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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시리즈 칼럼16] 문재인정부의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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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시리즈 칼럼16] 문재인정부의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란?

익명 (미확인) | 화, 2018/02/06- 10:08

문재인정부의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란?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 경실련 정책위원장

 

연방제에 대한 애증

우리나라 사람은 연방제에 대한 애증이 있다. 연방제 하면 미국, 독일 등과 같이 독립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연방제를 먼저 떠올리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의 고려연방제와 같은 이념적 굴레에서 머뭇거리고 만다. 2012년 대선당시 문재인후보는 ‘준연방제’의 자치분권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려다 그만 둔 적도 있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상대 후보가 고려연방제를 운운하며 빨간 덧칠로 악용할 수 있을 있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달랐다. 문재인후보는 지방분권을 연방제 수준에 비유하며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호소했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당선 후에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3에서 6:4까지 추진하겠다는 자치분권의 추진 의지도 분명하다.

 

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인가?

현 정부는 이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논하기 이전에 왜 지방분권인지, 분명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과 복지의 악순환,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인한 청년실업과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시대적 난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한편 우리의 국가 시스템은 낡고 병들어 있다. 중앙정치인들은 형님예산, 쪽지예산, 카톡예산으로 나눠 먹기식 예산 배분에 혈안이다. 중앙부처는 수천 개의 보조금과 위임사무로 지방정부를 길들이고 있다. 대기업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으로 내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중앙언론들은 건전한 비판능력을 상실해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벌써 가물가물 국민들의 뇌리에서 떠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다름 아닌 증거로 여실히 남아있다. 이들 모든 집단들이 지방분권에 인색하거나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反분권적 4각 연대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무엇일까?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주권’을 부르짖듯이, 지역적 차원에서도 ‘주민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게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의 첫 단추다. 주민주권은 ‘실리’ 이전에 ‘당위’다. 주민주권의 ‘당위’가 ‘실리’를 선물한다는 경험적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둘째, 일하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중앙정치,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화두로 ‘사회혁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 활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중앙정치 위주로 국가의 일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지방정부, 지역정치 그리고 민간의 활력을 통해 국가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재배분하고, 중앙정부가 담당했던 기능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기능)을 배분하면서 ‘일’만 이양하면 안 된다. 일과 함께 돈(재정)과 힘(권한)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또한 사무단위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활성화기능’, ‘노인복지기능’, ‘초중고 교육기능’ 등과 같이 대규모 기능별 일괄이양을 해야 한다.

셋째, 돈 쓰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방법에서 교훈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용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정해 주고, 심지어 자녀가 긴요하게 쓰기 위해 저축한 용돈까지 뺏어, 부모가 시킨 일을 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는 성년이 됐음에도 스스로 자신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취업, 학업, 그리고 연애 사업에 용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모의 ‘시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용돈의 비효율적인 집행이다. 용돈의 효과 또한 절감된다. 자녀는 무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런 모습이다. 수천 개의 보조금사업으로 중앙정부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 나눠 주듯이 지방정부에 배분하고 있다. 합리적인 배분보다는 ‘힘’에 의한 나눠먹기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힘깨나 쓰는 어떤 지역에 1.3Km의 둘레 길을 조성하도록 약 100억을 쓴 보조사업도 있다고 한다. 국가재정이 좀 먹는 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체제를 고쳐야 한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여러 차례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이 난항을 겪었던 것을 보면 쉽게 달려들 것도 아니다. 먼저, 과거 이명박정부가 시도했던 ‘5+2 광역경제권’의 규모로 ‘광역정부조합’을 운영한다. 다음 단계에서 미국의 주와 같은 ‘지역연합정부’를 구축해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을 완성하면 된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쉽게 접근하면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제기한 ‘일’과 ‘돈’의 운영을 분권적으로 개혁해 지역주민들이 지방분권의 ‘실리’라는 열매의 맛을 보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특별·광역시와 도를 통합한 ‘지역연합정부’의 구성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와 철학으로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분권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보여준 미온적인 지방분권정책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자치분권을 통해 국가경제가 살고,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른다. 가보지 않는 길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길은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자치분권의 길을 통해 공교육이 살고, 지역복지를 튼실하게 하며, 지역경제와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의 길을 가야 한다. 새로운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에 기대를 걸어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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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2019 부동산개혁1]

땅과 집 QnA : 공시지가가 대체 뭐야?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email protected]

 

공시지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가 발표됐고, 4월 말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결정됩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공시가격이 전년도보다 급격히 상승했고,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정부가 개별 필지와 주택에 매기는 ‘가격’으로 과세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복잡한 문제는 제쳐두려고 합니다. 대신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공시지가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Q1. 공시지가가 왜 필요한가요? 무슨 근거로 산정되는지 궁금해요.

주택 혹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지방세인 재산세를 냅니다. 고가 주택이나 고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냅니다. 이러한 세금을 걷으려면 기준이 있어야겠죠? 예를 들어 자동차세 경우 승용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잖아요? 주택과 토지의 경우도 이런 기준을 정하기 위해 주택과 토지의 적정가격을 정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합니다. 이게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입니다. 중요한 과세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동산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란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의 가격”으로 법문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매년 1,800억원 규모의 예산이 공시업무에 소요됩니다. 땅값인 공시지가인 경우 전국 50만 대표 필지(표준지)를 국가로부터 용역을 받은 감정평가사들이 가격을 산정합니다. 나머지 3,260만 필지(개별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각 시,군,구에서 조사합니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22만 대표 필지(표준주택)를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하면 나머지(개별지)는 각 시,군,구에서 산정합니다. 전국 1,289만 호의 아파트(공동주택)는 한국감정원에서 일괄 산정합니다. 이런 기관들이 가격 분석, 가격 심의 및 심사, 가격균형협의, 이의신청, 조정공시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발표하게 됩니다.

 

Q2. 공시지가가 오르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르나요?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텐데요. 이 질문은 국토교통부 자료로 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표준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할 당시 공시가격 인상이 논란이 되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국토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은 시세 상승 수준만 반영되므로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 건강보험료 변동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재산보험료는 재산세 과표를 기준으로 60개 구간으로 구분한 ‘재산보험료 등급표’를 통해 매겨지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인상되어도 등급이 바뀌지 않는 경우 보험료 변동은 없다. 재산세는 직전년도 대비 5~30% 이내로 제한된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시세 6억원)는 5% 이내, 공시가격 3억~6억원 10% 이내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30% 이내. 1인 1주택인 65세 이상 고령자가 1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유는 보유세가 최대 70% 감면된다. 세부담 증가는 제한적이다”

전체 표준주택 중 98.3%를 차지하는 중‧저가(시세 15억원 이하)는 시세상승률 수준이 5.86% 인상에 그치기 때문에 서민이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말입니다.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세 부담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급격한 세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친절한 정부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18년 11월부터 T/F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공시가격 상승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장학금 등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죠.

 

 

Q3.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가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는 경실련도 뭐라 확정해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산정 주체인 정부가 산정 방식이나 과정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시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입니다.

공시지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습니다. 시작부터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20~30%로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고, 참여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집값 안정을 목표로 2004년 12월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합니다. 종부세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가 꼭 필요했는데요. 참여정부는 33.3%에 불과했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03년에는 36.1%로 2004년에는 39.1%로 끌어올린 뒤 장기적으로 시세반영률 80%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짰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열린우리당)까지도 경기침체를 빌미로 종합부동산세 원안을 약화시키려 했고,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죠. 이후 정권이 바뀌고 종부세에 부정적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공시가격 현실화도 탐탁지 않아 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세금 문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폭탄으로 연결 짓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문제는 경실련이 여러 번 밝혔듯이, 우리나라 부동산은 고가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70에 대한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30에 대한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돈 없는 일반 서민이 100의 70을 내고 돈 많은 재벌이 100의 30을 낸다는 점입니다. 가진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 없는 서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Q4.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지 궁금해요.

결론부터 말하면 공시지가 인상과 아파트값 상승은 연관이 없습니다. 아파트의 과세 기준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는 재건축단지가 아닌 이상 공시지가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미래의 땅값, 집값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년도 가격 상승분이나 하락분, 실거래가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과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을 엄청나게 올려 소유자들이 세 부담을 우려해 집을 서로 내다 팔아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시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가 세금 부담이 사라져 너도나도 집 사재기에 나서 집값이 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부담상한선, 공시비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놨습니다. 앞에서 정부 자료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 하더라도 일반 시민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수, 2019/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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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시사포커스2]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경협

 

양문수 통일협회 정책위원장/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mail protected]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작년 4월에 판문점에서 개최되었고, 이어 5월에는 당일치기로 두 번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어 9월에는 세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한 해에 한 번 열리기도 힘든 남북정상회담이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열렸다. 당연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작년 6월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 초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지난 7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은 그 속도가 너무도 빠른 것이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메가톤급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로 대표되는 동북아 질서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움직임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평화 또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변화는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북한, 미국, 중국 등이 공통으로 추구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목표는 존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가 그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는 북한에 관한 것, 세 번째는 북미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두 번째는 한반도에 관한 것이고 여기서 키워드는 평화 또는 평화체제이다.

요즘은 국가 차원의 공식적·공개적인 장에서 한반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통일보다는 평화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나온다. 이 또한 새로운 흐름이다. 어쩌면 우리는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관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급격한 변화는 통일보다는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양상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남북한의 평화공존 상태를 상정한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은 앞으로 상당 기간, 어쩌면 꽤 오랜 기간 남북한의 평화공존 기간을 거쳐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북한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편입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크게 진전된다면 그동안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고 있었던 여러 장애요인들이 제거되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한 체제의 이질성이 완화되고 남북간의 적대적 관계가 화해협력관계로 전환되면 통일의 여건이 종전보다 개선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일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있는 게임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남한은 분명 통일을 추구하겠지만 북한은 과연 그러할까. 특히 북한 지도부의 생각은 어떠할까. 권력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남한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남북연합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북한은 이와는 정반대로 Two Korea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남북한 당국자들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공개적·공식적인 자리에서 통일을 노래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북한정부의 속내는 Two Korea이다. 남한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따름이다.

설령 상당한 시간이 흘러 통일을 달성한다고 해도 통일은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세계화 시대의 통일, 즉 다양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과 공존하는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토록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을 실현하기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대폭 개방된 상태, 국제화의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통일보다는 평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세계관 또는 철학에서 키워드는 통일이라기보다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통일이 평화의 선결요건이라고 보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통일의 선결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평화의 구축 및 정착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통일에 관해서는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지향한다. ‘법적인 통일’이 아니라 ‘사실상의 통일’을 지향한다. 정치적 통일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 통일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통일의 본질은 연방제, 연합제, 체제통일 등 어떤 제도적 상태라기보다는 남북간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이 확대·심화되는 과정이라고 파악한다.

이렇듯 남북간에도 평화가 우선적으로 추구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적 과제로 제기된다면, 이는 남북경협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여건 변화를 의미한다. 첫째,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체제에 상응하는 남북경협, 나아가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둘째, 향후 남북경협은 어떤 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가속화·공고화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상태이자 과정이다. 장기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남북한과 함께 주변국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한 사안이다. 북한이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은 북한 영토에 무수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이 거주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국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도 그러한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남북경제공동체 논의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현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즉 대북제재가 거의 다 해제된다면 미, 중, 일, EU 등 다양한 해외의 경제 주체들의 북한 진출 러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한과의 모든 경제협력 사업을 남한 혼자 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양면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해외의 경제주체들, 공공·민간 자금들과 북한에서 동거·공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우리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결국 언제 어느 분야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가, 또한 경쟁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문제, 전략을 짜는 문제로 귀착된다.

이는 남북경협에서 양자간 협력과 다자간 협력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주변국과 비교한 우리의 분야별 경쟁력 진단 및 제고와도 관계가 있다. 사업의 우선순위, 또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한편, 이제는 남북경협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경제외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때로는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자본, 특히 미국자본의 북한진출에 대해 한국이 거부·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북한 비핵화시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통해 북한의 전력망 확충, 사회 인프라 건설, 농업 발전을 도울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의 구체적 분야까지 밝혀 눈길을 끓었다.

이런 분야에 미국자본이 북한 진출을 타진한다고 하면 우리는 이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에 난관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런 요인들은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월, 2019/0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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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2019 토지공개념]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장성현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간사 [email protected]

년 초부터 공시지가 문제가 뜨겁다. 주택 가격과 땅값의 기준점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 ‧ 표준주택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자, 일부 언론에서 또 다시 ‘세금폭탄론’을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공시가격이 전년도보다 급격히 상승했고 이는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공시가격 현실화 저지에 숟가락을 얹었다.


논리의 근거로 서울 소재 고가단독주택을 내세우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A다가구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13억 9,000만원이었고, 올해는 23억 6,000만원으로 10억 원 올랐다고 한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전년도에 비해 211만원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폭탄이라는 것이다. 이 주택은 공시가격이 14억원일 뿐이지 실제 가격은 최소 20억원 이상이다. 20억원 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한 달에 18만원 더 내는 것이 세금 폭탄이라니…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대부분 주택은 재벌 회장과 부동산부자 소유다. 2019년 표준단독주택 가격 1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B주택이다. B주택의 소유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다. 작년 공시가격은 169억원이고, 올해 공시가격은 270억원으로 60% 상승했다. 보유세는 2억 1,400만원에서 3억 2,100만원으로 오른다. 신세계그룹 이 회장이 소유한 B주택의 시세는 340억원이다. 신세계슈퍼도 아니고 신세계마트도 아닌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340억원짜리 주택의 보유세가 1억여원 오른 게 세금 폭탄이란 말인가…

일반 서민이 보유한 토지와 주택의 상승률은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C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1억 1,000만원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보유세 역시 18만원으로 그대로다. 전남 목포시 산정동 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3억 1,000만원이었다. 올해는 2억 9,0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보유세도 6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렇듯, 일부 고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예년 수준보다 많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왜 공시지가 현실화, 다시 말해 공시지가 ‧ 공시가격 현실화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공시제도를 가지고 있다. 경실련은 여러 차례 실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유형별 살펴보면 공동주택(아파트)은 70~80%, 고가단독주택은 50%, 고가빌딩 및 토지는 20~30%의 시세반영률을 보인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17평 일반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억 8,000만원이다. 시세는 2억 5,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72%다. 서울 강남에 있는 24평 고가아파트는 공시가격이 26억원이고 시세는 33억원이다. 시세반영률이 79%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단독주택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소유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261억원 시세는 500억원이다. 시세반영률이 52%다. 재벌 빌딩과 그 부지는 시세반영률이 더 낮다. 2014년 현대차가 10조 5,000억원에 인수한 강남구 소재의 한전부지는 공시가격이 2조 7,000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6%에 불과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고가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70에 대한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30에 대한 세금을 낸다. 문제는 돈 없는 일반 서민이 100의 70을 내고 돈 많은 재벌이 100의 30을 낸다는 점이다. 가진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돈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동산 공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계속되는 현상이다.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공시지가는 부동산시장 왜곡의 주요 원인이다.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방치한다면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하여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다면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월, 2019/01/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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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

– 대규모 개발사업의 환상과 왜곡된 조세구조가 낳은 지방재정 위기 –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

잦은 시장 교체 후 재정위기의 긴 터널 탈출

민선7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지역 여야 정치권은 인천시장의 ‘재정위기 탈출’ 선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며, 벌써부터 선거전에 돌입할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선4기에 시작된 인천시 재정위기 논란으로 민선5기 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고 똑같은 쟁점으로 민선6기 선거에서도 시장이 바뀌었으니,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에게 재정위기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현 시장이 재정위기 극복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건 다른 경쟁 후보 진영에겐 달갑지 않은 뉴스일 뿐이다.

지금 인천시 재정상황은 어떨까. 시는 지난 7월 4일 재정위기 ‘주의단체’ 탈출을 선언했다. 6월 기준 시 본청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4.1%로, 재정 정상단체 기준인 25%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연말엔 22.4%까지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돌이켜 보면 시 채무비율은 2015년 3월, 39.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여 그해 8월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 등급을 받았다. 참고로 40%이상이면 ‘위기단체’로 지정돼 중앙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다. 한편 시는 올 연말까지 본청과 산하 공사·공단의 총 부채를 9조원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집권 외 정당(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힘 있는 시장’의 성과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지방세 증가와 재산매각의 영향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민선6기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행된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으로 갈등을 빚은 사회복지 계는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룬 성과라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평가들이 엄존하지만 민선4기부터 불거진 재정위기 논란을 마무리 질 때가 왔다. 재정위기를 겪게 된 내외부적인 원인 분석과 지역사회의 힘겨웠던 극복 과정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에 대한 환상이 재정위기를 낳았다는 걸 기록하자.

위기의 서막, 지방공기업들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동원되다.

민선3기 인천시장은 입성(2002년 7월 1일)한지 1년도 채 안 돼 도시개발공사를 전격 출범시킨다. 낙하산인사, 민간경제 침범과 중복투자 등의 지적에도 서민 주거안정을 앞세워 공사 설립을 강행했다. 이어 2005년에 근대개항장, 연안도서 등의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관광공사까지 설립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시민사회는 이들 지방공기업이 시 재정위기의 기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리한 지방공기업 설립이 위기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지방공기업을,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로 활용했다. 당시 다양한 시의 현물출자를 통해 공사 자산을 늘려 대규모 공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개발재원을 조달했다. 설립된 공사가 많을수록 개발재원도 늘어난다. 게다가 이들 공사를 설립목적에 걸맞지도 않는 사업에 동원했다.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주거개발에서 도시개발로 중심이동을 시켰고, 이들 개발사업 SPC(특수목적법인)에 연관성도 없는 교통공사와 지하철공사, 관광공사 등이 출자하도록 강제했다. 151층 인천타워 건설, 송도 글로벌 대학캠퍼스 조성,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등에 참여시킨 것이다.

인천시의 재정위기 성격은 무리하게 설립한 지방공기업을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동원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지방채 발행의 한계를 알고 무리한 공사채 발행을 감행하다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데는 왜곡된 현행 조세구조가 한몫했다. 자치단체의 주요 자주재원이 부동산 거래세다 보니 세수 증대 방안으로 너나없이 도시개발에 목메 왔다. 만약에 지역 산업 및 기업 활성화 관련 지방세 비중이 컸다면 자연스레 그리로 접근했을 것이다.


재정분권 중심의 ‘지방분권형 개헌’ 이슈화해야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이후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열악해졌고 의존재원은 늘어갔다. 반쪽자리 지방자치라는 푸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의 대표를 지역주민이 뽑는데 그들에게 과세권은 차치하고 주민 행정서비스 사무에 걸 맞는 자주재원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의 불균형 문제다. 재정분권 차원에서 조속히 현행 8 : 2 비율을 7 : 3으로 조정하는 등 불균형을 해소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어떤 조세를 이양하느냐 또한 중요하다. 지역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지방세 확대가 관건이다.

한편 ‘대표 없이 조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 의회에 보내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18세기 중반 영국 의회가 투표권이 없던 북미식민지 정착 영국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이들이 항거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미국 독립은 영국본토의 부당한 과세권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됐고 이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으로 발전됐다. 주지의 사실은 시민 복리를 위한 제반 사무가 자치단체에서 이뤄지고, 제반 재원도 그리 쓰이는데 정작 모든 과세권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제대로 된 재정분권을 하려면 ‘지방세 법률주의’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권력구조 개편,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에 맞춘 기본권 보장 강화 그리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구현 등을 담은 헌법 개정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시민사회에게 올 하반기는 매우 중요한다. 재정분권을 실현할 거대 담론을 형성함은 물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도 발굴해 공론화해야 한다. 여전히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앙정치권을 개헌 정국으로 몰고 가야한다.

지방분권형 개헌 위한 지역과제 발굴 통해 시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하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이번 개헌이 자당에 이익이 되는지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조기 장미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약속한 개헌 공약도 언약으로 밀릴 판이다. 개헌 정국 만들기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정치권에게 밑바닥 민심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제안컨대 일반시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방분권형 개헌 과제를 발굴해서 여론화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과제도 있을 것이고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과제도 엄존한다.

일례로 항만도시 주민들은 지방행정과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항만행정이 따로 노는 걸 늘 목격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을 계획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지 않은 지방분권 과제였다. 지방 해양항만청과 중소기업청, 고용노동청 등의 중앙사무가 지방행정기관의 경제사무로 이관된다면 뒤따르는 정부재정도 지역실정에 맞춰서 제대로 집행될 것이다. 현장 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 교육, 교통 등의 분야로 확대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 도구를 갖고 있고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가속화할 지역 차원의 기재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간의 사무 배분이 보충성의 원칙에서 추진되면 지금의 불균형한 조세구조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불균형한 조세구조 개혁 등 재정분권을 통해 도시 경쟁력 키워야

한편 국제사회는 국가 간 경쟁체제에서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역사도 깊다. 이에 선진 도시들은 과세권과 자주재원을 앞세워 시민의 복리 증진은 물론 국제적 경쟁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아직도 중앙집권적 조세구조와 제도에 얽매어 도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방분권의 진전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정분권이 반영된 조세구조는 도시 간 경쟁력에 있어서 실탄과도 같다. 그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본적인 자주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국가적 담론으로 삼고 있는 균형발전이 지방분권 논의와 충돌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 패권적 정치구조(일명 구도 정치)와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큰 왜곡된 전국정당 구조로 재정분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국세 비율이 높아야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 그 지역을 지원하는 예산도 클 거라는 의식이 숨어 있어서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중앙정치권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등의 갈등 논리를 내세워 조세구조 조정 등 재정분권을 위한 담론을 견제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재정적 측면에서 이미 낙후된 지역과 열악한 도시를 지원할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재정조정제도다.

결국 우리사회는 국제적 경쟁 환경의 변화로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통한 도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한편 도시와 지역의 균형발전도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이에 우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재정분권을 적극 추진하면서 재정조정제도도 적극 보완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세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내야한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 포함해야

드디어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국제환경의 변화를 공감한다면 중앙정부 주도로 특정지역에 특혜를 주려다 차별받는 지역이 발생하는 기존의 성장전략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권이 들어서면 그 지역을 겨냥한 정책과 예산이 수립되는 왜곡된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실패와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이에 현행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 중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을 포함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뿐만 아니라 ‘지역’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선진외국의 헌법은 ‘고향과 출신’에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우대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평등권을 보장했다. 도시 경쟁력이 지방분권 실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정체성 없는 지역대표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지방분권형 개헌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공론화하려면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치권보다 한발 앞서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준비할 때만이 재정분권은 실현가능하다. 서로의 분발을 촉구한다.

화, 2017/10/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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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시시포커스 3 (2018년 9-10월호) / 김진현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

 

상비약 편의점 판매 확대 절실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는 수년전부터 시민소비자단체가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최근에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2017년 안전상비약 심의위원회가 약사회의 자해소동으로 멈춘 이후, 지난 8월 8일 다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상비약 확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전개되었고 최종 결정은 표결로 이루어졌는데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 3개 효능군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기로 결정되었고 항히스타민제는 부결되었다. 그런데, 회의종료 후에 당초 표결에 불참했던 약계 위원이 추가로 투표하여 화상연고를 다시 부결시켰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표결 결과가 공개된 후 위원장이 회의종료를 선언하였는데 추가투표라는 황당한 수단을 동원하여 일사부재의 원칙을 뒤집은 복지부에 대해 경실련은 공식투표 결과(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대로 상비약을 지정하고 하루 속히 7차 회의를 개최하여 이 논쟁을 끝낼 것을 복지부에 촉구하였다.

 

 

가정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에 대한 논의는 수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약사회는 국민 불편함이 없다거나 또는 국민건강을 핑계 삼아 약의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만 반복하고 있고, 복지부는 국민보다는 이익집단의 눈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가 치료의 확대와 의료비 절감을 위해 필요하다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정책은 단순히 안전성과 편의성, 접근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건경제학적, 문화적 측면에서 함께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야간과 공휴일에 약 구입에 대한 접근성과 불편함을 해소하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가계의료비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재정 압박 등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여 자가 치료의 여건을 확대하고 국민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이다.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는 극히 일부의 오남용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료비 절감, 시간 절약 등 소비자 선택권과 경제적 편익을 상당히 증진하므로 사소한 위험을 감수하고 막대한 편익을 선택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약의 안전성은 편의점 판매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상비약을 약국에서만 독점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약의 부작용을 부각시켜 반대논리가 제기되고 있으나 안전하지 않은 약이라면 허가를 취소하거나 의사 처방약으로 넘기면 된다. 동일한 약을 약국에서 판매하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면 위험하다는 약사회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어차피 약국에서도 소비자가 달라는 대로 집어주지 않는가. 사회적 상식 수준에서 수용 가능한 위험을 벗어나지 않는 한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약의 안전성은 일반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외국사례와 보편적 기준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우리나라만의 안전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벼운 증상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약을 편의점에서 판매해도 된다는 것이 이미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것이며 각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편의점 판매용 약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일 뿐, 특정 약품의 부작용이나 이익집단 때문에 왜곡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약국 이익을 위해 소비자가 불편과 고통을 받아야 하나

휴일과 야간에 약국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약사회는 수년전 심야응급약국(지금은 자율 심야약국)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회피하고 약국 독점을 고수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였다. 심야약국은 병원응급실보다 숫자가 적고 그나마 어디에 있는지 지역주민이 그 위치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경실련은 수년전 심야응급약국을 찾기 위해 약사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심야약국을 검색한 후 밤 12시 전후하여 해당 약국을 찾아가보았다. 그 약국을 찾아가는데 꼬박 1시간 이상 걸렸다. 약국 간판이 건물 외벽이나 입구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곳이 빌딩 고층에 위치한 지역 약사회의 사무실이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쯤 되면 응급약국이 아니라 비밀약국이다. 집 앞의 편의점을 놔두고, 약국의 이익을 위해 심야에 온 국민이 불편과 고통, 시간을 낭비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상비약을 약사 없이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합법적 판매행위이다. 2008년 복지부는 소화제와 정장제 등 70여 품목에 대한 의약 외 품 전환을 준비하였으나 이익집단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결국 핵심은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복지부의 실천의지이다. 수년전 복지부 장관이 약사회 모임에 참석하여 공개적으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등 편파적인 행동을 보여 주무장관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상비약 심의위원회에서 보여준 복지부의 몰상식한 처신도 과거 정부의 사고방식이 아직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부는 이번 심의위원회에서 가결된 화상연고의 편의점 판매를 인정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의약품 정책의 근간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며,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를 통해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휴일과 야간의 상비약 접근성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목, 2018/09/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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