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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복지동향 233호, 2018년 3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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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복지동향 233호, 2018년 3월 발행

익명 (미확인) | 목, 2018/03/01- 18:16

편집인의 글

 

장지연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불안정한 노동은 곧 불안정한 삶이다. 적어도 일정 기간 고용과 소득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될 때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 평범한 삶을 꿈꿔 볼 수가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중년의 불안정노동은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빈곤의 대물림이며, 자신의 노후 빈곤으로 이어진다. 

 

불안정한 노동은 또한 무한경쟁의 삶이다. 지금 나의 일자리가 언제 다른 사람의 일자리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좀 더 싼 임금으로 일할 수 있다며 고용주에게 읍소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하고 있는 시장의 효율성이고 경쟁의 미덕이다. 문제는 이것이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정신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결과는 ‘바닥을 향한 질주(race to the bottom)’이다. 노동과 자본의 관계는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기 때문에 균형을 조금이나마 맞춰보고자 근로기준법이 있고, 사회보험 가입의무 같은 제도가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할 권리를 부여한다. 그런데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같은 정책들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불안정한 노동은 단순히 한시적 고용(temporary employment)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단기적으로 고용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 전반을 불안정하게 하는 현상의 절반만 설명할 뿐이다. 고용주는 하청이나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자에 대해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미국의 한 학자는 이것을 ‘노동자 털어내기’라고 부른다(데이비드 와일, 2016, 『균열일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의 배달노동자였던 사람이 지금은 스스로를 ‘개인사업자’라고 이해하고 있다.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일감과 함께 소득이 끊기는데, 이게 모두 내가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이에 대응하여 ‘기간제법’이 제정된 시기가 2007년이니, 겨우 10년 만에 불안정 노동의 문제는 기간제 노동 뿐 아니라 간접고용, 특고, 위장자영의 문제로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두 가지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 되겠다. 하지만 불안정 노동자의 증가가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상황인 것은 아니다. 이번 호 기획기사들이 뜻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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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7. 12. 28.(먹) 14:00

장소 : 중앙대학교 대학원 301호

인사 : 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 최경진(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위원장)

좌장 :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세션 1 기초연금

  • 발표 1 : 기초연금 수급 노인가구의 소비와 부채 (신성희,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발표 2 : 기초연금의 노인빈곤 완화효과 (이지인, 경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 토론 : 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세션 2 국민연금

  • 발표 1 : 청년층 노동시장 참여이력과 국민연금 가입 간의 정합성 검토 (주수정,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발표 2 : 영세 자영업자 근로이력과 국민연금 진입에 관한 연구 (이민아,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발표 3 : 불안정 노동시장과 연금제도의 다양성 (김윤영,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 토론 :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주최 :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후원 :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화, 2017/12/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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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노동시장의 불평등, 나아가서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퍼진 지는 오래되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비교적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누리는데 비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인식은 아니다. 사실상 이러한 문제의식은 애초에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의 논의 경과를 바라보면서 노동계는 한 목소리로 비판적 의견을 내놓는 것일까?

 

노사정위원회는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방도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같은 해 12월 29일에는 정부가 소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이 특위에 제출하고 검토를 요청함으로써 이 논의를 주도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3월말까지 논의를 마무리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해달라고 시한을 못박아 요청하기도 하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이 특위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완화할 방법을 찾겠다는 자리였다. 그러다가 지난 4월 9일 노동계(엄밀하게는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이 특위의 역할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 특위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으며, 왜 성과 없이 종결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회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올바른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방향을 숙고하는 것과도 같다.

 

이 특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논의하기에 적합한, 올바른 틀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그리고 중소기업 경영자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논의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설사 어떤 타협안이 발표되었다고 한들, 이것을 두고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우며, 이해당사자들의 저항 없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논의구조의 밖에서 성명서나 시위를 통해서 ‘그것이 진정 우리들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외쳤다. 정말 아이러니컬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거부할까?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여 설정한 논의 의제와 내용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여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규직의 해고 규제완화와 비정규직 규모 확대를 통한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 전반의 공통된 인식이다. 노동시장이 이중구조화되어 있어서 문제라고 하면,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성 향상을 도모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정해진 파이를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지를 묻는 것은 애초에 교묘하게 현실을 호도하는 잘못된 질문방식이다.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가는 몫에 비해서 전체 노동자가 임금으로 가져가는 몫의 비율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왜 하지 않나? 질문이 잘못되면 답이 안 나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간에 격차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더 큰 문제는 좋은 일자리, 즉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참에 정규직 일자리는 싹 다 없애버리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나?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면 차마 할 수 없는 얘기를 한거다.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일, 2015/05/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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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함께 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혼밥이 대세라는데 여전히 나는 혼자 먹는 밥의 맛을 잘 모르겠다. 가끔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재미가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만할까. 심지어 함께 하였더니 어리석기도 어처구니없기도 하였던 세상이 뒤집혀졌다. 나만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니, 다른 이들의 상식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되돌아본다. 나의 선택은 항상 타인과의 관계에 놓여 있는데, 한동안 이를 잊고 있었다. 우리가 먹을 것을 고르고, 옷을 사 입고, 어디로 놀러 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지만, 정작 이 모든 선택은 다른 누군가가 이미 계획하고 만들어내었고 지금 내 앞에 마련된 것들이다. 나의 선택과 행동이 완벽히 나의 자율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깨닫는다. 이참에 더 나아가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함께하면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더 쉽게 바뀔 수 있다. 개인의 자유는 모순적이게도 집단의 힘이기도 하다. 자율적 개인의 관념은 자기중심 그리고 자기 우선의 사회를 지향한다. 그러나 자유롭고 싶다면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연대의 삶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과 상호의무를 통해 더 많은 공공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생활영역의 민주화를 향하여 가야 한다. 그 수단으로서 복지는 공동의 재화를 마련하는 것이다. 복지는 본질적으로 그리고 불가결하게 집합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함께할수록 만들어낼 수 있는 개인의 자유는 더욱 커진다.

 

함께 한다는 오늘의 가능성에 맞물려 보편적 사회수당에 주목한다. 이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재검토에서 출발하고 있다. 고질적 문제인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는 좀처럼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청년과 노인, 경력단절 여성을 비롯한 특정 집단의 배제는 우리가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복지의 대상이자 영역이다. 이에 덧붙여 사회재생산의 문제 그리고 4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국가재형성 과제는 장기적으로 모두의 생활안정으로서 사회수당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부문에 대한 개조가 논의되고 있으니, 지금 보다 더 적절한 시기가 또 있을까.

 

이에 복지동향 4월호는 보편적 사회수당을 새로운 복지정책 방안으로 다룬다. 최영 중앙대 교수는 모든 아동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건강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보편적 아동수당을 제안하였다. 아동의 양육을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정책 방향은 오래되었으나,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때이다. 정형준 녹색병원 과장은 상병수당을 제안하였다.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장이지만, 재난적 의료비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보장의 최소한의 기능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이다. 소득보장 없이 치료와 재활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빠른 치료와 수술선택 등 왜곡된 의료시장을 개선하는 기능도 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지금이 기초연금을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발전시킬 적기임을 강조하였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동 폐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적용 등 기존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도 기초연금의 사회수당으로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실업부조를 제안하였다. 실업안전망이 특정 집단을 배제하지 않으려면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면서도 이에 배제되는 대상을 위한 보완적 제도가 필요한데, 실업부조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실업부조는 청년 등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대상도 아닌 저소득 구직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토, 2017/04/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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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 건국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지난 9년간 인권과 민주주의가 퇴보했고 부패와 부정의, 비정상이 만연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대한 피 끓는 분노와 탄식, 절망감도 컸던 지난 수개월이지만 촛불혁명은 새로운 대한민국, 정의, 평등, 평화, 민주, 복지의 꽃을 피울 공화국에 대한 열망으로 훨훨 타오르고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정책은 ‘기본소득’이다. 대선주자 중 소수를 제외하고 기본소득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역시 뜨겁다. 사실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적절한 수준의 소득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잠재력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이상적인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제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아직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현실가능성과 정책효과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부정적인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2017년 3월호 복지동향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한국사회 복지국가 건설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모색의 일환으로 이를 기획주제로 다루었다. 김영순 교수는 기본소득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과 이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입장, 만병통치약으로 종종 인식되는 기본소득에 대한 우려를 논하였으며, 백승호 교수는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 정리하면서 기본소득 실현의 방해물로서 ‘예산제약’과 ‘우선순위’ 담론에 대해 비판하였다. 서정희 교수는 기본소득에 대한 국가별 실험의 최근 동향을 흥미롭게 정리해 주었으며, 이승윤 교수는 대선주자들의 기본소득과 관련한 공약을 정리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을 한국사회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적으로 제언해 주었다.

 

특히 이승윤 교수의 제언은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당 및 연금제도를 기본소득제도로 흡수하고 한국사회 복지국가의 필수요건인 상병수당 신설 등을 제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백승호 교수의 비판처럼 ‘예산제약’의 틀 안에 갇혀서 ‘복지확대’를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는 자세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복지정책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증세를 해서라도 실현해야 한다. 다만 현재 밝혀진 최순실 예산이 1조 4천억 원이고 4대강 예산이 5년간 22조 원이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시되고 있는 뉴스를 접하면 예산이 부족하여 복지를 확대할 수 없다는 주장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복지동향 이번 호에 실린 ‘국민소송법’을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잘못된 재정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감시해 나간다면 현재의 정부예산으로도 복지의 확대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은 예산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지의 문제이다.

 

수, 2017/03/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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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영원한 것은 오로지 변화뿐이다”, “변화의 틈에 기회가 있다.” 이처럼 변화에 던지는 인류의 시각은 다분히 긍정적이다. 유독, 사랑과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우려의 색채가 강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영화 속 대사는 사랑만큼은 변화에 저항적이어야 한다는 인류의 순박한 소망을 그대로 담아낸다. 사랑의 결실로 비유되는 가족의 불변성에 대한 희구 또한 은연중에 집단의식을 지배해 왔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사랑의 변화는 당사자 간에 알아서 할 개인사로 인정하면서도 가족의 변화는 집단적으로 극복해야 할 사회문제로 경계되어 왔다. 적어도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둘 이상의, 물보다 진하다는 피를 나눈 존재는 가족구성의 전제로 의심된 바 없다.

 

때문에 혼밥, 혼술이 일상인 나 하나로 이루어진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과 설득을 필요로 했다. 1인 가족은 노인빈곤, 중년 고독사 등 또 다른 이름으로 호명되며 개입이 요구되는 사회문제로 기시되어 왔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7%를 차지하는 1인 가구마저 비교적 최근에서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자연스런 산물로 읽히게 되었다.

 

가족변형의 다양성과 속도감은 늘 어설픈 예상을 무색하게 한다. 비혼의 청소녀 엄마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 동성의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 귀화한 결혼이민자 엄마와 외국인 아빠 그리고 중도입국 외국출생자녀로 구성된 이주민 재혼가족 등 전통적 가족의 개념과 거리가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가족의 분화는 날듯이 빠른데 가족의 안녕을 목적한 정책들은 더디기만 하다. 과녁은 날아가는데 화살은 오히려 기어가고 있음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복지동향 12월호는 변화하는 가족의 안녕을 돌봄, 주거 등의 정책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더불어 2017년 사회복지예산, 의료민영화와 박근혜 게이트를 동향에서 살펴보았다.

일, 2017/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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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l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복지동향 9월호는 지난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을 둘러싼 이슈와 지역복지를 살리고, 지방분권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방향을 다루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는 정부가 그리는 복지축소 전략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예산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부담 문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이제 대놓고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8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까지 개정하였다. 또한‘사회보장기본법’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근거로 성남시의 청년배당제와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체복지 사업을 통제하다가 이에 반발하는 지방자치단체를 표적으로 하는‘재정혁신방안’을 지난 5월에 발표하였다.

 

복지예산 규모가 100조 원이 넘는데 국민적 갈등을 일으키면서 1조 원도 안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정비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을까? 최근 복지가 발전해 온 흐름을 주목하자.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란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을 보편적 형태로 발전시킬 것인가의 논쟁이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보편적 복지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시도하는 복지사업들이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적·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6년 지금 복지재정 갈등, 지방자치단체의 유사․중복 사업 정비와 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복지확대를 원치 않는 세력들이 복지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복지는 강한 경로의존성을 갖는다. 한번 확대되면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축소의 경로를 밟게 되면 되돌아가기 더 어려워진다. 이 시점에서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 방안이 최근 일련의 사건을 촉발시킨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협의·조정 절차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 협력할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통제와 견제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험들은 과거와 같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소득보장사업과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지역적 특성과 수요자 욕구에 맞는 개별적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여 국민들에게 진정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목, 2016/09/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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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은주 ㅣ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이번호는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은 재정안정화의 기조 속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연기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인 공공성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론적 함의만 가진 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웠다. 장기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공적연기금의 고유성을 간과한 채 재무적 수익에 버금가는 가시적인 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압력은 공적연기금을 금융투자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적연기금은 사회보장기금으로서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사보험과 같이 적립기금을 쌓아놓고 남은 기대여명에 따라 모은 돈을 이전시키는 수평적 재분배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연대는 일방적인 이전이 아니다. 세대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사회적 부양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공적연기금을 현 세대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공공투자를 시도한다면 국민연금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세대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육시설, 장기요양시설, 재활병원 등의 구축을 위해 사회적 효용의 범주를 제시하고 경제적 효과성까지 예측한 시도는 주목할 이유가 있다. 여기에 제시된 사회서비스 인프라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거버넌스이다. 공적연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저해해왔던 투자 수익 가시화의 압박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누가 운영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 도출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외면한 채 거대 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의 시각을 국민의 일상으로 돌려놓고 기금의 사회투자를 통해 선순환구조를 강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국민연금기금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고민과 협력 속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더욱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우후죽순격의 혼란스럽고 산발적인 보호체계의 난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면하게 한다.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들이 대상별로 한 부분씩 봇물 터지듯 감춰진 생채기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와 사회복지계는 새로운 전달체계의 확충과 지지기반 강화의 한 목소리로 땜질해왔다.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점검과 일원화된 시스템의 요구도 필요하지만, 복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졸속적인 관리운영시스템의 전환으로 입막음하려는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개별 사례별로 민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공적영역의 행정인력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노인이 여전히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생애주기별 복지시스템을 주장해왔던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또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 점검, 실태 조사, 미봉책의 대안 마련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복지계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제도적 완비의 요구라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제도의 구축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다. 오히려 과잉시스템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 삶의 질에 대한 고려 그 자체이다. 실태조사와 지원대상자의 발굴에서만 머무르는 관행을 멈추고, 보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행정과 복지를 시스템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뜻밖의 정국 전환으로 그동안 막혀왔던 복지정책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누구나 만끽하는 5월의 봄이 이어지길 바란다.

일, 2016/05/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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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ㅣ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픔이 오래가면 이 또한 무감해지는가 보다. 내 몸의 피로와 상처도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는 데 남의 아픔인들 안 그렇겠는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절망했던 시간이 희미해져가면서 이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헬조선의 청년들 그리고 기본적 생활조차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우리 시대 불감증은 그렇게 보편화되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하여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흑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고통보다 보지 않는 고통이 더욱 많은 법이다.

 

2016년 총선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찾아온 선거에서도 우리는 비참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심판론이 판을 치고 있다. 야당은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는 한편, 청와대는 국회를 심판하자고 하며, 혁신세력은 현역을 심판하자고 하고, 진보는 낡은 정치를 심판하자고 한다. 심판을 할 대상은 이렇게나 많은데, 이들을 모두 심판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서로의 아픔에 민감하게 될 것인가? 아니라면 무능함은 통치자나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가 그렇게 정치로만 남아있을 때,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사회적 신경세포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란 가치와 권력의 배분과 관련한 것이다. 일단 가치와 권력이 배분되면 그 구성에 따라 세상만사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선거는 이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권력이 아무리 바르다고 판단할지라도 지난 동안 세상만사가 어지러우면 그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나 정치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심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업을 국민들이 선택하였다. 다만 국민이 선택한 권력은 집권 후 그 모든 위임된 권한을 방기하고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럼에도 선택은 옳았는가? 이러한 판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안적 선택이 그렇다고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도 있지 않아서이다. 즉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명확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반성할 기준도 없고 정치적 무능감이 사회적 불감증으로 전이된다.

 

결국 선거 정치가 사회를 바꾸려면 내 한 표에 대한 성찰과,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각 정치세력은 명확한 인과 관계에서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이 그 선택의 결과를 현재의 고통과 비교하여 상시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은 이러한 취지에서 ‘선거정치로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었다. 총론으로 남찬섭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한국사회의 전환기적 성격에 대응하여 복지국가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등장이 요구되며 또한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 요구가 여전히 유효한데 집권 초기부터 그 민심을 배신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남기철 교수는 현 정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형성과 양립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상 이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보영 교수는 이에 더 나아가 심판론은 대안이 없다는 안일함의 표현일 뿐이며 대안의 설득력과 구체성의 싸움을 전개하기 위하여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문하였으며,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는 복지이슈를 총선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대중정치활동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2016년 총선, 한 달 남짓한 기간, 선거정치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목, 2016/03/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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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영수ㅣ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메르스 사태, 목함지뢰로 촉발된 고조된 남북 긴장관계와 전쟁위기... 허술한 보건의료체계와 정부의 갈팡질팡 무능력한 대응, ‘통일은 대박’이란 허울 속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무책임한 정부... 지난 여름 온 국민은 준전시 상태 심리로, 참 많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지냈다. 뒤늦게나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극적으로 남북관계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수습을 할 능력도, 고단했던 국민에게 한 마디 위로를 건넬 염치도 없다.

 

9월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가 그렇듯, 그들에겐 이미 ‘메르스’도 그저 지나고 잊혀지면 그만인 사건일까. 공공의료체계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되었음에도, 정부는 의료영리화에 앞장서 온 정진엽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전면적 의료민영화 정책을 몰아붙일 기세다. 공공성, 안정성,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할 보건복지분야에서 시장질서에 기반한 영리성은 본질적으로 공공성과 이율 배반된다. 과다공급, 과다경쟁,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편법운영, 서비스의 질 저하 등 공공성을 무시하고 시장원리에 내맡겨진 사회보장제도의 폐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 운영실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관리운용을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쟁점법안을 이번 호 기획주제에서 다루었다.

 

복지 논쟁의 이면에는 늘 재원에 관한 논쟁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16.5%로 IMF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부끄럽게도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 48.6%로 세계 1위다.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고작 전체 인구의 2.6%만 수용해, 거대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장기 불황, 저출산ㆍ고령화까지 더해지면서 복지수요는 시급하고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로 OECD 평균인 21.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기조로 비과세ㆍ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수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증세없는 복지’는 기실 ‘복지없는 증세’임이 확인되었다. 그 대안으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공평과세와 복지국가를 위한 세법개정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복지동향 9월호에서 그 핵심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증세없는 복지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최근 급증한 잘못된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 등급외 판정,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그 부작용의 한 실례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없었던 장애인과 아픈 몸으로 강제근로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기초수급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 극단적인 모습이고 우리사회의 슬픈 민낯이다.

 

碩果不食(석과불식). “씨 과실을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역에 나오는 말인데, 신영복 선생님이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불황이 더 심화되고 오래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한다.  그만큼 우리네 삶도 더 팍팍하고 어려워 질 수 있겠다. 그럴수록 ‘좋은 복지’는 우리사회의 ‘씨과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호 복지동향이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

목, 2015/09/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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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실장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국내 확진자가 지난 5월 20일 발생한 이래로 무려 2달간 한국은 ‘메르스공포’에 떨어야 했다. 먼 곳인 중동에서 옮겨온 익숙하지 않은 병명 뿐 아니라, 누가, 왜, 어디서 감염되는지를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와 혼란은 쉽게 확산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감염상황에서도 정부는 사실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감염을 막지도, 감염을 설명하지도, 그리고 누군가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했다.

 

무능력하다면, 최소한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기만 해도 될 일인데, 그 조차 하지 않은 것은 능력과 전문성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초기에는 감염이 확산되자, 우왕좌왕하면서 메르스 바이러스 탓을 했다. 비말감염이 아니라, 공기감염이 되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 것이 아닌지? 정부의 책임회피 덕에 시민들은 이제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의 차이까지 학습했다.

 

이 정부는 메르스가 바이러스 변이가 아님이 밝혀지자, 이제는 국민들 탓을 하기 시작했다. ‘간병문화’ ‘문병문화’ ‘닥터쇼핑’ 같은 것이 주요 일간지를 수놓았다. 오래전부터 간병에 대해 건강보험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정과 인력문제를 핑계로 가족과 환자에게 의존되고 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에서 가족간병 시, 바우처를 주는 제도까지 제시할 정도로 ‘가족간병’을 부추겼으며, 대선 TV토론에서 약속한 4대 중증질환 ‘간병’비의 건강보험적용마저 폐기하였다. 더욱이 ‘문병문화’는 심각하다. 작년 박근혜 정부는 병원 내 숙박업소, 헬스장, 쇼핑몰 등 부대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런상황에서 병원들이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닥터쇼핑’의 경우는 의료전달체계가 없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곳곳에 퍼져있는 의료광고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작 국민들 탓을 하고, ‘문화’ 탓을 했지만, 이조차 내용을 확인해보면 정부의 부추김과 의료영리화 확대에 더 큰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몇몇 환자들을 ‘슈퍼전파자’라고 불러 낙인을 시켰다.  실제 몇몇 환자들이 많은 환자들을 감염시킨 것은 맞지만, 이를 환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이 조차 조금만 처다봐도 잘못된 응급실체계와 병원진료시스템 그리고, 방역체계가 이들을 ‘슈퍼전파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렇게 남 탓만 하다가, 병원감염을 6월 중순부터는 통제하면서 7월이 되어서는 메르스가 잠잠해지자, 정부는 이제 다시 경제를 우선순위에 놓자며, 메르스를 덮자고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도 규명되지 않았으며, 국민들이 받은 피해는 대부분 배상되지도, 복구되지도 않았다.

 

이번 8월호 복지동향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공공병원부재의 문제와 잠시 부각된 사업장의 감염병 안전문제, 그리고 평가인증의 민영화와 간병서비스의 공공화의 방향 등을 다루어 보았다. 내용이 모두 그간 제도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 탓을 하며 경제를 생각해서 메르스 사태를 대충 덮으려는 것은 작년 세월호 참사를 마무리하려했던 정부시도와 거의 흡사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아직까지 진행형이듯이, 메르스사태와 관련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 이번 복지동향이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

월, 2015/08/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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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는 만병통치약인가?

 

김원섭 l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민주화 이전 한국은 강한 국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였다. 국가는 사회를 규제하고 통제할 뿐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사회를 건설하였다. 1980년대 까지 한국의 국가는 사회에 군림하면서  사회를 소유하고 통제하였다. 국가는 대규모로 기업을 소유하였고 민간 기업 활동의 중요한 결정도 정부에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국가의 규제는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되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의 소유와 규제는 비효율적이거나 부정부패의 부작용만 낳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기업이나 사회구성원이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후 보수주의적인 정권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정부도 일관되게 정부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한국은 노동, 의료, 금융, 기업 활동, 결혼생활 등 대부분의 중요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국가가 되었다. 규제의 완화는 개인들에게 많은 자유를 보장하였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적지 않게 유발하였다. 기업 규제의 완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계를 고착시켰다. 노동 규제의 완화는 비정규직의 확대와 임금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의료부분에서의 규제 완화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의 보건체제의 부실을 초래하였다. 이모든 문제들이 지나친 규제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떤 종류의 규제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며, 이런 종류의 규제가 올바른 방식으로 조직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 완화의 흐름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 의해서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를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고 규정하고 이의 완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복지동향은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야별로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규제가 필요한지 이러한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규제 완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처럼 규제도 사회문제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문제의 원인에 대한 올바르고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규제는 사회의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의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금, 2015/07/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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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숙진 l 서울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2015년 6월 복지동향은 지령 200호를 발간합니다. 지령 200호. 200이라는 숫자가 사뭇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희들의 별스런 소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후훗”하고 기뻐하다가 에고 참..하며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특히 저는 매주 학교신문을 만들어보았고, 전문지 기자로 직장생활을 해보았던 경험치가 있었던 까닭에 월간지 복지동향 200호 라는 숫자에 담긴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러나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300호, 3000호를 내다보며 복지동향이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얘기하며 어떤 색깔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복지동향 특집 200호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호가 발간되었던 1998년,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었던 시기로부터, 우리는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그리고 박근혜정부 까지 근 20여년을 복지동향과 함께 지내오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고,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화 등이 구체화되었을 때 보편적 복지국가가 멀지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그때로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 복지동향은 '복동이'로 거듭나야할 숙명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각계로부터 200호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인사말씀 중에는 복지계의 교양시사 정보지, 유일한 복지 전문지이자 소식지 등으로 자리매김 해주시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편집위원, 편집간사 그리고 독자가 모여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에 대한 특별좌담회도 열었습니다. 현장에 보다 가깝게 가야 한다, 보건의료나 노동 혹은 주거 등 다양한 목소리를 넣자, 참여연대의 운동성이 담겨야 한다, 운동성과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자 등등등, 앞으로 할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독자들께서는 17년 동안 복지동향을 사랑해주셨습니다. 사회복지분야의 최근 이슈를 보려면 복지동향을 펼쳐야 한다고 하셨고, 기획주제 코너는 단연코 인기였으며, 복지동향 구독 권유 의향은 95%나 되었습니다. 물론 더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라, 전문성을 강화하라, 더 많은 정보를 담아라 등의 거부할 수 없는 개선사항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고자 하는지 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덴마크에 관한 책 2권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라며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황금삼각형 모델이, 그들의 생활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67%나 되는 세금을 불평없이 낼까? 그들은 왜 첫인사로 그사람의 직업보다 취미를 더 궁금해할까? 그들은 왜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직업을 차별하지 않으며, 성차별, 장애차별 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를 신뢰할까? 이런 질문은 물론 현재 우리의 처지로부터 나왔음이 분명합니다. 복지동향이 복지국가를 향한 제도와 이슈들을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어나갈 것입니다만, 생활속 변화를 위해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가며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복지동향 200호를 축하하며, 독자와 함께 가는 복지동향의 한걸음이 복지국가에 두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수, 2015/07/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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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확대와 실업부조 도입

 

 

장지연 |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본부장

 

들어가는 말

 

탈산업화와 서비스경제로의 이행에 따라 제조업 노동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파트타임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이 늘어나게 된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관찰되어 온 변화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터넷 플렛폼을 기반으로 하는 ‘on-demand economy’의 확대가 이루어졌는데, 이에 따라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불안정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유형의 임금노동자의 소득단절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온 사회보험 중심의 실업안전망에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보험제도는 노동자계급의 연대와 노동-자본 간의 암묵적인 협약에 근거한 것이므로, 보호의 필요성이 큰 불안정 노동자층이 증가하고, 임노동자성이 모호한 집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안정 노동자층을 사회보험에서 배제하여 사각지대의 문제에 직면하거나, 사회보험 재정의 안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발생한다. 어느 쪽이든 사회보험의 원리와 기능 자체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한 나라의 고용안전망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① 실업보험 ② 실업부조 ③ (일반)공공부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한다. 좀 더 넓게 보자면 근로연령대 인구의 소득중단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질병급여나 장애급여제도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실업보험은 기여(&근로이력)에 근거하여 수급권이 발생하며, 구직활동에 대한 확인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자산조사는 하지 않는 제도이다. 가입과 기여에 따라 수급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제도 내로 포섭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실업부조는 조세로 재원이 조달되며 자산조사를 통하여 저소득층으로 판별된 실업자에게 지원되는 현금급여이다. 국가에 따라 실업보험제도와 통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일반 공공부조와 통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공공부조는 빈곤층 보호제도이지만, 근로능력자를 포괄하면서 추가적인 구직활동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실업부조를 포괄하는 제도로 운영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정규직 임금근로자 감소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현행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살펴본다. 실업보험제도는 커버리지를 확대해 오기는 하였으나 미흡한 수준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근로능력자를 배제하지 않으나 실제로는 매우 적은 수의 근로능력자만이 포함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와 실업부조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고용형태의 다양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용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용형태와 기업규모에 따라 사회보험 가입률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대규모사업장 정규직원의 경우 거의 100%인데 비해서, 대규모 사업장 비정규직은 80%, 중소규모 사업장 정규직 역시 약 80%이며, 중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의 논의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가 중요하다. 첫째 문제는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문제는 애초에 실업보험이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은 비임금 근로자의 규모가 특수근로형태 종사자의 형태를 띠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정부공식통계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33%로 나타난다. 여기는 기간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 그리고 파견·용역·특수고용 등의 비전형 근로자가 포함된다. 비전형 근로는 호출근로, 가내근로, 파견과 용역, 그리고 특수근로형태 종사자의 다섯 가지 하위범주로 파악된다. 이러한 분류체계에서 누락하게 되는 부분이 크게 두 영역이 있다. 첫째, 이 분류에서 사내하청 유형의 간접고용은 따로 포착되지 않는다. 고용형태 공시자료에 나타난 대기업 간접고용 노동자 93만 명은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는 약 50만 명이다. 그러나 인권위원회 보고서(2015)에 따르면 임금 근로와 비임금 근로의 경계에 있는 근로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최대 227만 명까지 추산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나 프리랜서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노동자로서, 사실상 단일한 업체와의 계약관계를 갖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학습지 교사, 학원 강사, 보험 판매원, 각종 배달원 등 구체적인 직종은 매우 다양하다. 만약 이들을 현행 분류체계와는 달리 비정규직 임금근로자로 본다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은 최대 42.5%까지 넓게 잡아 볼 수 있게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고용형태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사회보험에서도 오직 산재보험에서만 극히 일부가 보호를 받고 있다. 서구에서도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불리는 근로자 범주가 증가 일로에 있다. 이 밖에도 플랫폼 이코노미의 확산으로 점차 증가 일로에 있는 앱노동자 역시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선 노동자이며, 근로 조건과 사회적 보호 측면에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주요 집단이다. 이들의 고용안정 문제는 좀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을 사회보험의 체계 내로 포섭하는 과제는 고용안정과는 독립적으로 다루어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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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안전망의 현황

 

우리나라 근로연령대 인구의 빈곤율은 2014년 기준으로 9.6%이다. 아동(0~17세) 빈곤율은 8%인데, 아동빈곤율과 근로연령대 빈곤율은 나란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근로연령대 가구가 빈곤에 빠질 위험은 가구원의 소득활동 중단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업자 안전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근로연령대 인구가 실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공적 급여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두 가지가 있다. 실업급여는 실직 이전에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보험료를 납부했어야 한다. 생계급여는 자산의 소득환산액을 포함한 가구소득이 평균가구소득의 29% 미만이면서, 달리 부양해 줄 사람이 없는 자라야 수급할 수 있다.

 

실업보험과 실업부조 수급자를 합쳐서 전체 생산가능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을 계산하면,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3%이상, 제도의 포괄성이 높은 국가는 5%이상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0.2%로 심하게 낮은 수준이다(이병희 외, 2013). 사회보조 수급률은 2.7%로 이 수치가 유난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도들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생산가능연령대 인구가 의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라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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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실업급여 수급률(실업자 수 대비 수급자 수)은 약 35%이다. 실업급여 수급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① 실업보험 가입률과 ② 급여 지급 기준의 엄격성인데, 우리나라 실업급여 지급기준의 엄격성(구직활동 여부 확인 등)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중간 정도이지만, 고용보험 적용과 가입의 사각지대가 큰 것이 실업급여 수급률을 낮추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황덕순, 2015). 2014년 8월 기준으로 고용보험법 상 가입대상 4명 중 한명은 미가입 상태에 있다. 전체 임금근로자 기준으로는 64%, 취업자 기준으로는 46%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표 3 참조).

 

일단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수급기간이 짧고 소득대체율도 낮은 편이라서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먼저 실업급여 수급기간의 상한(maximum duration of unemployment benefits)을 살펴보자면, OECD는 국가 간 비교를 위하여 18세부터 22년간 실업보험료를 내온 40세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하였는데, 우리나라는 7개월로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연령과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소정수급기간의 평균은 4.8개월이고, 실제 실수급기간은 평균 4.1개월이다(황덕순 2015). 소득대체율은 실직 이전 임금의 50%이지만, 상한액(43,000원)과 하한액(최저임금의 90%) 적용을 받는다. OECD 자료에서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30%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은 수급기간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즉, 실직 후 1년 기간의 평균으로 계산한다. 수급기간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실업급여는 실업자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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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나라의 공공부조 수급률은 매우 낮아서, 보편주의적 현금급여가 발달하여 빈곤율 자체가 매우 낮은 북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우리나라는 빈곤인구가 자체가 적은 것이 아닌데 공공부조 수급률은 낮다. 2014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약 13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6%에 해당한다. 이것을 빈곤인구 대비 비율로 다시 계산해 보면, 시장소득 기준 빈곤자의 15%만이 공공부조로 생계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인구 대비로는 18.3% 정도가 된다. 연령대별로 빈곤인구대비 수급률을 계산해 보지 못하였지만, 노인에 비해 근로연령대 인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의 수혜자가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근로연령대 실업안전망 강화 방안

 

실업안전망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지 않고 실업자(& 저소득층 실업자)를 폭넓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로 설계하면서도 집단별로 다른 보호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기존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가능한 한 넓게 확대하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취약계층 대상을 위하여 보완적인 제도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 실업보험 대상확대

고용보험(실업보험)의 적용대상은 현행 임금근로자를 넘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를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다. 특고는 근로기준법상 고용보호의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사회보험의 보호대상으로는 포괄한다는 취지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고용보호 대상에 비해 사회보험 대상은 훨씬 넓게 정의된다. 이 경우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를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사례보다는 좀 더 과감하고 폭넓게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는 대상 확대의 의미가 크지 않다.

 

이 보다 좀 더 과감한 다른 하나의 안은 특고 뿐 아니라 순수한 자영업자까지도 실업보험의 적용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즉, 임금근로자 뿐 아니라 특고와 자영자를 포함하는 모든 경제활동참가자를 실업보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덴마크 등의 경우와 같이, 학생도 임의가입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고 청년실업자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그동안 임금근로자의 성격이 불확실한 근로자에까지 실업보험의 적용을 확대하는 데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하나는 자영업자의 실업은 폐업으로 인한 것이고, 이는 곧 위험의 일부가 자기결정의 결과라는 점 때문에 사회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 문제는 임금 근로자 중에서 자발적 이직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제기되는 문제이므로 같은 논리로 대응할 수 있다. 임금 근로자의 자발적 이직에 대해서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국가가 많고, 우리도 임금 근로자의 자발적 이직과 자영업자 실업에 대해 모두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취할 수 있다. 단, 수급시작 시점까지의 대기기간을 비자발적 실직자보다 길게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대상을 확대할 경우, 누가 고용주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특고 노동자나 자영업자의 경우 사회보험료를 누가 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임금근로자는 노사가 절반씩 기여금을 부담하는데, 특고나 자영업자라고해서 보험료를 전적으로 근로자 자신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임금 근로자 이외의 가입자에 대해서 국가가 조세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기업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노동자를 특고나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고 싶도록 만드는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제도설계에 담는 것이 된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임금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실업보험 대상자에 대해서 고용주 부담분을 없애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고용주는 근로자 개인을 특정하여 보험료를 내지 않고, 조세 등 다른 간접적인 방법으로 기여금을 갹출할 수 있다.

 

▪ 실업부조 도입

실업부조는 ‘부조’이므로 가구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실업자를 지원한다. 실업급여 수급대상이 되지 못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대상도 아닌 구직자를 지원하게 된다. 즉, 가구의 소득수준은 빈곤상태이지만 다른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의 구직자와 최저생계비 수준은 아니지만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 가구의 구직자가 지원대상이 된다. 실제로 도움을 받게 되는 대상은 청년층이나 경력단절 여성들 중에서 저소득층에 속하는 구직자,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한 자 등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저소득층 구직자들이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이력이 있어서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실업급여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재취업하지 못한 저소득층 구직자도 실업부조 대상이다. 요컨대, 실업부조는 일정 소득이하의 가구에 속하는 개인이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자에게 고용서비스와 함께 생계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로 도입되어야 한다.

 

현행 취업성공패키지I 사업을 실업부조로 제도화 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취업성공패키지I 사업에는 약 14만 5천 명이 참여하였고, 참여수당, 훈련수당, 취업성공수당 등의 형식으로 1인당 연간 평균 76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는 사업의 형태로 진행되지만, 실업부조로 제도화되면 가격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모두 지원하게 되고, 생계지원의 의의도 더욱 강화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이병희 외(2013)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방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역과제

이병희 (2015) ‘고용보험 20년의 평가와 과제: 사각지대와 실업급여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문

황덕순 (2015) ‘실업급여 사업의 성과와 발전방향’ 고용보험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발표문

 

 

 

토, 2017/04/0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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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근혜정부가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약 1년 정도가 남아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내년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복지동향은 이번 호에서 2017년도 복지 분야 예산 내용을 분석하였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겠다며 화려한 비전을 펼쳐보이던 때와는 달리, 대통령 5년 임기 마지막 해의 복지예산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절대 금액에서는 약간 늘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거의 모두 노인관련 예산에서 늘어난 것인데, 이는 노인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노인 1인당 예산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얻게 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급속히 인구고령화가 진행될 터이므로 정말 작심하고 복지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2~3% 늘리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려한다면 이는 결국 복지의 축소일 뿐이다. 

 

기초보장제도는 보호의 대상을 늘리고 보장수준을 높이겠다고 개별급여를 도입했는데, 수급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니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중위소득 기준이 인상되었다면서 예상 수급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하위 소득자가 줄어들고 중간 소득자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즉, 오직 시장메커니즘 만으로도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중산층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예측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의료시설이나 보육시설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은 모두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서비스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복지국가로 가는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매우 안타깝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 이 가치에 동의한다고 말들은 하는데, 현실은 점점 이로부터 멀어지는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직 어려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반드시 겪게 되어있다. 돈이 있으면 좋은 보살핌을 구매하여 살고 돈이 없으면 내팽개쳐지는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지나치게 높은 이상인가?

 

시장은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치닫는다. 일자리를 놓고, 이윤을 놓고, 성과를 놓고, 임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다. 이 흐름을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옥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으나, 협동과 배려가 선(善)임을 외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은 분배에 있다. 유사 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의 생산성을 구가하면서도, 나누는 지혜가 없어서 지옥에 살 수는 없다.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가 좋은 성과를 내라.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정당한 대가로 세금을 내고, 국가는 시장에 내다 팔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살아갈만한 환경을 만들어내라. 

화, 2016/11/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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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복지동향 6월호는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안정화 방안’이 어떤 점에서 방향을 잘못잡고 있는지 따져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하였다. 이 ‘방안’은 4대 사회보험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 군인, 사학)을 7대 사회보험이라고 통칭하고, 이들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를 위하여 재정전망주기와 추계방식을 일치시켜나가면서 통합 관리할 것과 여유자금의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안’에 담긴 정책방향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다보면 곧바로 드러난다.

 

도대체 사회보험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위험에 연대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가 갹출하고 국가가 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보험을 통하여 노후생활, 실업, 질병, 일자리에서의 재해라는 위험에 닥친 시민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호막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제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조세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사용처가 정해져 있으니 목적세에 가깝다고 하겠다. 세입과 세출을 맞추어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절약하여 돈을 남기는 것은 가계에서는 미덕일 수 있지만 국가재정에서는 옳지 않다. 더욱이 저성장 시기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낭패를 볼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전혀 없다.

 

사회보험의 재정운영 원리가 단일한가? 달리 질문하자면, 재정운용방식을 통일하는 것이 합당한가? 국민연금은 부분적립식으로 특정시기에 기금이 축적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외에 건강보험, 실업보험, 산재보험은 애초에 이런 원리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거액의 미사용 금액이 남았다면 그것은 보험료를 너무 많이 거두었거나 지급해야할 급여를 다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자체로 정책을 잘못 집행했다는 증거이다. 이를 두고 ‘여유자금’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러므로 국민연금과 여타 사회보험의 재정전망의 목적과 주기는 같을 수가 없다. 인구증가율이나 실업율과 같은 중요한 모수를 일치시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손쉬운 일이므로 이를 두고 통합관리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으리라.

 

우리가 ‘사회보험재정 안정화 방안’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이것이 재정안정이라는 매우 부차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두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보험급여의 축소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정부의 태도를 일반 시민에 까지 전파할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기금을 경기부양이나 산업정책, 심지어는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한 쌈짓돈처럼 사용하게 만드는 길을 열게 될 수 있다.

 

낙수효과를 신봉하며 부자감세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할 때에도 복지나 사회보험 급여 지급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결론으로 내려졌었다. 이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겠다며, 전세계적인 저성장의 시대를 핑계 삼는 정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결론은 복지나 사회보험급여의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으로 내려지는 것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금, 2016/07/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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