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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전화벨이 울리면(3.20. 정승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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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전화벨이 울리면(3.20. 정승균 노무사)

익명 (미확인) | 목, 2018/03/22- 15:09

전화벨이 울리면


정승균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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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균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 일을 시작한 이후 내 스트레스 위험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은 전화벨이 울릴 때 반응이다. 입사 후 1년이 돼 갈 즈음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들, 갑자기 늘어난 업무, 의존도 높은 의뢰인들. 집에서 쉬는 중에 전화기가 울리고 벨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의존 성향 높은 의뢰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했다. 미숙함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맘 편히 받지도 못하곤 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마치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고, 전화를 받아 보면 당장에 어쩔 수 없는 불안을 토로하는 것에 불과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불안이 건너왔고, 어쩌지도 못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했다. 의뢰인 한 명은 끝내 나를 못 미더워했고, 결국 심문회의 직전에 나와 일을 못 하겠다며 해임했다.

정면으로 대항할 용기가 없으니, 회피할 방법을 찾았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아예 전화기를 꺼 둘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세상과 단절될 것 같은 기분에 차마 전화기를 꺼 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벨소리를 무음으로 바꿔 놓거나, 진동으로 해 놓고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작 받아야 할 개인적 연락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고, 마지막에는 벨소리를 덜 부담스럽게 바꾸는 시도까지 했다, 이런저런 벨소리를 써 본 끝에 결국 안착한 벨소리는 일상적인 소리 중 하나인 ‘개 짖는 소리’였다. 지금까지도 내 벨소리는 여전히 ‘개 짖는 소리’고, 그나마 하루의 대부분은 진동만 울리게 둔다.

요즘도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전화기가 울리면 긴장하는 것을 보니. 특히나 전화기에 기억 저편에 있던 과거 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를 때는 더욱. 노무사는 좋은 일로 연락을 받는 경우보다는 안 좋은 일로 연락을 받는 일이 많다. 직장을 잃었거나, 임금을 못 받았거나,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거나, 일 때문에 아프다거나 하는 그런 안 좋은 일들로. 노무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평소 그다지 통화할 일이 없었던 삼촌에게서 밤늦게 전화를 받았다. 술기운과 일자리를 잃은 억울함이 전해져 왔다. 업무 중 작은 실수가 있었고, 실수를 이유로 사장이 더 이상 출근하지 마라 했다는 것이다. 부당한 것이었기에 부당하다 답을 드렸다. 이후로 삼촌은 다른 직장을 구했고, 이에 대해 다시 삼촌과 대화를 나눈 일은 없었다. 그 외에도 친척의 임금체불이라든지, 지인 아버지 산재문제라든지, 직장상사의 휴일처리에 관한 문제라든지, 이런 일로 종종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에는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선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입시학원 강사를 하는 선배는 내 결혼소식을 묻고, 본인의 육아이야기를 하는 등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다가 아니나 다를까 아르바이트를 하다 임금체불을 당했다는 제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제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첫 사회생활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임금이 체불된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그는 나에게 노동법 위반 사항을 물었다. 나는 질문에 답변을 해 주고, 노동부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조언해 줬다. 몇 번 더 전화가 온 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선배에게도 연락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전화는 오지 않았다. 물론 이런 전화가 싫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도와줄 수 있다는 건 좋으니까. 그래도 전화가 울리면 의외의 연락이라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반가움과 함께 마음 한편 두려움이 밀려온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하는. 아직 누군가의 불행과 마주한다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나 보다.

얼마 전 옆자리 노무사 소개로 가족이 퇴직금을 체불당했다는 분과 통화를 했다. 퇴직금 미지급에 더해 연장·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등 문제가 얽혀 있었다. 체불임금을 산정하는 계산법과 노동부 출석조사 대응법을 알려 줬다. 몇 번의 통화를 더 했고, 노동부에 출석해 대면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전화를 받았다. 밝은 목소리로 합의가 잘됐다고 했다. 대면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겪은 무용담을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그 밝은 목소리로 전해 주는 좋은 소식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뭐 이렇게 즐거운 소식을 듣는 날도 있으니까.


정승균(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새날)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새날

주소 : 서울 중구 서소문로11길 50 (중구 서소문동 39-1)
전화 : 02-3273-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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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개악 폐기하라” 피해 당사자 목소리는 하나다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지난 5월28일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개악한 지 4주가 지났다. 민주노총은 6월30일 10만명 규모의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며 최저임금법 개악폐기를 요구하고,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를 즉각 탈퇴했다. 하지만 노동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법을 통과시킨 후 4주째 개점휴업한 상태고, 문재인 정부는 개악법을 원상회복시킬 의사가 없어 보인다.

개악법안으로 임금을 도둑맞는 노동자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이 올라도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만큼 임금을 도둑맞게 됐다. 특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상여금·복지비 등을 매월 지급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과반수 노동자들의 의견만 듣게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맘대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보다 더 쉽게 임금 도둑질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이번 산입범위 확대로 그만큼 자본가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소액이라도 복지비나 상여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번 개악으로 임금을 도둑맞는 직접 피해자들이다. 당장은 복지비나 상여금을 현금으로 받지 않는 노동자들도 사용자측의 다양한 꼼수(현물로 지급되는 식대·교통비·숙박비 등을 없애고 대신 매월 지급 임금으로 변경하는 등의 꼼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사용자의 ‘맘대로 취업규칙 변경’에 저항하기 어려운 노동조합이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연봉 2천500만원 미만 노동자들은 피해가 없거나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1년차 기준 연봉 2천350만원(방학 중 비근무자의 경우 1천901만원)을 받고 있지만 식대·교통비 산입만으로도 1년에 228만원(상여금·명절휴가비·맞춤형 복지비가 포함될 경우 연 428만원)의 피해를 입는다.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임금 피해액 계산 설문조사에 참여한 2천336명의 노동자들 가운데 연봉 2천500만원 미만자의 84.7%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는 거짓이거나 최소한 의도적인 왜곡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법으로 강제된 최저임금을 올려 그 이상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의 연쇄반응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주장했던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적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악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돼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월 임금총액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게 됐다. 연봉 2천500만원이라는 정부·여당이 설정한 기준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임의적 기준에 불과하고, 연봉 2천500만원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저임금 노동자임은 분명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안 ‘말짱 도루묵’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고, 7월엔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이뤄질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비정규직의 차별해소 대책은 대단히 부실했다. 그나마 있었던 것이 소위 “복지 3종 세트 적용(정규직과 급식비 동일지급, 1년에 최소 80만~100만원 상여금 지급, 연 40만원 이상 맞춤형 복지비 지급)”과 “최저임금 인상액 기본급 반영”이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악으로 복지비와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그나마 있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줬다 빼앗는 게 더 나쁘다”며 분노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정정도 자본에 부담을 준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상승과 우리 사회 소득불평등 완화, 전체적인 소득상승을 통해 자본의 부담은 전체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임금 지불능력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진짜 부담이 되는 재벌 등 대기업의 갑질 근절, 임대료 부담, 카드수수료 인하, 각종 재정지원 제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사회 논의로 확장시키지 않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싸움, 을들의 싸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재벌 대기업들은 싸움터에서 사라진 채 뒤에 숨어서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이야기했고,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무수한 말들의 잔치는 이제 필요 없다. 정부는 자신의 의지를 법률과 정책과 예산으로 보여 줘야 한다. 최저임금법 개악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 사회 기득권 집단들과 동맹을 맺었거나, 최소한 굴복한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적 사건이다.

최저임금 개악법의 피해 당사자들이 요구한다. 최저임금 개악법을 폐기하라.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애초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을 후퇴 없이 시행하겠다고 선언하라.


배동산  labortoday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183 철도회관 4층

: 02-6959-6522

수, 2018/07/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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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단상


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단상 1

수습노무사 때 주변의 많은 노무사 선배들이 그랬다. 분명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병합된 사건이었는데, 부당해고만 인정받고 부당노동행위는 기각됐음에도 “이겼다”고 했다. 절반의 승리인 것 같은데, 왜 아무렇지 않게 그냥 “이겼다”고 하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특히 징계·해고 등의 구제신청과 함께 들어가는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인 경우에는 ‘판정서가 자판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징계 등의 사유가 존재하면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던 그 많은 사실관계들은 심리 대상도 되지 못한 채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가?→Yes→부당노동행위 아님’이라는 공식에 따라 틀에 박힌 판정서가 송달됐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 없이 노조 조합원에게 징계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용자 인사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현실, 즉 근태불량·직장질서 문란 등의 구실로 얼마든지 징계사유를 만들어 내고 게다가 인정도 되는 현실에서 징계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발 양보해서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양정을 과도하게 처분했다면 최소한 부당노동행위 심리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 단상 2

역시 수습노무사 때 일이다. 누군가 “사건에 있어서 노무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이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 말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대단한 실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됐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사실 대리인 실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노동위원회 처분은 행정심판이지만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형사사건에 준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말은 어느 사건에서나 나오는 사측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래서 “무조건 직접적인 증거여야 하고, 증거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증명력 또한 의심의 여지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지겨운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이 노동자(또는 노동조합)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내심의 의사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날이 갈수록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부당노동행위의 직접적인 증거를 노조가 입수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법률적으로는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을 검토해 판단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노동위원회에서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하므로 과도할 정도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확신’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만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배·개입과 같이 단독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현실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노무사의 실력도, 추정의 법리도 아닌 얼마나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애초 부당노동행위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인정 요건이 직접 증거로 한정된다면 과연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구제신청제도 취지, 노동위원회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분명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이다솜  labortoday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로 183 철노회관 4층

: 02-498-6535

: http://www.kptu.net/mboard.asp?strBoardID=KPTU_PDS05



수, 2018/06/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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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노조하기 좋은 세상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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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노동조합을 자문하는 노무사로서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새로운 노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그 노조가 스스로 조직·운영돼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다. 관련 산별노조가 있고, 그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면 단순히 산별노조를 소개하는 것으로 내 역할은 그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노조 설립에서부터 초기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적인 노조 운영, 단체교섭이나 협약 체결 전반에 필요한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초기 노조활동에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노조 설립 초기에는 품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애정은 깊어진다.

노조 설립신고증에 감격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들의 요구안을 만들면서 다른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부러워하고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모범 단체협약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 교섭요구 문서를 보내고 상견례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긴장과 초조, 온갖 상념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역할은 예상되는 절차별 시나리오와 대체적인 대응방안을 설명해 주면서 처음 가는 길이 그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되도록 하는 일이다. 너무 많은 고민의 가지치기가 신중함을 넘어 행동의 굼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불안을 다독이는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조합비 문제도 해결하고, 예산안과 사업계획을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노조 운영은 안정화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내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일상적 노조활동을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그들에게 나는 ‘물어 올 때 의견을 주는’ 말 그대로 ‘자문’노무사가 된다. 나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 가는(?) 자문노무사가 되는 것이 바람이고 보람이다.

여기까지 초기 참여자들의 수고는 남다르다. 조합비도 없거나 넉넉지 않아 자신의 월급 일부를 쪼개고, 퇴근 이후나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노조를 챙겨야 한다. 조직은 술의 양에 비례한다고, 그들은 조합가입 독려를 위해 매일 밤늦도록 지역을 찾아다니며 조합원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노조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자니 회의가 잦고 매번 끝없이 길어진다. 새로 조직을 만들고 이를 꾸려 가자면 결국 시간뿐만 아니라 돈도 큰 문제가 된다.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대구를 몇 차례 다녀왔다. 작지만 소산별노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노조를 만들겠다, 만들어야겠다는 뜻만 세웠을 뿐 달리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3~4년을 고민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자문노조가 그 사실을 알고 지원을 시작했다. 자문노조는 나에게 초기 노조 설립절차부터 운영까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그렇게 지원을 요청한 신설노조는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어 갔고, 나는 그 자문노조 일보다 신설노조들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했다. 자문노조는 초기 노조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연대기금으로 지원했다. 자문노조 간부들 역시 수시로 대구까지 내려가 신설노조 간부들을 만나 고민을 나누고 경험을 나눴다. 신설노조는 도움을 주는 자문노조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헤아리려 하거나 경계의 마음을 갖기도 했다.

어느 날 교육을 마치고 난 뒤풀이 자리에서 신설노조 위원장이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저 노동조합은 왜 우리 노동조합을 이렇게 도와줘요?” 나는 자문노조 위원장에게 들은 말과 직접 목격한 자문노조의 일상을 기억나는 대로 전했다. 그 노조는 그걸 연대라 생각하고 있다고. 당신네 노조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다 다른 노조를 도울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그 노조는 그렇게 노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노조라고.

그 자문노조는 몇 년을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도움을 주고도 성과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혹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만 덤터기를 쓰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한다. 지난해 자문노조는 기업별노조의 벽을 넘어 2사1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꿔야 했고, 상근간부 4명은 늦은 밤까지 조합사무실을 지키며 ‘PC 셧다운제’를 쟁취해 내면서 지난해 사업계획들을 차곡차곡 결과물로 마무리했다. 그 바쁜 틈틈이 사업계획 속에는 연대활동이 있었고, 연대활동 속에는 돈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올해는 협동조합까지 꿈꾸고 있다.

‘연대(連帶)’의 사전적 의미는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은 노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1987년 수준으로 좋아졌다고 하면서도 노조 영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는 2007년 48.2%에서 2017년 26.3%로 낮아졌다고 한다. 10%밖에 안되는 조직률의 한계,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치지 않은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노조 만드는 일이 태산을 옮기는 일처럼 느껴지는 노동자들에게 선배 노조가 먼저 내미는 손, 노조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연대, 조직화 사업을 총연맹이나 산별노조 몫만으로 돌리지 않는 연대로 ‘노조하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 세상을 바꾸는 투쟁도 연대의 힘에서 시작한다.


구동훈(노무법인 현장)  labortoday  


노무법인 현장 - 서울 동대문구 하정로 10 건양빌딩 303호 (신설동)

                    02)701-1346~8   

                    http://www.hyunjang.org


화, 2018/02/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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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조장하는 광주시교육청, 조사 손 놓은 노동부


이병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무등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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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무등지사)

광주시교육청은 계속근무를 하는 기간제교원에게 매년 퇴직금을 지급했다. 매년 임금인상분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기간제교원에게 1년 단위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을 이유로 광주시교육감은 지난해 3월 고발당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연차유급휴가수당·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2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여러 직종에 걸쳐 주 14시간 초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매일 근무시작 시간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도록 했다. 이렇게 조기출근까지 합해 주 15시간40분 이상을 근무했는데 광주시교육청은 주 14시간의 임금만 지급했다. 임금·주휴수당·연차유급휴가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 광주시교육감은 같은해 9월 고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단시간 근로자에게 초과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지급하지 않아 올해 3월 고발당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가족수당·명절휴가보전금·복지수당 등을 주지 않았다. 초단시간 근로자들이 청구한 차별시정 신청 사건에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차별이라고 인정했다.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차별시정을 명령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차별시정을 신청한 직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종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별을 하고 있다. 해당 직종에 대한 차별시정 명령이 없었다는 이유다. 2015년 차별시정 명령이 확정됐는데도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도 확대적용하지 않고 있다. 해당 근로자에게 차별시정 명령이 없었으며 시정신청 기한 6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다.

광주시교육청의 불법행위에 대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은 4월27일, 고용노동부 장관실은 6월21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8월 현재 시정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광주시교육감이 피의자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처리기한을 연장한다는 이야기만 있다.

“영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상습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고 고발당한 지 1년6개월이 경과하는 동안 광주노동청이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하고 이런 이유로 노동자들이 못 받은 임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이를 “영이 서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권력이 있는 광주시교육감은 피의자 조사조차 하지 못하는 광주노동청장, 노동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법을 위반한 사업주가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묻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훈  labortoday


노무법인 참터 무등지사

: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과기로208번길 17-29, 레드A동 1호(오룡동) (우_61011)

: 전화 062)265-8143,4
: 팩스 062)265-8145

: http://tc.nodong.org/wp/?page_id=12109




수, 2018/09/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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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노동자 시중노임단가 적용 법제화해야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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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열악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여전히 지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다. 해당 지침은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용역업체는 노임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불이행하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한다.

청소·경비용역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의 단순노무종사원 노임’을, 시설물관리용역은 중소기업 중앙회가 발표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 중 해당 직종의 노임’을, 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용역은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보통인부 단가’를 기준으로 시중노임단가를 산출한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실시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실태조사’에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지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 없이 단지 지침 준수율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핵심 사안인 ‘이행확약서 준수’는 별도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은 열악하다. 지자체 등 발주기관에서는 시중노임단가의 60~70% 선에서 임금을 정하고 용역업체는 이보다 더 줄여 임금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침과 고시에서 정한 시중노임단가 적용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관할 부처에서도 규제에 한계를 가진다. 노동조합이 회사에 지침 준수와 엄격한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요구하면 회사는 그저 지침과 고시는 권고사항이라는 답변만 할 뿐이다. 지침이 반영되지 않는 사업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권고 역할에 그치는 지침의 한계를 볼 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으로 시중노임단가를 확실하게 담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가계약법 개정이 너무나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용역노동자 노무비를 시중노임단가로 정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하반기에 법을 개정해 시중노임단가를 의무적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 국가계약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시중노임단가 의무적용과 관련한 내용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조달 혁신방안’ 중 하나로 시중노임단가 법제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가장 최근의 정부 의견이다. 정부 발표와 태도를 보면 금방이라도 공공부문 용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가 의무적용돼 실질 임금이 오를 것 같지만 지난 수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은 적정임금 보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많은 영역이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면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느슨한 규제와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대로 하루속히 관련법을 개정해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길 바란다.


박공식 (이팝노동법률사무소)  labortoday


이팝노동법률사무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 02-2672-4788


화, 2018/03/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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