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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한 멕시코 국민들의 선택, 오브라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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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한 멕시코 국민들의 선택, 오브라도르

익명 (미확인) | 화, 2018/07/10- 23:05

멕시코 역사가 또 한 번 뒤집혔다. 지난 7월 1일 대통령 선거에서 한 세기를 지배했던 집권 보수 세력이 물러나고, ‘좌파 성향’의 대통령 당선자가 89년 만에 배출됐다. 주인공은 삼수 끝에 성공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5). 긴 이름 탓에 ‘아믈로'(AMLO)라는 약칭으로도 많이 불린다.

오브라도르는 2006년 대선 당시 ‘멕시코의 룰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떠올랐지만 불과 25만 표 차(0.58%)로 고배를 마셨다.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졌다는 의혹이 일었다. 선거에서 지고도 당시 지지자들에게 ‘정당성을 갖춘 대통령’으로 추대되기도 했던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선거에서 국가재건운동(MORENA) 소속으로 출마한 오브라도르는 2위 국민행동당(PAN) 리카르도 아나야 후보(22.8%)를 두 배 이상 따돌렸다. 여당인 제도혁명당(PRI) 후보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는 16.3%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제도혁명당은 20세기 초 멕시코 혁명 이후 1929년부터 장기 집권해 왔다. 이름의 ‘혁명’이 말해주듯 본래 멕시코 혁명 정신을 바탕에 두고 사회민주주의와 중도좌파적 색깔로 노동자, 농민, 대중의 지지를 받아온 정당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고 점차 우경화의 길을 걸었다. 고위 관료에서부터 노동조합 지도자들까지도 이 당 소속이어서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정경유착과 부패까지 심각해졌다.

제도혁명당은 1989년까지만 해도 모든 연방 주지사를 석권할 정도로 강력한 일당 우위 체제를 자랑했다. 2000년 국민행동당(PAN)이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루긴 했지만 제도혁명당보다 더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정당이었다. 심지어 PRI와 PAN는 합쳐서 PRIAN으로 불리기도 했다. 두 정당의 야합이 보수 세력의 집권을 더욱 공고하게 해 왔다는 것이다.

이 체제를 비집고 나온 것이 오브라도르다. 멕시코 국민들은 우파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 마약조직이 횡행하는 불안한 치안에 분노해 변화를 갈망했고 오브라도르를 선택했다. 오브라도르는 선거 직후 일성으로 “앞으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부패와 특권 일소가 새 행정부의 첫 번째 임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둔 오브라도르의 시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차기 대통령 취임은 오는 12월 1일이며 임기는 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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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BC

강성 좌파라기보다 실용주의자

오브라도르는 1953년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 마쿠스파나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조부는 1930년대에 멕시코로 건너온 스페인 출신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방과 후에 부모의 가게 일을 도왔다. 16세 때 그는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바로 그의 형제인 로페즈 오브라도르가 권총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이 함께 권총을 가지고 놀다 오발 사고가 났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그 일로 인해 그는 매우 신중한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전해진다.

1973년 멕시코국립자치대에 입학해 정치학과 행정학을 공부했다. 23세 때는 고향 타바스코 주에서 제도혁명당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정부 기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1988년에는 당의 보수적 성향과 구태의연한 운영 노선을 비판하며 탈당, 개혁 성향의 의원들과 함께 민주혁명당(PRD)을 창당한다. 1996~1999년까지 민주혁명당의 당수를 지내기도 했다.

오브라도르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오른 것은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그해 대선에서 민주혁명당은 상당한 표를 얻어 국민행동당의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 바람을 타고 오브라도르도 시장에 당선됐다. 시장 시절에는 싱글맘,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중점을 뒀다. 범죄율을 감소시키고 역사지구를 복원해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임기 중 지지율이 늘 80%가 넘었다.

오브라도르는 2006년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그만둔다. 석유 등 자원개발 정부 주도 추진, 평등한 소득분배를 위한 세제개혁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그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가 포퓰리스트이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를 연상시킨다며 극렬한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그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자고 주장하자 반대파들은 중산층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지지율을 잠식했다. 선거 결과는 패배. 부정 선거 논란이 일고 오브라도르 역시 ‘정당성을 갖춘 대통령’이란 모토 아래 1년이 넘게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평화시위를 이끌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다시 한번 출마한 오브라도르는 ‘과격 좌파’ 이미지를 인식한 듯 선명성을 강조하는 ‘에스프레소 좌파’가 아니라 포용력을 갖춘 ‘카푸치노 좌파’임을 역설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과두 지배층을 겨냥한 ‘권력 마피아’라는 발언을 자제했다. 공정하지 못한 태도를 문제삼아 ‘언론 마피아’라고 비난했던 언론에게도 적극적으로 화해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행동당도 아닌 제도혁명당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의 인기에 밀려 패배한다.

사실 오브라도르가 엄청나게 급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령자 은퇴연금 증액, 공공일자리 230만개 창출 등 공공지출과 복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세금도 국가 부채도 늘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대신 부패 척결로 45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NAFTA도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재협상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좌파이면서도 민족주의 성향을 띠면서 경제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대선에서는 노동자당(PT)뿐만 아니라 우파 기독교 정당인 사회만남당(PES)과도 손을 잡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대의 통합 후보로 나서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멕시코 좌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파티스타 해방군은 오브라도르를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그는 좌파 진영의 대표로 세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다. 그만큼 친화력이 뛰어나고 집권욕도 강하다. 대중 연설과 토론에도 능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하지 않을 열성 지지층도 가지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면서도 실용주의적 자세를 가지고 있어 일부 부르주아 세력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겹겹이 쌓인 난제, 오브라도르의 해법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2만5000여 건으로 1997년 이후 가장 많았다. 마약조직은 이제 자체 군대와 경찰, 첩보조직에 금융전문가까지 두고 있어 손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후원과 회유, 위협을 번갈아 가며 지방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4년 9월 게레로 주 이괄라 시에서 벌어진 아요트시나파 교육대 학생 43명의 실종 사건은 이런 멕시코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들은 이괄라 시의 시장 부부와 마약범죄조직 간의 커넥션으로 벌어진 학살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130명 이상의 후보와 정치인이 살해돼 ‘핏빛 선거’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2009년 2월 국민행동당 소속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제도혁명당 핵심인사들에게 “우리가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지 않으면 여러분이 다음에 로스 피노스(대통령 관저)에 오셨을 때는 마약범죄자 대통령과 함께 앉아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작전 위주의 범죄와의 전쟁은 치안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뒤이어 집권한 제도혁명당 니에토 정부는 고질적인 정경 유착과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니에토를 포함해 최소 10명의 주지사가 부패 혐의에 연루돼 있다.

중남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2.6%에서 지난해는 2%까지 떨어졌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6.8%로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 40% 가량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골치 아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선 이후 무역과 이민 문제로 멕시코를 강하게 비판해 온 터여서 양국 관계는 별로 좋지 못하다. NAFTA 재검토를 공언해 온 오브라도르의 ‘멕시코 우선주의’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충돌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사람 모두 고도의 재능을 가진 ‘마케터’이자 정치적 관습을 뒤집는 본능을 가진 ‘경제적 민족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멕시코는 미국에 수출의 80%, 수입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멕시코가 미국에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역시 멕시코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얻는 측면이 있어서 일종의 공생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부상으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산업(가공무역 중심의 제조업)이 위축되자 미국의 관련 일자리도 줄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오브라도르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썼다. “오브라도르의 차기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 그와 일하기를 몹시 갈망해 왔다.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오브라도르 역시 미국과도 우정과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불쌍한 멕시코여, 신에게서는 너무 멀리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구나.”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1910년 멕시코 혁명으로 쫓겨나면서 남긴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오브라도르가 겹겹이 쌓인 난제들을 뚫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100년간의 무능과 실정에 염증을 느낀 멕시코 국민들은 좌파라서가 아니라 그의 실용적인 면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대통령으로 뽑았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경향신문 2018. 7. 2] 부패·경제 실패·치안 붕괴…멕시코, 89년 만에 좌파 정권

[한겨레 2018. 4. 19] 장석준, 그래도 진보정치 – 지구정치를 좌우할 중남미 두 대선

[서울경제 2018. 5. 31]”멕시코가 우선”…’좌파 트럼프’ 대권 거머쥘까

[VOA 2018. 7. 3] 멕시코 대선 로페스 오브라도르 압승…대미 보복관세 잇따라

[레디앙 2018. 3. 26] 7월 1일 멕시코 대선 오브라도르, 당선될까?

[트랜스라틴 2011. 12] 멕시코 좌파연대의 대선 후보로 돌아온 오브라도르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멕시코의 위협요인과 기회요인』, 오성주

<멕시코, 민주주의를 다시 묻다>, 박수경 엮음, 한울아카데미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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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시민행동’을 제안하는 운동에 나섰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국정원 개혁에 참여하자는 취지다.  곽 전 교육감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이 운동의 취지를 밝히는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곽 전 교육감은 다른백년의 고문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오마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연일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국민사찰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성 고양시장,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MC몽, 배우 김여진, 작가 이외수, 공지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구 여당인사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상돈 의원, 민경욱 의원 등 전·현직 구 여권 인물들까지도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모두 사찰대상이 됐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전교조 와해 목적으로 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전교조 탈퇴 양심선언을 조작하기도 했다. 캐도 캐도 끝이 없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나 군이 조직적인 대국민사찰에 여념이 없었다.

실상을 낱낱이 밝혀 진실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국정원과 군 개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일부 사실 공개나 몇 사람의 책임추궁과 부분적인 조직개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폭로된 정황으로 보면 모든 국민이 잠재적인 사찰대상이었다. 다시는 국가안보 대신 정권안보와 사회통제를 위해 국정원과 군이 동원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책임을 일부 개혁위에 맡기고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서 그동안 국정원이 벌인 대국민사찰의 전모를 밝히는 시민참여 운동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시민행동’을 제안한다. 국정원에 내 사찰파일을 공개하라는 시민운동을 벌이자는 뜻이다. 돌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혀를 찰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국정원이 그런다고 정보파일 하나 내줄 것 같으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따지고 들면 그렇지 않다. 이미 국정원에 내 개인정보를 내놓으라고 신청하는 것은 헌법과 정보공개법, 개인정보보호법이 보장하는 모든 시민의 권리다. 지금까지 우리 시민사회가 활용하지 않았을 뿐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우리들의 소중한 권리다. 적극적인 시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알 권리와 정보인권을 행사하는 ‘열려라 국정원, 내놔라 내(사찰)파일’ 캠페인을 제안하는 제도적 배경이다.

지난 9년 이명박근혜 정권시절 정치활동이나 사회운동, 시민행동이나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있는 분들이 1차 대상이다. 이런저런 반정부 집회시위나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한 경력이 있는 분들도 1차 대상이다. 이런 분들은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운동은 그런 분들을 위해, 그런 분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국정원 적폐청산 캠페인이다. 적극적인 시민의 알 권리 행사 캠페인이자 피해구제 캠페인이다. 시민 개개인의 작은 권리행사에 터를 잡아 국정원의 무차별 불법사찰을 확인하기 위한 불법사찰청산과 근절캠페인이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중단을 넘어 산처럼 쌓여 있는 불법사찰파일의 영구삭제와 폐기를 촉구하는 과거청산캠페인이다.

국정원법상 국정원 국내파트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전문용어로 ‘국내보안정보’)만 수집하도록 제한된다. 내국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대북, 방첩, 대테러, 내란, 국제조직범죄’에 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국정원의 법적 존재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 범주의 국내보안정보를 빠짐없이 효율적,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데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의 시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국가안보정보보다 정권안보정보, 즉 정권비판 위협세력에 대한 광의의 정치정보를 더 광범위하게 수집하며 정치개입을 일삼아왔다. 국정원 적폐청산은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관행을 정조준한다. 무엇보다 먼저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의 진상을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피해당사자들이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국정원에 내(사찰)파일을 내놓으라고 청구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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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 출처: 노컷뉴스)

정보기관에 대한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지만 세계적으로 처음은 아니다. 미국이 이 운동의 선구자다. 국내정보기관인 FBI에 대한 사찰기록 공개청구운동이 이미 1980년대부터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정보자유법과 프라이버시법이 제정되면서 자연스레 알 권리와 정보인권을 행사해서 FBI의 불법사찰에 대항하자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이 불붙었다.

FBI의 항시적 사찰대상에 올랐던 진보성향 인사들과 단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많은 사찰기록을 부분적으로 공개 받을 수 있었다. 수천, 수만 페이지의 FBI 기록들이 군데군데 새까맣게 지워진 채 공개되고 나서야 수많은 의문이 풀렸다. 어째서 전화통화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는지, 어째서 미행당하는 느낌이 들었는지, 어째서 연설이나 강연 약속이 자주 취소되었는지, 과거의 미스터리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독일에서도 정보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권이 대규모로 활용된 때가 있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체제이행을 서두를 당시의 독일 정부는 악명 높은 비밀정보기관 ‘슈타지’가 수집·작성·보관해온 본인 관련 사찰보고서를 누구든지 과거청산 차원에서 알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신청을 받아 열람을 허용했다. 과연 동독은 비판세력의 입을 틀어막고 사생활까지 감시한 슈타지의 국가였다.

슈타지는 목사, 변호사, 교사 등 고신뢰 직업군까지 끄나풀로 고용해서 한 국가를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밀고자들의 사회로 만들었다. 독일통일 전후의 슈타지 활동을 그린 영화 <타인의 방>이 잘 보여주듯이 많은 동독인들이 본인에 대한 사찰기록을 열람하고 경악과 슬픔에 잠겼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시콜콜한 사생활정보까지 상세하게 기록돼있는가 하면 음해성 엉터리 허위정보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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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정보기관 ‘슈타지’의 사생활 감시를 그린 영화 <타인의 방>.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난 국정원 개혁

지금까지 국정원 개혁은 언제나 용두사미로 진행됐다. 대형폭로로 시작해서 몇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식으로 끝났다. 늘 폭로된 사안에만 초점이 머물렀고 좀처럼 대증요법을 넘지 못 했다. 국정원의 권한과 조직, 운영방식을 대폭 정비하는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20년 넘게 간간이,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정보기관이 북풍, 세풍을 만들어내고, 간첩을 조작하고 도청에 매달리며, 블랙리스트와 정치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마다 국정원 개혁요구가 높았으나 간신히 국정원장이나 그 하수인을 벌주는 선에서 무마됐다. 국정원법 개정은 고작 정치개입 금지 유형을 구체화하고 형량을 강화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꼭 필요한 구조개혁은 시도도 못했다.

이제야 국정원을 둘러싼 근본구도와 정치상황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은 정권안보와 선거개입, 심리전 수행에 일로매진한 ‘이명박근혜’ 국정원에 대한 일대 ‘징치’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오직 국가안보를 위해 음지에서 무명의 헌신을 해야 한다. ‘국정원도 적폐다,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촛불시민들의 구호는 정권안보를 위해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국정원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양지로 나와 온갖 기관을 제집 드나들 듯 출입해온 국정원은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서훈 국정원장은 국내보안정보 외에 관행적으로 수집해온 전방위적 국내정보 수집 활동을 취임 직후 전면 중단시켰다. 아예 일반국내 정보를 담당해온 국내파트 두 국을 폐지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는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연말까지 과거청산 작업에 나선다. 개혁발전위는 한편으로는 지난 9년 동안 발생한 중요한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사건을 조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발방지에 필요한 국정원법개정안을 만들어서 종전과 차원이 다른 구조개혁을 단행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이제 직권남용과 정치개입이라는 오랜 불법 관행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이러려면 국내파트 전체가 잠시 쑥대밭이 되더라도 지난 9년의 일탈과 타락을 다시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특단의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적당히 넘어가면 안 된다. 다소 가혹하더라도 총체적 타락상을 밝히고 엄격하게 책임을 추궁해야만 조직 전체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망각의 유혹을 방지할 수 있다. 대선댓글사건은 물론 국내파트의 갖가지 권력 남용 관행 유형을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가해야 하는 이유다.

‘정권안보 본능’ 반드시 끊어야 

창설 이래로 반세기 넘게 지속되며 조직의 DNA처럼 아로새겨진 정권안보 본능과 정치개입 기질, 권력남용 체질을 이번에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과 ‘촛불시민’의 명령이다. 문재인 정권과 국정원개혁위는 이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 직원은 음지에서 민주공화국을 위해 헌신하는 본연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낄 만큼 민주공화국에 대한 신념과 충성심이 투철하고 해외정보기관에 견줘서 정보수집·분석 역량이 출중할 만큼 유능하고 식견이 높아야 한다. 이제부터 업무수행의 적법성을 넘어 고도의 전문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내파트는 국내보안 정보만 한정적으로 수집·분석해야 한다. 해외파트의 전문역량 제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필요한 최고급 정보는 물론 해외경제·무역·금융과 자원·에너지·기후변화에 관한 최고급 정보까지 제공하는 가장 스마트한 국가기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명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해온 온갖 유형의 불법행태를 생각하면 국내파트를 완전히 해체·재편하지 않고 몇 사람만 혼내주는 방식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국내파트 직원은 광의의 국내보안정보를 수집한 게 아니라 광의의 국내정치정보를 수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은 민주법치국가에서는 약에 쓸래도 쓸 데가 없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국내보안 정보로 정상화할 경우 국내파트의 대폭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 통상적인 국내정보수집분석을 멈춘 지금도 유휴인력이 워낙 많을 것이다. 국정원개혁위는 이들이 어떤 이유와 명분을 붙여서 재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국정원수술 운동은 정보인권운동

‘내놔라 내 파일’운동은 국정원이 수집·작성·보유한 내 파일 내용을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내게 알려달라는 정보인권운동이다. 내 관련 정보가 국가안보를 위한 국내보안정보에 해당하는지, 그렇지 않고 정치사찰 정보나 사생활 정보인지 알아보는 국정원의 불법사찰확인운동이다. 만약 국가안보와 아무 관련이 없으면 국정원의 불법사찰행위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인권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운동이다. 그 배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로 정보기관 감시 전문 시민단체를 만들려는 시민기금마련운동이기도 하다.

대규모 공개신청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리 속단할 수 없다. 국정원이 정보공개법 제4조의 규정을 일방적으로 해석해서 국정원은 아예 공개신청대상 기관이 아니라고 발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보공개법 제4조는 국정원과 군 기무사, 경찰정보파트가 수집한 정보를 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제4조의 문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 적용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는 정보는 ‘국가안보 목적으로 수집, 작성된 정보’뿐이다. 국정원이 정권안보 목적, 기타 정치 목적으로 수집·작성한 불법사찰정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정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국가안보 목적인지, 비판세력제압을 위한 국내정치 목적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

다행히 현재 국정원개혁위가 가동 중이므로 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해석을 제공하며 국정원에 정보제공을 채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이는 군데군데가 지워진 엄청난 분량의 사찰기록을 받을 것이고 어떤 이는 해당사항 없음이나 전면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을 수도 있다. 공개된 기록은 국가안보와 무관한 내용일 것이다. 안 그러면 비공개대상으로 지정돼 삭제됐을 터다. 신청인이 받아본 국가안보와 무관한 정보는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아니, 처음부터 국정원이 수집하거나 작성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지금에라도 국정원이 일괄 삭제, 폐기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정치적 이유로 불법사찰 당한 시민은 법원에 그로 인해 발생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국정원이 나에 대해 어떤 파일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주권자적 시민과 활동가, 명망가는 국정원에 대해 먼저 정보공개 및 열람신청을 내도록 하자. ‘열려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운동에 동참함으로써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적폐청산을 향한 작지만 확실한 발걸음을 내딛자. 시대의 대의를 요구하며 작은 행동으로 함께 뭉친 국민을 이길 장사는 세상천지에 없다. 박근혜, 이재용, 원세훈을 촛불 하나 들고 단죄한 우리 국민 아닌가. 이번에는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신청서를 한 장씩 써서 흔들며 불법사찰과 인권유린, 정치개입의 적폐청산에 나서자.

 

 

토, 2017/10/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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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별보좌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학계의 권위자이자 외교ㆍ안보 전략가다. 사회과학 논문 인용 색인에 등재된 논문이 40여편에 달한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했다.

학자이지만 거침이 없다. 민감한 현안이라도 학자적 소신에 따라 발언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동결을 조건으로 한미훈련을 축소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는 발언으로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서 발언 수위가 선을 넘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문 특보는 학자로서의 의견이라며 굽히지 않는다.

문정인-중앙
문정인 대통령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별보좌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학계의 권위자이자 외교ㆍ안보 전략가다.(사진 출처:중앙일보)

키 180㎝에 몸무게 80kg으로 고교 시절‘한 주먹’ 하기도 했던 문 특보는 국제사회의 ‘문제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대화’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힘(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건 현실적이지 못할 뿐더러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한들 얻을 게 없다고 본다. 한반도가 핵 전쟁터가 돼 버린다면 전세계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문 특보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진 대북포용 정책인 햇볕정책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6년 6월 연세대 교수직에서 퇴임한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학자로서의 마지막 혼신을 쏟고 있다. 문 특보는 세간의 비관적 전망과 달리 연말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미군철수 여론 살피러 온 미 대표단과 인연, 정치학자 길로

문정인 특보는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5형제 중 둘째였던 그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운동경기에 선수로 참여할 정도로 스포츠를 즐겼다. 180㎝ 큰 키로 체격 조건이 유독 좋았다. 오현고 시절 씨름ㆍ유도 선수로 시합에 자주 나섰고, 투포환 던지기 실력은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글쓰기 소질도 남달라 제주도내 백일장 수필부문에서 장원을 2년 연속 차지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1969년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학과에 입학했지만 이내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봐 연세대 철학과(70학번)로 진학한다. 연대 학보 ‘연세춘추’에서 기자로 또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인생의 항로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문 특보는 애초 대학 졸업후 신문사에 취직할 작정이었다. 학보사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학보사 활동을 한 이들에겐 일반적 관례와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72년 미 국무부가 주최한 아시아ㆍ태평양 10개국 학생지도자 회의에 연세춘추 편집국장 자격으로 한국 대표로 선발되면서 생각이 달라진다. 4개월간 미국 전역을 돌아보면서다. 문 특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연히 하게 된 미국 여행을 통해 세계를 보는 안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군 생활에서도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 만한 경험을 쌓게 된다. 첩보를 총괄하는 국군정보사령부에 배속되면서 국제관계와 관련한 각종 보고서를 접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지낸 대표적 통일ㆍ외교ㆍ안보 전문가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특보와 군 생활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에서 제대한 1976년 한 선배의 권유로 이슬람과 인연을 맺게 되는 색다른 경험도 한다. 한국이슬람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영어로 된 이슬람 관련서적 13권을 국문으로 번역했다.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 종교 문제로 문 특보에 대한 트집잡기를 하는 배경이다. 문 특보는 이와 관련해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스스로 불교신자라 여기다 2년 동안 이슬람교로 개종하기도 했다”며 “미국 유학 때는 기독교에 가까웠지만, 지금 제 종교를 묻는다면 종교가 없다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를 향해 발을 내딛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대학 4학년 때 찾아온다. 1978년 한국을 찾은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들을 수행, 통역을 맡은 것이다. 미 공화당 인사들은 당시주한미군 철수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 여론을 살피기 위해 방문했다. 이 인연은 5년간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미 메릴랜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메릴랜드대에서 정치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은 문 특보는 1985년 ‘X터키대 정치과 조교수를 시작으로 월리엄스대, 튜크대 교수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한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미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맡는 등 미국 학계에서 명성을 날렸다. 학계를 대표하는 ‘미국통’으로 꼽히는 배경 중 하나다. 그러던 1994년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부임하며 한국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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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는 국민의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진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간 두 차례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모두 참여… 햇볕정책 설계자

문 특보는 국민의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진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분단 55년만인 2000년 6월 평양에서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과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ㆍ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등 그간 두 차례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했다.

문 특보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정성회담 동안두 정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특별수행원으로 1ㆍ2차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인물은 문 특보를 제외하면 남북 경협문제로 참여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특보는 한 인터뷰에서 “1차 정상회담 때의 6ㆍ15공동선언이 총론이라면 2차 정상회담의 10ㆍ4 공동선언은 각론에 해당된다”며 “10ㆍ4 공동선언 중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참으로 획기적이었는데 그 계획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는 ‘동북아시대위원장’을 맡아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수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국정원장,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대통령 안보보좌관 등 외교ㆍ안보 라인에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문 특보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캠프에 참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간다. 지난 대선 캠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좌장 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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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는 “2차 정상회담의 10ㆍ4 공동선언 중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사진 출처: 연합뉴스)

“북한 요구 못 들어줄 이유 없다”… 美태도 변화 주문

학계를 대표하는 ‘미국통’이자 ‘북한통’인 문 특보는 핵ㆍ미사일 등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대화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북한이 원하는 건 국제사회가 북한을 주권국가로서 인정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미국을 겨냥해 핵ㆍ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잇단 도발을 하는 것도 결국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체제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거다.

문 특보는 특히 “북한의 요구를 못 들어줄 이유가 없다”며 미국 측의 태도 변화를 줄기차게 주문하고 있다. 북ㆍ미간에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 옵션까지 거론하자 문 특보는 “많은 분들이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북한 지도부 궤멸과 핵 자산을 없애는 정치적 목표나 군사 지휘부를 궤멸 시키는 군사적 목표 모두달성이 어려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게 (군사행동을) 한다면 인류에 대한 죄악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난다면 재래식보다 오히려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가 거듭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 잠정중단’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른바 쌍 잠정중단론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특보는 지난 6월 미 워싱턴 방문 당시 내놓은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점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정부의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핵 동결을 전제로 대화는 가능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어려운 얘기”라며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곧잘 거론되는 군사 옵션은 쉽게 입에 오르내리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할 뿐더러 정치적ㆍ군사적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루빨리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문 특보는 9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0ㆍ4선언 10주년 기념식 특별강연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100개 가지면 지금과 협상 테이블이 또 달라진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수, 2017/10/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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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한국이 군사 동맹국과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이런 관점은 정확하지만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환경과 문명 자체의 미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심오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최근 열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 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곧 있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회담에 응한 이 두 사람의 동기와 배경은 크게 달랐다. 렉스 틸러슨은 정치, 행정, 학계 및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국무장관으로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엑슨모빌의 CEO 출신인 틸러슨은 기후변화를 은폐하고 환경 영향에 개의치 않고 석유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해왔다.

틸러슨은 장관에 임명된 이후 국무부 내에서 조금이라도 그에게 저항하는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해왔으며 그로 인해 많은 고위 외교관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에 시진핑은 자신의 모든 경력을 행정부에서 쌓았으며 정책 및 실행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의 지도하에 중국 정부는 헬스케어가 기본 인권이라고 선언했으며 지구의 사막화에 관해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주석의 더욱 중요한 결정은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고 이전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순간에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에 국가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시-오바마
2016년 9월 3일 미국과 중국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공식 비준했다. 이날 비준서를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신화망)

시진핑은 중국 및 지구의 미래를 위해 ‘생태 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언급해왔는데 이것은 공허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태양열 및 풍력 발전을 적극 추진해왔고 중국 전역에 전기 자동차를 빠르게 보급하도록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진핑이 종종 언급하는 “푸른 물과 녹음이 우거진 산은 금은더미와 같다”(绿山就是金山)는 문구이다.

이 문구는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명을 창조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우선 순위임을 암시하고 있다. 자연은 이익이나 자산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시진핑은 자연의 가치가 절대적이며 경제를 정의하는 것의 일환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경제 정책에 대한 윤리적 우려로 돌아가 IMF의 합의에 반대하는 문을 열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문구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不管,能捉就是好猫)는 덩샤오핑의 발언과 같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덩샤오핑의 경우 우리가 이데올로기적 용어가 아니라 그 효과 측면에서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시진핑은 경제에 자연 환경을 포함하는 윤리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암시하고 있다.

그는 브레튼우즈 체제 전체에서 수용하는 가치 및 경제에 대한 좁은 개념에서 보다 일반적인 비판으로 담론의 장을 미묘하게 옮기고 있으며 우리가 세계를 통치하는 원칙에 있어서 보다 심오한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시진핑 수준의 위상을 가진 이가 이 같은 주장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중국이 현 시점에서 성장의 개념 내에서 반대 역할을 진지하게 수행한다면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생태 문명’의 개념은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우리는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 이후 국가 전략 차원에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더욱 야심적인 정책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심지어 석탄까지도 수용하고 구속력이 약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조차 거부하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 틸러슨은 미국의 거버넌스 와해를 구현하고 있다. 석유 사업만 알고 외교적 경험이 없는 그는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트-기후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구속력이 약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조차 거부하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미지: 연합뉴스)

한국이 전반적으로 중국이 아닌 미국 쪽을 따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이 이미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을 모든 징후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은 전기 배터리 개발 부문에서 뒤처져 있는데 그 이유는 신속한 투자를 하지 않고 내수 시장이 전기 중심으로 흘러가도록 했으며 중국에서 대규모 계약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죽어가고 있는 탄소기반경제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은 추상적인 북한의 핵전쟁 위협에 대해 단기적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TV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근본적 문제들에 주력해야 한다.

 

목, 2017/10/1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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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최근 유엔총회에서 공개됐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의해 작성돼 유엔총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복잡한 양상이며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심각한 위반 양상이 지속적으로 목격되고 특히 억류된 사람들의 상황이 우려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국내의 그리고 외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사회의 더 많은 분야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혼재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출된 기회를 활용하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이고도 실제적인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1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인권에 관한 대화에 심각한 장애가 되어 왔다”면서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현재의 노력을 지원하고 적대감을 완화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남한이 추구하고 있는 관계개선 정책을 통해 인권 의무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고, 최고 지도자의 부패 척결과 통치방식의 개선 약속이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주민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고 북한 정부가 국제협력의 틀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가능성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권고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유엔 헌장의 원칙과 실질적 정책변화의 긴급함에 발맞춰 적절한 자원과 전문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을 지원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부와 권고사항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북한-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결론>

북한인권 혼재된상황, 변화 가능성 고려하는 평가 필요

1.북한의 인권상황은 몇 가지 측면에서 복잡하며 변화하고 있다. 독립적인 인권감시기구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지만, 심각한 위반 양상이 지속적으로 목격된다. 특히 억류된 사람들의 상황이 우려된다. 외국에서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 주민들의 상황 역시 우려된다.

납치된 외국인들의 소재에 관한 조사에는 전혀 진전이 없고, 정치적인 고려가 한국전쟁 이후 헤어진 이산가족의 재상봉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비공식 경제의 빠른 확산이 공공분배시스템의 구조적인 결핍을 보완하여 왔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여행을 한다거나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이는 만연한 부패를 그 대가로 치른 결과이다.

정부가 국내의 그리고 외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사회의 더 많은 분야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유엔 인권기구에 접근하고 특정 권리의 실현방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 내부에서 활동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의 지원 속에 여타 조치들 역시 진행되는 중이다.

북한의 혼재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출된 기회를 활용하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이고도 실제적인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2. 지난 1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인권에 관한 대화에 심각한 장애가 되어 왔다.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현재의 노력을 지원하고 적대감을 완화해야만 한다. 남북대화는 1953년 휴전선을 경계로 헤어져 다시 만나기를 갈망하는 수천의 이산가족들은 물론 모든 한반도 주민을 위한 것이다. 남북대화 속에 인권에 관한 고려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인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동시에 북한은, 아직까지 거의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 및 발육 관련 필요 사항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만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우선순위를 이와 같이 전환하도록 하는 데에는, 충돌을 방지하고 신뢰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3. 북한 주민의 보호를 주창하는 데에서 책임성을 요구하는 일은 여전히 핵심적이며, 관리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안은 다양하다. 국제형사재판소 기소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면, 최근 유엔 인권기구와의 접촉하고 있는 북한 정부가 인신매매, 고문과 감금시설에서의 학대, 성폭력과 성차별적 폭력 등 몇몇 중대한 위반에 대하여 즉각적인 구제와 치유를 보장할 수 있다. 남한이 추구하고 있는 관계개선 정책을 통하여 인권 의무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고, 최고 지도자의 부패 척결과 통치방식의 개선 약속이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북한은, 주민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고 북한 정부가 국제협력의 틀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가능성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국제사회의 각국 역시, 유엔 헌장의 원칙 그리고 실질적 정책변화의 긴급함에 발맞춰, 적절한 자원과 전문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을 지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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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장면. (이미지: MBC 방송 화면 캡처)

<권고사항>

강제 송환된 이들에 대한 처벌이나 보복 삼가야

  1. 이 특별보고서는 북한에게 다음을 권고한다.

(a) 강제 송환된 이들에 대하여 어떠한 형식의 처벌 혹은 보복을 삼가야 한다.

(b) 중국 국경 인근의 수용소를 포함하여, 외국에서 돌아온 어린이와 남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감금시설 관리를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c)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 국가별 팀의 관련 기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국제 인권기구와 관련 시민사회조직 등이 감금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d) 북한 국내에서 그리고 외국과의 관계에서, 정보와 소통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e) 남한과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상봉을 신청한 북한의 가족들에게 공정하고도 투명한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f) 납북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고, 향후 대화 의제에 납북된 남한 주민의 사례를 포함해야 한다.

(g) 인권 규범에 의거하여, 주민이 필수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건넨 뇌물을 수령한 중앙 및 지방 관리에 대하여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h) 식량배급에 관한 공정한 기준을 확립하고, 감금시설 수용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i) 장애인의 권리와 관련하여 특별보고서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가능한 기술지원을 확인하기위해 인권이사회의 특별 절차에 접근해야 한다.

(j)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정기 보고를 포함하여 협약의 주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k)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특별 보고서의 의무를 기준으로 여타 유엔 인권 시스템과 협력해야 한다.

(l) 유엔의 임무 수임자(mandate holder)가 가까운 장래에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해야 한다.

 

남한, 대북 교섭에서 인권을 우선순위로 둬야

2. 이 특별 보고서는 남한에 다음을 권고한다.

(a) 북한과의 교섭 노력에서 인권에 관한 북한의 의무를 높은 우선순위 의제로 두어야 한다.

(b) 경제 및 인도적인 분야에서의 향후 협력에서, 북한 공공 서비스 분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권고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의 권리와 안전을 온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엔, 북한과 신뢰와 평화를 형성하려는 시도 지원해야 

3.이 특별 보고서는 유엔에 다음을 권고한다.

(a)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북한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충분하게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제재가 주민의 생계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에 관하여 초점을 두어야 한다.

(b)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감소하기 위하여, 유엔 회원국 및 비정부기구 등이 북한과 신뢰와 평화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지원해야 한다.

(c)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확립해야 한다. 취약 그룹의 상태에 특히 유의한, 모니터링과 평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포함해야 한다.

(d) 포괄적이고 주기적인 평가에서 나온 권고와, 필요한 경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를 포함하는 여타의 협약과 권고 중 수용된 사항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북한에 배양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e)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실질적 수단을 통하여, 인권 침해에 대한 북한의 책임성을 증진해야 한다.

(f) 감금시설 수용자를 비롯한 가장 취약한 그룹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확산을 추구해야 한다.

 

시민사회, 감시와 함께 대화 늘려야

4. 이 특별 보고서는 시민사회기관들에게 다음을 권고한다.

(a) 유엔 인권이사회 및 여타 협약을 기준으로 삼아 북한의 인권상황을 감시해야 한다.

(b) 인권에 관하여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 여기에는 인접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과의 대화 역시 포함된다.

(c) 북한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은, 기술지원 프로젝트의 수혜가 돌아가야 할 가장 취약한 그룹을 확인함과 동시에, 당국 간의 가교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d) 후원자들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인도적 지원과 갈등 예방 그리고 인권감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를 이행할 능력을 배양하는 데 후원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월, 2017/10/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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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역공당하고 있는 촛불혁명

촛불혁명의 진로에 중대한 장애가 생겼다. 지난 9월 3일 북의 6차 고강도 핵실험 이후 날로 높아지고 있는 북미-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탓이다. 촛불혁명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세력들이 이러한 상황을 반기기라도 하듯 아연 활기를 띠고 촛불혁명을 역공하기 시작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22일자 칼럼에서 촛불혁명은 한반도 양국체제를 통해서 완성될 것이라 했다(링크, “촛불혁명과 한반도 양국체제” http://thetomorrow.kr/archives/5628). 양국체제란 한반도 남북의 두 국가가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로 성공적으로 진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촛불혁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뜻이었다.

명제는 흔히 먼저 역순으로 입증되곤 한다. 예를 들어 A는 B를 통해 C로 간다는 명제는 물론 이 명제가 순서대로 진행되었을 때 증명된다. 그러나 흔히 현실에서 이러한 명제의 증명은 먼저 거꾸로 이루어지곤 한다. B를 틀어막았을 때 A가 C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먼저 분명해지는 것이다. 촛불혁명(A), 양국체제(B), 촛불혁명의 완성(C) 간의 관계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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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은 한반도 양국체제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북의 6차 핵실험 이후의 비상한 위기 상황을 마치 왕가뭄에 단비라도 만난 듯 달갑게 맞이하는 쪽은 촛불혁명 이후 침묵해왔던 냉전대결세력들이다. 그들은 이제 한국이 ‘핵 갑(甲)질의 인질’이 되었고, 북의 ‘남조선 혁명 프로세스’는 현실이 되었다고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틀어대고 있다(9월10일. 류근일, [주간조선]). 통일이 눈앞에 왔다면서 박근혜의 ‘통일대박’ 타령에 장단을 맞추어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갑자기 곡조를 바꿔 ‘적화통일’이 눈앞에 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뀌나? 북이 그 핵을 다 만들어가는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네 차례의 핵실험) 난 몰라라 방관하면서 큰 소리만 쳐왔던 것이 오늘 이 순간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였나? 대결국면을 강경 일변도로 몰아가 김정은의 주가를 한껏 높혀 준 것이 트럼프라면, 그 결과 만들어진 위기 상황을 가장 즐기는 쪽, 즉 가장 큰 이득을 취하는 쪽은 이 나라의 냉전대결세력이다.

따라서 촛불혁명이 호명했던 ‘적폐세력’이란 바로 그 냉전대결세력이 아닐 수 없다. 그 세력이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떵떵거렸던 터전이 남북 간 대결체제였다. 이제 미사일이 날고 죽음의 백조가 뜨고 북미 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니 이 세력은 비로소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이고 있다. 작년 가을 촛불 이후 크게 위축되었던 세력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세력이 다시 힘을 얻는 만큼, 촛불혁명 앞의 장애물은 높아져 간다.

따라서 적폐청산이란 결국 냉전대결세력의 청산이다. 촛불이 ‘적폐세력’을 청산대상으로 지목한 이유는 이 세력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더 이상 하등의 기여를 하지 못하는 세력이 되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때 이들은 독재는 해도 산업화와 안보에 기여했다고 자임했다. 그러나 이제 알고 보니 이들의 이익은 대한민국의 포괄적 이익에 어느 하나 기여하는 게 없다. 오히려 죄다 거꾸로 서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헬조선을 조장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안보상황까지를 오히려 위태롭게 만들어왔다. 통째로 적폐요 민폐다.

 

2. 양국체제는 30년 전 이미 초석 놓여진 것

한반도 양국체제의 정착은 ‘대한민국의 포괄적 이익’과 합치되는 길이다. 그렇다면 이 경로가 한반도 상황에서 구체적인 현실로 조성되기 시작했던 시점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양국체제로 가려 했던 힘과 그 길을 가로막는 힘의 연원과 성격을 이해하게 된다.

그 시기는 1987년 민주항쟁과 1989-1991년 간의 냉전해체 기간이다. 이 시기는 민주세력 내에서도 분열이 생기지만, 냉전세력 내부에서도 일정한 분열이 생겼던 시기다.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다.

우선 87년 민주화 세력은 분열하여(양김 분열) 노태우 정부에 정권을 헌납하는 우를 범했지만, 노태우 정부는 동서냉전종식의 기류 위에서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펼쳤다. 남북화해 정책도 펼치기 시작한다. 이것을 두고 ‘3당합당=보수대연합으로 몰아가기 위한 기만책에 불과했다’라 하고 만다면 이는 사태의 절반만을 짚은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 노태우 정부는 냉전해체의 세계적 흐름에 나름 적극적으로, 민감하게 대응했다. 아울러 이는 87년의 여파가 여전히 컸기 때문에 정권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이러한 기조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6월
87년 민주세력의 분열이 없었다면 민주통합정부의 북방정책은 남북의 더 깊은 신뢰 속에 진행되었을 것이고, 유엔동시가입은 필시 양국체제로 결실을 맺었을 것이다. 유엔동시가입 체제란 2국가체제다. (사진: 민주화기념사업회)

이런 배경 위에서 노태우 정부는 집권 초기인 88년부터 7·7 선언을 통해 남북 간 대결노선을 끝낼 것을 제안하게 된다. 한국은 소련, 중국과 관계 개선하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관계 개선하는 데 협조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 역시 단순히 수사적 기만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당시 냉전해체기의 대세 속에서는 상당히 실현성 있어 보이는 제안이었다. 실제로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 연장선에서 1991년 9월 남북이 유엔에 회원국으로 동시 가입하고,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교환했다. 이로써 남북이 최초로 두 개의 주권 국가임을 국제적으로 그리고 남북 상호 공식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 상태가 한반도 양국체제의 시발점이었다. 필자가 주장하는 양국체제는 새로운 무엇이 전혀 아니다. 30년 전인 그 때 이미 초석이 놓여졌다.

양국체제는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것처럼 북도 미국, 일본과 수교하고, 남과 북도 두 개의 정상국가로 수교하면 되었다. 남과 북이 먼저 수교하고 이를 발판으로 북과 미국, 일본의 수교를 이끌어가는 수순이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당시까지 남북대화의 상황은 여기까지의 거리가 실제 한 발짝이었다. 진실로 큰 정치를 하는 정치세력, 지도자라면 진보·보수를 떠나, 남과 북을 떠나 이 방향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다.

바둑을 복기해 보면 결정적 패착 지점이 있다. 87년 민주항쟁을 결국 박근혜 신유신 체제로 귀결된 ‘실패한 바둑’으로 본다면(촛불혁명은 새로운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그 결정적 패착점들은 무엇이었을까? 두 점, 87년 양김의 분열, 그리고 92년 북방정책의 역전이라고 본다.

87년 분열했던 한 세력이 냉전대결 세력에 합류하여(1990년 YS의 3당 합당) 이후 오히려 북방정책 역전의 주역이 되었다. 92년 대선 국면에서 양김 간의 경쟁이 북방정책, 남북화해정책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YS는 노태우 정부의 남북화해 기조의 지속이 DJ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87년의 패착, 92년의 패착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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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7∙7 선언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고, 남북 경제교류가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북한의 연형묵 총리를 만나는 노태우 전 대통령.

 

3. 1국가2체제로는 남북문제 풀리지 않아

만일 87년 민주세력의 분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민주통합정부의 북방정책은 남북의 더 깊은 신뢰 속에 진행되었을 것이고, 유엔동시가입은 필시 양국체제로 결실을 맺었을 것이다. 유엔동시가입 체제란 2국가체제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정상화하는 것이 양국체제다. 양국 간 수교가 그 핵심이다. 물론 주요 주변 국가들과의 교차승인이 병행된다. 이러한 상태가 되었다면 북핵 위기가 현재와 같은 정도로 심각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북핵 위기에 오히려 신이라도 난 듯 기세를 올리고 있는 세력도 일찍이 사라졌을 것이다.

혹시 양국체제가 아닌 1국가 2체제(일국양제)와 같은 것은 어떠한가? 그러나 이런 방식은 중국-홍콩처럼 어느 한쪽의 규모와 힘이 압도적으로 클 때나 가능하다. 오늘날도 1국양제를 주창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의 유엔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북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통일의 지향이 있다면 오히려 이를 깊이 묻어두어야 한다. 그럴수록 통일은 살아난다. 반면 통일을 꺼내놓고 목표로 하면 할수록 통일은 요원해진다. 이러한 기막힌 사정은 이 땅에서 살아본 사람들만이 안다.

한반도 상황에서 당장 1국가 2체제를 하게 된다고 하면 통일을 목전의 목표로 두는 여러 구상들이 뒤섞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30년 전 당시 남북의 상태에서도 통일을 당면한 목표로 하는 것은 무리였다. 만일 그런 방향으로 실제로 진행하려 하였다면 남북 모두에서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을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화해 정책이 결국 후폭풍에 휘말려버린 데는 1국양제냐 양국체제냐의 전략 판단이 분명치 못하고 애매했던 이유도 있다. 이제 우리는 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상황은 이미 양국체제를 실현시킬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 이전 87년 이후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던 탓이다. 90년 3당합당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돌이키거나 바로잡을 만큼의 힘이 당시의 두 정부에는 없었다. 오직 2016-2017년의 쓰나미와 같은 촛불혁명에 의해서만 가능했다.

이번 촛불혁명 이전에 그럴 수 있었던 역사적 가정은 오직 87년 민주세력이 단합된 힘으로 민주통합정부를 구성했다고 생각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한 조건 위에서 당시 남북 두 국가가 수교하여 공존하는 양국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한반도는 오늘날의 위태로운 상황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큰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더욱 안정된 상태에 있을 것이다.

이 길을 우리는 30년 전에 놓쳤다. 딱 한 걸음을 떼지 못해서 말이다. 양국체제란 전혀 없던 목표를 갑자기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30년 전에 눈앞에서 놓쳤던 기회를 이번에는 꼭 잡아 반드시 이루어내자는 것이다. 미처 떼지 못했던 그 한 걸음을 이제 마저 가자는 것이다.

 

4. 여전히 강고한 촛불의 힘, 남북위기 돌파 동력으로

현재의 상황을 보면 30년 전에 비해 좋아진 점도 있고, 나빠진 점도 있다. 87년 후 30년만의 새로운 범민주항쟁, 즉 촛불혁명은 민주세력의 분열을 허용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은 촛불정부로 이어졌다. 탄핵찬성-적폐청산으로 모아진 촛불의 동력은 여전히 강하다. 이 단합된 힘을 유지해 갈 때, 촛불혁명은 반드시 완수될 수 있다. 촛불혁명의 내적 동력을 견실하게 유지해가기만 한다면 어려움을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킬 계기가 반드시 찾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적 환경은 30년 전과 비교해 더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30년 전에 비해 미국은 중국을 훨씬 더 경계하고 있다. 또 30년 전에 비해 북한은 더 공세적이고 피해의식이 강한 나라가 되었다. 아울러 큰 합리성 위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 어려운 정부가 미국에서 집권 중이라는 사실도 우리에게 핸디캡이다. 이런 조건들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적 변수가 모두 나빠진 것은 아니다. 30년 전에 비해 세계 상황에 대한 일반의식은 오히려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이제 과거의 냉전체제, 또는 90년대 미국 일극주의는 확실히 과거의 일이 되었다. 학자들만이 아니라 세계의 일반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세계에 벽이 없다. 이제 오히려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나 유럽의 극우파 정도만이 세계에 벽을 새로 세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럽다거나 보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세계인들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북미간의 막말 전쟁은 가장 불미스러운 현상에 속한다. 보기 딱할 뿐 아니라, 한반도 남북 모두에 가공할 결과를 가져올 현실적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돌출 현상의 원인 해소에 대중적 관심, 세계인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어려움을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화, 2017/10/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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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 않나요?”

“전혀요. 저는 제가 맡은 책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했지만,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저는 6년의 국정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차기 총리 후보인 서른한 살의 젊은이는 자신만만했다. 지난 20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국민당 대표는 집요한 질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투표 결과는 명확합니다. 국민당이 이겼습니다.”

‘Black is hot’ 2009년 국민당 청년위원장 시절 쿠르츠는 청바지를 입고 금발 여성 옆에 서 있는 ‘허머’ 차량 보닛 위에 앉은 자신의 사진을 선거광고로 내보내면서 이런 구호를 사용했다. 검은색(black)은 당의 상징이다. 그는 실제로 ‘핫’하다. 탄력 있어 보이는 긴 금발을 뒤로 빗어 넘긴 그는 훤칠한 키에 누가 봐도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그를 ‘신동(wunderwuzzi)’이라고 부른다. 가장 이상적인 사윗감으로도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외모는 내내 화제가 됐다.

그가 총리에 취임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가 된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역대 최연소 총리다. 서른아홉 살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마흔 여섯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에 종종 비견된다. 그들보다 더 어리지만 포용과 다양성 면에서는 더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보수적인 마크롱’이라 불리는 이유다.

쿠르츠는 난민 포용 정책을 반대해 인기를 얻었다. 난민들의 주요 경로였던 발칸 루트 폐쇄를 주도했던 그는 이번 총선에서 난민의 또 다른 유입 경로인 지중해 루트 폐쇄, 오스트리아에 거주 5년 미만 난민에 대한 복지 축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선 승리 뒤에는 많은 이들이 우려한 대로, 결국 극우 자유당을 연정 협상에 초청했다.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한 것과 맞물려 유럽의 정치 지형이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자유당의 하인츠 슈트라헤 대표는 외르크 하이더(2008년 사망한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치인)조차 너무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는데 자유당이 정상적인 당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슈피겔>의 공격적인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인물과) 정당은 다르다. 그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됐고 합법적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분명히 좌든 우든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을 갖고 있다”며 극우 정당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르츠-뉴시스
올해로 31살인 오스트리아의 차기 총리 후보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의 자신만만한 표정. 훤칠한 키에 누가 봐도 수려한 외모를 지녔지만 난민 포용 정책 반대, 극우정당과의 연정 추진 등으로 큰 우려를 사고 있다.(사진: 뉴시스)

 

■ 낡은 옷을 입은, 신세대의 상징

쿠르츠는 1986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마이들링에서 태어났다. 쇤부른 궁전이 있는 마이들링은 빈 도심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주로 노동자 거주구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여자친구와 함께 마이들링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선생님이었는데 부모가 모두 가톨릭 신도였다. 쿠르츠는 종종 ‘보수 가톨릭’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열입곱 살 때인 2003년 국민당 청년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치계에 몸을 담았다. 2009년에는 국민당 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010~2011년에는 빈 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에는 내무부에 새로 신설된 통합 담당 차관에 임명됐다. 빈 대학 법학부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이 직을 수행하기 위해 과감하게 중퇴했다.

통합 담당 차관으로 일하면서 쿠르츠는 이민자들을 오스트리아 사회에 통합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민자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독일어 교육을 받도록 했다. 무슬림 지도자들을 위한 무료 어학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통합 정책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총선에서 쿠르츠는 당선자 중 최다득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해 12월에는 외무장관에 임명돼 명실상부 오스트리아 정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불과 스물일곱 살이었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세계에서도 가장 젊은 외무 장관이었다. 애송이를 외교수장에 앉혔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는 준비됐다는 듯 직무를 수행해 갔다.

외무 장관이 되고 나서 첫 방문지는 크로아티아였다. 그는 크로아티아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표명하면서 선린외교를 다졌다. 파격적인 행보도 눈에 띄었다. 크로아티아를 다녀올 때 평범한 에어오스트리아 이코노미석을 탔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장관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제바스티안”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에는 빈에서 열린 이란 핵 협상을 주재하며 오스트리아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AFP통신은 쿠르츠가 “핵 합의 대화 당시 자신감 넘치는 활약으로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을 둘러싼 비판을 씻어냈다”고 보도했다.

쿠르츠는 2014년 유럽연합 회원국 외무 장관들의 협의체인 유럽 평의회 각료위원회 의장이 된다. 이때 우크라이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과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 등 각국의 외무 장관 30명을 초청해 빈 협상을 마무리했다.

2014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는 “서른 살이 안 된 사람들 중에 이곳에서 연설할 특권을 얻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의 관점”이라면서 “우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국경을 넘어 소통한다”고 했다. 새 시대의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예고였다. 그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비판하며 세계화를 옹호했다.

그러나 그가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경이라는 낡은 관습을 강화하면서부터였다. 2015년 유럽의 대량 난민 유입 사태를 맞아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개방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빈에서 발칸국가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오는 발칸루트를 폐쇄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냉혹한 ‘강철심장’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쿠르츠는 그러면서도 통합 담당 차관 출신답게 이미 들어온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언어와 교육, 일자리 제공 측면에서 통합 정책을 계속 수행해 나갔다. 급진적인 이슬람을 경계하면서도 국내의 이슬람 교도들이 군대에서 할랄 음식과 종교활동을 보장받도록 했다.

쿠르츠는 본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이 지나쳐 가는 정거장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구 900만 가량의 오스트리아에 어느새 9만 명의 난민이 유입됐다. 독일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두려움이 커졌다. ‘반난민’을 외치는 극우 자유당이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르츠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2016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캐나다보다도 많은 난민을 수용한 조국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제는 ‘환영 매트’를 접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슈피겔>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국경의 문이 열린다고 생각해 보라.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의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에 올 준비가 되어 있는 수백만의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다.”

쿠르츠에게 난민 포용 정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게 만드는 일일 뿐이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사람을 구해줘야 하지만, 망명을 받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 재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유럽에서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뿐이라는 생각이다.

난민 정책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 대한 생각도 탈퇴까지는 아니지만 보수적인 입장이다. 외교와 국방 정책은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만 각 나라의 생활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사회적 연합’은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경제 분야에서도 높은 세금에 반대하며 경직된 공공부문을 개혁하려고 한다.

201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해 파란을 일으켰다. ‘반난민’ 정서가 한몫했다. 비록 결선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지만 충격은 컸다. 특히 29세 이하 유권자의 42%가 호퍼를 지지했다. 더 이상 젊은이들조차 ‘좌파’의 보루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청년실업률이 높은 유럽의 젊은이들은 금융위기에 난민유입까지 맞으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되찾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쿠르츠가 주목한 것도 이런 지점이었을 것이다. 자유당으로부터 정책을 훔쳤다며 ‘사기꾼’이란 비난을 들을 정도로 쿠르츠가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것도 당연했다. 물론 자유당보다는 훨씬 세련된 태도를 구사했다.

2017년 5월 쿠르츠가 국민당 대표에 취임하기 전 국민당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3위에 머물러 있었다. 국민당은 중도좌파 사민당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양당 체제를 일궈왔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극우 자유당에 밀려 결선 투표에 후보를 진출시키지도 못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당 대표에 취임한 날 국민당은 1위로 올라섰다. 그 후에도 40여 차례 여론조사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는 1위를 빼앗기지 않았다.

쿠르츠는 국민당을 ‘신(新)국민당’으로 바꿔갔다. 파격적인 공천 등 닮은 면도 있지만 기존 정당을 이용했다는 것이 아예 새로운 당을 만든 마크롱과는 다른 지점이다. 총선 결과도 이변은 없었다. 앞서 지난 9월 독일 총선이 그랬던 것처럼 이슈는 온통 ‘난민’이 지배했다. 결과도 비슷했다. 국민당은 11년 만에 다수당이 됐다. 극우 자유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녹색 대안(오스트리아 녹색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많은 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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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츠가 2009년 당 상징색인 검정색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쿠르츠 앞에 남겨진 과제들

 

쿠르츠에게 남겨진 과제는 연정 구성이다. 국민당은 총선에서 62석을 차지했지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하원 전체 183석 중 과반인 92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직전까지 연정을 해 오다 깨져버린 사민당과 다시 호흡을 맞추리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쿠르츠는 자유당을 연정 협상 테이블에 우선 앉혔다. 유럽연합(EU)에서 극우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첫 국가가 탄생하는 것일까.

자유당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의 ‘반난민’ 정책이 유권자들의 60%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국민당이 자신들의 정책을 베꼈고 본질적으로 자유당과 국민당의 정책이 다를 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했고 당 대표조차 ‘네오나치’ 전력을 의심받고 있는 극우 자유당과의 연대는 국제무대에서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실제 2000년 국민당-자유당 연정 구성 당시 이스라엘과 유럽 연합의 몇몇 회원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유럽의 분위기가 우경화됐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쿠르츠에게 정부 구성을 위임하면서 “유럽의 가치를 지켜달라”고 했다. 자유당을 연정에서 배제하라는 암시다.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유당을 연정에서 배제시켜달라고 공개 서한을 보냈다. 과연 쿠르츠의 선택은 어떨까. 그는 자유당뿐만 아니라 어떤 당과도 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만 말한다. 오스트리아 정치 체제에서 연정은 필수적이고, 또 그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이다.

VIENNA, AUSTRIA - OCTOBER 13:  Demonstrators carry signs reading 'Nazis get out' and 'Fuck Strache!' during a protest on October 13, 2017 in Vienna, Austria. Austria will hold legislative elections on October 15 and the conservative party (OeVP) of Sebastian Kurze is currently in the lead. The right-wing Austria Freedom Party (FPOe) is currently in a strong, third place in polls. Since the Austrian Social Democrats (SPOe) have indicated they will likely decline from joining a coalition with the conservative OeVP, the next Austrian government could well be a coalition that includes the FPOe, a party that has taken a hard stance against immigration and Islam.  (Photo by Thomas Kronsteiner/Getty Images)
쿠르츠는 친(親)나치 극우정당인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쿠르츠는 자유당과 마찬가지로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앞세웠으나 자유당보다는 훨씬 세련된 태도를 구사했다.(사진 출처:게티 이미지)

쿠르츠가 재능 있는 정치인이며 많은 성과를 보여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젊은 나이가 문제라면 매일 더 나아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과연 어떤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과거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10년 뒤에도 그는 겨우 마흔이라는 점이다. 10년 뒤에는 세상에 없을 정치인도 있겠지만 그는 다르다. 그의 어깨에 오스트리아의 미래는 물론 자신의 미래도 달려 있다.

갓 서른 한 살에 총리에 오른 그가 마흔 다섯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 수 있을까. 그는 <슈피겔>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기여할 것이 있다고 느끼는 한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정치 밖에도 인생에 좋은 것들이 있기에,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ebastian_Kurz

https://en.wikipedia.org/wiki/Austrian_legislative_election,_2017

 

[슈피겔 2017-10-20] ‘I Definitely Have a Red Line’

http://www.spiegel.de/international/europe/sebastian-kurz-i-definitely-have-a-red-line-a-1173943.html

 

[경향신문 2017-10-15] ‘31세 청년’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예약’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52156025&code=970205

 

[중앙일보 2017-10-15] 오스트리아 총선 출구조사 결과, 국민당 1위…31세 총리 예상

http://news.joins.com/article/22012823

 

[연합뉴스 2017-10-16] 오스트리아 총선 우파 국민당 1위 전망…극우와 연정 가능성(종합2보)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6/0200000000AKR20171016000752088.HTML

 

[연합뉴스 2017-10-16] 오스트리아 총선 승리 이끈 ‘원더보이’…31세 최연소 총리 눈앞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5/0200000000AKR20171015055900088.HTML

 

[연합뉴스 2017-10-25] 오스트리아 우파 총리 후보, 극우와 연정구성 공식 협상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24/0200000000AKR20171024176200088.HTML?from=search

 

[쿼츠 2017-10-17] The world has its first millennial leader. And, of course, he is an anti-immigrant conservative.

https://qz.com/1104272/sebastian-kurz-the-worlds-first-millennial-leader-is-unsurprisingly-an-anti-immigrant-conservative/

 

[BBC 코리아 2017-10-17]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의 보수 정치인이 세계 최연소 국가지도자가 되다

https://www.bbc.com/korean/news-41632164

 

[The conversation 2017-10-18] Sebastian Kurz: just who is Austria’s fresh-faced new leader?

http://theconversation.com/sebastian-kurz-just-who-is-austrias-fresh-faced-new-leader-85848

 

[뉴욕타임스 2017-10-19] How to Dress to Win an Election: The Sebastian Kurz Primer

https://www.nytimes.com/2017/10/19/style/sebastian-kurz-austria-branding-style.html

 

[도이체벨레 2017-10-15] Make Austria Great Again — the rapid rise of Sebastian Kurz

http://www.dw.com/en/make-austria-great-again-the-rapid-rise-of-sebastian-kurz/a-40313720

 

[vox 2017-10-17] Meet the 31-year-old conservative poised to become Austria’s new chancellor

https://www.vox.com/world/2017/10/16/16482416/sebastian-kurz-austria-far-right-right-migrants

[시사인 2014-1-29] 장관님은 86년생 ‘세바스티안’이라 불러주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9155

 

[경향신문 2013-12-17] 27세 쿠르츠, 오스트리아 연립정부 외교장관 취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70100&artid=201312172049105

 

[레디앙 2017-10-16]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 우파-극우파 연정 가능성

http://www.redian.org/archive/115554

 

[조선일보 2017-10-17] 만물상 – 31세 총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6/2017101602746.html

 

 

목, 2017/10/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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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적 성향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에 우연히 촛불집회 1주년이 지났다. 정치에는 여전히 수동성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 필자는, 미국인의 한명으로서 1년 전 밤마다 광화문에 모여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던 열정적인 군중들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필자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서 온 고등학생들과 가졌던 토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세기에 걸쳐 좋은 정부를 추구하며 헌신해왔던 한국인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측면에서 정부의 투명성을 향한 가장 초보적 단계의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와 측근들의 부패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후변화 및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한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핵전쟁 위협 문제로부터 시민들의 관심과 주의를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촛불집회의 내러티브 역시 박대통령과 소수 측근들의 부패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켰고 보다 큰 문제인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적 부패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제도적 부패는 대부분 미국을 추락시키고 있는 타락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여기저기 미국식 군국주의 및 극단적 민영화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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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1주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들과 한국사회는 과연 자신들을 둘러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10월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촛불은 계속된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노컷 뉴스)

‘진보적’ 대통령 셀카 찍으며 대중적 이미지 키우지만

중요한 정부 직책에 임명된 사려 깊은 이들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는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침묵한 채 학생과 셀카 사진을 찍으며 대중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진보적’ 대통령이 있다.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북한이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는 행동과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자행해왔던 것과 같은 죄를 범했다는 구실로 유엔을 북한과의 핵전쟁을 위한 플랫폼으로 이용할 때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할 말이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인기를 살펴본다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경우 정부의 구조적인 부패에 대한 책임에 직면하게 되었고 상업 언론들이 사소한 모든 문제들을 샅샅이 들추어냄에 따라 인기가 급락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힘든 싸움을 피하고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사소한 문제들로 정권 홍보를 한다. 이제 ‘진보’는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가 되었으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추구할 소명이 아니다.

동시에 한국의 젊은이들은 흥미진진한 시위가 정치 체제를 바꾸고 유토피아로 안내 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왔다. 정치가 그런 식으로 작동했던 적은 결코 없었으며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1987년에서 2009년 사이에 이루어졌던 한국의 개방된 정치 문화는 19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대규모의 학생 시위에 따른 결과만이 아니라 1920년대부터 시작하여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진 그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용기와 확신을 갖고 기꺼이 두들겨 맞거나 투옥되는 것을 감수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도 비슷한 신화가 있다. 1960년대 킹 목사는 멋이 있는 연설을 하면서 흑인 민권을 위해서 싸워서 성공했다는 신화를 만들었지만 사실은 1890년대부터 (그전에도) 수많은 흑인들이 민권운동을 하면서 죽었다. 그 덕분에 60년대 활동이 가능하게 됐던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위기를 인식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문제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핵전쟁의 위기 또는 투자 은행이 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인해 야기된 기업 및 정부 내 심각한 부패에 대해 언급하는 시위대나 표지판, 심지어는 핀 달린 뱃지조차도 전혀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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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한국인들이 전진을 위해 투쟁하는 가운데 위험한 현장은 한국인들의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미국이 많은 개입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하버드 대학이나 국무부와 같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기관 과 인물들이 한국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기관들은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지금의 지도자들이 80년대 유학했을 때와 같은 미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군부 지도자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진보적인 매체도 마찬가지이다. 한 예로 최근 미국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B-52 전략폭격기가 핵무기를 장착하고 24시간 출격 대기 태세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을 발표한 것은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 참모총장이다. 미 공군은 다른 핵 보유국과의 대립을 촉진시키는 그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음을 즉시 부인했다. 그러나 예비 시설에 대한 개조가 이미 시작되었음은 분명해졌다. 전면전에 대비한 대대적인 준비를 시작하려는 정책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문제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결정은 국방부나 백악관, 의회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새로운 법률이나 공식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공군 참모총장 개인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 본질 못 보면 촛불시위 벌여도 해결 안돼

이념적으로 파산한 미국에서는 군부 내에서 각 세력들간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번과 같은 위험한 정책 결정이 장성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되어 수행될 수 있다. 이러한 지휘 계통의 와해는 청나라 말기의 군벌들이나 로마 제국 말기의 각 지방 총독(proconsul)들처럼 군사 지도자들의 난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 정부의 권위가 무너짐에 따라 개별 군 사령관들의 힘이 커지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거세당한 국무부가 여전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사진
이념적으로 파산한 미국에서는 군부 내에서 각 세력들간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위험한 정책 결정이 장성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되어 수행될 수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참관 등을 위해 방한한 미국 새뮤얼 그리브스 신임 미사일방어청장(왼쪽 둘째부터),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22일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패트리어트3 미사일 포대 앞에서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그러나 한국의 주류 언론 매체와 대안 매체들은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위험한 국면에 대해 논하고 있지 않으며 양 쪽 모두 정치인들의 인격이나 선정적인 스캔들에만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한국인은 본질적으로 눈이 멀었다. 시민들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이들이 촛불 시위에 참여한다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의에 대한 헌신과 좋은 정부 및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진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소수의 특정 정치인들에 대항하는 시위를 할 수 있으면 대학과 정부 기관 및 기업들 내부의 심각한 제도적 부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상상하는 상황에서는 전향적이고 발전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

그러한 미국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미국인인 필자보다는 한국인들에게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다. 한국인들은 어디에선가 미국이 자국의 행동을 합법화하고 그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상상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의 시스템이 도덕적, 제도적으로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다면 이를 부정하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을 소비하거나 사람들의 주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우리의 삶이 보다 가치 있음을 의미하는 새로운 참여 사회를 여전히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아이돌 스타나 유명 인사에 대한 숭배에서 벗어나 부유한 이들의 도움에 의존하기보다는 서로 도와가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할 일>

우리의 모든 행동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함께,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인간 문명의 세계적 진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의무가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새로운 깊이와 중요성을 더한다. 한국과 세계를 위한 변화는 죄인을 감옥에 넣고 특정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을 선출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 사회에 임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서로를 착취하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게 만드는 건강치 못한 패턴을 우리의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탐욕과 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최순실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뉴스에 보도된 그들의 극단적 잘못의 흔적을 우리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또한 무차별적 소비문화와 비윤리적 사고에 경도되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재벌이나 정치인이 저지르면 더욱 두드러져 언론의 지탄을 받았을 뿐, 우리 또한 비슷한 행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진지하게 물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고, 문화와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혁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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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세계를 위한 변화는 죄인을 감옥에 넣고 특정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을 선출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 사회에 임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서로를 착취하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게 만드는 건강치 못한 패턴을 우리의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 우리 일터를 청소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 우리 자신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주는 분을 만날 때마다 무시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노숙자나 지적장애를 가진 분을 대할 때에도 이들을 존중하며 친절함을 보이면 좋을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만으로도 사회를 구성하는 결을 바꿀 수 있다.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정치 시위만큼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위험에 처한 소중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할 일을 해야 한다. 항상 컵을 휴대하며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거나 포장지와 비닐봉지, 종이백, 냅킨 등 기타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원을 절약하는 습관을 주변인에게도 용기 있게 권한다면 더욱 좋다. 사람들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기보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보여준다면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할 때 사회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혹은 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오늘 먹은 케이크나 귀여운 강아지, 최신 유행가에만 열중하지 말고, 돈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논의해보자. 정치제도 구성과 기술, 세계화, 금융, 상업화의 흐름이 가족과 친구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NGO를 어떻게 변혁시키고 있는지도 대화를 해보자.

세상이 어떤지, 우리에게 주어진 윤리적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대화를 끌고 가려면 끈기와 인내뿐 아니라 강한 윤리적 소명도 필요하다. 한국인에게는 그런 변화를 끌고 갈 역량이 있다. 내가 변화를 시작한다면 주변 사람도 영감을 받아 같은 변화를 시작할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준 우리 행동은 변화를 전파하며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갈 것이다. 대기업이나 유명 교수, 지식인, 싱크탱크의 설명이 세상을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세상을 보는 법을 깨우칠 수 있다. 우리 자신에게 먼저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부와 기업도 똑 같이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변화에 참여할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사회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중요한 이슈를 친구나 가족과 논의하며 언론을 만들어 보자.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의미 있는 토론을 하도록 스스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를 외치며 논의를 끝내는 감정적 발산은 지양해야 한다. 언론에서 ‘진짜 토론’을 보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 진짜 토론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습관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한국 문화는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고, 진실을 향한 객관적 탐구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럼 언론은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된다. 시민은 더 이상 언론의 거짓과 직무 유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사소한 가십이나 연예인 이야기에 집중하며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노력도 힘들어질 것이다. 시민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기존 방식을 버릴 때 언론을 향한 우리의 기대와 요구 수준도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자신의 일상이나 학교, 자살 충동, 대입, 직업 등의 고민을 다루는 기사나 신문을 스스로 만들어볼 수도 있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기사로 작성하고, 친구들의 시사상식을 도와줄 실제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기사를 꾸밀 수도 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오락용이 아니다. 무차별 경쟁에 빠져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국회와 청와대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이웃과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자녀 혹은 부모님에 대해 어떤 걱정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정부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이슈와 니즈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웃이 서로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하며 노력하는 사회라면 분명 가능하다.

이웃과 정기적으로 만나 학교를 개선하고, 자원을 모으고, 함께 돈을 모아 필요한 자원을 공동 구매하는 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이를 이웃과 함께 돌보며 가르치고 공원을 함께 청소하면서 주민을 위한 진정한 사회를 만드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마을과 협동조합을 함께 만들고, 이웃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들의 걱정과 소원을 알아둔다면, 지역사회를 통해 지방정부에 유의미한 제안을 할 수 있다.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면, 모두를 위해 자원을 배치하는 효과적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우리 동네의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주민의 지혜와 지식을 모으고 가능한 해결책을 정부 개입 없이도 찾아내는 법을 알게 된다면, 지역사회 내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는 초소형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서로 돕겠다고 약속하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행동을 바꾸고, 선거만 노리는 정치인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건강한 사회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웃들 사이에 서비스(서로의 아이 봐주기, 공구 함께 쓰기, 기술이나 공간 공유하기)를 교환하는 소규모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주체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크고 작은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하며 한국 사회가 ‘경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심오하게 변화시킬 생산 및 경제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재능을 사용해 시민을 위한 음악과 그림, 벽화, 축제를 만들도록 후원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예술 활동을 조직하는 건 결코 사치가 아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행동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라. TV와 잡지, 광고에 나오는 매끈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함몰되어 대기업 제품을 사고 소비하는 데에서만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에 빠져 있다. 우리를 밤낮으로 둘러싼 광고 속 예술 콘텐트와 은밀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와 음악은 우리의 행동패턴과 마음 원칙을 결정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해야만 인생에 의미가 생긴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우리가 예술가를 지원해서 이들의 예술작품이 지역사회 생활의 중심이 되도록 만든다면, 협력과 상호존중에 기반한 사회 이미지를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다. 가볍고 얄팍한 주제뿐 아니라 심각하고 심지어 비극적인 사안도 진지하게 논의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지역 예술가는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 손으로 직접 문화를 만들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한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예술은 우리가 소비해버릴 상품이 아니다. 우리를 울리거나 웃기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도록 만드는데 목적을 두지도 않는다. 예술가는 협력 문화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잠자던 우리의 상상력을 깨워 관계를 만들어가는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다. 그렇게 사회 전체를 천천히 변화시켜 외로움에 힘들고 심지어 자살까지 시도하는 한국 사회의 끔찍한 소외 문제를 해결할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서로를 도우며 공동의 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임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외를 없애고, 공유를 통해 돈과 자원을 절약하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이점이 하나 더 있다. 우리 사회의 불만족과 소외, 탐욕의 원인이 모두 최순실에게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 언론과 기업,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주식과 파생상품, 자본자원의 장악과 서로를 착취하는 경쟁관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만 사회와 기업, 정부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믿게 만든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유형의 사회는 상상하지도 못하며, 주식가치와 단기 이익을 높이기 위해 못할 짓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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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도 중요하지만, 이는 진짜 개혁을 이끌어가는 과정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안적 지역사회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실질적 개혁 추진을 위해 동네 단위로 정치를 논의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정계 및 재계 지도자가 품위와 책임감을 갖춘 사람이라도 이들에게 주어진 최고 임무는 주식가치와 단기이익 상승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여유는 이 임무를 마친 후에야 얻을 수 있다. 그 때에는 이미 남은 시간과 자원이 없다. 최고 인재들이 사회에 고통을 초래하는 활동에 온 힘을 쏟고, 남은 시간에만 사회 치유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긴밀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면, 정부와 기업을 운영할 때 자본과 수익이 아닌 인간관계와 커뮤니티에 기반한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대안적 모델이 한국 사회에서 힘을 얻는다면,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좀더 인간적인 조직, 참여를 이끄는 조직으로 변화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혁신을 용이하게 끌어갈 주체가 기업보다 정부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한국 사회에 협력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근본적인 변혁을 거쳐야 한다. 반대로, 협력적 조직 및 경제가 사회의 중심이 되지 못하면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요원하다. 기존 모델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믿음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주장이 말도 안 되게 순진한 발상이며, 현 상황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한국이 50년 전과 달라서 협력을 위한 지역사회 형성에 관심이 없으며, 한국 청년들은 시사에 대해 진지한 글을 읽거나 쓰고 친구들과 복잡한 이슈를 논의할 인내심도 없다고 주장한다.

요즘에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지역사회를 찾아보기 힘들고, 청년들은 복잡한 주제를 분석하거나 두꺼운 책을 읽는 데 이전보다 관심이 덜하긴 하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마음은 엄청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변신 능력도 아주 뛰어나다. 현재 젊은이 다수가 스마트폰으로 의미 없는 단문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는 있지만, 소수의 사람이 모여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자극이나 흥미 유발에만 온 힘을 쏟는 뉴스 기사에 단순한 반응을 보내는 대신,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우선순위를 두기만 한다면, 진지한 독서와 글쓰기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흥미 혹은 자극적 반응을 유도하는 문자 메시지에 단순히 반응하는 패턴으로는 정치개혁을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의 세계로 깊이 파고들고, 우리가 사는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자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대 사회의 각종 문제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역사회 단위로 변화를 이끄는 건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대안적 지역사회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실질적 개혁 추진을 위해 동네 단위로 정치를 논의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대규모 시위도 중요하지만, 이는 진짜 개혁을 이끌어가는 과정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화, 2017/10/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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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김장겸’, ‘기자 고대영’. 두 사람은 취재기자로 <MBC>, <KBS>에 입사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도본부에서 보냈다.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주요이력을 쌓고 사장 자리에 오르는 동안 거꾸로 MBC, KBS 뉴스는 시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성공’할수록 두 공영방송은 침몰하는 배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 두 공영방송의 구성원들과 시민들은 외친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대영은 물러나라” 두 공영방송사의 노조가 두 달이 다 되도록 파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거취에 한국 공영방송의 미래가 통째로 달려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두 사람의 성공과 공영방송사의 추락이 맞물리는 아이러니는 왜 일어났을까. 신입 기자들이 접하는 언론의 윤리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멀어서도 안 된다”는 이 말은 기자와 취재원, 언론과 관력 사이의 불문율처럼 쓰이는 말이다. 최근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기자 김장겸, 기자 고대영은 이를 쉽게 저버렸고, 방송을 입맛대로 통제하고 싶은 권력은 두 사람을 활용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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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김장겸 사장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든 조합원 앞을 지나쳐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러 이동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 ‘기자 김장겸’과 ‘사장 김장겸’

 경남 마산 출신인 김장겸(56) 기자는 고려대 농경제학과,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987년 11월 MBC 공채 24기 기자로 입사했다. 같은 해 12월 MBC에 방송사 최초로 노동조합이 탄생했고, 김장겸 기자를 포함한 신입 기자들은 전원 노조에 가입했다고 한다. 1987년 6월 항쟁은 ‘땡전뉴스’로 불리며 권력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방송사에도 민주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은 노조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4월 노조를 탈퇴했다. “그는 MBC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편파적이고 친민주당 보도를 한다”는 비판을 자주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MBC 기자들은 이런 기자 김장겸의 인식을 지역주의에서 비롯한 보수적 성향 탓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8월26일, 탄핵 정권 마지막 ‘알박기 사장’ 김장겸의 ‘퇴진 거부’ 투쟁 https://goo.gl/H9Z7Ks)

 그가 결국 성공의 길로 접어든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였다. 이명박 정권 들어 처음으로 보직 부장에 오른 뒤, 6곳의 부장 자리를 거쳤다. 당시 MBC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보도 이후 <PD수첩>제작진이 검찰의 체포·압수수색 등을 겪었고,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4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로 이름을 날렸던 MBC가 권력 앞에 수난을 겪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기자 김장겸은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정치부 현장 경험 2년이 안 된 그가 정치부장 자리에 올랐다. 김장겸 정치부장이 지휘하는 MBC 정치부는 2011년 5월23~26일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도를 모두 외면했다.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은 단순한 사실만 짧게 전달했다.

 세월월 참사 당시 MBC의 전원구조 오보 당시 보도국장은 기자 김장겸이었다. 편집회의에서 유족들을 “완전 깡패네”라고 지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고,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권의 책임론으로 옮겨붙자 MBC의 세월호 보도는 정부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게 됐다. 결국 MBC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세력’인 ‘애국시민’들에게만 응원받는 방송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만신창이가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제출받은 ‘MBC 퇴직자 현황(2007.10~2017.10)’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낙하산 사장’을 통해 MBC를 장악한 지난 8년간 해고자가 27명 퇴직자가 166명으로 집계됐다. 기자들이 스케이트장 등 수시로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발령 났고, MBC는 김장겸 사장의 말만 듣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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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장. (사진: 노컷뉴스)

■ ‘기자 고대영’과 ‘사장 고대영’

 서울에서 출생한 기자 고대영(62)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1985년 공채 11기 기자로 KBS에 입사했다. 기자 김장겸과 마찬가지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바람 속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모스크바 특파원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KBS미디어 감사 등을 거친 뒤 2014년 9월부터 KBS 비즈니스 사장을 맡았다. 

 그는 2015년 10월 사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KBS 구성원들로부터 ‘부적격’으로 찍혀 있는 인사였다.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은 보도국장 시절 이미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84.4%의 불신임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후보자가 KBS 보도를 망친 주범으로, 대기업으로부터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으며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KBS 보도를 청와대에 헌납할 인물”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꾸린 검증단에서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만 봐도 그의 민낯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용산참사 축소·편파 보도 (2009.1·보도국장)/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 축소 논란 (2009.5·보도국장)/4대강 시리즈 방송 중단 (2009.9·보도국장)/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실 보도 (2011.10 / 보도본부장)….”

 언론인의 기본을 의심케 하는 대목들도 다수 폭로됐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위급 KBS 기자는 한나라당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는 제목의 전문으로 미 국무부에 보고된 문건이 있다. 이 고위급 KBS 기자는 바로 고대영이다. 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그가 대기업에 골프접대를 받고, 후배 기자들을 폭행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 한 바 있다.

 기자 김장겸과 마찬가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성공가도를 달린 그가 정권의 눈치를 본 정황은 곳곳에 존재한다. 사장 김장겸은 2016년 7월 사드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뉴스에 불만을 제기하며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혀 ‘보도지침’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선 고대영 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보도 자제를 국정원으로부터 요청받고 200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대영 사장은 “허위사실이다”며 서훈 국정원장과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30일 냈다.

 분명한 건, 그가 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을 거치는 동안 KBS 구성원들은 외압으로 인해 특종을 하고도 보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그동안 보도하지 못했던 특종을 9시 뉴스가 아닌 유튜브를 통해 하고 있는 ‘웃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 두 사람의 성공이 남긴 그림자

 두 사람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일단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인사 2명을 새로 선임하며 김장겸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대영 사장은 각종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이라며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강수까지 두며 두 사람을 방어하려 하지만, 30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5.6%가 ‘불공정 방송의 정상화’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이라는 응답은 26.8%였고, ‘잘 모름’은 17.6%였다.) 국민들은 두 공영방송의 사장과 자유한국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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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새정부의 탄압에 시달리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취하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임기를 마치든, 교체되든 그들이 성공이 남긴 그림자는 너무나 짙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땅으로 떨어졌고, 세월호 유족들은 두 방송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기자들은 징계와 해고 압박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졌다. 공영방송이 과거의 영광은 고사하고 제 역할을 다시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사회와 국민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수, 2017/11/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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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새로운 전환을 위한 담론을 모색하는 다른백년이 촛불 혁명 1주년을 맞아 마련한 집중 기획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 어젠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 2일 국회에서포럼을 개최했다.  백년포럼 시즌3의 첫 번째 행사이기도 한 이번 포럼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나리오들’을 주제로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의 발제에 대해 백준기 교수(한신대), 이혜정 교수(중앙대) , 서보혁 교수(서울대), 이병한 박사(역사학)의 토론이 펼쳐졌다.

포럼에서의 발제와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한반도의 4개의 시나리오

북한 핵 실험으로 긴장이 크게 높아진 한반도 안팎에서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두달 동안 대북 정책에 대한 전략적 검토 뒤 ‘최대의 압박과 관여(대화·협상)’ 정책을 도출했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군사적 행동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전적으로 비상계획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불러올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받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 및 일본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와 주둔미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판과 오해, 단순 실수 등으로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미 당국자는 지난 4월 한 언론에 “미국은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군사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런 방침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 자살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 고립화다. 오랫동안 고립된 북한은 고립화 전략에 익숙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오랫동안 격리돼 있던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도 동맹으로 엮이는 것을 피해왔다. 북한이 비록 고립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고립에 적응을 해왔고 고립상태에 상당한 수준의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북한 경제는 수십년 동안의 제재에도 지난해 거의 4%나 성장했고 무역은 5% 증가했다. 고립화 정책은 북한 당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미국이 북한 체제와 인민들을 압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고립된 북한은 ‘안보결집 효과’를 위해 이런 주장을 활용할 것이다.

세 번째는 북미 간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처럼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다. 중국은 1964년 처음으로 핵무기를 시험했지만 미국은 1971~72년 대범하게 중국에 문호를 개방했다. 당시 미국의 일부 강경파들은 중국이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고 경제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핵무기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중국과 대결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닉슨 행정부는 역사적 데탕트가 됐던 중국 지도부와의 비밀 협상을 시작했다. 반(反)공산주의자였던 닉슨이지만 좀 더 정교한 지정학적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공산권 블록을 약화시키기 위해 소련과 중국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고 싶어 했다. 오래된 ‘분할 지배’ 전략의 한 형태였다. 미국과 북한의 현재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1960년대 상황보다 협상을 통한 해결이 더 용이하다. 첫째, 북한 지도부는 마오쩌둥 주변의 이데올로기적인 핵심 그룹보다 실용적이다. 둘째, 북한은 초강대국임을 자처하지도 않는다. 셋째 트럼프도 북한과의 협상을 원하는 이유들이 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도 자신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향후 북한 존속의 열쇠가 미국과의 협상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불편해왔다. 또 한국으로부터는 때때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싶어하지만 근본적으로 한반도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때문에 ‘그랜드 협상’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으로서는 미국만이 자신들에게 외교적 인정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만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를 줄일 수 있다. 미국만이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끝내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이 북미간 합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남북 분리 시나리오다. 남북한은 현재 경제적 분단, 기술 분단, 정치적 분단이라는 3중의 분단 상황이다. 먼저 경제적 분단이다. 유럽연합 내 긴장은 부의 양극화로 악화되었지만 똑같은 경제적 세계화의 동력이 남북한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남북은 경제생산이 비슷했지만 오늘날 남한 경제 규모는 북한의 약 83배나 된다. 현재 남한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지지는 매우 높지만, 통일 촉진을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지지가 낮은 것도 이런 이유들에서다.

두 번째는 기술 분단이다. 지난해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에는 국내외 행위자들에 의해 조작된 SNS를 통한 유권자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북한에서 평균적인 일반인은 인터넷이나 세계적인 SNS 플랫폼에 접근할 수가 없다. 남한이 인터넷과 IT 강국인 만큼 한반도에서도 남북 간의 ‘기술 분단’은 극명하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분단이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카탈루냐와 쿠르드족들의 국민투표, 아랍의 봄 등은 대중들의 자주권의 표현으로, 궁극적으로 단일국가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한다. 그러나 남한은 어떤 분리운동에도 직면해 있지 않고 있다. 북한도 어떠한 대중 봉기를 겪지 않고 있다. 남한에서 통일은 대중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북한 역시 갑자기 민주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지난 70여년의 경험을 고려할 때 북한 사람들은 통일의 조건에 대해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은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외교정책포커스는 미국 내 진보적인 싱크탱크다.

 

 

 

수, 2017/11/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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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열린 8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을 잘 아는 미국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격정적인 글을 보내왔다.  이 글에서 임마뉴엘 교수는 “트럼프는 진정한 미국의 대표가 아니다”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한국과 미국 양국의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친애하는 한국인 친구 여러분!

저는 20여년간 한국의 정부와 연구기관, 대학, 민간기업,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일해 온 미국인입니다.

우리는 방금 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들었습니다. 트럼프는 그 연설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에 대한 위험하며 지속될 수 없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 비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전쟁과 대규모의 사회적, 경제적 갈등으로 치닫는 길입니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고립과 군사주의의 무서운 결합이며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미래 세대를 위한 고려 없이 무자비한 정치학을 충동질하게 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간의 안보조약 이전에 유엔헌장이 있었습니다. 이 헌장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의해 비준된 것입니다. 유엔헌장은 미국, 중국, 러시아 및 그 밖의 다른 나라들의 역할을 전쟁의 방지와 전쟁으로 몰아가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안보’는 반드시 그 점에서부터, 평화와 협력의 비전과 함께 시작돼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 유엔헌장의 이상주의, 2차세계대전의 공포를 겪고 난 뒤에 수립된 전지구적 평화라는 그 비전이 필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대표하기보다는 극소수의 슈퍼리치와 극우집단을 대표할 뿐입니다. 그러나 일부분에 불과한 그들 집단이 저의 나라 미국의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키워 왔고, 이는 부분적으로는 많은 시민들의 수동성 때문입니다.

¹Ì±¹ µµ³Îµå Æ®·³ÇÁ ´ëÅë·ÉÀÌ 8ÀÏ ¿ÀÀü ±¹È¸¿¡¼­ 24³â ¸¸ÀÇ ¹Ì±¹ ´ëÅë·É ¿¬¼³À» Çϰí ÀÖ´Ù. 2017.11.8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한겨레)

하지만 나는 우리, 즉 민중들이 안보와 경제, 사회에 대한 논의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창의성과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고무적인 미래는 가능하다는 다른 비전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먼저 안보 이슈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보도의 홍수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 핵공격 위협은 사드 배치와 핵잠수함과 소수의 사람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는 수많은 고가의 무기시스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 무기들이 안전을 가져다 줄까요? 안보는 협력의 비전으로부터, 용기 있는 행동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안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무기 시스템도 안전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극소수의 슈퍼리치와 극우집단 대표할 뿐

그러나 슬프게도 미국은 지난 수년간 북한에 대해 외교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미국인들의 수동성과 오만이 지금의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이제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자체가 실종돼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나빠졌습니다. 미 국무성은 모든 권위를 박탈당했으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과 외교적 협의를 하기 위해선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돼버렸습니다. 미국과 세계 간의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우리의 가장 큰 우환이 됐습니다.

신은 미국에게 아시아에서 영원히 군림할 수 있는 권능을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게 해 줄 선순환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서 이 지역에서의 자신의 군사적 과시를 줄이고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을 감축하는 것은 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한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유엔안보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터무니없는 시각을 지지하는 미국의 힘 있는 세력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첫 걸음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저의 나라 미국은 비확산조약 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핵무기 폐기를 재개하고 가까운 장래에 모든 잔존 핵무기의 폐기 일정을 제시해야 합니다. 핵무기와 비밀 무기 프로그램의 위험은 미국인들에게 감춰져 왔습니다. 만약 그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면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핵무기 금지에 관한 유엔 조약을 지지할 것으로 나는 확신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핵개발에 관한 경솔한 얘기들이 많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이 비록 단기간에 일부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줄지는 모르지만 그건 전혀 안전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중국은 핵무기를 300기 미만으로 억제해 왔지만 만약 미국이 비핵화를 천명하면 이를 감축할 의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일본과 남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나서면 중국은 이에 위협을 받아 손쉽게 1만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비핵화 제창은 한국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중국은 모든 동아시아 안보체계의 동등한 파트너가 돼야 합니다. 만약 신흥 글로벌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안보체계에서 배제된다면 그 안보체계는 온당치 않은 것이 될 게 뻔합니다. 또 일본도 모든 안보체계망에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 문화의 최선의 것, 즉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성과 평화운동의 전통을 그같은 협력을 통해 끌어내야 합니다. 집단안보라는 기치가 ‘군사국가 일본’을 꿈꾸는 초군국주의의 집회구호가 아니라 일본의 더 나은 측면, 최선의 면을 끄집어 내는 데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을 홀로 놔둬선 안 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진정한 역할이 있습니다. 그건 본질적으로 미사일과 탱크와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동아시아에서미국의 역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미국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미국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목적 하에 군사력을 개혁하고 ‘안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그 같은 대응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요구합니다.

안보에 대한 그같은 재정의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시민들이 기후변화 및 우리 사회의 재건에 대응하는 걸 돕도록 해군과 육군과 공군, 정보기관의 사명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요구하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전장에서의 전투에 필요한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나는 군부 내에 그 같은 용기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일어설 것을,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대중적 무관심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우리의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인 샘 로클리어는 기후변화가 압도적인 안보 위협요인이라고 밝혔는데 그로 인해 그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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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노트럼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한겨레)

그러나 우리의 지도자들은 인기를 얻는 걸 자신의 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나는 학생들과 셀카 사진을 찍는 데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도자들은 우리 시대가 부닥친 도전을 분명히해야 하고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자신의 힘을 쏟아 모든 걸 다 해야 합니다. 그것이 엄청난 자기희생을 의미하더라도 말입니다. 로마의 정치가인 키케로가 말했습니다. “올바른 일을 하다가 인기를 잃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다”라고.

수십억 달러짜리 공군 수송기와 잠수함, 미사일 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몇몇 회사에 고통스런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최대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명백한 소명감이 우리의 군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의무감과 책무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또한 1970년대와 80년대 유럽에서 체결된 무기억제 조약들도 필요합니다. 그 조약들은 차세대 미사일과 무기들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새로운 조약들과 의정서들은 집단 방어 시스템이 드론과 사이버 전쟁, 새로운 무기들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협의돼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내부로부터 정부를 위협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국가행위자들과 맞서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 싸움은 가장 힘겨운, 그러나 중요한 전투가 될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지금의 인터넷 시대에 허위와 기후변화에 대한 부인, 가상의 테러 위협의 범람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모든 시민들에게 진실을 찾고 통상적인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부나 기업이 우리를 위해 이런 일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또 미디어가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주는 자신의 우선적인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간  ‘진정한’ 자유교역 필요

미국-한국간 협력의 토대는 양국 시민 간의 교류에 있으며 무기 시스템이나 국제협력을 위한 거액의 교부금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몇 년간, 몇 십년간 지속되는 초급학교 간, 지역의 NGO들 간, 예술가들 간의, 작가들 간의, 사회적 일꾼들 간의 교류를 필요로 합니다.

기업들에게 주로 이익이 돌아가며 우리의 귀중한 환경에 타격을 주는 자유무역협정에 의존해서는 우리 두 나라 시민들을 결합시킬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미국과 한국 간의 ‘진정한’ 자유교역이 필요합니다. 그건 당신과 나, 우리 이웃들이 우리 자신의 주도와 창의성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공정하고 투명한 교역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겐 지역 공동체에 유익한 교역이 필요합니다. 교역은 근본적으로 공동체들 간의 글로벌 협력과 협업이어야 하며 거대자본 투자의 이해관계나 경제의 규모에 따른 것이 아닌 개인의 창의성의 그것이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정부를 국민의 장기적인 건강에 책임을 지며 기업들에 맞서고 규율하는 권능을 가진 본연의 위치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나라 간에 시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교역하는 데 요구되는 과학과 인프라를 증진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수의 민간은행의 단기간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됩니다. 증권거래소에게는 자신의 고유기능이 있지만 국가 정책의 수립에 있어선 주변적인 것입니다.

정부기능이 민영화되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국민들을 도와주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제공해 주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시민의 공복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더욱 공평한 사회 건설이라는 명분에 함께해야 하며, 그것도 서둘러야 합니다.

공자는 “나라가 도를 잃으면 부와 군사력은 오히려 부끄러운 것일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우리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합시다.

 

 

Dear Korean friends

I am an American who has worked for over twenty years with Korean government, research institutes, universities, private industry and with ordinary citizens.

We have just heard the speech of Donald Trump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o the Korean National Assembly. President Trump laid out a dangerous and unsustainable vision for the United States, and for Korea and Japan, a path that runs towards war and towards massive social and economic conflict, both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The vision he offers is a frightening combination of isolation and militarism, and it will encourage in other nations ruthless power politics without any concern for future generations.

Before the US-Korea Security Treaty was signed, there was the United Nations Charter, signed by the United States, Russia and China. The United Nations charter defined the role of the United States, China, Russia and other nations as the prevention of war, and the active effort to address the terrible economic inequity that leads to wars.

Security must start there, with that vision for peace and for cooperation. We need today the idealism of United Nations Charter, that vision for global peace after the horrors of the Second World War.

Donald Trump does not represent the United States, but rather a tiny group of the superrich and members of the far right.

But those elements have increased their control of my country’s government to a dangerous level, in part because of the passivity of so many citizens.

But I believe that we, the people, can take back control of the dialog on security, on economics and on society. If we have creativity, and bravery, we can put forth a different vision for an inspiring future.

Let us start with the issue of security. Koreans have been bombarded with reports about a nuclear attack from North Korea. This threat has been a justification for THAAD, for nuclear-powered submarines and any number of other expensive weapons systems that generate wealth for a small number of people.

But do these weapons bring security? Security comes from vision, from cooperation and from courageous action. Security cannot be purchased. No weapons system will guarantee security.

Sadly, the United States has refused to engage North Korea diplomatically for years and American passivity and arrogance has led us to this dangerous situation.

The situation is even worse now because the Trump administration no longer practices diplomacy.

The State Department has been stripped of all authority and most nations do not know where to turn if they want to engage the United States.

The building of walls, seen and unsee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is our greatest worry.

God did not give the United States a mandate to remain in Asia forever.

It is not only possible, but imperative, for the United States to cut down its military presence in the region and to reduce its nuclear weapons, and conventional forces, as a first step towards creating a positive cycle that will improve relations with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North Korea’s testing of missiles is not a violation of international law. Rather,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has been manipulated by powerful forces in the United States to support positions regarding North Korea that make no sense at all.

The first step towards peace starts with the United States. The United States, my country, must follow its obligations under the Non-proliferation Treaty, and begin again to destroy its nuclear weapons and to set a date in the near future for the total destruction of all remaining nuclear arms.

The dangers of nuclear war have been kept from Americans.

If informed of the truth I am certain that Americans will overwhelmingly support the signing of the UN treaty to ban nuclear weapons.

There has been much careless talk about Korea and Japan developing nuclear weapons.

Although such actions might provide a short-term thrill for some, they will not bring any form of security.

China has kept its nuclear weapons under 300 and would be willing to reduce them further if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disarmament.

But China can easily increase the number of nuclear weapons to 10,000 if threatened by Japan, or by South Korea. Advocacy for disarmament is the only action that can increase Korea’s security.

China must be an equal partner in any security framework for East Asia.

If China, quickly emerging as the dominant global power, is left out of a security framework, that framework is guaranteed to be irrelevant.

Moreover, Japan also must be included in any security framework. We must bring out the best of Japan’s culture, its expertise on climate change and its tradition of peace activism through such collaboration.

The banner of collective security must not be used as a rallying call for ultranationalists dreaming of a “warrior Japan” but rather as a means of bringing out Japan’s best, its “better angels.”

We cannot leave Japan to itself.

There is a real role for the United States in East Asia, but not concerned ultimately with missiles or tanks. The United States’ role must be transformed radically.

The United States must focus on coordinating the response to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We must reinvent the military and redefine “security” for this purpose. Such a response will demand cooperation, not competition.

Such a shift in the definition of security requires bravery.

To reinterpret the mission for the navy, army, air force and the intelligence community so as to focus on helping citizens respond to climate change and rebuild our society will be an act that will demand amazing bravery,

perhaps more bravery than fighting on a battlefield.

I have no doubt that there are those in the military who have that sort of bravery. I call you to stand up and demand that we face up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in the midst of this grotesque mass denial.

We must fundamentally alter our culture, our economy and our habits.

The former US head of the Pacific Command Admiral Sam Locklear declared that climate change is the overwhelming security threat and he was subject to constant attack.

But our leaders should not see being popular as their job. I could care less how many “selfies” you take with students.

Leaders must identify the challenges of our age and do everything in their power to address those dangers head on,

even if that means tremendous self-sacrifice.

As the Roman statesman Marcus Cicero once wrote, “unpopularity earned by doing what is right is glory”

It may be painful for some corporations to give up multi-billion dollar contracts for aircraft carriers, submarines and missiles,

but for the members of our military, however, to serve a clear role protecting our countries from the greatest threat in history will give them a new sense of duty and commitment.

We also need arms limitation treaties, like those we established in Europe in the 1970s and 1980s.

They are only way to respond to next generation of missiles.

Similar protocols must be negotiated for collective defensive systems to respond to the threat of drones, of cyber warfare and of emerging weapons.

We also need the bravery to take on the shadowy non-state actors who are threatening our governments from within. This battle will be the hardest, but most important, one.

Our citizens must know the truth.

Our citizens are flooded with falsehoods in this internet age, denials of climate change, imaginary terrorist threats.

This problem will require the commitment of all citizens to seek out the truth and not to accept convenient lies.

We cannot expect government, or corporations to do this job for us.

We must also make sure that the media sees its primary roles as conveying accurate and useful information to citizens, rather than the making of a profit.

The foundations for United States-Korea cooperation must be grounded in exchanges between citizens, not weapons systems or massive subsidies for international corporations.

We need exchanges between elementary schools, between local NGOs, between artists, writers and social workers, exchanges that extend over years, and over decades.

We cannot rely on free trade agreements that benefit primarily corporations, and that damage our precious environment, to bring us together.

Rather we need to establish true “free trad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Korea.

That means fair and transparent trade that you, me and our neighbors can benefit from directly through our own initiatives.

We need trade that is good for local communities.

Trade should be primarily about global collaboration between communities and the concern should not be with massive capital investment, or with economies of scale, but rather with the creativity of individuals.

Finally, we must restore government to its proper position as an objective player that is responsible for the long term health of the nation and which is empowered to stand up to, and to regulate, corporations.

Government must be capable of promoting projects in science and in infrastructure aimed at the true needs of our citizens in both countries, and should not focus on the short-term profits of a small number of private banks.

Stock exchanges have their role, but they are marginal to the making of national policy.

The age of the privatization of government functions must come to an end.

We need to respect civil servants who see their role as helping the people and give them the resources that they need.

We must all come together for the common cause of creating a more equitable society and we must do so quickly.

As Confucius once said, “If the nation loses its way, wealth and power will be shameful things to possess.”

Let us work together to create a society in Korea and in the United States that we can be proud of.

수, 2017/11/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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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간에 오간 말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나라에서 ‘정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절감했다.
자신이 소유한 고급 골프코스와 사치스런 요리에 대해 말하는 트럼프의 말에선 한국과 미국의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말은 단지 ‘미국 퍼스트’를 넘어서 ‘트럼프 퍼스트’를 떠들어대는 것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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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트럼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이의를 달거나 꾸짖지 못했다. 그의 인종주의적인 발언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에 대해 제동을 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모든 미국인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트럼프의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나는 트럼프와 문재인 두 사람의 발언들을 보면서 ‘정치’는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 문화를 개혁하고, 정책과 함께 지역사회와 도시, 그리고 국가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담화, 정책을 입안, 이행, 해석하는 이들이 바로 반영할 수 있는 담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도 면밀히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정치 지도자들이 진보적 외양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금의 노력이 끝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교육지원하는 데에도 이와 비슷하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요식적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의미가 없고, 접근이 가능하지도 않다. 정치인은 자기들끼리 만나 외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대해서만 논한다. 시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정기적으로 공식만남을 가지는 등 형식적 행동은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으며, 권력자로서 지역사회를 향해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민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지역사회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들어 정책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대중 홍보용 이미지를 다듬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서다.

이는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진 요식 행위일 뿐이며, ‘정치’의 원래 의미와도 맞지 않는다. 시민과 정치인의 우선순위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이 더 잘 알지만, 지난 50년간 소비문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시민들은 수동적 자세가 몸에 배었다. 정치인은 그저 고를 수 있는 상품이고, 기대했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폐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정치인은 펩시콜라나 코카콜라처럼 광고를 통해 접하고 구매한 다음 소비해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압박을 받으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다.

‘시민과의 만남’은 정치인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언론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입안과정에서 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치열한 논의와 정책 입안을 위한 의사결정은 특정 위원회 안에서 비밀스럽게 내려지거나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가 특권계층을 위한 클럽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내려져서는 안 된다. 시민 또한 이 과정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참여해야 하고, 도로 건설이나 교육예산 삭감 계획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 참여야말로 시민의 책임이라는 의식과 열의가 있다면,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 아무리 재능 있는 정치인이라도 혼자 힘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먹방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시민이 알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과 예산이 무엇인지 신문기사를 만들 만큼 일상에서 잘 따라가고 있다면,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한국 문화, 특히 정치 문화가 변할 때에만 가능하다.

시민과 정치인의 관계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수동적 태도는 많은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이 받는 치료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도 환자를 위해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치료 결과는 훨씬 좋아진다. 환자가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사 또한 환자가 해당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고맙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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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확보하고 변화를 위한 강한 열망이 있을 때 변화를 이끌라는 임무와 함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쉬운 일에 집중했다. 정치적 이미지와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투자은행이 행정부 정책입안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바꾸기 위한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시 행정부 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전문가 일부를 그대로 데려와 경제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물론, 오바마는 자신이 영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굳이 갈등과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공화당에 손을 내밀어 무리 없이 정책을 처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했다. 그러나 중요 문제에 있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인기가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키웠고, 오바마는 금융자본의 정부 장악을 숨기기 위해 시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진보정치의 마스코트로 전락했다. 결과는 재난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정치 임무가 흐려지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 시민은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점차 느꼈다. 민주당이 더 이상 평범한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유권자가 깨달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로 강렬한 감정을 일깨운 트럼프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민주당은 시민과 (힘 잃은) 노조, 청년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동시대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시민의 불안과 우려를 알지 못했다. 공화당에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민주당은 표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더 이상 서민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 ‘새로운 민주당’을 표방한 그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연설문에 민주적 개념과 원칙을 넣긴 했지만, 시민단체와 노조의 지지가 예전처럼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이 그 동안 무시했던 산업에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이 석유기업이나 방산업체를 보호했다면, 민주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IT 기업을 위해 나선 것이다.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클린턴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공화당과 영역이 다른 재계를 대변한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점차 투자은행으로 옮겨갔고, 기존 지지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후보에도 표를 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정당에도 당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의 정당은 시민이 원하는 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고 능력 있는 연설문 작가를 고용해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연설문에만 집중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기업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다. 서민을 위한 자리도 없다.

그러나 정치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진보당이었던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정치인을 돕는 조직 이상의 정당이 된 시기는 1920년대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어 국민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다. 선거철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국민을 한 자리에 모으는 협력적 형태의 조직이었다. 완벽한 정당은 아니었지만, 사회에서 분명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민에게 의미 있는 정당이 된 민주당은 보수 공화당이 소유한 부와 이것이 만들어낸 권력에 맞설 수 있었다. 서민의 상호 지원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강력한 조직을 기반으로 권력을 가진 기업에 성공적으로 맞서며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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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정당은 이제 미국과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정당은 있지만, 우리 일상과 관계가 없고 국민 대부분이 깊이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정 이슈 때문에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참여가 제한될 것이다. 진보 정당조차도 돈 쪽으로 기우는 결과가 발생했다.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다. 정책입안 과정을 정당과 컨설턴트, 기타 이들과 관련된 기업이 장악하면, 헌법에 반하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책입안과 정책이행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역량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 정책입안은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한다. 정당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만 할 뿐이다. 정당이 거대 관료조직처럼 되어 정책을 입안한다면, 정책입안 시스템을 통해 책임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시대의 이슈
해결할 이슈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지만, 대부분 무시받고 있다. 문제 일부는 정책을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다른 해결 방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경우든, 시민의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역시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겐 금리 인상 혹은 인하, 정부조직 예산 증액 혹은 감액이라는 선택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 조직은 그 특성상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잠재적 해결책과 논의 주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필수다.

예를 들어 보자. 계급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심 이슈지만, 정치인은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소수 특권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이들은 엘리트 계층이 되어 법을 무시하고 가족을 위한 특권을 돈으로 산다. 한국민은 이런 사회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지만, 계급 격차를 불러온 경제구조의 왜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부의 집중은 계급 격차를 가져왔고, 부유층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하대하며 ‘갑질’을 하는지 우리는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그렇게 하대를 받는 하위 계급이 증가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는 가족의 끈을 이용해 인턴이나 일자리를 쉽게 얻는다. 대학 입학 또한 학생 각자의 능력보다 자녀를 엘리트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재력이 좌우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사회 구조를 파괴할 것이다.

경제학적 문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GNP’나 ‘수출’만이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유일, 혹은 최선의 기준이 아니다. 요즘 이들 수치는 소수에게 집중된 부의 정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서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금융기관이 이끄는 경제를 지칭할 때 이들 수치를 인용한다.
이들 정치인은 서민의 상황을 공감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서민의 삶을 도울 정책은 만들지 못한다. 이들은 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대기업으로 향하는데도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에게도 조금은 돌아간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제한된 선택안 사이에서 억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서민의 필요에 집중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로봇이나 공장, 기업 채권과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모든 사람을 향한 투자가 우리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무역이 증대된다고 반드시 서민의 부가 증가하는 건 아니다. 은행은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주식채권과 연관된 어떤 투기행위도 못 하도록 금지하고,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관해 뻔하지만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크고 기간이 10~40년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재생 가능한 경제 참여에 기여해서 지역사회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차 없는 경쟁을 지양하면서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경제를 새롭게 조직하거나 제도적 변화를 통한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탐욕을 부리는 ‘악당’을 공격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피해자 다수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인은 빈곤층이나 노동계층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중산층도 무시하기 일쑤다. 사회 최상위층에 속한 경제 엘리트나 기업의 편의를 먼저 봐주고 그 다음에야 서민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이 순서는 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위협도 있다. 이제 과학계는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수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어쩌면 인간도 멸종할지 모른다. 농업을 완전히 혁신하고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고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조 달러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기후변화를 우선 과제로 삼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국내 정치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요소로 확실히 고려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위해 가능성이 낮은 북한을 넘어서는 요소로서 안보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결론
뛰어난 교육을 받은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필요하다. 사회계급이나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피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추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이들 위협이 실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 북한 핵무기만이 최대 위협이며, 계급격차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한국의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 행동, 구체적 제안을 통해 이들 문제가 실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부 혹은 각종 조직과 힘을 합치거나 이들의 목표를 알리거나 교육하는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참여가 가능하며, 그것이 도덕적 의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시험 점수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 역량을 부여하기 위한 교육,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교육을 맛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과 함께 일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정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이룰 수 없지만, 조금씩 시험적 노력을 하다 보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어 진전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정당의 역할도 변화한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한다. 서민의 필요에 집중하는,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 및 경제가 최종 목표다. 가는 길에는 고통스럽고 많은 좌절과 희생이 따르겠지만,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한다면 일상의 행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고,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토, 2017/11/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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