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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핵심기술 유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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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핵심기술 유출일까?

익명 (미확인) | 월, 2018/04/23- 11:48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톱 편집]

2018년 2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는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은 2017년 비공개 처분을 내렸던 원심을 뒤집고,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근무하다 사망한 노동자 이모씨의 유족에게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온양사업장 보고서에 대한 법원의 공개결정 이후 여타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대해서도 공개청구가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다른 사업장들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삼성 측은 급히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소송을 제기하며 공개를 막았다. 삼성은 보고서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반도체 핵심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산업부에 보고서에 대한 국가핵심기술여부 조회를 요청했다. 이후 삼성의 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전고등법원은 왜

논란의 쟁점은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영업비밀이 있는지 여부다. 이는 온양사업장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것인데, 고등법원은 어떻게 공개판결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내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생산 및 보유한 모든 정보는 공개가 원칙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몇 가지 예외적인 사항에 해당할 경우 공공기관은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 ‘영업비밀’도 이 예외사유 중 하나인데,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알 권리와 영업비밀 각각의 중요성을 서로 비교 한 뒤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영업비밀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따르는데, 이 법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영업비밀로 규정하고 있다.

위의 조문을 풀어보면, 영업비밀은 아래 요건들을 충족하여야 한다.

1.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 (비공지성)
2.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 (경제적 유용성)
3. 해당 내용이 비밀이라는 것을 제3자나 종업원등이 인식할 수 있도록 관리된 정보 (비밀관리성)

그렇다면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이 요건들을 충족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할까?

작업환경측정이란 작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를 측정·평가하는 제도이다. 이 측정결과는 사업장 내 유해한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를 적절히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취를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기초 자료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꼭 알려야 한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전문기관이 작성하는데, 서식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볼 수 있다. 크게 노출기준 및 평가방법, 예비조사, 측정결과로 구성되며, 측정결과의 내용은 ①단위작업장소별 유해인자 측정위치도, ②단위작업장소별 작업환경측정결과(부서 또는 공정/단위작업장소/근로자수/ 측정위치(근로자명)/유해인자/측정치) ③종합의견이 포함된다.

아래 발췌내용은 노동자보건운동 단체인 일과건강의 작업환경측정교육 자료로, 조선업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담고 있다. 사례를 통해 보고서가 어떤 식으로 작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출처: 일과건강 [2017노동자건강권포럼]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듯 보고서는 노동자 안전과 관련하여 유해인자를 측정한 결과를 위주로 작성되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공정과 설비배치 정보는 매우 개략적이며 한정적이다.

한국경제 등 일부 보도에서는 보고서 내용에 생산라인 배치도나 설비·시설 종류와 개수, 사양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항목이 따로 기재되어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배치도나 공정별 물질 역시 구체적인 배열이나 배합 등 핵심기술이 드러나는 수준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지 않는다.

온양공장의 보고서를 열람한 대전고등법원 역시 보고서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라인명과 공정명이 기재되어 있을 뿐 공정간 배열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설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에 관한 기재도 별도로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삼성에서 민감한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측정위치도 역시 배치도가 아닌 개략적인 모식도 위에 측정위치만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측정위치도와 다른 정보들을 함께 대조해 볼 경우, 유해인자가 공장의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측정되었는지는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①해당 유해인자를 함유한 화학물질이 매우 다양한 제품으로 존재하고, 여러 유해인자의 조합으로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조제될 수 있는 점, ②일반적인 반도체 생산 공정이 이미 보고서,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당부분 공개되어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보고서의 내용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유용한 삼성의 핵심기술이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에서는 현재 ‘측정위치도’와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실태’가 제3자에게까지 공개되면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가 고도의 정확성과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모식도나 유해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정보만으로 그 핵심기술을 중국기업이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게다가 첨단 산업의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는 특허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반도체 관련 특허를 국내에서 4388건, 미국에서 2566건이나 출원했다. 미국에서 특허권을 받기 위해서는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 이름과 공정조건 등 세부내용을 공개해야 하는데, 삼성은 이미 이 내용들을 공개하고 특허를 통해 기술을 보호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만약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

삼성이 말하는 대로 영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영업비밀이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작업환경측정에 대한 결과를 비공개해야 할까? 

앞서 정보공개법상 ‘영업비밀로서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정보를 비공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있다. 아래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영업비밀이라도 정보를 공개해야만 한다는 조항이다.

가.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나.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의 보고서가 만약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가’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어느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 물질 등의 유해인자가 검출되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하여 해당 작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해당 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기업의 영업활동이 ‘영업비밀’이외에 여러 제도를 통해 보호 받을 수 있는 데 비해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은 영업비밀 앞에서 오랜 시간 침해되어 왔다. 기업의 유해화학물질 정보가 없이는 산재를 입증할 수도, 물고기 폐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삼성의 주장처럼 영업비밀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해물질의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는 비밀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UN 「유해물질 및 폐기물처리 관련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한 보고서」의 문구이기도 하다.


화학물질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나?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기업이 화학물질을 다룬다. 산업 발전의 과정에서 화학물질 사고와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건강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화학물질 등록, 평가, 허가 및 제한에 관한 법’(REACH)등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정보를 축적하고 공개하는 제도를 발전시켜왔으며, 미국에서도 지역사회알권리법(EPCRA)을 통해 지역 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구미불산누출사고를 비롯해 화학사고가 급증하면서 1t 이상 화학물질에 대한 통계조사 및 배출량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등 알권리의 중요성을 더 많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왔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영업비밀에 대한 판단을 기업이 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안전한 사용을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치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MSDS에 작성된 물질의 태반이 ‘영업비밀 성분’으로 가려져있다. 국회에서는 현재 영업비밀에 대한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그동안 ‘영업비밀’은 노동자 보건이나 환경 보전등 기업이 신경 써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로서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산업재해 뿐 아니라 가습살균제사건, 생리대 유해물질, 살충제계란 파동 등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이슈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그만큼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공개요구는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화학물질 독성정보 제공이나 안전성 입증에 미온적인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대전고등법원의 판례가 중요한 이유는 점점 늘어가는 시민들의 이런 물음들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산업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공공의 안전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법의 원칙이며, 공공의 안전을 위해 사익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목적이자 역할이기도 하다.


*이 글은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언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뉴스톱과 제휴를 통해 팩트체크 보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톱의 팩트체크 보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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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위터에서 국세청의 고액세금체납자 명단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모았습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기간 1년 이상, 체납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는 이 명단을 지도 형태로 공개하여, 고액체납자들의 성명, 직업(업종), 주소,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링크). 해당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강남구에 고액체납자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전직 대통령의 세금 체납 액수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지도 ⓒ 트위터

명단공개 제도의 효과

이렇게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행정용어로는 '공표'라고 합니다. 행정상 공표에는 법적인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성명이나 위반 사실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명예나 신용에 타격을 주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효과도 있겠죠. 

한국에는 다양한 공표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식당의 상호명과 소재지, 대표자, 행정처분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에서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을 공개합니다(링크). 이 경우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식당이나 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성격도 있겠죠.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합니다(링크).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기능도 있고, 구직자들로 하여금 임금체불 사업장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업안정법에서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를 활용하여 임금체불 사업주가 직업소개소에 구인공고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임금체불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서는 체불사업주의 구인공고에 사전안내를 제공한다. ⓒ 알바천국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앞서 살펴봤듯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친절하게 세급체납자들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임금체불 사업주 역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따로 메뉴를 만들어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메뉴 ⓒ 고용노동부

 
이렇게 다양한 공표제도 중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사업장에 대한 명단공개 제도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가 잦아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개 방식은 다른 공표 대상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지만, 그 내용을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 사전정보 공표목록 메뉴를 거쳐, 산재예방/산재보상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라는 게시판 바로가기 링크가 나옵니다(링크).

이 게시판에서 다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수고를 들여야,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한참을 뒤져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파일을 열면, 제대로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빽빽한 표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일부 ⓒ 고용노동부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명단을 확인하더라도 어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업종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재해자 수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어떤 안전 조치를 위반했고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서 고액상습체납자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체불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셋 모두 법령 상 공표에 대한 조문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각자의 공표 대상 정보 범위를 정하고, 공개 방식은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시민들이 찾아보기 쉽게, 활용하기 쉽게 공개하고, 어떤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게 공개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매일 일하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에서 살펴보았듯, 명단공개와 같은 공표제도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는 200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명단공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예방의지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링크).

몇 달 전 산업재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으며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이러한 명단공개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업장 명칭과 재해 내용 등의 정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사업주가 제대로 산재 예방에 나서라"는 법입니다.

법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단 공개가 '망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민들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명단을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렵고 기업이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면, 명단 공개제도는 허울에 불과할 뿐,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도,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제대로 망신 주는데
 

 미국 산업안정보건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공개 ⓒ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데이터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뿐 아니라 절단, 낙상 등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수사하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산업재해 사례 중에서 법 위반으로 소환장이 발부된 케이스들을 개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주별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4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문 사업장들의 명단을 지도 형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 어떤 안전의무를 위반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등의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에서 공개하는 보건안전법 위반 기업 데이터 ⓒ 영국 보건안전청

영국 보건안전청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국에서 어느 기업이 보건안전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와 위반 법 조항, 구형 내용, 이전의 사건 기록들 등이 상세하게 공개됩니다. 미국과 유사하게 개별 산업재해 사고 사례에서도 사업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는 명단공개 필요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법 시행을 위해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하고,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해 일어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제정안을 보면 "의무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야 사업장 명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심지어 공표 이전에 소명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명단을 공개한 다음에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공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은 매년 3월 정도에 공개하는데, 2021년 3월에 2019년에 일어난 산업재해 사업장을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2년 늦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도 재판 등으로 인해 의무 위반 여부가 늦게 확정되면, 3년, 4년 된 사고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해당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 떠나간 후에야 공개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명단 공개 역시 한없이 질질 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2년, 3년 후에야 사업장 명단이 공개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공개 방식마저도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PDF 파일로 올라온다면,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명단공개로 인해 '망신당한다'는 압박을 느낄 리 없습니다. 공표 제도의 원래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표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명단을 빠르게, 상세하게,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되면, 영국 역시 법 위반으로 기업이 기소되면 그 사실을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고가 일어나 조사가 진행되면, 6개월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는 셈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심 판결이 나면 바로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명단공개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처럼 지도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처럼 시민들이 쉽게 찾아보고,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죽어갑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왔습니다. 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입법 취지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사업장 공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정부가 어렵지 않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제도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개된 시행령은 비록 실망스럽지만, 나중에 시행령이 공포될 때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 2021/09/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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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당시 뉴스화면




2015년 8월 14일, 박근혜 정부는 형사범 6527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사면 대상자로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여 징역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비자금 조성 배임 혐의로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옥 한화그룹 여천NCC대표 등이 포함되어, "재벌 특혜 사면"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부패기업인 특별사면 유감.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최태원 등 부패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이루어졌습니다. 부패기업인 특별사면은 국민통합과 경제정의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형 범죄, 배임횡령 등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참여연대 비판 논평


특별사면의 경우 대통령에게 그 권한이 있는데, 법무부가 사면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의결합니다. 이후 법무부장관이 사면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상신하여 사면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에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4명 이상 위촉하여,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심사하고 있습니다. (사면법)

2015년 5월 27일, 정보공개센터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바탕으로 제작한 카드뉴스

사면법에서는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은 특별사면을 행한 5년 후에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2015년 5월, 2008~2009년 당시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며 사면권 남용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요, 이후 사면심사위원회 사면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매년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하고 있고, 올 해 2015년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받아보았습니다.



2015년 8월 10일에 열렸던 사면심사위원회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이라는 거대 재벌의 경제비리와 관련하여 재벌 회장과 부회장이 심사 대상이었기 때문에, 사면의 적정성을 두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회의였습니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법무부가 공개한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어떤 위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인 속기 내용이 남아있지 않고, 주요 발언 내용을 요약한 형태라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에 공개한 회의록이 '요약 정리'로 되어있는 것이 문제인 이유는, 그 이전 해인 2014년까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속기록' 형태로 정리되어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은 2014년 까지 열렸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단순히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지, 부적절한 발언이 있지는 않았는지, 사면 기준이 제대로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2014년 회의록(좌)와 2015년 회의록(우) 비교

그런데, 2015년 8월부터 회의록이 '속기록'의 형태가 아닌 '요약 정리' 형태로 바뀌어서 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어떤 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 적절한지 시민들이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어졌습니다. 그 시점 또한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여 사면심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2015년 5월 27일의 일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자, 그전까지의 회의록 기록 방식을 부랴부랴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부분입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로 탄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 명단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견지하여 단지 형식적인 들러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되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사면심사위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외부 연론이나 로비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중립적인 위원들로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하며, "국민적 관심이 큰 특별사면 등에 대한 심사과정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위원들로 하여금 심의 결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과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이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심사 과정에 대해 기본적인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동안 멀쩡하게 기록되던 속기록이 2015년부터 갑작스레 요약 정리로 바뀐 것은 법원이 열어놓았던 시민 알권리의 영역을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축소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입니다. 이미 특별사면이 5년이나 지난 후에야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도록 한 것은 폐쇄주의의 발로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도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이 계속 요약 정리 형태로 기재되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만약 그러하다면 법무부는 박근혜 정부 시기 도입된 비밀주의를 원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2015년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 및 위원 명단 다운로드 링크

수, 2020/09/1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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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펀딩과 임상규제 완화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앞당겨지면서, 세계 각 나라들이 코로나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말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이스라엘,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10여개 국가들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 역시 2021년 1월 26일 현재까지 총 1억600회분(5600만명 분)의 백신 선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일상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전 국민 무료예방접종 실시)
정보공개센터는 코로나19백신의 종류,  각국의 백신계약과 접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사이트들과 그 주요내용을 정리해 소개하고 백신 공급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 코로나19 백신의 종류
NYTimes
<뉴욕타임즈>는 Coronavirus Vaccine Tracker> 페이지를 통해 전세계 백신 개발 및 사용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여 보여줍니다. 
2021년 1월 26일 현재, 총 66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10개의 백신이 각국에서 허가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접종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임상3단계를 거친 주요 백신은 국내에도 도입될 예정인 <화이자-바이오앤테크><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등을 포함해 12개 정도이며, 사이트 내에서 각 백신에 대한 설명과 사용되고 있는 나라를 지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내 유통 예정인 백신

주요 백신들 중 한국이 구매계약을 체결한 백신은 2021년1월28일기준 COVAX Facility를 통한 백신 2,000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 화이자 2,000만 회분, 얀센 600만 회분, 모더나 4,000만 회분으로 56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노바백스와도 2천만명분의 구매 계약을 거의 완료한 상태로, 계약이 최종 체결되면 총 7천600만명 분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 중 COVAX Facility를 통해 구입한 화이자 백신 5만회가 2월 중 공급될 예정입니다.

  • 국가별 백신 구매계약 현황


Duke 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백신은 어떻게 배분되고 있을까요.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 코로나 종식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감염병이 급속도로 퍼지고 변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았듯이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안전해 질 수 없는' 것이 팬데믹의 특징이며, 따라서 국제적인 펀딩을 통해 백신을 함께 개발하고, 국가간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백신이나 치료제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0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8개국 정상이 함께 코로나19 백신의 평등한 국제적 분배를 촉구하는 칼럼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文 등 8개국 정상 기고 "코로나 백신 전세계 평등하게 공유"

코백스(COVAX Facility)는 이러한 국제사회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국제 백신 공급기구로, '세계 모든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여국들이 돈을 모아 제약회사와 백신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개발이 완료되면 참여국이 동등하게 백신 공급을 보장받는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가 코백스를 통해 이뤄집니다. 또한 COVAX AMC 프로그램을 운영해 고소득 국가의 기여금으로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국가에 백신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백신이 개발되고 있을 당시부터 모든 국가들이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구매할 것을 요청해 왔지만 미국, 러시아 등 몇몇 국가들은 이러한 코백스에 가입하지 않고 단독으로 제약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행태를 보여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COVAX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코백스 가입 현황] 

     

그러나 백신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코백스에 가입한 국가들 역시 자국에 우선적으로 백신을 도입하기위해 공격적으로 제약회사와 개별 구매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듀크대학 글로벌 보건 혁신센터(Duke 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에서는 각 국가별 백신 구매계약 현황을 수집하고 국가소득별로 분석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 백신구매 숫자는 접종가능 횟수 분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COVAX 백신의 각 국가별 구매현황은 계산되지 않음. 한국 데이터 수치는 모더나 2백만회분 누락 

각 국가별 구매 현황을 살펴보면, 고소득국가와 저소득국가의 차이가 20배가 넘습니다. 세계 인구의 14% 정도에 해당하는 고소득국가에만 백신물량의 대부분이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WHO등 국제기구 및 인권단체들에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사재기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 국가별 백신접종률
 
현재 각 국가별로 실제 백신접종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OUR WORLD IN DATA' 사이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에는 백신 접종 현황 뿐 아니라 각국의 의료인프라등 코로나와 관련한 전 세계의 다양한 현황데이터가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1월 28일 현재 백신접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로 국민의 40% 이상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스라엘에서 2차 접종을 마친 후의 데이터가 25일 공개되었는데요, 2차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12만8천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20명으로,  0.015%의 감염률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데이터에 한계는 있지만 백신의 효과성이 어느정도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문제는 공급확대, 제약회사 특허 일시적 면제 필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코로나 종식은 어렵습니다. 이미 남아공, 영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들이 나타나고 있고, 백신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변이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현재 제약회사에서는 기술 특허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개별국가들과 가격과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백신을 개발한 소수의 제약회사에서 전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만큼의 백신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2020년 10월 WTO의 특허권 관련 조항을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는 면제하자는 의결안을 상정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164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선진국의 반발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렬된 상태입니다. (2021.3월 재상정 예정. 관련기사 "US, Europe still oppose India-SA plan to waive Covid vaccines’ IPR, WTO to discuss on 4 Feb") 
부유한 나라들의 경우 기술을 이전해 자체 생산을 하는 계약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일부 백신에 대해 기술이전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을 위해서는 제약회사들에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 계약내용은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전 세계의 주요 약품생산시설에서 코로나 백신을 최대한 많이 제조할 수있도록 해야만 빈곤국에도 빠르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COVID-19 백신후보 및 제조 능력을 표시한 세계지도으로, Third Word Networks 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신개발에는 각국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될 뿐 아니라, 대규모의 임상실험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제약회사의 노력 뿐 아니라, 백신개발을 앞당기려는 세계적 수준의 펀딩, 임상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개발도상국 거주민들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여한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금, 2021/01/2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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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의원 정지자금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분석 기사를 낸 오마이뉴스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제출!

 

지난 5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의견서 링크) 정당 가입 가능연령을 기존의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고, 당내 경선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자는 등 중요한 내용들이 여럿 들어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정보공개센터는 두 가지 내용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1) 임기 개시 후 당선인의 재산신고 내역 추가 확인

 

- 21대 총선 이후 김홍걸, 조수진 의원 등 후보자 등록 당시 재산신고를 축소하거나 누락한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후보자들의 재산신고 내역은 선거 기간이 지나면 비공개로 전환되어, 당선자들이 공직자로서 재산을 등록하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후보자 시절의 재산 내역과 상호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허위 신고를 하거나 축소 신고를 하더라도, 제보가 없다면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등록 시 제출한 재산신고 서류에 대해, 당선인에 한해서는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추후 공직자 재산등록 내역과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을 비교하여 고의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누락한 경우 이를 조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2)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상시 인터넷 공개

 

 -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 내역은 현재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만 받아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정보임에도 사전 공개하지 않아, 정치자금 내역에 대한 감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개선하여,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시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2. 정치자금법 제42조 2항, 위헌!

 

 위 내용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현행 정치자금법 제42조 2항은 정치자금의 지출 영수증을 매년 3개월 동안만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해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정치자금의 영수증 공개가 제한되어, 정치자금 사용의 투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이 있었었습니다.

 그런데, 5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이 정치자금법 제42조2항에서 '3개월'로 열람 기간을 제한한 것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관련 기사)

 

 이번 위헌 결정으로 국회가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는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 투명성을 확대하자는 의견서를 낸 만큼, 이를 반영하여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 내역과, 정치자금 지출 영수증 등의 관련 서류들을 시민들이 보다 손 쉽게 살펴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법 개정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 주목하여 심도 깊은 기획 기사들을 수년 간 이어온 바 있는데요, (기사 링크) 앞으로는 더 많은 시민과 언론들이 정치자금 감시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금, 2021/05/2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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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될 무렵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열린 4년 간의 주민공청회 내역을 분석하여 '주민참여'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살펴본 바 있다. (말뿐인 주민참여...서울 25개구 공청회 거의 없었다) 4년 간 25개 구청이 개최한 공청회가 122회에 불과했고, 공청회 홍보 역시 관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일 하는 주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평일 낮시간에 주로 개최되어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2년이 지나, 민선 7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 시점에서 과연 그동안의 공청회 관행은 좀 개선이 되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9일 현재까지 구청이 행정절차법에 따라 개최한 공청회 전체에 대하여 공청회 제목, 개최 장소, 개최 날짜, 행사 시각, 해당 공청회의 홍보방식(관보,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일간신문, 현수막 게첩, 기타 중 해당 되는 홍보방식을 체크) 등의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합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공청회 개최 내역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확인하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5개 자치구에서 2년 간 개최된 공청회는 총 52건이었다. 1개 자치구가 1년에 한번 공청회를 개최한 꼴이었다. 2020년 전반기 내내 코로나 19로 인해 주민들이 모이는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선 6기와 큰 차이 없는 결과였다.

 문제는, 단 한차례도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자치구가 25개 구 중 7개구에 달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서초구, 용산구, 종로구 등 7개 구청은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바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사실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청회를 실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구청에게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청회가 '의무 사항'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경우 - 행정안전부 [공청회 운영 매뉴얼 2018]

그러나, 공청회를 많이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행정기관이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많이 수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의 '공청회 운영 매뉴얼'에 다르면, 공청회는 "행정작용을 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처분전 사전 의견청취", "구성원 간의 대립된 의견을 조정",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대한 의견수렴"하는 기능을 한다. 공청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7개 자치구에서는, 지역 주민 간 대립이 일어날 사안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경우가 과연 한 차례도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운 일이다.


2019년 5월 8일에 동대문구가 개최한 청량리종합시장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주민 공청회



주민공청회가 주로 평일 낮에 열려,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 역시 여전했다. 전체 52건의 공청회 중, 휴일인 주말이나 퇴근 이후인 평일 저녁 시간대에 공청회가 열린 경우는 겨우 10건에 불과했다. 지난 번 조사 결과와 크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나마 서대문구의 경우 모두 6번의 공청회 중에서 절반인 3건을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에 개최하여, 상대적으로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6건의 공청회 중 3건을 평일 저녁 및 주말에 개최한 서대문구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홍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절차법에서는 공청회 개최 전에 관보나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일간신문에 이를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로 공청회 개최 사실을 확인하기 가장 좋은 통로는 결국 거리 현수막이다. 그러나 52건의 공청회 중, '현수막'을 통해 홍보를 한 경우는 18건에 그쳤다.

분명 제도화 되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전자공청회의 문제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법 제38조의2에서는 분명 전자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전자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기초자치단체마다 홈페이지에 전자공청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웹서비스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공청회 메뉴를 만들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찾기 어려울 뿐 더러, 활용하는 경우에도 주로 '입법예고'의 형태로 활용하고 있어 공청회라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의 전자공청회 소개

그나마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전자공청회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메뉴는 '국민생각함'의 '생각모음' 페이지라 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초자치단체들이 구정과 관련한 온라인토론 게시물을 올리고, 덧글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참여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생각모음 페이지

만약 구청이 '주민 참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열고, 운영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규정된 공청회나 전자공청회 부터가 형식적으로 열리고 있기 십상이고, 시민들은 이런 절차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정말로 '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참여 없는 '지방자치'란 일부 지역 정치인과 유지들을 위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너나 없이 '자치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2020년,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봐야하는 것 아닐까.

목, 2020/07/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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