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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정지부] 21년의 밤 / 민변 대전충정지부 22차 정기총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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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정지부] 21년의 밤 / 민변 대전충정지부 22차 정기총회 후기

익명 (미확인) | 목, 2018/08/30- 17:51

21년의 밤

– 민변 대전충청지부 22차 정기총회 후기

– 김우찬 변호사

 

벌써 1년이 지났나 싶었다. 민변 대전충청지부의 22번째 정기총회가 지난 7월 14일 변산반도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열렸다. 각자의 터전에서 ‘변호사’로 살아가던 이들이‘민변’이라는 이름 아래 속속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날은 장마가 서둘러 자리를 양보하고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었다. 작년 여름에도 이렇게 더웠었던가.

뜨거운 한해였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촛불은 낡은 시대를 불태우고 새로운 시대를 밝혔다. 시민들은 촛불의 열망을 새로운 정권에 전달했다. 민변 대전충청지부도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한해였다. 지부 회원들은 조촐하게나마 기념행사를 통해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주년 기념행사에서 필자가 올린 SNS 글을 찾아보았다.

“시간을 지나고, 나이를 새긴다는 것은 물리적인 말로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좋고, 싫고, 실망하고, 칭찬하고, 울고, 웃고, 잘했고, 잘못했고, 울고 싶고, 웃고 싶은 이야기들이 시간 속에 담겨 있다. 그걸 하루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격려하다’. 서로의 격려로 오늘을 말하고 싶다. 민변 대전충청지부는 지난 20년을 격려하고 내일을 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회원들은 대외적인 행사를 여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민변 회원으로 살아온 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념행사에서 민변 대전충청지부가 걸어왔던 발걸음을 공유했던 시간은, 말 그대로 서로를 ‘격려’하며 민변의 회원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소소하지만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부 회원들은 새로운 1년을 맞이했다. 이날 총회에는 대전, 청주, 충남에서 모인 회원 16명과 그 가족을 포함하여 총 42명이 참석했다. 개인적으로는 민변 입회 후 첫해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 총회참석이었다. 함께 참석한 아내는 날이 너무 더워서 작년처럼 술자리를 하면 나가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날이 아무리 더워도 술자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맥주의 시원함이 목을 스치며 더욱 맛있는 술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총회에서는 각 지역의 활동과 지역 현안, 반가움과 무탈하게 지내온 1년의 시간을 빠르게 공유했다. 진정한 공유는 총회 이후 식사자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새로 입회한 이승현 회원과 본부에서 지부로 소속이 변경된 오진욱 회원이 참석하여 반가움을 더했다. 2016년에 입회한 이후에 처음으로 신규회원을 맞이한 필자의 반가움은 더욱 컸다. 드디어 막내 회원에서 벗어났다던가, 점점 고령화로 치닫고 있던 대전지역 회원의 평균연령을 낮추었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본격적으로 바닷가 앞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만화방에서는 라면, 당구장에서는 짜장면, 바닷가에서는 역시 회다. 다만 가족들과 함께 모인 자리이니만큼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인지에 대해서는 걱정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횟집 사장님은 아이들을 위하여 생선가스라는 훌륭한 대안을 마련해 주셨다. 모름지기 분쟁을 조정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술잔을 나누는 서로의 손길이 분주하게 오갔다. 매번 민변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평소에 그렇게 음주를 하면 버티지 못하는데 민변 회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면 이상하리만큼 쉬이 취하지 않고, 다음날 숙취도 거의 없다. 작년에도 함께 총회에 참석했던 아내는 처음 총회에 동행했던 소회를 밝혔던 글에서 이러한 증상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취기는 진작 가셨지만, 그 밤에 나눈 이야기들은 오랜 숙취처럼 몸에 남아 있습니다. 구석구석 스며들어(500mL 헛개차 같은 약효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위 진단에 동의한다. 총회에서 나누는 술잔은 오히려 보약과 같다. 민변 회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직 변호사로서는 시작점에 서 있는 나에게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 나갈 힘을 준다. 오랜 시간을 변호사이자 민변 회원으로 살아온 선배님들도 고민과 어려움 자체를 마술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민을 떠안고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 법을 말한다. 누군가 민변의 정치성향이나 활동을 언급할 때마다 나는 민변의 회원들은 그저 평범한 생활인이라고 답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다만 지켜야 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회원들은 지켜야 할 것들을 술잔에 담아 몇 번인지 모를 건배와 함께 몸에 담는다.

취기가 오를 즈음에 식당 앞 해변에 나가니, 간사님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폭죽놀이가 한창이다. 민변 대전충청지부는 거대한 불꽃놀이를 할 정도의 규모와 활동력은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쏘아 올리는 작은 폭죽처럼 꾸준히 각자의 폭죽을 쏘아 올리며 또 다른 한해를 준비할 것이다. 음주는 있었으나 가무는 없었던 민변 대전충청지부의 22번째 정기총회는 그렇게 폭죽 소리, 바다내음, 조용하지만 치열한 고민들, 잔을 부딪치는 경쾌한 마찰음과 함께 저물어 갔다. 다음 날, 나는 숙취를 겪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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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9/0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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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7월에 민변에 가입한 강솔지입니다. 벌써 2019년 한 해가 다 저물어가네요. 올해는 저에게 모든 것이 새로워서 그랬을까요. 다른 때보다도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민변과 친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신입회원 설명회를 한다는 공지글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는 이곳이 매우 친절한 모임이구나라는 생각. 한편으로는 신입회원 ‘설명회’와 가입시 제공되는 ‘민변 사용설명서’가 보여주듯, 생각보다 많은 설명이 필요한 곳이구나라는 생각.

아직은 모임에 나가도 왠지 모르게 머쓱하고 어색한 신입회원인지라, 그런 마음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1부 순서는 민변의 정체성과 활동에 관한 안내였습니다. 김진 부회장님이 ‘민변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김준우 사무차장님이 ‘민변의 위원회 등의 활동’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주제만 보면 상당히 지루했을 것 같지만, 두 분 모두 얼마나 말씀을 재밌게 해주시는지 웃느라 졸릴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민변의 역사를 깨알같이 적은 ‘민변백서’가 대회의실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뿐이지만.. 김진 변호사님 말씀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는 것보다 어딜 찾아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인덱스(Index)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니까 그것 나름대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2부 순서는 민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3-5년차 변호사들의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었습니다. 박수진 변호사님, 임재성 변호사님, 이종훈 변호사님이 패널로 참여하셨습니다. 송상교 사무총장님의 진행으로 신입회원들의 질문을 받아 패널로 참석하신 각 변호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을 들고 직접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신입회원들이 하는 질문들이 꼭 제가 묻고 싶었던 것들이라 용기를 내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답변을 해주신 선배 변호사님들이 활동 중인 위원회나 가입이유, 민변 활동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던 변호사님이 “사무실 업무가 많아 민변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고민 앞에서는 모두 입을 모아 “지금은 바빠도 눈팅을 잘 하고 있으면 언젠가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다고. 민변의 수 많은 활동 중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민변 입회원서를 쓰면서 뭐라고 써야 할지 고민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민변에 왜 가입하는지,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하고 싶은지. 그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좀 더 투명하게 그 답을 써내려가겠지만, 누구든지 그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괜찮다는 위로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행사를 준비해주신 여러 선배님들, 그리고 참석하셔서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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