과정은 활성화 계획으로 구체화된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투입되는 사업의 시행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이 한 그릇에 담겨 맛있게 비벼지는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지만 지역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주민, 상인, 지자체, 전문가, 민간조직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사업시행의 종료가 곧 사업의 마무리인 기존의 정비사업과는 달리 도시재생은 사업종료 후가 더 중요하다. 확충된 생활인프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해진 거주여건, 거주자의 의사와 자원투입에 따라 고쳐지거나 신축되는 주택은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새롭게 확보된 공유시설을 거점으로 지역의 필요와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일자리, 수익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 살고 싶은 동네, 이웃과의 소통과 함께하는 실천이 자연스러운 마을은 도시재생이 꿈꾸는 도시의 미래상이다. 그 근본에 주민참여가 있다. 이제 막 도시재생의 출발선을 떠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글 : 남철관|(사)나눔과 미래 국장

화, 2016/08/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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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3

마을 일에 침묵하던 주민들이 입을 열게 된 까닭

도쿄 도 신주쿠에서 중앙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미타카 역이 나온다. 쾌속선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으로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일본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타카 역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브리 미술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지브리 미술관의 정식 명칭이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즉, 지브리 미술관은 (주)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아닌 미타카 시민의 재산인 것이다. 어떤 경위로 지브리 미술관이 미타카 시민의 공공재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일까?

▲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미타카 시는 시내의 도립 이노카시라 공원에 문화시설을 만들고자 소유자인 도쿄 도와 1992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1997년부터 지브리 미술관 건립을 계획해 온 지브리는 미타카 시에 공동으로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내에 민간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미타카 시와 주민들은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브리가 건축물을 미타카 시에 기부하고 시의 공공시설로 미술관을 건립한 후 지브리와 미타카 시 그리고 니혼TV가 함께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을 관리 운영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방식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적인 실험 사례가 된 것이다.

미타카시의회는 ‘미술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관 건립에 관한 안건들을 공개적으로 검토한 뒤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주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마을 만들기 추진 협의회’를 조직해 교통대책과 지역활성화 대책을 협의했다. 이렇게 해서 인구 19만의 미타카 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지브리 미술관을 주민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의 인텔리전트 도시’로 불리고 있는 미타카식 민관 협동 사업의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주민참여와 협동의 시정

미타카 시의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에 의한 시정은 약 5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미타카 시는 1950년부터 시정이 시작되어 1955년 사회당 출신의 스즈키 헤이사브로가 3대 시장에 당선됐다. 5기에 걸친 20여 년간의 재임 동안 그는 혁신 시정을 펼치면서 현재의 미타카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 하나가 시를 7개의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별로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여 주민협의회가 이를 운영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정’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주민들을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1971년 커뮤니티센터 조례가 제정돼, 1973년에 오사와에 제1호 커뮤니티센터가 개관됐다. 1972년에는 ‘미타카 시 기본구상’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시민의 모임’이 구성됐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975년 ‘미타카 시 기본 구상’이 책정되었고 시의회에서 가결돼 미타카 시정의 기초가 됐다.

노동조합 출신의 사카모토 마사오 시장 또한 4기에 걸쳐 16년간 스즈키 시장의 커뮤니티 시정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서 1984년 렌자크 커뮤니티센터를 마지막으로 7개 지구의 커뮤니티센터가 완성되어 주민협의회가 운영하게 되었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지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이었다. 다양한 시민 및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종 시민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1년에는 7개 지구 주민협의회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카르테’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카르테란 주민 스스로 지역적 과제를 진단하고 ‘마을만들기 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시가 이를 미타카 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하면서 커뮤니티 시정은 한층 발전했다. 커뮤니티 카르테는 주민협의회가 선출한 ‘카르테 작성 위원회’에 의해, 1981년, 1984년, 그리고 1989년 모두 3회에 걸쳐서 작성됐다. 카르테 작성에 참가했던 주민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됐다’, ‘주민자치란 관용과 조정,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정치란 현실의 통찰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타카 시의 시정은 ‘참여에서 협동(파트너십)으로’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제 5대 야스다 요지로 시장은 미타카 시 공무원 출신으로 스즈키 시장과 사카모토 시장의 시정을 보좌해 왔었다. 그 덕분에 주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민회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마을만들기 계획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도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민협의회 멤버뿐만 아니라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지역에 공원을 만들고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워크숍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꿈의 공원 만들기(이노카시라 테노히라 어린이 놀이터) 워크숍’과 ‘마루이케 부활 플랜 만들기 워크숍’이 유명하다.

▲ 1997년 100여 명의 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 1997년 100여 명의 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시작부터 주민참여로 이뤄진 미타카 시 기본계획

1999년 10월 미타키 시 주민들로 구성된 NPO조직 ‘미타카 시민 플랜 21 회의’가 발족했다. 미타카 시의 기본 구상・제3차 기본계획을 책정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직접 그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에 제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이는 시가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의 시민회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 방식이었다. 즉, 시가 원안을 작성하기 전에 백지상태에서 시민회의가 구성됐다. 시민회의의 구성원 또한 공모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1995년 결성된 ‘미타카 시 마을 만들기 연구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기존의 공원 만들기나 학교의 재건축 등에서 이뤄졌던 워크숍 방식의 시민참여가 시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서 토론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시에 제안한 것이다. 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먼저 준비위원회를 공모했다. 준비위원회는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의 형식과 회의 운영의 기본 규칙 등을 정하고 시민 참가자를 공모했다.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자유 참가 형식이었다. 이 공모로 모인 375명의 시민들로 1999년 10월 미타카 시민 플랜 21회의가 출범했다.

시민 플랜 21회의는 미타카 시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고 10개의 분과 위원회로 나뉘어 계획을 수립하기 했다. 1년간의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미타카 시민 플랜 21’을 완성하여 이를 시에 제출하게 된다. 미타카 시민 플랜 21은 지구・협동・순환・ 공생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정리돼 있으며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신기본구상과 제3차 기본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시민 플랜 21회의는 시의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에 최종안이 책정돼 그해 9월에 의회에서 의결됐으며, 이를 수용해 제3차 기본계획이 2001년 11월에 확정됐다. 임무를 마친 시민 플랜 21회의는 3년에 걸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시민 플랜 21회의는 이듬해 마크하리멧세에서 열린 일본 행정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행정의 시작부터 주민들이 참여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궁극적인 시민참여 행정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요하라 케이코 현미타카 시장이 바로 시민 플랜 21회의 3명의 의장 중 한 명이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 협동 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시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 협동 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침묵하던 주민들 시정운영에 입을 열다

2006년 8월 26일~27일, 미타카 시 시민협동센터에서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개최를 위해 미타카 상공회의소와 미타카 시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회의소 회원 12명, 미타카 시 공무원 4명, 시민단체 회원 6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실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실행위원회는 6개월 동안 총 3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우선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토론회 참가 의뢰서를 발송했다. 그중 87명의 시민이 참가 승낙서를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87명 중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참가자 60명을 선발했다. ‘무작위 선발’이란 방식으로 참가자를 결정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에게 관련 현황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전・안심 마을 만들기-어린이 안전’을 주제로 1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5명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과제별로 그룹의 토론 멤버를 교체했다. 각 그룹은 제출된 다수의 의견 중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한 뒤, 그룹 대표가 전체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찬성하는 의견에 투표를 했다. ‘경찰과 시청, 학교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협의회를 만든다(총득표 14), 퇴직한 시니어들로 유급 어린이 보호관을 양성한다(총득표27)’ 등의 의견이 제안되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진짜 시민이 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물론 토론회의 효과는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그치지 않았다. ‘제출된 제안들이 시민과 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와 행정에서 해야 할 과제가 각각 구별돼 있고 매우 현실성이 높다’며 ‘제안의 질’ 또한 높이 평가됐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미타카 시는 ‘무작위 선발에 의한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를 매년 정례화시켰다.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시의 종합기본계획 책정, 외곽순환도로 주변의 마을만들기, 방재 마을만들기 등등 해마다 주제를 바꿔 개최되고 있다. 매년 각 연령층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침묵하던 다수의 주민들이 모여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고 질 높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참여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이 시정에 참여하여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미타카 시의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타카 시는 앞으로도 시민참여와 협동을 기반으로 한 시정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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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란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경제적, 사회적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카드뉴스로 한국의 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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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7/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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