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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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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익명 (미확인) | 목, 2018/11/15- 13:38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②] 낙태죄와 저출산

 

지난 10월 11일 여성과 자연에 가해지는 억압과 교차성에 대해 논의하고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200명의 참가자와 함께했던 뜨거운 현장과 연사들의 강의를 가감없이 소개합니다.

현재 한국은 ‘형법 269조 이하,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를 통해 낙태를 범죄화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청계천, 보신각 등 종로 일대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이 23만 명을 넘은 데 이어, 각계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은 없으며, 2월에 제기된 헌법 소원의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이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과재생산포럼의 기획위원 이유림 씨를 통해 낙태죄와 저출산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는 이것이 낙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낙태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저는 페미니스트인데(또는 저는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낙태만은 동의할 수 없다’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게 자신의 윤리로든, 종교적인 이유로든 어떠한 이유로든 말입니다. 여성이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나 판단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맥락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이 임신을 중지했다는 것을 국가가 그 윤리의 담지자가 되어서 심판하고 범죄화하고 응징하고 처벌하는 낙태죄에 동의하는 진보적인 사람이나 페미니스트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죄에 관한 이야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 장면
▲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 장면
ⓒ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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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1973년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비상국무회의를 열어 모자보건법을 제정하고 인공임신중절을 장려하며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저출산’이라며 ‘낙태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하고 ‘출산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합니다. 낙태죄를 논의하는 자리에 이처럼 뻔뻔한 이야기를 하는 국가는 빠져있습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입니다.

2010년 부산의 조산원에서 임신 6주차 여성의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시행해 기소된 조산사가 형법 270조 이하에 대한 민· 형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는 ‘차익인 인구의 자기 결정권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 중하지 않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국가가 평등하고 중립적으로 윤리의 수호자가 되어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판결문의 바로 윗줄에는 ‘나아가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6주차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우생학적이라는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장애 여성들은 임신해 산부인과에 가면 의사에게 ‘낙태할 거죠?’란 말을 듣습니다. 한국은 형법에서 모체가 장애를 가진 경우 임신을 중지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계획, 낙태죄… 국가의 이중잣대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인구증가를 억제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1962년부터 ‘가족계획사업’이 시행되게 된다. ‘가족계획사업’은 ‘알맞게 낳아 훌륭하게 기르자’는 목표를 가지고 ‘산아제한’ 등 출생률 억제를 위한 인구조절 정책을 진행했다. 이에 ‘가족계획위원회’를 양성하는 한편, 할당량을 부여해 루프 등 영구피임시술과 낙태를 진행하는 ‘낙태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영구피임시술 받는 것을 조건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도 했다.

반면, 장애, 정신질환 등을 가진 사람들은 우생학을 기초로 한 강제불임수술을 당했다. 의사의 판단 하에 ‘공익상 불임시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영구적인 피임시술이나 단종 정책을 시행했다. 이같은 강제불임수술은 1999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14조에는 여전히 우생학적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가족계획사업은 장애인이 없는 국가, 가난한 가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국가 등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실천노동을 할 수 있는 인구를 장려하기 위한 산아제한 정책, 즉 인구정치였습니다. 지금은 생명이라는 공익을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과거에는 ‘낙태버스를 운영하는 등 전 세계의 국제개발처 자금을 받아 가족계획위원회를 양성했습니다.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낙태 버스'를 운영했다
▲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낙태 버스”를 운영했다
ⓒ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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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국가에 의해서 안전하지 못한 피임기구를 수술받고 배꼽수술을 받고 낙태를 장려받아야 했습니다. 모자보건법은 국가가 여성의 몸과 재생산을 가장 도구적으로 간주해왔던 치욕의 역사가 담겨있는 기록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일까요? 낙태죄를 폐지하지도 그렇다고 단속하지도 않고 있는 국가의 입장은 단순한 무능력이 아닙니다. 이는 굉장히 이중적인 잣대를 통한 인구 정치입니다.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재생산은 바람직하고 누구의 재생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국가가 선별하고 있습니다.

이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떠한 사회경제적인 조건을 내면한 이 여성에 대해서는 그 임신이 출산으로 이뤄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분명한 재생산의 정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이런 사회적인 조건들을 바로잡지 않고 그저 임신을 중단하는 행위를 하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것을 묵인합니다. 이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의 상태, 태아의 생명권 같은 구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은 누가 훼손하는가

 가족계획사업의 장면들
▲  가족계획사업의 장면들
ⓒ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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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의 유배우 출산율은 2.23명으로 추정되며(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는 결코 낮은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왜 합계 출산율은 낮을까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나아가 ‘정상가족’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출산/양육하는 일이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지원은 부족할 것이고,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평등과 차별을 묵인할 것이니까요.

인권의 가치, 민주주의적 가치 안에서 저출산 정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성애에 기반한 결혼/출산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밖의 임신과 출산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결합과 가족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누구라도 부모의 국적, 이주상태와 관련 없이 보호받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생명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여성이 답할 질문이 아닙니다.
재생산의 영역에서 누구는 낳아도 된다고 하고, 누구는 안된다 하고, 그때는 낳지 말라하고, 지금은 다시 낳으라 하며 지시하고, 생명을 관리한 국가가 답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비난받는 여성이 있고, 아이를 낳겠다는 판단으로 비난받는 여성이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국가가 혜택을 주는 중산층 가족이 있고, 국가가 혜택을 박탈하고 법적/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여겨지지만, 어떤 아이는 국가의 사회와 자본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생명을 선별하고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닙니다. 그 뒤에 숨어서 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존재를 선별하고 싶고 생명을 선별하고 싶은 국가의 욕망, 재생산 정치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의 피켓
▲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의 피켓
ⓒ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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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국가가 생명이라는 존엄한 공익적인 가치를 수호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도 지금도 낙태죄라는 제도는 국가주도의 인구 정치, 출산통제를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태죄를 폐지한다는 것은 그간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방치해온 국가의 기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보장받는다는 것, 임신에 있어서 자신의 판단을 존중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 결정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여성의 몸을 빌미로 국가가 원하는 인구와 그렇지 않은 인구를 선별하고 통제 해왔던 역사를 심판대에 올릴 것 입니다. 인간의 재생산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정면으로 질문할 것입니다”

이어 이유림 씨는 ‘인구정치 안에서 통제되고 관리되는 삶을 넘어 자율성과 권한을 바탕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만드는 일’이 바로 낙태죄 폐지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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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단시간근로자(파트타이머)의 동의 없이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파트타이머는 근로계약서가 바뀐 사실을 몰랐다. 변경된 근로계약서에는 본인 전자서명까지 기재돼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노동자 동의 없이 임의로 바꿔 행사한 자는 형법 제231조(사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의거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9일 <매일노동뉴스>는 이마트노조(위원장 전수찬)로부터 임의로 변경된 근로계약서를 입수했다. 노조는 “이마트는 파트타이머의 전자서명까지 이용하고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변경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마트는 “노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직원이 근로계약서 양식이 변경되는 설명을 들은 뒤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계약서 몰래 바꾸고 서명까지 기재?

이마트 A점포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김선주(가명)씨는 올해 8월 이마트의 사내 인사정보시스템에 접속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과 휴무일이 표와 함께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올해 2월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주 소정근로시간은 32.5시간으로 하고, 근로일과 근로시간은 주 소정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운영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 바뀐 근로계약서의 표에는 시업시간(오전 10시)과 종업시간(16시30분)이 명시돼 있었다. 비번인 월요일과 화요일은 공란이었다. 김씨는 이날 변경된 근로계약서를 처음 봤는데, 서명란에 본인 서명까지 담겨 있었다. 그는 “근로계약서가 바뀐 줄도 몰랐는데 서명까지 돼 있어 기분이 안 좋았다”며 “근로계약서 내용이 변경되면 미리 알려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이마트가 파트타이머 몰래 근로계약서 내용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직원들은 인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해 근로계약을 변경하거나 갱신한다. 직원 ID와 비밀번호을 입력해 로그인을 한 뒤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런데 회사측은 근로계약서 일부 변경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근로계약서가 변경됐고 전자서명까지 날인된 것이다.

“사문서 위조했다” vs “직원 ID·비밀번호 몰라”

이마트는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인사정보시스템상 직원 비밀번호를 모르는 상황에서 임의로 근로계약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8월5일 “현재 사용 중인 근로계약서 양식을 변경하게 됐다. 8월8일까지 근로계약서 확인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직원이 파트타이머에게 바뀐 근로계약서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근로계약서를 몰래 바꿨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자 지나친 억측이며, 회사는 직원들이 근로계약서를 확인한 후 직접 서명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설명은 달랐다. 노조와 파트타이머인 김씨는 근로계약서와 관련해 점포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서명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노조는 <매일노동뉴스>에 8월9일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김씨 계정의 인사정보시스템 접속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노조는 “바뀐 근로계약서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인사정보시스템에 김씨 전자서명이 들어간 변경된 근로계약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노동자 동의 없이 근로계약서가 무단으로 변경됐고, 이마트는 이미 변경돼 서명까지 날인한 근로계약서를 확인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과태료 피하려 근로계약서 몰래 바꿨나

이마트는 김씨 근로계약서를 왜 본인 고지 없이 바꿨을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단시간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계약기간·근로시간·휴게·임금·휴일·휴가·업무에 관한 사항과 함께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한다(제17조). 이를 지키지 않은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진다. 이마트는 기존 파트타이머 근로계약서에 주 소정근로시간(32.5시간)만 넣었을 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노조가 제기한 차별시정 신청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 노조는 7월13일 “파트타이머가 겪고 있는 차별을 구제해 달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관련 자료로 파트타이머 근로계약서를 제출했다. 이마트는 8월13일 “차별이 아니다”는 내용의 사용자측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근로계약서상 미비점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마트가 단시간 근로계약서가 부실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노동자 몰래 조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조에 의하면 올해 3월 전자공시 기준으로 이마트 단시간노동자는 2천358명이다. 1인당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니까 최대 117억9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노동자의 동의 없이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효력이 없다”며 “기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효력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양식만 바꿨고 근로조건이 나빠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 몰래 근로계약서를 바꿔서 이마트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마트를 기간제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에 진정했다. 기존 근로계약서에 근로일별 근로시간 등을 기재하지 않은 데다, 김씨를 포함한 파트타이머 수명의 신규 근로계약서를 당사자 동의 없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마트가 기간제법 위반 사항을 뒤늦게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자 전자서명을 동의 없이 이용해 법 위반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근로계약서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태우 [email protected]

The post [매일노동뉴스 10/10 ] 이마트 파트타임 몰래 ‘전자서명 도용 근로계약서 변경’ 의혹 appeared first on 홈플러스 노동조합 홈페이지.

월, 2016/10/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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