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생산지 탐방 - 한살림 멥쌀
한살림 짓는 사람들
거제 한울타리공동체 장성택·유대순 생산자

장성택·유대순 생산자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돌미역을 공급합니다.
돌미역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거제도의 최남단, 남부면 여차해변. 매물도가 보이는 탁 트인 남해바다의 절경은 오지처럼 구불구불한 길 뒤에 숨겨 놓은 또 다른 세상 같았다.
“지금은 마이 발전했지요. 전에는 2시간 걸어가야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하루에 6시간을 통학했어.
아부지가 가라 하니 가지, 고마 바다에서 수영하고 노는 게 더 좋았지. 여기는 논도 없고, 거의 보리밥 먹고 컸어요. 우리가 미역 갖고 요마이 큰기라 보면 돼요.”
학교보다 바다가 좋았던 유년의 경험은 장성택 생산자를 다시 바다로 이끌었다.
잠깐 도시로 나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이 하시던 돌미역 생산을 함께 한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일
돌미역은 해변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돌섬들을 돌며 딴다.
산소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들어간 데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가 얼굴을 내밀었다.
7년째 손발을 맞춰 일하고 있는 동네 형님이 배에서 대기하다 크레인으로 그가 가져 온 미역 망태기를 건져 올렸다. 수확물을 건넨 그는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돌미역 수확철이면 그는 매일 아침 이렇게 바다에 들어가 수심 4m의 바위에 붙어 있는 돌미역을 낫으로 잘라 담는다.
허리춤에 찬 망태기에 미역을 가득 채우면 그 무게가 60kg에 달한다.
산소통 무게까지 감안하면 수영과 잠수에 능한 장성택 생산자도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치다.
파도가 심할 때는 물속에서 몸이 자꾸 떠내려간다. 그래서 배 위에서 뱃머리를 조작하는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다.
“아부지랑 일할 때는 예부터 쓰던 나무배를 가지고 노 저어 나갔어요. 지금은 크레인도 있고 하는데 그때는 억수로 힘들게 했제. 아부지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 바다 가면 전쟁이라 전쟁.”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20년 전부터 아버지가 한살림에 냈던 돌미역과 그것을 품은 바다는 여전히 그의 삶터다.
수온이 높아지면 미역은 퍼져서 사라진다.
돌미역을 딸 수 있는 시간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고작 3개월 뿐. 그가 부지런히 바닷속을 오르내리는 까닭이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적어지는 돌미역의 양도 문제지만 일이 워낙 고되다 보니 선뜻 바다에 들어가려는 사람도 없다. 여차마을에서도 5가구만이 돌미역을 생산한다.
“자식한테 물려주는 건 나가 생각이 없지. 우리 같은 사람은 잠수병이 있어요.
사실 쉰일곱까지 했으면 그만 해야 맞지. 내 나이를 보면 몇 년 안 남았어요. 결국 한살림에 돌미역을 못 내는 날이 올기라. 그게 아마 몇 년 안 걸릴지도 몰라요.”

깊은 바다의 생명력을 담아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 미역은 이런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다. 얕은 바다에서 양식으로 키운 뒤 이물질을 떼기 위해 끓는 물에 삶아 염장한다.
센 조류 덕분에 양식은 어렵지만 대신 깨끗하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는 거제 앞바다의 자연산 미역과는 외형부터 다르다.
“우리가 봤을 때는 미역이라기 보단 파래 같아요. 얇고 종잇장 같은 것이 씹으면 오돌오돌한 맛도 없고. 어차피 먹는 거 한살림처럼 자연 그대로 먹는 게 좋지요. 솔직히 끓는 물에 넣어 영양이 파괴되는지 어쩐지 검사는 안 해봤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포자에서 나고 100일쯤 된 생명을 끓는 물에 넣어버리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시중 미역과 한살림 돌미역의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자연의 햇볕과 해풍으로 건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을 채취할 때는 항상 그 날 날씨를 고려한다.
“조합원들이 왜 이렇게 미역이 누런지 문의하는데, 태양건조의 특징이라고 설명하면 다 이해를 하지. 햇빛조차 안 보고 기계로만 건조된 거랑은 확실히 달라요.”
짧은 미역철이 끝나면 부부는 조합원을 만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 새벽에 버스 타고 일산 가서 매장 판매를 해봤는데 우에 난 놀랬어요.
한살림 한 번 빠져들었다 하면 우찌 알고 개미만치 줄지어 오시는지 신기해.
문 열기도 전에 줄 서 있는 조합원 보면 우리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고마운 한살림이기에, 그는 작은 것 한 개라도 한살림 것을 쓰기 위해 나가는 길엔 꼭 40분 거리의 거제매장에 들러 장을 봐 온다.
소고기를 넣지 않고 돌미역만으로 국을 끓여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감칠맛이 돈다.
이 한 줌의 미역을 따기 위해 바닷속을 마다 않고 들어갔던 장성택 생산자의 얼굴이 떠올라 내가 먹은 것이 맑고 푸른 거제 바다였음을 깨닫는다.
미역의 깊은 맛은 그 미역이 자란 수심에 비례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언젠가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애틋함이 배가 된다.
글 윤연진 사진 김현준 편집부
자연산돌미역 생산과정

1. 바위를 깨끗하게, 갯닦기

장성택 생산자는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따는 것은 오히려 재밌다 말한다.
갯닦기의 시간이 워낙 고되기 때문이다.
갯닦기란 긴 장대 같은 것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해조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추운 겨울 바다에 반쯤 몸을 담그고 바위를 닦는 일은 체력 소모가 너무 크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깨끗하게 닦아 놓으믄 미역 포자가 어디에 있다 붙는 건지, 하 참 신기하다.
갯닦기 시기는 어르신들 경험이지. 저 바위는 11월 20일에 닦아야 한다고 하면 그 때 닦아야지 12월 넘어 하면 미역이 안 와요. 그런데 요즘은 열심히 해놔도 예전만큼 미역이 오지 않아.
갯닦기만 했다하면 다 붙었는데 요즘은 힘들게 작업해 둬도 안 온 자리가 많아 아쉽지요.”
2.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

아침에 바다에서 따 온 미역을 여차해변에 쫙 펼쳐 말린다.
길이가 1m에 가까운 돌미역을 가지런히 발에 붙이는 것은 아내 유대순 생산자와 어머니의 몫이다.
서울에서 시집 온 유대순 생산자에게 어머니가 ‘서울내기가 이제야 잘 붙인다’며 칭찬한다.
“어머니는 65년 동안 계속 미역을 붙이신 베테랑이세요.
제가 15년이 넘으니 드디어 어머니께 인정을 받네요. 미역을 발에 잘 붙여야 곪는 곳 없이 고루 마르고 눅눅하지 않아요 . 잘 못 말리면 국이 금방 퍼져 버려요.”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9시에 널었다면 오후 5시쯤 걷는다.
말릴 때 바람이 적당하고 해가 좋아야 한다.
나머지 수분은 수산물 전용 건조기에서 날린 뒤 5분 거리의 한울타리공동체 공동작업장으로 옮겨 포장한다.
한살림 짓는 사람들
함평 천지공동체 조윤형·조성천 생산자
조윤형 생산자는 스물 한 동의 하우스 가득 무화과 나무를 키웁니다.
그의 아들인 조성천 생산자는 3년 전부터 고향 함평에 내려와 아버지의 무화과 농사를 거들며 한살림 생산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무화과 이야기
“무화과에는 항암성분이 들어 있어요. 또 알칼리성 식품이라 여성들에게 특히 좋고요. 변비가 있을 때 먹으면 특효약이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무화과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 내는 조윤형 생산자의 열정은 과연 한살림에도 네 명밖에 없다는 무화과 생산자다웠다.
그는 무화과를 알릴 기회가 절실했던 것 같다. ‘무화과의 효능’을 출력해 물품과 같이 보낼까도 고민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무화과는 사과, 배 만큼 자주 보기 힘든 데다 여름 과일로서도 포도나 복숭아에 비해 존재감이 덜하다.
열대과일인 무화과는 주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생산된다. 온도 변화에 민감해 유통이 까다롭고 보관도 쉽지 않다. 전남 지역에서는 여름철 노점에서 흔히 볼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귀한 것도 이 때문. 조윤형 생산자는 무화과가 우리에게 생소한 이유를 과일의 특성만이 아닌 생산 문제에서도 꼽았다.
“관행에서는 유통을 쉽게 하려고 호르몬제로 한번에 익혀서 출하해요. 색은 똑같이 빨갛게 보여도 억지로 익힌 것이라 맛이 덜해요.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아주 맛있는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소비자들이 덜 찾는 거예요. 제철 과일 먹는 이유가 뭐예요, 맛있으니까 먹는 거지. 무화과 농사짓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돼요. 무화과 살리려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봐요.”
무화과의 색상을 머리에 떠올려 보던 찰나, 오늘 딴 것이라며 아들 조성천 생산자가 무화과를 내온다. 크기가 어른 주먹만 하다. 햇빛을 잘 받은 쪽은 적갈색, 덜 받은 쪽은 푸른색이 돈다.
“시중 무화과가 그렇게 호르몬 처리를 한다는데 저는 보질 못해서요. 여기 아저씨들은 다 친환경으로 농사 지으시니까요.” 조윤형 생산자가 무화과 농사를 시작했을 때 전국에 유기농 무화과를 하는 사람은 딱 여섯 명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네 명이 함평 천지공동체의 한살림 생산자니 조성천 생산자가 말하는 ‘아저씨들의 방식’은 그에게 매우 자연스러웠다.
투닥거리며 함께 짓는 무화과 농사
조윤형 생산자는 2010년 유기농 무화과 생산자로 한살림 가족이 됐다. “자식들 교육시킨다고 도시로 나갔다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시골 살았어도 벼농사 말고는 본 적이 없어 주위에 물어보니 무화과가 일이 없을 거래, 그래서 시작했죠. 한 3년 정도는 판로가 없어서 애를 먹었어요. 그러다 한살림에 내게 됐죠.”
누군가 농사짓기 쉽다고 추천한 덕분에 그는 무화과를 작물로 선택했다. 실제로 무화과는 줄기, 잎 등에독성이 있어 벌레가 덜 타는 작물이다. 뿌리만 살아있으면 다시 싹이 날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농약은 안 하지만 잔손 가는 일이 많다. 갓 달린 열매는 벌레가 해를 끼치기 때문에 친환경 자재로 꼼꼼하게 방제해야 한다. 열매가 달렸던 나뭇가지들도 계속 잘라내야 한다. 새로 돋아난 가지에서만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가장 고될 때는 역시 수확철이다. “밤 12시에 일어나 열매를 따고 새벽에 선별해서 아침에 올려 보내요. 무화과는 온도가 높으면 안 되니까 새벽에 작업하는거죠.” 수확이 시작되는 7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낮밤이 바뀐 생활이 이어진다. 따는 시기를 놓치면 초파리가 번지니 발주량이 적더라도 익은 것은 모두 따야한다. 꺼끌꺼끌한 무화과 잎을 매일 만지다 보면 절로 생채기가 나고 쓰리다.
어릴적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만 자란 조성천 생산자에게는 더 힘든 일이다. 처음 그는 아버지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굳이 새벽에 작업해야 하는지, 비합리적이라 생각했죠. 아침 7시 정도만 돼도 좋잖아요. 빛도 있고, 서늘하고. 그래서 작년에 그렇게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조합원들이 단번에 다르다고 알아보시더라고요. 너무 잘 익은 열매들은 공급할 즈음 되면 물러버리거든요. 아버지가 오랫동안 이리 한데는 이유가 있구나, 잔머리를 쓰면 안 되겠구나, 겪어 보니 알게 됐어요.”
아는 것이 느는 만큼 마음 쓰이는 것도 많다. 남은 무화과가 아까워 공판장에라도 내다 팔려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은 ‘제값도 못 받는데 그 시간에 차라리 쉬셨으면’ 하고 답답해 한다. 아버지 역시, 무화과 말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작물도 해보자며 이것저것 시도하는 아들이 못미덥다. “그래도 어떡해요. 열심히 일만 하고 산 우리 세대와는 다르니까. 아들 농사는 자기 몫이니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야죠.”
거기에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 있다. 조성천 생산자는 경기도 연천에서 직업군인으로 17년간 복역하다가 사고로 무릎을 다쳤다. 그렇게 4년 전,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 곁으로 왔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택한 것이 농사라 부모님 마음은 내키지 않았겠지만, 조성천 생산자는 계획했던 일이다.
“원래 퇴역하면 고향에 내려가 농사짓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다친 것이 계기는 됐지만, 그 전부터 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거든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것만이 다는 아니더라고요. 전방에서 근무한 탓에 아이들 자라는 것도 못 보고 살았는데, 고향에 내려와서 항상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올해는 무화과 농사가 잘 됐다. 처음에는 수확량이 적었지만 이제는 주렁주렁 열매가 달리는 무화과 나무를 아들에게 물려주어도 좋을 성 싶다. 한살림 생산자 모임에도 아들을 보낸다. 아들은 아들대로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며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조성천 생산자는 재작년 한살림 생산자 교육을 받았고, 올해 정식 생산자로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세대와 방식은 달라도 한살림 짓는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의 이름을 달고 생산된 무화과를, 그리고 또 다른 그만의 작물을 한살림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윤연진 편집부
자연의 시간으로 익은 한살림 무화과
“ 우리도 덜 익은 것에 호르몬제로 색만 내고 따면 유통이야 좀 더 길게 할 수 있겠지만, 맛이 없어요.
가장 맛있을 때 따서 바로 보내드리는 게 바로 한살림 무화과입니다.”
[한살림 무화과 맛있게 먹는 법]
• 꼭지 부분을 잡고 아랫쪽으로 당기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습니다.
• 흐르는 물에 먼지만 씻어내고 껍질째 먹어도 맛있습니다.
• 냉장 보관 기간은 3일.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동실에 보관해 샤베트처럼 먹어도 좋습니다.
• 피부가 민감하면 ‘펩티드’라는 성분으로 입이 얼얼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님이 알려주는 무화과 먹는법! ☞무화과 먹방 보러 가기

장헌용·박종순 생산자 부부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서 20년 넘게 고사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부부를 포함한 고사리 생산자 네 가족은 고성 공룡나라공동체에서 활동하다 2017년 4월 남해 보물섬공동체로 분화해 나왔습니다.
경남 남해 보물섬공동체 장헌용 박종순 생산자
산은 온통 붉었다. 찾은 때가 5월이니 단풍의 다홍빛일 리 없었다. 이즈음의 산이라면 응당 걸치는 신록의 옷깃을 채 여미지 못한 듯, 고동색 섞인 검붉은빛 속살이었다. ‘산사태라도 났던 것일까’ 생각하던 차, 앞장서 가던 장헌용 생산자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다 왔습니다. 여기가 고사리밭이에요.”
밭에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두둑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땅이겠거니 지레짐작한 자신을 탓하며 황급히 다가섰다. 그냥 붉은 흙바닥이라 생각했던 곳 드문드문, 가느다란 초록빛이 꼬무락대며 솟아 있었다. 6,000평 넓이의 고사리 천지였다.
“굳이 산등성이에 고사리밭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부부는 고사리 농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장헌용·박종순 생산자가 고사리를 키우기 시작한 지는 벌써 스무 해가 넘었다. 온화한 기온과 적당한 해풍 덕에 우리나라 고사리의 30%를 공급하는 남해군 창선면이지만 당시만 해도 고사리 농사를 짓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원래 감 농사를 지으려 했던 곳인데 땅의 성향이 맞지 않았는지 감나무가 자라지 않았다고 해요. 대신 생각지도 않았던 고사리가 번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끊어다 팔기 시작한 것이 창선 고사리의 시작이에요. 저희도 제법 초기부터 합류했죠.”
흥미진진했던 이야기에서 가장 솔깃했던 것은 고사리가 스스로 번져나갔다는 부분이었다. 보통의 농사가 종자든 모종이든 사람이 땅에 심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과 달리 고사리는 그것이 본래 지닌 생명력에 기대어 밭을 이룬다. 고사리가 이 땅에 자리잡은 것은 사람보다 훨씬 먼저인 4억 년 전 고생대부터. 음지건 양지건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머리 쳐드는 고사리에게 너른 땅까지 주어졌으니 말 그대로 ‘고사리순처럼’ 우후죽순 피어오른다. 매해 퇴비를 주고 김을 매긴 하지만 따로 심지 않았으니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산의 잡관목을 베고 기다리니 고사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고사리로 뒤덮이기까지 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자연의 선물, 사람의 땀으로 받다
자연이 준 선물이라지만 공짜는 아니다. 한창때 하루 수확량은 비료 포대로 약 50여 개. 누군가는 소일거리 삼아 뜯는 고사리라지만 그것도 취미일 때나 즐거울 따름. 산등허리에 매달려 고사리를 채취하고 풀을 메다 보면 온몸이 금세 땀범벅이 된다. 갓 올라와 옹주먹을 쥐고 있을 때 끊지 않으면 금세 억세지는 고사리 특성상 하루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부부가 할 수 있는 적정량은 2,000평 정도인데, 그 세 배를 하고 있으니 손이 더 필요한 형편이에요. 우리 동네에는 다들 70대인데 어르신들이 산을 오르며 고사리를 끊기가 어디 쉽나요. 오늘도 막내딸이랑 처형이 와줘서 겨우 일을 마무리했어요.”
여타 작물과 달리 고사리는 수확한 다음의 일이 더 많다. 독이 있는 고사리를 삶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말리는데 어느 것 하나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과정이 없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팔팔 끓인 물에 고사리 7~8포대를 넣어 푹 삶는데, 불씨를 지키고 있는 일도 고되지만 중간중간 쇠스랑으로 뒤집고 퍼내는 일도 만만찮다. ‘후욱후욱’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잦아지는 장헌용 생산자의 숨소리가 귓가를 오갔다.
푹 삶아진 고사리를 말리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 햇볕에 늘어놓고 한나절 동안 바짝 말린 후 비닐 포대에 담아 창고에 보관하다 조합원이 찾으면 그때그때 소포장해서 보낸다. 삶고 말리는 일을 하루에 예닐곱 번 반복하다 보면 부부의 낯도 어느새 고사리처럼 거뭇해진다. “그래도 올해는 고사리가 잘 되어서 몸은 힘들어도
기분이 좋아요. 중국산 때문에 고사리 농사짓는 사람들이 참 힘든데 한살림에서는 약속한 가격을 지켜주니 풍년에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죠.”
부부는 이야기 내내 고사리를 ‘끊는다’고 표현했다. 다소 생소한 표현을 쓰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실제로 고사리를 끊어보니 ‘딴다’거나 ‘꺾는다’고 하지 않는 까닭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고사리 대궁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훑으며 살짝 힘을 주니 의도치 않은 곳에서 적당하게 끊긴다. 사람이 억지로 꺾거나 따는 것이 아니라 고사리 스스로 가장 알맞은 부분을 끊어낸 느낌이다. 제 몸을 끊어 내어 준 고사리를 산비탈에 무릎을 대고 허리 숙여 맞이한다. 고맙다. 네 덕에 올해 한가위도 풍성하겠구나.
고사리, 재배에서 공급까지
키우기- 고사리가 드문드문 자라기 시작하면 잡목을 베어 고사리가 자랄 땅을 마련한다. 생명력이 강한 고사리는 따로 심지 않아도 금세 밭을 이룬다.
끊기- 고사리 채취는 고사리순이 막 올라오는 4월 초순부터 6월 초까지 가능하다. 줄기의 대궁 부분을 잡고 손으로 끊는다.
삶기- 가마솥에 물을 가득 담고 나무를 지펴 끓인다. 물이 펄펄 끓으면 고사리를 넣고 삶으며 중간에 한 번 뒤집는다.
말리기- 삶은 고사리를 햇볕으로 바짝 말린다.볕이 좋을 때는 한나절, 흐릴 때는 이틀간 말려 물기를 제거한다.
포장하기- 말린 고사리는 비닐 포대에 넣고 창고에 보관했다가 주문을 받고 포장, 발송한다. 습기가 없는 고사리가 부스러지지 않도록 주의해 포장한다.
뱃머리에 쭈그린 채 부두에 밧줄을 걸던 이가 고개를 가로젓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번에도 허탕이다. 꽃게 경매 모습을 눈에 담고자 근처 여러 포구를 돌았지만 만족할 만한 물량을 싣고 온 배는 없었다. “세 시쯤에나 큰 배가 들어온다네요. 저희도 내일 나갈 활꽃게 물량을 어서 확보해야 하는데 큰일이에요.” 에코푸드코리아의 원용무 생산자가 기대와 걱정이 반쯤 섞인 말을 건넨다. 바로 전날에도 약속한 활꽃게가 나가지 못해 한살림매장과 조합원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하니 그의 초조함이 충분히 이해된다.
바다도 힘들었던 올 한 해
땅의 농민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은 올해는 바다의 어민에게도 힘든 때였다. 자연의 섭리와 사람의 욕심이 겹친 덕에 바다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내놓았다. “매년 수온이 상승하는 데다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놓지 않은 지도 몇 년 되서 꽃게가 많이 줄었어요. 닻배들이 그물을 너무 촘촘하게 쳐서 작은 꽃게까지 싹 잡아들이는 것도 문제고, 꽃게를 잡고 버려둔 그물이나 통발의 영향도 있겠죠.”
어획량이 적은 만큼 꽃게의 수매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살림 꽃게는 지역 어민들이 잡은 꽃게를 에코푸드코리아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후 손질해 출하하는 과정을 거쳐 유통된다. 에코푸드코리아와 한살림이 매해 원가를 조정하지만 갑작스럽게 변하는 바다 상황을 바로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산물은 배와 선주를 정해서 잡은 물량을 모두 수매하는 약정계약이 어려워요. 일정 이상의 규격과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기준에 못 미치는 것들은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거든요. 대기업처럼 전처리가공을 해서 유통할 수도 없고, 소위 파격세일로 물량을 뺄 수도 없죠. 경매에서 규격과 품질을 충족하는 꽃게를 수매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더 안정적인 수급이 힘들어져요. 한살림과 약정한 원물가격에서 벌써 30%가 올랐으니 가슴이 쪼그라들죠.”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경되는 것이 가격이라지만, 바다 상황을 모르는 이가 갑자기 오른 가격과 줄어든 물량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마트에서는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르면 품질 안 좋은 것이나 수입산을 팔거든요. ‘한살림 것은 품질이 좋은 국산 꽃게이니 수입산과는 당연히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은데 ‘마트 꽃게는 만 원인데 한살림은 왜 2만 원을 받느냐’고 하시면 힘이 빠지죠.”
유자망 꽃게만 취급합니다
한살림은 유자망 꽃게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우리 바다에서 잡는 꽃게는 유자망, 닻자망, 통발 등 세 방식으로 어획한다. 작은 통통배가 조류의 흐름에 따라 그물을 내려 자유롭게 헤엄치던 꽃게를 잡는 것이 유자망, 규모가 큰 배가 닻을 내려 고정시킨 그물로 꽃게를 어획하는 것이 닻자망, 가장 큰 어선이 먼바다에 나가 통발에 고등어 따위의 먹잇감을 넣고 꽃게를 꾀는 것이 통발 방식이다. 각각 2~3일, 7~10일 조업하며 꽃게를 잡는 닻자망, 통발과 달리 유자망은 보통 새벽에 나가 잡은 꽃게를 오전에 들여와 경매에 부친다. 닻자망과 통발에 붙잡힌 꽃게가 배 안 창고에서 며칠째 먹이 활동을 못 하고 자기 살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유자망으로 잡은 꽃게는 다소 비싼 대신 신선하며 살이 풍성하고 단단하다. 꽃게의 품질도, 원하는 이도 다르니 당연히 경매마다 어획 방식을 표시한다.
바다농사도 사람이 중요하지요
오랫동안 한살림 꽃게를 취급해온 중매인이 꽃게를 선별해 수매하는 것도 특별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경매장에서는 꽃게를 눌러보는 것조차 어려우니 육안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중매인은 벌써 8년 넘게 저랑 함께 했어요. 한살림 꽃게의 품질 기준을 잘 알고 있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함께 하는 이가 누구인지가 제일 중요해요.”
원용무 생산자가 한살림과 관계 맺은 지 올해로 12년째. 그사이 에코푸드코리아는 꽃게를 비롯해 갑오징어, 우럭, 전복, 바지락 등 수많은 생물 및 냉동 수산물을 한살림에 내는 대표 산지가 되었다. 해가 지날수록 바다에서 나오는 수산물의 양이 줄어드는 요즘. 원칙과 사람을 우선하며 한살림과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꽃게, 이것이 궁금해요
봄 암꽃게, 가을 수꽃게’라는 이유가 뭔가요?
연중 가장 좋은 꽃게는 봄에 잡힌 꽃게이며, 주로 암컷이 잡힙니다. 봄 암꽃게는 내장과 알과 살이 가득 차 있고 식감과 풍미가 좋아 찜, 구이, 탕 등 어떤 요리에나 좋습니다. 반면, 금어기가 지난 후 가을철에는 산란 후 활동량이 떨어진 암꽃게보다 수꽃게가 많이 잡힙니다. 이 시기 수꽃게는 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살은 덜하지만 단맛이 나고 조업량이 많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습니다.
활꽃게와 냉동꽃게, 어느 것이 좋을까요?
살아 있는 활꽃게가 신선한 만큼 맛도 좋지만, 수매시기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신선도 유지를 위한 포장비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냉동꽃게는 가격이 낮을 때 대량 수매해 활꽃게 상태에서 바로 급냉해 보관하기 때문에 선도가 좋고 맛도 좋습니다. 활꽃게는 살이 부드러워 찜이나 구이로 좋고, 냉동꽃게는 급속냉동 과정에서 꽃게 자체에 기생하는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고 살이 탱탱해 간장게장으로 이용하기 좋습니다.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필요에 따라 이용하시면 됩니다.
한살림 활꽃게는 포장에 톱밥이 없던데 왜 그런가요?
꽃게는 모래에 파묻혀 잠을 자는 습성이 있습니다. 톱밥에 넣어 포장하면 동면상태로 운반할 수 있지만, 이동 중에 꽃게가 죽으면 변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톱밥은 수입산 원목을 쓰고, 훈증 등의 방식으로 소독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한살림은 활꽃게를 얼음물에 기절시킨 후 스티로폼 재질의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동봉하여 포장·공급하고 있습니다.
물코팅(글레이징)이 뭔가요?
수산물을 그냥 냉동하면 보관·유통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산화됩니다. 물코팅은 수산물 표면에 얇은 얼음막을 입혀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으로 냉동 수산물 공급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꽃게를 비롯한 한살림 냉동 수산물은 미리 무게를 재고 급속냉동한 후 물코팅을 하기 때문에 해동 후에도 정량이 유지됩니다.
손질꽃게 이렇게 옵니다

➊ 어획 및 경매 유자망으로 당일 잡은 신선한 꽃게를 한살림 수산물을 8년 이상 취급한 중매인이 크기, 무게, 품질 등을 고려해 수매합니다.

➋ 급랭 및 보관 가장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수매 직후 영하 40℃에서 급랭해 냉동창고에 보관합니다.

➌ 해동 및 손질 손질 직전 바닷물로 빠르게 해동한 후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➍ 포장 및 냉동 무게에 맞춰 포장한 뒤 다시 급냉해 주문에 맞춰 공급합니다.
간장꽃게장 맛있게 먹는 법
➊ 배딱지를 떼어내고 ➋ 등딱지를 연 뒤 ➌ 모래집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➍ 먹기 좋은 크기로 4~6등분한 뒤 ➎ 등딱지에 붙은 내장은 밥을 비벼 먹고 몸통의 살도 잘 발라 먹습니다.
•간장 꽃게장은 1년에 5회 특별품으로 공급합니다.
• 너무 짜질 수 있으니 공급받은 지 2~3일 안에 드세요. 오래 두고 드실 경우 꽃게를 꺼내 간장과 따로 보관했다가 먹기 전 다시 간장에 담가 먹습니다. 분리한 간장은 한 번 끓여 보관하세요.
• 꽃게장을 먹고 남은 간장은 한 번 끓여 간장게장을 담그거나 장조림, 생선조림 등 맛간장을 넣는 음식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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