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지방자치는 OOO의 삶을 바꾼다?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4)
세계 각국의 청년정책
청년이 힘들다고 난리다. 88만원 세대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청년들의 현실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저론이나 헬조선과 같이 청년들 스스로 만들어낸 자위거리들은 이미 그들끼리의 자조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몇몇 지자체들은 청년배당정책을 수립해 중앙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결국 실현했다. 또 다른 지자체들은 청년조례를 만들고 청년들을 위한 공간과 정책을 만드는데 여념 없다. 이러한 조례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 땅의 청년들을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청년들이 힘든 것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의 청년들과 88만 원 세대와 유사하게 등장했던 1000유로 세대의 유럽 청년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각국의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간략히 열거하자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저임금·비정규직, 비싸지만 열악한 주거환경, 학비와 생활비 대출자금,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일부 기성세대) 그리하여 이 글에서는 해외의 청년정책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본의 신졸일괄채용 시스템
일본 노동시장에는 ‘신졸일괄채용’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기업에서 대졸예정자의 졸업 앞선 해에 한 차례 일괄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중·일 청년들의 현실을 비교한 기사에 의하면, 이 시스템으로 인해 일본 대학생들이 걱정하는 것은 취업 자체가 아니라 취업 이후의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이 아니라면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한다. 계약직이라도 정규직과 연봉이나 인센티브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졸일괄채용’과 같은 안정적인 노동시장 연계 구조도 1990년대 이후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학 졸업 후 직업세계로의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졸업한 지 3년 이내인 졸업자를 새로운 졸업생과 같이 대우하여 비록 졸업 후일지라도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책을 강화하였고, 졸업 전 구직 하지 못한 졸업자들을 위한 ‘실업 졸업생 집중 지원 2015(intensive support for unemployed graduates 2015)’을 마련하고, 졸업 후에도 개별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홍콩 노동부의 고용 프로젝트
2014년 11월 홍콩은 학생들의 도심점거시위로 뜨거웠다. 당시 홍콩 정부는 2015년 시정계획에 ‘청년사무위원회’ 신설과 같은 청년층 지원책을 반영할 것이라 알렸다. 2015년 홍콩 노동부는 청년들의 고용가능성을 높이고 고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서비스업과 문화산업의 결합이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Y worker’라는 이름의 YWCA의 직장임시훈련 프로그램 2015로, 직장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청년들에게 임시직을 통해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학교와 결합하여 청년들에게 이러닝(e-Learning)을 통한 OJT(직업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홍콩 노동부는 청년고용과 훈련 프로그램(Youth employment and training programme, YETP)을 시행 중이며, OJT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 영역의 기업들과 결합하여 채용의 날(Recruitment Day)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2016년 4월 홍콩 거주 16~35세 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취업설문조사에 의하면, 절반 이상의 청년들이 미래 취업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고 특히 응답자 중 30%는 중국 본토에서의 취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40%가 높은 임대료로 창업이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에 본토로의 진학을 확대하고, 단순 체험이 아닌 일자리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유럽의 청년보장 제도
유럽의 대표적 청년고용정책으로는 청년보장(Youth Guarantee, YG)제도가 있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혹은 실직한 청년들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한다. 25세 이하의 청년들에게 최대 4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제 교육 또는 실무 수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YEI(Youth employment initiative, YG제도를 지원하는 주요 EU재정 자원의 하나로 2014~2020년까지 64억 유로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음) 예산이 배정된 국가의 경우 청년들에게 재정이 지원되기도 한다. 청년보장 프로그램은 주로 고용교육·훈련, 학교 중퇴 예방과 치료교육, 고용중개, 직접고용 창출, 고용 인센티브, 스타트업 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된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출처 : www.youth-guarantee.eu
– 고용교육 및 훈련 : 청년들이 직무 숙련도를 높여 노동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벨기에 플랜더스 지방에서는 직장 내 훈련 프로그램(IBO)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1~6개월 간 진행된다. 훈련생을 받은 고용주들은 훈련기간이 종료된 후 고용을 해야 하는데, 과거에는 영구 취업계약을 해야 했으나 현재는 최소 훈련 기간만큼의 고정계약도 가능하도록 수정되었다. IBO 기간이더라도 훈련생들은 여전히 구직자로 등록되어 있어 관련 혜택은 그대로 다 받을 수 있다.
– 학교 중퇴 예방과 치료교육 : 독일은 청년들이 중등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학위 과정 중 중도이탈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페인도 학교를 떠난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second-chance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 고용 인센티브 : 보통 고용 후 임금에 대한 보조금 형태로 이뤄지거나, 사회보장 보너스 등을 통해 고용 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덴마크는 사기업에서 실직 청년을 채용할 경우 최대 1년 간 임금 보조를 해주고 있으며, 스웨덴은 36세 미만의 청년을 고용할 경우 31.42%인 사회보장기여금 비율을 15.49%로 낮추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세계의 청년정책은 대체로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원활한 이행을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국가의 지원과 함께 노사 및 지역 간 협업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전의 청년들에게 일자리 경험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특성은 교육개혁으로도 연계되어, 유럽의 경우 교육시스템의 현대화와 함께 개인의 자질을 발견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일본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프리터free arbeiter) 족,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들이 급증하는 등 진로선택의 개인주의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학교 및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체험활동 중심의 진로교육정책이 중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진로체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학교나 지역사회 모두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쉽지 않고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이 시대에, 학교와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길 잃은 청년으로 자라지 않도록 자기 자신과 일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희망제작소는 올해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형 진로프로그램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진행한다. 8개월이란 시간동안 유의미한 메시지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을 살아갈 이 시대의 청년·청소년과 함께 일이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보고자 한다.
글 : 조현진 | 시민사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http://interactive.hankookilbo.com/v/75b16ccc206e481eaf54ea0d406c520c/#article
• http://www.mhlw.go.jp/english/wp/wp-hw9/dl/05e.pdf
• www.hkeconomy.gov.hk/en/pdf/er_15q4_ch6.pdf
• http://www.yes.labour.gov.hk/ypyt/en/tm_yetprd_20160519.htm
• http://www.wsnews.co.kr/sub_read.html?uid=9442
• ‘일본의 청소년 진로교육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고찰-진로직업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일본문화연구 46, 2013, pp.5-31
• ‘The youth guarantee programme in Europe: Features, implementation and challenges,’ Veronica Escudero and Elva Mourelo, ILO working paper No4, 2015
• ‘OECD의 유럽 청년보장(Youth Guarantee) 제도 사례 연구’, 김문희, The HRD Review, 2015
• ‘Youth employment measures-Best practices,’ Christa Schweng, Opinion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2014
• ‘일본의 청소년 진로교육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고찰-진로직업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일본문화연구 46, 2013, pp.5-31
• ‘지역 진로직업체험 인프라 현황과 과제’, 장현진, 한국진로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2014
한살림 이즈음 밥상
생명력 가득한 햇것들로 꽉 찬 가을
단호박햅쌀영양밥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화창한 가을볕에 일광욕을 즐기고 싶은 나날입니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으뜸은 좋은 햇살에 한껏 무르익은 햇곡식과 햇과실 때문 아닐까요.
유독 마음 졸이는 날이 많았던 올해도, 자연은 우리에게 풍성한 결실을 내어 주었습니다.
이토록 고마운 선물들로 특별한 밥을 지어 봤어요.
밥벌이를 하느라 밥을 거르며 사는 일이 많은 요즘,
갓 지은 구수한 밥 한 술에 그동안 잊고 지낸 밥심이 느껴집니다.
작고, 하얗고, 통통한 이 밥알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꼭꼭 씹으며 도란도란, 자연과 벗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가을의 만찬.
식후에는 빛깔 고운 햇과일을 베어 물며 한낮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싶네요.
풍요로움을 가득 담은 가을 밥상 한 끼 든든히 드시고, 에너지 넘치는 황금빛 가을 보내세요!
글 윤연진 편집부
단호박햅쌀영양밥
이렇게 만들어요!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재료
재료
단호박 1개(1kg), 백미 1컵, 찹쌀백미 1/2컵, 깐은행 4알, 깐밤 6개, 생표고버섯 1개, 건대추 2개, 물 1과1/2컵
*양념장 : 진간장 1큰술, 다시마국물 1큰술, 참기름 1큰술, 볶은참깨 1큰술, 다진 파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한살림 요리 – 단호박햅쌀영양밥 밥짓기
방법
❶ 백미와 찹쌀백미를 깨끗하게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❷ 건대추는 깨끗이 닦아 씨를 뺀 뒤 3등분하고, 깐밤은 반으로 나눈다.
표고버섯은 밑동을 떼어 내고 채 썬다.
❸ 깐은행은 달군 팬에 현미유 약간을 두른 뒤 볶아 주방휴지로 감싸 비벼가며 껍질을 벗긴다.
❹ 압력밥솥에 물, 백미, 찹쌀백미, 깐밤, 표고버섯, 건대추를 넣고 밥을 짓는다.
❺ 김이 오른 찜기에 단호박을 넣고 5분간 찐 다음 단호박 윗면을 자르고 속씨를 파낸다.
(단호박 두께에 따라 익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므로 젓가락 등으로 찔러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익힌다)
❻ ④의 밥이 완성되면 깐은행을 넣고 고루 섞어 ⑤의 단호박 속에 채워 넣는다.
(단호박에 밥을 채울 때 뜨거운 채로 넣으면 김이 차서 밥이 질어질 수 있으니 한 김 식혀서 넣는다)
❼ ⑥의 단호박을 김이 오른 찜기에서 10분간 찐 다음 양념장과 함께 낸다.
불안했던 세기말, 1999년 개봉한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매트릭스는 종교적, 철학적, 과학적, 정치적, 사회적 영화장치들이 치밀하게 배치된 21세기 영화사의 걸작으로 불린다. 이 영화가 이런 장치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정해두고 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매트릭스가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인간의 삶에 관한 수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21세기 지구의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문제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키워드들은 오늘날 도시재생이 급격히 대두되게 된 배경과 유사한 맥락들을 갖고 있다.
소통의 단절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사이버 공간에서 소외된 채 살아간다. 매트릭스 자체가 사이버 공간이기도 하지만 중의적으로 주인공은 해커가 되어 자신이 사는 세계의 본질을 알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검색으로 지새운다. 그는 도시 안에서 만나는 직장 상사나 암거래 고객과는 표면적 관계만 맺고 있을 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커뮤니티가 없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계약으로 맺어진 공간이기에 그렇다. 간혹 인간적 관계를 맺었더라도 각자 사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업무로 인해 쉽게 엇갈리게 된다. 만일 네오가 세계의 본질을 같이 논의하고 탐구하는 공동체를 만났다면 영화는 다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간단한 취미 수준의 동호회는 모르겠지만 세계의 정체를 밝히려는 모임은 권력에 의해 제거되어야 할 조직이기에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간이 점점 다양한 생각, 가치관, 기호를 갖게 되는 것은 정보와 사회의 발전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다양한 개체들은 도시의 삶 속에서 파편화되어 소외되고 다시 소통과 공동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만 현실에서는 소통을 추구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일상에서 풀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소통에 다다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불평등의 누적
이 세상의 본질적 지배요소는 무엇일까? 흔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본, 국제권력, 종교, 문화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일차적 문제는 도시에 모여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와 정보 그리고 기술과 교육의 기회가 점점 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이다. 이런 권력구조를 평범한 도시민들이 만회할 수 있는 힘은 연대와 단결이며, 정책적 요소로는 공유, 사회보장제도 등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오라클은 그리스신화의 의미 그대로 예언자로 기능하는데, 사회에서 소외받고 불평등에 고통받는 슬럼가의 흑인들과 빈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슬럼가에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가려진 진실을 알리는 선지자들로 키워진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기계권력에 대항하는 저항군 세력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고, 민중들이 어려움을 돌파하도록 지원하는 하방연대의 중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오라클 같은 수많은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존재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인 사회기여활동이나 네트워크화된 활동을 하고, 끊임없이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도시를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의 구조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하곤 한다.
참여기회의 제한
네오를 포함한 매트릭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회참여를 통해 점차 세상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자신이 가진 문명의 편의를 버리고 나서야 하는 투쟁 앞에 망설이고, 전투에서 공포를 느끼던 주인공들은 권력의 본질, 억압의 구조, 참여의 의미, 동료로서 서로의 역할과 지원에 대해 깨닫고 신뢰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어쩌면 도시민들의 요구는 다양한 주제, 다양한 영역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자아실현이 그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아실현은 사회적 활동과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참여의 질이 올라갈수록 개인이 느끼는 삶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무엇을 즐기는 사람이 혼자 즐기는 단계에서 발전하고 싶어할 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되면서 결국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도시는 사람들의 이런 다양한 참여욕구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참여의 욕구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참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은 모든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도시에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핵심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소외, 불평등, 자아실현 통로의 단절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문화공동체 지원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도시의 문제들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본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도시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도시를 발전시키겠다고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도시민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도시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도시민의 삶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재생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행정은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시재생을 통해 일상에서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생명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글 : 이남표|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3
마을 일에 침묵하던 주민들이 입을 열게 된 까닭
도쿄 도 신주쿠에서 중앙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미타카 역이 나온다. 쾌속선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으로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타카 역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브리 박물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지브리 박물관의 정식 명칭이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즉, 지브리 박물관은 (주)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아닌 미타카 시민의 재산인 것이다. 어떤 경위로 지브리 박물관이 미타카 시민의 공공재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일까?
미타카 시는 시내의 도립 이노카시라 공원에 문화시설을 만들고자 소유자인 도쿄 도와 1992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1997년부터 지브리 박물관 건립을 계획해 온 지브리는 미타카 시에 공동으로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내에 민간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미타카 시와 시민들은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브리가 건축물을 미타카 시에 기부하고 시의 공공시설로 미술관을 건립한 후 지브리와 미타카 시 그리고 니혼TV가 함께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을 관리 운영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방식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적인 실험 사례가 된 것이다.
미타카시의회는 ‘미술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관 건립에 관한 안건들을 공개적으로 검토한 뒤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시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마을 만들기 추진 협의회’를 조직해 교통대책과 지역활성화 대책을 협의했다. 이렇게 해서 인구 19만의 미타카 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지브리 박물관을 시민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의 인텔리전트 도시’로 불리고 있는 미타카식 민관 협동 사업의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주민참여와 협동의 시정
미타카 시의 시민참여와 파트너십에 의한 시정은 약 5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미타카 시는 1950년부터 시정이 시작되어 1955년 사회당 출신의 스즈키 헤이사브로가 3대 시장에 당선됐다. 5기에 걸친 20여 년간의 재임 동안 그는 혁신 시정을 펼치면서 현재의 미타카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 하나가 시를 7개의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별로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여 주민협의회가 이를 운영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정’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시민들을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1971년 커뮤니티센터 조례가 제정돼, 1973년에 오사와에 제1호 커뮤니티센터가 개관됐다. 1972년에는 ‘미타카 시 기본구상’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시민의 모임’이 구성됐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975년 ‘미타카 시 기본 구상’이 책정되었고 시의회에서 가결돼 미타카 시정의 기초가 됐다.
노동조합 출신의 사카모토 마사오 시장 또한 4기에 걸쳐 16년간 스즈키 시장의 커뮤니티 시정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서 1984년 렌자크 커뮤니티센터를 마지막으로 7개 지구의 커뮤니티센터가 완성되어 주민협의회가 운영하게 되었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지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이었다. 다양한 시민 및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종 시민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1981년에는 7개 지구 주민협의회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카르테’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카르테란 시민 스스로 지역적 과제를 진단하고 ‘마을만들기 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시가 이를 미타카 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하면서 커뮤니티 시정은 한층 발전했다. 커뮤니티 카르테는 주민협의회가 선출한 ‘카르테 작성 위원회’에 의해, 1981년, 1984년, 그리고 1989년 모두 3회에 걸쳐서 작성됐다. 카르테 작성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됐다’, ‘주민자치란 관용과 조정,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정치란 현실의 통찰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타카 시의 시정은 ‘참여에서 협동(파트너십)으로’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제 5대 야스다 요지로 시장은 미타카 시 공무원 출신으로 스즈키 시장과 사카모토 시장의 시정을 보좌해 왔었다. 그 덕분에 시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민회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마을만들기 계획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민협의회 멤버뿐만 아니라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지역에 공원을 만들고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워크숍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꿈의 공원 만들기(이노카시라 테노히라 어린이 놀이터) 워크숍’과 ‘마루이케 부활 플랜 만들기 워크숍’이 유명하다.
시작부터 시민참여로 이뤄진 미타카 시 기본계획
1999년 10월 미타키 시 시민들로 구성된 NPO조직 ‘미타카 시민 플랜 21 회의’가 발족했다. 미타카 시의 기본 구상・제3차 기본계획을 책정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직접 그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에 제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이는 시가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의 시민회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민참여 방식이었다. 즉, 시가 원안을 작성하기 전에 백지상태에서 시민회의가 구성됐다. 시민회의의 구성원 또한 공모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1995년 결성된 ‘미타카 시 마을 만들기 연구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기존의 공원 만들기나 학교의 재건축 등에서 이뤄졌던 워크숍 방식의 시민참여가 시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서 토론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시에 제안한 것이다. 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먼저 준비위원회를 공모했다. 준비위원회는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의 형식과 회의 운영의 기본 규칙 등을 정하고 시민 참가자를 공모했다.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자유 참가 형식이었다. 이 공모로 모인 375명의 시민들이 1999년 10월 ‘미타카시민플랜21회의’를 출범시켰다.
시민플랜21회의는 미타카 시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고 10개의 분과 위원회로 나뉘어 계획을 수립하기 했다. 1년간의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미타카시민플랜21’을 완성하여 이를 시에 제출하게 된다. 미타카시민플랜21은 지구・협동・순환・ 공생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정리돼 있으며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신기본구상과 제3차 기본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시민플랜21회의는 시의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에 최종안이 책정돼 그해 9월에 의회에서 의결됐으며, 이를 수용해 제3차 기본계획이 2001년 11월에 확정됐다. 임무를 마친 시민플랜21회의는 3년에 걸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시민플랜21회의는 이듬해 마크하리멧세에서 열린 일본 행정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행정의 시작부터 시민들이 참여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궁극적인 시민참여 행정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요하라 케이코 현미타카 시장이 바로 시민 플랜 21회의 3명의 의장 중 한 명이었다.
침묵하던 시민들 시정운영에 입을 열다
2006년 8월 26일~27일, 미타카 시 시민협동센터에서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개최를 위해 미타카 상공회의소와 미타카 시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회의소 회원 12명, 미타카 시 공무원 4명, 시민단체 회원 6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실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실행위원회는 6개월 동안 총 3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우선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토론회 참가 의뢰서를 발송했다. 그중 87명의 시민이 참가 승낙서를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87명 중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참가자 60명을 선발했다. ‘무작위 선발’이란 방식으로 참가자를 결정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에게 관련 현황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전・안심 마을 만들기-어린이 안전’을 주제로 1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5명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과제별로 그룹의 토론 멤버를 교체했다. 각 그룹은 제출된 다수의 의견 중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한 뒤, 그룹 대표가 전체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찬성하는 의견에 투표를 했다. ‘경찰과 시청, 학교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협의회를 만든다(총득표 14), 퇴직한 시니어들로 유급 어린이 보호관을 양성한다(총득표27)’ 등의 의견이 제안되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진짜 시민이 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물론 토론회의 효과는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그치지 않았다. ‘제출된 제안들이 시민과 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와 행정에서 해야 할 과제가 각각 구별돼 있고 매우 현실성이 높다’며 ‘제안의 질’ 또한 높이 평가됐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미타카 시는 무작위 선발에 의한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를 매년 정례화시켰다.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시의 종합기본계획 책정, 외곽순환도로 주변의 마을만들기, 방재 마을만들기 등등 해마다 주제를 바꿔 개최되고 있다. 매년 각 연령층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침묵하던 다수의 시민들이 모여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고 질 높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참여의 경험이 없었던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여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미타카 시의 토론회는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타카 시는 앞으로도 시민참여와 협동을 기반으로 한 시정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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