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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회담, 세계 권력의 삼각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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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회담, 세계 권력의 삼각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트럼프

익명 (미확인) | 토, 2018/07/21- 20:14

편집자 주: 미국과 서방의 주요 여론들은 헬싱키에서 있었던 미러 정상회담(통역만을 동반한 순수한 개인적 만남)에 대하여 비난과 경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심지어 공화당 주요인사들조차 트럼프에게 배신과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내 진보포탈인 Moon of Alabama는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이를 재구성하고 있다. 키신저의 조언을 받은 트럼프가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상인적 감각으로 느끼면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중러 간의 파워게임을 grand-theory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러한 접근이 우리가 기대하는 북미간 평화협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 이후 미국 내의 반응이 꽤나 재미있다. 언론은 이성을 잃어갔다. 마치 진주만 공습과 통킹만 사건 그리고 9.11테러가 모두 같은 날 일어난 것 같았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누구와의 전쟁인가?

이러한 패닉의 이면에는 대(大)전략을 보는 상반된 시각이 숨어있다.

45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영상) 전문을 읽다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트럼프는 예전에 했던 말만 했다. 두 대통령이 진짜 무엇에 대해 이야기했고, 무엇에 동의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 푸틴은 이번 회담이 예상보다 가치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비공개로 나눈 이야기이니 누설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부터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기타 여러 분쟁지역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두고 보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진보주의’ 진영은 이번 회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근 뮬러 특검의 기소 결정은 회담을 방해하기 딱 좋은 시기에 이뤄졌다. 헬싱키에서 두 정상이 만나기 전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와 푸틴을 애인 사이로 묘사한 짧은 코메디 영화 한 편을 리트윗했다. 동성애혐오적 요소가 있는 이 영상을 3주나 지나 한번 더 공개한 것이다. 이런 쓰레기를 게재하다니 그레이 레이디[1]의 수치가 아닐 수 없지만,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회담 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반(反) 트럼프 인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존 브레넌(John O. Brennan)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 (@JohnBrennan – 15:52 UTC – 16 Jul 2018)

도널드 트럼프가 헬싱키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연기는 이제 “중대범죄와 경범죄[2]”의 기준을 넘어섰다. 반역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멍청한 소리만 한 게 아니라 완전히 푸틴 손바닥 위에 있다. 공화당 애국자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존 매캐인(John McCain) 상원의원은 신랄한 성명을 발표했다.

… “지금까지 미국의 그 어떤 대통령도 독재자 앞에서 이토록 비굴하게 군 적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변해 미국을 미국 답게, 국내외의 자유에 전념하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공화국 답게 만드는 가치를 지켜내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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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일보

이 어리석은 자들은 트럼프의 대전략에 숨은 현실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핼퍼드 매킨더(Halford John Mackinder)의 심장부 이론을 알고 있고, 러시아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핵심임을 알고 있다. 유라시아가 정치적으로 결속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영국이 그랬듯 해군력으로 결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트럼프의 반대자들은 카터(Carter)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가 거대한 체스판(The Grant Chessboard)에서 언급한 중-러 동맹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체 왜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가 트럼프에게 크림반도를 포기하도록 조언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15년 트럼프 본인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큰 그림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주장 있다.

“…  푸틴은 오바마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아주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러시아가 중국으로 손을 뻗는 순간, 미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석유 거래로 둘이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둘이 손을 잡게 했다는 겁니다. 미국에게는 끔찍한 일입니다. 무능한 리더십 때문에 이들이 친구가 되었어요. 저는 푸틴하고 아주 사이 좋게 지낼 생각입니다. 아시겠죠?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제재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러시아하고 아주 지낼 겁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많은 국가들과 잘 지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오늘보다 부유해질 겁니다.

세계에는 크게 세 곳의 지리적 권력 중심지가 있다. 흔히 ‘서구’라 불리는 영미/대서양권,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인 러시아로 볼 수 있는 매킨더의 심장부, 그리고 역사적으로 아시아를 다스려온 중국이 그들이다.

키신저와 닉슨(Nixon)의 가장 큰 정치적 성공은 중국과 소련을 떼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이 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소련의 동맹은 끝낼 수 있었고, 미국은 동급최강,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키신저도 이미 러시아와 다시 손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예견했다.

1972년 2월 14일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예정된 닉슨의 방중과 관련한 협의를 하기 위해 만났다. 닉슨의 역사적 중국 방문을 위해 이미 비밀리에 중국에 다녀온 키신저는 러시아인들과 비교해 중국인은 “그저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위험하다.”고 표현했다.

키신저는 나아가 “20 , 후임 대통령이 닉슨만큼 현명하다면 결국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쪽으로 기울 ”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목에서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은 “이 세력 균형 게임에 매우 침착하게 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바로잡고 규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방향이 뒤바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입장이 바뀌기까지 키신저가 예측한 20년이 아니라 45년이 걸렸다.

냉전 이후 미국은 20세기의 이념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다. ‘일방주의’를 마음껏 행사하며 러시아를 적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약속과 달리 나토(NATO)를 러시아 국경까지 확장했다. 이 세상 최고의 독보적인 권력이 되고자 했다. 동시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로 인도해 폭발적 경제 성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균형을 잃은 정책은 결국 큰 피해로 돌아왔다. 미국은 산업 능력을 중국에 빼앗기는 와중에 러시아를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었다. 세계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매우 비싼 것이었다. 이는 2006년 미국 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미국인들은 패권의 이점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균형을 찾는 동시에 중국의 점증하는 힘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이 상황을 역전시키고자 했다.

트럼프의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브레진스키는 지미 카터(Jimmy Carter)의 안보보좌관으로서 계속해서 중국에 닉슨/키신저 정책을 썼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만을 무시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는 여전히 미국이 러시아에 대항하여 중국과 연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다.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러시아도 혼자 남지 않으려면 이를 따르도록 하는게 미국에게는 훨씬 이롭다. 이런 구도일 때 미국은 전세계에 총체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준다.”

그런데 중국이 무슨 이유로 이런 계획에 참여한단 말인가? 어떻게 러시아를 ‘강제’할 수 있나? 그 길을 가기 위해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러시아를 바라보는 브레진스키의 시각은 항시 음울했다. 그의 가족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서부지역인 갈리시아(Galicia)에 살던 하부 귀족 출신이다. 소련이 유럽대륙 중앙까지 세력을 확장하자, 그의 가족은 폴란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러시아는 언제나 적일 것이다.)

키신저의 견해가 좀더 현실적이다. 그는 미국이 혼자서 세상을 지배할 수 없고, 반드시 좀 더 균형잡힌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극화된 세계 질서가 부각되는 지금 러시아를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 균형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아야 한다.

키신저는 다시 한번 러시아와 중국의 분열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이번에 부상해야 할 쪽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다. 미국은 러시아와 친구가 되어야한다.

트럼프는 키신저의 견해를 따른다. 러시아와 중국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그의 (옳은) 판단에 따르면 미국에게 장기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위험한 쪽은 중국이다. 때문에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했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Peter Lee 목소리로 들어보자).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중국의 손아귀에서 낚아채려는 것이고, 푸틴과는 사이 좋게 지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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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와 도널드 트럼프(사진: 한국일보)

그렇다고 러시아가 중국과의 유익한 동맹을 깨도록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행동, 특히 중앙 아시아에서의 행보가 러시아에게 장기적인 위험요소인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인구와 경제력은 러시아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나 미국은 그동안 한번도 러시아와 관계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신뢰를 얻기까지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반면 중국은 약속을 지킨다. 그들은 ‘심장부’ 정복에는 관심이 없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군사력이 우월한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러시아를 중립으로 만드는 동시에, 중국에 관세 및 제재를 부과하고 대만과 일본 등 반중 의도를 가진 다른 국가들을 가까이 하면서 중국의 경제력 상승에 맞서는 것일 듯싶다.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 시대’를 망쳐버렸다. 러시아와 우방이 되는 대신 그들이 중국의 손을 잡게 만들었다. 패권 세계화와 일방적인 전쟁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증명되었다. 미국인들은 그로부터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트럼프는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는 결국 앵글로 아메리카, 러시아, 중국이라는 세 개의 권력중심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노쇠하고 분열된 유럽은 저물어갈 것이다.) 이 권력중심지들이 서로를 향해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주변부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며, 그 중심에 한국, 이란, 우크라이나가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의 이해관계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중국에는 맞서면서, 더 이상의 중-러 연합은 막아야한다. 이 그림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신보수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냉전시대 브레진스키가 러시아를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다시 권력을 잡게 해준 경제적 세계화만이 우리가 따라야 할 참된 길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 미국 유권자 90%가 겪은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생각이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터무니없는 반응들을 보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힘이 여전히 강하다. 그들은 사사건건 트럼프를 방해할 것이다. 이 시점의 큰 위험은 이런 자들의 세계관이 다시 권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 뉴욕타임즈의 별명

[2] 미연방 헌법 제2조 4절에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탄핵하는 이유로서 반역죄, 수뢰죄와 나란히 열거되는 죄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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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무력시위 중단하라

한반도 주민 볼모로 하는 모든 무력시위를 중단하라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해야 
한국민 의사 무시하고 군사적 위기 고조시키는 미국의 군사행동 용납할 수 없어

 

한반도가 또 다시 위기다. 지난 3월 한미의 대규모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된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 4월 위기설’, ‘전쟁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를 부추기는 한 측에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그 인근에 집중시키고 있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 또 한 측에서는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는 북한이 있다.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이라는 엄중한 국면을 맞고 있는 한국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우리는 한반도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볼모로 한 무력시위를 단호히 반대한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하며, 한미 당국과 북한에 위기를 부추기는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미 행정부는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미연합훈련을 마친지 보름여 만에 한반도에 다시 동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미측은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와 김정은 참수작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민의 의사는 찾아볼 수 없는 미 행정부의 군사전략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는 미 행정부 마음대로 핵무기를 재배치하고, 무력분쟁을 불러올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어떤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 역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만일 일각의 예측대로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과 여타 계기를 즈음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가 격랑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북 측의 핵실험은 안보불안을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켜 결과적으로 남측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오늘 (4/11)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불안설’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당부가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지속해온 자극적인 무력시위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대선 후보자들 역시 북의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한반도와 인근에 집중되고 있는 미국의 전력 배치에 동의하지 않으며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이 한반도에서 결코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국민을 볼모로 위기만 부추기는 군사적 대결정책을 차기 정부에서 전면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국민들을 전쟁과 무력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책무는 없기 때문이다. 
 

화, 2017/04/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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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CAUCUS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선출된 데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여러 면에서 큰 실망을 안겼고, 향후 미국이 인권 사안에 얼마나 성실히 임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여러 면에서 큰 실망을 안겼고, 향후 미국이 인권 사안에 얼마나 성실히 임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제 이러한 과거를 버리고, 미국의 인권 의무를 나라 안팎으로 재차 확인하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가 했던 외국인 혐오, 성차별 등의 혐오발언이 정부에 들어설 곳은 없다

마가렛 후앙(Margaret Huang),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이사장

마가렛 후앙(Margaret Huang)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이사장은 “이번 대선의 사전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이고, 때로는 독극물 같은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화법은 정부 정책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했던 외국인 혐오, 성차별 등의 혐오발언이 정부에 들어설 곳은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차별 없이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포로 수용소에서 고문 자행까지,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한 사람이 인권 옹호라는 미국의 의무를 무시했을 때 벌어지는 처참한 결과를 목격해 왔다. 백악관 참모진부터 시의원까지, 오늘 선출된 사람들은 모두 이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목, 2016/11/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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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초기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을 전망하기 위해 주요하게 조명해야 하는 요소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당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개인기’에 의존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나 유대계의 입김에 좌우되는 미국 대외정책의 근본 틀까지 넘어서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공화당의 기존 정책노선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조건이다.

특히 트럼프는 핵심 지지층의 바람과 거리가 있는 정책을 펴도 용인될 정도로 상대적인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럼프 자신과 외교안보 참모진이 중국과 북한, 한국‧일본 등을 보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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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물. 왼쪽부터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폼페오 CIA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 진용 구성에서 나타난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중‧대북 강경파를 기용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등은 중동 및 동아시아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지향한다.

둘째, 군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플린 보좌관과 매티스 지명자는 전형적인 군인이고, 폼페오 국장도 육사를 나왔으며,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도 해병대 장성 출신이다. 군사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외교정책이 입안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트럼프 당선자 개인의 선호와 ‘고집’이 관철됐다. 대통령의 아젠다인 외교안보 분야 인사에서 당선자의 뜻이 최우선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국무장관 정도는 공화당 지도부가 천거하는 인물을 앉히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저울질 끝에 선택한 이는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였다. 공화당 지도부가 뜨악해 하고 언론들도 반대하는 친러시아 성향 인물이다. 대러 제재 중인 유럽도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자신의 색깔대로 대외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의 ‘위험한 편견’

가장 주목해야 하는 인물은 안보보좌관 플린이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 뛸 것이란 예측이 나왔을 정도로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지난달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회동에도 트럼프의 딸‧사위와 함께 배석했다.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 상주하는 안보보좌관으로서 초기의 대외정책은 그의 손으로 빚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플린의 인식은 그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지난 7월 출간된 책 ‘전쟁터’(The Field of Fight)에 나타나 있다.

플린은 이 책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북한, 중국 등의 정부가 맺은 ‘동맹’에 대해 미국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중국에서부터 러시아, 이란, 시리아, 쿠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까지 확장되는 연합체와 마주한다”며 “국가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헤즈볼라, 이슬람국가(IS) 등 수많은 테러단체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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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반도정책에 가장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그의저서 ‘the Field of Fight’

플린이 열거한 국가나 테러단체가 미국에 적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동맹을 맺고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이다. 하지만 플린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이다.

중국사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제거해야 한다는 플린의 집착이 중국의 부상, 일본의 재기, 북핵 등 다른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시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에 논평했다.

플린은 10월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일본과 한국은 전화(戰禍)에 휩싸였던 70년 전과 같은 경제 상황이 아니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으로, 트럼프와 꼭 같은 생각이다.

캐슬린 맥파런드 국가안보부보좌관 역시 매파다. 그는 지난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한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과 무역을 하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 총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을 기용한 것은 적어도 동아시아 정책만큼은 플린 안보보좌관이 있는 백악관이 주도할 것임을 시사한다. 틸러슨은 공직 경험이 없고, 대외 문제에서의 경험은 주로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틸러슨은 장관 지명 후 성명에서 “우리는 동맹을 강화하고 공통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며 미국의 힘과 안보, 주권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조점이 없는 지극히 원론적인 언급이다. 그가 한반도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입김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정부 내 수많은 강경파들을 뛰어넘어 그의 생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북한 연계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국방장관에 내정된 매티스는 ‘미친 개’라는 별명처럼 터프한 군인이다. 중동지역을 관장하는 중부군사령관을 지내던 중 이란 핵협상 등 그 지역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하다가 해임됐는데,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나 언급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매티스는 2013년 상원 청문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을 지지하고 역내 주둔 미군의 확대를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처럼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출신 인사의 전형적인 시각이다.

북핵실험 위력비교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는 3선 하원의원을 지낸 군 출신 정치인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초강경 우파나 네오콘(신보수주의) 그룹으로 분류되는 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매파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미국을 매우 위험한 길로 끌고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재로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맺은 이란 핵협정의 끔찍한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란과 북한이 서방에 대항하는 ‘악마의 파트너십’을 맺어 핵 관련 기술과 물질을 불법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경제력‧군사력을 모두 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폼페오는 이어 2월 북한이 ‘광명성 4호’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직후에도 성명을 발표해 이란과 북한을 ‘미친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두 차례 도발 모두 당일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그가 한반도 동향에 꽤나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양립 불가능한 요구

물론 그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은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입장은 비교적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동북아 정책과 관련해 선거 기간과 당선 후 일관되게 보여준 방향은 △뚜렷한 친러·반중 노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접근 △한국·일본이 안보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 등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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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북핵, 사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이 한미 간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북한은 새 행정부에 맞춰 북미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쥐려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sbs)

이같은 트럼프의 기조와 외교안보 참모진들의 성향을 볼 때 트럼프 정부 초기 한반도 정책의 특징은 네 가지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부정하며 북한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 정책은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와 참모진 대부분이 우선 천착하는 이슈는 이슬람국가(IS) 대응을 비롯한 중동 문제다.

그 다음은 러시아 문제다. 동북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반도 문제는 그 하위 이슈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군사적 수단과 대화·협상 사이에서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선거 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는 말과 “김정은은 미치광이 같다”는 말 사이를 오갔다. 적어도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대만 총통과의 통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미중관계의 근간을 흔든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 이슈로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면 중국은 북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는 붕괴된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갈지자 행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미중관계 재설정을 위한 대 중국 압박 차원에서 한국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적 결단을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밀어붙이고 나아가 동북아 미사일방어(MD)의 통합을 재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배후 지원으로 추진됐던 사항들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같은 요구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한국을 더 강하게 포섭하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려달라는 상충되는 요구를 할 것이 확실시된다.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 위협을 하면 한국이 결국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MD를 통합하는 과제도 트럼프의 MD 회의론이 변수로 꼽히지만, 비용을 한국이나 일본에 부담시킨다면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월, 2016/12/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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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Wilson/Getty Images

ⓒMark Wilson/Getty Images

분열을 넘어서 – ‘트럼프 시대’의 인권 :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연대는 분열보다 항상 더 강력하다.

그러나 분열은 세계 각지에서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국경의 벽은 더욱 높아지고, 안팎에서 혐오와 공포가 치솟고 있으며, 억압적인 법률은 기본적인 자유를 옥죄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이 같은 경향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혐오와 외국인 혐오를 계속 드러냈던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다.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혐오와 기본권 보호 거부를 내세운다는 것은 인권활동가들에게 더욱 큰 좌절로 다가왔다

살릴 셰티,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선거 이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여 가고 있지만, 이러한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도 충분히 납득되지 못한 상태다.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혐오와 기본권 보호 거부를 내세운다는 것은 특히 많은 국가에서 달갑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궁지에 몰려있는 인권활동가들에게 더욱 큰 좌절로 다가왔다.

인권 운동은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한다며 지역사회 및 국가 안에서 (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의) 타인에게 폭언을 내뱉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대부분 타당한 것으로, 지도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인권과 평등, 존엄을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이 같은 우려와 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통 사람과 기득권층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갔음에도,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선거운동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국 결과는 사회의 공포와 분노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는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 결국 추한 길로 빠지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은 범죄로 몰렸고, 사회적 약자들은 악랄한 괴롭힘과 차별, 폭력을 견뎌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본인의 정책 결정의 현실을 훨씬 뛰어넘어, 나라 안팎에서 계속되며 악화되기까지 하는 미국의 인권침해를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된 무기가 예멘에서 중대하고도 제도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무기 수출을 더욱 증가시킨 점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 활동이 거의 무책임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더욱 확대한 점이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제관계 전략이 위태로운 상태인 전 세계 인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가 선거운동 중에 했던 유해한 발언들이 정책에도 적용된다면 이로 인한 영향은 중대하고도 광범위할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세계 각지의 지도자 및 집권을 노리는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세계 각지의 지도자 및 집권을 노리는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살릴 셰티

대테러 정책과 국가 안보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은 매우 위험했다. 그의 선거 공약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트럼프 정부는 고문 금지와 같이 이미 확립된 규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오바마 정부에서 드러났던 무분별한 불법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과 같은 현재의 문제점을 지속시키거나, 더욱 확대시킬 위험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결정이 그간의 성차별주의적 발언과 일치한다면 여성인권에 있어서는 끔찍한 소식이 될 것이며, 그가 지지했던 외국인혐오와 인종차별은 향후 이주민과 소수민족의 처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내 난민 재정착이 퇴보하면, 이미 세계 난민의 압도적 다수를 수용하고 있는 가난한 국가들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반 무슬림적 발언은 혐오 선동자들을 기세등등하게 하고 미국 안팎에서 공격과 차별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소수종교인들에게도 매우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고, 이러한 분열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무장단체들에게는 신병 모집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세계 인권 제도와 거리를 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로 인해 미국 국민도 함께 보호하고 있는 중요한 국제법적 안전조치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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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미래가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다. 세계 각지에서의 활동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큰 역경을 마주하더라도 함께 모여 대화하고, 인권에 기반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공포와 혐오만이 승리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살릴 셰티

공포와 혐오만이 승리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전 세계 대다수가 모든 사람의 평등과 존엄, 자유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큰 용기가 된다. 인권의 기저를 이루는 이러한 핵심 가치들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당연히 여기기에는 그 보호가 너무나 취약하다.

당장 혐오와 공포를 멈추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심과 인권이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것은 과거에 이미 증명되었다. 위대한 시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도덕적 우주의 활은 길지만, 그 끝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져 있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엄청난 역경을 마주하면서도 결연히 투쟁해 온 인권 활동은 수십 년 동안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다. 이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자유와 인권을 깊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분열을 봉합할 타협점을 찾는 것이 현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 과제일 것이다.

화, 2016/11/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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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극우’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포퓰리즘’, ‘반(反)기성정치’, ‘분노’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분명한 건 이 유령이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아 국제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유령은 미풍에서 태풍으로 몸집을 계속 불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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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내년 4월 대선에서 돌풍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www.express.co.uk/)

이 태풍은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까지 휘몰아칠 전망이다.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가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선은 제1야당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와 르펜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현지 여론조사는 피용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르펜 바람’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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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국민전선의 르펜, 보수세력인 공화당의 피용(가운데), 현직 대통령인 사회당 올랑드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자국 우선주의, 이민자 배제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을 앞세운 르펜은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똘레랑스(관용)’로 상징되는 프랑스가 르펜을 선택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우주의가 반짝 돌풍으로 끝날지, 새로운 물결로 봇물이 터질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우주의자 아버지의 정치적 상속자

르펜은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의 막내딸이다. 장 마리 르펜은 인종차별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며 프랑스 극우 세력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가스실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의 소소한 세부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부정하는 등 반(反)유대, 반(反) 이민에 확고한 입장을 보여온 극우전선은 똘레랑스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이단아’로 취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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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 출신인 장 마리 르펜(왼쪽)은 드골의 알제리 정책에 반발하면서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뒤 40년 가까이 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1년 당권을 딸인 마린 르펜에게 넘겼다.

하지만 장 마리 르펜이 각종 선거에서 2002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오르며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등 2000년대 이후 주류 우파와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르펜은 아버지가 뿌린 씨앗을 꽃피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 유세를 따라다닌 그의 정계 입문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98년 지방의회 선거 당선되며 정치 이력을 시작한 그는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2004년 이후 유럽의회 의원 3선을 지내며 정치력을 쌓아왔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체성은 아버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는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을 묻는 말에 ‘다이너마이트’라고 답했다고 한다. 1976년 그가 8살이던 어느 날 밤, 집에 폭발물이 터지는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국민전선을 창당 한 뒤 르펜을 포함한 세딸은 “파시스트의 딸’, ‘악마의 딸’이라고 불렸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르펜 집안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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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은 장 마리 르펜의 세 딸 중 막내이다. 왼쪽 사진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마린 르펜이다. 오른쪽 사진은 1974년 아빠 장 마리 르펜의 품에 안겨 있는 마린 르펜의 모습. (사진 출처: http://internacional.elpais.com/, http://www.dailymail.co.uk/)

그는 “정치가 목숨을 요구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해왔다. 실제로 그는 국민전선에서 가장 열심히, 독하게 일해온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우파 정치그룹의 리더로 성장…아버지 제명키도 

르펜이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 계기는 그는 2012년 대선과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였다. 2012년 대선에서 17.9%의 득표로 3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을 프랑스 제1당으로 끌어올렸다. 

반(反)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탈퇴,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국민전선이 24.8%득표율로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PS)과 중도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제쳤다. 당시 유럽은 이를 두고 ‘쓰나미, 허리케인, 빅뱅’등으로 표현하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유럽 우파 그룹의 리더”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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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과 그녀의 조카딸인 마리옹 르펜(오른쪽).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이기도 한 마리옹 르펜은 빼어난 미모로 국민전선의 ‘포스터걸’로 주목을 받았으며, 프랑스 역사상 가장 어린 22살 때 하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마린 르펜 이후 당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의외의 선전을 하자 함께 기뻐하는 모습. (사진 출처: BBC)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철저히 아버지와 선긋기를 통해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2011년 당 대표 취임 뒤 그는 ‘악마’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르펜은 르펜이고 마린은 마린이다. 나와 아버지의 역사관은 다르다” “국민전선이 프랑스인 전체에 호소하는 거대 대중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아버지의 극단주의와 거리를 뒀다. 

두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한 그는 성차별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불린 아버지의 악명을 지우면서 반이민, 반이슬람을 중심 의제로 옮겼다. 당내 인사들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징계를 내렸고 급기야 2015년 5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한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프랑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화 반대, 보호 무역주의, 복지 확대 등 ‘좌클릭’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고 재벌을 맹렬히 공격하며 노동계급과 실업자들의 지지를 끌어안았다. 20~40대 정치 신인들을 과감히 수혈해 ‘기성 엘리트 정치인 대 젊은 피’의 구도도 만들었다. 국민전선이 선거마다 선전하고, 그가 유럽 우파의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연이은 유럽의 테러로 고조된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가 르펜의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세계는 그의 유연한 행보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르펜은 2010년 이슬람교도의 거리 기도를 두고 ‘나치의 프랑스 점령’에 비유해 재판을 받기까지 했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아버지보다 다소 유연할 뿐, 극우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정체성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시선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동력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르펜 열풍 등 소수의 극단적 주장으로 치부하던 세력의 부상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당과 언론과 지식인들도 각각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모순이 곪을 대로 곪은 지금의 세계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인용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은 19세기 자본주의 체제 모순을 뚫고 나왔다. 지금의 극우주의 열풍은 마르크스주의와 유사성을 찾을 수 없지만, 그 배경에는 세계화, 소득 불평등, 테러의 공포 등 사회경제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데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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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마린 르펜의 연설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주류 정치인들과 엘리트로 향하는 성난 민심을 트럼프나 르펜 등이 적극 대변하는 것이다. 르펜은 쉬운 문장으로  “정치 엘리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이민자가 아니라 프랑스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똑같이 낡은 인물들, 똑같이 낡은 공약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르펜의 앞에서 프랑스 기성 정치인들은 쩔쩔매는 상황이다.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엘리트·기득권 세력’으로 몰렸다.

문제는 르펜의 선전이 그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똘레랑스의 프랑스를 이민자 혐오, 반이슬람주의 등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 역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흑인과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노동자들의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리고, 세계가 힘들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속에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로 요동치는 한국 사회 역시 “한국의 트럼프’., ‘한국의 르펜’은 없을 것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수, 2016/1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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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재명 시장 조명, 한국의 트럼프? 샌더스? – 차기 대권 3위로 급부상 – 지지도 급상승 청와대의 “똑같은 행태에 신물” 암시 – 이시장, 인기 배경으로 소득 불균형의 심화 꼽아 – 집권시 “기득권 카르텔” 제거, 재벌 해체와 노동자 복지 확대 “혁명적” 제안 블룸버그는 24일 차기 대권주자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시장과의 집중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유권자들의 ...
토, 2016/11/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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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찾은 모로코 마라케쉬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2). 왕복 이동시간에만 이틀반이 걸리는 머나먼 거리였다....
화, 2016/11/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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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연자

  • 진행 : 김만권 (정치철학자)
  • 이슈손님 : 이혜정 교수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이승환 공동의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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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국대선분석 2부 / 미국 대선 이후의 한반도

 

철학사이다 미국 대선 분석 특집 2부입니다.
2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북정책에 대한 전망, 지금 한국의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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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11/2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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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나는 2016년 초 샌더스의 돌풍을 보면서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샌더스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했다. 샌더스가 탈락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결국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경제 사회 문제로 인한 미국 내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국민 간 편을 가르고,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내부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고, 어쩌면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나는 트럼프가 무역전쟁, 화폐개혁을 한다고 해도 결국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는 전쟁뿐일 것이고, 그것은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다.

※ 다른백년연구원은 <정책비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개혁해야 할 정책 과제를 산업, 금융, 고용/노동, 외교/안보, 안전, 관료제/선거제도 등 분야별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글에 대해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시는 분께서는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다른백년연구원은 열린 공간, 열띤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백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담론을 기획해나갈 것입니다. 

금, 2016/11/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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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

미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패배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의 패배는 여러 가지 충격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의 좌절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랬겠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도 커다란 상실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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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런 말들을 남겼다. “아마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정치하는 여자들 중 가장 대단한 여자일 텐데 그런 여자가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 강간범 남자한테 진다.”

왜 패배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투표자들 역시 힐러리에게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55%의 지지율을 보였던 여성들은 힐러리에게는 54%만 지지를 보냈다. 근소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반면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까지 받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42%)은 2012년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44%)와 별 차이가 없었다.

백인 여성은 아예 반대였다. 53%가 트럼프를 찍었고, 43%가 힐러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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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출구조사 자료. 파란색은 힐러리, 붉은색은 트럼프 지지를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 CNN)

여성뿐만이 아니다. 힐러리는 애초에 지지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18~29세의 젊은층,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저소득층,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서 오바마 때마다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뉴리퍼블릭>은 이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보다 가정형편을 더 걱정하는 극빈층 여성들에게 힐러리의 셀리브리티 페미니즘은 들리지 않았다.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레나 던햄, 셰릴 샌드버그를 내세웠지만 이런 유명 인사들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들이 힐러리에게 투표하러 가지는 않았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가족을 먹여 살리지는 못한다.”

패배에 대해 각종 분석과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힐러리는 지난 12일 대선 패배 원인을 뒤늦게 미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재수사 공개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수 많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e메일 재수사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당선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 표를 힐러리로 바꾸자는 청원까지 하고 있다. 힐러리 패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흙수저 출신의 우등생

힐러리는 1947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영국 웨일즈 출신 이민자였던 아버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다. 편견에 가득 찬 인물로 부인과 자식들에게도 매우 가혹하고 비정한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힐러리는 딸에게 “겁쟁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힐러리가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원 판사가 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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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dad, Hugh, was a World War II Navy veteran—and a lifelong Republican who worked hard and wasted nothing. He ran a business where he designed, printed, and sold draperies.

힐러리는 어렸을 때 우주비행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녀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어떻게 하면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보냈지만 ‘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본래 힐러리는 1964년 대선에서 ‘급진적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배리 골드워터를 지지하기도 하는 등 공화당 지지 성향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등에 회의를 느끼면서 민주당 지지 쪽으로 돌아선다.

명문 웰즐리 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힐러리는 학생회장으로 당선돼 졸업식 때 학생 최초로 연설을 맡기도 했다. 상투적인 졸업 연설 대신 여성·흑인 민권 문제 등에 진보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라이프지에 소개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인생의 멘토라 할 수 있는 매리언 라이트 애들먼을 만난다. 애들먼은 미시시피 주 최초 흑인 여성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클린턴은 애들먼을 본받아 평생 아동 권익 옹호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대학 졸업 뒤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힐러리는 빌 클린턴을 만나 교제하게 된다. 1974년 빌 클린턴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닉슨 대통령의 탄핵 조사단에서 일하도록 추천받았지만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힐러리를 대신 추천했다.

탄핵조사단에서 경력을 쌓은 힐러리는 뉴욕이나 워싱턴 DC의 일류 로펌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빌을 따라 아칸소주로 갔다.

두 사람은 1975년 결혼했다. 빌은 1976년 아칸소 주 검찰총장이 됐고, 힐러리는 아칸소주의 유명한 로펌인 로즈 법률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회사의 최초 여성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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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Bill and Hillary Clinton celebrate Mr. Clinton’s victory in the Democratic gubernatorial runoff in Arkansas. As first lady of Arkansas, Ms. Clinton was deeply involved in efforts to bolster the rigor of academic offerings in that state’s public school system. (사진 출처: AP)

1982년 남편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힐러리는 그동안 유지하던 자신의 ‘로댐’이란 성을 ‘클린턴’으로 바꾸기로 한다. 아칸소의 일부 유권자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혼 전의 성을 고집하는 것보다 빌이 주지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1992년 빌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힐러리는 최초의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과거 퍼스트레이디들은 보통 백악관 동관(east wing)에 사무실을 뒀지만 힐러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West Wing)에 집무실을 뒀다. 대통령 선거 때 빌의 캠프는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이후 그녀는 실제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았다.

1993년 빌은 힐러리에게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맡겼다. 힐러리는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의료보험을 보장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이하로 추락했다.

빌의 르윈스키 추문과 탄핵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여성·육아·보건의료 정책에 관여하는 힐러리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증오에 가까운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는 빌의 대통령 임기 말인 2000년 뉴욕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훗날 두고두고 비판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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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하고 2008년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버락 오바마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경선에서 패하고 만다.

오바마는 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클린턴을 지명한다. 국무장관 시절 공용 업무에 개인 e메일을 사용한 문제는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2016년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의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다시 지명된다.

힐러리는 왜 비호감의 대명사가 됐나

힐러리의 정치행보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밖에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활동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눈에 확 띄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딱히 이루어낸 것도 없으면서 내가 여성이니 나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힐러리를 싫어하는 정서는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있었지만, 올해 대선 출마를 즈음해서는 더욱 심해졌다. 힐러리와 트럼프를 두고 ‘비호감 후보의 대결’이라 칭하거나 “근래 들어 이렇게나 미움 받은 민주당 대선 후보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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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americarisingpac.org/)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은 그의 어중간한 정책이나 태도 때문일까? 배우 수잔 서랜든은 선거 직전 힐러리의 정책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으며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서랜든은 “난 여자란 이유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 그보다 생각해야할 것들이 훨씬 많다”면서 힐러리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힐러리는 최저 임금 15달러를 지지하지 않는다. 힐러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한다. 힐러리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에 대한 입장이 없다. 힐러리는 GMO 표기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대형 은행 해체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로비스트들에게 선거 자금을 받는다. 힐러리는 구속력 있는 기후 조약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

처음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들어갔을 때 힐러리는 자신감 넘치는 진보주의자였지만 1994년 중간선거에서 패한 뒤 지나치게 조심하고 과도하게 타협하는 캐릭터로 점차 변모해갔다. 빌 클린턴 시절 주춧돌을 놓은 신자유주의 노선은 월가의 금융자본을 살찌우고 실리콘밸리를 풍요롭게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그런 와중에 힐러리는 골드만 삭스에서 막대한 강연료를 받고, 기업들이 뭉칫돈을 쥐어주는 ‘슈퍼팩’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런 반감은 여지없이 부메랑이 됐다.

올해 대선에서 저소득층, 시골과 소도시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2012년 오바마 때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 저학력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버려진 폐공장들이 즐비한 미국의 전통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 5개 주들은 모두 트럼프를 선택했다.

힐러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단지 어중간한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무언지 모르게 의뭉스스러워 보이는 그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일군 대표 선수라고는 하지만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힐러리는 1992년 빌이 대선에 나섰을 때 “집에서 쿠키 굽고 차 마시는 대신 경력을 택했다”고 발언해 많은 전업주부들의 원성을 샀다.

30여년 전 변호사 시절에 여아 성폭행범을 유죄인 걸 알면서도 감형시켜준 걸 자랑하는 육성 테이프가 공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아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운동을 해 왔다는 그녀의 경력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말도 자주 바꿨다. 힐러리는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동성결혼이 화제가 되자 2013년 이후로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TPP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뒤늦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메일 논란에서도 사건 그 자체도 문제였지만, 거짓말이 자주 들통 나 신뢰성을 잃었다. 힐러리가 대선 경선 기간 동안 ‘좌클릭’ 행보를 보였지만, 샌더스 돌풍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변화의 아이콘에서 안정과 기득권의 표본으로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한탄의 기고를 내놓았다. “사실 우리가 사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던 샌더스 돌풍, 공화당의 유력 주자들을 거의 패대기치다시피 하며 대선 후보 자리를 손에 넣은 트럼프의 돌풍은 둘 사이의 먼 거리만큼이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도무지 반응 없는, 답답한 기존 정치체제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지만 지금와 돌이켜 보면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반대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잡도록 해 주기도 했지만 나아진 건 없다. 결탁한 정치 엘리트와 자본가들은 세상을 바꿀 마음이 없다.

“워싱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의 국민들은 본인들을 그토록 경멸하는 소수 특권층에게 조국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있으며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중산층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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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샌더스는 반자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상위 1%와 월가 자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역시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 금융엘리트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샌더스는 소액기부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집했고, 트럼프도 각종 기업과 로비스트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힐러리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여러 지향들이 경합했고, 여러 이유에서 어떤 지향이 제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 지향을 한 마디로 말하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변화였다.”

트럼프도 힐러리도 이전 대선의 민주당·공화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힐러리가 훨씬 더 많은 표를 잃었다.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진짜 위험한 정치인은 힐러리같은 정치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당신이 미국인이라면 누굴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한다.

“트럼프요. 저도 트럼프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힐러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트럼프는 그걸 깨뜨립니다. 만일 트럼프가 이기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볼 겁니다. 아마도 거기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힐러리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써 왔다. 그녀는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퍼스트레이디나 상원의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원이나 변호사, 여성 인권 옹호자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나는 20세기 중엽에 한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그 시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다. 과거 세대의 미국 여성들이 얻지 못했고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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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힐러리는 어느새 변화보다는 안정과 기득권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변화를 요구하는 오늘날 미국의 시대정신과는 점점 멀어졌다.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다음 대선을 두고 모두들 ‘변화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겠지만, 이미 그들은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그 나물의 그 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는지.

힐러리 캠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잘못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그녀는 잘못된 메신저였고, 모두들 얼마나 노동자 계급들이 얼마나 열 받았는지 잘못 판단했다.”

수, 2016/11/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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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에 앞서: 한심한 통일부의 대북인식을 질타하며

필자는 이미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생략을 예측했고, 그래서 <통일뉴스>에 기고할 목적으로 하루 전날인 2020년 12월 31일에 원고를 미리 써놨고, 이걸 ‘예측: 2021년 북 신년사를 대체한 제8차 당 대회’라는 제목의 분석글을 기고한 바 있다.(<통일뉴스>, 2021.1.1.)

아니나 다를까 북은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은 “위대한 인민 받드는 충심 변함없을 것 다시금 맹세”라는 내용을 중핵으로 하는 ‘전체 인민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형식의 새해인사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서한 <출처: 로동신문>

이를 두고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남측 사회에서 일어났다. 다름아닌, 통일부가 2021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새해를 맞아 주민들에게 공개한 친필서한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2012년 이후 전 인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첫 친필 서한 형태의 ‘신년사'”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사례라면서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친필 서한도 ‘신년사’라고 판단한다, 했다.

참으로 수준 낮은, 아니 한심한 통일부이다. ‘새해인사’와 ‘신년사’가 어떻게 갔단 말인가?

말 그대로 새해인사는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에게 새해를 맞아 보내는 덕담인사이다. 단지, 그 덕담의 내용과 수위가 우리 자본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수용하기 좀 어려운 정치적 행위의 연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할 수는 있어도, 새해인사는 새해인사 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신년사는 새해인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문제이다. 최고지도자의 한 해 국정운영 철학과 국정운영 목표, 방식 등에 대한 계획을 당과 인민에 총화발표하고, 이를 당이 중심되어 군중적으로 조직동원하기 위한, 즉 한 해 북이 나아가가야 할 좌표방향과 목표에 대해 북 사회전체가 공유하고 결의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집중된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바로 그 행위를 김정은 위원장이 생략하고, 시기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제8차 당 대회(2021.1.5.개막)를 통해 대체한 것이다. 그러니 새해인사와 신년사와는 전혀 다른 층위의 차원문제이다.

어쨌든 그래놓고 기억을 되돌려보자. 북은 이미 지난해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열에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에 개최할 것을 예고했고, 또 12월 29일에는 제7기 제 22차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 초순에 개최할 것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정권수립 이후 아주 이례적인 예외 없이는 곧잘 지속되어왔던 최고지도자의 신년사가 생략될 것임을 미리 예고했었다.

유추하면 다음과 같다. 북도 여느 사회주의국가처럼 당 우위의 국가체제이다. 그러면서도 수령의 절대권한이 보장되는 수령중심의 체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 두 의미가 교집합되면 1월 초에 개최될 당 대회, 그것도 당의 최고의사결정 단위인 당 대회에서 그 조직의 최고지도자가, 그것도 ‘유일’최고지도자가 자신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용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체제원리적으로도 맞다.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가 5일 오전 평양에서 개막되었다. <출처: 노동신문>

 

2.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에 대한 간략한 고찰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이 어디 있느냐는 <조선중통신>이 보도한 1월 6일 자 기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통신은 그 소집목적을 공개했는데, 이로부터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어떤 목적을 갖고 개최하려 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당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전면적으로 엄중히 총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 실제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8번째로 되는 당대회를 소집했다.”

분석하면 첫째, ‘새로운 고조기’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전진하는 북의 향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름하여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의 ver.2이다.

둘째, ‘장엄한 격변기’는 미국과의 판가리싸움에서 결정적 승리국면을 반드시 열어제끼겠다는 의미가 있다.

셋째,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에서 확인받는 것은 자강력제일주의와 정면돌파전에 기초한 자체의 힘, 주체역량강화에 기반 한 전략노선이 채택된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넷째, ‘실질적인 개선대책’에서 확인받는 것은 사회주의제도와 질서를 ‘개건’과 ‘개선’을 통해 보다 우리 식(주체)사회주의제도를 더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했고, 그 모습은 수령-당-대중의 혼연일체에 있다.(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구현과 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무장된 혁명적 당으로 질적 전환을 내 오는 것, 그리고 수령의 절대성이 더 공고화 되는 방향으로의 정립이다.)

 

3. 총론적 분석: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중심으로

내용적으로는 대략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북 언론보도가 이를 증거 해주는데 △첫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둘째, 조선로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셋째, 조선로동당규약개정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의제가 조선로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부분, 그렇게 4가지 의제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후 북의 국정운영 방향과 좌표 관련해 핵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은 뭐니 뭐니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A4용지 20여장 분량에 해당되는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이하,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로 약칭, 정식 보고명칭은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이다.)이다. 12일 폐막 때 채택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분석 자료이다.

해서 이 두 부분을 and적으로 조합하면 지난 제7차 당 대회 분석이 어떻게 심층분석 총화됐고, 향후 5년간 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총적과제가 집대성된다. 5년간의 국정운영 방침결정서가 그렇게 수립되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당 대회도 일반적으로 당 대회가 개최되면 최종적으로는 결정서 채택을 끝으로 폐막되는 그런 경로를 그대로 따랐다. 대회 기간이 좀 길어지면서(역대 두 번째로 긴 대회, 1/5 ~ 1/12) 한때는 결정서 채택없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 예외를 북은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간 사업총화보고를 했는데도, 그에 대한 결정서 채택이 없다?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북 체제의 특성 간과이다. 결과, 이번 제8차 당 대회도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채택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는 북의 생각과 의도, 국정운영방향을 알 수 있다.

틀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

제2부: 제8차 당 대회 대내관계 분석: 정면돌파전과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에 대한 이해

제3부: 제8차 당 대회 대외관계 분석: 북미, 남북관계 전망을 중심으로

이 중 이 글은 우선 그 첫 번째,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위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시작해 보자. 총론분석 그 첫째, 북은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갖는 의미에 자신들의 현 단계 혁명발전단계 성격규정을 명확히 했다. 어떻게? 혁명의 ‘정착기(김일성시대)’를 거쳐 ‘과도기(김정일시대)’가 끝나고,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는 자신들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 단계로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서 중대한 정치적 사변(강조, 필자)으로 되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는”에서 확인받듯이 이번 제8차 당 대회 개최를 ’정치적 사변‘으로 성격 규정해 북의 사회주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려 내었다.

구체적 뒷받침은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는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주객관적 요인들과 심중한 결함들을 인정하고 당과 국가사업전반을 혁신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승리의 다음단계로 이행시키는데서(강조, 필자) 나서는 명확한 투쟁과업과 방도들을 밝힌 위대한 실천강령이다.” 이어 “전투적 기치이며 주체위업의 력사적뿌리와 오늘, 미래를 굳건히 이어주는 혁명적 문헌으로 된다.”고 성격 규정한데서도 그 의미가 찾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보고된 사업총화가 1월 12일 채택된 결정서(정식명칭: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에서는 자신들의 혁명단계를 “혁명과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여놓기 위한(강조, 필자)”단계로 성격 규정했다. 그렇게 북의 사회주의가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되었음을 사회과학적 용어로 정립해내었다.

총론분석 그 둘째,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물적·정치사상적 토대가 확고히 구축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이를 5개년 국가발전계획 목표완성과 연동시켜 내었다. 그 대강으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강조, 필자)”임을 분명히 했다. 방침으로는 “현 단계에서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서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강조, 필자)”원리의 천명이다.

이미 이 기본원리는 제7차 사업총화보고에서 확인된다. “현 단계에서의 조선혁명의 진로를 명시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의 진수는 우리자체의 힘, 주체적력량을 백방으로 강화하여(강조, 필자) 현존하는 위협과 도전들을 과감히 돌파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을 일으키며”로 정의 된데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이번 결정서를 통해서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강조, 필자)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입니다.(강조, 필자)”로 정식화 되었다.

▶총론분석 그 셋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쳐 확립된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또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북의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되었다는 점이다. 달리는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이 확정되어졌음과 같다. 이는 통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을 ‘선군정치’로 규정했다면,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치고, 규약 개정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그 내용 속속들이는 알 수 없으나, 일부 공개된 당 규약 서문확정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은 분명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이다.

당 규약 서문 표현은 이렇다. “우리 국가의 지위와 국력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강조, 필자)하였다.” 그 근본정신에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기치가 있고, 이를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정세가 아무리 엄혹하고 난관이 중첩되어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철저히 구현하면 불리한 모든 요인들을 능히 극복하고, 방대한 과제들을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방식으로 정식화하였다.

북은 그렇게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방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이라며 군대중시의 선군정치와는 달리 이번 당 대회에서 “인민군대가 참다운 인민의 군대라는 사명과 본분(강조, 필자)을 다하라”고 주문하면서 2020년도 여름 태풍과 홍수 피해를 당한 인민들을 위해 군인과 평양 핵심 당원들을 피해 복구 지역에 파견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구현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당과 군대의 존재 이유를 인민에 대한 헌신복무에 찾아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적으로 입증해 주었다.

▶총론분석 그 넷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드러난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 부문은 기존 형제국들과는 친선과 우호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도 미국을 대하는 방식으로는 핵무력 강화발전노선에 근거한 대북적대정책을 분쇄하고, 조국의 자주적 통일방향을 명확히 하였다. 증명하면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 고 못 박고, 그 방도도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완성(강조, 필자)하는것은 우리가 리상하는 강력한 사회주의국가건설행정에서 반드시 선차적으로 점령해야 할 전략적이며 지배적 고지”임을 분명히 밝혀 핵무장력 강화발전을 통해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연장선상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기본원칙이 ‘강대강, 선대선’의 대미정책이 수립되었다. 해서 향후 북의 대미전략은 일관되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에 기본방점이 찍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나아가는 프로세스가 확립될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와 연동하면 총화보고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듯이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강조, 필자)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 남측당국(현, 문재인 정부)이 민족자주와 자결의 정신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구체적으로는 4.27판문점공동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약속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없음은 보다 확실해졌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이인영의 통일부는 여전히 방역과 인도적 지원문제 등에 집착하는 ‘작은교역’에 매달리고 있다. 참으로 번지수 잘 못 짚었다.) 달리 표현은 북이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기본핵으로 해 남북문제를 해결해가겠다는 전략구사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소강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총론분석 그 다섯째, 통상 각급 당 체계를 중심으로 총화분석이 이뤄지던 특성과 절차대신, 이번 제8차 당 대회는 개최이전 4개월 전부터 당 중앙위원회에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구성하고 ‘요해사업 소조’를 각 도와 성, 중앙기관들에 파견하여 진행한 특성이 있다.(이름하여 ‘총결기간’으로 표현됨.) 아마도 이는 2020년 8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을 주관하면서 제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될 5개년 국가발전계획과 관련해 제 7차 당 대회 결정사항인 5개년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분석총화하고”에 대한 약속이행절차였고, 그 만큼 핵심당원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총화가 이뤄졌음을 증거한다하겠다. 결과, 향후 5년 동안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 ‘자력갱생전략’ 3대 키워드로 국가운영방침을 명확히 해냈다.

추진동력으로는 당 제7차대회가 강조한 ‘자력갱생정신’과 그 실현을 위한 투쟁방침인 ‘정면돌파전’을 지속시켰다. 이것이 사업총화보고에는 “우리 당의 자력갱생전략은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증대, 내적동력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정치로선(강조, 필자)으로 심화발전되였다.” 더해서 “자강력을 증대시켜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속에서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국풍으로, 조선혁명의 유일무이한 투쟁정신으로 더욱 공고화(강조, 필자)되였다.”고 맺는다.

이상으로 제8차 당 대회 분석을 총론적으로 끝냈다.

핵심은, 북의 혁명발전단계를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고조기·격변기로 분명히 한 것과,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 고지점령을 위해 보편적인 사회주의 질서체계(예, 김정은 위원장 총비서 추대, 당의 혁명적 기풍확립, 당 중앙의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 등) 구축, 그리고 대외관계는 형제국들과는 상호협력·친선확대를 도모하면서도 미국과 남북관계는 보다 핵무력 강화와 자주·자결에 기초한 정공법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분쇄와 자주적 통일방향으로의 전환이다.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화, 2021/01/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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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날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수없이 쏟아지던 전자메일이 거짓말 같이 멈추었다. 교수들은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평가하기 보다는 헛웃음을 지으며 애써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

몇 몇 직원들은 도저히 학교에 올 수 없다고 휴가를 냈고, 일부 직원들은 목 놓아 울기도 했다. 캔사스 대학이 위치한 도시인 로렌스는 보수주의가 강한 이 곳에서 외딴 섬같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작은 대학 도시다. 이곳에 트럼프 당선이 던져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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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YT)

낙관적 미래에 대한 전망 사라져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등장할 때의 캐치프레이즈가 “담대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깊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절망의 깊이는 도저히 당선될 수 없을 것 같은 후보가 당선되어서 앞으로 4년은 더 기다려야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절망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트럼프 당선의 절망은 진보적 미래를 그리는 정치세력의 지적 실패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라고 칭해지는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유럽이 긴축재정을 피며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민자 유입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고, 양적완화,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동성애 합법화, 소수 인종의 고위직 진출,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보호 정책 등 중도좌파적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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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변화는 아니지만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리버럴리즘과 사회과학적 연구에 의해 증명되는 온건한 중도 좌파적 정책에 기반하여 점진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지배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권,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 유럽의 혼란, 중동의 테러리즘, 일본의 장기침체에 대비되어,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유일한 희망의 이데올로기였다. 비록 담대한 희망이 아니라 소심한 희망이었지만, 희망은 희망이었다.

따지고 보면 20세기 이후의 모든 사회적 변화는 항상 새로운 지적 기획,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혼돈의 시기가 지속되었지만, 1917년 10월에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있었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칭해지는 1920년대 미국은 연일 소요와 파업이 지속되었다. 귀족 강도의 시절(The Robber Barons Era)라고 칭해지는 경제적 독점과 불평등 착취의 시대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분노 속에 요구한 것은 사회주의적 정책들이었다. 맑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적 이념이 희망이 대안이었다. 낙관적 희망이야말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주의나 복지자본주의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경제정책에서는 노동계급에게 경제적 과실을 안겨 총수요를 확대하는 케인즈주의, 사회적으로는 1965년의 인권법 제정으로 미국 인권 역사의 신기원을 연 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하였다. 미국을 자유주의 복지국가로 바꾼 루즈벨트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이 1920년대 사회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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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1980년대의 보수화도 희망적인 지적 기획의 산물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이긴 이 번 선거를 레이건이 카터에게 이긴 1980년 대선에 비교한다.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몸담고 있던 트럼프나 배우였던 레이건이나 다를 바 없고, 정치계에 오래 있었던 카터와 클린턴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보수화는 우파의 지적 성과의 산물이다.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라는 보수의 지적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1984년 레이건 재선 당시의 슬로건이 “미국의 새아침 (Morning in America)”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뒤에 아무런 지적 기획이 없다.

불만스런 현실…강한 권위에 대한 의존 높여   

21세기도 16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넘치는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고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진보의 담대한 기획이 없다.

현재의 사회적 불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전복적 방안은 황당하게도 권위주의와 테러리즘 뿐이다. 그러니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중은 권위주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권위주의적 후보의 선택이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체제 내 전복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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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quora.com/)

2012년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의 중요성이 27%로 가장 높았는데, 올 해는 가치 공유의 중요성이 16%로 줄어들었다. 반면 후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은 유권자가 36%로 2012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구체적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기반한 어떤 막연한 변화만이 그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다.

위로 아닌 위로를 삼자면 공화당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주류로 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트럼프의 막말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대중주의, 대외고립주의, 이민자 적대는 공화당 주류의 의견과는 달랐다.

선거 직후라 공화당 인사 중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하자는 정치인들이 의견 피력을 많이 하지만, 그 기류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공화당을 새롭게 지지하고 나선 백인 노동계급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양 당 모두 지지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클린턴의 패배는 선거 전술의 실패, 유권자의 변화뿐만 아니라, 진보의 지적 기획의 부족의 결과라는 면에서 오랫동안 아프게 기억될 것이다.

심리적인 치유는 상대적으로 빨리 되겠지만, 새로운 지적,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미국의 진보와 지식인들은 상당 기간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잔뜩 ‘화가 난’ 백인 노동계급

왜 미국의 백인 노동계급, 특히 남성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 시간으로 11월7일 월요일 선거 전날 필자가 가르치는 경제사회학 대학원 수업에서 이번 선거의 전망과 트럼프 부상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때 학생들이 몇 가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미 중부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을 듣는 박사 과정 학생들 중 위스콘신, 미시건 지역 출신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 충격을 안겼던 그 곳이다.

그 중 자신을 노동계급 출신으로 규정하는 박사과정생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자신이 고향에서 느낀 바로는 여론조사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중서부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가 높을 것이며 설사 클린턴이 결국 이기더라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길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매우 화가 나 있다 (very를 두 번 강조하며 말하였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경멸하는 여론이 있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펜실베니아도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펜실베니아는 중요 여론조사 기관이 모두 80-99%의 확률로 클린턴이 이긴다고 전망할 때였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그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중서부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고 본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그의 대답은 노동계급은 전통적으로 침묵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존재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경제적 과실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아네트 라루(Annett Lareau)가 <불평등한 어린시절>에서 주장했던 노동계급 출신들은 제도적 환경에서 스스로를 제약하는 감각(Sense of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여론조사의 실패 원인도 이들 침묵하는 계급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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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motherjones.com/)

그렇다고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를 그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 뒤에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은 히스패닉계 이민노동자 유입으로 노동공급이 늘어나서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에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이민노동자 유입이 본국 노동자의 소득을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여주지만, 모든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보하스 교수(George Borjas)는 이민노동자 유입과 본국 노동자의 소득은 음의 상관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한 논문에서 저학력 저숙련 이민노동자의 유입이 본국 노동자 소득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인권의 측면에서는 지지하기 어려워도 경제적으로 백인 노동계급에게 이득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져올 가능성은 상당하다.

백인 노동계급이 임금 하락 압박에 직면했을 때 인종주의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것은 역사적 선례가 있다. 미국의 자유 이민 정책에 반했던 가장 차별적인 법률이 바로 1882년의 중국이민제한법(The Chinese Exclusion Act)이다.

골드러시 이후 미국 서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자, 미국의 노동계급은 중국 이민자들을 비난하며 적대시하였다. 중국이민제한법을 지지하고 이끌었던 사람이 노조 지도자였던 데니스 키어니(Denis Kearney)와 노동자당(Workingman’s Party)이었다.

일본이 더 이상 일본 이민자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약속한 “신사협정”은 이러한 미국 노동계급의 인종 차별 분위기의 연장이다. 그 때와 지금의 차이는 인종주의의 대상이 아시안에서 히스패닉으로 바뀐 것뿐이다.     

경기 침체 속 인종주의 득세

노동계급이 인종주의적 차별을 지지할 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조건을 뒤집으면 노동계급이 인종주의를 버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건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이태리인, 아일랜드인, 동유럽 출신들은 “얼굴 하얀 흑인(White Negro)”으로 간주되며 큰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이들 백인 내부의 민족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진다. 1965년의 인권법이 가능했던 것도 1950년대와 60년대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파이가 커지고 모두가 파이를 나눠도 모자람이 없다. 모든 그룹의 상향적 사회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종 간 경쟁이 무뎌진다.

뉴욕시립대의 리차드 알바(Richard Alba)는 이런 상태를 “비(非)제로섬게임(Non zero sum game)”이라고 칭한다. 이 환경에서 인종주의는 줄어들고 노동계급은 인종적 화합을 도모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서 분배가 중시되는 제로섬게임의 상황이나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 후퇴의 상황에서는 인종주의가 창궐하게 된다. 구조적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인종주의를 완화시킬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계몽과 교육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확산시킬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번 선거로 증명되었듯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백인 노동자계급의 몰락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 이전에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의 저성장과 회복은 그 몰락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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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칭해지는 미국 중부의 제조업 공장 지대를 다녀보면 몰락하는 도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 제조업 부흥의 시절에 건설했던 도로 등의 기반시설은 넘쳐나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과 사람의 숫자는 적고 이 모든 시설이 낡아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떠나고 남아있는 노동계급이 느낄 절망감이 바로 음산한 회색 도시의 느낌이다.

절망과 분노는 자기파괴적 행위로 이어진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최근 논문에서 21세기 들어 중년의 기대수명과 생존률이 다른 모든 그룹에서 상승했는데, 유일하게 저학력 백인은 하락했음을 보고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사망률 상승의 원인도 마약 알콜과 같은 향정신성 약품 중독과 그로 인한 질병의 확산 때문이다. 마약, 알콜 관련 사망율이 81%, 간질환이 50% 늘었다.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한 생활 양식과 문화의 파괴다. 과거 흑인 문화로 간주했던 언더컬쳐가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학력 백인은 2008년에는 오바마의 다양성에 기반한 “담대한 희망”을 지지했다가 2016년에는 트럼프의 인종주의가 만들 “위대한 미국”으로 옮겨갔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진영에서 다음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방황하는 진보…어떤 미래를 만들지에 대한 전망 보여줘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임할 때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누가 당선될 것인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불안해 하지는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Nate Silver)를 비롯한 메타 여론조사 분석가들이 선거 결과를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예측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기대에 비례해 트럼프 당선이 지식인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크다.

언론에 보도되었듯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Our Unknown Country)”라는 칼럼에서 지식인들이 미국, 주로 시골 지역에 사는 저학력 백인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아마 많은 지식인들이 이 고백에 동감할 것이다.

미국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계급 간의 지리적, 물리적 분리가 심하다.

서부나 동부의 대학에서 일하던 교수가 필자가 재직 중인 캔사스대로 옮겨온 후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동교 교수들이 중부 캔사스에 가서 살 수 있는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동서부 해안 지역의 엘리트에게 중부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곳이다.

학력 구성의 측면에서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들, 남부의 발전하는 ‘선벨트(sun belt)’ 지역은 고학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저학력 노동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현상이 심화되었다. 사회적 접촉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할 기회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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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전은 사회구성인자들의 유기적 화합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 부류끼리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어도 외롭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르껨이 근대는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사회적 유대가 변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의 환경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유기적 연대에서 오다쿠가 되어도 외롭지 않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기계적 연대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백인 노동계급 남성이 다양성이라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그러한 변화를 지지할 가능성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 대안으로 남는 것은 계몽과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 승리가 진보진영에 던진 정치적, 지적 숙제의 부담은 매우 무겁다. 가장 암울한 전망은 어쩌면 세월이 흘러 인구 구성이 바뀌어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민의 숫자가 늘어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은 트럼프 시절의 암울함을 겪은 후 노동자계급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담대한 희망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할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지속적 지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중 누구도 그 구체적 모습이 무엇인지 적어도 아직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 2016/1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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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

 

철학사이다 특집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입니다.

 

미국 대선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불평등이 미국에서는 어떤 문제를 만들었을까요?
샌더스에 따르면 미국 부자 14명이 2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소득)'이 미국 하위 40%(1억 2천만 명)가 가진 부의 총합보다 많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학 학자금 대출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데도 제도권에서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아서 그 여파로 나타난 것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었고 제도권에 대한 반발로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샌더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서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미국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에 대한 분석을 지금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ZBhocL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goo.gl/IG326e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qR_sF-U2-NQ
 

 

같이듣기

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월, 2016/08/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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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1회 : 미국 정당 조직의 역사와 특성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가 11월 8일에 치러집니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으로 "미국 대선 따라잡기"를 2회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1회에서는 미국의 정당 조직의 특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국의 정당은 한국처럼 '당대표', '총재', '당수' 이런 개념이 없고, 사실상 상시적인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정당에 관한 법률은 '연방'이 아니라 '주'차원에서 성립하고 또 아래로 내려가서 수직적으로 구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 내에서도 각각의 시, 카운티 별로 개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정치구조와 선거,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원, '미국 대선 따라잡기'에서 확인하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IUKlZp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gEBccW

 

같이듣기

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월, 2016/08/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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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포럼, 박근혜의 오판, 차기 지도자에 집권 가능성 열어줘 -‘한반도 평화’ 한국인들만이 해낼 수 있다. -한미 대북정책 ,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미국, 북한 고립으로 항복 받아낸다는 환상만 가져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심지어는 북미 관계까지도 한국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한국 내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미일-북중러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 포럼은 20일 포럼의 ...
금, 2016/07/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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