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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볼턴은 정말 그렇게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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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볼턴은 정말 그렇게 위험합니다”

익명 (미확인) | 월, 2018/05/28- 19:59

“Yes, John Bolton Really Is That Dangerous”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맥매스터를 경질하고 존 볼턴을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혔을 때 사설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존 볼턴은 공공연히 “북한에 대한 선제 폭격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당하다”고 외치는 강경파 중의 초강경파다. 미국이 힘으로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해야 한다고 믿는 ‘네오콘’의 핵심으로 꼽혀 왔다. 북·미 정상회담을 두 달여 앞두고 이런 인사를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자리에 앉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임명 직후 그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얘기했던 것은 다 지나간 일”이라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적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을 때 볼턴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볼턴 보좌관 그룹이 대북 정책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이를 두고 “네오콘의 승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상회담 취소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던 북·미 간의 상호 비방 역시 볼턴이 출발점이었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를 테네시주로 가져가야 한다”며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 그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은 담화문에서 “지난 기간 조미(북·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격분을 토로했다. 김 부상은 볼턴을 세 차례나 언급했고 “조미수뇌회담 재고려”까지 꺼내들었다. 여기에 펜스 부통령의 도발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다행히 북한이 김계관 명의 담화문으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재차 표명한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제든 볼턴과 같은 초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지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운명이다. 당장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미국 일방주의 외교의 전형

 

볼턴은 1948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소방관이었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는데 주로 노동계급 이웃들 틈에서 자랐다고 한다. 소년 시절부터 보수주의에 매료됐던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보여 1964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 선거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예일대에 진학한 그는 1970년 최우수 등급(숨마 쿰 라우데)으로 졸업한다. 이어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법무박사(JD) 학위를 받는다.

예일대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볼턴은 베트남전 징병 추첨에서 징집 대상으로 뽑힌다. 그러나 그는 징집 명령이 떨어지기 전 메릴랜드 주방위군으로 입대한다. 당시에는 월남전 파병을 기피하기 위해 주방위군에 지원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훗날 “나는 동남아의 논바닥에서 죽기 싫었다. 베트남전은 이미 패배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전쟁광’으로 꼽히는 그가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아직까지도 비난받는 대목이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볼턴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를 거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화당 정권에서 활동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 측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하면서 플로리다 주 개표 논란에 대응하며 맹활약했다. 이 공로로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2001~2005년)을 맡았다. 이때 이라크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보를 퍼뜨렸다. 미국 정보기관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이 주장은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지만 볼턴은 이후에도 이라크전은 옳았다고 계속 주장했다.

괄괄한 성격에 무자비한 관료적 승부 기질을 가진 볼턴은 국무부 내부에서도 분란을 일으켰다. 정당한 지적을 하는 부하 직원을 파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딕 체니 부통령 등 실력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용해서 하고 싶은 일을 관철하는 등 독선적 행동을 일삼았다. 때문에 상관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수석 참모회의에서도 배제했다. 훗날 볼턴의 유엔 대사 지명에 이뤄졌을 때 공화당 의원들은 파월 전 장관에게 그의 자질을 물었다. 파월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정책 사안에서도 같이 일하기 벅찬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볼턴은 결국 유엔 대사 지명에서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하고 휴회기간을 통해 변칙 임명됐다.

볼턴은 북한과 악연이 깊다. 북·미 제네바 합의가 붕괴되고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북한과 미국은 경수로 발전소, 중유 제공과 핵개발 포기를 맞바꾸는 제네바 합의를 맺는다. 제네바 합의는 2002년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격 파기된다. 이 사실은 <USA투데이>에 실리면서 기정사실화됐는데, 이 정보를 볼턴 쪽에서 유출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네바 합의 파기를 위해 볼턴만큼 열심히 한 사람이 없었다”(뉴욕타임스)는 건 사실이다.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도 볼턴과 무관치 않다. 북한을 겨냥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입안한 것도 볼턴이다. 2003년 볼턴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북한을 지옥 같은 악몽의 나라로 만든 폭군”이라고 말했다가 북한으로부터 “인간쓰레기며 흡혈귀”라는 비난을 받았다. 북한은 2003년 제1차 6자회담을 앞두고 볼턴이 미국의 수석대표로 나오면 상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볼턴은 결국 협상장에 나올 수 없었다. 볼턴은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유엔 대사로 있으면서 북한을 완전 봉쇄하는 대북 제재안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유엔 대사를 지냈지만 정작 볼턴은 유엔을 ‘회색지대’ 정도로 폄하하며 ‘미국 일방주의’ 외교의 전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힘을 통한 국제문제 해결만이 가능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이 유엔이나 국제협약의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란 핵문제는 폭격이나 정권교체로만 해결 가능하다” “전쟁을 해서라도 중국을 주저앉혀야 한다”는 발언에서 그의 극단성이 느껴진다. 폭스뉴스 해설자로 활동하고 우파 성향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슬람 혐오 음모론을 펴고 반이슬람 단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20180528
사진: 중앙일보

 

볼턴을 임명한 트럼프의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앉혔을까. 더구나 볼턴 임명 전 주에는 역시 온건파로 불리는 렉스 틸러슨을 해임하고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에 지명하기도 했다.

볼턴은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부터 국무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트럼프가 그의 ‘콧수염’을 싫어했기 때문에 기용하지 않았다는 설이 나왔다. 물론 부시 행정부 시절 고위관리를 지낸 이들 상당수가 임명에 반대한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고집스러워 보이는 콧수염이 오히려 북한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볼턴 기용이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말한다. 볼턴을 배경에 세워놓는 것만으로도 북한으로서는 인상을 쓰고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만약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실패할 경우 볼턴은 즉각 이를 북한을 공격할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대통령이 국무부와 국방부를 포함한 모든 국가안보 기관의 견해를 고루 듣고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한편으로 대통령의 명령을 각 기관에 전달하기도 한다. 존 볼턴은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내 역할을 정직한 중재자로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역대 국가안보보좌관들은 막강한 비공식적인 힘을 행사했다. 존 볼턴이라면 더욱이 믿기 어렵다.

다만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 선언이 보여주듯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 외에 아무도 알기 어렵다. 볼턴의 방식이라면 ‘선 비핵화 후 보상’이 맞겠지만 트럼프는 단계적 해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나오고 있고 북한도 “트럼프 방식을 은근히 기대했다”고 맞장구친 상태다. 오히려 볼턴이 자기 의견만 강하게 내세울 경우 단명한 트럼프 정부의 다른 인사들처럼 되기에 십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참고자료

[wikipedia] John R.Bolton

[시사저널 2005.5.12] 누가 존 볼턴 좀 말려줘요!

[시사인 2018.4.12.] 핏대 올리던 존 볼턴 ‘정직한 중재자’ 될까

[신동아 2018.4.25.]‘김정은 천적’ 존 볼턴

[국민일보 2018.3.27.]‘정말 위험한’ 존 볼턴

[한겨레 2018.5.21.] 존 볼턴

[한겨레 2018.5.16.] 강경한 존 볼턴… 반격한 김계관

[중앙선데이 2007. 4. 29] “럼즈펠드는 행정부서 만난 가장 무례한 사람”

[프레시안 2018.5.25.] 문정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네오콘의 승리”

[허핑턴포스트 2018.3.23.] 트럼프의 새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이렇게 극단적인 인물이다

[뉴시스 2018.3.23.]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존 볼튼은 누구?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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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실상은 이렇다</h1> <h2>[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대북제재 연속기고 ①] 북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일괄 철회해야</h2> <p> </p> <p style="text-align:right;">정동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국제협력 TF 팀장</p> <p> </p> <p><span style="color:#7f8c8d;">지난 2월,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었습니다. 정부는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할지에 대해 다양한 필자의 칼럼을 연속 기고합니다. - 기자 말</span></p> <p> </p> <p><img alt=""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0411/IE002482387_STD.jpg&…; style="width:800px;height:450px;" /></p> <p><span style="color:#e74c3c;"><span style="font-size:12px;">▲ 대북 식량지원 아일랜드가 자국 국제구호단체에 약 11만 달러(약 1억3천만원)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자금을 전달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 보도했다.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 기부금의 흐름을 집계하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재정확인서비스(FTS)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달 말 대북 식량안보 사업을 위해 아일랜드의 국제구호단체인 "컨선 월드와이드"에 11만3천여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최근까지 아일랜드를 포함해 스위스, 스웨덴, 독일 등 총 4개국이 대북 지원에 나섰다고 RFA는 설명했다. </span></span><span style="color:#e74c3c;"><span style="font-size:12px;">ⓒ 연합뉴스</span></span></p> <p> </p> <p> </p> <p>"유엔 대북지원단체 4곳에 제재 면제 승인", "대북 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면제 늘어" 2019년 들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유엔 제재 면제를 받는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보도된 기사들이다. 기사만 보면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인도적 지원 사업은 지속해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p> <p> </p> <p>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22일 모든 종류의 산업 장비와 수송용 차량, 강철 및 기타 금속류와 같은 물자의 북한 내 반입을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추가로 발표하였다.</p> <p> </p> <p>언뜻 보면 위에 나열된 물품들은 인도적 지원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금지 품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에 필수적인 의료 기구(주사기, 살균 장비, 초음파 장비, X-ray 장비 등)와 식수 장비(식수 탱크, 파이프, 보일러 등) 그리고 농업 자재(관수 장비, 온실용 파이프 등)도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아이들 접종을 위한 주사기 지원도 주사기 바늘이 금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재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p> <p> </p> <p>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 25항에 따르면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 내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북한 내에서 주민들을 위해 지원과 구호 활동을 수행하는 국제기구와 NGO 활동을 제한할 의도가 아님을 밝히고 있으며, 오히려 국제기구 및 NGO 활동을 촉진하거나 제재 면제가 필요할 경우 활동 사안별로 제재를 면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p> <p> </p> <p>나아가 제재 위원회는 2018년 8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지만, 대북제재는 실질적인 인도적 지원 사업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인도적 지원 단체들은 활동에 있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p> <p> </p> <h3>대북제재 강화돼도 인도적 지원은 괜찮다?</h3> <p>먼저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지원 물자의 종류와 수량, 전달 방법과 경로, 전달 예정일, 물품 전달에 관련된 업체와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 등을 제출하여야 한다.</p> <p> </p> <p>실제 물자 전달 과정에서 제재 면제 신청서 내용과는 다른 변경상황이 발생할 경우 면제 승인이 효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물자에 따라 인도적 지원 단체들은 제재 승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물품 구매를 위한 입찰 또는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와 진행 과정의 복잡함 때문에 현재까지 제재 면제를 받은 인도적 지원 사업은 2017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21건(2019년 4월 10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p> <p> </p> <p>제재 면제 과정에서 소요되는 긴 시간도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식량안보와 질병 그리고 자연재해와 같은 긴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례로 결핵과 말라리아 사업을 위한 유니세프의 제재 면제 신청은 2018년 8월 31일 제재 위원회에 제출되었지만 5개월 후인 2019년 1월 18일에 제재 면제 승인이 이루어졌다. 또한 농촌 지역 보건소와 유치원 등 지역사회에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기 위한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식수 및 위생사업 제재 면제 신청은 2018년 11월 15일 제출되었지만 2019년 1월 31일이 되어서야 제재 면제를 승인받을 수 있었다.</p> <p> </p> <p>분야에 따른 선별적인 제재 면제 경향도 북한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3월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43.4%인 1090만 명으로 2018년 발표한 1030만 명보다 60만 명 증가하였다. 또한 5세 미만 아동 5명 가운데 1명은 만성 영양실조(stunting)를 겪고 있다.</p> <p> </p> <p>이처럼 영양부족을 겪는 인구의 증가는 북한 내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난 2018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95만 톤으로 2017년 대비 9% 하락하여,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보건, 식수 사업과는 다르게 농업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은 제한되고 있다.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 사업 제재 면제 신청은 2018년 5월에 3건, 10월에 1건이 인도적 지원 단체가 속한 국가로 제출되었지만 아직 제재 면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p> <p> </p> <p> </p> <h3>보이지 않는 대북제재</h3> <p><img alt=""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0411/IE002482386_STD.jpg&…; style="width:800px;height:484px;" /></p> <p><span style="color:#e74c3c;"><span style="font-size:12px;">▲ 북한 각 학교에서 열린 개학식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새 학년을 맞아 전국 각 학교에서 개학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span></span></p> <p> </p> <p>유엔 제재 위원회로부터 대북 제재 면제를 받더라도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또다시 거쳐야 하는 보이지 않는 제재들이 존재한다.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개별 회원국의 대북제재까지 면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에 개별 회원국 판단에 따라 지원 물품의 북한 내 반입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p> <p> </p> <p>현재 대부분의 대북지원 물자들은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반입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세관을 통한 인도적 지원 물자들의 북한 내 반입이 난항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 본부를 둔 한 인도적 지원 단체는 유엔으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세관을 통관하지 못해 아직 물자 전달을 못 하고 있다. </p> <p> </p> <p>더불어 유엔의 금융 제재와 회원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특히 대북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로 금융 기관과 민간 업자들은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유엔 및 개별 회원국의 제재 면제를 승인받는 경우나 대북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사안의 경우에도 혹시 모를 리스크 감수를 꺼린다.</p> <p> </p> <p>그 결과 물품을 제공하는 업체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물품 대금 지급을 위한 송금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은 북한 어린이 영양식을 제공하기 위해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밀가루를 중국에서 구입 후 전달하는 것에 대해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도 거의 모든 한국의 은행들이 북한 인도적 지원에 관련한 송금을 거부하고 있어 대금 지급과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p> <p> </p> <p>한편 한국에 기반을 둔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유엔 대북 제재 면제를 받는 과정은 국제기구나 국제 인도적 지원 단체들보다 더욱 험난하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유엔 제재 면제를 받은 기관 가운데 한국 소속 인도적 지원 단체는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p> <p> </p> <p>한국 소속 단체들이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일부의 물자 반출 승인이 필요하다. 이때 요구되는 자료는 북한 사업 담당 기관과의 사업 합의서 그리고 지원할 물자에 대한 전략물자관리원의 전략물자 판단 여부 등이 있다. 통일부의 반출 승인은 물론 유엔의 제재 면제에 대한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측 사업 담당 기관과의 지원에 대한 약속을 체결하고 업체를 통한 물자구매 입찰 또는 계약을 선행하기란 개별 단체들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p> <p> </p> <p>우여곡절 끝에 신청서를 작성하더라도 제재 면제 신청서 제출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사례로 한 한국 소속의 인도적 지원 단체는 2019년 초 통일부를 통해 유엔 제재 면제 신청서를 제출하였지만, 주무 부처인 외교부, 그리고 한미워킹그룹까지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청서가 유엔 제재위원회에 제출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p> <p> </p> <h3>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일괄적인 제재 철회 필요한 때</h3> <p>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인 견지와 이해관계를 떠나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북한 주민에 대한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의 지원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유엔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예외 원칙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북제재가 인도적 지원을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부작용을 끼치고 있다고 서술한 최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패널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p> <p> </p> <p>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국제법에서 보장된 식량, 식수, 건강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삶의 기준에 대한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어려움에 부닥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 분야에 대한 일괄적인 제재 철회와 더불어 회원국들의 행정적인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절차의 간결화와 함께 한국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p> <p> </p> <p><a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7180&quot; rel="nofollow">*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a> </p> <p> </p> <blockquote> <p>[연재 기사 보기] </p> <p><strong>①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실상은 이렇다</strong></p> <p><a href="http://bit.ly/2VIQgM7&quot; rel="nofollow">② 독일 통일의 혼란을 줄인 비결, '이것' 덕분이었다</a></p> <p><a href="http://bit.ly/2Z4XFrr&quot; rel="nofollow">③ 북한이 양보할 거라고? '제재만능론'은 틀렸다</a></p> </blockquote></div>
목, 2019/04/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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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열풍? 제국의 장벽은 높다!

제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 참여사회연구소 기획위원

 

버니 샌더스 열풍이 뜨겁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미국 정치의 별종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 경선에 뛰어든 뒤에 세계인의 눈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와 도널드 트럼프에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평소 진보 정당들을 무시하기 일쑤이던 언론이 돌연 "이 땅의 샌더스는 어디 있느냐"며 절규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라고 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한 '사회주의자' 정치인에 열광하는 걸 타박할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교체가 쉽지 않을 성싶은 불길함을 미국 대선 정국의 열기로 떨쳐버리려는 안타까운 마음들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샌더스 열풍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에는 중대한 모순이 있다. 많은 이들이 샌더스의 약진에 환호하는 것은 이게 미국 정치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반응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 제국이기 때문이다. 제국의 정치 혁명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그것은 곧바로 제국의 우산 아래 있는 모든 국가들을 요동시킬 것이다. 다들 이를 감지하고 있기에 샌더스 현상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런데 제국의 일이기에 주시하면서도 이것이 제국의 일임을 쉽게 잊는다. 미국 양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은 제국의 후사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어떤 국민 국가의 정치 과정과도 같을 수 없다. 이것은 샌더스가 뚫고 나가야 할 도전이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성향의 정치 세력이 각오해야 할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 경선이 여느 국민 국가의 정치 과정과 다를 바 없는 듯 바라보며 샌더스의 승리를 기대한다. 제국의 선거여서 관심을 보내면서도 제국의 선거임을 망각하는 모순된 시선이다. 

 

제국의 정치는 다르다 

 

제국은 그에 맞는 정치 체제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독점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개방형 예비 경선 제도(오픈 프라이머리)다. 미국식 예비 경선 제도는 대중의 참여 문턱이 유럽식 대중 정당보다 낮아서 얼핏 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후보 입장에서는 대중 정당의 내부 경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정치 헌금을 받아낸 정치인만이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또한 당 내 경선에 비해 대중 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언론이 유력 후보를 낙점하고 훈육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광범한 대중의 참여라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늘 제국의 세계 통치에 부합하는 인물들이 양당 후보로 선택받게 된다.

 

샌더스가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러한 장벽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샌더스는 대기업 후원 없이도 대중 모금만으로 클린턴 후보에 대적할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의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청년층의 지지에 힘입어 여론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런 성과만으로도 샌더스 선거 운동은 미국 정치사에서 '혁명'이라 할 만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민주당 엘리트들로서는 분명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해설 기사들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들에게는 마지막 안전판이 있다. 총 4760여 명의 대의원 중 15% 가까이 차지하는 710여 명의 슈퍼 대의원이 그들이다. 슈퍼 대의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옮기면 '당연직' 대의원이라 할 수 있다. 대개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위원들이다. 

 

이들 중 현재 샌더스 지지를 표명한 이는 15명밖에 안 된다. 반면 클린턴 지지자는 400명이 훨씬 넘는다. 지지자를 공표하지 않은 나머지 슈퍼 대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은 샌더스가 클린턴을 간발의 차로 앞서는 상황에서 샌더스에게 표를 몰아줄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십중팔구 클린턴에게 투표해서 샌더스의 당선을 막으려 할 사람들이다. 따라서 샌더스는 선출직 대의원의 60% 선을 장악하는 압승을 거둬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 클린턴도 종이호랑이가 아니기에 샌더스가 이 정도 승리를 거두기는 참으로 어렵다. 

 

즉, 지금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샌더스가 계속 바람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클린턴이 전당 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경우다. 아마도 샌더스를 통해 시대의 풍향을 바꿔보려 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힘겨운 상황이 될 것이다. 샌더스 선거 운동 초기에는 그를 지지하는 논리 중에 그가 표를 받은 만큼 클린턴 후보의 정책이 왼쪽으로 기운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샌더스를 둘러싼 대중의 비전과 열망은 클린턴이 받아 안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후보로 지명되는 결과가 나오면 샌더스 운동은 어떻게 될 것인가? 198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도 제시 잭슨 목사가 샌더스와 비슷한 진보 정책을 내걸고 샌더스 열풍 못지않은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일단 잭슨이 낙마하자 잭슨 바람은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미국 민주당은 유럽 대중 정당처럼 당 내 분파를 만들어서 일상 활동을 펼칠 구조 자체가 없다. 예비 경선의 바람은 그냥 바람으로 끝이다. 샌더스가 사실상 50% 넘는 지지를 받고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다면, 이 50% 넘는 지지 열기 역시 그렇게 형해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 패배 이후에도 샌더스 운동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진영이다. 2015년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급진 좌파인 제러미 코빈 하원의원이 후보로 나서서 돌풍을 일으키고 마침내 당선될 수 있었던 데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다. 코빈은 후보 등록 요건인 35인 이상의 의원 추천(복수 추천 불가능)도 받기 힘든 형편이었는데, 영국 최대 노동조합인 유나이트(Unite)가 나서서 서명을 받아준 덕분에 등록할 수 있었다. 이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주요 노동조합들이 코빈 지지 선언을 하며 당 내 반란의 든든한 기반이 돼주었다.

 

반면 샌더스에게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지원이 없다. 미국 노총(AFL-CIO)의 주요 조직 중 하나인 통신노동조합(CWA, 조합원 70만 명)이 샌더스 지지를 선언하기는 했다. 노총도 샌더스 바람을 염두에 두며 지지 후보 지명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누구보다 샌더스 반란의 선두에 서야 할 노동조합 진영이 대체로 뒷짐을 진 채 관전만 하고 있다.

 

미국에서 진보 정당이 성장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었던 노동조합의 실리주의적 정치 관행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지명되는 이변이 일어난다면 이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샌더스의 가장 강력한 방파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샌더스가 전당 대회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샌더스 운동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에 미국 노동조합이 함께 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되면 샌더스 운동이 경선 패배 이후 새로운 모색을 계속한다 하더라도 과거 미국의 실패한 진보 정당 건설 운동들보다 더 나은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상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게 제국의 정치의 진실이다.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받기 힘들다는 것 이전에 이토록 뜨겁게 타오른 샌더스 운동이 아무런 정치적 거점도 확보하지 못한 채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가령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정당 명부 비례 대표제를 발판으로 '분노한 자들' 운동의 민심을 현실 정치의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만약 이토록 엄청난 함정과 장벽들을 뚫고 샌더스가 기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우리 세대 최대의 정치적 격변의 시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국의 정치 체제는 샌더스의 본선 당선을 막을 풍부한 수단들, 가령 노골적으로 자본 진영이 합의 추대하는 무소속 제3 후보의 등장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수단들이 동원되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70억 인류의 삶은 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실은 나 자신 제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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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2/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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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Wilson/Getty Images

ⓒMark Wilson/Getty Images

분열을 넘어서 – ‘트럼프 시대’의 인권 :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연대는 분열보다 항상 더 강력하다.

그러나 분열은 세계 각지에서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국경의 벽은 더욱 높아지고, 안팎에서 혐오와 공포가 치솟고 있으며, 억압적인 법률은 기본적인 자유를 옥죄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이 같은 경향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혐오와 외국인 혐오를 계속 드러냈던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다.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혐오와 기본권 보호 거부를 내세운다는 것은 인권활동가들에게 더욱 큰 좌절로 다가왔다

살릴 셰티,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선거 이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여 가고 있지만, 이러한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도 충분히 납득되지 못한 상태다.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혐오와 기본권 보호 거부를 내세운다는 것은 특히 많은 국가에서 달갑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궁지에 몰려있는 인권활동가들에게 더욱 큰 좌절로 다가왔다.

인권 운동은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한다며 지역사회 및 국가 안에서 (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의) 타인에게 폭언을 내뱉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대부분 타당한 것으로, 지도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인권과 평등, 존엄을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이 같은 우려와 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통 사람과 기득권층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갔음에도,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선거운동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국 결과는 사회의 공포와 분노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는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 결국 추한 길로 빠지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은 범죄로 몰렸고, 사회적 약자들은 악랄한 괴롭힘과 차별, 폭력을 견뎌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본인의 정책 결정의 현실을 훨씬 뛰어넘어, 나라 안팎에서 계속되며 악화되기까지 하는 미국의 인권침해를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된 무기가 예멘에서 중대하고도 제도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무기 수출을 더욱 증가시킨 점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 활동이 거의 무책임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더욱 확대한 점이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제관계 전략이 위태로운 상태인 전 세계 인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가 선거운동 중에 했던 유해한 발언들이 정책에도 적용된다면 이로 인한 영향은 중대하고도 광범위할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세계 각지의 지도자 및 집권을 노리는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세계 각지의 지도자 및 집권을 노리는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살릴 셰티

대테러 정책과 국가 안보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은 매우 위험했다. 그의 선거 공약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트럼프 정부는 고문 금지와 같이 이미 확립된 규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오바마 정부에서 드러났던 무분별한 불법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과 같은 현재의 문제점을 지속시키거나, 더욱 확대시킬 위험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결정이 그간의 성차별주의적 발언과 일치한다면 여성인권에 있어서는 끔찍한 소식이 될 것이며, 그가 지지했던 외국인혐오와 인종차별은 향후 이주민과 소수민족의 처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내 난민 재정착이 퇴보하면, 이미 세계 난민의 압도적 다수를 수용하고 있는 가난한 국가들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반 무슬림적 발언은 혐오 선동자들을 기세등등하게 하고 미국 안팎에서 공격과 차별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소수종교인들에게도 매우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고, 이러한 분열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무장단체들에게는 신병 모집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세계 인권 제도와 거리를 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로 인해 미국 국민도 함께 보호하고 있는 중요한 국제법적 안전조치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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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미래가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다. 세계 각지에서의 활동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큰 역경을 마주하더라도 함께 모여 대화하고, 인권에 기반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공포와 혐오만이 승리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살릴 셰티

공포와 혐오만이 승리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전 세계 대다수가 모든 사람의 평등과 존엄, 자유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큰 용기가 된다. 인권의 기저를 이루는 이러한 핵심 가치들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당연히 여기기에는 그 보호가 너무나 취약하다.

당장 혐오와 공포를 멈추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심과 인권이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것은 과거에 이미 증명되었다. 위대한 시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도덕적 우주의 활은 길지만, 그 끝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져 있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엄청난 역경을 마주하면서도 결연히 투쟁해 온 인권 활동은 수십 년 동안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다. 이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자유와 인권을 깊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분열을 봉합할 타협점을 찾는 것이 현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 과제일 것이다.

화, 2016/11/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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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극우’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포퓰리즘’, ‘반(反)기성정치’, ‘분노’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분명한 건 이 유령이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아 국제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유령은 미풍에서 태풍으로 몸집을 계속 불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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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내년 4월 대선에서 돌풍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www.express.co.uk/)

이 태풍은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까지 휘몰아칠 전망이다.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가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선은 제1야당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와 르펜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현지 여론조사는 피용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르펜 바람’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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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국민전선의 르펜, 보수세력인 공화당의 피용(가운데), 현직 대통령인 사회당 올랑드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자국 우선주의, 이민자 배제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을 앞세운 르펜은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똘레랑스(관용)’로 상징되는 프랑스가 르펜을 선택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우주의가 반짝 돌풍으로 끝날지, 새로운 물결로 봇물이 터질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우주의자 아버지의 정치적 상속자

르펜은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의 막내딸이다. 장 마리 르펜은 인종차별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며 프랑스 극우 세력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가스실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의 소소한 세부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부정하는 등 반(反)유대, 반(反) 이민에 확고한 입장을 보여온 극우전선은 똘레랑스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이단아’로 취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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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 출신인 장 마리 르펜(왼쪽)은 드골의 알제리 정책에 반발하면서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뒤 40년 가까이 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1년 당권을 딸인 마린 르펜에게 넘겼다.

하지만 장 마리 르펜이 각종 선거에서 2002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오르며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등 2000년대 이후 주류 우파와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르펜은 아버지가 뿌린 씨앗을 꽃피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 유세를 따라다닌 그의 정계 입문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98년 지방의회 선거 당선되며 정치 이력을 시작한 그는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2004년 이후 유럽의회 의원 3선을 지내며 정치력을 쌓아왔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체성은 아버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는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을 묻는 말에 ‘다이너마이트’라고 답했다고 한다. 1976년 그가 8살이던 어느 날 밤, 집에 폭발물이 터지는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국민전선을 창당 한 뒤 르펜을 포함한 세딸은 “파시스트의 딸’, ‘악마의 딸’이라고 불렸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르펜 집안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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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은 장 마리 르펜의 세 딸 중 막내이다. 왼쪽 사진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마린 르펜이다. 오른쪽 사진은 1974년 아빠 장 마리 르펜의 품에 안겨 있는 마린 르펜의 모습. (사진 출처: http://internacional.elpais.com/, http://www.dailymail.co.uk/)

그는 “정치가 목숨을 요구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해왔다. 실제로 그는 국민전선에서 가장 열심히, 독하게 일해온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우파 정치그룹의 리더로 성장…아버지 제명키도 

르펜이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 계기는 그는 2012년 대선과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였다. 2012년 대선에서 17.9%의 득표로 3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을 프랑스 제1당으로 끌어올렸다. 

반(反)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탈퇴,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국민전선이 24.8%득표율로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PS)과 중도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제쳤다. 당시 유럽은 이를 두고 ‘쓰나미, 허리케인, 빅뱅’등으로 표현하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유럽 우파 그룹의 리더”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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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과 그녀의 조카딸인 마리옹 르펜(오른쪽).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이기도 한 마리옹 르펜은 빼어난 미모로 국민전선의 ‘포스터걸’로 주목을 받았으며, 프랑스 역사상 가장 어린 22살 때 하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마린 르펜 이후 당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의외의 선전을 하자 함께 기뻐하는 모습. (사진 출처: BBC)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철저히 아버지와 선긋기를 통해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2011년 당 대표 취임 뒤 그는 ‘악마’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르펜은 르펜이고 마린은 마린이다. 나와 아버지의 역사관은 다르다” “국민전선이 프랑스인 전체에 호소하는 거대 대중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아버지의 극단주의와 거리를 뒀다. 

두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한 그는 성차별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불린 아버지의 악명을 지우면서 반이민, 반이슬람을 중심 의제로 옮겼다. 당내 인사들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징계를 내렸고 급기야 2015년 5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한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프랑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화 반대, 보호 무역주의, 복지 확대 등 ‘좌클릭’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고 재벌을 맹렬히 공격하며 노동계급과 실업자들의 지지를 끌어안았다. 20~40대 정치 신인들을 과감히 수혈해 ‘기성 엘리트 정치인 대 젊은 피’의 구도도 만들었다. 국민전선이 선거마다 선전하고, 그가 유럽 우파의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연이은 유럽의 테러로 고조된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가 르펜의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세계는 그의 유연한 행보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르펜은 2010년 이슬람교도의 거리 기도를 두고 ‘나치의 프랑스 점령’에 비유해 재판을 받기까지 했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아버지보다 다소 유연할 뿐, 극우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정체성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시선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동력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르펜 열풍 등 소수의 극단적 주장으로 치부하던 세력의 부상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당과 언론과 지식인들도 각각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모순이 곪을 대로 곪은 지금의 세계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인용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은 19세기 자본주의 체제 모순을 뚫고 나왔다. 지금의 극우주의 열풍은 마르크스주의와 유사성을 찾을 수 없지만, 그 배경에는 세계화, 소득 불평등, 테러의 공포 등 사회경제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데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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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마린 르펜의 연설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주류 정치인들과 엘리트로 향하는 성난 민심을 트럼프나 르펜 등이 적극 대변하는 것이다. 르펜은 쉬운 문장으로  “정치 엘리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이민자가 아니라 프랑스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똑같이 낡은 인물들, 똑같이 낡은 공약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르펜의 앞에서 프랑스 기성 정치인들은 쩔쩔매는 상황이다.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엘리트·기득권 세력’으로 몰렸다.

문제는 르펜의 선전이 그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똘레랑스의 프랑스를 이민자 혐오, 반이슬람주의 등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 역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흑인과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노동자들의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리고, 세계가 힘들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속에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로 요동치는 한국 사회 역시 “한국의 트럼프’., ‘한국의 르펜’은 없을 것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수, 2016/1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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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재명 시장 조명, 한국의 트럼프? 샌더스? – 차기 대권 3위로 급부상 – 지지도 급상승 청와대의 “똑같은 행태에 신물” 암시 – 이시장, 인기 배경으로 소득 불균형의 심화 꼽아 – 집권시 “기득권 카르텔” 제거, 재벌 해체와 노동자 복지 확대 “혁명적” 제안 블룸버그는 24일 차기 대권주자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시장과의 집중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유권자들의 ...
토, 2016/11/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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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찾은 모로코 마라케쉬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2). 왕복 이동시간에만 이틀반이 걸리는 머나먼 거리였다....
화, 2016/11/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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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연자

  • 진행 : 김만권 (정치철학자)
  • 이슈손님 : 이혜정 교수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이승환 공동의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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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국대선분석 2부 / 미국 대선 이후의 한반도

 

철학사이다 미국 대선 분석 특집 2부입니다.
2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북정책에 대한 전망, 지금 한국의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s://goo.gl/cJo5Tn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AYN9nL

 

같이 듣기

화, 2016/11/2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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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연자

  • 진행 : 김만권 정치철학자
  • 이슈손님 : 안병진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정태인 소장(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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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국대선분석1부 /  미국은 왜 트럼프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나라가 정신없는 지금, 지난 11월 9일 미국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미국 유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에서는 미국 대선결과 분석 특집을 2회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먼저, 1부 미국민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와 그의 경제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s://goo.gl/wU0d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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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11/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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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나는 2016년 초 샌더스의 돌풍을 보면서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샌더스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했다. 샌더스가 탈락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결국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경제 사회 문제로 인한 미국 내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국민 간 편을 가르고,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내부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고, 어쩌면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나는 트럼프가 무역전쟁, 화폐개혁을 한다고 해도 결국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는 전쟁뿐일 것이고, 그것은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다.

※ 다른백년연구원은 <정책비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개혁해야 할 정책 과제를 산업, 금융, 고용/노동, 외교/안보, 안전, 관료제/선거제도 등 분야별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글에 대해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시는 분께서는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다른백년연구원은 열린 공간, 열띤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백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담론을 기획해나갈 것입니다. 

금, 2016/11/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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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

미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패배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의 패배는 여러 가지 충격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의 좌절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랬겠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도 커다란 상실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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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런 말들을 남겼다. “아마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정치하는 여자들 중 가장 대단한 여자일 텐데 그런 여자가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 강간범 남자한테 진다.”

왜 패배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투표자들 역시 힐러리에게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55%의 지지율을 보였던 여성들은 힐러리에게는 54%만 지지를 보냈다. 근소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반면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까지 받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42%)은 2012년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44%)와 별 차이가 없었다.

백인 여성은 아예 반대였다. 53%가 트럼프를 찍었고, 43%가 힐러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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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출구조사 자료. 파란색은 힐러리, 붉은색은 트럼프 지지를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 CNN)

여성뿐만이 아니다. 힐러리는 애초에 지지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18~29세의 젊은층,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저소득층,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서 오바마 때마다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뉴리퍼블릭>은 이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보다 가정형편을 더 걱정하는 극빈층 여성들에게 힐러리의 셀리브리티 페미니즘은 들리지 않았다.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레나 던햄, 셰릴 샌드버그를 내세웠지만 이런 유명 인사들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들이 힐러리에게 투표하러 가지는 않았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가족을 먹여 살리지는 못한다.”

패배에 대해 각종 분석과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힐러리는 지난 12일 대선 패배 원인을 뒤늦게 미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재수사 공개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수 많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e메일 재수사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당선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 표를 힐러리로 바꾸자는 청원까지 하고 있다. 힐러리 패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흙수저 출신의 우등생

힐러리는 1947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영국 웨일즈 출신 이민자였던 아버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다. 편견에 가득 찬 인물로 부인과 자식들에게도 매우 가혹하고 비정한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힐러리는 딸에게 “겁쟁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힐러리가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원 판사가 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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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dad, Hugh, was a World War II Navy veteran—and a lifelong Republican who worked hard and wasted nothing. He ran a business where he designed, printed, and sold draperies.

힐러리는 어렸을 때 우주비행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녀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어떻게 하면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보냈지만 ‘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본래 힐러리는 1964년 대선에서 ‘급진적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배리 골드워터를 지지하기도 하는 등 공화당 지지 성향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등에 회의를 느끼면서 민주당 지지 쪽으로 돌아선다.

명문 웰즐리 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힐러리는 학생회장으로 당선돼 졸업식 때 학생 최초로 연설을 맡기도 했다. 상투적인 졸업 연설 대신 여성·흑인 민권 문제 등에 진보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라이프지에 소개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인생의 멘토라 할 수 있는 매리언 라이트 애들먼을 만난다. 애들먼은 미시시피 주 최초 흑인 여성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클린턴은 애들먼을 본받아 평생 아동 권익 옹호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대학 졸업 뒤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힐러리는 빌 클린턴을 만나 교제하게 된다. 1974년 빌 클린턴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닉슨 대통령의 탄핵 조사단에서 일하도록 추천받았지만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힐러리를 대신 추천했다.

탄핵조사단에서 경력을 쌓은 힐러리는 뉴욕이나 워싱턴 DC의 일류 로펌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빌을 따라 아칸소주로 갔다.

두 사람은 1975년 결혼했다. 빌은 1976년 아칸소 주 검찰총장이 됐고, 힐러리는 아칸소주의 유명한 로펌인 로즈 법률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회사의 최초 여성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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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Bill and Hillary Clinton celebrate Mr. Clinton’s victory in the Democratic gubernatorial runoff in Arkansas. As first lady of Arkansas, Ms. Clinton was deeply involved in efforts to bolster the rigor of academic offerings in that state’s public school system. (사진 출처: AP)

1982년 남편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힐러리는 그동안 유지하던 자신의 ‘로댐’이란 성을 ‘클린턴’으로 바꾸기로 한다. 아칸소의 일부 유권자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혼 전의 성을 고집하는 것보다 빌이 주지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1992년 빌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힐러리는 최초의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과거 퍼스트레이디들은 보통 백악관 동관(east wing)에 사무실을 뒀지만 힐러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West Wing)에 집무실을 뒀다. 대통령 선거 때 빌의 캠프는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이후 그녀는 실제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았다.

1993년 빌은 힐러리에게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맡겼다. 힐러리는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의료보험을 보장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이하로 추락했다.

빌의 르윈스키 추문과 탄핵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여성·육아·보건의료 정책에 관여하는 힐러리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증오에 가까운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는 빌의 대통령 임기 말인 2000년 뉴욕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훗날 두고두고 비판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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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하고 2008년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버락 오바마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경선에서 패하고 만다.

오바마는 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클린턴을 지명한다. 국무장관 시절 공용 업무에 개인 e메일을 사용한 문제는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2016년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의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다시 지명된다.

힐러리는 왜 비호감의 대명사가 됐나

힐러리의 정치행보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밖에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활동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눈에 확 띄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딱히 이루어낸 것도 없으면서 내가 여성이니 나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힐러리를 싫어하는 정서는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있었지만, 올해 대선 출마를 즈음해서는 더욱 심해졌다. 힐러리와 트럼프를 두고 ‘비호감 후보의 대결’이라 칭하거나 “근래 들어 이렇게나 미움 받은 민주당 대선 후보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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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americarisingpac.org/)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은 그의 어중간한 정책이나 태도 때문일까? 배우 수잔 서랜든은 선거 직전 힐러리의 정책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으며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서랜든은 “난 여자란 이유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 그보다 생각해야할 것들이 훨씬 많다”면서 힐러리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힐러리는 최저 임금 15달러를 지지하지 않는다. 힐러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한다. 힐러리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에 대한 입장이 없다. 힐러리는 GMO 표기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대형 은행 해체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로비스트들에게 선거 자금을 받는다. 힐러리는 구속력 있는 기후 조약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

처음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들어갔을 때 힐러리는 자신감 넘치는 진보주의자였지만 1994년 중간선거에서 패한 뒤 지나치게 조심하고 과도하게 타협하는 캐릭터로 점차 변모해갔다. 빌 클린턴 시절 주춧돌을 놓은 신자유주의 노선은 월가의 금융자본을 살찌우고 실리콘밸리를 풍요롭게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그런 와중에 힐러리는 골드만 삭스에서 막대한 강연료를 받고, 기업들이 뭉칫돈을 쥐어주는 ‘슈퍼팩’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런 반감은 여지없이 부메랑이 됐다.

올해 대선에서 저소득층, 시골과 소도시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2012년 오바마 때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 저학력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버려진 폐공장들이 즐비한 미국의 전통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 5개 주들은 모두 트럼프를 선택했다.

힐러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단지 어중간한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무언지 모르게 의뭉스스러워 보이는 그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일군 대표 선수라고는 하지만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힐러리는 1992년 빌이 대선에 나섰을 때 “집에서 쿠키 굽고 차 마시는 대신 경력을 택했다”고 발언해 많은 전업주부들의 원성을 샀다.

30여년 전 변호사 시절에 여아 성폭행범을 유죄인 걸 알면서도 감형시켜준 걸 자랑하는 육성 테이프가 공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아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운동을 해 왔다는 그녀의 경력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말도 자주 바꿨다. 힐러리는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동성결혼이 화제가 되자 2013년 이후로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TPP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뒤늦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메일 논란에서도 사건 그 자체도 문제였지만, 거짓말이 자주 들통 나 신뢰성을 잃었다. 힐러리가 대선 경선 기간 동안 ‘좌클릭’ 행보를 보였지만, 샌더스 돌풍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변화의 아이콘에서 안정과 기득권의 표본으로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한탄의 기고를 내놓았다. “사실 우리가 사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던 샌더스 돌풍, 공화당의 유력 주자들을 거의 패대기치다시피 하며 대선 후보 자리를 손에 넣은 트럼프의 돌풍은 둘 사이의 먼 거리만큼이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도무지 반응 없는, 답답한 기존 정치체제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지만 지금와 돌이켜 보면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반대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잡도록 해 주기도 했지만 나아진 건 없다. 결탁한 정치 엘리트와 자본가들은 세상을 바꿀 마음이 없다.

“워싱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의 국민들은 본인들을 그토록 경멸하는 소수 특권층에게 조국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있으며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중산층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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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샌더스는 반자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상위 1%와 월가 자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역시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 금융엘리트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샌더스는 소액기부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집했고, 트럼프도 각종 기업과 로비스트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힐러리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여러 지향들이 경합했고, 여러 이유에서 어떤 지향이 제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 지향을 한 마디로 말하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변화였다.”

트럼프도 힐러리도 이전 대선의 민주당·공화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힐러리가 훨씬 더 많은 표를 잃었다.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진짜 위험한 정치인은 힐러리같은 정치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당신이 미국인이라면 누굴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한다.

“트럼프요. 저도 트럼프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힐러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트럼프는 그걸 깨뜨립니다. 만일 트럼프가 이기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볼 겁니다. 아마도 거기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힐러리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써 왔다. 그녀는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퍼스트레이디나 상원의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원이나 변호사, 여성 인권 옹호자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나는 20세기 중엽에 한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그 시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다. 과거 세대의 미국 여성들이 얻지 못했고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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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힐러리는 어느새 변화보다는 안정과 기득권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변화를 요구하는 오늘날 미국의 시대정신과는 점점 멀어졌다.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다음 대선을 두고 모두들 ‘변화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겠지만, 이미 그들은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그 나물의 그 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는지.

힐러리 캠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잘못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그녀는 잘못된 메신저였고, 모두들 얼마나 노동자 계급들이 얼마나 열 받았는지 잘못 판단했다.”

수, 2016/11/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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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리버럴 천지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나올 때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앞다퉈 지지 선언을 한다. 민주당 후보에 호감을 표하는 정도를 넘어, 공화당 후보를 거세게 비판하기도 한다.

유세 기간중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얼굴에 주먹 한 대 날리고 싶다”고 말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한 사례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의 미덕

클린트 이스트우드(86)는 그 중 보기 드문 공화당 지지자다. 2008년 대선에선 존 맥케인, 2012년 대선에선 밋 롬니를 지지하며 버락 오바마의 반대편에 섰다.

많은 공화당 유력 인사들조차 트럼프 지지 의사를 철회한 이번 대선에서도 꿋꿋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성향은 이처럼 한결같다.

이스트우드가 생각하는 ‘보수’란 어떤 모습일까. 최근 개봉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이스트우드가 그리는 ‘참 보수’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영화다.

설리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한 장면. 여기서 주인공 설리는 세상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기준에 의거해 정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끝없이 자문한다.

영화는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 기반한다. 이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US항공 소속 1549편 여객기는 이륙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를 겪으며 두 엔진을 모두 잃었다.

공항으로 회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장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여객기를 허드슨강에 비상착수시켰다. 결과는 기적에 가까웠다.

기장의 정확한 판단과 구조대의 신속한 대응으로 승객 150명, 승무원 5명이 모두 살아남았다. 심한 부상자조차 없었다.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빠져나간 이후, 여객기는 한겨울의 차가운 허드슨강 속으로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스트우드는 승객이 안전하게 구조돼 가족의 품에 안기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맺지 않았다. 영화의 초반부, 미국의 영웅이 된 설리는 국가운수안전위원회의 조사를 앞두고 끔직한 악몽을 꾼다. 비행기가 동력을 잃고 맨해튼의 마천루에 부딪혀 재앙을 일으키는 장면이 제시된다. 미디어와 시민들이 설리를 영웅으로 받들지만, 설리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설리는 2만 시간의 비행 경험과 빠른 판단력에 의지해 비행기를 허드슨강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국가운수안전위원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른 방향을 지시한다. 버드 스트라이크 직후 인근 공항으로 회항했다면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허드슨강 착수가 더욱 위험했다고 시뮬레이션 결과는 밝힌다.

이스트우드는 이후 시간을 거슬러 설리의 비상착수 상황을 길지 않게 제시한 뒤, 다시 설리의 선택과 자아비판 과정을 복기한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 기장 설리에게 그날의 비행은 여느날과 똑같은 ‘일’에 불과했다. 부기장과 함께 이륙을 준비하던 순간에도 설리는 안전한 비행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설리의 손 끝에는 언제나 백 수십명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었다. 단지 설리는 평소에 그러한 ‘일’의 무게를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영웅으로 떠오르는 사회다. 미디어는 물론 소셜 미디어의 발전 덕분이다. “뉴욕에 이런 좋은 소식은 오랜만이야. 특히 비행기 관련해서는”이라는 비행사 동료의 말에서 엿보이듯, 테러와 금융 위기의 위협을 겪은 미국 사회는 설리 같은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설리는 무심코 들어간 술집에서 돈을 받지 않으려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설리는 스스로를 영웅으로 생각하지도, 영웅이 되길 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행 시뮬레이션 결과에 자책하고 반성한다.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나의 손에 그많은 이들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기계처럼 일해온 것은 아닐까. 일의 막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죄악 아닐까.

이스트우드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미국적 보수의 버팀목이라고 바라보는 것 같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과묵한 사람, 자신의 일에 능숙하고 그것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해내려는 사람, 그 일이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식하고 믿는 사람, 혹시 저질렀을지 모르는 잘못을 끝까지 반성하는 사람.

영화 속 설리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자기 역할을 다할 때, 그 사회는 제대로 작동한다. 그것이 이스트우드식 보수주의다.

진짜 미국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보수주의자 행세를 할 수 있는가. 트럼프식으로 이슬람 교도의 입국을 거부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쳐서 불법 이민자를 막고, 미국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면 되는가. 이스트우드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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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의 한 장면. 여기서 클린턴 이스트우드는 미국인의 자격은 인종이나 피부색이 아니라,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시민적 도덕임을 역설한다.

<그랜 토리노>(2008)는 이스트우드가 21세기에 내놓은 영화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월트는 한국전 참전 경력이 있다. 50년간 포드사에서 일한 뒤 은퇴했고, 아내와는 사별했다.

월트가 사는 디트로이트는 한때 번성한 자동차 공업 도시였으나, 이제는 퇴락했다. 불량배들이 곳곳에 진을 친 이 도시가 월트는 영 못마땅하다. 영화 속 월트는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몰표를 준 것으로 추정되는 러스트 벨트의 가난하고 보수적인 백인 노동자의 전형이다.

월트의 눈에 낯선 이들이 들어온다. 베트남에 살던 소수민족인 흐멍족 일가가 동네에 이사온 것이다. 작은 동네에 몰려온 동양인들을 반길 리 없는 월트는 그러나 곧 이들 낯선 소수민족의 소년이야말로 그동안 자신이 아껴온 ‘진짜 미국’의 가치를 지키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월트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소박하다. ‘자기 집은 스스로 관리한다’ ‘약한 사람을 도와준다’ 정도다.

그러나 이 소박한 가치마저 내팽개쳐진 미국 사회 속에서, 작은 실천을 준비하는 흐멍족 소년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월트는 위협받는 소년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로 한다.

그리고 포드사의 72년산 자동차이자 월트가 소중히 여겨온 ‘그랜 토리노’의 전수자는 바로 그 이방인 소년으로 낙점된다.

인종, 출생지, 종교에 상관 없이, 미국 남자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를 지키는 이라면 누구라도 미국인이라는 것이 이스트우드의 생각이다.

이런 보수주의자가 어떤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될 예정인 트럼프보다는 확실히 나은 보수주의자 같다.

월, 2016/11/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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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날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수없이 쏟아지던 전자메일이 거짓말 같이 멈추었다. 교수들은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평가하기 보다는 헛웃음을 지으며 애써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

몇 몇 직원들은 도저히 학교에 올 수 없다고 휴가를 냈고, 일부 직원들은 목 놓아 울기도 했다. 캔사스 대학이 위치한 도시인 로렌스는 보수주의가 강한 이 곳에서 외딴 섬같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작은 대학 도시다. 이곳에 트럼프 당선이 던져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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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YT)

낙관적 미래에 대한 전망 사라져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등장할 때의 캐치프레이즈가 “담대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깊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절망의 깊이는 도저히 당선될 수 없을 것 같은 후보가 당선되어서 앞으로 4년은 더 기다려야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절망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트럼프 당선의 절망은 진보적 미래를 그리는 정치세력의 지적 실패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라고 칭해지는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유럽이 긴축재정을 피며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민자 유입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고, 양적완화,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동성애 합법화, 소수 인종의 고위직 진출,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보호 정책 등 중도좌파적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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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변화는 아니지만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리버럴리즘과 사회과학적 연구에 의해 증명되는 온건한 중도 좌파적 정책에 기반하여 점진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지배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권,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 유럽의 혼란, 중동의 테러리즘, 일본의 장기침체에 대비되어,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유일한 희망의 이데올로기였다. 비록 담대한 희망이 아니라 소심한 희망이었지만, 희망은 희망이었다.

따지고 보면 20세기 이후의 모든 사회적 변화는 항상 새로운 지적 기획,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혼돈의 시기가 지속되었지만, 1917년 10월에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있었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칭해지는 1920년대 미국은 연일 소요와 파업이 지속되었다. 귀족 강도의 시절(The Robber Barons Era)라고 칭해지는 경제적 독점과 불평등 착취의 시대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분노 속에 요구한 것은 사회주의적 정책들이었다. 맑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적 이념이 희망이 대안이었다. 낙관적 희망이야말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주의나 복지자본주의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경제정책에서는 노동계급에게 경제적 과실을 안겨 총수요를 확대하는 케인즈주의, 사회적으로는 1965년의 인권법 제정으로 미국 인권 역사의 신기원을 연 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하였다. 미국을 자유주의 복지국가로 바꾼 루즈벨트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이 1920년대 사회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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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1980년대의 보수화도 희망적인 지적 기획의 산물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이긴 이 번 선거를 레이건이 카터에게 이긴 1980년 대선에 비교한다.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몸담고 있던 트럼프나 배우였던 레이건이나 다를 바 없고, 정치계에 오래 있었던 카터와 클린턴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보수화는 우파의 지적 성과의 산물이다.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라는 보수의 지적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1984년 레이건 재선 당시의 슬로건이 “미국의 새아침 (Morning in America)”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뒤에 아무런 지적 기획이 없다.

불만스런 현실…강한 권위에 대한 의존 높여   

21세기도 16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넘치는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고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진보의 담대한 기획이 없다.

현재의 사회적 불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전복적 방안은 황당하게도 권위주의와 테러리즘 뿐이다. 그러니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중은 권위주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권위주의적 후보의 선택이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체제 내 전복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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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quora.com/)

2012년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의 중요성이 27%로 가장 높았는데, 올 해는 가치 공유의 중요성이 16%로 줄어들었다. 반면 후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은 유권자가 36%로 2012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구체적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기반한 어떤 막연한 변화만이 그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다.

위로 아닌 위로를 삼자면 공화당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주류로 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트럼프의 막말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대중주의, 대외고립주의, 이민자 적대는 공화당 주류의 의견과는 달랐다.

선거 직후라 공화당 인사 중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하자는 정치인들이 의견 피력을 많이 하지만, 그 기류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공화당을 새롭게 지지하고 나선 백인 노동계급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양 당 모두 지지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클린턴의 패배는 선거 전술의 실패, 유권자의 변화뿐만 아니라, 진보의 지적 기획의 부족의 결과라는 면에서 오랫동안 아프게 기억될 것이다.

심리적인 치유는 상대적으로 빨리 되겠지만, 새로운 지적,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미국의 진보와 지식인들은 상당 기간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잔뜩 ‘화가 난’ 백인 노동계급

왜 미국의 백인 노동계급, 특히 남성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 시간으로 11월7일 월요일 선거 전날 필자가 가르치는 경제사회학 대학원 수업에서 이번 선거의 전망과 트럼프 부상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때 학생들이 몇 가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미 중부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을 듣는 박사 과정 학생들 중 위스콘신, 미시건 지역 출신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 충격을 안겼던 그 곳이다.

그 중 자신을 노동계급 출신으로 규정하는 박사과정생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자신이 고향에서 느낀 바로는 여론조사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중서부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가 높을 것이며 설사 클린턴이 결국 이기더라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길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매우 화가 나 있다 (very를 두 번 강조하며 말하였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경멸하는 여론이 있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펜실베니아도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펜실베니아는 중요 여론조사 기관이 모두 80-99%의 확률로 클린턴이 이긴다고 전망할 때였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그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중서부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고 본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그의 대답은 노동계급은 전통적으로 침묵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존재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경제적 과실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아네트 라루(Annett Lareau)가 <불평등한 어린시절>에서 주장했던 노동계급 출신들은 제도적 환경에서 스스로를 제약하는 감각(Sense of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여론조사의 실패 원인도 이들 침묵하는 계급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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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motherjones.com/)

그렇다고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를 그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 뒤에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은 히스패닉계 이민노동자 유입으로 노동공급이 늘어나서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에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이민노동자 유입이 본국 노동자의 소득을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여주지만, 모든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보하스 교수(George Borjas)는 이민노동자 유입과 본국 노동자의 소득은 음의 상관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한 논문에서 저학력 저숙련 이민노동자의 유입이 본국 노동자 소득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인권의 측면에서는 지지하기 어려워도 경제적으로 백인 노동계급에게 이득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져올 가능성은 상당하다.

백인 노동계급이 임금 하락 압박에 직면했을 때 인종주의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것은 역사적 선례가 있다. 미국의 자유 이민 정책에 반했던 가장 차별적인 법률이 바로 1882년의 중국이민제한법(The Chinese Exclusion Act)이다.

골드러시 이후 미국 서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자, 미국의 노동계급은 중국 이민자들을 비난하며 적대시하였다. 중국이민제한법을 지지하고 이끌었던 사람이 노조 지도자였던 데니스 키어니(Denis Kearney)와 노동자당(Workingman’s Party)이었다.

일본이 더 이상 일본 이민자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약속한 “신사협정”은 이러한 미국 노동계급의 인종 차별 분위기의 연장이다. 그 때와 지금의 차이는 인종주의의 대상이 아시안에서 히스패닉으로 바뀐 것뿐이다.     

경기 침체 속 인종주의 득세

노동계급이 인종주의적 차별을 지지할 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조건을 뒤집으면 노동계급이 인종주의를 버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건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이태리인, 아일랜드인, 동유럽 출신들은 “얼굴 하얀 흑인(White Negro)”으로 간주되며 큰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이들 백인 내부의 민족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진다. 1965년의 인권법이 가능했던 것도 1950년대와 60년대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파이가 커지고 모두가 파이를 나눠도 모자람이 없다. 모든 그룹의 상향적 사회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종 간 경쟁이 무뎌진다.

뉴욕시립대의 리차드 알바(Richard Alba)는 이런 상태를 “비(非)제로섬게임(Non zero sum game)”이라고 칭한다. 이 환경에서 인종주의는 줄어들고 노동계급은 인종적 화합을 도모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서 분배가 중시되는 제로섬게임의 상황이나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 후퇴의 상황에서는 인종주의가 창궐하게 된다. 구조적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인종주의를 완화시킬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계몽과 교육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확산시킬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번 선거로 증명되었듯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백인 노동자계급의 몰락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 이전에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의 저성장과 회복은 그 몰락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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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칭해지는 미국 중부의 제조업 공장 지대를 다녀보면 몰락하는 도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 제조업 부흥의 시절에 건설했던 도로 등의 기반시설은 넘쳐나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과 사람의 숫자는 적고 이 모든 시설이 낡아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떠나고 남아있는 노동계급이 느낄 절망감이 바로 음산한 회색 도시의 느낌이다.

절망과 분노는 자기파괴적 행위로 이어진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최근 논문에서 21세기 들어 중년의 기대수명과 생존률이 다른 모든 그룹에서 상승했는데, 유일하게 저학력 백인은 하락했음을 보고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사망률 상승의 원인도 마약 알콜과 같은 향정신성 약품 중독과 그로 인한 질병의 확산 때문이다. 마약, 알콜 관련 사망율이 81%, 간질환이 50% 늘었다.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한 생활 양식과 문화의 파괴다. 과거 흑인 문화로 간주했던 언더컬쳐가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학력 백인은 2008년에는 오바마의 다양성에 기반한 “담대한 희망”을 지지했다가 2016년에는 트럼프의 인종주의가 만들 “위대한 미국”으로 옮겨갔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진영에서 다음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방황하는 진보…어떤 미래를 만들지에 대한 전망 보여줘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임할 때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누가 당선될 것인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불안해 하지는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Nate Silver)를 비롯한 메타 여론조사 분석가들이 선거 결과를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예측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기대에 비례해 트럼프 당선이 지식인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크다.

언론에 보도되었듯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Our Unknown Country)”라는 칼럼에서 지식인들이 미국, 주로 시골 지역에 사는 저학력 백인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아마 많은 지식인들이 이 고백에 동감할 것이다.

미국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계급 간의 지리적, 물리적 분리가 심하다.

서부나 동부의 대학에서 일하던 교수가 필자가 재직 중인 캔사스대로 옮겨온 후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동교 교수들이 중부 캔사스에 가서 살 수 있는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동서부 해안 지역의 엘리트에게 중부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곳이다.

학력 구성의 측면에서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들, 남부의 발전하는 ‘선벨트(sun belt)’ 지역은 고학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저학력 노동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현상이 심화되었다. 사회적 접촉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할 기회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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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전은 사회구성인자들의 유기적 화합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 부류끼리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어도 외롭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르껨이 근대는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사회적 유대가 변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의 환경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유기적 연대에서 오다쿠가 되어도 외롭지 않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기계적 연대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백인 노동계급 남성이 다양성이라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그러한 변화를 지지할 가능성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 대안으로 남는 것은 계몽과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 승리가 진보진영에 던진 정치적, 지적 숙제의 부담은 매우 무겁다. 가장 암울한 전망은 어쩌면 세월이 흘러 인구 구성이 바뀌어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민의 숫자가 늘어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은 트럼프 시절의 암울함을 겪은 후 노동자계급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담대한 희망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할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지속적 지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중 누구도 그 구체적 모습이 무엇인지 적어도 아직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 2016/1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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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

 

철학사이다 특집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입니다.

 

미국 대선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불평등이 미국에서는 어떤 문제를 만들었을까요?
샌더스에 따르면 미국 부자 14명이 2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소득)'이 미국 하위 40%(1억 2천만 명)가 가진 부의 총합보다 많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학 학자금 대출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데도 제도권에서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아서 그 여파로 나타난 것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었고 제도권에 대한 반발로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샌더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서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미국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에 대한 분석을 지금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ZBhocL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goo.gl/IG326e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qR_sF-U2-NQ
 

 

같이듣기

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월, 2016/08/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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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1회 : 미국 정당 조직의 역사와 특성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가 11월 8일에 치러집니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으로 "미국 대선 따라잡기"를 2회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1회에서는 미국의 정당 조직의 특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국의 정당은 한국처럼 '당대표', '총재', '당수' 이런 개념이 없고, 사실상 상시적인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정당에 관한 법률은 '연방'이 아니라 '주'차원에서 성립하고 또 아래로 내려가서 수직적으로 구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 내에서도 각각의 시, 카운티 별로 개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정치구조와 선거,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원, '미국 대선 따라잡기'에서 확인하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IUKlZp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gEBccW

 

같이듣기

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월, 2016/08/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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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포럼, 박근혜의 오판, 차기 지도자에 집권 가능성 열어줘 -‘한반도 평화’ 한국인들만이 해낼 수 있다. -한미 대북정책 ,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미국, 북한 고립으로 항복 받아낸다는 환상만 가져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심지어는 북미 관계까지도 한국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한국 내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미일-북중러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 포럼은 20일 포럼의 ...
금, 2016/07/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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