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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2017년 10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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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2017년 10대뉴스

익명 (미확인) | 목, 2018/01/25- 16:21

09시민사회, 국정 역사교과서 저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5월 31일 관보 게재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이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저지넷)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학계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였다. 저지넷은 485개 단체로 구성되었으며, 연구소가 사무국을 맡았다. 교육부는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지정하고 보조교재 배포를 시도하는 등 꼼수를 멈추지 않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선정된 경산 문명고등학교마저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과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은 완전히 무산되었다.

 

식민지역사박물관건립운동, 국내외에 큰 반향

2016년 8월 29일 국치일부터 본격화한 식민지역사박물관건립운동이 2017년에 들어 국내외의 성원에 힙입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는 일본과 미국의 해외동포는 물론 연구소의 취지에 공감하는 일본 시민사회도 적극 동참하였다. 특히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은 일본 각지의 시민과 단체로부터 1천만 엔 이상을 모았고, 1만여 점의 자료를 수집해 연구소에 전달하였다.

 

미국 3대 도시에 연구소 지부 결성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운동에 발맞추어 11월 미국의 3대 도시인 워싱턴 뉴욕 LA에 연구소 지부가 결성되었다. 미주 지부 창립식 및 준비위원회 결성식에는 임헌영 소장과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에 창립된 워싱턴지부(윤흥로 이사장, 박진영 지부장)와 LA지부(정찬열 지부장, 김창옥 사무국장), 2018년 3월 창립 예정인 뉴욕지부(이춘범 이사장)는 친일 청산운동과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적극 동참하고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육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일제식민지통치기구사전: 통감부•조선총독부 편 출간

2012년부터 5년여의 작업 끝에 『일제식민지통치기구사전: 통감부•조선총독부 편』이 출간됐다. 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이후 오랜만에 펴낸 소중한 학술 성과다. 여기에 실린 통치기구는 통감부•조선총독부 본부와 소속관서(총 248개의 기구)로 각 항목마다 존속기간•성격•연혁•조직과 기능•참고문헌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통감부와 조선총독부 기구를 총체적으로 다룬 사전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제강점기 정책사•제도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나아가 식민통치의 구조와 식민지배의 본질을 해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일음악회 성황리에 열려

연구소와 근현대사기념관은 12월 18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항일음악회-다시 부르는 독립의 노래’를 개최했다. 고 노동은 교수가 집필한 ????항일음악 330곡집????에서 ‘광복군 아리랑’ ‘안중근 옥중가’ ‘압록강행진곡’ 등 11곡을 선곡하여 장사익, 노브레인, 오단해, 두레소리 합창단 등이 노래하였다. 800여 청중의 열띤 호응 속에서 잊혀졌던 항일음악을 되살리고 독립투사들의 치열했던 항일정신을 기린 뜻깊은 자리였다.
한편 연구소는 10월 27일부터 12월 18일까지 고양 창원 대전 광주 부천에서 ‘촛불 1년, 다시 부르는 항일의 노래’ 토크 콘서트를 순회 공연하였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금 마련과 항일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 공연에 이야기 손님으로 이재명 시장, 노회찬 박주민 의원, 김광진 정청래 전 의원이 초대되어 ‘촛불혁명과 우리 시대의 적폐청산’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11회 임종국상 학술부문 조재곤 박사, 사회부문 한상권 교수 수상

11월 10일 제11회 임종국상 시상식이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렸다. 학술부문에는 러일전쟁을 한국인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전쟁과 인간 그리고 ‘평화’-러일전쟁과 한국사회』를 저술한 조재곤 박사가, 사회부문에는 오랜 기간 역사정의실천연대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상임대표를 맡아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보급과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저지한 한상권 교수가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박정희 관련 명예훼손 소송, 모두 승소

1월 25일, 연구소가 박정희혈서조작설을 유포한 강용석 변호사,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일베회원 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각각 500만원, 300만원, 300만원을 연구소에 배상하라는 항소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12월 12일에는 문퇴본(문재인정권 퇴진촉구 애국의병혁명본부)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모씨를 상대로 한 박정희 합성사진 조작 관련 명예훼손 소송 2심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연구소에 5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기록으로 보는 3•1혁명’ 심포지엄을 통해 3•1혁명의 의미를 재조명해

연구소는 6월 1일 근현대사기념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지역문화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록으로 보는 3•1혁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함흥법원 검사의 기소자료와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카드 등 기존 연구에서 다뤄지지 않은 자료를 활용하여 3•1혁명의 새로운 양상을 도출하였고, 운동보다는 혁명으로 명명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3•1혁명의 역사상을 한층 풍부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회째 맞은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야스쿠니반대촛불행동

8월 12일 일본 도쿄의 한국YMCA에서 열린 야스쿠니반대촛불행동 행사에 무단합사 피해자 유족들을 비롯하여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 사무국을 맡은 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이 행사는 2006년 8월부터 한국 타이완 오키나와 일본의 시민들이 침략신사 야스쿠니를 반대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매년 개최해왔다.
한편 6월에는 그간 보추협의 숙원사업이었던 강제동원피해자유족증언집 『빼앗긴 어버이를 그리며』가 출간되어 유족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근현대사기념관, 다채로운 강좌로 학생•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어

연구소가 2016년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근현대사기념관이 시의적절한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개최하여 학생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7월 25일~28일 진행된 ‘영화로 배우는 일제강점기’ 강좌에서는 최근 흥행한 영화 <밀정> <암살>과 강제동원문제를 다룬 <안녕 사요나라> <군함도>를 소재로 삼아 연구소 상근자들이 강사로 나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강제동원 피해실태를 생생하게 설명했다. 이밖에도 ‘저항과 협력-식민지 지식인의 엇갈린 선택’(3~6월) ‘역사의 길에서 민주주의를 묻다’(6~7월)와 ‘순례길의 독립운동가’(9월) 등의 강좌를 열어 독립전신과 민주의식 고양에 앞장섰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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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善友(증선우)

 

同生同死約(동생동사약)

盡信固愚痴(진신고우치)

四處盈奸黨(사처영간당)

君余被誕欺(군여피탄기)

 

착하고 어진 벗에게 지어 주다

 

함께 살다 같이 죽자 약속했음을

다 믿으니 정말 어리석고 못났소

온 사방 간사한 무리 가득한지라

그대도 또 나도 속임을 당하였소.

 

<時調로 改譯>

 

함께 살다 같이 죽자 그리 약속했음을

그대로 다 믿으니 참 어리석고 못났소

온 사방 奸黨인지라 둘 다 속임당했소.

 

*善友: 착하고  또 어진 벗  *同生: 함께 삶.  함께 남  *同死: 같이  죽음  *愚癡:

매우 어리석고  못남. ≒치욕(癡慾).  삼독(三毒)의 하나. 四相에 의혹되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마음을 이름 *四處: 사방(四方) *奸黨:

간사한 무리. ≒간도(奸徒) *誕欺: 속임. 거짓말함.

 

<2017.7.15, 이우식 지음>

토, 2017/07/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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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기에 법원도 최근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지난 9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은 한국사 교과서 6종의 집필자 12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과연 국가권력은 교육내용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우리 헌법이 교육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정신은 무엇인지, 판결의 쟁점을 짚어보며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항소심 적법 판결  

수정명령,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드는 마법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 2015. 9. 15. 선고. 2015누41441 수정명령취소
판사 지대운(재판장) 강영훈 박창제 

 

 

김선휴 간사

김선휴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간사, 변호사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용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정교과서이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또는 위탁하여 편찬하고 모든 학교가 이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한다. 반면 검정교과서는 민간에서 집필한 도서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검정합격을 결정하면, 각 학교가 합격된 검정도서 중 해당 학교에서 사용할 도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는 다양하고 탄력적인 내용의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고 다양한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이 검정에 합격한 6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하여 내용을 수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예를 들면, 국군의 거창양민학살을 서술한 부분에 대해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실례도 제시하라’, 북한의 주체사상을 소개한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 노선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대내통합을 위한 체제유지전략이었음을 서술하라’,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 운동’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다’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니’를 ‘극단으로 치닫는 강압정치’로 수정하라는 것 등이다. 

 

이에 위 교과서의 집필자들은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므로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하였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판결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면서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을 정당화해주었다.

 

이미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의 내용을 교육부장관이 수정하라고 명령할 수 있을까? 

 

이는 근본적으로 ‘국가권력이 교육내용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교육내용 개입에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면, 부당한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요건이 필요한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국가와 교육의 관계에 대해 규정한 헌법에서부터 찾아보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 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31조 제4항)

 

헌법의 위 규정은 교육이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인 만큼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도록 교육자나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행정권력에 의한 교육내용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요구 또한 위 헌법규정에서 도출된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도 “국정교과서제도는 정부의 행정관료에 의하여 교과내용 및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어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위 헌법규정과 모순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결정).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나타내는 헌법이 교육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이와 같은 기본 관점을 전제로, 이 사건 판결이 과연 이러한 헌법정신에 충실한 판결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쟁점 ① 법률유보원칙 : 검정 권한이 있다면 수정 명령을 내릴 권한도 있다?

 

첫 번째로 살펴볼 쟁점은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즉 교육부장관의 이 사건 수정명령이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인지 여부이다.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제1항은 교육부장관에게 검정도서의 ‘수정’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령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査定)’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교과용 도서의 ‘수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장관의 수정명령이 ‘법률’에 근거한 것인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정권한’에는 본질적으로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였다. 쉽게 말해 ‘검정은 수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검정’의 근거규정인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이 ‘수정명령’의 근거조항이기도 하고, 따라서 이 사건 수정명령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표현상의 잘못이나 기술적 사항 또는 객관적 오류를 바로잡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미 검정을 거친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수정명령권한까지도 검정권한에 포함된다는 해석은, 검정권한의 내용과 범위를 너무 확대해서 해석한 것은 아닐까. 검정교과서제도를 채택한 취지는 헌법이 천명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하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대법원 2011두21485 판결 참조). 그렇다면 국가의 검정권한의 내용과 범위는 국가의 교육내용에 대한 개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향(내용의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쟁점 ② 절차적 적법성: 검정절차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였는가? 

 

행정부와 법원의 판단대로 내용의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도 교육부장관의 검정권한에 포함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수정명령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이 사건 수정명령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친 것인지 여부가 두 번째 쟁점이다. 

내용의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수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에 대해서는 2013년 대법원에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역시 검정을 마친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내린 수정명령을 다툰 사안이었는데, “(수정명령이) 이미 검정을 거친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새로운 검정절차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므로 검정절차상의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두21485 판결 참조). 
 

이 사건 수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교육부장관은 새로운 검정절차를 다시 거치지는 않았고, 대신 ‘수정심의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여 심의를 진행한 뒤 수정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이 ‘수정심의위원회’의 위원 선정방식, 위원구성, 소집절차와 심의방식 등이 교과용도서심의회의 경우와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라고 인정하였다. 심의기간이 비교적 단기간이라거나 수정심의회의 심의사항 및 수정심의회 위원의 인적사항이 비공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판단한 것이다.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있어 특정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그 절차의 보장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위 2011두21485 판결에서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요구하는 이유가 “그렇지 않으면 행정청이 수정명령을 통하여 검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잠탈할 수 있”기 때문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절차와 ‘유사한 외관’을 갖춘 절차를 거쳤다는 점만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검정절차를 둔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여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수정심의회의 의사/의결정족수, 기초심사와 본심사의 분리운영, 위원의 분리구성 등이 교과용도서심의회와 거의 유사하게 이루어졌다는 외관의 판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수정심의회 절차의 투명성, 수정심의회 구성원의 다양성, 교육행정권력으로부터의 일정한 독립성, 심의회 내에서의 충실한 토론과 의견 개진 및 이를 위한 충분한 기간 등이 확보된 절차였는지, 그래서 검정절차를 둔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였는지를 더욱 면밀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재판이 있기 전까지 수정심의회 및 그 사전절차에 대해 거의 공개되지 않았고, 재판과정에서도 그 절차의 부실함, 불투명성이 드러났음에도 절차적 적법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판단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쟁점 ③ 재량 일탈·남용: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 수 있는 재량?

 

이 사건 판결의 마지막 쟁점은 재량의 일탈·남용 여부, 즉 이 사건 수정명령이 교육부장관에게 주어진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판단이다. 

법원은 검정권한에 포함된 수정권한을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수정명령은 ‘교육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적합한 것’으로 바꾸도록 하는 범위에서만 정당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 수정명령들이 “오해 또는 오인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없애거나 고치도록 한 것”, “중요한 사안에 대한 서술의 비중을 다른 쟁점과 균형이 맞는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것”, “학생들에게 보다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이 “교육적합성”을 갖추지 못해 검정도서로서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정도라고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이 보기에는 수정명령이 서술의 균형을 맞추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향이기 때문에 수정명령대로 고쳐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실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이 교육적합성을 갖추지 못한 정도라면 불과 3개월 전 더욱 엄격하게 진행된 검정절차에서 합격했을 리도 만무하다.

 

수정 전 교과서의 내용(A)과 수정명령의 내용(B)에 대한 선호나 가치평가를 떠나서, 만약 A와 B 모두 검정교과서로서 교육적합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A를 반드시 B로 바꾸도록 강제하는 수정명령은 ‘교육적합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A라는 내용의 교과서도, B라는 내용의 교과서도 검정교과서 제도 하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계속 강조하는 바와 같이 헌법정신과 검정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교육적합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서술의 순서나 분량, 자료의 취사선택, 세부적 표현 등은 역사학자이자 교육전문가인 저자들에게 맡겨진 자율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명백하게 교육적합성을 상실한 것도 아닌 검정합격도서에 대해, 교육부가 지엽적인 서술 순서나 세부적인 표현까지 고치도록 명령하는 것을 재량의 이름으로 허용한다면, 이는 결국 검정교과서 제도를 수정명령을 통해 국정교과서와 같이 운영할 수 있는 재량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바람직한 해결을 기대하며 

 

사실 문제의 발단은 첫 번째 쟁점인 법률유보원칙 위반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이 교과서제도에 대해 법률단계에서 전혀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하고 있다 보니, 수정권한의 존부와 범위, 필요한 절차가 모두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행정권의 자의적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교과서제도의 중요한 내용들을 법률의 단계에 구체화시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와 같은 입법적 개선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법원은 존재하는 법령을 최대한 헌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석함으로써 행정권의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제동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보다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일, 2012/10/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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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9/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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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온라인 역사강좌
제9강 식민통치 마케팅 – 박람회와 기념축전 ③
강사 :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근현대사기념관 관장

금, 2017/08/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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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연 역사강좌] 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산미증식계획 ②

미리보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온라인 역사강좌
제8강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산미증식계획 ②
강사 :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화, 2017/07/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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