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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거단 칼럼4] 청년실신이란 말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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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거단 칼럼4] 청년실신이란 말을 아십니까?

익명 (미확인) | 목, 2018/05/03- 08:00

청년실신이란 말을 아십니까?

한유림 경희대 프랑스어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세대),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그리고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로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의 신조어), 이 단어들이 어떤 이들을 지칭하는 것일까? 바로 우리나라 청년들이다.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3%를 기록했아.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소위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이들까지 합하면 청년 실업률은 30%를 상회한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대학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자금 대출 급증으로 인해 막대한 빚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30세 미만 청년부채 증가율은 41.9%로 급증했다. 취업 전부터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큰 폭으로 인상됐다고 하는 7,530원의 최저임금으로는 여전히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 임상실험, 막노동, 보이스피싱과 같은 단기간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슬픈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대출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대부업체까지 이용하게 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에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취업 후 상환학자금제도’(일정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를 출시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청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청년들이 부채를 지지 않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등록금이 가장 큰 원인이기에 등록금 인하대책이나 등록금 부담 감소대책 등을 마련해 청년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생활을 하며, 미래를 꿈 꿀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부채 상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상환부담을 덜어주는 대책, 대출금 상환기간연장 대책을 통해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금융정보를 제공해 부채와 신용을 관리하는 시스템,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는 청년들의 경우 대출이자나 원금 감면대책, 부채로 인해 파산한 청년들의 경우 재기를 위한 학자금대출 면책대책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언사도 구호에만 그친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조속히 부채로 신음하는 청년들에 대한 구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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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2)]

뻥쟁이, 앞잡이,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복수의결권

– 복수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팩트체크! –

정호철 재벌개혁운동본부 간사

지난 설 연휴 간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었다. 그러면서 국내 보수언론지에 도배된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다. 쿠팡이 한국증시가 아닌 뉴욕증시를 택한 건 “한국에 복수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구글처럼 창업주의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말을 빌려 관련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벤처기업이 유니콘(즉, 창업한지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권칠승 현 중기부 장관도 나섰다. 박영선 전 장관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다수야당 추경호 의원 역시 “코로나19로 약해진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며 환영했다. 정부와 국회는 올해 3월 중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말은 사실일까?

도대체 복수의결권이 뭐길래… 온 나라가 시끄럽나?
복수의결권은, ‘주주의결권 신탁계약’에 따라 일부 주주들이 자기 의결권을 특정 주주에게 맡기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주식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자기 표를 창업주의 효율적인 경영권 행사(의사결정)를 위해 몰아주자는 얘기다. 현재 정부여당이 도입하려는 비상장 벤처 복수의결권은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표까지 몰아주자는 것이다.

복수의결권은 <도표 1>처럼 의결권 신탁하려는 주식투자자의 지분율에 따라 결정된다. 뭐 어떻게든 창업주가 돈만 잘 벌어 준다면야, 투자자와 주주들의 ‘동의’만 있으면 이론적으론 100표도 가능하다. 특히, 창업주의 가업을 잇기 위해 가족, 친지들끼리 허물없이 저런 식으로 경영권을 몰아주거나 자녀들에게 조건 없이 경영권을 저렇게 싸게 물려줄 심산이라면 몇 표든 가능하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벤처투자시장에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만큼 투자유치도 어렵고 복수의결권을 저런 식으로 내주기도 쉽지 않은 법이다. 차라리 대기업 상장주식이면 또 모를까? 정부여당에서 저렇게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 의심 많은 투자자들이 순순히 자기 주식을 듣도 보도 못한 비상장 벤처기업을 믿고 투자해 창업주에게 경영권을 몰아줄 만큼 그런 순진한 호구들이 아니다. 한편, 소수주주나 반대주주들 입장에서도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그만큼 자기 의결권 행사에 불리하기 때문에 특정 주주만 경영권을 독점하도록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쿠팡처럼, 창업주가 복수의결권을 택한다는 것은 애초 말의 앞뒤부터가 맞지 않는 헛소리인 셈이다. 복수의결권의 도입과 창업주의 표수는 투자자와 주주들이 결정한다.

따라서, 복수의결권은 단순히 투표권만 몰아줘서 되는 게 아니라, 주주 간 자본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각자의 주권과 출자지분에 따른 이익에 따라 현금흐름까지도 ‘상호 호혜적으로, 합리적으로 차등’시키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복수의결권이 성립되려면, 먼저 주주총회에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주주의결권 차등계약 조건들부터 우선협상이 진행된다. 주주의결권 신탁에 따라 투자자들이 자기 투표권을 넘겨주고 무표결권을 행사하는 조건으로 그만큼 상환우선권, 우선주 배당금, 콜옵션 프리미엄 등을 가져가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보통주주들의 의결권을 차별하게 되는 대신 그만큼 프리미엄 콜옵션, 우선매수청구권, 소수주주의 반대매수청구권 등이 법에 의해 강력히 보호된다 (즉, 복수의결권에 대항하여 편면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반면, 창업주만 일신전속적인 복수의결권을 수탁하는 대가로 비약적인 경영권을 독점하는 대신 주식회사로부터 복수의결권 신주발행, 신주인수권, 교환사채, 전환사채, 스톡옵션 등의 주권 행사로 인한 자기 출자지분율 대비 실질적인 증자 없이 지배권 확대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의 소유권이나 재산권 행사와는 분리돼 기업의 현금흐름에 엄격한 통제와 제약을 받는다(예를 들면, 1주 n표 복수의결권 수탁 외의 방법으로 자기 주식을 취득했을 때 반드시 +n표를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친족, 임원,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양도, 상속, 증여는 물론, 연기금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황금주(1주∞표)를 투자신탁 받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과 제도상 금지되고, 주주들과의 투표권 거래나 백지신탁을 강요하는 것 역시 당연 불법이다. 이에 따라 창업주가 사망하면 복수의결권은 반듯이 1주1표로 자동 전환되며, 정부/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에 따라 창업주의 복수의결권 행사가 자율·견제되도록 운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복수의결권 제도는 이처럼 상호 호혜성, 합리성, 차등성, 자율성 등의 시장원리에 기초하지 않았던 군부정권과 국영기업, 그리고 재벌들에 의해 전통적으로 “세습의결권”으로서 전용돼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던 EU,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군수, 석유, 통신, 언론 등 민영화된 국영기업들에게만 예외적으로 황금주까지도 함께 허용함으로써 민간자본에 대해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벌, 마피아, 창업주는 공산당, 관피아, 군부정권과 유착되어 복수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부작용은 남미와 영미권 등지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34년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던 멕시코의 경우 카르데나스 군부정권 시절 재벌경제체제하 1960년 1인당 GDP는 한국의 3배였지만, 50년이 지난 2010년 한국의 1/3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1900년대 초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던 미국에서 2001-2015년 사이 복수의결권을 갖고 있었던 전체 24,724개의 주식회사들 중 7%만이 비-가족기업이었고, 나머지 93%가 가족집단 지배기업(재벌기업)들이 차지했는데 그 중 4%를 제외한 89% 대부분이 가업 상속 목적으로 복수의결권을 세습의결권으로 전용했다 (Anderson, Ottolenghi & Reeb, 2017). 그 결과는 처참했다. <도표 2>

<도표 2>처럼,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재벌기업들은 모두 예외 없이 기업가치의 하락을 겪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계 기관투자자인 S&P 다우존스와 영국계 기관투자자인 FTSE는 자사의 지수평가 대상에서 복수의결권 기업들을 일괄 배제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벤처육성을 핑계 삼아 이미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와 같은 관제펀드에 전 국민이 주식투자 할 수 있도록 세습의 지름길을 깔아줬고, 곧 여당의 이번 복수의결권 도입을 통해 향후 총수 일가의 재벌 4세 창업주들에게 주식투자토록 길을 열어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세습케 하려는 게 그들의 숙원사업이다. 이는, 단지 투표통 바꿔치기만 안 했을 뿐, 마치 군사 쿠데타라도 일으켜서 체육관에서 복수 투표제를 실시해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이양시켜주려고 밀어붙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영권 방어든, 안정이든, 벤처 창업주에게 어쨌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창업주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돈을 쓰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지출할 여유자금이 생기기 때문에, 혁신 벤처기업의 육성에 도움이 된다는 중소벤처계의 말을 빌려 정부여당이 선전하고 있다. 또 다수야당은, 이 복수의결권을 창업주가 갖고 있으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항해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주고, 비상시 창업주가 주주들에게 발행했던 주식을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거나 저가로 신주를 발행·인수하는 방법으로 복수의결권을 취득해 경영권을 방어해 내는 포이즌 필(Poison Pill: 독약) 조항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말을 빌려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야당의 말은 순 거짓이다. 포이즌 필 목적의 복수의결권은 독점금지(Antitrust)와 경쟁(Competition)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도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서 허용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 정부여당의 말마따나, 복수의결권이 비상장 벤처 창업주의 경영안정과 기업육성에는 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일단, 투자모집부터 성공하고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다면, 그럴 ‘자격요건’을 갖출 순 있다. 벤처캐피탈투자신탁사(예를 들어,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투자회사)가 벤처 창업주의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 위한 뮤추얼펀드(즉, 수익증권 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복수의결권 신탁 법인)를 조성해 외부로부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창업주가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프리미엄 수익증권(무표결주식)을 상호 만족할 만큼 발행해 줄 수만 있다면 경영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망한 상장대기업 계열사 비상장 벤처도 아니고, 신생 비상장 중소벤처 스타트업 창업주가 앞으로 기술개발에 도전해보겠다고 복수의결권을 요구하면서 향후 1주 10표까지 제 맘대로 경영권을 휘둘러댈 수 있으면, 과연 투자자들이 그런 기업에 출자를 할까? 과연 주주들도 그런 특권에 동의할 수 있을까? 뭐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주주총회의 동의도 받아내고 출자금도 받아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럼 그 이후에 창업주가 ‘경영성과’를 내지 못하면, 과연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들이 그런 창업주를 가만 놔둘까?

복수의결권으로 투자받은 출자금으로 사업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1주 10표의 큰 권리 뒤에는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내 1주당 최대 10표의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던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을 살펴보면, 창업주가 주주의결권 차등계약에 따라 주주와 투자자들이 매년 요구하는 수익률 이상으로 주주가치를 올리지 못하면,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수탁받았던 복수의결권이 철회돼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게 보통이다. 이때 창업주가 어떻게든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창업주의 경영성과는 현상 유지 수준을 넘어 꾸준한 주가상승을 통해 시장에서 언제든지 투자회수(Exit by M&A)가 가능한 수준, 즉 인수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나 기술특례상장이 목전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복수의결권 도입은 기술특례상장을 앞두거나 우회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신생 기업들일수록 더욱 어렵다. 하물며, 복수의결권 때문에 경영성과가 낮아 다른 주식들의 주주가치도 덩달아 저평가됐을 땐, 저평가된 주식들을 창업주가 손해를 보고 매입해 자사주소각을 해서라도 주주 계약에 따라 수익률을 높여야 할 책임이 발생한다. 즉, 주식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하는 창업주가 제아무리 회사의 주인이고 복수의결권을 갖고 있더라도, 오히려 복수의결권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 정부에서 복수의결권 때문에 성공했다던 그 벤처기업, 구글(?)도 지난 2019년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귀하면서 복수의결권을 갖고 있는 공동창업주들이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야만 했다. 또한 페이스북(?) 역시 2019년까지 창업주였던 저커버그가 복수의결권으로 경영성과를 내지 못하자 복수의결권을 박탈시켰고 회사에서도 내쫓았다.

복수의결권 도입 시, 불공정한 현금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OECD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법률과 상장규칙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창업주의 복수의결권을 박탈시키는 다양한 ‘견제장치’들도 함께 정관에 규정토록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1)해소규칙, (2)추종(追從)조항, (3)일몰조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도표3>

이처럼, 주주와 투자자들이 맡긴 복수의결권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이걸 함부로 휘둘러대다간 오히려 창업주에게 독약이 될 수 있다. 아니 그럼, 남의 돈으로 기업 해먹는 게 그렇게 쉬울 줄 알았나? 명심하라, 혁신과 기술만 있으면 투자는 얼마든지 뒤따라 온다.

금, 2021/04/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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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3)]

가짜 말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공공 주택을 늘려라!

윤은주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율은 경실련 기준 4.2%이다. 이는 OECD 평균 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11월 19일 전세대책 자료에서 장기 공공주택 재고율이 평균 8%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지난 1월 부동산 관계기관 합동설명회 자료에서도 공공주택 비율이 OECD 평균 8%를 상회하는 9.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과연 정부의 자화자찬 성과는 사실일까? 경실련 조사결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 중 실제로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 되는 국민임대, 영구임대, 장기전세 등 진짜 공공주택의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H, SH 등 공기업이 강제수용한 택지를 대부분 민간에 매각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공공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8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중 80%가 판매용 분양용 주택이다.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경실련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영구, 50년, 국민, 장기전세 등과 같이 공공이 보유하면서 20년 거주가 가능한 주택만을 진짜 공공주택이라고 인정한다.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10년 임대와 사실상 전세보증금 지원제도로 볼 수 있는 전세임대는 가짜 공공주택, 주거불안 해소보다는 예산 낭비, 특혜논란 등 부작용만 우려되는 매입임대·행복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으로 분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 중 영구·국민·장기전세 등 진짜는 15%, 4.8만 호뿐
경실련 기준으로 공공주택 재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량은 158.4만 호다. 이중 영구, 50년, 국민임대 및 장기전세 등 20년 이상 장기거주와 보유 가능한 공공주택은 89.6만 호 57%이고, 10년 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이 소유하지 않고 보증금을 지원해주거나 분양 전환될 가짜 공공주택이 47.9만 호 30%이다. 짝퉁 공공주택인 매입임대·행복주택은 20.9만 호(13%)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은 32.8만 호였다. 이 중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진짜 공공주택은 4.8만 호, 15%에 그쳤고 나머지 85%(28만 호)는 무늬만 공공주택인 가짜, 짝퉁 공공주택이었다. 정부는 이처럼 가짜, 짝퉁 공공주택을 잔뜩 늘려놓고 OECD 평균치를 상회했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서울시 SH 공공주택 23.3만 호 중 13.2만 호 57%가 가짜·짝퉁 주택
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진짜 공공주택이 아닌 가짜와 짝퉁이 늘어나는 현상은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SH의 공공주택 보유 실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0년 SH 자료 기준 공공주택 재고 현황은 23.3만 호이다. 유형별로 보면 영구 2.3만 호, 50년 1.7만 호, 국민 2.8만 호, 장기전세 3.3만 호, 매입임대 9.5만 호, 행복주택 6.3천 호, 임차형 3.1만 호 등이었다. 하지만 경실련 기준으로 보면 10.1만 호에 불과했다. SH 기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절반 이상은 가짜와 짝퉁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적만 부풀리고 있었다.

지난 2월 경실련이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를 발표하자, 국토부가 해명자료를 내고 경실련 주장을 반박했다. 경실련이 가짜, 짝퉁이라고 분류한 공공주택들의 기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SH 역시 경실련 기자회견에 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적절치 않은 자의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SH 모두 경실련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궁색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공공주택의 세부 유형에 대해 논쟁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공이 공공성을 상실한 채 공기업이 재벌과 건설업자를 상대로 땅장사, 국민을 상대로 바가지 분양가를 책정해 집 장사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에 서민들이 정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이 형편없이 부족한 현실을 알린 것이다. LH, SH 등 공기업들이 독점 개발한 땅에 국민이 원하는 공공주택을 직접 개발하거나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공적 주택으로 공급했다면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난을 많이 해소했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공공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토지 민간 매각과 집 장사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신도시에 공공택지를 민간 등에 팔지 않고 장기공공주택으로 공급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20%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 공기업 본연의 역할은 뒷전인 채 가짜·짝퉁 공공주택만 늘리고 땅장사로 번 돈을 이용해 가짜 임대와 짝퉁 주택만 늘리는 행위는 공공주택 공급 시늉으로 혈세를 축내는 것과 다름없다.

집값 거품이 국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쏙 빠지기 전까지는 주택 등의 매입을 중단하고, 공기업이 땅장사, 집 장사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고장 난 공급시스템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실련 제안을 즉각 수용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말 원하는 값싸고 질 좋은 진짜 공공주택을 늘려갈 것을 촉구한다.

금, 2021/04/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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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 – 특집. 땀보다는 땅, 주식, 코인?(1)]

친구들의 ‘부동산 영끌’ 방법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크게 세 분류다. 첫째는 서울에 살며 부부 모두 대기업에 종사하는 부류. 둘째는 서울에 살고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류. 셋째는 수도권 외 지역에 살며 공기업에 종사하는 부류. 필자 주변의 부동산 투자(?) 형태별 분류다. 이들은 모두 30대 초반으로 결혼 2~3년 차 부부다. 그들의 부동산 투자 형태는 그들의 소득수준과 생활권역 별로 조금씩 다르다. 글에서는 그들의 투자형태를 간략히 살펴본 뒤 필자가 느끼는 소회를 간략히 나눠보고자 한다.

사례 1. 서울에 사는 대기업 부부

A 부부는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19년 말 소위 말하는 ‘영끌’을 통해 내집 마련을 했다. 이들이 선택한 지역은 마포구 공덕동이다. 강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북도 아닌 중산층 대기업 부부가 선호하는 지역이다. 남편은 제1금융권에 다니는 은행원이고, 부인 역시 외국계 은행에 종사한다. 이들은 애초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신혼 특공은 소득기준이 있는데, 소득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선택한 내집은 준공한 지 20년 가까이 된 24평짜리 아파트다. 이들이 ‘영끌’한 금액은 총 9억 5천만 원 가량이다. 이들의 자금조달 현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남편이 다니는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3억 5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부족한 금액을 메꾸기 위해 아내와 남편 명의로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액 합이 5억 5천만 원이다. 대기업 종사자이기에 가능한 얘기고, 이들 부부가 대출로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도다. 나머지 4억 원은 부부가 모아둔 현금 2억 원에 부모님께 빌린 건지, 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2억 원을 마련했다. 부부는 그렇게 서울 공덕에 20년 된 아파트를 9억 5천만 원에 구입했고, 2021년 5월 현재 아파트 실거래가는 14억 원이다.

사례 2. 서울에 사는 중소기업 부부

B 부부는 아직 내집 마련을 하지 못했다. 이들 부부는 앞에 부부처럼 시장매물을 살 여력이 없다. 대신 서울에서 공급되는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고 있다. 청약만 되면 언제든 입주가 가능하도록 ‘영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구로구 신도림의 아파트에 2억 6천만 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이들의 자금조달 계획은 이렇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24평짜리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5억 원 선이 다. 신혼부부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는 2억 6천만 원이다. 여기에 현재 부부가 살고 있는 전세금액 1억 5천만 원(나머지 전세금은 서울시 전세대출)을 합하면 4억 1천만 원이다. 1억 5천만 원이 부족하다. A 부부처럼 부모에게 빌릴 수도 없다. 다행히 분양아파트는 3년간 분할납부다. 당첨만 되면, 대출금으로 계약금을 내고 잔금은 부부의 소득과 주식투자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하지만, ‘영끌’을 하고도 자금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신혼부부 특공이 하늘의 별 따기란 것이다. 서울에서 신혼부부 특공에 당첨되려면 기본적으로 아이가 2명 이상 있어야 한다. 간혹 아이가 1명 있어도 당첨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유의미한 확률은 아니다. 운이 좋아서 신혼부부 특공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대출금 상환이다. 기본적으로 20년에서 30년간 상환하게 되는데, 2억 6천만 원 대출에 고정금리 2%를 적용하면 매달 이자만 50만 원 가량이다. 여기에 원리금 상환까지 하면 한 달에 200만 원 가량이 대출상환금으로 고정적으로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둘을 양육한다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혼부부 특공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아이를 낳고 새집을 마련하면 생활이 안된다. 이게 현실이다.

사례 3. 목포에 사는 공기업·교사 부부

C 부부의 경우 남편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공기업에 다니고, 아내는 유치원 교사다. 이들 부부의 꿈은 내집 마련이 아니다. 목포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집값이 비싸지도 않고, 최근 몇 년간 과잉공급으로 인해 시장에 나온 신축 매물도 많지만 집을 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어느 누구보다 정보력이 좋고, 빠르다. 주식투자로 쏠쏠한 이득을 봤다. 근로소득과 주식투자 이윤을 가지고 원정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C 부부의 투자처는 경남권 오피스텔이다.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울산·부산 등 경남권 역시 부동산 광풍지역이다. 외지인이 청약에 당첨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노리는 건 아파트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오피스텔 미분양 물량이다. 미분양 물량은 외지인도 손쉽게 ‘줍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포에는 부동산 투자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통해 신축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여유 자금은 경남권 오피스텔 2채에 투자한 것이다. 듣기로는 오피스텔이라 가격상승은 크지 않지만, 꾸준히 오르는 중이라고 한다.
D 부부는 모두 교사다. 당장이라도 목포의 입지 좋은 곳에 내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관사에 신혼집을 차렸다. 목포가 생활권이라 목포에 내집 마련을 하면 되지만, 향후에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고 주저한다. 대신 전남지역에서 그나마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여수·순천·광양에 청약을 넣어볼 계획이다. 그래서 D 부부는 한동안 관사에 거주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중이다.

‘영끌’은 아무나 하나 … 주식에 올인

사례로 든 부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이들이다. 서울에 살면서 중소기업에 다니고, 모아둔 돈도 없는 부부, 지방에 살지만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일찌감치 내집 마련이란 희망을 접고 산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2년 계약 만료 후 5% 보증금 인상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아파트는 언감생심, 빌라 투룸을 전전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들이 노리는 건 주식투자다. 집도 사고 싶고, 부동산 투자가 안정적이라는 걸 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주식투자를 통해서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메우려고 한다. 물론 ‘영끌’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한 이들이 부동산투자를 안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엔 내집 마련을 포기한 이들이 주식투자에 더 목을 맨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린 이들이 불로소득에 사활을 거는 사회. 이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부동산 투기를 하면 할수록,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어려운 사람의 내집 마련은 어려워지고 살림 형편은 곤궁해진다는 공자왈을 해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동산 투기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험이자, 누구나 하는 재테크에 불과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나 관료가 집값 안정에 관심이 없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금, 2021/05/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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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우리들이야기(1)]

안보에 제2외국어가 필수적인 이유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GDP가 작년 말 기준 1조 6,310달러로 세계 10위의 반열에 올랐다. 또 수출에서 7위, 수출입을 합친 교역에서는 9위의 규모를 보여 명실공히 무역강국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문화 분야에서의 한류도 지속하여 경제와 문화 모두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우리의 아킬레스건, 안보

그러나 반대로 우리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는 바로 안보다. 안보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항상 답답하다. 그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의 역학구도에 철저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직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이익을 취하려 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역학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지난번 사드 파동 때 이를 이미 경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이해 당사자만의 대화와 협상을 추구하는 양자주의(bilateralism)에서 벗어나서 문제를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자주의는 근본적인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국들뿐 아니라 제3국들까지 최대한 포함시키는 다자주의의 틀로 문제를 가져갈 때 단지 한반도라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인류 공영의 가치 추구라는 어젠다를 상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그리고 오직 그렇게 할 때만이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정책에 한계를 긋고,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수준과 정보 취득력은 다자주의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가?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국제기구 진출 비율이 매우 낮다.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기본적으로 낮은 외국어 능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 관계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결정을 얻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흔히 영어 하나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이제 기본이고, 보다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인 제2외국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비록 현재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유일한 답은 교육에 있다. 동북아라는 지역적 틀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로 나아가 많은 우방들을 확보한 뒤 그들을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의 어린 세대가 이를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국제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인데, 이의 기본 전제가 되는 우리의 외국어 교육 현황을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오직 영어 일변도의 정책, 즉 제2외국어를 등한시하는 정책도 문제이지만, 제2외국어 가운데에서도 오직 일본어와 중국어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동북아의 지역어도 필요하지만 세계 주요어가 너무 홀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의 프랑스어, 독일어가 몰락하였고, 스페인어와 러시어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중국과 미국에 편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프랑스어권 국제기구(OIF)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로 인해 전 세계의 프랑스어권 인구가 2050년에 최대 7억 5천만 명에 이르러 일약 세계 2위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어도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언어이고, 독일어도 EU 내에서 화자의 수가 가장 많은 주요 언어이다. 또한 동구권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어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으며,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아랍어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교역에 있어 지나치게 중국과 미국에 편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우리는 최근 들어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하루 빨리 해외시장의 다변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 주요 세계어들이 학교에서 가르쳐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당국은 항상 교육 현장에서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요청이 있어야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의 분석이 뒤바뀐 논리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표방한 제7차 교육과정을 앞두고 제2외국어 수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는데 이때 교육부나 교육청을 중심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가 수요에 비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두 언어의 교사들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조처들을 취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만 남게 되었다. 이후 각 학교는 가르칠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언어들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시하는 일본어나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누구로부터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내버려진 사이 이들 제2외국어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내년 신학기에는 오직 한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하게 시장논리에만 맡겨둔다면 교육정책은 왜 있으며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가? 이렇게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올바른 국가 미래 계획은 누가 만드는가? 불행하게도 이러한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달 한국외국어대학 사범대가 프랑스·독일·중국어교육과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외대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원인이지만 사실 졸업 후 교사로서의 취업이라는 본래의 목적 수행이 원천적으로 막힌 상태에서 내려진 평가라는 점에서 어쩌면 한국외대는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2외국어 교육, 특히 서양어 교육의 확대 필요

이제 제2외국어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서양어 교육을 확대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서양어 교사 임용을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EU의 외국어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언어 간의 아무런 차등 없이 학생의 요구에 따라 서너 개의 외국어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5월 13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2022년 임용시험부터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내년부터 교사 임용시험에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소식을 전해준 교육감들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이것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의 제2외국어 교육정책의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2외국어 교육의 강화와 균형 잡힌 언어의 분배가 우리의 미래 안보 역량을 강화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금, 2021/05/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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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7,8월호 – 특집. 오늘도 무사히(1)]

비열한 재건축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006년 개봉한 영화 ‘비열한 거리’.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상업영화의 특유의 자극적 설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병두(조인성)는 건달이다. 그들 스스로 말하길 “나이트 삐끼 출신에 비전통”. 병두는 삐끼 생활을 함께 하던 후배와 독립했지만, 변변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다. 병두는 병든 어머니와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어머니와 두 동생은 쓰러져가는 고옥에 산다. 하지만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곧 철거될 위기다. 거길 떠나서는 살 곳이 없는 병두의 어머니는 매일 철거반대 시위에 나서지만, 번번이 철거깡패로부터 행패를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병두는 좋은 스폰서 황 회장을 차지한다. 황 회장이 하는 일 중에 어렵고 불법적인 일을 병두네 조폭이 처리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영화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황 회장이라는 사람이 하는 일은 건설 시행사 사장쯤 되는 듯하다. 병두네 식구들이 하는 일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철거촌을 돌아다니며 재개발 동의 도장을 받거나,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을 겁줘 쫓아내는 일이다. 병두는 자신의 어머니가 당한 일을 똑같이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에게 되돌려준다. 그들이 하는 일은 소위 말하는 ‘철거용역’이다.

서론이 길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6월 9일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참사’ 때문이다. 광주 재개발 사업은 26,400㎡ 면적에 29층 아파트 19개동, 2,314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2007년 8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2017년 2월에야 사업시행 인가, 이듬해 7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조합원은 648명,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재개발 추진 명 목은 “도심 공동화, 주택 노후화로 악화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7월부터 석면 제거 등 철거가 시작돼 철거 공정률 90%를 넘겼다. 그러던 6월 9일 5층짜리 상가 건물을 철거하던 중, 건물 벽면이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수사를 통해 여러 부조리가 밝혀지고 있다. 그중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불법 하도급’이다. 재개발조합(시행사)은 현대산업개발(시공사)과 원도급 계약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한솔과 철거용역 하도급 계약을 한다. 여기까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합법적인 계약이다. 하지만 하도급업체 한솔은 직접 시공하지 않았다. 건축물 철거는 백솔기업에, 석면 철거는 다원이앤씨에 불법 재하도급을 줬다. 불법 하도급을 통해 철거 공사비는 3.3㎡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설계가 대비 1/7로 줄어든 단가를 가지고 제대로 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다면, 그 관리자는 재하도급업체에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으로 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대한민국 어느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부조리다. 생각해볼 점은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삭감된 돈이 누구의 주머니로 갔냐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공 공사를 생각한다면, 삭감된 단가는 고스란히 원도급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평당가 28만 원에 계약해 10만 원에 하도급을 줬다면, 원도급업체는 삽질 한번 하지 않고 계약서 몇 장으로 평당 18만 원을 번다. 하도급업체 또한 평당 10만 원에 하도급을 받아 4만 원에 재하도급을 줬다면 똑같이 서류 몇 장에 6만 원을 챙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은 사정이 다르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슈퍼갑’은 조합이고, 그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이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장의 입김이 어느 정도냐면, 조합장 말에 따라 하도급업체가 바뀐다. 조합장이 하도급업체 몇 군데를 정해주면, 원도급업체는 끽소리 못하고 그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해야 한다. 조합장 입김으로 공사를 수주한 하도급업체는 당연히 그에 상당하는 리베이트를 조합장에게 전달한다. 요사이 추진되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는 이런 부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필자의 예상으로는 80% 이상의 사업에 서는 여전히 이런 아사리판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철거용역은 조합장 노다지다.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과 동시에 영화 ‘비열한 거리’ 에 나오는 철거용역이 투입된다. 철거용역은 부지 정리, 재개발사업 동의서 등의 완력이 필요한 일을 도맡아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철거공사까지 참여한다. 철거공사에 대한 이권 양도는 허드렛일을 도와준 ‘용역깡패’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물론 철거공사를 통한 수익의 일부는 다시 조합장을 위시한 조합 임원단의 몫으로 돌아간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조합원들의 소중한 사업비가 이렇게 쓰이고 있다. 주변을 돌아봐라. 재개발·재건축 사업 도중에 임원 비리로 수차례 공기가 연장되고, 조합장이 수시로 바뀌고, 심지어 구속되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필자가 보기엔 불법하도급은 광주재개발 참사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그 자체다. 이들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진행된다. 사업 추진의 명분은 광주 재개발 사업과 같이 너무나도 공익적이다. 도시 공동화를 방지한다거나, 노후주택을 개선한다거나, 시민들의 주거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사업을 허가해 주는 지자체 역시 같은 이유로 허가해준다. 하지만 실제 사업 추진과 결과는 너무나도 사적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분양권을 가진 조합원뿐이다. 엄밀히 말해 전체 조합원이 아닌 이권을 가진 소수의 조합원일 것이다. 사업지구 원주민의 대부분은 세입자 신세다. 이들은 변변한 이주대책도 없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한다. 살던 사람 쫓아내고, 기존 공동체를 싸그리 갈아엎는 방식으로 기다란 아파트 몇 채 들어서면, 그게 지역공동체의 발전일까? 거품이 잔뜩 낀 아파트 몇 채가 새로 들어서서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라고는 집값 끌어올리는 것밖에 없는데, 이게 공적인 사업인가? 주민의 60~70%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추진되는 재건축·재개발사업. 가진 자들의 주머니만 더욱 불려주고, 가진 것 없는 사 람은 ‘벼락거지’로 만드는 재건축·재개발이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 지금과 같은 사업 추진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수, 2021/07/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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