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집오면 그러려니 해야지” 이상한 나라

“시집오면 그러려니 해야지” 이상한 나라

익명 (미확인) | 수, 2018/04/18- 14:30
    

황소연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MBC) 다음 편이 기대된다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방송에서는 고부 갈등 문제를 대결 구도를 통한 극적 화해로 풀어내는 데 익숙해 왔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것을 가족 구성원 전체로 확장시켜 나갑니다. ‘익숙함’에 내재된 ‘불편함’과 ‘모순점’을 더 많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

 

“시집오면 그러려니 해야지” 이상한 나라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이상한 장면들, 더 이상 익숙하지 않게-

 

황소연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방송에서 ‘며느리’와 ‘고부’라는 주제는 특별하지 않다. 소위 ‘고부갈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토크형식은 지상파를 비롯해 종편에도 골고루 분포해 있다. 드라마 속 단골 갈등 축인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구도 역시 고부관계를 극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잦다.

프로그램을 수식하는 ‘며느리들의 발칙한 모험담’ 이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이러한 부분과 맞닿아있다. 그동안 여성들이 결혼생활 및 시댁과 이야기할 때 늘 등장했던 방송의 편집방식은 시댁과의 대결구도를 강조하고, 대드는 며느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결국 나이와 위계로 며느리를 찍어누르고 마치 시댁이 승리를 거머쥔 듯 묘사하기 바빴다.

며느리도 고부도 시댁살이하는 인물도 아닌, 손님 혹은 가족으로서 함께 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첫 회에서 이 질문을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여성들만이 아닌, 방송에 등장하는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던진다. 그에 대한 대답은, 현재까지는 ‘그렇다’이다.

며느리를 조명하는 각도와 시각에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동안의 프로그램과 다른 시도를 한다. 많은 토크쇼와 프로그램에서 결혼한 여성들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말하듯, 손님도 가족도 아닌 며느리로서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며느리가 결혼제도와 문화 안에서 어떠한 모순적 상황에 처하는지, 또 그것을 개인이 돌파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시청자를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그리고, ‘고부갈등’은 여성들의 싸움이나 질투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견고한 가부장제가 반영된 혼인문화가 만들어내는 것임을 말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MBC 홈페이지 캡쳐

방송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시댁과 마주하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장면은 박세미씨가 겪는 ‘명절의 시댁방문’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여성에게 시댁에서 겪는 매 순간 매 초는, ‘이상한 나라’의 관습이 폭발한다고 할 수 있는 명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김단빈씨가 상사이자 사장인 시어머니의 말에 ‘네,네’하고 대답하듯 민지영씨는 부엌에서 시댁 식구들의 지시를 당연하게 따르고, ‘예쁘게 하고 오라’는 시어머니의 당부에 새벽같이 일어나 풀메이크업을 한다. 박세미씨가 시어머니의 불필요한 참견에 ‘그 얘기 그만 하시라’라고 말하듯 김단빈씨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금방 출근한다’고 대답하지만, 박세미씨의 경우가 그렇듯 김단빈씨의 시어머니도 단빈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몇 번이나 전화로 출근을 재촉한다. 남편이 일 핑계를 대거나 TV를 보면서 육아나 ‘시댁노동’을 배우자에게 떠미는 모습도 비슷하다. 박세미씨는 민지영씨가 시댁 방문 후 안절부절 못 하듯, 운전 중 우는 아이를 달래랴, 시댁에 전화하랴 몸과 마음이 몹시 바쁘다. ‘이상한 나라’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늘 연결된다.

특히 박세미씨의 상황은 시청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임신 8개월에 맞이하는 명절, 그리고 그 명절에 시댁에 가야만 하는 그의 상황, 함께 시댁에 가기위해 일을 뺄 것을 제안하는 박세미씨에게 ‘일을 왜 빼냐’고 신경질 내는 남편, 우는 아이, 많은 짐에도 불구하고 손주만을 챙기는 시아버지 까지. 시청자로 하여금 앞으로 세미 씨가 겪어야 하는, 반복될 명절에 대한 불길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 민지영씨의 시댁을 위해 이바지 음식을 잔뜩 마련해두고 딸을 시댁으로 보내며 눈물짓는 어머니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슬픔은, 그들만이 느껴야 할 것은 아니다. 혼인문화 속 며느리와 연결된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장면일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화면 캡쳐

'시어머니 사랑은 아들', '시집오면 그러려니 해야지' '나도 며느리고 너도 며느리고.. 우리집안에 왔으니 풍습대로 해야지’, ‘자연분만이 좋다’ 안 해도 되는 말들, 드라마 대사가 아닙니다, 실제상황입니다

민지영씨가 술 마시는 남자들 사이에 앉기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싹싹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어머니가 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항시 대기해야한다는 캐릭터를 여성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교육받는다. 굳이 안해도 될 말들이 넘치는 가운데에서도, 며느리가 할 수 있는 말의 최대치는 ‘그 얘기 그만하세요’ 뿐이다. 그나마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계속해서 셋째를 낳으라고 반복하는 시어머니(1회 중)와, 임신으로 부담이 늘어난 몸으로 굳이 자연분만을 강조하는 시아버지(2회 예고 중) 앞에서, 여성은 어떤 태도를 요구받고 있는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제목의 프로그램 주 MC 두 사람이 모두 남성인 점은 아쉽지만, 쏟아지는 며느리들의 이상한 상황을 바라보며 남성들이 당황하고 불편해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떤 점을 느끼는지, 무엇을 반성하고자 하는지 말하는 모습은 나름대로 그들은 MC로 앉힌 의도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찰카메라 형식이 단지 며느리들의 육체적 고됨만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기를 요구받는 상황, 그 상황을 감내하기를 가부장제 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알아차리는 것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아닐까. 이 장면들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위해, 뒤이어 방송될 2회와 3회에서 며느리들이 겪고 있는 이상한나라의 모순점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

1)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yeoneuri/index.html

MBC 3부작 교양 프로그램으로 ‘결혼 이후 며느리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꼬집어낼 신개념 리얼 관찰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음.

4월 12일, 19일, 26일(목) 저녁 8시 55분 방송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