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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기고]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 이정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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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기고]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 이정일 회원

익명 (미확인) | 목, 2018/08/30- 17:18

[회원 기고]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 이정일 회원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었다. 교황은 희생자 가족이 900km 거리를 메고 순례한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셨다.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힘은 마음속에 울리는 연민의 정에서 시작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 참사 보도를 지켜본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가족들의 모든 일상은 그 날 이후로 멈추어버렸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아들, 딸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어떠한 대책도 대책이 될 수 없었고,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참사 당일 이후로 희생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눈물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원봉사로, 연대로,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서명으로 고통 속에 빠진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했었다.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의 측면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6월 말에는 박근혜 정부의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강제해산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활동도 했다.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로 활동을 종료한 이후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하여 시민단체 중심으로 국민조사위원회가 발족했다. 2017년 1월부터 국민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아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진상규명조사 쟁점들을 정리하였다. 1년 동안 제정을 기다려야 할 사회적참사특별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희생자 가족요청 들어주기. 국가대형 재난 사고에서 제기되는 핵심쟁점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 가족요청 들어주기, 재난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재난사고에 대한 기억과 추모이다. 이 중에서 빠뜨리기 쉬운 게 희생자 가족요청 들어주기이다. 진상규명활동의 독립성에 치우치다 보면 무시하기 십상이다. 희생자 가족요청을 들어주는 과정자체가 치유의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희생자 가족들의 요청은 단순명료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집으로 못 돌아오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또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로 부모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무사를 통해 희생자 가족들을 사찰했다. 진상규명활동도 방해했다.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로 해산까지 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이후로 팽목항, 동거차도 및 광화문 광장 등 길거리에서 풍찬노숙하며 3년 이상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언제 끝날 줄 모르고 있었던 그 어느 시기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하였다. 바로 직후에 세월호가 어둠을 뚫고 물위로 올라왔다. 1073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목포신항으로 들어오는 세월호를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부두에서 목 놓아 울었다. 거대한 무덤이 부두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으며 나도 함께 울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보낸 희생자 가족들에게 특별조사기구가 앞서서 시작할 일은 바로 희생자 가족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의 힘으로 열어준 통로로 만들어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희생자 가족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있지 않았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역할.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핵심 역할은 세월호 침몰원인을 밝히고, 세월호 선체보존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더불어 해양수산부(현장수습본부)가 수행하는 미수습자 수습업무를 점검하는 역할이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때로부터 11월 말까지는 미수습자 수습업무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한 사람의 미수습자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노력은 세월호 참사원인에 대한 진상규명활동과 조화시키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다. 선체절단은 수습을 효과적으로 하는 측면이 있지만, 침몰원인 조사를 제약하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의 목소리에 대해서 선체조사위원회는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바로 세운 세월호의 선체의 의미. 많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5월 10일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웠다. 그 목적은 세월호 선체 정밀조사와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색작업을 위한 것이었다. 더 큰 의미는 바로 세우는 과정자체가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으로서 희생자의 요청에 답하는‘국가의 존재’이유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세운 세월호 선체를 통해서 진실규명에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선체보존방안과 관련하여 세월호 참사를 더 많이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체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종합보고서. 2017년 11월 말까지 미수습자 수색을 최우선 과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개시결정이 있고 5개월 지난 시점에서 선체내부에 들어가 내부조사를 조금씩 진행할 수 있었다. 38건에 달라는 조사용역보고서에 대한 분석도 조사활동 종료(2018. 5. 6.)를 약 1개월 앞두고 거의 마무리 되었다(참고로 2018. 5. 7.부터 8. 6.까지는 종합보고서 작성 기간이었음).

선체조사위원회가 침몰원인 관련 종합보고서를 심의·의결하기 위해서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선체조사위원회 내부 조사관들과 조사관 사이의 의견 차이, 위원과 위원 사이의 의견 차이에 대한 충분한 토의가 부족했다는 점에 있었다. 침몰원인을 둘러싸고 왜 의견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희생자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선체조사위원회가 종합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국회도,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도 내놓지 못한 최초의 공식보고서이고, 이것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방향타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안전사회의 열망을 담아내는 세월호 모습을 기대하며.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희생자 가족들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더 소중히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안전사회의 열망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학생은 한국 현대사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는 서울대학교 교수의 말도 들었다. 대형 재난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참사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는 재난연구가의 말도 들었다.

9․11 테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그라운드제로가 있다. 그라운드제로는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땅을 상징한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그 자리에 흘리는 눈물을 상징하는 폭포수형태의 분수대를 설치하고 그곳 아래로 잔해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의 추모․기념관을 지었다. 매일 수 천 명의 미국시민이 방문하여 9․11 테러를 기억하고 평화·안전을 희망한다.

중요한 시사점은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그 자리에 또 다른 모습의 건물을 짓지 않았고, 건물신축으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9․11 테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가치를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바로 세워진 세월호 선체는 생명을 중시하는 안전사회의 가치를 담아내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세월호 선체에 생명의 가치를 콘텐츠로 담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희생자가족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생명의 가치를 담아내는 내용이 세월호에 채워지고, 세월호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꿈이 실현되는 도구로 활용될 때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하늘에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약 1년 동안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매우 힘든 여정을 보냈지만, 세월호를 바로세우고 침몰원인 관련 종합보고서를 내놓은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것을 작은 위로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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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0/11/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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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7월에 민변에 가입한 강솔지입니다. 벌써 2019년 한 해가 다 저물어가네요. 올해는 저에게 모든 것이 새로워서 그랬을까요. 다른 때보다도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민변과 친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신입회원 설명회를 한다는 공지글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는 이곳이 매우 친절한 모임이구나라는 생각. 한편으로는 신입회원 ‘설명회’와 가입시 제공되는 ‘민변 사용설명서’가 보여주듯, 생각보다 많은 설명이 필요한 곳이구나라는 생각.

아직은 모임에 나가도 왠지 모르게 머쓱하고 어색한 신입회원인지라, 그런 마음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1부 순서는 민변의 정체성과 활동에 관한 안내였습니다. 김진 부회장님이 ‘민변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김준우 사무차장님이 ‘민변의 위원회 등의 활동’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주제만 보면 상당히 지루했을 것 같지만, 두 분 모두 얼마나 말씀을 재밌게 해주시는지 웃느라 졸릴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민변의 역사를 깨알같이 적은 ‘민변백서’가 대회의실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뿐이지만.. 김진 변호사님 말씀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는 것보다 어딜 찾아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인덱스(Index)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니까 그것 나름대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2부 순서는 민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3-5년차 변호사들의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었습니다. 박수진 변호사님, 임재성 변호사님, 이종훈 변호사님이 패널로 참여하셨습니다. 송상교 사무총장님의 진행으로 신입회원들의 질문을 받아 패널로 참석하신 각 변호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을 들고 직접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신입회원들이 하는 질문들이 꼭 제가 묻고 싶었던 것들이라 용기를 내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답변을 해주신 선배 변호사님들이 활동 중인 위원회나 가입이유, 민변 활동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던 변호사님이 “사무실 업무가 많아 민변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고민 앞에서는 모두 입을 모아 “지금은 바빠도 눈팅을 잘 하고 있으면 언젠가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다고. 민변의 수 많은 활동 중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민변 입회원서를 쓰면서 뭐라고 써야 할지 고민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민변에 왜 가입하는지,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하고 싶은지. 그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좀 더 투명하게 그 답을 써내려가겠지만, 누구든지 그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괜찮다는 위로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행사를 준비해주신 여러 선배님들, 그리고 참석하셔서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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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11/0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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