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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도쿄 촛불행동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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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도쿄 촛불행동을 다녀와서

익명 (미확인) | 목, 2018/09/27- 15:59

지난 8월 11일, 일본 도쿄의 한국YMCA에서는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반대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2018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라는 행사가 열렸다.
연구소가 ‘야스쿠니신사 반대공동행동’의 한국 사무국이고 올해로 13년째 열리는 행사인 만큼 연구소에서도 여러 상근자가 유족들을 모시고 참가했다. 먼저 다녀온 연구소 선배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끊이질 않았는데, ‘하마터면 우익들이 휘두르는 흉기에 맞을 뻔 했다.’ ‘확 잡아 챌 수도 있으니 일행들과 꼭 붙어 있어야 한다.’ 등등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출국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가지말까’라는 부끄러운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국제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보고 싶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우리가 이렇게 간절히 외치고 있다고!
촛불행동에 참가하기 위해 8월 10일 오전 김포공항에 모였다. 강제동원 피해를 당한 유족분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야스쿠니신사의 무단합사를 취소시키고 한일 간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싶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걱정 안하려고 했으나 긴장한 모습이 보였는지 유족분들께서 별거 아니라며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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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조금 넘는 비행 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물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 나라인데 심리적인 거리감이 너무나도 먼 일본이 낯설게 느껴졌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들어가는데 마침 택시기사분이 재일동포였다. 일본의 연휴 첫날이었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차가 막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재일동포들이 일본 내에서 어떤 핍박과 차별을 받고 힘들게 살고 계시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일본에 왜 왔는지에 대해 설명하니 진심으로 고마워하셨고 촛불행동의 의미에 동감해주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을 만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짐을 풀고 야스쿠니소송을 도와주시는 일본 변호단과 사전 회의가 있었다. 2007년에 시작된 소송에서 원고들은 ‘야스쿠니신사에 무단합사 된 피해자의 이름을 야스쿠니신사의 신전에 있는 영새부에서 삭제할 것,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신문에 사죄문을 게재할 것, 합사당한 희생자들의 유골소재를 조사하여 유족에게 전달할 것’ 등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극히 간단하고 정상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송은 10년째 진행 중이다. 일본정부의 태도를 보니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멀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함께해주는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
다음날에는 도쿄 한국YMCA에서 ‘메이지 150년과 야스쿠니, 그리고 개헌’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었지만 아침부터 행사장 주위로 일본경찰 수십 명이 경비를 서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다카하시 데츠야 도쿄대 교수,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다양한 의견을 발표했다. 학술발표 후에는 야스쿠니신사에 아버지가 합사되어 있는 이명구 어르신이 단상 위에 올랐다. 떨리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본인의 이야기를 발표하시는 내용을 들으니 유족 분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오셨는지 느껴지며 마음이 저려왔다. 그 발표를 들으면서도 ‘내가 유족들의 아픔을 절반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심포지엄을 마치고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저녁7시, 드디어 도쿄촛불행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도쿄 한국YMCA에서부터 야스쿠니 신사 근처까지 4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대신 야광 손목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야스쿠니 한따이!(야스쿠니 반대)’ ‘아베와 야메로!(아베는 그만둬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니 우익들의 노골적인 반대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상상한 우익들은 나이 많은 윗세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당혹스러웠다. 확성기를 들고 큰 소리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본어를 몰라 알아듣진 못했으나 표정을 보니 욕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다행히 작년에 비해 경찰 인력이 2~3배 많아지고, 행진 경로 쪽으로는 아에 ‘일본우익’들의 방송차량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행진할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일본 땅에 우리의 염원이 울러 퍼질 수 있도록 더욱 크게 소리 지르며 걸어갔다. 우익들 중 몇몇이 이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뛰어들려 하면서 몇 차례 아슬아슬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마지막 집결지인 힌카공원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왠지 모를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긴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혼자 야스쿠니신사에 다녀왔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큰 도리이(鳥居)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의 광복절, 일본에게는 패전일인, 8월 15일을 앞둔 주말이었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혹은 혼자 온 참배객들이 많았다. 야스쿠니신사 배전에 서서 간절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벅찬 표정이었다. 우리에게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고난의 상징이지만 어떤 일본인들은 그 곳을 신성하고 소중한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왜 이 사람들은 자신들 또한 ‘거대한 사기극’의 피해자였고 야만스러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는 것일까. 침략전쟁에 이용했던 전투기와 어린아이들의 자살공격 훈련을 재현해서 자랑스레 전시해둔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또 죄송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곳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강제합사 피해자분들을 꼭 한국으로 모셔오겠다고.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무단합사철폐’와 유골봉환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우리는 촛불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다희 사무국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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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善友(증선우)

 

同生同死約(동생동사약)

盡信固愚痴(진신고우치)

四處盈奸黨(사처영간당)

君余被誕欺(군여피탄기)

 

착하고 어진 벗에게 지어 주다

 

함께 살다 같이 죽자 약속했음을

다 믿으니 정말 어리석고 못났소

온 사방 간사한 무리 가득한지라

그대도 또 나도 속임을 당하였소.

 

<時調로 改譯>

 

함께 살다 같이 죽자 그리 약속했음을

그대로 다 믿으니 참 어리석고 못났소

온 사방 奸黨인지라 둘 다 속임당했소.

 

*善友: 착하고  또 어진 벗  *同生: 함께 삶.  함께 남  *同死: 같이  죽음  *愚癡:

매우 어리석고  못남. ≒치욕(癡慾).  삼독(三毒)의 하나. 四相에 의혹되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마음을 이름 *四處: 사방(四方) *奸黨:

간사한 무리. ≒간도(奸徒) *誕欺: 속임. 거짓말함.

 

<2017.7.15, 이우식 지음>

토, 2017/07/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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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content/uploads/2017/09/201709.pdf

화, 2017/09/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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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기에 법원도 최근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지난 9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은 한국사 교과서 6종의 집필자 12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과연 국가권력은 교육내용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우리 헌법이 교육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정신은 무엇인지, 판결의 쟁점을 짚어보며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항소심 적법 판결  

수정명령,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드는 마법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 2015. 9. 15. 선고. 2015누41441 수정명령취소
판사 지대운(재판장) 강영훈 박창제 

 

 

김선휴 간사

김선휴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간사, 변호사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용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정교과서이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또는 위탁하여 편찬하고 모든 학교가 이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한다. 반면 검정교과서는 민간에서 집필한 도서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검정합격을 결정하면, 각 학교가 합격된 검정도서 중 해당 학교에서 사용할 도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는 다양하고 탄력적인 내용의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고 다양한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이 검정에 합격한 6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하여 내용을 수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예를 들면, 국군의 거창양민학살을 서술한 부분에 대해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실례도 제시하라’, 북한의 주체사상을 소개한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 노선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대내통합을 위한 체제유지전략이었음을 서술하라’,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 운동’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다’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니’를 ‘극단으로 치닫는 강압정치’로 수정하라는 것 등이다. 

 

이에 위 교과서의 집필자들은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므로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하였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판결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면서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을 정당화해주었다.

 

이미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의 내용을 교육부장관이 수정하라고 명령할 수 있을까? 

 

이는 근본적으로 ‘국가권력이 교육내용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교육내용 개입에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면, 부당한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요건이 필요한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국가와 교육의 관계에 대해 규정한 헌법에서부터 찾아보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 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31조 제4항)

 

헌법의 위 규정은 교육이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인 만큼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도록 교육자나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행정권력에 의한 교육내용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요구 또한 위 헌법규정에서 도출된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도 “국정교과서제도는 정부의 행정관료에 의하여 교과내용 및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어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위 헌법규정과 모순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결정).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나타내는 헌법이 교육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이와 같은 기본 관점을 전제로, 이 사건 판결이 과연 이러한 헌법정신에 충실한 판결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쟁점 ① 법률유보원칙 : 검정 권한이 있다면 수정 명령을 내릴 권한도 있다?

 

첫 번째로 살펴볼 쟁점은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즉 교육부장관의 이 사건 수정명령이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인지 여부이다.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제1항은 교육부장관에게 검정도서의 ‘수정’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령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査定)’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교과용 도서의 ‘수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법률’에 근거한 것인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정권한’에는 본질적으로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였다. 쉽게 말해 ‘검정은 수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검정’의 근거규정인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이 ‘수정명령’의 근거조항이기도 하고, 따라서 이 사건 수정명령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표현상의 잘못이나 기술적 사항 또는 객관적 오류를 바로잡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미 검정을 거친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수정명령권한까지도 검정권한에 포함된다는 해석은, 검정권한의 내용과 범위를 너무 확대해서 해석한 것은 아닐까. 검정교과서제도를 채택한 취지는 헌법이 천명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하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대법원 2011두21485 판결 참조). 그렇다면 국가의 검정권한의 내용과 범위는 국가의 교육내용에 대한 개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향(내용의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쟁점 ② 절차적 적법성: 검정절차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였는가? 

 

행정부와 법원의 판단대로 내용의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도 교육부장관의 검정권한에 포함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수정명령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이 사건 수정명령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친 것인지 여부가 두 번째 쟁점이다. 

내용의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에 대해서는 2013년 대법원에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역시 검정을 마친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내린 수정명령을 다툰 사안이었는데, “(수정명령이) 이미 검정을 거친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새로운 검정절차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므로 검정절차상의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두21485 판결 참조). 
 

이 사건 수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교육부장관은 새로운 검정절차를 다시 거치지는 않았고, 대신 ‘수정심의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여 심의를 진행한 뒤 수정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이 ‘수정심의위원회’의 위원 선정방식, 위원구성, 소집절차와 심의방식 등이 교과용도서심의회의 경우와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라고 인정하였다. 심의기간이 비교적 단기간이라거나 수정심의회의 심의사항 및 수정심의회 위원의 인적사항이 비공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판단한 것이다.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있어 특정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그 절차의 보장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위 2011두21485 판결에서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요구하는 이유가 “그렇지 않으면 행정청이 수정명령을 통하여 검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잠탈할 수 있”기 때문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절차와 ‘유사한 외관’을 갖춘 절차를 거쳤다는 점만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검정절차를 둔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여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수정심의회의 의사/의결정족수, 기초심사와 본심사의 분리운영, 위원의 분리구성 등이 교과용도서심의회와 거의 유사하게 이루어졌다는 외관의 판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수정심의회 절차의 투명성, 수정심의회 구성원의 다양성, 교육행정권력으로부터의 일정한 독립성, 심의회 내에서의 충실한 토론과 의견 개진 및 이를 위한 충분한 기간 등이 확보된 절차였는지, 그래서 검정절차를 둔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였는지를 더욱 면밀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재판이 있기 전까지 수정심의회 및 그 사전절차에 대해 거의 공개되지 않았고, 재판과정에서도 그 절차의 부실함, 불투명성이 드러났음에도 절차적 적법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판단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쟁점 ③ 재량 일탈·남용: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 수 있는 재량?

 

이 사건 판결의 마지막 쟁점은 재량의 일탈·남용 여부, 즉 이 사건 수정명령이 교육부장관에게 주어진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판단이다. 

법원은 검정권한에 포함된 수정권한을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수정명령은 ‘교육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적합한 것’으로 바꾸도록 하는 범위에서만 정당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 수정명령들이 “오해 또는 오인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없애거나 고치도록 한 것”, “중요한 사안에 대한 서술의 비중을 다른 쟁점과 균형이 맞는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것”, “학생들에게 보다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이 “교육적합성”을 갖추지 못해 검정도서로서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정도라고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이 보기에는 수정명령이 서술의 균형을 맞추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향이기 때문에 수정명령대로 고쳐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실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이 교육적합성을 갖추지 못한 정도라면 불과 3개월 전 더욱 엄격하게 진행된 검정절차에서 합격했을 리도 만무하다.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A)과 수정명령의 내용(B)에 대한 선호나 가치평가를 떠나서, 만약 A와 B 모두 검정교과서로서 교육적합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A를 반드시 B로 바꾸도록 강제하는 수정명령은 ‘교육적합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A라는 내용의 교과서도, B라는 내용의 교과서도 검정교과서 제도 하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계속 강조하는 바와 같이 헌법정신과 검정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교육적합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서술의 순서나 분량, 자료의 취사선택, 세부적 표현 등은 역사학자이자 교육전문가인 저자들에게 맡겨진 자율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명백하게 교육적합성을 상실한 것도 아닌 검정합격도서에 대해, 교육부가 지엽적인 서술 순서나 세부적인 표현까지 고치도록 명령하는 것을 재량의 이름으로 허용한다면, 이는 결국 검정교과서 제도를 수정명령을 통해 국정교과서와 같이 운영할 수 있는 재량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바람직한 해결을 기대하며 

 

사실 문제의 발단은 첫 번째 쟁점인 법률유보원칙 위반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이 교과서제도에 대해 법률단계에서 전혀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하고 있다 보니, 수정권한의 존부와 범위, 필요한 절차가 모두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행정권의 자의적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교과서제도의 중요한 내용들을 법률의 단계에 구체화시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와 같은 입법적 개선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법원은 존재하는 법령을 최대한 헌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석함으로써 행정권의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제동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보다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일, 2012/10/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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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온라인 역사강좌
제9강 식민통치 마케팅 – 박람회와 기념축전 ③
강사 :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근현대사기념관 관장

금, 2017/08/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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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연 역사강좌] 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산미증식계획 ②

미리보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온라인 역사강좌
제8강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산미증식계획 ②
강사 :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화, 2017/07/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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