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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이주노동자]외국인 건강보장 정책의 문제점과 이주노동자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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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이주노동자]외국인 건강보장 정책의 문제점과 이주노동자 차별

익명 (미확인) | 금, 2018/08/17- 14:20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을 돌파했다. 1993년 시작된 산업연수생제도와 2004년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크게 늘어났고, 결혼, 유학, 재외동포 등 비()노동 이주민의 숫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제 한국사회는 단일민족의 신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이주민의 장기체류하면서 의료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등 이주민의 복지 혜택에 대한 날선 공격이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 글에서는 건강보험 제도, 감염병 관리, 취약계층 의료지원 등 이주민의 건강보장과 관련한 실태를 간략히 짚어 보고자 한다.

 

1. 후퇴하는 외국인 건강보험정책

 

지난 67일 보건복지부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작성한 외국인 건강보험정책 개정방안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개선안의 요지는 외국인의 지역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현행 국내 체류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임의가입을 의무가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체류기간 연장신청이나 재입국 시 체류에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을 통해 체납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지역보험료는 소득과 재산 기준에 따라 부과하되,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경우에는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또한 피부양자 등록 서류 중 본국 발행 서류는 자국 외교부 확인 문서만 인정하겠다고 했다.

 

1. 2017 건강보험 가입자 현황(201712월 말)

(단위: )

건강보험

전체

외국인

재외국민

직장가입자

36,898,912

625,891

16,843

지역가입자

14,041,973

264,000

6,416

합 계

50,940,885

889,891

23,259

건강보험 가입률

95.6%1)

59.4%2)

N/A3)

출처: 국민건강보험. 2017 건강보험 주요통계

비고: 1)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2)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3) 재외국민 중 귀국해 주민등록을 한 자는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하나 국내 체류 재외국민의 수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건강보험 가입률 계산이 불가능함

 

2017년 건강보험 통계를 살펴보면(1)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889,891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59.4%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7년 기준 전체 외국인취업자 868,000명 중 72.6%(613.400)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어 사회보험을 통한 의료보장이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은 건강보험 당연적용 제외 사업장이 많다. 이러한 사업장에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때문에 직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없고, 그러다보니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지역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에 의하면, 소득과 재산을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전년도 내국인 평균보험료103,080(2018)을 매달 납부해야 한다. 직장 단위로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이 생겨나는 마당에, 체류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보험료 체납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은 이주노동자에게 심각한 건강권 침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적용제외 사업장을 최소화하며, 정부의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일 이번 개정의 주요 표적은 재외동포와 결혼이민자, 유학생들이다. 외국인의 지역보험 가입률은 직장건강보험보다 더 낮다. 방문취업제로 입국하는 재외동포들은 입국 후 취업교육을 받고 구직활동을 할 수 있어 구직기간이 다양하고, 주로 건설업, 서비스업,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소득 불안정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가입률이 낮고, 정기적인 보험료 납부도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외국인 지역건강보험 가입을 임의가입에서 의무가입으로 전환한 것은 의료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바람직하지만, 대다수 재외동포를 포함한 비노동 이주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체류 불이익으로 인한 미등록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피부양자 등록 서류 중 해외에서 발행된 서류는 문서 발행국 외교부의 확인을 받은 경우에만 효력을 인정하겠다고 한 부분도 우려스럽다. 재외공관 접근이 어려운 난민, 국내에 재외공관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구비서류를 발급받지 못하거나 발급에 상당한 시일이 걸려서 건강보험 적용의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심각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이주 아동은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종합해보자면, 이번 외국인건강보험정책 개정안은 내세우는 것과 달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직장건강보험료 납부와 지출에서 연간 2천억 원의 흑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빼놓은 채, 외국인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는 적게 내고 의료이용을 많이 하는 먹튀라는 오명을 씌워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제도의 허점을 이주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건강보험정책 개정안 시행에 앞서, 현행 제도의 작동을 살펴보고 보완 작업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2. 감염병 관리와 이주민 차별

 

감염병은 국적과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병 관리는 국가 또는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펼쳐져야 한다. 결핵관리정책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결핵 발생율이 제일 높은 결핵 고위험국가에 속한다. 외국인 체류자들의 결핵 발생률도 높은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결핵관리정책을 세워 내-외국인 차별 없이 결핵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질병관리본부는 <외국인결핵환자 중점관리방안>을 만들어 치료과정에서 비순응하는 경우, 완치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염성이 소실되면 바로 강제 출국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주민들은 결핵 발병 사실이 알려지면 해고될 가능성이 높고, 또 성폭력 피해나 미등록 체류 등으로 신분이 불안정해지면서 꾸준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치 않은 채 치료비순응자로 분류하여 치료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인권침해는 물론 질병확산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올 수 있다. 올해 초 한국 결핵치료 공짜, 외국환자 우르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 보도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오해를 키우고 정부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핵을 포함한 대다수 외국인 감염병 환자는 이미 입국 단계에서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이들이다. 이들이 국내에서 감염병에 걸렸다면, 우리사회가 책임을 갖고 차별 없이 치료지원과 건강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의료사각지대 이주민 의료지원 현황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희망의 친구들에는 매일같이 이주민 의료상담 문의가 들어온다. 근무 중 소변을 참다가 정말로 방광이 터져 응급실에 실려 간 이주노동자, 임신 사실을 모른 채 병원을 방문했다가 뱃속에서 태아가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이주 여성, 독한 화학약품을 쓰는 공장에서 일하다 호흡곤란으로 대학병원에 실려 간 난민,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매일 생사를 넘나드는 이른둥이 이주 아동. 이들 모두는 건강보험이 없어 평소 병원을 가지 못하다가 응급상황에 처해서야 도움을 요청했다. 20185월 기준 국내 미등록 이주민수가 312,346명으로 전년대비 39.7% 증가하였고, 전체 체류외국인의 13.6%를 차지하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하여 초과 체류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고용허가제 하에서 부당노동행위나 인권침해 때문에 사업장을 이탈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난민 신청자가 증가하면서 기나긴 심사 절차를 기다리며 불안정하게 체류하는 난민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모두 의료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이다.

 

1) 정부 지원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 이주민들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3응급의료를 받을 권리조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진료거부를 사전에 방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응급의료를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통해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응급치료가 필요한 이주민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2005년부터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각종 의료보장제도에 의해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 난민, 국적 취득 전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전국 국공립병원과 적십자병원, 지정병원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7년부터는 본인부담금 10%를 부과하고 있다.

 

2) 민간단체의 의료지원 활동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 난민, 동포, 다문화가정 등 의료취약계층 이주민을 대상으로 민간에서는 다양한 무료 진료와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WeFriends Aid(이주민 의료공제회)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여 상호 부조하는 의료지원 시스템이다. 가입비 1만 원과 월 회비 1만 원을 납부하면 협력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수가 100% 적용 감면되고 사무처에서 총 진료비의 50%에 해당하는 의료비(외래비, 약값, 입원수술비)를 지원해준다. “온드림 희망진료센터는 다문화가족과 이주 노동자, 난민 등을 돕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과 대한적십자사,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손을 잡고 개설한 의료센터이다. 서울적십자병원 3층에 있으며 외래진료와 입원수술비를 지원한다.

 

이주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고 한국도 이미 30년 전부터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이제는 ? 우리가?’ 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라는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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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운동>

청소년들이 행동한다

ㅡㅡ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불법건축물 기숙사들을 방치해왔다.지자체는 불법건축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그러나 지자체들은 농장,공장 등에 수만개로 추정되는 불법건축물 기숙사를 방치해 왔고 ,노동부는 그 불법건축물을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마구 고용 알선해왔다.기숙사비 얼마 받으라는 지침도 주면서.

경기도 농어업사업장만 해도 불법기숙사가 1500개 정도다.

5년전 포천의 한 기업형채소농장 불법기숙사에서 동사한 속헹씨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동,인권 시민 단체들이 연대해 주거환경개선운동을 펼쳐왔다.

이제 청소년들이 행동한다.그 개선운동의 일환으로 집회 시위를 한다.7월28일 포천시청 앞에서 불법건축물 기숙사들 철거와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는다 .

목, 2025/07/17- 14:06
26
1

2015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일, 2016/10/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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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정류장 × 크메르 노동권 협회 여남쉼터에서 진행했던 릴레이 인터뷰 기획 기사입니다. PC 버전에서 더 잘 보여요. http://migrant.hankyung.com/pc/


이 기획보도물은 인구절벽이 예고된 우리 공동체에서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국민이 외국인에 대한 오해와 차별을 해소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부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서 착안해 뉴스 빅데이터와 이주노동자 관련 데이터를 수집, 정제, 시각화했습니다. '모두가 어울려 잘 사는 미래 한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봅니다.
화, 2016/02/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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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고용허가제 관련된 보도가 제작 방송되었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만든 영상들이 다수 삽입되었고요. 제작은 버즈라 씨가, 출연은 우다야 씨가 담당했습니다. 한국어 자막은 추후에 첨부할게요


Rojgar Program News24 Television
화, 2016/11/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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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캠페인 2015’ - 고장난 노동부의 계산기를 고쳐라! 기자회견문 근로기준법 63조(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예외조항) 폐지하라! 기숙사비 선 공제 반대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2013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2014년 ‘인권 밥상 캠페인’, 거리에 나가 열심히 소리 질렀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월화수목금금금, 한 달에 이틀 쉬는 휴일조차 언제일지 모르고, 일하는 시간을 한 달 평균 50시간씩 갉아먹는 사장님의 거짓말도 참아왔다. ‘내년이 돼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226시간만 일한 것으로 인정받더라도, 어쨌든 월급은 올라간다!’라고 위로하면 1년을 힘겹게 버텨왔는데. 2016년 시급이 6030원으로 올라도, 우리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은 오르기는커녕 더 삭감될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오늘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이 자리에 섰다.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발급하는 농축산업 표준근로계약서의, ‘근로기준법 제 63조에 따른 농림, 축산, 양잠, 수산 사업의 경우 같은 법에 따른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은 적용받지 않음’ 단서 조항을 삭제하라! 2013년 표준근로계약서에는, 하루 07시부터 19시까지 일하고 휴게는 1시간, 그리고 월 2회 휴일인데 ‘노동시간 월 226시간’ 기재된 계약서가 있었다. 하루 11시간 * 한 달 28일 = 308시간 노동이 아니라 226시간이라는 것이다. 산수조차 맞지 않는 이 계약서들은, 농축산업 분야에서 고용주들이 지시하는 실제 노동시간을 그대로 담은 계약서이다. 한 달에 308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 월급은 226시간치만 계산해주겠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4년 산수조차 맞지 않는다는 항의가 거세지자, 이제 근로시간이 ‘00시 00분 ~ 00시 00분, 1일 휴게 2시간’으로 바뀐 정체불명의 계약서가 나왔다. 근무시간을 예초부터 명시하지 않고 ‘근무시간 월 226시간 월 통상임금 1,177,460원’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63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미봉책이다. 2015년 표준근로계약서 양식 자체가 바뀌었다. 노동부는 개선하였다고 했다. 일 휴게 시간을 3시간 20분으로 기재하여 월 226시간 근로시간으로 끼워 맞추면서, 숙박비용과 식사비용 근로자 부담금액을 명시하게 한 계약서 양식이다. 노동부는 숙식 시설에 대한 조사와 관리·감독을 하기보다, 고용주와 노동자 간 (합의를 빙자한) 강요로 이루어진 계약서에, 대신 책임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부터 쭉 지적되어온 표준근로계약서의 문제에서,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드러난다. 고용주들이 근무시간을 조작하여 삭감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시간 입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이주노동자에게 떠밀고 있으며, 노동시간 책정에 대한 관리·감독도 대안도 마련하고 있지 않은 노동부를, 오늘 규탄한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견디는 노동자들에게, 더 열악하기 그지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기숙사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매월 20~50만원씩 월급에서 선 공제하는 작태에 반대한다! 경기도 이천, 충남 논산 등지에서는 기숙사비로 30만원씩 월급에서 까고 나머지를 노동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 고용주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일한 시간만큼 임금계산은 해주는데, 시설환경에 비해 부당한 액수의 기숙사비를 선 공제하여, 월 226시간 최저임금액 만큼만 월급으로 지급한다. 심지어는 전혀 모르는 남녀를 한 방에서 6개월 동안 같이 지내게 시키면서 기숙사비를 1인당 30만원씩 공제하는 사례까지 접수되었다. 이 노동자의 실지급액은 2015년에 한 달 80~90만원이다. 노동 시간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액에서 기숙사비를 제하고 차액만 지급하는 사례마저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2조’와 ‘근로기준법 전차금 상계 금지’에 위반되는 기숙사비 선 공제를, 표준근로계약서 자체에서 묵시하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별도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단서 조항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노동부의 면피성 답변은, 기숙사비를 강요하여 노동자들의 임금을 갉아먹어도 괜찮다는, 무언(無言)의 안내와 다를 바 없다. 실제 농축산업 고용주들은 임금 삭감의 좋은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기숙사비도 5~10만원씩은 인상하겠다.”라는 것이 현장 상황이다. 노동부는 숙박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상한선을 정하여 관리·감독하겠다는 말만 읊어왔다. 농축산업 노동 현장의 갈등에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오늘 규탄한다. 농축산업 노동 현장의 가혹하고도 열악한 노동·생활환경에 버티지 못한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어도, 고용주의 변경신청 사인을 받지 못하면 일을 바꿀 수 없다. 참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에 선택해야만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위와 같이 노동·생활환경 모두가 취약한 상황에서 사업장 변경만이 이주노동자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런데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고용주가 쥐고 있다. 노동자들이 150~200만원을 고용주에게 내놓고 사업장 변경을 구걸한다든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각종 근거 없는 명목으로 100~200만원씩 요구하는 협박 사례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또한 심각한 인권·노동권 침해 상황에서, 고용센터와 노동부에 사업장 변경을 요청한 노동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라!’라는 말만 반복된다며 노동부를 찾아가기를 아예 포기한다. 노동부에 관리·감독할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직접 조사와 해결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그 역할마저 이주노동자들과 민간 영역으로 떠넘기고 있는 노동부를 오늘 규탄한다. 바로 이것이 2015년의 한국 농축산업 노동 현장이다. 이제 우리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나섰다. 고장 난 것이 노동부라면, 노동부에게 ‘정신 차려!’라고 외치겠다. 고장 난 것이 계산기라면, 고용센터의 계산기를 부시고 ‘바꿔!’ 주겠다. 노동부는 농축산업 이주노동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문제를 해결한 대안을 제시하라! 2015년 12월 18일 20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및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일동

금, 2015/12/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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