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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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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을 추억하며

익명 (미확인) | 금, 2018/10/12- 15:37

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가나는 자국에서 가장 훌륭하기로 손꼽히는 인재를, 아프리카는 한 명의 거인을, 세계는 도덕적 잣대를 잃었다. 그를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특별한 삶에 영향을 받았던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 역시 비통함에 빠져 있다. 같은 아프리카 출신이자 평화와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리더로서, 나 역시 감히 그들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피 아난

무엇보다도, 그의 아내인 나네를 비롯한 아난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또 그가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현재 우리가 분투하고 있는 문제의 관점에서 코피 아난에게 경의를 표하려 한다.

코피 아난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우리 연합국 국민들’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유엔 헌장의 서문을 재차 강조하곤 했다. 국가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가장 먼저 내세운 표현처럼, 유엔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제1의 원칙이었다.

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각국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포용적으로 접근할 때 가장 효율적인 거버넌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비정부단체(NGO)부터 노동조합, 종교단체까지 시민사회 모든 분야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유엔 의제를 강화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코피 아난이 가난한 이들에게 보인 헌신은 깊고도 개인적인 것이었기에 절대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새천년개발목표(MDG)가 무사히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일부 강대국들의 설득에도 나섰다. 그는 MDG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최소한의 개발 목표”라며 혹독하리만치 솔직하게 평가했고, 항상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 HIV/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하던 시기에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감히 나섰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제 HIV/AIDS는 현대 주요 질병 문제 중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빈곤층 산모와 영아들 사이에서 HIV/AIDS가 확산되지 않게 막기 위한 연구 개발에 엄청난 재정 자원을 투자했다. “세상의 부당함을 내 일처럼”이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슬로건처럼, 그는 가난과 불의, 불평등을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여겼으며 깊이 공감했다.

코피 아난은 기후변화에 맞선 투쟁에도 앞장섰던 활동가였다. 그는 기후변화가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평화, 안보, 성평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으면 지구를 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미래까지도 지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평생을 헌신했던 사람답게, 코피 아난은 기후변화가 특히 아프리카와 도서국가, 최빈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유엔 사무총장 재직 중 기후변화 문제에 상당한 우선 순위를 부여했던 그는 유엔을 떠난 뒤에도 핵심 과제로 삼아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

평화에 대한 그의 헌신 역시 한결같았다. 은퇴 후 한가로운 생활을 즐길 만한데도 그는 불굴의 용기와 저력을 발휘해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국제 원로 자문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의장이 된 그는 케냐를 비롯해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얀마의 로힝야인들에게 평화와 정의를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행적이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코피 자신이 먼저 인정할 사실이다. 르완다의 안타까운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은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그의 앞길을 방해한 결과물일 때도 많았다. 코피가 애석해했던 것 중 하나는 2012년 6개항 평화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후 유엔-아랍연맹의 첫 번째 합동특사직을 사임해야 했던 일이었다. 강대국들이 시리아 국민들의 생명보다 지정학적 이익을 우선하면서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코피는 자신의 활동으로 위기감과 이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라크 사례에서 코피는 국제법과 국제규약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찬성하는 국가까지도 포괄해 세계 대중들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해했던 현명한 목소리였다.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피는 유엔에 애정을 갖고 인류의 연대와 정의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적으로 헌신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성, 준수 및 일관성 부족이라는 유엔의 한계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유엔이 1945년 당시의 지정학에 머물러 있다고 대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을 위해 분투했지만, 그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코피 아난을 추억하면서, 우리는 그가 남긴 업적에 존경을 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투쟁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하며, 소외된 자들을 위한 투쟁이다. 우리는 코피 아난이 대표적으로 보여줬던 대담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는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유엔을 필요로 한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과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안전보장이사회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계속해서 처참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변명 대신 야심찬 조치가 필요한 때다.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 급격히 무너지고 민간인들이 끔찍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지도자들은 정의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과감히 믿고 끈질긴 투쟁을 이어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의 시대에, 누구도 낙오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행동과 책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전반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확신한다. 코피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쟁, 기후변화에 맞선 싸움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키고자 했다. 그가 떠난 것은 그를 세상에 내보냈던 아프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를 사랑하고 지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상실이다.

코피 아난의 삶은 세상을 더 안전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큰 영감으로 남을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그가 그립겠지만, 그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도덕적인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세상에, 코피의 삶이 앞으로도 그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영감으로 남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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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서울) 오늘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의 성 노예제 강제 동원 피해보상청구 소송을 각하한 것에 대해,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판결은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도중 그들과 같이 잔혹행위에 시달린 뒤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큰 실망을 안겼다.

이번 판결은 일본의 비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했던 지난 1월 판결과 상반된다. 이는 오랜 기다림 끝에 생존자들이 거둔 역사적인 승리였으나, 이번 판결로 그 빛이 크게 바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이 지났다.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생존자들의 권리를 빼앗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가장 시급한 일이다. 2016년 소송을 제기한 10명의 생존자는 현재 4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배경 정보

‘위안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전쟁 중 일본군이 운영하는 ‘위안소’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던 최대 20만 명의 소녀와 여성을 칭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었다.

올해 1월 별도의 판결에서 일본 정부에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에게 보상하라고 명령한 부분을 고려하면, 오늘의 판결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월 판결은 별도의 소송으로 12명의 다른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가 2016년에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6년 이러한 잔혹 행위의 생존자를 포함해 20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오늘의 판결로 종결했지만, 이는 항소 대상이다. 첫 번째 심리는 2019년 11월에 열렸으며, 국제앰네스티가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대만,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 등지의 생존자들은 일본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총 10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결과는 올해 1월의 판결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존자들의 패소였다.

1월 8일 손해 배상을 인정한 법원은 판결문에서 일본군 성 노예제가 생존자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직적인 성 노예제 속에서 소녀와 젊은 여성들은 강간, 구타, 고문, 살해당했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존자들은 고독과 굴욕, 수치, 낙인 그리고 극심한 빈곤 속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살았다.

오늘 한국 법원의 판결은 2015년 당시 한국 정부와의 양자 합의를 통해 해당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했으며 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수그러지지 않는 입장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러나 해당 합의는 일본의 인권법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도, 법적 책임을 수용하지도 않았다. 생존자들은 또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으며, 생존자들의 의미 있는 참여 없이 협상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수, 2021/04/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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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헝가리 의회는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헝가리 정부가 “이스탄불 협약은 불법 이민을 돕는 것”이며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헝가리는 2014년,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럽 평의회 협약’, 이른바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을 거쳐 해당 협약을 국가 법에 포함하지는 못한 상태다. 헝가리 정부 역시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의 압박을 무시하며 시민사회의 우려를 ‘정치적 칭얼대기political whining’라고 표현했다.

이번 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국제 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데이비드 비그David Vig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번 결정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기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정부는 여성 폭력을 적절히 예방하고 방지하지 못했으며 조사 및 기소 역시 초라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고소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비그, 국제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이스탄불 협약이 불법 이민을 돕는다.’,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라는 헝가리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학대 속에 살아가는 여성과 소녀들의 비극적인 현실이 정부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헝가리는 이 선언을 반드시 취소하고 이스탄불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을 여성 폭력 및 가정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 2020/05/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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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스라엘 장벽 근처에서 방역을 하고 있는 방역 노동자

이스라엘 당국이 백신 접종 대상에 점령지역의 팔레스타인인을 배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약 5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거나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명백히 제도적 차별이며 국제법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의 차별적인 백신 배포 계획

이스라엘 보건부는 12월 23일부터 코로나19 백신 배포를 시작했다. 이미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최초 접종을 받은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인구 규모 대비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왔다.

이스라엘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은 이스라엘 국민과 서안지구 내부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정착민, 그리고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민에게만 적용되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군이 점령하고 있는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약 500만 명은 배제된 것이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OPT)을 고려한 배분 정책을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점령지역의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일정량의 백신을 따로 비축하는 정책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백신을 지급하는 일정을 수립하지도 않았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의 코로나19 상황

2021년 1월 16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월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동부 예루살렘을 포함한 OPT 지역에서 지금까지 170,63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OPT 지역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약 1,861명에 이른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임시정부는 독립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거나 팔레스타인인에게 배포할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COVAX와 같은 국제협력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COVAX는 아직 백신 배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한 건물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한 건물

이스라엘은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제 4차 제네바 협약 56조에 따라 “전염성 질병과 유행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예방책 및 예방 조치를 채택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점령지역의 의료 및 병원 시설과 서비스, 공중보건 및 위생”을 보장하고 유지해야 할 국제인도법상 의무가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국의 국제적 의무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이 차별 없이 적시에 배포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점령 지역에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해 코로나19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가자지구의 봉쇄 명령을 해제해야 한다. 가자지구는 반세기 가까이 점령된 상태로 10년 이상 봉쇄되어 있다. 때문에 이곳의 의료 시스템은 이미 수요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신 접근성의 공정성 부족으로 팔레스타인인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인의 삶이 팔레스타인인의 삶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현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

살레흐 히가지 국제앰네스티 중동 북아프리카 부국장

국제앰네스티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이스라엘은 동부 예루살렘을 포함한 OPT 지역을 반세기 이상 점령하고 제도화된 차별을 적용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대규모의 인권침해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차별적인 정책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인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이를 누리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장벽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살레흐 히가지(Saleh Higazi) 국제앰네스티 중동  북아프리카 부국장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발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지역 주민들에게 달성 가능한 최대 수준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점령국으로서 지켜야 할 국제인도법 및 국제법상 의무이며, 이스라엘은 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정부가 가진 팔레스타인 정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제도화된 차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기록적인 백신 접종률을 자축하는 동안,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거나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스라엘인의 삶이 팔레스타인인의 삶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현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에게도 평등하게 백신을 제공하여 국제법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백신의 안전과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 물류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취하는 등, 점령지역에 백신 및 그 외의 의료장비가 원활하게 반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백신 정책이 배제적이거나 차별적으로 수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집단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모든 국가는 누구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기존의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

 

배경 정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 지역

팔레스타인 정부는 1990년대 이스라엘과 맺은 잠정 평화 협정에 따라 서안지구 점령지역 중 일부 지역에 대해 명목상의 제한적인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이후 동부 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동부 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점령지역에는 256개의 정착촌과 소도시에 약 600,000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촌 조성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이스라엘 & 코로나19

2021년 1월 3일, 이스라엘 보건부는 2020년 2월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이스라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435,866명이며, 사망자는 약 3,400명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2월 초 코로나19 백신 313,000개 중 첫 번째 분량이 이스라엘에 도착했으며, 2020년 12월 말까지 380만 개를 추가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초, 이스라엘은 제약회사 화이자(Pfizer)로부터 신규 코로나19 백신 800만개를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한 사람당 두 번씩 접종해야 하므로, 약 900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인구 중 절반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모더나(Moderna)와도 별도의 협정을 체결해 백신 600만 개를 구입했다. 이스라엘 인구 3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다

팔레스타인 & 코로나19

팔레스타인 정부는 WHO가 주도하는 인도주의 기관 COVAX와의 협력을 통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백신을 확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COVAX는 모든 참여국에게 해당 국가 인구의 최대 20%까지 백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들 참여국 중 다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국제앰네스티는 거주지, 정체성 또는 소득 때문에 백신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보장할 것을 모든 국가와 기업에 촉구하고 있다.

수, 2021/0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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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세계 여성의 날은 축하의 시간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성, 소녀, LGBTI가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금, 이날을 온전히 축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10가지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1. 아르헨티나 ‘녹색 물결’이 이룬 쾌거

2020년 12월, 여성 활동가들의 오랜 캠페인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위한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이 이보다 더 진행된 경우에도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다. 지난 30년간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아르헨티나에서 산모 사망 원인 중 1위로 기록된 만큼, 이번 결과는 앞으로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다.

18개월 전만 해도 임신중지법 개정안은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부결됐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마리엘라 벨스키Mariela Belski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 사무국장은 발의안 부결 당시 이는 “실패가 아닌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2년 만에 실제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끌어낸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이 됐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2. 제한적인 임신중지법 속에서 끊임없이 싸운 활동가들

지난 1년간 특히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미명 하에 성과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2020년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1월 온두라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임신중지법이 통과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중 임신중지 접근성 제약 문제를 해소하고자 원격의료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여성 생식 건강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은 정부가 바뀌길 기대하면서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이들은 탄원서 신청, 시위 조직, 워크샵 개최, 지원 및 의료서비스 제공 등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한국의 낙태 비범죄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운동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임신중지가 전면 금지되어 징역형이 내려졌던 태국에서도 임신 12주까지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3. 시에라리온, 임신한 여학생 등교 금지 철회

2020년 3월 시에라리온에서는 임신한 여학생의 등교 및 시험응시 금지를 철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15년부터 시에라리온에서 임신한 여학생들은 낙인 찍히고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향후 취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에 이 금지 조치는 철회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평등한 교육권에 조금 더 다가간 의미 있는 한걸음이었다.

4. 강간법 개정

2020년 12월, 덴마크에서는 여성인권 및 피해생존자단체가 다년 간 노력한 끝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여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정 전 덴마크 강간법은 물리적인 폭력, 협박 혹은 강제성이 입증되어야 강간으로 인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이었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 기자인 커스틴Kirstine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을 신고한 후 정의 구현이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경찰, 변호사, 판사 모두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증거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아닌 저항 여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 크로아티아도 2020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곧 동일한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강간을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동의 여부를 법에 내제화함으로써 강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목소리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5. 동성 결혼의 합법화

코로나19 사태로 LGBTI들은 특히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의료서비스, 고용, 주거 등의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봉쇄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이따금 들려왔다. 2020년에 코스타리카는 중미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첫 동성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가봉은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앙골라에서는 동성간 성관계 금지를 철회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몬테네그로는 동성 간 시민 동반자 관계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크로아티아에서는 동성 커플의 아동 위탁이 합법화되었다. 한국일본에서는 LGBTI를 포함해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가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어낸 중요한 진전이었다. 점진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 직장에서의 LGBTI 권리 보호

6월 미국 대법원은 민권법에 따라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고용 과정에서 LGBTI를 차별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법에 의해 LGBTI가 평등할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약해졌던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트랜스젠더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중단되고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들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더욱 소외되었다.

정부의 구체적인 구제조치나 부양책이 부재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트랜스젠더 혹은 LGBTI 커뮤니티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들과 LGBTI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을 제공한 고무적인 사례가 일부 관찰되었으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위해 활동가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

7. 수단의 여성할례 공식 금지

여성할례가 가장 성행하는 국가 중 하나인 수단에서 2020년 7월 이 관행이 공식 금지되었다. 이 법률이 충실하게 지켜진다면 수백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할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8. 여권인권 활동가들의 석방

2021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옹호자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이 3년 만에 석방되었다. 루자인은 여성 운전금지법 폐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관련 법이 개정됐을 시점에는 남성 후견인 제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루자인의 가족과 전 세계 인권 단체는 끊임 없이 루자인의 석방을 위해 싸워왔으며 루자인과 더불어 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위한 정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자인은 현재 보호관찰 대상 분류되어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이다.

루자인의 동생 리나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루자인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을 이유로 수감되어 있다. 정부가 억압적인 법률을 개정하고 고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정의가 구현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 가장 용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옹호가 중 한 명이 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축하하자.

9. 영국 ‘탐폰세’ 폐지

2021년 영국 정부는 여성 단체의 오랜 캠페인 끝에 ‘탐폰세Tampon tax‘를 폐지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위생제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 5%가 부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탐폰세’를 전면 폐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10.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거세진 대항

전 세계 곳곳에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가정폭력 발생률이 급증했다. 팬데믹은 가정폭력의 만연함과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고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촉발되었다.

2020년에는 여성들을 여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많았다. 나미비아에서는 성폭력과 여성살해Femicide 철폐를 위한 시위가 열려 수도가 마비됐다. 터키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퇴치를 위한 유럽평의회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남미 전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여성이 폭력과 불평등에 대항하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변화를 이룩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동참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금, 2021/03/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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