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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낯선 여자에게서 엄마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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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낯선 여자에게서 엄마를 느끼다

익명 (미확인) | 목, 2018/02/22- 05:00
지난 설 연휴, 모처럼 긴 휴가를 맞이해 읽고 싶은 책을 꺼냈다.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출간 당시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늦게 읽게 됐지만, 명절을 앞두고 만나서 그런 걸까. 작가의 말처럼 설날에도 자꾸만 김지영 씨가 어딘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여느 며느리처럼 설날을 맞이하여 시댁에 들러 인사드리고, 전을 부치고, 고기를 다지고, 설거지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러다 기억에 묻어둔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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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모처럼 긴 휴가를 맞이해 읽고 싶은 책을 꺼냈다.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출간 당시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늦게 읽게 됐지만, 명절을 앞두고 만나서 그런 걸까. 작가의 말처럼 설날에도 자꾸만 김지영 씨가 어딘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여느 며느리처럼 설날을 맞이하여 시댁에 들러 인사드리고, 전을 부치고, 고기를 다지고, 설거지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러다 기억에 묻어둔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일곱 살쯤 되었을까. 명절을 맞아 차례를 지내러 가는 길이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엄마는 현관을 나서다 말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꼭 가야 하냐’고 말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엄마가 왜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시골 가는 길에 분위기를 망쳤다고 짜증 부리던 기억만 난다. 스물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린 내가 친척 어른들에게 두둑한 용돈을 받는 동안, 엄마는 뒤편에서 사진으로만 접한 조상님을 위해 땀 흘려가며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또 다른 차례 준비로 고통받고 있을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우리집 명절 풍경이 달라졌다. 추석에는 엄마의 고향에 갔고, 설에는 아빠의 고향으로 향했다. 나는 그저 좋았다. 보고 싶은 친척을 만나고, 용돈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연휴 내내 즐거움을 만끽했다. 어린 마음에 한 번씩 번갈아 가는 게 공평해 보이기도 했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그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명절 풍경이 또 달라졌다. 설에 시골을 가지 않고 우리집에서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아빠가 장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왜냐고 묻지 않았다. 더는 차례상을 준비하지 못하시는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될 뿐이었다.

당시 집안일을 도맡았던 아빠는 설을 맞이해 과일을 사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쳤다. 엄마는 애쓴다며 장 보는데 필요한 비용을 보탰다. 다른 집에서 보기 힘든 흥미로운 그림이었다. 감정이 요동쳤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엄마가 더는 명절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이 찾아왔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하고, 어떤 사람들은 며느리를 ‘사직’하고 친정에 갔다.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우리집이 차례를 지낸 후 남은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TV로 올림픽 경기를 보며 연휴다운 연휴를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82년생 김지영’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김지영 씨의 모습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았기 때문일까.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 ‘82년생 김지영’ 작가의 말 중

– 글 : 김수영 | 일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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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희망제작소 새 보금자리이자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대안을 만드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흔히 ‘연구’라고 하면,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한 직업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전문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업 연구자처럼 제도권에 있지 않으면 사회적 발언권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전환은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시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희망모울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 역시 학계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 노동계의 문제의식에서 숙성된 이론입니다. 기업을 지원하면 총생산량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식 담론에 맞선 새로운 접근입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제의식이 학계와 국책연구소가 아닌 현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절실한 필요’를 가진 현장에서 이론이 무르익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시대’라고 밝힌 근저에는 삶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시민에 대한 발견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의 피해자 혹은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서 시민을 주목한 것입니다. 희망제작소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려는 이유입니다. 모든 시민이 직업적 연구자이길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 삶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당사자가 바로 시민이기에, 생활에 맞닿은 질문과 답을 찾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얼마 전, 익산시민창조스쿨에 다녀왔습니다. 시민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장이었습니다. 현재 익산의 변화를 일으킬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제안자인 시민그룹과 공무원, 시의원이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해 함께 공부하고, 조사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이 서비스의 수혜대상이 아니라 대안을 만드는 연구자이자 대안자로 활동하는 일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실로 놀랍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실천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작지만 소중한 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독립연구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관련내용 보기)입니다. 일상과 대안을 연결하는 독립연구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총 3팀의 연구자 그룹에게 연구공간과 연구기금을 지원했습니다. 반려동물 재난대피소 만들기, 남자청소년 대상 성교육, 청년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등 주류사회가 주목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제가 선정됐습니다. 참신한 연구결과를 고대합니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국민참여사회문제해결프로젝트–국민해결 2018’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민이든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다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관련내용 보기) 약 230여 개 아이디어가 접수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상상테이블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서류심사, 전국 160여 명의 국민심사단이 참여한 온라인 심사를 거쳐 최종 20여 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도전은 오는 20일부터 약 100일 동안 진행됩니다. 또한 순천시와 서울 금천구에서는 시민의 아이디어 제안과 숙의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안을 만드는 열린작업실(OpenWorks)도 시작됩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는 희망제작소의 힘만으로 열어갈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자를 연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할 뿐입니다. 희망제작소 곁에서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소망합니다.

폭염이 기승입니다.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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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2일, 희망제작소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의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200여 명의 시민분이 희망모울을 찾아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날 희망제작소를 응원해주셨는데요.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합니다.

금, 2018/07/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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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맞이하여, 모두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법을 함께 배우고 나누기 위해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워크숍 기법을 엮어 만든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서’를 교재로 하는 교육과정인데요. 총 4회 중 2~3회차 교육이 지난 8월 31일과 9월 7일에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9월 14일, 4주 차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설명서’의 파란색 라인을 중심으로 한 실행계획 워크숍을 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이번 워크숍은 기존의 이슈발견, 자원지도 워크숍을 거쳐 도출된 의제, 지역자원,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결합하여 실행계획을 작성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작성하기에 앞서, 첫 번째 과정으로 SWOT 분석 방법을 알아보았는데요. 선정된 이슈와 지역의 자원을 바탕으로 도출된 포스트잇을 SWOT 워크시트에 붙여보고, 각각의 이슈와 자원, 내부 장단점, 외부 위기와 기회를 합쳐 포스트잇끼리 붙이고 떼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팀별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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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시나리오 작성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수업을 담당한 이다현 선생님은 시나리오 작성에 대해 ‘SWOT 기법의 활용이 어려운 분들에게 좀 더 쉽게 의제를 명확화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실행에 필요한 요소를 판단하고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라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선정한 주제가 지역사회 과제와 관계있는가?”, “사회적인 경향, 트렌드에 부합하는가?”, “협력자와 파트너는 모색했는가?”, “기대효과와 수혜대상은 누구인가?” 등의 질문 등으로 공통의 의제 실행을 위한 점검의 과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어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단계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업계획이 아닌, 공동체 내에서의 구성원 간 역할을 찾는 수준이라면 오감액션플래닝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사업계획서에 포함되는 내용인 제목과 개요, 목적, 필요성/배경, 범위/대상, 추진계획, 추진체계, 기대효과의 단계를 설명하고, SWOT 분석 기법에서 도출된 내용을 활용하여 전지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실습이 진행됐는데요. 이다현 선생님은 선정한 사업이 이 내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변경하거나 반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실제 공공영역(참여예산)에서 사용되는 사업평가지표를 참고하여 작성하도록 안내했는데요. SWOT 분석을 통해 도출된 내용을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수월하게 작성하는 팀이 있는 반면, 지난한 토론을 거쳐 사업계획서를 한줄 한줄 작성해나가는 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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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별로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팀은 사업비 적정성, 효과성, 공공성, 시급성, 필요성 등의 평가지표를 활용하여 발표 팀의 내용에 관한 점수를 매겼습니다.
명작동화팀의 ‘구로구 청년몰 여유공간을 활용한 더불어 사는 1인 가구 만들기’ 사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로구의 나홀로 가구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사업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세심한 부분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실습에 임한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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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의 4주 차 강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워크숍 기획을 배우려는 교육생분들의 열의가 뜨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수료증 수여 순서에서는, 교육생 한 명 한 명이 다른 교육생의 이름표를 뽑아서 수료증과 축하의 장미꽃 한 송이를 릴레이로 전달했는데요. 졸업식까지 워크숍 형식을 빌려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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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마무리와 함께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다음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소중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수료생들의 소중한 의견을 담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를 기획해보려 합니다. 두 번째 아카데미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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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조준형 | 뿌리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뿌리센터

목, 2018/09/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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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총장 조인원)는 희망제작소(이사장 박재승)와 8일 서울 종로구 소재 희망제작소에서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 기사 저작권 문제로 전문 게재가 불가합니다. 기사를 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 기사보러가기

월, 2018/03/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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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항진 여주시장 후보는 다음 달 2일 시민사회 싱크탱크인 (재)희망제작소와 ‘여주시 희망만들기 정책 협약’을 한다고 30일 밝혔다.

* 기사 저작권 문제로 전문 게재가 불가합니다. 기사를 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  기사 보러가기 

목, 2018/05/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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