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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떠나던 날, 청파에서 가꿀 새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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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떠나던 날, 청파에서 가꿀 새 꿈을 꾸다

익명 (미확인) | 목, 2018/01/25- 17:15

기고

청량리 떠나던 날, 청파에서 가꿀 새 꿈을 꾸다

김승은 자료실장

연구소가 드디어 청량리에서 청파동으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2000년 3월부터 청량리 떡전교 사거리 금은빌딩에 터를 잡았으니 거의 18년 만에 새 둥지로의 이사였다. 그 사이 10명에 불과했던 상근자가 4배 가까이 늘었고, 3층 한켠만 겨우 차지하던 살림살이는 5층과 지하, 2층 일부까지 다 채울 정도로 커졌으니 이번 이사에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사무실 이사 전문 업체를 선정하고 체계적인 이사 계획을 세우는 한편, 이전해 갈 서현빌딩의 안전진단과 시설점검을 진행했다. 2006년에 준공한 건물치고는 관리가 비교적 잘 된 편이었지만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꼼꼼한 건물 점검과 필요한 보수공사는 최규필 회원이 전적으로 맡아 도와주었다. 개인적으로도 몇 번이나 청파동에 찾아가 건물을 둘러보고 관리 상태를 돌아보는가 하면, 공사이력을 알아내고 가장 저렴하게 보수공사를 할 수 있도록 주변 지인들을 총동원해 주었다. 그 사이 곳곳에 쌓여 있던 묵은 짐을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수장고에 보관했던 유물과 고도서들은 직접 확인하고 포장해야 해서 이사 두 달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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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유물과 고도서를 포장하는 상근자들 3 포장된 유물상자로 가득 찬 청량리 사무실 임시전시실

상근자들은 보관・활용할 사무집기와 폐기물품을 점검하고, 이전하는 새 공간의 활용과 공간 배치 등 모든 이전 업무에 각자의 힘과 지혜를 모았다. 사무실 집기들을 점검하다 보니 갖가지 모양의 책상과 책장, 의자들이 수두룩했다. 문 닫는 사무실만 생기면 가서 주어다 모았기 때문에 통일감이란 ‘1’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짝 안 맞는 낡은 집기들이 우리 연구소가 걸어온 땀과 눈물의 험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손때 묻은 책장과 책상들을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거의 다 짊어지고 왔다. 서현빌딩에도 이전 건물주가 사용하던 붙박이장과 수납장이 많았지만, 예전 책장과 사무집기들은 우리가 새로 쓸모를 찾기도 하고, 필요한 단체가 있으면 기증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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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체 이사 계획과 일정을 점검하는 상근자회의 2사무집기 점검과 배치를 담당했던 ‘떡전용역팀’ 회의

 

서현빌딩에서도 새 살림살이가 들어갈 공간 정비가 진행되었다. 이례적인 한파가 시작된 12월 1일부터 5층 내부 공사, 옥상 철거와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4층에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동식 서가(모빌랙)를 설치했다. 각 층 전구는 모두 LED로 교체했다. 신용준 회원이 통 크게 후원해 주었고, 직접 시공까지 맡았다.
이삿날이 가까워 올수록 기온은 더 내려갔다. 이사 전에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해야 했지만, 날씨 때문에 제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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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의실 공사를 맡아 준 디자인 쏨니엄 관계자들과 회의 4옥상에 방치된 시설물 철거 공사 5강의실 내부 공사 6새로 설치된 이동식 서가 7신용준 회원이 건물 전체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시공까지 맡아주었다.

 

쏜살같이 이삿날은 다가왔고 아직도 정리가 덜 된 짐이 산더미였다. 이사를 하루를 앞두고 4일간 이어질 이사 일정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고 마지막 점검을 했다.

21스프레이 테러로 불그스름하게 물든 연구소 현판도 챙기고, 먼지 쌓인 연구소의 옛 추억들도 차곡차곡 상자에 담았다. 책이 예상보다 너무 많았는지 이사업체는 지하서고에 자동 밴딩 기계까지 설치하고 이틀 전부터 포장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사무실은 일상 업무를 진행해야 해서 이사 전날 새벽까지 개인 짐을 싸는 상근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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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사 이틀 전부터 책 포장에 들어간 지하서고 2연구소 소장자료 이전 준비를 마치고 이사 전날 늦게까지 개인 짐을 싸는 자료실 상근자 3통합 재단 운영 방침을 둘러싸고 새벽1시를 넘겨 이어진 실무회의. 왼쪽은 내일을여는역사재단 신용옥 상임이사, 맞은 편은 조세열 사무총장

 

드디어 12월 15일. 본격적인 이사를 시작했다. 하필 이사 첫날은 71년 만에 가장 빨리 한강이 얼었다는 바로 그날이었다. 추위도 큰 난관이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지하 서고였다. 꺼내고 꺼내어도 책은 여전히 서가에 가득했다. 다른 층 이전이 줄줄이 늦어졌다. 3층에 쌓인 짐을 건물 밖으로 실어내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금은빌딩에서 완전히 짐을 비우는 데만 꼬박 5일이 걸렸다. 게다가 이사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18일에는 대설경보가 나올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이사는 또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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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월 12일, 박물관 건립 모금에 초석을 놓아 주신 송기인 신부님 등 과거사 관련 위원회 전 위원장님들이 서현빌딩을 방문해 격려해 주셨다. 53층 사무실 이전을 돕는 이용창 편찬실장과 유은호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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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은빌딩 옛 사무실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꽉 찬 새 사무실 2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이사에 지친 신다희 사무국원 3서현빌딩에서 다시 시작된 책 정리 4연구소에서 무슨 일이든 팔 걷고 나서는 김병구 회원팀장

 

장장 일주일이 넘게 걸린 이사는 12월 20일에야 마무리되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의 산실이자, 민족문제연구소가 회원들과 가장 많이 만났던 3층 연구편찬실과 사무국, 친일독재미화 교학사 교과서와 국정교과서 폐기 운동의 본부 역할을 했던 2층 교육홍보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꿈을 품고 도전했던 5층 역사자료관과 연구소 숨은 보물창고인 지하 서고까지 깨끗이 비웠다. 상근자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신 주변 음식점 사장님들, 배달원 분들, 늘 급하게 주문해도 신속히 작업해 주시던 복사집, 인쇄소 분들께도 일일이 작별을 고하고 청량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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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탁구대 설치를 고민할 정도로 넓게만 느껴졌다던 금은빌딩 3층 6국정교과서 폐기 운동의 산실 2층 교육홍보실 7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시범 공간이었던 5층 임시전시실

 

사무실 이전 와중에도 워싱턴·뉴욕·LA 등 미주지부 창립을 위한 순회 강연집회, 항일음악 토크콘서트와 음악회,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집회, 친일문학상 반대 집회, 서울시민대학 강좌,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아산 유해 발굴 시굴조사, 팟캐스트 시즌2 녹화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갔다. 덕분에 상근자들이 돌아가며 몸살과 독감에 시달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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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부 철거공사 후 마지막 짐을 내리는 금은빌딩 2듬직한 어깨, 친절한 미소로 이사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해 주신 ‘일사천리’ 직원분들 310년 넘게 야스쿠니재판을 지원해 온 일본 변호인들이 금은빌딩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새 건물로 이사를 가니 챙길 일도 참 많았다. 고장난 문고리나 전선 공사는 물론 변기 커버도 직접 갈고 쓰레기 분리수거, 출입문 보안까지 모든 것을 점검하고 챙겨야 한다. 동파에 터진 수도 배관을 보며 속 태우는 사무국이나, 자동 개폐식 출입문에 아직 적응 못하는 상근자들, 꽂고 꽂아도 산적한 책들에 허리가 휘는 자료실 인턴들, 1, 2층이 아직 공실이라 고스란히 올라오는 냉기에 발을 동동거리는 3층 연구원들 모두가 아직은 이 공간이 낯설고 서툴기만 하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한결같은 회원들의 성원과 지지로 만들어진 새 둥지이니 그 안에서 새로 품은 꿈만큼은 창대하다. 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비상식・부정의와 싸워 온 지난 25년을 발판삼아 상식과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운동의 든든한 터전을 이곳 용산 청파동에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내일의 역사를 여는 새로운 길에 회원 여러분들이 늘 함께 해 주시길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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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누구나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심이 도를 넘거나 지나치게 되면 독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해서
지금의 고통과 치욕을 경험하고 있나 봅니다…..

저의 물욕에 눈이 멀어서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과 연민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질타와 멸시를 받으며
지난 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함세웅 이사장님….
신부님의 명성과 함자를 감히 제 입에 담기도 송구 스럽습니다….저 또한 모태 신앙인 으로서 살면서 주님께 수 없이 죄를 사해 달라고
저의 욕심때문에 생긴 이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극복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라고 매일매일 기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죄가 너무나 커서 인지 아직도 주님의 벌은 제 입장에선 정말 가혹 하기만 합니다….

지난 1년여 의 시간동안 IDS라는 단어는 제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고 피해자들의 소리는 점점 피 맺힌 절규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은 죄를 용서받기에는 아직도 멀었지만 정신을 차려서 많은 수의 피해자분들과 함께하면서 피해보상을 찾기위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조금은 희망을 찾아 가는 중 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자기들만 살려고 하는 일부 피해자들로 인해서 무참히 짓 밟힐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30여명이 1만2천명을 대변 할 순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변호사님 또한 자본주의에서 수익 창출을 당연히 하셔야 하는것도 충분히 이해 합니다.
하지만 그 수익 창출로 인해서 수 많은 사람들을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내 모는 형상이 된다면,그리고 신부님을 도와 주시는 분께서
그 일에 앞장 스셔서 이런일이 벌어 진다면 그 동안 쌓아 올리신 명성과 명예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자라면서 저희 아버님께서 늘 “너 살자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쳐다도 보지말고 관여도 하지마라”라는 말씀을 듣고 자랐습니다
나름대로 50여년을 살면서 아버님 말씀을 잘 지켜 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인범도 변호 받을 권리,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 건 뭐라 하지 않습니다만 지금의 피해자들은 그 어떤 곳으로부터도 변호를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비참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파산신청자들의 법률비용을 가해자인 지점장들로 부터 도움을 받을려고 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이게 말이나 됩니까?

존경하는 신부님!
저희들의 눈 먼 욕심을 용서 받거나 위로 받을 수 없다는 건 모든 피해자들이 동감하고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서른일곱분의 영혼은 아직도 연옥에서 통한의 눈물을 쏟고 계실겁니다….

감히 신부님께 간절히 간청 드립니다….

정만순 변호사님의 파산변호를 말려 주십시요….건방지게 들리 실수 있으시겠지만 1만2천명의 생사가 달린 일입니다…
사람은 명예를 함부로 버리거나 먹칠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저희들의 고백성사라 생각 하시고 정의를 바로 세울려고 하는 저희들의 뜻을 헤아려 주시길 진심으로,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신부님 건강 조심 하시고 늘 주님의 은총이 가득 하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

2017년 12월 6일 최명민(프란치스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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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역사 100년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적폐의 현장을 찾아 그날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적폐청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목, 2018/04/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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