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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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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8/04/20- 20:18
희망제작소가 12년 만에 마련한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단장을 하며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 때문에 일정이 조금 늦춰졌지만, 새 공간에서 시민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3월의 어느 날, 희망모울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이일훈 건축가님과 희망모울 설계와 건축을 맡고 계신 박창현 건축가님(에이라운드 건축 대표)을 만났습니다. 두 건축가님은 어떤 인연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하게 되셨을까요? 그 두 번째 이야기인 박창현 건축가님과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희망모울을 만드는 사람들 ② 박창현 건축가
“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희망제작소가 12년 만에 마련한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단장을 하며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 때문에 일정이 조금 늦춰졌지만, 새 공간에서 시민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3월의 어느 날, 희망모울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이일훈 건축가님(인터뷰 보기)과 희망모울 설계와 건축을 맡고 계신 박창현 건축가님(에이라운드 건축 대표)을 만났습니다. 두 건축가님은 어떤 인연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하게 되셨을까요? 그 두 번째 이야기인 박창현 건축가님과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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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현 건축가가 한상규 이음센터 팀장에게 희망모울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한상규(이음센터 팀장, 이하 한) : 이렇게 인연이 닿아 시민의 공간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창현건축가(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이하 박) : 반갑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희망모울에 많은 분이 오셔서 연구도 하시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시 본인 만의 건축철학이 있나요? 그리고 건축이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저는 학부 때는 가구를, 대학원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직접 시간을 들여 가구를 만들었던 경험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건축물과 사람의 접점에 관심이 많고, 시간을 머금을 수 있는 건축을 좋아합니다. 건축에 관한 기본적 접근에서 벗어나 그 의미를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물리적 공간인 건축물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울릴 수 있는가 고민하는 거지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는 건축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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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현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 작업물을 설명하고 있다

: 그런 부분을 설계와 콘셉트에 적용하시는지요?

: 요즘은 기능과 비기능의 경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건축물은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르게 지어지는데요. 저는 그 밖에서의 기능이 어떤 역할을 할지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 희망모울에 오시는 분들이 1층 장애인 화장실을 잘 살펴보셨으면 해요. 문을 받치는 목재 기둥에 제 콘셉트를 반영했거든요.

: 모두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 희망제작소에 ‘이음센터’라는 부서가 신설됐는데요. 시민과 시민, 희망제작소와 시민을 연결하는 일을 하게 될 예정이에요. 이런 연결 역시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 그동안 공동주택을 많이 설계했는데요. 개별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이 공용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아직 사람들의 관심은 적지만, 사회 흐름을 보니 공용 공간은 미래를 위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 형성을 돕기 때문이지요. 이런 생각을 희망모울 설계에 반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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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이일훈 건축가, 한상규 이음센터 팀장, 박창현 건축가

: 희망제작소는 어떤 곳 같아 보이나요? 또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 희망제작소는 그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긍정적 변화와 희망을 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연구원분들과 이야기하던 중, 조직이 경직되지 않고 굉장히 유연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많은 시민과 함께할 공간의 활용도를 생각해보면, 이번 설계 콘셉트와 잘 맞았지요.제 은사님이신 이일훈 건축가님의 소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래된 건물을 수선해야 했는데요. 옛 것과 새 것의 접점을 잘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희망모울을 설계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또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 어떻게 하면 희망제작소의 모든 식구(연구원, 후원회원, 시민 등)가 저희가 설계하는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열린 마음으로 잘 써보겠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모울이 여타 공간과 조금 다르게 설계되다 보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해야겠죠. 하지만 희망제작소가 잘 활용해서, 이런 공간이 필요한 기업이나 단체들에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3~4층 업무 공간을 설계할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실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기도 하고요. 보통 사무실에서는 의자와 책상이 고정돼 있고, 각자 지정된 곳에서만 업무를 봐야 하잖아요. 하지만 희망제작소는 유연한 사무공간을 원했어요. 이를 받아줄 수 있는 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연한 구조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오듯 그때그때 쉽게 이동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는 유동적 사무공간을 설계했지요. 이런 의미가 사용하시는 분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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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모울 설계를 위해 건물을 둘러보는 이일훈 건축가와 박창현 건축가

: 희망모울에서 특별히 자랑하시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 모든 시민의 의견이 모이고, 이야기마당이 될 수 있는 1층 카페공간입니다. 1층 정문에 서면, 사람들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카페 뒷배경으로는 정원이 있죠. 정원에서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사람과 공간이 교차하고 내부와 외부가 교차하면서 이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 건축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완성된 공간을 빨리 보고 싶어지네요. 혹시 설계자로서 희망모울을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온다’입니다.

: 마지막으로 희망모울이 어떤 건물이 되기를 바라시는지요?

: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이에 따라 변화하는, 즉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용하시는 분들도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애착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가 되는 시대’를 열기 위한 베이스캠프인 희망모울을 차곡차곡 짓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희망모울의 적합 지역과 건물을 함께 찾아주신 이일훈 건축가, 살아있는 공간을 설계해주신 박창현 건축가, 오늘도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사무소·건축현장·자재생산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의 비전과 미션에 깊이 공감하고, 따뜻한 응원으로 함께 해 주시는 후원회원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한상규 | 이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현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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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 최종 선정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7월 6일(금) 2차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PT에 참여해주신 모든 연구자분들께서
소중한 아이디어와 연구계획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열정적인 모습과 의미있는 내용에,
최종 지원자를 선정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해주신 연구자님들을 포함하여,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 최종선발자 명단(가나다 순)

김o훈 – 반려동물 재난대피소 만들기
이o정 – 미투시대, 백래시와 남자청소년 대상 성교육
이o민 – 청년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 선정되신 분께는 계약 등의 관련 내용을 개별 안내해드릴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 관련 문의 : 경영기획실 박지호 연구원(010-4944-6347)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여는 희망제작소의 첫 번째 프로젝트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금, 2018/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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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 희망제작소는 어떤 곳인가요? 시민단체? 연구소?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저와 제 동료들에게도 희망제작소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인데요. 하지만 우리 모두 동의하고 믿고 있는 명제가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점입니다.

평창동 희망제작소 건물에 들어오면,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365명 시민의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창립한 해인 2006년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의 모습을 촬영한 것인데요. ‘우리 사회의 희망은 시민’이라는 희망제작소의 최우선 가치를 보여드리기 위해, 건물 벽을 시민의 얼굴로 빼곡히 채워둔 것이지요. 12년이 지나 사진의 색이 바래고 희미해졌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선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2018년 봄, 희망제작소는 12년 만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그 이름은 ‘희망모울’인데요. ‘시민의 초상’ 캠페인은, 희망모울에 다시 한번 시민의 얼굴을 기록하여 그 가치를 되새기려는 프로젝트입니다.

‘시민의 초상’ 홍보 포스터에 담긴 사진을 보셨나요? 공룡 인형을 들고 있는 어린아이, 화려한 무늬가 있는 옷을 입은 할머니,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아버지, 12살 된 강아지까지…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시민을 있는 그대로, 또 멋지게 담고자 큰 노력을 쏟았습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신청해주세요. 여러분의 모습을 사진에 정성스레 담아드릴게요. (‘시민의 초상’ 캠페인 신청하기)

이번 캠페인은 ‘바라봄 사진관’과 함께 합니다. 바라봄 사진관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마음 편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탄생한 장애인 전용 사진관인데요. 나종민 대표님은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이기도 합니다. 바라봄 사진관의 작가 선생님들은 촬영에 참여하는 분들이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시종일관 배려를 잊지 않으셨는데요. 열두 살 노견 준이가 높은 곳을 무서워하자 바닥에 어떤 망설임 없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셨고, 세 살 아가 선우를 위해서는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사진 촬영이 어색한 어르신을 위해 자연스러운 표정을 유도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각각의 특성이 잘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 앞모습을 찍고 난 후, 여기에 맞추어 뒷모습을 촬영했어요.

▲ 앞모습을 찍고 난 후, 여기에 맞추어 뒷모습을 촬영했어요.

▲ 여러 컷을 찍은 후 최종 컷을 선정합니다.

▲ 여러 컷을 찍은 후 최종 컷을 선정합니다.

▲ 공룡 장난감과 상어가족 동요로 신이 난 선우의 B컷

▲ 공룡 장난감과 상어가족 동요로 신이 난 선우의 B컷

▲ "여기보자! 여기!" 간식으로 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던 열두 살 준이의 촬영

▲ “여기보자! 여기!” 간식으로 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던 열두 살 준이의 촬영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초상’ 캠페인으로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한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의미를 상기시키려 합니다. 우리는 시민이기 때문에 연대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희망제작소는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에서 시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탐구하고 대안을 만들려 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글 : 유다인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바라봄사진관

수, 2018/04/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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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 오픈 기념으로 연속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에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N%의 활동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는데요. 각자의 생활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학 신입생, 엔지니어, 대학원생, 두 아이의 엄마 등 4명의 시민이 희망모울 2층 누구나 학교에 모였습니다. 각기 다른 생활 영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어찌 보면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상을 바꾸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N%의 활동가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순창의 청소년 과학캠프 기획자(서명원), 아파트 작은도서관 관장(조경준), 상근자 없는 조직의 5년째 활동가(스밀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늘 무언가를 하는 엄마(이수진) 등 일상의 N%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할애하고 있는 이들의 시작, N% 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 애로사항, 동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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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에 첫발을 떼게 된 시작은 거창하거나 아름답기보다는 소소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필요에 있었습니다.

조경준(천왕이펜하우스 7단지 작은도서관 관장, 이하 ‘조경준’) : 작년 여름 매우 더울 때 집에 에어컨이 없었어요. 아파트에 있는 도서관은 에어컨도, 책도 갖추고 있지만 1년 넘게 안 열고 있었죠. 거길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물어봤는데 운영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몇 달은 그렇게 계속 지냈어요.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쓰고 싶지만 나서기는 어려워하는 상황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는 거기에 자잘한 일들이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서명원(대학생, 순창 청소년 과학캠프 기획, 이하 ‘서명원’) :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어요.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뭔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랑 순창에서 우리끼리 재밌는 것을 해보자고 이야기했고, 평소 관심 있던 과학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순창에서는 과학 관련 활동을 접하는 게 힘들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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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서명원 님, 조경준 님, 이수진 님

이수진(2017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 이하 ‘이수진’) : 진로센터에서 근무 하면서 멘토 관리 업무를 했어요. 멘토들이 활동할 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상황이 많아 보였어요. 그래서 소소한 도움을 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스밀라(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활동가, 이하 ‘스밀라’) : 성격상 밤에 누워서 잠이 안 올 만한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공익적인 활동도 했어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이하 ‘기청넷’) 활동은 후원회원으로 시작했어요. 어느 날 기청넷 활동가 친구가 작은 회원모임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어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그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졌죠.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했고 그만둘 타이밍을 못 찾았던 것도 같아요.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사실 집에 가면 누워서 편히 쉬고 싶죠. 또 가정도 돌봐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이들은 일상에 한 겹 더해서 N%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조경준 :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야간근무 이후에도 도서관 가서 일하는데 그게 재밌었어요. 저의 원래 직업은 문제를 분석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일이라 비슷하고 재미없을 때가 많아요. 또 조직의 논리와 상사의 바람에 따라야 하고, 매뉴얼에도 맞춰야 하죠. 도서관에서는 그저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일하고, 밖에서의 스트레스를 이것으로 해소하기도 하고요.

이수진 : 40대에 들어서니까 사는데 두려움이 생겼어요. 아는 사람만 만나고, 가는 데만 가고, 정해진 패턴을 벗어나는 게 두려웠어요. 근데 또 그 안에서 사는 게 불편했어요. 작지만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죠. 재능기부, 봉사활동 등 여러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이 넓어지고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잘 늙고 싶은 욕망? 그런 것 같아요.

스밀라 : 저희도 금전적인 보상이 있는 조직은 아니라 쉬웠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되다 보니 이걸 전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길을 함께 해 주는 동료들 덕도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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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이수진 님, 스밀라 님, 백희원 일상센터 연구원

N%의 활동가들은 똑같은 이유나 비전이 아니라 각자의 이유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이수진 님에게 봉사나 프로젝트 활동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온전함으로 삶에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조경준 님에게 작은도서관 관장 활동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동네에서의 활동에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청년뿐만 아니라 아파트에 함께 사는 시니어도 살피는 눈을 주고, 사회에 더욱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서명원 님에게 내-일상상프로젝트와 과학캠프 기획 경험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줬고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하네요. 스밀라 님은 활동 경험으로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졌고,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N%의 활동가들은 ‘내 세상을 바꾸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좀 더 낫게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통 내가 잘 살기 위해서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들의 활동은 나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부딪치면서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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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 저는 활동할 때마다 시험 기간과 겹쳤어요. 저 혼자만 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고 다 같이 참여해야 잘 되는 건데, 친구들과 모임 시간이나 의견 조율하는 것도 힘들었고 캠프 일정 잡는 것도 어려웠어요. 학교에서 저희가 하는 일에 많이 반대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름의 해결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친구들과 회의는 메신저로 했고요. 시험 기간과 겹칠 땐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새벽까지 공부했어요. 덕분에 학교에서도 저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요.

스밀라 : N% 활동하시는 분은 다 비슷할 텐데 내 일과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당장 해야 하는 행사가 있으면 이 일이 1순위가 되니까 본업에서 해야 할 일이 뒤로 미뤄지게 되죠. 일의 총량이 달라져야 해결되는 건데 늘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효율성을 높인다는 애플리케이션은 다 받아본 것 같아요. 또 다른 건 활동(단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 운영에 있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에요. 또 하는 일은 매우 많지만 임금을 주는 체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본업을 하면서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보상이라는 게 돈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희망제작소의 많은 활동은 시민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완성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가끔 우리의 길에 시민이 함께해 줄까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분이 동행해주셨습니다. 머리 긁적이며 은근슬쩍 함께해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4명의 N%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렇게 은근히 좋은 분들도 우리가 사는 세계의 좋은 부분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헌신적인 활동가가 사회를 바꾸는 주인공이었다면, 오늘날 사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혹은 내 옆에 있는 시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곳과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N%의 활동가’라는 이름이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일상 속의 사소한 활동 하나가 내 삶에 자리 잡고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면 그것이 곧 N%의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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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변화시키는 N%의 활동가> 오픈 세미나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는 기록으로 전해드립니다. (세미나 속기록 보기) 이 글을 읽은 여러분과 언젠가 ‘N%의 활동가’로 만난다면, 각자의 세계에서 좋은 부분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날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일상을 변화시키는 N%의 활동가’ 세미나 패널 소개

서명원 님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 1기 참여자. 순창에서 나고 자랐으며 VR로 진로를 정해 대학을 다니고 있다. 청소년 때부터 과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지역에서는 관련 정보를 쉽고 다양하게 접하기 어려워 친구들과 ‘순창까지 찾아온 과학캠프’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과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실험하고 전문가의 강연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진로 탐색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VR을 이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관련 글 보기)

스밀라 님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면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인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5년째 일 또는 학업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간 부족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동료들과 함께 해외 연대 활동, 성남시 청년배당 모니터링 연구 등 묵직한 활동들을 주도해 왔다. N%의 활동가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BIYN 홈페이지 가기)

이수진 님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언제나 누군가를 돕고 있고 도울 일을 찾는다. 2017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청년탐사대’ 팀 활동을 하며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폐지 줍는 노인분들을 연결하는 공익활동을 진행했다. 영웅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길에 떨어진 장갑을 보면 더러워지지 않도록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는 시민이 되고 싶어서 꾸준히 좋은 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청년탐사대’ 팀 인터뷰 보기)

조경준 님
천왕 이펜하우스 7단지 작은도서관 관장. 본업은 엔지니어. 직장이나 집보다 작은도서관이 더 편하다. 아파트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20여 명의 자원활동가와 함께 입주민을 위한 독서모임, 작은도서관 야간 개장,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주민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이하 행아공) 사업에 참여했다. 행아공은 한국의 주된 주거 형태가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공공이슈를 주민주도의 문화로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다. (2017 주민참여형 행복한아파트공동체 만들기 결과보고서 보기)

– 글 : 조현진 | 일상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 박지호 | 경영기획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7/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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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희망모울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잘 마쳤습니다. 원근에서 여러분들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뜨거운 성원 감사드립니다. 깊은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도록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한 개의 희망제작소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제작소가 되도록, 세상의 별처럼 많은 희망제작소가 생기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만들어 가도록 힘쓰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목, 2018/05/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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