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직접 따 낸 생명력

지역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직접 따 낸 생명력

익명 (미확인) | 화, 2018/07/03- 19:24
한살림 짓는 사람들

거제 한울타리공동체 장성택·유대순 생산자

 

장성택·유대순 생산자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돌미역을 공급합니다.
돌미역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거제도의 최남단, 남부면 여차해변. 매물도가 보이는 탁 트인 남해바다의 절경은 오지처럼 구불구불한 길 뒤에 숨겨 놓은 또 다른 세상 같았다.

“지금은 마이 발전했지요. 전에는 2시간 걸어가야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하루에 6시간을 통학했어.
아부지가 가라 하니 가지, 고마 바다에서 수영하고 노는 게 더 좋았지. 여기는 논도 없고, 거의 보리밥 먹고 컸어요. 우리가 미역 갖고 요마이 큰기라 보면 돼요.”

학교보다 바다가 좋았던 유년의 경험은 장성택 생산자를 다시 바다로 이끌었다.
잠깐 도시로 나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이 하시던 돌미역 생산을 함께 한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일
돌미역은 해변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돌섬들을 돌며 딴다.
산소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들어간 데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가 얼굴을 내밀었다.

7년째 손발을 맞춰 일하고 있는 동네 형님이 배에서 대기하다 크레인으로 그가 가져 온 미역 망태기를 건져 올렸다. 수확물을 건넨 그는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돌미역 수확철이면 그는 매일 아침 이렇게 바다에 들어가 수심 4m의 바위에 붙어 있는 돌미역을 낫으로 잘라 담는다.

허리춤에 찬 망태기에 미역을 가득 채우면 그 무게가 60kg에 달한다.
산소통 무게까지 감안하면 수영과 잠수에 능한 장성택 생산자도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치다.
파도가 심할 때는 물속에서 몸이 자꾸 떠내려간다. 그래서 배 위에서 뱃머리를 조작하는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다.

“아부지랑 일할 때는 예부터 쓰던 나무배를 가지고 노 저어 나갔어요. 지금은 크레인도 있고 하는데 그때는 억수로 힘들게 했제. 아부지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 바다 가면 전쟁이라 전쟁.”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20년 전부터 아버지가 한살림에 냈던 돌미역과 그것을 품은 바다는 여전히 그의 삶터다.

수온이 높아지면 미역은 퍼져서 사라진다.
돌미역을 딸 수 있는 시간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고작 3개월 뿐. 그가 부지런히 바닷속을 오르내리는 까닭이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적어지는 돌미역의 양도 문제지만 일이 워낙 고되다 보니 선뜻 바다에 들어가려는 사람도 없다. 여차마을에서도 5가구만이 돌미역을 생산한다.
“자식한테 물려주는 건 나가 생각이 없지. 우리 같은 사람은 잠수병이 있어요.
사실 쉰일곱까지 했으면 그만 해야 맞지. 내 나이를 보면 몇 년 안 남았어요. 결국 한살림에 돌미역을 못 내는 날이 올기라. 그게 아마 몇 년 안 걸릴지도 몰라요.”

 

 

깊은 바다의 생명력을 담아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 미역은 이런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다. 얕은 바다에서 양식으로 키운 뒤 이물질을 떼기 위해 끓는 물에 삶아 염장한다.
센 조류 덕분에 양식은 어렵지만 대신 깨끗하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는 거제 앞바다의 자연산 미역과는 외형부터 다르다.

“우리가 봤을 때는 미역이라기 보단 파래 같아요. 얇고 종잇장 같은 것이 씹으면 오돌오돌한 맛도 없고. 어차피 먹는 거 한살림처럼 자연 그대로 먹는 게 좋지요. 솔직히 끓는 물에 넣어 영양이 파괴되는지 어쩐지 검사는 안 해봤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포자에서 나고 100일쯤 된 생명을 끓는 물에 넣어버리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시중 미역과 한살림 돌미역의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자연의 햇볕과 해풍으로 건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을 채취할 때는 항상 그 날 날씨를 고려한다.
“조합원들이 왜 이렇게 미역이 누런지 문의하는데, 태양건조의 특징이라고 설명하면 다 이해를 하지. 햇빛조차 안 보고 기계로만 건조된 거랑은 확실히 달라요.”
짧은 미역철이 끝나면 부부는 조합원을 만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 새벽에 버스 타고 일산 가서 매장 판매를 해봤는데 우에 난 놀랬어요.
한살림 한 번 빠져들었다 하면 우찌 알고 개미만치 줄지어 오시는지 신기해.
문 열기도 전에 줄 서 있는 조합원 보면 우리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고마운 한살림이기에, 그는 작은 것 한 개라도 한살림 것을 쓰기 위해 나가는 길엔 꼭 40분 거리의 거제매장에 들러 장을 봐 온다.

소고기를 넣지 않고 돌미역만으로 국을 끓여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감칠맛이 돈다.
이 한 줌의 미역을 따기 위해 바닷속을 마다 않고 들어갔던 장성택 생산자의 얼굴이 떠올라 내가 먹은 것이 맑고 푸른 거제 바다였음을 깨닫는다.
미역의 깊은 맛은 그 미역이 자란 수심에 비례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언젠가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애틋함이 배가 된다.

 

윤연진 사진 김현준 편집부

 


 

자연산돌미역 생산과정

 

 

1. 바위를 깨끗하게, 갯닦기


 
장성택 생산자는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따는 것은 오히려 재밌다 말한다.
갯닦기의 시간이 워낙 고되기 때문이다.
갯닦기란 긴 장대 같은 것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해조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추운 겨울 바다에 반쯤 몸을 담그고 바위를 닦는 일은 체력 소모가 너무 크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깨끗하게 닦아 놓으믄 미역 포자가 어디에 있다 붙는 건지, 하 참 신기하다.
갯닦기 시기는 어르신들 경험이지. 저 바위는 11월 20일에 닦아야 한다고 하면 그 때 닦아야지 12월 넘어 하면 미역이 안 와요. 그런데 요즘은 열심히 해놔도 예전만큼 미역이 오지 않아.
갯닦기만 했다하면 다 붙었는데 요즘은 힘들게 작업해 둬도 안 온 자리가 많아 아쉽지요.”

 

2.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


 
아침에 바다에서 따 온 미역을 여차해변에 쫙 펼쳐 말린다.
길이가 1m에 가까운 돌미역을 가지런히 발에 붙이는 것은 아내 유대순 생산자와 어머니의 몫이다.
서울에서 시집 온 유대순 생산자에게 어머니가 ‘서울내기가 이제야 잘 붙인다’며 칭찬한다.

“어머니는 65년 동안 계속 미역을 붙이신 베테랑이세요.
제가 15년이 넘으니 드디어 어머니께 인정을 받네요. 미역을 발에 잘 붙여야 곪는 곳 없이 고루 마르고 눅눅하지 않아요 . 잘 못 말리면 국이 금방 퍼져 버려요.”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9시에 널었다면 오후 5시쯤 걷는다.
말릴 때 바람이 적당하고 해가 좋아야 한다.
나머지 수분은 수산물 전용 건조기에서 날린 뒤 5분 거리의 한울타리공동체 공동작업장으로 옮겨 포장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7년 582호백로(白露, 9월 8일 즈음)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로 백로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농가에서는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기도 합니다.- 한살림 소식지 (582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82호) 보기 / PDF 다운로드
화, 2017/08/29- 10:28
103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7년 584호한로(寒露, 10월 8일)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는 때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즈음부터 산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짙어지고 국화가 곱게 피어나며,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등의 겨울새가 교체됩니다. 농촌에서는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기 위해 마지막 타작이 한창인 때입니다.- 한살림 소식지 (584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84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수, 2017/09/27- 09:30
61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7년 585호상강(霜降, 10월 23일)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집니다.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아침 이면 온 땅이 서리로 뒤덮입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핍니다. 한로에 심은 밀과 보리 싹이 뾰족하게 올라오고, 추수가 마무리되며 겨울맞이를 시작합니다.- 한살림 소식지 (585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85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월, 2017/10/16- 19:10
155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7년 586호 입동(立冬)에서 소설(小說) 무렵 표지인물_고이나 한살림경기남부 조합원 - 한살림 소식지 (586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86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수, 2017/11/01- 13:01
115
0
우리 동네 한살림활동, 한살림소식지에 광고하세요! 우리 모임 참 좋은데 이 행사 정말 뜻 깊은데 참여가 적을까 걱정되시나요? 한살림 소식지 <어우렁더우렁 사랑방>에서 홍보하세요! 많은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기다립니다. <어우렁더우렁 사랑방> 운영 안내 ○ 광고 내용 – 행사, 강좌, 교육, 모임, 도농교류, 연대활동, 봉사활동 등 한살림의 활동 ○ 마감일 – 매월 2번째 금요일 ※ 소식지 590호(12/26 발행) 광고(안) 마감 : 12/8(금) ※ 소식지 592호(1/29 발행) 광고(안) 마감 : 1/12(금) ○ 접수방법 (2가지 중 택1) – 인터넷 접수 _ https://goo.gl/oHxctu – 이메일 접수 _ .......
수, 2017/11/29- 10:14
95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7년 588호 대설(大雪)에서 동지(冬至) 무렵 12월 주제_먹거리 시민 어디서 누가 만들어 우리에게 왔는지 어떻게 조리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먹거리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배우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우리는 먹거리 시민입니다표지인물_서울 강동구 한마을어린이집에서 한살림 식생활교육을 받고 있는 손라윤 어린이 - 한살림 소식지 (588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88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월, 2017/11/27- 15:57
131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590호 소한(小寒)에서 대한(大寒) 무렵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이 하늘과 땅, 뭇 생명과 사람이 한살림으로 복을 짓고 서로 나누는 2018년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살림 소식지 (590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90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수, 2017/12/27- 12:08
110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592호 입춘(立春)과 우수(雨水) 무렵식품첨가물 시대 간편하고 혀에 착 감기는 맛이 좋지만,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먹은 가공식품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던 걸까요? 식품포장 뒷면의 세상을 열어봅니다.- 한살림 소식지 (592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92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월, 2018/01/29- 15:57
72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594호 경칩(驚蟄)과 춘분(春分) 무렵꿈꾸다 탈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벌써 7년. ‘탈핵’은 어느덧 식상한 단어가 된 듯합니다. 그럼에도 한살림은 여전히 탈핵을 꿈꿉니다. 핵발전으로 인한 위험이 커져가는 시대, 탈핵은 생명살림의 또 다른 말이기에.- 한살림 소식지 (594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94호) 보기 / PDF 다운로드
화, 2018/02/27- 16:01
26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596호 청명(淸明)과 곡우(穀雨) 무렵종이도 생명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한 데다가 쉽게 쓰고 버리는 문화에 젖어서일까요. 종이가 본디 생명에서 온 것임을 잊고 하찮게 대할 때가 많습니다. 종이를 아끼고 되살리는 것이 결국 나와 지구를 살리는 일임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한살림 소식지 (596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96호) 보기 / PDF 다운로드
화, 2018/03/27- 15:23
119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598호 입하(立夏)와 소만(小滿) 무렵알 고 먹 는 단 맛 단맛이 나는 것들에는 보통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당분이 들어 있습니다. 단맛은 피곤할 때 먹으면 기분을 끌어올려주고 요리할 때에는 식재료의 강한 물성을 완화해주는 좋은 기능도 하는데, 왠지 단맛은 뭐든 줄이고 참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세상에 있는 온갖 단맛 내는 것들 중에서 우리 몸과 마음을 해치는 감미료가 아닌 자연에서 온 건강한 단맛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골라 활용하게 되겠지요.- 한살림 소식지 (598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598호) 보.......
월, 2018/04/30- 15:21
41
0

살림의 길에서 만난 이 사람

이철만·금향 충주공동체 예비 생산자 부부

이철만·금향 부부는 북한에서 건너온 새터민이다.
쉽지 않은 세월과 머나먼 길을 지나 남한 땅에서 부부를 이루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의 예비생산자가 되었다.
우리와 같지만 조금은 다른 과정을 살아온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철만 생산자는 북한에서 밥을 굶고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밥 먹을 입을 줄이고자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구에 접한 함경북도 회령에 살았던 덕분에 중국을 넘나들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평안도에 살았던 금향 생산자도 밥을 굶지 않기 위해 돈 벌러 중국으로 건너갔다. 돈을 벌어서 북한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도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걸 알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신발을 신고 잤어요. 항상 도망갈 준비를 한 거죠.” 금향 생산자는 중국 공안이 언제 잡으러 올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여자가 나은 편이죠. 남자 잡을 때는 진짜 영화에서처럼 온다니까요.” 이철만 생산자는 중국공안이 탈북민을 잡으러 올 때는 총으로 무장하고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함께 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부부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중국보다는 남한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같았다. 중국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남한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못 사는 가족인데도 집이 세 칸, 네 칸씩 되는 거예요. 중국에서 고생하느니 잘 살고 말도 통하는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부부는 각각 중국을 넘어 제3국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직선으로 겨우 200km 거리지만, 그들이 남한 땅에서 부부를 이루기까지는 7,000km를 돌아와야 했다.

 

아주 큰 운동장에 버려진 짱돌
남한으로 오는 길은 죽을 고비의 연속이었다.
얼어 죽을까봐 바들바들 떨어서 야산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부부는 각각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남한으로 왔다.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다.

조사와 교육이 끝나자 한국정부는 정착금 300만 원을 쥐어줬다.
하지만 정착금은 남한으로 오는 길을 인도해준 브로커가 수수료로 전부 가져갔고, 땡전 한 푼 없이 사회에 나왔다.
이철만 생산자는 당시 ‘아주 큰 운동장에 버려진 짱돌’처럼 외롭고 절망적이어서 중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회사와 사람
이철만 생산자가 가구공장에서 일을 할 때 지게차 운전사가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매일 녹초가 되도록 일했지만, 월급은 슥슥 운전만하는 지게차 운전사가 더 많이 받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도,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 진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대안학교를 찾았다.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셋넷학교는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부부를 따뜻하게 품어준 둥지 같은 곳이었다.
이철만 생산자는 셋넷학교에서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하고, 일생의 반려자인 금향 생산자도 만났다. 서울 당산동에 있던 셋넷학교가 원주로 옮기면서 이철만 생산자도 원주로 함께 이사했다.

이철만 생산자는 빡빡한 서울을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배움을 통해 자존감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나서 다시 노동자가 되면서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민낯을 마주했다.

중장비 등 각종 자격증을 10개나 땄는데, 자격증은 종잇장에 불과했다.
건설장비를 운행하기 위해 취직을 했지만 장비에는 앉을 수도 없었다. 직업을 바꿔 자동차 정비도 하고, 특수장비차 제작도 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에서 ‘사람’을 느낄 수는 없었다.
사장님과 단둘이 가족처럼 일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는데, “우리는 가족”이라고 했던 사장님이 돈 계산을 하면서 자꾸 말을 돌렸다.

 

 

북한에서 가장 싫어했던 농사
다행히 산재보상을 받고, 치료와 회복을 위해 몇 달을 쉴 수 있었다.
셋넷학교 교장선생님이 농사를 지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이철만 생산자는 농사가 정말 싫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가장 안 좋은 직업이 농사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비료, 농약 등 농사를 짓기 위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반강제적으로 유기농사를 짓는데, 농기계가 없어서 순수하게 인력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고민 끝에 농부가 되기로 했다. “자본주의에서 느낀 건 사람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거예요. 농사를 지으면 돈 버는 부품처럼 취급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셋넷학교는 한살림원주 등 원주 지역 시민단체와 깊은 연대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철만·금향 생산자 부부도 그 인연으로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인 충주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냥 농약 쓰지 않는 곳, 비싼 곳 정도로만 알고 있던 한살림이 부부에게 점점 더 새롭게 다가왔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한살림은 아이에게 먹일 건강한 음식을 보내주는 곳이었고, 농사를 시작하고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를 기다리는 지금은 가족의 앞날을 돕는 고마운 손길이다.

이철만 생산자는 충주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해식 생산자에게 특히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농사 걸음마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시고 자리 잡게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지금 감자 파종도 했고, 생강 심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철만·금향 생산자 부부에게 꿈을 물었다.
“돈도 벌고 싶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평범한 대답이 오히려 반갑다.
한살림이 이 부부에게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도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곳이기를 바란다.

 

 

인터뷰·사진 장순철 정리 박근모 편집부

 

금, 2018/05/25- 18:19
70
0

재료의 산책

당근

 

사계절 내내 먹는 뿌리채소로서 아삭하고 당도가 높은 당근.
색깔도 참 예뻐서 요리에 자주 곁들이는 식재료입니다.
베타카로틴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서 일일 주스로도 많이 먹는 채소입니다.
해와 비와 바람을 맞고, 땅 속 기운을 품은 건강한 주황빛이 들었습니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볶아 먹으면 건강에 더 좋습니다.

 

물품정보
  • 중량 – 500g, 1kg
  • .생산지 – 제주, 경기 여주, 강원 홍천 등
  • 공급기간 – 연중 (6월~11월 내륙 생산지, 12월~6월 제주 생산지)

 

조리법

 

조리 방법
  • 껍질째, 기름과 함께
    베타카로틴(β-carotene)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영양성분으로 몸 속에서 비타민A로 변합니다.
    당근 껍질부분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되도록 껍질째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용성 성분이기 때문에 볶음으로 드시거나, 샐러드로 드실 때는 오일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베타카로틴은 생으로 드시면 흡수율이 10% 정도밖에 안되지만, 기름에 볶거나 튀기면 30~50%까지 높아집니다.
  • 식초는 피하세요
    식초는 베타카로틴을 파괴하기 때문에 당근을 넣는 요리에는 되도록 식초를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다른 채소와 함께 쓰지 마세요
    당근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오이, 무, 고추 등 채소와 함께 무치거나 즙을 내면 좋지 않습니다.
    다른 채소와 함께 조리할 때는 당근을 미리 살짝 데쳐서 사용하면 비타민C 파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보관법
  • 단기간 – 깨끗이 씻고, 물기 제거
    깨끗이 씻어 잔뿌리와 물기를 제거하고, 주방휴지에 싸서 지퍼백에 밀봉해 냉장 보관합니다.
    물기가 있으면 쉽게 썩을 수 있으므로 최대한 물기를 제거합니다.
  • 장기간 – 흙이 묻은 채, 신문지에
    흙이 묻은 채로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가능하다면 흙속에 묻어두면 좋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냉동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세척·손질법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흙을 제거합니다. 흙이 잘 빠지지 않거나 상한 부분은 도려냅니다.
당근은 껍질에 영양성분이 많으므로 되도록 껍질째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합니다.

 

도움말
  •  줄기를 자른 부위가 검은색을 띄는 것은 오래된 것이므로 빨리 드세요.
    자란 방향 그대로 놓으면 좀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 당근, 무 등 뿌리채소는 되도록 세워서 보관하세요.

 

금, 2018/05/25- 18:07
134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600호 망종(芒種)과 하지(夏至) 무렵쓰레기 줄이는 삶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일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분리배출만 잘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잉생산-불필요한 소비-쓰레기 양산-지구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끊는 일.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한살림 소식지 (600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600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월, 2018/05/28- 16:17
37
0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한살림 한살림 소식/ 장보기 안내 2018년 602호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무렵나답게 쉬는 법 여름입니다. 7월 무더위는 ‘물(水) 더위’여서 고온에 습기까지 많아 쉽게 지치는 시기지요. 이럴 때일수록 쉼과 일을 조화롭게 유지해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쉼도 유행처럼 경쟁하듯 해치우는 대신, 나에게 맞는 쉼 법을 찾아 나와 내 삶에서 중요한 것 사이에 일치를 이루는 쉼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한살림 소식지 (602호) 보기 / E-book 보기 - 한살림 소식지 (602호) 보기 / PDF 다운로드
월, 2018/06/25- 19:45
11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