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시국회의] 사법농단사태해결 촉구 4차 시국회의(11/15 목, 오후1시, 국회도서관)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사법농단 사태 해결 촉구 4차 시국회의
2018년 11월 15일(목) 오후1시, 국회 도서관 강당 앞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지난 4월 18일 법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 의혹 규명을 위해 구성된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이하 조사위)는 26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조사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이 있었다는 점은 밝혀냈지만,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관여 등 핵심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책임질 것을 촉구하며, 좀 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공동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인사권 남용이나 언론 등이 의혹을 제기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지난 2월 13일에 있었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사실상 ‘타겟팅’한 조치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하며, 행정처 소속의 이모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기획조정실 기획제2심의관에 임명된 ㄱ판사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의 축소 등 부적절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모 상임위원이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목적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사실상 사찰하여 그 구성원의 명단 및 활동 내용과 계획 등을 기재한 ‘대책문건’2건을 1월 초에 작성했는데, 이 문건이 ㄱ판사가 이 모 상임위원에게 들었다는 ‘기획조정실 컴퓨터의 판사들 뒷조사 파일’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조사위는 대법원장에게 조사의 전권을 위임받았음에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물증인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대해 권한이 없다며 확보하지 않았고, 그 안에 저장된 파일들이 삭제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법관 인사권을 독점하고 행정처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사안에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조사위의 발표결과는 사안의 모든 책임을 이모 상임위원과 법원행정처에만 국한하고 있다. 조사위는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대면조사 없이 서면조사만 실시하였고, 그나마 어떤 내용을 질문하고 답변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이미 2월 20일 경에 ㄱ판사의 겸임발령 취소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모 상임위원의 ‘대책문건’작성이나 ㄱ판사에 대한 부적절한 지시에 상부, 특히 대법원장의 지시나 개입 여부, 대법원장이 해당 문건에 대해 언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얼마나 개입하였는지 등에 대한 의혹은 당연히 가장 최우선으로 밝혀져야 할 의혹이다.
이런 핵심 의혹이 밝혀지지 못한 반쪽짜리 규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법원행정처 일부 인사의 책임으로 국한시키기에는 법관 독립의 침해에 대한 우려가 너무나 크다.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과 국민 앞에 해명과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기획조정실의 컴퓨터와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 등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점과 법원 행정처의 권한 남용을 통한 개별 법관 독립성 침해를 방지하고, 독립된 법관들로부터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의 명명백백한 진상규명과 법원 개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끝.
어제(5월 17일)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및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판사들의 전국판사회의 소집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언론에 보도된 지 72일이 지나서야 나온 첫 입장표명이다.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킨 점,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또한 재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사건의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의혹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개선책을 제대로 논의할리 만무하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의 물증으로 지목된 기획조정실 컴퓨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회의의 참여자, 대법원장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 재조사가 즉각 실시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실시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는 여전히 많은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 조사위원에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보다 투명하게 진상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법원 내부의 이해 관계자인 법관 출신으로만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예상되었던 대로 반쪽짜리에 불과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법관 블랙리스트’의혹의 핵심 물증인 기획조정실 컴퓨터를 조사하지 않았고, 법원행정처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에 관여한 최종 책임자 등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법원 인사행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어떻게 관여되어 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위의 결과발표 후 대법원장의 조치 또한 미흡했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모색했어야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은 추가조사 없이 이 사건을 징계위원회도 아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였다. 이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법원 내에 설치되어 있는 외부인사들 중심의 법원 감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개별 법관의 독립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와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법원 내부 조사에 이은 법원 내부 게시판 해명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사건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혐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사법행정을 환골탈태하겠다는 약속의 진위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법원은 즉각 외부인사들 중심으로 진상조사위를 재구성하여 전면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또한 사법부 신뢰 추락을 스스로 초래한 만큼 대법원장이 직접 공개적인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보다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 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곽노현(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지난 2009년 6월 18일 전교조는 무려 1만6천171명의 교사 명의로 대규모 교사시국선언을 발표했다. 5월 23일 노대통령의 급서에 따른 국민의 비탄과 애도 속에 대학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시국선언일 후에도 참여의사를 밝힌 교사들이 줄을 서 6월 22일 전교조기관지에 1만7천189명의 서명교사 명단이 올라왔을 만큼 교사들의 참여열기가 뜨거웠다. 시국선언문에서 서명교사 일동은 이명박 정권의 비민주적 기조와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며 국정을 전면 쇄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교육부는 국가공무원인 교사들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주동자들을 대거 고발한다. 이에 전교조는 그런 방침이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시국선언을 조직한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수사해서 1차와 2차 시국선언을 모두 국가공무원법 위반죄목으로 기소했다. 결과적으로 정진후 위원장 등 본부와 지부의 간부 총93명이 불구속 기소돼 전국의 19개 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됐다. 이 사건들은 전주지법과 대전지법을 제외하고 1심법원 모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다. 고등법원에서는 몽땅 유죄판결이 나와 모두 대법원으로 넘어갔는데 대전지법 사건만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로 회부되고 나머지는 대법원의 소부판결로 유죄가 확정된다.
유독 대전지법사건만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로 넘겨진 이유는 물론 소부에서 반대의견이 나왔기 때문이지만 1심에서 드물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2심법원에서 뒤집힌 사안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진 교사시국선언사건은 2012년 4월19일 유죄로 확정되지만 놀랍게도 대법관 5인이 소수의견을 남긴다. 유무죄판단이 8대5로 갈릴 정도면 위법성과 가벌성 판단에서 찬반이 팽팽하다는 뜻이자 규범적 확신이 아니라 다수정서와 관행의 힘으로 처벌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머지않아 위헌판단이나 국회입법으로 위헌적 요소를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결도 이런 예감에 부합한다. 시국선언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교사 몇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서 2014년 8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다(헌재2014.8.28. 2011헌가18, 2011헌바32, 2012헌바185). 이때 이정미 재판관과 김이수 재판관은 공무원법상의 집단행위금지조항이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며 소수의견을 낸다. 이 헌법소원사안에서는 형식적인 이유로 각하의견을 낸 재판관도 셋이나 돼 정확한 합헌/위헌 의견분포를 알긴 어렵다. 다만, 몇 달 앞선 2014년3월27일, 교원의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에서 재판관 4인의 위헌의견이 붙은 사실이 중요하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제한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합헌의견이 한 표 차 다수의견이 된 셈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구성한 보수성향의 대법원과 헌재에서조차 각각 8대5, 5대4로 찬반의견이 엇비슷하다는 사실은 향후 문재인 정권아래 대법원과 헌재가 중도 및 진보성향으로 교체될 경우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공무원과 교사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는 공무수행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는 통념의 뒷받침을 받아 벌써 반세기 넘게 제한돼왔다. 그동안 대법원과 헌재는 그 위헌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몇 차례씩 가졌다. 당연히 대법원과 헌재도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금지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과잉금지가 된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요건을 덧붙여서 한정 해석했다.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가진 집단행위라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고 직무전념의무에 반하고 공직기강을 저해하는 등 공익에 피해를 주는 집단행위라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요건이다. 공무 외 집단행위를 이렇게 해석하면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대전지법도 이러한 한정해석에 힘입어 시국선언의 목적이 정치적 비판으로서 공익에 반하지 않고 시국선언의 결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행정에 피해가 없었다며 1차와 2차 선언을 모두 무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차와 2차 시국선언 모두에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과 직무기강 저해성을 찾아내며 둘 다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특별히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학생들은 감수성, 모방성, 수용성이 높아 교사들이 학교바깥에서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사표시를 해도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는 교사의 집단적인 정치표현행위에 대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2심의 판단논거를 그대로 수용했다. 1차 시국선언과 2차 시국선언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며 1차는 유죄, 2차는 무죄로 최종 판단하자는 1인 소수의견도 붙었다. 1차 시국선언에 따른 정부의 강력한 사법처리방침을 비판하며 방침철회를 요구한 2차 시국선언은 교원단체나 동료교사의 정당한 의사표시로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5인 소수의견은 문언이 명확하지 않고 공익에 반하는 목적이 없으며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차, 2차 다 무죄라는 취지다.
전교조 시국선언사안의 근본적인 쟁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특별히 제한해야하는지, 그렇다면 어느 선까지 제한해야 적정한지에 있다. ‘공무 외 집단행위’ 해석법리는 사실상 공무원과 교원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보장한계를 설정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 양성을 법적 사명으로 삼는 교원의 경우 정치기본권 제약이 과연 바람직한 교육효과를 낼지가 추가적으로 문제된다. 한마디로 공무원과 교원의 시민적, 정치적 기본권 제약(집단행위와 정치활동 금지,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금지)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인권문제이자 정치문제, 교육문제다. 서구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 인권보장의 관점에서 해소된 문제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 비로소 극복전망이 보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대과제다.
이번 사안의 3심 재판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대전지법의 해석이다. 대전지법은 두 가지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첫째, 공무원도 국민의 일원인 이상 직무의 온전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본권을 당연히 누린다. 둘째,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구미선진국들의 입법례를 볼 때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대단한 악으로 볼 이유가 없고 공무원과 교사의 시민적, 정치적 기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편이 헌법의 정신에 부합한다. 둘 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출발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방향이 잡혔으므로 본격적으로 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는지를 검토한다. 대전지법은 정치적 비판과 반대를 민주사회에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정치세력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적 사안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표현을 허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어느 한 정치세력을 편들기 쉽다. 만약 정치적 중립성의 이름으로 이런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면 겉으로는 중립적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정치적 반대세력의 입에만 재갈을 물리는 탄압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는 독재와 전제로 흘러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와 공익이 침해받게 돼있다. 표현의 자유, 특히 쓴 소리의 자유만큼 소중한 공익은 없다. 따라서 교사의 시국선언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판단될 수 없다.
그렇다면 시국선언으로 직무전념의무 등 직무기강에 피해가 오고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었는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시국선언을 얘기한 것도 아니고 업무시간을 이용하여 시국선언을 한 것도 아니다. 시국선언으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교사의 직무전념의무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교장의 시국선언참여 자제권고가 있었지만 시국선언 참여는 교장의 업무지시권이 미치지 못하는 시민적 권리의 행사 영역이다. 이런 논리전개로 대전지법은 교사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거나 직무전념의무 등 직무기강을 흔드는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다. 교사와 공무원의 공무 외 집단행위 중 최소한 정치적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가 선언된 셈이다.
만약 대전지법의 법리판단이 수용돼 교사나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면 부하나 동료, 상사의 정치적 입장을 알게 될 텐데 정치적 입장이 다른 부하나 동료, 상사와 손발을 맞춰 공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게 가능할까? 대전지법은 공무원은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법적 의무가 있으므로 상사와 부하 간에 정치적 소신이 맞지 않더라도 공무를 원활하게 집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래 전에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활동금지를 거의 모두 해제한 구미선진국의 경험이 이런 예측을 지지한다.
대전지법의 무죄논거에 이어 2014년 8월 28일 이정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붙인 소수의견에서도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2인 헌재재판관의 소수의견은 위헌의 근거제시에서 5인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일치한다. 첫째,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다수의견처럼 축소 해석해도 여전히 그 의미가 불명확해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둘째, 공무원의 직무나 직급, 근무시간 내외를 구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표현행위가 집단적으로 행해지기만 하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한 정치적 의사표현까지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소수의견이 제시한 교사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정당한 기준이다. “정치활동이 제한되는 장소, 대상, 내용은 학교 내에서 학생에 대한 당파적 선전교육과 정치선전, 선거운동에 국한하여야 하고 그 밖의 정치활동은 정치적 기본권으로서 교원에게도 보장되어야한다.” 두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문재인 정권의 5년 임기 중에 대법원과 헌재의 다수의견이 되고 입법으로 구체화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교사와 공무원이 ‘영혼 없는’ 관료를 넘어 당당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한국의 정당정치와 민주시민교육이 성큼 발전하게 될 것이다.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5년에 문 모 고등법원 부장판사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전달받았으나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점입가경으로 논란이 일자 대법원이 대법원장과 조직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처리 과정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같은 매우 유감스런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부장판사가 관할 지역의 건설업자 정 아무개씨로부터 2011년에서 2015년까지 최소 15회 이상 골프접대를 받았고, 뇌물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 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체포 직전에도 정 씨, 정 씨의 변호인과 함께 룸살롱에 가서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수준의 비위행위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문 전 부장판사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하지만, 한겨레에 보도된 당사자 진술에 따르면 엄중경고가 아니라 간단히 주의를 받는 선에서 그쳤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당시 법관징계법에 따른 징계조치를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줄이기 위해, 징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중’ 경고를 했다고 거짓해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 나아가 법원행정처에서는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정작 문 전 부장판사는 윤리감사관실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원행정처가 검찰로부터 법관 비위사실을 전달받고도 사실관계 확인 등의 공식조사도 없이 사건을 묵인해버린 것으로 보이고, 이 조차도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했다며 해명하고 있다. 잘못된 조치를 감추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문 전 부장판사의 비위행위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에도 해당하지 않을만큼 가벼운 수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관징계법에는 정직, 감봉, 견책 3종류로 징계종류를 정해두었는데, 이 정도 사안이면 적어도 감봉 수준까지도 적용된다고 본다.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서 또는 공식적인 징계사건 발생으로 사법부의 체면이 떨어지고 그로 인한 대법원장의 ‘부담’을 감안한 눈치보기로 인해, 비위사건이 생겨도 징계하지 않고 주의만 주다가 반 년 또는 1년이 지난 후 스스로 사직하게 한다는 게 세간에 알려진 법원의 관행이고 이번 사안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라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는다는게 요즘 관행이자 상식임을 법원만이 몰랐다는 것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로부터 비위사건을 통보받은 후 어떻게 처리했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물론 이는 법원행정처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법원행정처의 잘못된 처리 과정을 조사하는 것인만큼, 법원행정처로부터 그리고 대법원장에게 보고된 사안인지도 조사해야하는만큼 법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법관징계나 윤리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의 독립성이 없고 위상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에 속해있는 윤리감사관과 윤리감사심의관들을 법관을 임명할 것이 아니라 외부 인사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윤리감사관 등의 조사결과는 법관 중에서 임명되고 있는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처장이 아니라 법원 외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기구에 보고해 처리되도록 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장 시리즈> 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제2화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설치처분을 다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김필성 변호사의 칼럼을 통해 살펴봅니다.
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_곽노현
② 제주해군기지 사건과 환경민주주의_김필성

김필성(변호사, 법무법인 양재)
1. 제주해군기지 사건
제주해군기지 사건은 지금도 논쟁이 끝나지 않은,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여러 다양한 주장들이 존재함에도, 과연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은, 노무현 정권이 제주해군기지 설치 결정을 강행했고, 그 뒤를 이은 이명박 정권이 그 공사를 강행하면서 항의하는 국민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처벌을 강행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현 정권이 집권한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사건의 특징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해군기지 설치처분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그리고 또 하나는 해군기지 설치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이다.
이 중 첫째 쟁점은 환경영향평가의 완료 시점과 관련된 문제로, 법학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라 볼 수 있으나, 실제 소송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는 둘째 쟁점이었다. 제주해군기지 설치처분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해군기지의 설치는 두 번째 처분에 근거하여 진행되었는데, 첫째 쟁점은 최초 처분과 관련된 쟁점이었므로, 치열하게 다툴 실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둘째 쟁점, 즉 설치처분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 사회 내에서 여러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히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환경 보호, 반전 평화, 자주 국방 등의 주제와 관련된 주장들이 다양하게 제출되었다. 그러나 실제 재판과정에서 다퉈진 쟁점은 법정 외의 주장들과는 조금 달랐다. 주로 절차적 하자가 다퉈졌기 때문이다.
두 번의 처분 모두에 공통된 것이기는 하지만, 특히 실제 제주해군기지 설치의 근거가 된 두 번째 처분과 관련된 절차적 하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강정마을 내부에서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동의하는 결의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하자 문제, 또 하나는 제주도 의회 결의의 절차적 하자 문제이다.
이 두 가지 절차적 하자 중 강정마을 내부의 결의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하자 문제는 제주해군기지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도 의회 결의의 하자 부분은 재판의 전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진 매우 중대한 쟁점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법령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라 한다) 및 그 관련 법령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법령에는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 내 지역 중 특별히 보호가치가 있는 구역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이 보전지역 내에서는 특정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들이 존재한다.
이 보전지역은 크게 상대보전지역과 절대보전지역으로 나눌 수 있고, 절대보전지역은 다시 3가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세분한 후, 각 등급에 따라 금지하는 행위들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강정마을의 경우, 절대보전지역의 3가지 기준 모두 1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청정한 환경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1등급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해군기지 설치가 1등급 절대보전지역에서는 금지행위로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기지 설치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강정마을에 대한 1등급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먼저 해제해야 하는데, 1등급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해서는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강정마을의 1등급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한 제주도의회의 의결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제주도의회에 이 안건이 상정될 무렵에는 이미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주도 의회 내에서도 이를 격렬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 안건을 본의회에 상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는데, 당시 제주도의회 부의장직을 맡고 있던 아무개 의원이 몇몇 의원들의 지원을 업고 이 안건을 독단적으로 상정한 후 날치기로 통과를 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날치기 통과과정이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사록에 속기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으로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의사록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표결에 출석한 의원들의 숫자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표결이 강행되었으며, 실제 찬성한 의원들의 숫자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공문서인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사록으로, 당시 표결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1심 소송이 마무리될 무렵 알게 되었다. 그래서 2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었고, 국방부는 변론 과정에서 공문서로 입증된 제주도 의회의 날치기 사실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2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졌던 이 부분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축해버린 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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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제19, 20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위한 제주도의회의 2009. 12. 17.자 동의안 의결 절차에 원고 주장과 같은 안건심의규정위반·표결방법위배·일사부재의의 원칙 위배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의 위 의결에 터잡아 한 이 사건 고시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이 사건 고시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 |
한편 대법원은 아예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추상적으로만 설시하여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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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보전지역의 지정 및 변경은 도지사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한 후, 이 사건 절대보전지역변경(축소)결정은 강정마을 내의 절대보전지역 중 이 사건 사업부지에 속한 105,295㎡를 해제하여 절대보전지역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므로 주민의견 청취절차가 필요 없고, 도지사가 관계 법령의 범위 내에서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정책상의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적법한 처분으로 봄이 상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절대보전지역의 지정 및 변경행위의 성격, 주민의견 청취절차의 필요성 및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
3. 환경과 민주주의
행정소송에서 절차적 하자를 중점적으로 다투는 것은 일종의 소송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행정행위는 행정청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재량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정청의 행위가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지만, 법적 절차는 행정청에게 재량이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사건 소송에서 절차적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던 이유는 단순한 소송 기법상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한 가치는 환경보호, 반전 등이었다. 이러한 가치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보 등의 가치도 그러한 가치들만큼이나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 반전등의 가치들보다 안보라는 가치가 우선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사 제주해군기지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각 사안마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는 가치들 중 어떤 가치가 우선해야 하는지, 사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주해군기치 설치 여부가 문제라면, 제주해군기지를 설치하려는 쪽에서는 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지, 제주도에 설치한다면 왜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청정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경청해야 하고,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왜 국방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를 설치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반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들이 공정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 사회 전체가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원리가 문제해결 절차에서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설치 과정에서,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지켜지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해군기지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을 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강정마을에 설치를 결정하고 이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 부분이 제주해군기지 설치 처분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판단하였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극적으로 드러난 지점이 제주도 의회의 날치기 사건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부분을 소송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설정하고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일축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판단 자체를 거부하였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필자는 결국 법원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만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주해군기지 설치 처분은 행정청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으로, 참여정부 역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군사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참여정부 이후 다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의 계승자들이 적어도 제주해군기지 설치와 관련해서는 참여정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아쉽게 여기는 부분은, 이 사건에서 사법부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법부는 헌법 체계 내에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여야 함에도, 제주해군기지 사건에서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판단을 주저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 과거 군사정권의 사법부 수준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말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주해군기지 사건이야말로 지난 대법원장이 이끌었던 사법부의 특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26, 언론보도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대법원의 요청으로 경력판사 임용 지원자에 대해 신원조사를 하고 이를 위해 임용 지원자를 직접 만나 면접까지 진행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5/28),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법관 임용 지원자들의 신원조사를 요청한 법률적 근거와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개선을 위한 계획 여부 등에 대해 공개질의를 하였다.
참여연대는 질의서를 통해,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법관 임용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요청한 것은 사법부 구성원의 임용 단계에 행정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사법부 스스로 허용한 것으로 헌법상의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법원이 상위법인 헌법을 부정하고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 요청을 한 법률적 근거,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현행 보안업무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른 신원조사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한 정확한 대상,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가 법관 선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영향을 미친다면 법관인사규칙의 임용규정 중 어디에 근거하는 것인지 ▲사법부의 인사에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허용하는 대법원 비밀보호규칙 1항(국가정보원장에게 신원조사 의뢰)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견해 등을 물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 측의 답변을 수령하는 대로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더불어 법관 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개질의서>
대법원의 법관 임용 지원자에 대한
국가정보원 신원조사 요청 관련 공개 질의
안녕하십니까?
5/26, 언론보도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대법원의 요청으로 경력판사 임용 지원자에 대해 신원조사를 하고 이를 위해 임용 지원자를 직접 만나 면접까지 진행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법관 임용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요청한 것은, 사법부 구성원의 임용 단계에 행정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사법부 스스로 허용한 것으로 헌법상의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봅니다. 또 법관의 임용 단계에서부터 법원이 헌법상의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허물어뜨린 것에 다름없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법관 임용 지원자들의 신원조사를 요청한 법률적 근거와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개선을 위한 계획 여부 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질의합니다.
-------- 아 래 ---------
헌법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의 조직과 법관의 자격을 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관 임용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국가정보원에 요청함으로써 스스로 사법부 구성원 인사에 대한 행정부 소속 기관의 관여를 허용하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 요청을 한 법률적 근거가 무엇인지 답변해 주십시오.
만약 그 근거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과 대통령훈령인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혹은 대법원의 ‘비밀보호규칙’이라면, 상위법인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원칙,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 등을 부정하면서까지 하위법인 대통령령, 대통령훈령, 규칙이 우선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 주십시오.
두 번째, 신원조사사항(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56조)에는 ‘주민등록번호’ 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 ‘정당·사회단체 관계’, 얼마든지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기타 참고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생활과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서도 국가정보원 직원이 법관 임용 지원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현행 보안업무규정과 시행규칙 상의 신원조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견해를 밝혀 주십시오.
세 번째, 언론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보안업무규정에서 신원조사 실시 대상으로 꼽고 있는 ‘법관 임용 예정자’를 넘어서 ‘법관 임용 지원자’들을 대상으로도 신원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신원조사가 보안업무 규정 및 그 시행규칙에 의거해 이루어졌다면 해당 규칙(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54조 3항, 비밀보호규칙 제66조 2항)에 따라, 신원조사 대상은 ‘판사 신규 임용예정자, 판사 및 동등한 임용예정자’로만 한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한 정확한 대상이 누구인지 밝혀주십시오.
네 번째, 언론에 따르면, 신원조사를 받았던 법관 임용 지원자들은 국가정보원의 조사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가 법관 선발 결과에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법관인사규칙에 따르면, 판사 임용은 법률지식 및 법적사고능력, 공정성, 청렴성, 전문성, 의사소통능력, 품성, 적성, 공익성 등을 참작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 신원조사가 법관 선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법관 임용에 대한 규정 중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다섯 번째, 대법원의 ‘비밀보호규칙’ 65조(신원조사)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장은 4급 이상의 공무원 및 동등한 공무원 임용 예정자, 판사 및 동등한 임용예정자에 대해 국가정보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헌법 상 삼권 분립의 원칙과 사법부의 독립성 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법부의 인사에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허용하는 대법원 비밀보호규칙 1항을 폐지하고, 법원이 중심이 되어서 필요한 신원조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이번 일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더욱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더불어 법관 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향후 대법원의 계획은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국민의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더불어 법관의 선발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법원이 법관 임용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한 것과 관련한 위의 질의에 신속한 답변을 요청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 15일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진 문 모 전 부장판사(현재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의 비위사실과 관련하여 법원행정처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5년 5월에 문 모 전 부장판사의 비위사실 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여부에 대한 자체 조사 등을 하지 않았으며, 비위행위의 중함에 비해서 지나치게 낮은 징계인 “엄중 경고”조치마저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에 ①소속 윤리감사관 등이 문 모 당시 부장판사의 비위사실에 대해 조사했는지 여부, ②만일 조사하였다면 그 결과를 법원행정처 처장이나 차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및 그 문서의 제목 등 정보, ③법원행정처가 문 전 부장판사가 소속되어있던 부산고법원장에게 ‘엄중경고’하라고 통지한 날짜, ④그 통지 내용이 담긴 문서의 존재여부와 제목 및 관련 정보 등을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함은 물론, 향후 법관 징계 등은 그 공정성을 위해 법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독립된 기구를 구성해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의혹의 진상에 대해 가감없이 밝히는 것이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추락한 법원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보도자료 및 질의서 [원문보기 / 다운로드]
문 모 전 부장판사의 비위사실 인지 후 조치사항에 대한 질의서
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15일 한겨레에 보도되고 귀 기관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2015년에 귀 기관은 당시 문 모 부장판사(현재 퇴직 후 변호사 개업중)와 관련한 비위행위를 대검찰청으로부터 통지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귀 기관은 법관 비위 사항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윤리감사관의 조사를 거쳐 법관징계법에 따른 징계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엄중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결론 맺고, 당시 문 모 부장판사가 속한 부산고법원장을 통해 엄중경고 조처를 문 아무개 부장판사에게 구두로 전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귀 기관의 윤리감사관은 검찰이 통지한 비위행위의 사실 여부 및 추가 행위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가 없고, 문 모 부장판사에게 엄중히 경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문 모 당시 부장판사가 윤리 감사관으로부터 사실관계를 조사받기 위한 취지의 연락을 받은 바 전혀 없고, 소속 법원장으로부터도 '엄중경고'성 말을 들은 바가 없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귀 기관이 엄정하게 법관의 비위행위에 대해 조사를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의하니, 오는 2017년 7월 5일 전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 귀 기관의 윤리감사관 또는 윤리감사제1심의관이 문 모 당시 부장판사의 비위행위에 대해 조사하였는지 여부
- 위 1과 관련하여 윤리감사관이 조사결과를 법원행정처 차장 또는 처장에게 보고했다면 보고한 날짜 및 보고를 위해 작성한 문서의 제목과 작성자
- 귀 기관이 문 모 당시 부장판사가 속한 부산고법원장에게 '엄중경고'하라고 통지한 날짜
- 위 3과 관련하여 부산고법원장에게 '엄중경고'를 하라고 통지한 내용이 담긴 문서 존재 여부 및 문서 제목과 작성자. 끝.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이전 칼럼 바로가기]
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 (곽노현)
② 제주해군기지사건과 환경민주주의 (김필성)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1. 무엇인가에 쫓기듯 선고된 대법원 판결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무효라고 선고하였다. 2009년 초두부터 시작되어 무려 2646명(이중 생산직은 2319명으로서 당시 생산직 전체 인원의 45.5%)이나 되는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한 쌍용차 구조조정(정리해고 일자는 2009년 6월 8일)이 부당하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고등법원 판결은 불과 9개월 후인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고 만다. 도대체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한 이유, 그것도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이렇게 초고속으로 선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 계속 완화되는 정리해고 법리
정리해고 입법화 이전에도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판시해왔다. 다만, 지금처럼은 아니었고 소위 정리해고의 4개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충분한 협의, 정당한 해고대상자 선정)을 모두 구비할 경우에 가능하고 특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도산을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1997년 정리해고가 입법화 된 이후부터 오히려 대법원은 정리해고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해석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대표적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장래에 올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정리해고 4개 요건 중에 일부가 구비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봐서 유효일 수 있다는 해석까지 하기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문언상 위와 같은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사실상 법률을 만든 것인데, 입법부의 권한까지 월권을 하고 있는 셈이다.
3.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쌍용차 대법원 판결
그런데 쌍용차 2심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결의 추세와 달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대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특히 쌍용차 사건에서의 중요한 쟁점이었던 회계부정(즉, 유형자산손상차손-진부화 등으로 유형자산의 사용 및 처분으로부터 기대되는 미래 현금흐름 총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는 것-을 과대 계상) 문제에 대해서도, 구(舊)차종을 상당 부분 단종시킨 것을 전제로 매출을 추정하면서도 후속 신(新)차종(이미 개발이 끝난 차종 포함)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 (유형자산손상차손의 전제인) '계속기업가정'(폐업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가정)에 위반된 모순된 주장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2심 판결은 회계부정 문제 뿐 아니라 정리해고의 나머지 요건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원칙적으로 유지하였다. 즉, 장기간의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경쟁력 자체가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었던 점, 쌍용차가 주장하는 경영위기가 구조적, 계속적 위기라고 볼 수 없는 점,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대주주(상하이차)가 회생절차를 통하여 교체될 기회가 주어진 점, 정리해고 규모가 과다한 점 등을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또한 해고회피노력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희망퇴직 등의 조치는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므로 해고회피노력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2심 판결을 그야말로 전부 뒤집었다.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대계상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과대계상되지 않았다고 하였고, 유동성 위기도 존재했으며 쌍용차의 경쟁력 상실은 계속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잉여인력이 몇 명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해고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고용관계 종료하는 희망퇴직을 꼭 나중에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해고회피노력도 다한 것처럼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객관적 증거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① 회계 부정 관련하여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회계 부정이 만연(ex. 얼마 전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실형 선고)하고, 몇몇 회계 지표만으로도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쉽게 선고해버리는 한국의 실태에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사법 심사를 거의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② 또한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것은 기존의 잘못된 대법원 판결(동서공업 판결)의 내용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회피 노력에 대한 사법심사를 크게 완화하는 것이다. ③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희망퇴직은 현실에서는 정리해고와 거의 동일한 의미인데 이를 해고회피 노력으로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리해고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쌍용차 대법원 판결은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판결이라고 평할 수 있다.
4.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쌍용차 정리해고라고 하면 아마도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것 외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같이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누군가는 강성노조라고도 부르는) 노동자들(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이 제일 먼저이다)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즉, 한국 헌법은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지키기 위해서 단체행동권(파업)과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사법심사라는 2가지 방법을 노동자들에게 주었으나,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파업을 하면 그 자체로 불법 파업이 되어 거액의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당하고, 대법원은 갈수록 정리해고에 대한 사법심사를 완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리해고에 대응할 수 있는 2가지 방식이 모두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관한 2심 판결은 적극적이고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통해 2가지 방식 중 1가지(사법심사)라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대법원은 마치 무엇에라도 쫓기듯이 단 9개월만에 이를 파기해버렸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앞에서 노동자들은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그것이 이처럼 신속하고 자세하게 2심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의 잔인한 의도였던 것 같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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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 (곽노현)
② 제주해군기지사건과 환경민주주의 (김필성)
④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김태욱)
박선종(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지난 6월 20일 국회 간담회를 통하여,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 중소기업이 극히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된 파생금융상품) 사건'의 피해기업들과 투자자들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건의 실체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에 따르면 초기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가입한 기업은 1000개를 넘었고, 피해 규모는 최소 3조원 수준이며 도산과 상장폐지 등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까지 보태면 1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규모도 크지만 피해 당사자가 한국 경제와 함께 견실하게 성장해온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키코 사건은 우리 경제에 큰 상처를 입혔다.
키코 사건의 본질
키코 사건의 본질에 대하여는 은행의 사기행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기업 측의 입장과 기업의 투기에 기인한 것이라는 은행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IMF 자료에 따르면, 키코와 유사한 형태의 파생상품에 기인한 거대손실 사례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 뿐만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과 폴란드 등 유럽 지역에서도 발생하였다. 각국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주요 쟁점은 어김없이 은행의 '사기' 여부였다. 키코와 동일한 구조의 파생상품은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일찌감치 사기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검찰이 기소조차 제대로 못해본 상태에서 민사소송에서 사기가 아니라는 이례적인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2013년 9월 26일 4건의 키코 사건 전원합의체판결(세신정밀, 삼코, 수산중공업, 모나미)에서 키코 상품의 본질에 관하여 헤지(Hedge: 위험회피) 부적합성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기 또는 착오로 인한 취소 등 기업 측이 주장한 무효 또는 취소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실상 대법원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에 집중되었다.
키코 사태의 본질은 ‘사기적 판매행위’ 인데, 우리 대법원이 이를 밝히지 못한 점은 진실 규명과 사법 정의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은행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투기 상품을 기업의 헤지 상품으로 호도하다 보니, 사기나 착오의 문제가 대법원에서는 깊게 다루어지지도 못하였다는 점 또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은행측이 사기라는 주장의 근거
키코 소송에서 은행은 키코 상품을 일종의 보험상품(헤지상품)으로 판매하였다고 주장하고, 기업도 환율변동에 대한 보험상품으로 알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며, 각급 법원도 단 한건의 예외도 없이 보험상품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계약자인 기업이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거액의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 주장의 요점은 거액의 손실 자체가 키코상품은 보험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며, 따라서 은행이 투자상품을 보험상품으로 가장하여 판매한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키코 법정에서 한 재판관이 은행측에게 물었다. "카지노에서도 6:4 비율 정도의 승률은 지켜지고 있는데, 키코사태는 12:0으로 중소기업이 완전히 잃고 있는데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요?" 이에 관한 대법원 민사판결의 입장은 키코가 ‘헤지상품’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의 근본적 오류
대법원 판단의 근본적 오류는 ‘헤지거래를 하려는 당사자가 현물의 가격변동과 관련하여 특별한 전망이나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특정 구간에서만 위험회피가 되는 헤지거래도 다른 거래조건들과 함께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체구간에서 위험회피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적으로 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내용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대법원은 키코 상품이 가격변동의 일부구간에서라도 헤지기능이 있으므로 헤지상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많은 기업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가, 도리어 거대손실로 도산했다는 모순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변동위험은 일부구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격변동의 전체구간에 걸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의 제거 내지 감소 여부는 전체구간을 대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실제로 헤지의 효과는 가격변동위험의 일부구간에만 작용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전체 구간에서 작용하여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실, 헤지하고자 하는 위험이 일부구간에만 존재하는 작은 위험이라면 굳이 보험을 가입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이러한 키코상품의 근본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일부구간에서 헤지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부분 헤지(partial hedge)’로 포섭하며, 헤지 거래로 판단하고 있어 상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 대로 키코가 부분 헤지 상품이었다면, 위험을 부분적으로 밖에 회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그 상품의 구입으로 인한 거대 손실이 발생할 까닭은 없다.
감기보험과 암보험
대법원은, 키코가 발생가능성이 낮은 위험은 기업이 스스로 감수하고, 발생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한정하여 헤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험의 헤지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발생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위험의 크기가 중요한데, 대법원은 위험의 크기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즉, 발생가능성이 아무리 높더라도 위험의 크기가 작다면 헤지의 필요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감기는 발생가능성이 높지만 위험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감기보험을 별도로 가입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의 판단을 비유하자면, 키코계약에서 기업은 발생가능성이 높지만 작은 위험인 ‘감기의 위험’만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발생가능성이 낮지만 큰 위험인 ‘암의 위험’은 무보험으로 스스로 감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키코상품은 왜 더 이상 판매가 안 되는가?
키코상품이 대법원의 판단대로 이색적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범위에 드는 헤지상품일까? 키코상품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만약 문제가 없는 상품이라면 은행은 유사한 상품을 계속 기업들에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키코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분적으로는 키코를 통하여 환헤지를 하던 많은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경험함으로써 얻은 학습효과로서, 키코와 유사한 구조의 상품이 환율헤지라는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체득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거대손실로 기업이 도산했다는 모순적인 사실을 외면하는 대법원의 판단을 평균적인 소박한 시민의 상식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요컨대, 키코 상품은 전체 구간을 통해 헤지가 가능하지 않은 상품으로서 본질적으로 헤지 상품이 될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하여 이 상품의 본질을 모르고 감기 보험인 줄 모르고 들었다가 대신 암의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서, 결국 수많은 견실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도산에 이르게 된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피해 중소기업들에게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로부터 적절한 손해배상의 길을 가로막아버린 대법원 판결의 오류가 지금이라도 바로잡히길 바라며, 나아가 검찰 조사를 통해 키코상품 판매에 있어서 은행의 사기성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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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 (곽노현)
② 제주해군기지사건과 환경민주주의 (김필성)
④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김태욱)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 근거가 필요 없다(?)
2015년 6월 25일 대법원(대법원장: 양승태)은 시대 흐름과 걸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국립대학이 영조물인 국립대학의 사용료로서의 실질을 가지는 비용을 직접 납부 받지 아니하고 영조물 이용자인 학생이나 학부모로 구성된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역무와 교육시설의 제공에 사용하더라도 이를 두고 교육 관련 법령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기성회비 징수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해 버렸다.
이 사건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재판장 김용대)은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즉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의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포함되지 않으며, 기성회비를 영조물 사용의 대가로 볼 수 없기에 학칙 역시 근거가 될 수 없다. 기성회 규약에 따른 징수는 가능하나, 가입하지 않은 경우 강제 징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종래 징수한 기성회비에 대해서 기성회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성회는 편법 아니면 불법, 역사에 묻어야 할 부끄러운 유산
이 사건의 쟁점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논점은 대학운영경비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헌법과 법령의 규정일 것이다. 헌법은 교육제도에 대한 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의 설치주체는 국가이다. 따라서 국립대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무이다. 그리고 학생은 이차적으로 수업료 등을 부담하여 대학운영경비의 일부를 제공한다(고등교육법 제3조, 제4조, 제7조, 제11조).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립대학의 운영경비를 부담하는 기성회라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는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설립과 운영의 기본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대학설립운영규정 참조). 이런 맥락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대법관 박보영, 고영한,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인정하듯 해방이후 국가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성회의 존재를 정당화시킬 수는 있다. 즉 국가가 충분한 재정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운영경비의 결손부분을 기성회에 기성회비로 전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편법이거나 불법이지 적법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판결을 내렸다면 헌법에 합치하는 고등교육관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부정하는 판결로 인하여 국립대학마저 사립대학처럼 사적 책임의 대상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부가 기성회비 대책으로 입법한 것이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국립대학회계법」)이다. 이 법률은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시켜 버렸다. 종래 학부모가 부담하던 기성회비가 학생이 부담해도 되는 교육경비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버린 것이다.
「국립대학회계법」: 기성회비의 잘못된 해결방식이자 국립대학 재정자율의 질식
정부가 「국립대학회계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한 것은 국립대학 선진화정책의 일환이었다. 즉 국립대학 법인화정책이 국립대학구성원의 저항으로 실패하자 그 우회로로 선택한 것이 국립대학 선진화(?)정책이었다. 그리고 그 정책의 핵심이 바로 「국립대학회계법」의 제정이었다.
「국립대학회계법」은 복식부기를 도입하여 재정·회계의 투명성을 높인 점은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단점이 너무나 많다. 국가의 관료주의적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어 대학의 재정적 자율이 질식될 정도이다. 교육부는 국가관리감독권으로서 감시권(자료제출), 동의 또는 승인권, 훈령권 등을 통해 대학의 재정운영 및 회계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편성 운용하던 기성회계를 대학회계로 사실상 편입시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모든 대학경비지출에 대하여 국가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립대학 운영경비에 대한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이 전혀 담보되고 있지 못한 점이다. 「국립대학회계법」은 “국가는 국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과 노후시설 및 실험·실습 기자재 교체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동법 제4조 제1항)고 규정하고, 이어 “국가는 종전의 각 국립대학의 예산, 고등교육예산 규모 및 그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확충비 등 국립대학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각각 총액으로 지원하여야 한다”(동법 제4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들만 본다면 공적 책임감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지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들 조항의 핵심은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확충비 등 사업별로 목적을 특정하여 각각 총액으로 지원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즉 항목별로 칸막이를 설치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적 판단이나 운영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관료의 개입은 국립대학의 예산 삭감이나 자발적 법인화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고등교육의 중요성과 국가의 공적 책임 확보의 필요성
주지하다시피 헌법과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고등교육이 사립대학 위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78%나 된다. 이는 90% 이상이 국공립대학에 다니는 유럽국가나 82%가 주립대학에 다니는 미국(4년제 대학 기준, 영리대학 제외)과 비교해도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하여 고등교육여건은 매우 부실하다.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지출평균은 GDP의 1.6%인데 비하여 한국은 0.8%에 불과하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고등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루벵선언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에게 직면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문화적‧사회적 발전을 끌어내기 위해 고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우선으로 고등교육분야에 공적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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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5. 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 / 곽노현
06. 21. ② 제주해군기지 사건과 환경민주주의 / 김필성
06. 28. ③ '시효' 의 장벽 뒤에 은폐되는 국가책임 / 이상희
07. 05. ④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 김태욱
07. 12. ⑤ 키코(KIKO) 사건 판결의 재조명 / 박선종
07. 24. ⑥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 시대착오적인 판결 / 임재홍
너무도 짧은 봄날
대법원 긴급조치 제1호 위헌판결(2010.12.16.선고 2010도5986 판결)은 1970년대 유신긴급조치 시대에 대한 첫 사법적 단죄였다. 긴급조치를 발동할 상황도 목적도 아니었고, 박정희 군사정권의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음이 30년 넘어 때늦게나마 확인된 것이다. 과거 긴급조치 정찰제 판결을 했던 사법부가 비로소 자기 판결로써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몸부림을 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과거 한국전쟁 전후 울산 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뒤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대법원 2011.6.30.선고 2009다72599판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긴급조치 사건, 재일동포 사건 등 많은 과거사 문제의 법률적 쟁점이었던 소멸시효, 법률의 위헌 여부, 입증정도 등에 관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봄날은 너무도 짧았다.
2011. 9.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하다
울산보도연맹 사건 이후 법원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에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결정이 있은 때까지를 시효중단으로 보고 3년 시효를 적용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도 민간인 학살사건(2013.5.16. 선고 2012다02819 전원합의체)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소멸시효를 6개월로 단축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도 진화위 결정 후 3년으로 판시함으로써 퇴행의 전초를 마련하였다. 결국 고문ㆍ폭행, 증거 조작에 의해 파출소장 딸을 강도ㆍ살인하였다는 누명을 쓴 채 15년을 산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단 한 푼의 국가배상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더니, 이른바 1970년대 여성 노동조합운동의 상징이었던 동일방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2014.3.13.선고 2012다45603판결)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재판상 화해규정을 적용하여 기각하였다. 이후 원풍모방 노동자 사건(2014.4.30.선고 2012다202192판결), 문인간첩단 사건(2015.1.22.선고 2012다204365판결, 전원합의체, 이하 ‘비평대상판결’이라 한다), 그리고 백기완 사건(2015.7.23.선고 2015다212695판결) 등 수많은 긴급조치 사건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현재까지 부인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대법원(2015.3.26.선고 2012다48824판결)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써,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마저 부인하였다. 이로써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이유로,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화해규정에 의해 이중 삼중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대부분 국가배상 청구를 부인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긴급조치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이 연출한 과거사 퇴행의 백미라 할 것이다.
대법원, 민주화의 이름으로 비수를 꽂다
비평대상판결 다수의견은 민주화운동관련자가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위원회가 결정한 보상금을 받았다면 그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어떤 피해보상도 더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상금 지급 이후 원고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아 그 억울함이 밝혀졌더라도 말이다.
애초에 민주화보상법은 2010. 1. 12. 제정할 때, 5.18 보상법과 동일하게 진상규명과 실질적 보상을 전제로 재판상화해규정을 두었던 것인데, 5.18보상법과 같은 실질적 보상은 되지 않고 재판상 화해 규정만 삭제되지 않은 채 유령처럼 남게 된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2013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 화해 주장을 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피고 대한민국이 보다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사실 피해자는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청구 당시 나중에 형사재심과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비평대상판결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보상금 등을 받았을 때 나중에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무죄가 선고되는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더라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까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타당하다. 소수의견은 적어도 동의 이후 재심무죄,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정까지 포함해서 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이후의 정신적 위자료 청구까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보상법에 의하면 변호사 등 전문직, 일정 직급 이상 공무원, 일정소득 수준 이상의 피해자들은 보상 등을 받을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곤궁하여 보상금 등을 받은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여유가 있는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재판상화해규정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곤궁한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알량한’ 몇 푼 보상 등을 받고 국가배상청구권을 빼앗긴 것이다.
보상과 배상이 헌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다른 성격임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결국 비평대상판결 다수의견은 위헌적인 민주화보상법 재판상 화해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재판상화해, 헌법재판소에서 잠자다
그래도 용기 있는 판사는 있기 마련이다. 지난 2014.6.11. 서울중앙지방법원(2014카기50515결정)은 ‘재판상 화해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재판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고, ‘실질적 보상 없이 생활지원금 5천만 원 한도에서 지급하면서 재판상화해까지 적용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재판상 화해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제청하였다.
그런데 굳이 ‘용기’라고 하는 것은 2013년 이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퇴행적, 반역사적 판결에 대해 하급심의 침묵이 너무도 길기 때문이다. 손꼽을 몇 개의 판결을 제외하고 누구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들지 않았다.
결국 민주화보상법 상 재판상화해규정의 위헌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다. ‘용기 있는’ 재판부가 위헌제청을 한지 3년이 넘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헌법재판소의 ‘용기(?)있는’ 전향적 결정을 학수고대한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다른 법률에 따른 보상 등과의 관계 등) ② 이 법에 따른 보상금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 25일 만료될 예정이며,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의 권한은 '제왕적'이라 불리며,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어야 하는지, 대법원장이 추진해야 할 법원개혁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과 공론화가 풍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에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다양한 시각의 패널들과 양승태 대법원 평가와 차기 대법원 과제를 모색하는 좌담회 "우리는 어떤 대법원장을 기대하는가"를 개최합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
오지원 변호사 (전 판사)
임지봉 서강대 교수
황예랑 기자
(이상 가나다순)
* 패널은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21 참여연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02-723-0666)
<참여연대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동성명>
판사 뒷조사 파일 사건(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이 언론에 보도 된지 약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침묵’과 ‘거부’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오는 9월 11일 제3차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우리 단체들은 판사 블랙리스트 전면 재조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전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판사 뒷조사 파일의 존재에 관한 어떠한 정황도 없다며 추가조사 요구를 거부하였고, 문제된 컴퓨터 등에 대한 보전조치에 관한 자료 제출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 또한 두 차례나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가조사 요구와 최한돈 부장판사의 사직서 제출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은 한계가 명백했다. 법원행정처가 핵심 증거인 뒷조사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고 의심되는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정황은 충분하다. 판사 뒷조사 파일의 존재는 이규진 상임양형위원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한 2개의 문건에 이미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제출된 2개의 문건 중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관련 문건에는 인사모의 구체적인 구성원 및 활동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인사모 활동에 대한 감시가 상당기간에 걸쳐 있어 왔음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한 문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문건에는 구성원 및 활동에 관한 내용은 물론이고 대응방안에 대한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이 문건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감시가 있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위 문건에 따른 부당한 제재조치가 실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운영위원회가 공동 학술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자, 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하였고, 이규진 상임양형위원은 이 모 판사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반발을 무마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이처럼 판사 뒷조사 파일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합리적 의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규진 상임양형위원에 대해 4개월 감봉조치로 꼬리자르기를 하고, 판사 뒷조사 파일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부한 채 퇴임일만 기다리고 있다. 이는 헌법에 따라 법원의 독립성을 지키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해야 하는 대법원장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자 사법부 권위의 훼손 행위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퇴임하는 순간까지 법원의 오욕으로 남을 것인가?
우리 단체들은 김명수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후보자는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독립적인 재조사 기구를 발족하여 판사 뒷조사 파일과 관련한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에 관련된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훼손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단체들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워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다 가기 싫다고 했고, 다정한 사람들은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또 다른 길을 떠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춘천지방법원장 근무를 마감하며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라는 시를 인용했다. 김 후보자는 “누구나 힘들어하는 길이기에 어쩌면 더 의미 있는 길인지도 모르겠다”며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전혀 다르지만, 여러분을 믿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르지만 나서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13기수 후배라는 것부터 이번 인선은 파격으로 평가 받는다. 현직 13명의 대법관 중 9명이 기수상 선배이기도 하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 수장 후보가 됐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관 출신이 아닌 세 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1948년 초대 대법원장에 오른 가인 김병로 선생을 제외하면 1961년 조진만 대법원장 배출 이후 48년만의 일이다. 조 전 대법원장의 경우 앞선 1951년 법무부장관 등을 역임했음을 감안하면 일선 법원장이던 김 후보자의 발탁이 어느 정도 파격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청렴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법원 공식 행사 외에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16년 된 2001년식 SM5 자가용을 직접 운전해 다닌다. 대법원장 지명 후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방문할 때는 춘천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를, 서울 시내 이동은 지하철을 이용해 혼자 움직여, ‘BMW(Bus-Metro-Walkㆍ버스와 지하철, 걷기)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춘천지법원장 이임식을 마친 뒤에도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서울로 향했다. 조수석에는 19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뒷좌석에는 김 후보자의 부인 이혜주씨가 앉아 배웅 나온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김 후보자의 대법원장 인선을 놓고 사법부 내에서는 ‘환영’과 ‘충격’으로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을 취임하면 사법부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관건은 가뜩이나 보수적인 사법부 내부의 저항을 김 후보자가 어떻게 돌파해 낼 것이냐다. 김 후보자는 “31년 5개월, 법정에서 재판만 해 온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난 31년 재판만 한 사람… 어떤 수준인지 보여드리겠다”
김 후보자는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고를 졸업해 서울대 법학과로 진학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고교 동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고교 3년 후배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13기나 아래인 사법연수원 15기로, 사법시험 동기 가운데도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유독 많다.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한국당 의원, 주중대사를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 김기현 울산시장 등이 거론된다.
그렇다고 정치권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다. 오로지 판사의 길 한 길만 걸었다.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를 시작 법관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1999년부터 3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것을 제외하면 30여년 법원 생활 내내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특히 법원 내 민사법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실무제요’를 펴낼 때 민사편(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으로 참여해 원고 집필을 주도했다. 민사실무제요는 민사재판을 맡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을 위한 실무지침서로 정석과도 같은 필독서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경력은 김 후보자에게는 자부심이고, 의지의 원천인 듯하다. 김 후보자는 8월 22일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그것도 사실심(1, 2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해 온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 판사의 ‘대부’… 사법민주화 주도
김 후보자는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인사로 꼽힌다. 진보성향 판사모임이라는 수석어가 붙는 법원 내 연구단체 ‘우리법연구회’의 일원이라는 이유가 크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사법부 개혁의 도화선이 됐던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 이후 만들어졌다. 제2차 사법파동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판사 300여명이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며 이에 맞서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대법관 전면 개편을 포함한 사법부 민주화와 과거 시국사건과 관련한 정치적 판결에 대한 법원의 자성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이 성명서 발표 이틀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사법개혁의 물꼬가 트이게 된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로, 우리법연구회가 전성기를 맞은 시기다. 창립 회원인 강금실 판사는 법무장관으로, 박범계 판사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초대 회장 박시환 판사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박 전 대법관은 이번 대법원장 인선 과정에서 김 후보자와 함께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진영으로부터 ‘법원의 하나회’라는 정치공세에 시달리다 2010년 결국 해산 수순을 밟는다.
김 후보자는 이후에도 진보 판사의 대부로서 역할을 이어간다. 우리법연구회 후신 격으로 만들어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ㆍ2대 회장을 지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유엔 국제인권법 매뉴얼 한국어판을 발간했고,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독점 문제를 제기하며 8년 만에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주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ㆍ소수자 배려하는 판결로 정평
김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2015년 11월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전교조는 해직교원이 가입됐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는 고용노동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었다. 2심까지 법원은 전교조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 해 6월 대법원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으로 파기환송심을 맡은 김 후보자는 대법원의 결정과 달리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깨고 독립적 결론을 내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개로 진행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은 법원이 판단을 미루며 현재 500일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전교조 법외노조 등과 관련해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법 조항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2015년 조창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회장을 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효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조활동을 위해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2011년에는 5공화국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인 ‘오송회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150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시대에 맞는 대법원장” 자신감… 사법부 내 개혁 저항 난제
이런 김 후보자에 대해 법조계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무엇보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함께 올랐던 박시환 전 대법관보다 더 강한 개혁 성향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바라는 법관들은 김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고법 부장판사 이상 고위직을 중심으로 법조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법관들은 김 후보자의 등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가 법관의 관료화 문제를 주요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이 고위직 법관들이 반발하는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근무평정을 하는 법원장이나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하기가 쉽지 않고, 상급심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법원 내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원 내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수적인 사법부 내부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는 셈이다.
김 후보자는 하지만 사법부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 “이 시대에 맞는 대법원장”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사는 소송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보편타당한 원칙을 기초로 분쟁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저 역시 판사로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했을 뿐,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된다면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의 원천적 근절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권위 같은 것은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여태까지 재판 중심 사법행정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잡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늘 신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게 되었다. 신임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드러난 다양한 사법부의 문제점에 대하여 개혁을 책임져야할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
법원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눈에 보는 정부 2015′(Government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국민의 사법제도와 법원(judicial system and courts)에 대한 신뢰도는 겨우 27%이었다. OECD 평균인 54%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체 조사대상 국가 41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8위였다. 2015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낙제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났다.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형사 사법기관신뢰도 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신뢰도도 24.2%에 불과하였다.
국민의 사법불신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에 기한 법치주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법원은 지체없이 법원개혁 및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와 실천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법원행정처를 위시로 하는 기존 사법행정의 개혁, 국민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사법부의 민주적 구성, 사법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재판제도의 개선 등이 주된 법원 개혁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사태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상징되는 사법행정권한의 남용사건에 관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관련 사건에 관한 법원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조차 재조사를 요구할 만큼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법원개혁의 시작은 무엇보다 사법행정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권력화를 제어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재판하는 법관이 아니라 사법행정에 관여하는 법관이 우대받는 왜곡된 관념과 문화를 낳은 현재의 법원행정처 체제는 과감한 ‘탈판사화’를 통해서 극복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관의 금품수수 등 이해충돌행위, 일탈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법관에 대한 감사·감찰 구조를 바꾸고 윤리 감사관을 외부인에 맡기는 등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또 사법의 민주화라는 과제에 대해서도 법원은 더 이상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법원 역시 헌법기관으로서 민주적 정당성·권력분립의 원칙 등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 대법관후보추천절차 개선을 비롯한 다양한 사법의 민주화 방안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재판제도 개선도 절실하다. 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시절 적극 추진되었던 상고법원 설치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가능성이 있음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참여재판 확대, 증거개시제도 개선 등 국민의 인권보장을 실현하는 형사사법절차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도 심도 있게 살펴져야 할 것이다. 공정한 재판에 있어서 가장 큰 국민적 우려가 담긴 전관비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한 개혁도 동반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개혁에 관한 목소리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서 수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법원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기획이다. 우리는 법원개혁을 위해서 법원이 법관·법원 무오류의 신화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법원개혁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진정한 개혁은 법원과 법관의 시선과 목소리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2003년 당시 대법원에 ‘사법개혁위원회’가 설치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제안은 결코 전대미문의 것이 아니다. 최근 법무부, 검찰, 경찰 등 주요 사법관계기관들도 외부 인사들이 중심이 되는 개혁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살필 필요가 있다.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을 구현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우리 사회에 놓여져 있다. 모쪼록 법원이 신임 대법원장 취임을 맞이하여 국민을 위한 사법, 국민에 의한 사법의 관점에서 창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017년 9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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