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촛불의 중심에 서 있던 수의사 고 박상표가 생전에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모음이다. 박상표는 광우병 파동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한미 FTA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슈마다 늘 앞장서서 촛불을 들고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자처했던 과학자였다. “신자유주의 광신도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못해 안달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은 우리가 늘 숨 쉬는 공기며 날마다 마시는 물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의 행복, 인간의 가치, 식품의 안전까지도 값을 매겨 상품으로 거래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세계 각국 민중이나 시민의 건강과 안전은 그저 비관세 장벽에 불과하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신비한 주문을 비관세 장벽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책장을 몇 페이지만 넘겨도 그가 얼마나 진실한 과학자였는지 느껴지고도 남는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뒤틀린 ‘과학’을 바로잡으려 했다.
초국적자본의 이윤을 대변하는 곳에 서 있던 구부러진 과학에 박상표는 진실의 망치를 두드려 바로 잡고자 했다. 그는 쇠고기 문제를 단순한 무역의 문제가 아닌 근원적인 문제로 봤다. 쇠고기 문제는 확장하면 카길을 중심으로 한 농식품 초국적 자본의 문제였다. 초국적 농식품 자본이 종자를 독점함으로써 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고 박상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듯 올곧게 사안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 그리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뭇 생명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박상표라는 한 사람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 연구소장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 사이의 딜레마 > 박상표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7월
“우리 모두는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자’는 절박한 요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만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일을 하며 아프지 않고 죽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행복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삶보다 이윤이 우선’인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일의 과정과 결과에서 정작 일하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구조와 생각은 변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일의 진정한 주체가 될 때 일터와 사회의 건강은 비로소 온전할 것입니다.”
-프롤로그中-
노동현장에서 예전 유명한 누군가가 그렇게 강조했던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저 월급으로 환산된 노동의 대가만이 보일 뿐이다. 시대가 바뀌고 옛날보다는 먹고 살만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그런데 먹고살기 위한 노동에 늘 희생이 따른다. 산업재해, 직업병, 과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오히려 산업재해와 죽음을 부르고 생명을 단축시키는 꼴이다. 이 사회와 기업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먼저 요구하는 노동 방식과 태도를 바뀌지 않는 한 그 결과는 근로자의 건강피해나 직업병, 산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고발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이 노동자의 몸에 남아있는 현장의 증거를 추적하여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각각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직업병과 산재 그 자체보다 그것을 대하는 기업과 사회, 정부의 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현실을 고발하는 고발서이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이 저자들의 얘기가 단지 예전의 경험 사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현실 얘기라는 것이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 평화발자국 10> 김성희 지음 / 보리 / 2010년 4월
-<생명의 증언 : 일본의 이황화탄소 중독증에서 원진레이온 직업병까지> 요시나카 다케시 지음, 박찬호 옮김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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