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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공적연금의 차별, 개혁 시급한 군인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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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공적연금의 차별, 개혁 시급한 군인연금

익명 (미확인) | 목, 2017/11/30- 15:26


군인연금은 현재 기여금 부담을 인상하고, 지급률을 인하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일부분 확보했으나, 국가보전금과 부담금을 포함하면 약 80%에 달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충당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돈은 무엇일까? 바로 국민연금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기금 고갈을 우려하여 대규모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흔적이 사라진 것은 국민연금 수령자가 전 국민의 10%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복지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반대여론도 사라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민연금을 적립해서 운영하는 나라는 칠레와 한국 등 여섯 나라에 불과하고, 유럽 등 나머지 나라들은 고갈상태이다. 그런데도 그 나라들이 조용한 것은 조세로 부족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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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7.06.27.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6201036301&pt=nv#csidxddcceec2dc4c64db79bfea5afd94f41

 

 

 

공공부문 일자리 논쟁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구조와 내용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논의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공공서비스 부문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논쟁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가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 주장은 갈리게 되는데 주로 보수적인 사람들은 우리나라 정부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부 규모가 작다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OECD 국가의 3분의 1 

공공부문 규모에 대한 논쟁은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발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당시 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이 21.3%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6%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때 7.66%라는 수치는 OECD의 를 인용한 것으로, 이 수치는 통계청·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것이 아니라 행정자치부가 정부 조직 통계를 OECD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소 축소된 숫자였던 것이다. 이 논쟁과 관련해 지난 12일 통계청은 2015년 공공부문의 일자리 규모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일반정부 부문 199만명과 공기업 부문 34만명, 합해서 233만60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총취업자의 8.9%라고 한다. 7.66%보다는 많은 숫자다. 하지만 OECD 국가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통계청의 일자리 숫자에는 사립학교 교원이나 사병, 보육교사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직접적으로 정부의 돈으로 급여를 전액 지원받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1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공무원 100만명’ 시대에 살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공공부문 효율화를 지향하면서 공무원 숫자를 100만명 수준에서 관리해 왔다. 큰 정부라는 비판에 대하여 공무원의 숫자가 적다는 주장을 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의 과소 추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정부의 역할도 커지고 예산도 늘어나는데 공무원 숫자를 동결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른바 민영화를 통해 공무원 숫자를 유지했다. 한국전력, KT(한국통신), 코레일(철도청)이 원래는 공무원 조직이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5월 30일 서울 종로구 금용감독원 연수원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1차 협업과제 분과위 합동 업무보고에서 한 직원이 공공부문 일자리 관련 회의 자료를 나눠주고 있다. / 이준헌 기자

5월 30일 서울 종로구 금용감독원 연수원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1차 협업과제 분과위 합동 업무보고에서 한 직원이 공공부문 일자리 관련 회의 자료를 나눠주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새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공무원 추가 채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무원 1만2000명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말 국회에서 2017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찬성했었다. 2017년 수정예산안에서 국회는 공공부문의 질 좋은 청년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하여 공무원 신규 채용을 1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목적예비비 500억원을 편성했다. 최광웅 데이터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2012년 12월 말 공무원 정원은 98만명 수준이었던 것이 2016년 말 정원은 103만명 수준으로 약 5만명이 늘어났고, 지방공무원 증가분까지 고려한다면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 정원 증가분은 대략 6만명, 연평균 1만2000명이라고 추산했다.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큰 정부’였던 것이다. 

공공서비스 수요 늘자 외주화 급증 

문제는 공공부문의 숫자가 아니라 적정성이다. 주차장(park)이 차량(parking)을 늘린다는 말이 있다. 차량 수요에 따라 주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에 따라 차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공공부문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공부문의 일거리가 늘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자리가 늘어나서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국민이 느낄 때 공공서비스의 질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공무원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청소, 환경, 안전, 복지 분야의 사회서비스 확충은 국민 모두가 기대하는 서비스 분야일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숫자를 무조건 늘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공공부문 일자리의 왜곡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용절감을 앞세워 민간위탁이라고 하는 공공부문의 외주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공무원은 발주자로 ‘갑’이 되고, 위탁업체가 ‘을’이 되어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공공부문은 정규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의 이중화된 노동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나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일을 하는 용역업체의 노동자들은 원래 공무원이 하던 일을 하면서도 그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은 대단히 열악하다. 원래 위탁금액 자체가 적을 뿐더러 위탁업체의 관리자들이 가져가는 몫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급여수준이 높은가는 오랜 논란거리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는 2014년 말에 2015년도 예산안을 기준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정규직 공무원 2만9047명의 인건비를 분석한 바 있다.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세전 기준으로 7034만원이었고, 여기에 복지포인트와 급량비를 합하면 평균 수령액은 7437만원이 된다. 2014년 소득분위별 평균에 따르면 상위 10% 평균이 9287만원, 상위 20% 평균이 5390만원인 것에 비교해 본다면 자치구 공무원의 급여수준은 임금근로자 상위 10%에서 20%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다. 높은 임금수준도 좋은 것이지만, 무엇보다 평생직장이 될 수 있다는 안정성에 더 끌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에 비해 급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분명 좋은 일자리이고,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의 직장’이 되는 것은 과도하다. 공무원과 공공부문 급여 인상률에 대한 분석과 적정 인상률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논쟁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구조와 내용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논의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공공서비스 부문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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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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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7.08.29.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8211817291&pt=nv#csidx2e878b7d4714dc6bf5c4694cbc1f9fb

 

 

2012년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균 1억7000만원이 들어가고 상위 1%는 3억90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니 아이를 하나 낳는 것은 ‘고난의 행군’을 각오한 셈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멸을 원한다. 하지만 영원히 살 수는 없으므로 후손을 남기고 싶어한다. 동물도 가지고 있는 종족보존 본능이다. 특히 자신의 가족, 넓게 보면 민족공동체가 사라질 위기라는 위기의식은 더욱 클 것이다. 

한국에서 인구문제는 너무 갑자기 다가온 위기상황이다. 가장 많이 태어난 해가 1960년이고, 109만명이 출생했다. 지금 그들이 50대 후반이므로 아직도 저출산은 실감나지 않는 이슈라 할 수 있다. 더구나 1971년에는 102만명이 태어났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이 88학번 성보라가 아니고, 71년생들인 성덕선과 그 친구들인 것은 이러한 인구적 특성을 고려한 것일 것이다. 그들도 이제 46세다. 

하지만 작년 2016년 출생자는 40만명이다. 올해는 36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의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그래서 2030년 이후에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한국인 소멸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1960년 109만명이었던 출생인구는 2016년 40만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36만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은 한 병원의 신생아실./김창길 기자

1960년 109만명이었던 출생인구는 2016년 40만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36만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은 한 병원의 신생아실./김창길 기자


정부 예산이 엄청나게 투입되었다는데 

지방은 더욱 심각하여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의 읍·면·동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곳(1383개)이 ‘인구 소멸지역’(거주인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했다. 

하지만 국민적 인식은 조금 다르다. 저출산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이 저출산 문제를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39.2%에 불과하고, 젊은 세대일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받아들이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세대가 정부 정책에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이어서가 아니라, 저출산 문제가 현재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삶이 너무나 힘들어 미래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2년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균 1억7000만원이 들어가고, 상위 1%는 3억90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니 아이를 하나 낳는 것은 ‘고난의 행군’을 각오한 셈이 되는 것이다. 

재정지출에서 영원한 과제는 어떤 지출에 대해 비용이냐 투자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는 복지정책을 비용으로 보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수백 조원을 들먹이며 저출산 정책의 비효율을 이야기한다. 

그럼 과연 얼마나 들어갔는가. 2006년 처음 저출산 정책이 시작되었을 때 예산은 3조원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150조원 정도가 투입되었다, 연평균 15조원이다. 단순히 이 숫자만 보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0년간 정부 예산과 지방정부 예산이 4000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액수이다. 

OECD 평균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2.7%(2013년, 아동예산 기준)이다. 한국은 여기에 일자리, 주거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여 1.1%이다. 특히 저출산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는 프랑스는 지난 40년간 3%가 넘는 지출을 해왔다. 우리로 치면 매년 45조원 정도씩 투입한 것이다. 결국 규모의 문제는 아니고, 늘려야 하는 것이다. 

2017년 정부의 저출산 예산은 25조원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30%가 연관성이 부족한 사업이다. 

저출산 대책은 정책 수단의 조합을 넘어 정책 의지의 범위와 강도(policy scope & fortitude)에 따라 효과성이 좌우된다. 저출산이 ‘국가 존립’의 문제라는 정책적 인식이 필요하고, 의례적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성과 절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청약제도에서 다자녀가구의 혜택을 줄인다든가 다자녀 추가공제는 물론 출생·입양 공제마저 없앤 것은 그 절박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 

그런데 저출산 정책이 2006년부터라는 데 의문이 생긴다. 1983년에 인구 감소를 나타내는 출산율 2.1이 무너졌는데, 무려 23년 후에야 저출산 대책이 시작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사례는 2003년까지 정부가 산아제한을 위해 정관수술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당첨부터 다양한 정부 지원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확실한 지원책이었다.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도 면제해주는 강력한 지원으로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정관수술을 받고, 그보다 많은 여성들이 난관 수술과 자궁내 장치 시술을 받았다. 

이 사업을 주도한 것은 가족계획협회였다. 1997년 가족계획연보에 보면 3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목표의 110%인 1만7000명의 정관수술을 시행했다는 내용이 자랑스럽게 나와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가족계획협회는 2006년 인구보건복지협회로 이름을 바꾸어 출산장려사업을 하고 있다. 출산문제를 국가가 계몽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는 책 <정해진 미래>에서 “인구교육은 물론 필요하나 인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식의 당위로 흘러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는 국가의 공통점은 사회 전체가 성 평등적 방식으로 변했다는 데 있다. 출산의 도구로 여성의 몸을 볼수록 여성들은 더 출산을 꺼린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들의 변화된 선호와 지향 및 목소리를 담아내고, 아이 낳을 수 있는 고용과 주거·교육정책 등이 같이 가야 성공한 저출산 정책이 될 것이다. 

 

출산 기피풍조 정도로 저출산을 이해하는 과거 고출산시대의 편견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 저출산 대책 예산을 비용으로 보는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다. 양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16배의 투자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이 납세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산율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1960년대 정부 산아제한 포스터다. 정말로 우물쭈물하다가는 거지꼴을 못면할 것이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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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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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7.08.22.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708141636301&pt=nv#csidx9ebac3cf9d47baa9c8c5ff4d8c819f8

 

 

 

교육부 소속 학교 건물은 기존 64W 전구를 50W LED 전구로 교체하는 물량이 22만1931개이다. 1290억원의 예산을 통해 매년 1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전기비용만으로는 설치비용을 절약할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몇 달간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던 최근(7월 22일), 2017년도 제1차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11조1869억원의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서 1조2519억원을 감액하고 2504억원을 증액하며 수정·통과되었다. 몇 달간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전체 예산안에서 극히 일부인 80억원에 불과한 공무원 채용 비용이었다.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대표적인 사업은 2000억원이 넘는 LED 교체 예산이다. 일부 의원들이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수정 없이 정부 추경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원래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 작성 이후 발생한 천재지변, 급격한 경제적 변화 등 본예산 작성 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반영하고자 편성하는 예산이다. 반면 LED 교체사업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본예산 작성 시 제외되었던 사업이 추경예산에 편성되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2천억원이 넘는 LED 조명 교체가 추경예산에 과연 맞는 것일까. 사진은 LED전구 제품들. / 강윤중 기자 ※ 기사 본문 중 특정 언급사실과 관련없습니다.

2천억원이 넘는 LED 조명 교체가 추경예산에 과연 맞는 것일까. 사진은 LED전구 제품들. / 강윤중 기자 ※ 기사 본문 중 특정 언급사실과 관련없습니다.


각 부처별로 설치비용에 큰 차이 

특히 이번 추경의 LED 교체예산은 2000억원을 상회하는 큰 규모다. 그러나 관련 예산 대비 전기요금 절약효과와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이 언제 발생하는지 등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은 없다.

그래서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해봤다. 우선 추경 LED 예산규모와 전기요금 절약효과를 비교해 보았다. 각 부처별로 설치비용부터 차이가 크다. 가장 큰 곳은 법무부 교정기관 LED 설치예산 43만원(개당)은 시중가와 조달가를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구입비와 설치비를 합쳐 9만1000원으로 산정한 반면 법무부 소속 교정기관은 약 43만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각 부처가 책정한 LED 구입과 설치예산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가장 적은 예산을 책정한 부처는 환경부로 구입과 설치비를 합하여 개당 9만1000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조달청을 통하지 않은 시중 단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시중 업체에 가격을 문의한 결과 50W(300×1200) 조명 구매 및 설치비용은 약 9만원 내외였다. 설치물량이 많아지면 개당 단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부처는 약 10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이다. 조달행정의 효율성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법무부 소속 교정기관의 경우 등 기구 구입비는 9만5000원이다. 그런데 설치비가 개당 약 33만원으로 과도한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설치물량이 9만3000개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의 설치단가가 개당 33만원이라는 사실은 시중가격은 물론 조달가격과도 큰 차이가 있다. 33만원이 LED 설치비용만으로 쓰인다면 가격 책정의 합리성이 떨어지며, 만일 전기공사를 병행하여 LED 설치를 하는 예산이라면 예산 편성 규정을 어기고 다른 예산사업으로 LED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또한 교정기관의 LED 설치비가 33만원인 반면, 같은 법무부 소속 소년원은 설치비가 한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연내에 설치할 수 없는 LED 조명을 추경을 통해 구매만 하고 내년에 설치하는 것은 긴급한 용도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추경예산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올해 설치되지 못할 LED 조명을 구매만 하는 것은 이자비용 낭비, 보관비용 낭비 등 각종 행정비용을 낭비하고 예산 지출의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행동이다. 

다음으로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경우도 있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규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은 연도별 LED 교체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자 삼파장 전구 등 LED는 아니나 LED 와 비슷한 에너지 효율의 전구도 교체하여 오히려 전기요금이 증가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신축건물 대상으로 탄력 적용해야 

실제로 교육부 학교 조명 교체대상 중 화장실에 쓰이는 15W LED 조명은 교체대상에 13~15W 전구가 혼재되어 있다. LED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는 전구를 15W LED로 교체하면 오히려 전기요금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절약효과는 발생할까? 이번 추경 LED 예산 2003억원 중 약 65%의 예산(1290억원)을 사용하는 교육부의 전기요금 절약효과를 계산해보면 LED 교체에 따른 전기요금 절약효과는 다음과 같이 산출 가능하다.

교육부 소속 학교 건물은 기존 64W 전구를 50W LED 전구로 교체하는 물량이 22만1931개이다. 즉, 연간 12억원의 전기요금 예산 절약이 가능하다. 반면 화장실은 기존 13W와 15W가 혼재되어 있어 교체 시 전기요금이 오히려 증대하나 혼재 비율 파악이 불가능해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즉, 1290억원의 예산을 통해 매년 1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전기비용만으로는 설치비용을 절약할 수 없다. 물론, LED 전구의 내구성이 일반 전구보다 더 좋은 측면과 함께 같은 전력 사용으로도 더 밝은 조광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다.

결론은 이대로 진행하면 낭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대응하고자 새롭게 편성하는 추경예산의 취지에 맞지 않다. 각 부처마다 LED 교체비용이 다르고, 최고 43만원의 교체비용은 시장가격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지 못하다. 

또한 LED 조명으로 일률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부작용이 있다. 더구나 LED 교체비용을 감안하면 LED 교체를 통해 절약되는 전기요금만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물론, LED 전구는 조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공사 등 LED 전구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결국 LED 조명 교체는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하고, 각 기관의 수요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추경을 통해 일률적으로 LED공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본예산에서 제외된 LED 교체예산이 추경에 2000억원이나 새롭게 편성된 이유는 추경예산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되어오는 불용률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LED 설치비용 확인을 위해 업체에 문의를 했다. 업체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공공입니까? 공공이면 똑같은 일을 해도 일반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공공의 돈은 눈먼 돈일까.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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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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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7.08.15.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8081133491&pt=nv#csidxf19d5e187d6ececbe595bfbce0454d9

 

 

 

2028년에는 아예 신청 국가가 없다. 그래서 IOC가 지원금을 주어가며 개최지를 확정한 것이다. 보통 중계권료 등 막대한 돈을 IOC에 주어가며 개최지 선정을 감사해 하던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24년 올림픽 개최도시가 확정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파리와 로스앤젤레스를 확정했다. 지난달 12일 스위스 로잔 총회에서 이례적으로 두 도시를 연속 개최도시로 확정해 놓고는 어느 도시가 먼저 할지를 정하지 않았었는데, 지난달 31일 두 도시와 IOC가 2028년에 로스앤젤레스가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자동으로 파리가 2024년 개최도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도시는 세 번째 올림픽 개최도시가 된다. 지금까지 세 번 개최한 곳은 영국 런던이 유일했다. 1924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파리는 100주년 기념이라는 명분을 챙겼고, 로스앤젤레스는 지원금을 받는 실리를 챙겼다. 올림픽이 지연되어 로스앤젤레스의 인프라 개발계획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피해보조금 성격으로 18억 달러(약 2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조금 늦어졌다고 사실상 보상금을 받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되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던 전례에 비추면 매우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7번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축구 전용경기장 스텁헙 센터에서 2028년 올림픽 유치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릭 가세티 LA 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7번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축구 전용경기장 스텁헙 센터에서 2028년 올림픽 유치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제대회 허상 버릴 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2024년에 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곳이 두 곳밖에 없었고, 2028년에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IOC가 지원금을 주어가며 개최지를 확정한 것이다. 보통 중계권료 등 막대한 돈을 IOC에 주어가며 개최지 선정을 감사해 하던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최지 신청이 없었던 것은 올림픽 개최에 대한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등 많은 올림픽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그나마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와 이미지 개선을 통한 위상 강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현실적이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020년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도 땅값을 어느 정도 올리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더 이상 올림픽 특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동계올림픽도 다르지 않다. 평창은 삼수 끝에 겨우 올림픽 개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2년 동계올림픽은 2015년 결정 당시 막판에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빠지면서 최종 유치 후보는 베이징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밖에 남지 않았었다. 아시아에서 연속 두 번의 동계올림픽이 치러지게 된 것이다. 

올림픽이 이렇게 된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시들이 속출하면서 IOC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안으로 ‘어젠다 2020’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국가나 도시와 분산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비용절감도 위태롭다. 2008년 여름 올림픽에 대회운영비로만 440억 달러(약 50조원)를 쏟아부었던 베이징은 2022년 겨울올림픽 예산은 그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39억 달러(4조4000억여원)로 책정했다. 2026년 개최지 신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력한 신청도시인 캐나다의 캘거리시는 유치위원회 전 단계로 ‘유치 타당성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주민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잠재적인 경쟁도시들도 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나마 캘거리시는 1988년 개최도시였기 때문에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므로 비용부담이 덜하다.

우리는 88올림픽이 흑자라고 알고 있다. 군사정부 시절 대대적인 선전으로 이런 생각을 주입시킨 결과 국가적인 ‘환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88서울올림픽은 9000억원 적자였다. 그나마 수십만에 달하는 군인, 공무원, 학생들의 동원 등 간접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흑자를 본 곳은 대회를 두 번째 개최했던 1984년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뿐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이 12억 달러의 적자와 100억 달러의 부채를 지게 돼 신청도시가 없자 IOC가 막대한 지원을 한 결과였다. 로스앤젤레스는 2028년 세 번째 개최에서도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되므로 우연이라고만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절묘하다. 

88서울올림픽은 적자였다 

내년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은 8조원이던 비용이 14조원으로 늘어났다. 분산개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물론 최순실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강원도는 이미 1년 예산을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근거 없는 흑자에 대한 환상과 경기부양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른 국가는 예외 없이 올림픽 이후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올림픽 토건특수로 유지되던 경제성장률이 올림픽이 끝나자 하락하는 것이다. 

 

경제효과도 부풀려져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5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한 낙관적인 수치에 기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래 이런 추정은 이와 관련한 기회비용이나 손실은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문화적인 효과 정도이다.
 
이제 올림픽은 돌이킬 수 없다. 다만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언제까지 이런 국제대회를 계속 유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토건관료의 합작. 유치위원회의 비용은 대기업이 대고 이후 올림픽 관련 정부 사업은 그 기업들이 수주를 받는 공생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국가주의 시대의 엘리트 체육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선호하는 관광을 외국인들도 선호하듯이. 우리가 하지 않는 스포츠를 위한 국제대회는 사치일 뿐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캘거리 같은 곳이 다시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은 대회 이후에도 그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을 기억해야 한다.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은 비합리적인 국제대회 때문에 부담하는 우리 모두의 비용이다. 우리는 서커스가 아닌 빵을 원한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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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7.08.08.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7311717451&pt=nv#csidxd8073c75ab04c9098cbc98307a3483d

 

 

에너지 관련한 지출은 공공성 차원에서 미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법 원칙상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고리 원전 5·6호의 중단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되면서 탈원전 정책은 현 정권 최대 이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원자력발전소 집중 지역인 부산·경남(PK)에서는 이른바 ‘원전 대전’이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고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마저도 직접적으로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론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탈핵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핵 관련 업계 당사자들이 포함된 과학기술인들조차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의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 탈핵정책에 대해 41%는 ‘적절’, 46%는 ‘부적절’이라고 답하고 있다. 물론 ‘탈화석연료’에는 72%가 찬성하고 있다. 결국 서병수 시장의 말처럼 탈핵으로 가는 역사의 이정표는 세워진 셈이다.

7월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북 경주 본사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경주 | 이석우 기자

7월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북 경주 본사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경주 | 이석우 기자

 

 


에너지 간의 조세 차별 


현재 신중론을 포함한 반대 주장의 근저에는 경제성 주장이 핵심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조세 측면에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에너지별 세제는 공평하지 않고 매우 차별적이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는 세금이 낮은 곳으로 유도되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조세와 부담금, 보험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 합리적인 고민이 필요하기는 하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 가치 등 우리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가치를 주장하면 ‘탈화석연료’나 ‘탈핵’의 논리는 이미 압도적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현실론으로 경제성을 주장하는 부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환경적 입장을 제외하고 경제적 조세원칙에서는 각 에너지원이 지닌 고유 열량 대비 세금을 일치시킨 금액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에너지의 성과는 에너지 발생량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세금뿐만 아니라 준조세 금액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화력발전의 개별소비세는 kg당 30원으로 LNG 개별세비세 kg당 60원의 절반 금액이다. 이는 석탄의 열량이 LNG 열량의 약 절반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여 열량 기준 세금액수를 동일하게 조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석탄은 조세를 통해 경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준조세까지 포함하여 생각한다면 대표적인 공해 에너지원인 석탄은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경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셋째, 원료에 부과되는 세금 및 준조세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력에 부과되는 조세와 준조세 모두를 통합적으로 합산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은 원료인 우라늄 등에는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다만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에는 지역자원시설세(㎾h당 1원), 원자력기금(㎾h당 1.2원), 사업자 지원 사업비(㎾h당 0.25원) 등의 준조세가 부과된다. 이러한 발전전력에 부과되는 조세와 준조세를 함께 포함하여 전체 에너지원별 세금 및 준조세 액수를 도출해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5월 발표한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에너지세제의 근본적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 에너지원별 동일 열량 대비 조세 및 준조세액을 통합한 결과는 역차별이었다. LNG 1㎾h 열량에는 총 6.60원의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는데, 유연탄에는 4.82원, 원자력에는 0.98원의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었다. 즉, 유연탄과 원자력에는 LNG 발전에 비해 세금 및 준조세 특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료에도 세금이 없고 발전량에서도 극히 적은 부담을 하게 되므로 경제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기준으로 보면 에너지별 역차별을 하게 된 결과 한전(법인세 차감 전 순익, 연결기준)은 2014년 4.2조원, 2015년 18.7조원, 2016년 10.5조원의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재정지출에서도 차별 

그러면 그나마 이렇게 부담한 돈은 에너지별로 어떻게 나눠지는가를 살펴보자. 2017년 예산안 기준으로 에너지 재정수입은 에특회계(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5.1조원, 전력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 4.1조원.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4.8조원 등 총 14조원이다. 물론 이 액수는 여유자금 등 이전의 수입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지출의 방향이다. 에너지 관련한 지출은 공공성 차원에서 미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법 원칙상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에특회계는 다시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국내외 자원 개발, 공급체계 구축, 연구개발 등 석유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력기금은 역시 전기를 생산한 원자력 등 발전소의 공급체계, 관리, 연구개발에 사용된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660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4496억원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이 부분도 기존 발전소의 신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많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성격상 당연히 원자력과 관련한 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결국 아무리 넓게 잡아도 14조원의 수입 중 5000억원 정도만 공공성을 위해 사용된다. 대부분은 원래 낸 곳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기존 에너지들은 역차별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적은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을 하고, 그렇게 모은 정부 재정도 낸 곳에 사용되는 구조다.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 과거 에너지의 경제성을 보전해 주고 있다. 원전 제로에 대해 2060년까지 시간을 두었음에도 원자력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2013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태양광산업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 그리드 페리티(Grid parity·태양광발전 단가가 일반전기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태양광 산업계에서는 더 이른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눈앞에 다가온 미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탈핵의 문제는 원자력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해결 과제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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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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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창수 기자,  14.10.8

 

[창비주간논평] 2015예산, 철학이 부재한 재정건전성 포기예산

사람들은 흔히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민간경제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재정의 비중이 민간경제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예를 들면 2013년 명목 GDP는 1428조원인데, 공공재정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까지 하여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정부예산은 꾸준히 증가한다. 지하경제가 줄어들고 최근에는 국채발행까지 크게 늘리는 등 각종 정부 재정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도 같이 증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예산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신규예산이다. 매년 사업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편성과 의회의 심의과정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2014년 예산에서 신규예산은 전체의 0.6%인 2조원에 불과하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근혜 예산’도 여기 포함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산은 하던 사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점증적으로 조금씩 증가하거나 변화하여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점증주의 예산편성이라고 하고, 이에 반하여 대폭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산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총체주의 예산편성이라 한다. 따라서 예산은 총체주의를 지향하지만 현실은 점증적으로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총체주의 예산편성에서 이야기하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이라는 것은 항상 이상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했던 사례는 군사정부 시절인 1985년밖에는 없다.

2015년 예산, 점증주의 부채증가 예산 

정부는 총지출 376조원, 총수입 382조 7천억원으로 책정한 201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체적으로는 5.7% 증가로 점증주의 예산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세입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됐다고 주장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경기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2009년부터 3년간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사업을 진행했고, 경기부양책으로 13조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이명박 정부 5년간 98조원의 재정적자와 경제양극화 심화 등의 폐해만을 남기게 되었다. 적자재정까지 감수한 이번 예산안은 국가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재정건전성에 심대한 위협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세수입 목표치는 210조 4000억원이었으나 실제치는 201조 9000억으로 8조 5000억원이 부족했으며, 올해도 8조원이 넘는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정부의 빚을 합친 국가채무는 482조 6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부담액은 1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적으로 보면, 축소되어야 마땅한 토건 및 SOC 투자 부문 예산이 다시 증가했다. 2조원 가까이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7천억원을 늘렸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각종 안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위해 SOC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SOC의 유지·보수관리 예산이 안전예산으로 분류되었다는 비판이 높다. 지자체의 소방헬기 구입을 위해 1천억원을 배정한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마저도 정권후반기에는 감소시켰던 토건예산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을 500억원 이상 사업에서 1000억원 이상 사업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또한 지난 개발연대 시절처럼 토목과 건설업 부양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창조경제, R&D 등의 예산도 서민경제보다는 재벌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예산으로 볼 수 있다. 가령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800대→3000대)하고, 하이브리드차 보조금을 신규 도입(4만대, 대당 100만원)하겠다는 방안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회사에 대한 지원이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정비하는 게 대다수 국민에게 훨씬 효율적이다. 생활밀착형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70개 사업을 따로 묶어 제시했지만 기업밀착형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철학의 부재 

결론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점증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재정균형을 포기한 적자예산이다. 전체적인 구모는 점증주의적이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부채증가와 지출구조의 역진성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방향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도 늘리고 건설도 늘리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록 잘못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토건이라고 하는 명백한 방향과 철학(?)이라도 있었다. 이에 반해 현 정부는 현상유지에 급급하여 정부의 정책이 무엇을 위해 가야 하는지를 예산편성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국회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근본적인 경제활성화 대책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담은 국회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표류하는 재정의 방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난망한 기대이기는 하다. 그나마 과거와는 달리 예산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실낱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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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9/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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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10.24 ->> 원문보기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공급한 영구임대 주택은 연 1만호 계획(총 4만호) 대비 23.8%에 불과한 9,500호에 불과했고, 국민임대는 연 3.8만호 계획(총 15.2만호) 대비 66.4%인 101,000호 공급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임대주택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특히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정부 중 박근혜 정부의 국민·영구임대 공급실적이 가장 저조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영구임대 입주자 대기 기간이 평균 19개월, 최장 60개월(2015년 기준)에 이르는 게 현실이며, 반면 금융지원에 불과한 전세임대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무려 9.4만호 사업승인(공공임대 중 사업승인 실적 1위)해놓고 마치 공공임대주택을 역대 최대 공급한 것처럼 홍보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납득하기 힘든 공공임대 입주수요 예측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3년 국토연구원에서 수행한 ‘제2차 장기 주택종합계획(2013~2022) 수립 연구’를 바탕으로 제2차 장기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이 부여되는 월 평균소득 이하의 무주택가구는 368만 가구에 달하고 이 중 공공임대주택 입주 희망 가구는 223만 가구로 예측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를 모두 입주수요로 보지 않고, 이 중 108만 가구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공공임대 기입주자 평균을 초과하는 임대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며 입주수요에서 제외했다. 국토부는 남은 115만 가구만 입주수요로 산정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11만호씩 공급하는 것으로 장기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결과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 물량인 104.7만호를 모두 건설·공급하더라도 실제 입주수요인 223만호의 47%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난 2015년 10월 27일 행복주택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연합


소득이 낮아 임대료 부담이 어렵다면 입주수요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지원방안을 더 강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또한 입주수요 예측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들 가구의 입주 자격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중 일부가 실제 입주하면 입주수요에 포함됐던 115만 가구 중 일부는 입주를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더 납득하기 힘든 점은 국토부가 이미 저소득층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2차 장기 주택종합대책에는 ‘(주거급여) 지원대상 확대를 통해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도록 2014년 10월부터 개편된 주거급여 제도를 시행’이라고 기재돼 있다. 소요재원은 연 1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주거급여제도는 2014년 1월 주거급여법이 제정돼 그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애초에 공공임대 입주 희망 232만 가구를 임대료 납부 능력 여하에 따라 108만 가구와 115만 가구로 나눈 것이 의미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4월 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17년까지 매년 영구임대 1만호, 국민임대 3.8만호 공급, 분양전환 2.2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공공임대 공급실적 현황 자료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은 연 1만호 계획(총 4만호) 대비 23.8%에 불과한 9500호에 불과했고, 국민임대는 연 3.8만호 계획(총 15.2만호) 대비 66.4%인 10만1000호를 공급했다. 하지만 분양전환은 같은 기간 공급계획(총 8.8만호)보다 4만2000호 많은 13만호(147.7%)를 공급했다. 



그런데 공공임대 유형별 공급 분포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영구·국민임대 공급의지 결여가 더 분명해진다. 전체 43.2만호 중 금융지원에 불과한 전세임대가 13.7만호(31.7%)로 1위이며, 향후 분양주택이 될 5·10년 공공은 13만호(30.1%)로 2위이다. 두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62%에 이른다. 반면 영구임대는 0.95만호(2.2%), 국민임대는 10.1만호(23.4%)로 둘을 합해도 25.6%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2013년 8월~2016년 8월 영구임대 입주자격 심사 통과 가구는 14만1295호인데 실입주 가구는 5만6293호(39.8%)에 불과해 8만5002가구나 되는 입주 대기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임대 예산배정은 2013~2015년 3년간 6조3000억원이 계획됐으나 3조1억원만 배정(49%)된 데 비해, 분양전환(소득 5~6분위 대상)은 계획 예산인 5조7000억원보다 1조5000억여원 많은 7조3139억원(128%)이 배정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실적이나 예산 면에서 서민 친화적인 정책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보인다.

땅도 확보하지 않고 공공임대 건설계획 

더 큰 문제는 이 계획마저 달성할 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사업시행자가 2022년까지 104.7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수요가구 115만호의 91%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LH공사와 지자체가 실제 보유한 택지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계획만 수립했다. 

감사원이 실제 보유 택지를 확인한 결과, 2016년 10월 말 현재 LH공사는 택지 4210만㎡(약 78.4만호)를, 지자체는 164만8900m²(약 2.5만호)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전체 보유 택지는 총 4374만8900m²(약 80.9만호)였다. 여기서 분양택지를 제외한 건설임대주택용 택지는 LH공사 1075만7000m²(약 25.1만호), 지자체 132만5700m²(약 2.4만호) 등 총 1208만2700m²여(약 27.5만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2017년부터 기존 공급계획에 따라 매년 7만호씩 건설·공급할 경우 2020년이 되면 보유 택지는 모두 소진되며, 남은 2년 동안 공급해야 할 택지가 부족하게 된다. 특히 영구임대와 국민임대주택 건설용 택지의 경우 계획 물량대로 연 4.8만호(영구 1만호, 국민 3.8만호)씩 공급한다면 2019년이면 모두 소진될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임대주택을 실제 건설할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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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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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이고,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올린 나라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나라마다 다르고, 재정건전성을 위해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을 도외시한 철 지난 주장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가 없죠?” “예, 없습니다.” 지난 9월 국회 예결위에서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의 질의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답변이었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자들이 주장하고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답변이다. 국내총생산이 계속 증가하는 것에 따라 세금이 계속 증가해 왔고. 세계 각국은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계속 인하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가 변화하듯 이런 풍조도 변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맨왼쪽)이 9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안 간담회에서 예산안 분석 등 설명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2018년 예산심의 법인세 증세가 핵심


경제 3주체인 가계, 기업, 국가의 자금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에 쌓인 돈이 저절로 가계에 흘러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법인세 강화 등으로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펌프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 논의가 계속 진행되어 왔고 이번 2018년 예산에 반영될 세제개편안은 세법개정 때 재벌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이 2%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주로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인데, 강성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8월 30일 내놓은 ‘2017년 세법개정안 평가’에 따르면 정부가 예고한 대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하면 이들 기업의 실효세율은 19.4%가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종전(17.4%)보다 2%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감면 등을 빼고 난 뒤의 실제 세부담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과표 500억∼1000억원 구간 기업의 실효세율(19.4%)과 같아진다. 지금까지 재벌 대기업이 특혜를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과표 10억원을 넘는 고소득층의 실질적인 소득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10억원 초과 구간은 실효세율이 1.73%포인트(33.25%→34.99%) 올라간다. 근로소득세도 1.64%포인트(36.97%→38.60%)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기업과 보수적인 언론들은 이러한 논의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결산심사와 세제개편안 논의에서 질의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이러한 증세가 지지기반의 피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인가. 우선 법인세 인하가 대세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2009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어느 정도 적합한 설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법인세 인하의 추세가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가 국제문제가 된 이후 재정안정을 위해 법인세 인하 추세는 변화되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법인세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인하한 국가가 10개국, 인상한 국가가 9개국이다. 2007~2015년에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법인세율 인하폭이 큰 반면에 칠레,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멕시코, 그리스 등의 국가는 법인세율이 최근 10년 동안 오히려 인상됐다. OECD 국가가 인하 추세라는 것은 최근 상황에 맞지 않는 올드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인상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경제부총리도 착각할 만큼 오래된 편견 

한국의 경우 법인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가세·소득세 등과 규모가 비슷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법인세액이 감소하더니 2011년과 2012년 잠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시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명박 정부 시기의 감소가 큰 영향을 주었다. 이명박 정부 감세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이 하락했다.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은 법인세 명목세율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다. 평균 실효세율은 16%대에 불과하다. 1994년 28.5%였던 실효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이다. 

지난 1월 JTBC 신년 토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법인세 실효세율을 두고 입씨름을 벌인 것이 큰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이 시장은 국내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이 12%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우리나라 실제 법인세율이 16%가 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얘기하느냐”고 반박했다. 아마도 법인세 실효세율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범주 안에서 팩트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 시장은 국내 10대 기업으로만 한정했고, 전 변호사는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에 관한 정확한 사실은 국내 법인세의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으며, 특히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소규모 도시형 국가나 과거 동구공산권 국가들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지속적인 감세정책을 한 결과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인소득 1000억원을 버는 중견기업보다 5000억원을 초과해 버는 대기업(대략 50여개)의 실효세율이 더 낮다.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실효세율은 더 낮아진다. 일반적인 누진세 구조와는 정반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이고,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올린 나라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나라마다 다르고, 재정건전성을 위해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을 도외시한 철 지난 주장이다. 또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도 이미 깨졌다. 더구나 한국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자산소득 과세 등 산적한 해결과제들이 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도 착각할 정도의 오래된 편견이 올바른 판단에 방해를 하고 있다. 

국회가 10월 국정감사에 온통 몰입해 있지만 11월 1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2018년 예산심의가 예정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운명을 가를 결정들을 하게 될 것이다. 세제개편과 재정개혁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국민들은 관객이 아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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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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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은 정부 지원금을 확대하고, 회계감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유재산이니 부정감사라는 논리다. 하지만 지원은 확대하되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다. 지금 사학재단들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반감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이 철회되면서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공약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항의가 집단이기주의로 인식되면서 싸늘한 여론에 밀린 결과이다. 

사실 유치원 문제는 대선에서도 영향이 컸다.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 문제가 된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과 만나 국·공립 증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꺾였다. 안 후보 측은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막강한 정치적 힘을 과시하던 사립유치원 세력에 대한 고려였지만 이미 이에 대한 반감이 압도적으로 커져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사립유치원들에 좋은 시절이었다. 2016년 교육통계연보에 보면 전체 8987곳의 유치원 중 국·공립유치원에 4696곳 17만명, 사립유치원에 4291곳 53만명이 다니고 있다고 되어 있다. 전체의 75% 이상이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9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가한 시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아학비 공ㆍ사립 차별 없이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지난해 정부 지원금 2조330억원 투입 

그나마 국·공립유치원은 공공성의 원칙에 따라 한부모 가정이이나, 조손가정,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선하기 때문에 남은 인원에서 추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간유치원에 매달 40만∼50만원을 내고 아이들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유치원은 1980년대 전두환 시절 급증했다. 1981년 수립한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에서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립유치원 증설’을 강행한 것이다. 전국의 사설학원이나 비인가 유치원에 인가증을 주고, 시설규정도 완화하고 유치원 학비도 제한을 없앴다. 무자격 원장이나 교사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도 풀어줬다. 그 결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는 1987년 3233곳으로 늘었다. 2016년 현재 4291곳 중 553곳을 제외한 3739곳을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학교법인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법인 전환과정 없이도 설립과 운영이 자유롭다. 사실상 개인자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결산 결과를 보면 사립유치원에 2조330억원이 투입되었다. 유치원 1곳당 4억7000만원이며, 1명당 400여만원 가까이 예산이 지원된 것이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지원하는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매년 10∼20%의 예산이 증액되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으로서는 회계감사가 없다면 정말 풍요로운 좋은 시절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었다. 

한유총의 주장은 세 가지다. 국·공립 확대를 반대하고, 정부 지원금을 확대하고,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구호는 명확하다. “사유재산 인정하라! 부정감사 중단하라!”이다. 사유재산이니 부정감사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지원은 확대하되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다. 지금 사학재단들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반감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실제 올해 2월에 정부합동 부정부패척결추진단에서 유치원에 대대적인 감사를 했다. 55곳 중 54곳에서 부당집행이 적발되었는데 액수만 200억원이었다. 노래방이나 유흥주점부터 온갖 낯 뜨거운 곳에 사용되었다. 가족들을 직원으로 등록시켜 돈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6곳을 운영하여 부정한 자금 118억원을 조성한 사람도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유치원은 감사관에게 금괴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감시가 없는 곳은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퇴로를 열어주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유총은 최소한의 성과는 거두었다. 휴업파동은 결국 실패했지만 2018년 국·공립유치원 확대예산은 10% 증가에 머물렀다. 또한 한유총은 국가 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한다. 사실 일면은 맞는 말이다. 수수방관하고 땜질식 대응을 하다 여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지는 않는다. 

사립유치원의 주장에서 들을 만한 것도 있다. 2011년부터 보조금을 받는 유치원들은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파는 것은 물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 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이 주장할 만한 내용이다. 

국가의 책임도 있다. 처음에 일단 민간을 활용하려고 한 생각은 복지를 민자 투자사업으로 생각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민자 투자사업은 초기에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지만 장기간 이익을 보전하고 감독은 부실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을 종합하면 재산 매각 유예기간을 한 10년 정도 더 두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공립 확대와 민간유치원에 대해 회계감독을 전제한 정부 지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고려시대 최충의 사학도 그의 사후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자 교육 내용을 간섭받지 않는 한에서 정부의 회계감독을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의 개발독재 시절에 잉태된 비합리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현재의 국가재정 시스템은 기능할 수 없다. 

여기에서 유력한 대안은 공립형 사립유치원이다. 공립형 어린이집처럼 국·공립 수준에 달하는 지원과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동수당이다. 1인당 거의 90만원까지도 지출되는 보육예산을 고려하면 아동수당을 1인당 30만원 이상 지급하고 그 돈으로 보육시설에 가면 더 지원하는 이중구조로 간다면 국민들의 복지 효능감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저출산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출산 가능인구 자체가 줄어 뒤늦게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도 한 세대 안에는 효과가 별로 없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조기에 집행해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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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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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26 ->> 원문보기


모두가 차별받는다는 착각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싸움은 모두가 패배자일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문제는 누가 잘 운영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대선을 거치며 전북이 큰 꿈을 꿨다. 그러나 군산조선소가 다시 가동되고 새만금이 속도를 높이리라는 꿈은 흔들렸다.” 9월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이다.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자리였다. 안 대표는 광주에 이어 또다시 문재인 정부 ‘호남 예산 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당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발언이다. 

안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새만금 핵심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 전주 고속도로 사업 예산은 75% 삭감됐고, 새만금공항 예산은 한푼도 책정이 안 되는 등 관련 6개 사업의 50% 이상인 3000억원 정도가 삭감됐다는 것이다. 또 잼버리대회 SOC사업 역시 3000억원이 깎였고, 해양·수산부분은 아예 마이너스라며 강렬한 지역주의 발언을 쏟아냈다. “만경평야가 서러워할 것이다. 농업을 손 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9월 13일 오전 전북도청을 방문해 지역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 오랜 단골메뉴 지역 홀대론 

이른바 호남의 SOC예산을 대폭 깎았다는 ‘호남 예산 홀대론’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 기반을 재확보하고,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9월 11일 호남(전북 고창) 출신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민의당의 ‘이탈’로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호남에서의 역풍을 우려해 이런 강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숫자놀음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새만금사업은 요구안을 모두 반영했고, 새만금공항의 경우 아직 땅도 메워져 있지 않아 예산 편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른 주장들도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며 “‘호남 홀대’ 괴담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민주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역 홀대론은 예산안 심의 때마다 매번 등장하고 선거 직전, 특히 선거 전해에는 더 강하게 주장되는 정치권의 오래된 단골 메뉴이다. 다만 10여년 전에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새천년민주당이 호남 소외론을 주장하던 것을 이번에는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당시의 한나라당(지금의 자유한국당)도 역시 영남 차별론을 주장했었는데, 이번에는 별 문제제기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정권에 대해서는 호남정권이라며 영남 차별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국민의당 존재로 인해 호남정권 논리가 설득력이 낮아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인가. 정부는 SOC예산 편성 시 지역 고려는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역 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SOC 감축기조에 따라 지역별 구분 없이 대부분 감축 편성했다는 점이다.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감안하여 감액한 것이다.

문제는 서로 기준이 다른 것이다. 6대 주요 진행사업 측면에서 보면 호남 홀대론에서 주장하는 것은 지자체 건의액 대비 삭감이다. 1조원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2800여억원을 편성했으니 홀대라는 논리이다. 정부는 작년도에 4500여억원에서 4300여억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필요한 다른 기준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의 경우 6대 주요 SOC사업을 보면 2017년 1조5000억원의 예산이 2018년 1조4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물론 여기에는 8800억원의 이월금이 포함되었다. 호남의 경우에도 1400억원이 이월액이다. 예산을 줘도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예산의 지역차별은 없다 

그러면 예산의 지역 차별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차별받는 상황은 존재할 수 없다. 행자부 ‘지방재정365’를 기준으로 해서 2017년도 1인당 예산(총계기준)을 계산해보면 가장 예산이 많은 곳은 전남, 강원, 경북, 전북 순이다. 적은 곳은 뜻밖에도 경기도와 대전, 서울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다른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지방교부금과 보조금의 지원 등에서 지역 균형을 고려해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20여년 전에는 1인당 예산의 차이가 없었다. 참여정부의 분권정책 이후에 역전현상이 일어나서 이렇게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치·사회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똑같이 지원할 수는 없다. 다만 지역 홀대론은 근거가 약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선의를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여 불리한 결과를 맞게 되는 모형을 말한다. 공범들이 서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무죄를 주장하면 적은 형량을 얻는데, 서로를 못 믿어 수사관에게 상대편의 죄를 고발하면 최악의 형량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차별받는다는 착각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예산당국자 중의 한 명에게 ‘새만금 예산이 특별히 전북에 가는 예산’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답은 “아니다. 지역별로 실링이 있어서 가는 것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맞는 이야기다. 모든 곳에 특별히 주는 예산이라면 일반적인 예산일 뿐이다. 불필요한 싸움은 모두가 패배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문제는 누가 잘 운영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총액은 조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가 과도한 상태에서는 사람에게 가는 예산이 중요할 때이다. 그 많은 예산이 사람에게 간다면 얼마나 잘 쓰여질 것인지 생각하는 주민이 진짜 주인이 아닐까.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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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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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19 ->> 원문보기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세출 중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이 무엇입니까?” “SOC가 대표적일 것.” 지난 9월 1일 국회 결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의원의 지적과 이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답변이다. 2018년 예산에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SOC예산 축소는 경기위축이라는 논리 


내년 예산안의 SOC 투자규모는 2017년 22.1조원에 비해 4조4000억원이 감액된 1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액되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예산보다 더 줄어든 규모다.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분야별 재정지출 현황을 보면 2007년에도 SOC예산은 18조3000억원이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더구나 재정지출의 규모가 2007년에는 238조원이었으니, 내년 429조와 비교하면 규모는 두 배로 늘었는데 액수는 감소한 것이다. 줄곧 20조원대의 건설예산을 강력히 원했고, 그 혜택을 누려왔던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18년 예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언론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MBN 등 대부분의 보수언론은 철도분야에서 2.4조원, 도로분야에서 2조원 등이 감액되었다며,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 2.8% 가운데 60%에 육박하는 1.6%가 건설업이 견인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대책까지 겹치면 약 1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당의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인용하며 다시 국회에서 SOC예산 축소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취업유발계수가 건설업이 13.8명으로 8.6명인 제조업보다 높다든가, SOC예산이 1조원 줄어들 때마다 고용이 1만4000명씩 줄어드는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SOC는 값싼 교통수단을 만들어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SOC예산의 승수효과가 하락하고, 기존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는 논리이다. 그간 SOC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져 지출승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3년 조세연구원 보고서인 ‘재정지출과 거시경제정책’에 따르면 주택 및 지역개발, 보건, 교육, 모두 재정지출 승수가 0.387로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SOC사업을 너무 많이 해서 특별히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G20 대비 고속도로 1위, 국도 2위, 철도 6위 등 SOC 부분은 양적으로 최고 선진국가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복지 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MF나 세계은행, 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성장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SOC 감축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안전,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SOC를 통해 가장 왕성한 지역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음, 반면 복지는 일회성·소비성 지출이므로, 절대 SOC 신규예산을 줄여서는 안돼”(한국당 김성원 의원), “총리가 SOC예산 삭감해서 복지예산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SOC예산은 결국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창출하는 예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예산이다. 그런데 이 예산을 줄여서 선심성에 가까운 복지예산으로 전용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한국당 백승주 의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문제는 누구를 대변하는가이다 

한마디로 SOC에 대한 집착은 과거에 형성된 가치관도 작용하지만 정치적으로 본인들이 대변하는 세력과 기반을 보여주고 있다. SOC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주장 속에는 지역이 그 돈으로 먹고산다는 논리가 들어 있다. 실제로 그 돈이 지역주민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으므로 지역의 토건이 낙수효과로 주민들에게 간다는 논리일 수 있다.

문제는 재정지출효과가 떨어지는 데다가 고용효과마저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도 증명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실증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팀이 2014년 발표한 ‘사회복지 재정지출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는 생산유발효과는 10억원당 23.2억원, 고용효과는 직접고용효과 6.5명, 간접고용효과 19명 등 총 25.5명의 고용창출효과였다. SOC 감액으로 고용이 줄더라도 복지 등 증액되는 부분의 고용 증가는 더 크다. 결국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SOC 경제효과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게 되었다. 

또 하나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로는 지역편향 주장도 있다. 한국당은 영남 SOC 피해를, 국민의당은 호남 SOC 피해를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호남은 903억원, 영남은 9217억원이 감액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모두 감액되었기 때문에 자기지역만의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약해진다. 지나친 영남 편중 때문에 영남 예산이 많이 감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부풀려졌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예전에는 관행적으로 이월해온 것이다. 결국 경기위축 논리는 거의 설득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용되지 않은 돈이 경제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SOC 감축에 대해 너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예산은 다른 국민에게 가는 것이다. 다만 어떤 국민에게 가는가가 중요하다. SOC 관련 업계로 가는 것인지, 국민들의 복지로 가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분들은 바뀐 시대의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표를 주고 후원하는 사람들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 SOC만을 지지하는 국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수야당에서도 생각이 바뀐 정치인들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은 시대를 앞서가면 좋겠지만 시대를 반영만 해도 바람직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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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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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12 ->> 원문보기



2018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예산의 틀을 문재인 정부의 틀로 바꾸는 과정 중에 있는 ‘중간예산’이다. 큰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작은 변화이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급작스러운 변화로 보일 수 있다. 

2018년도 예산안이 8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9월 2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30일에는 중장기조세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17년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예산의 틀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회계연도 개시 시점이 1월 1일인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선거가 5월 9일로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올해는 예산안을 편성하는 연간 계획이 완전히 헝클어져 버린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2018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예산의 틀을 문재인 정부의 틀로 바꾸는 과정 중에 있는 ‘중간예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큰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작은 변화이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급작스러운 변화로 보일 수도 있는 예산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8월 1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8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분명한 방향전환과 확장적 재정편성 

첫째, 확장적 편성임에는 틀림없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429조원은 올해 400조원에 비해 7.1% 늘어난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물가상승을 반영한 경제성장률) 전망보다 2.6% 높은 것으로, 증가율은 금융위기를 맞이했던 2009년(10.6%) 이후 최대이다. 일단 나랏돈을 많이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진행한 추경 기준으로 보면 4.6% 증가하는 수준이다. 사실 추경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사업들이 많이 들어갔다면 추경을 기준으로 예산증가율을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이전 정권들에 비해 분명히 증가한 것이나, 사상 초유 등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이 정도의 복지 확대로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복지·저출산, 일자리 위기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첫 해 예산안 치고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과감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재정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은 오히려 유지되었다. 정부안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올해 -1.7%(추경 기준)에서 내년 -1.6%로 적자폭이 줄어든다. 관리재정수지는 구조적으로 흑자가 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복지로 나가는 돈을 늘리고도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고려한 정부 적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뜻이다. 국가채무도 명목 GDP 대비 비율이 39.6%로 올해와 변화가 없다. 임기 말까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박근혜 정부가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 증세를 조금씩 추진한 덕이기도 하다. 덕분에 여력이 생겨 초기 복지의 방향을 바꾸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감당이 되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그나마 인정하는 것이 조세개혁이 부분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특히 세액공제제도의 도입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현재의 여당, 즉 당시의 야당은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은 덕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일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현 정부의 예산안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하는 보수언론들도 그런 면에서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될 필요도 있다. 

셋째, 지출구조조정은 양적인 변화가 있다. 그동안 예산문제의 핵심은 경제분야 특히 SOC사업의 과다 편성 문제였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SOC예산이 17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물론 사업 진행이 잘 안 되는 사업들의 사이즈를 줄인 결과다. 대표적인 SOC 구조조정 사례로 포항~삼척 철도 예산이 올해 5069억원에서 내년에는 1246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삭감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질적인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면 큰 변화이다.

비판을 의식한 짠돌이 예산은 아쉬워 

아쉬운 점은 짠돌이 예산이라는 비판이다.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복지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분에 대한 구조적인 세팅은 시작되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새 정부가 연일 발표한 복지 확대정책은 예산안의 내용에 들어가 있다. 다만 ‘산타클로스 복지’냐 하는 비판에 대해 재원대책이라는 방어를 하느라 양과 질에서 많이 진전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이 늦춰진 점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도 논란이 있다. 

특별한 점은 국민 참여예산 제도의 시범실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참여예산을 중앙정부에서도 실시한다. ODA(해외개발원조)사업 등 예산편성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실시간 재정정보 공개 등 공공성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변화는 분명히 있고, 방향은 바뀌었으나 충분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부분들은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SOC가 분명히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 토건에 집착을 가진 세력이나 과거의 시스템을 지키고자 하는 야당들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거세게 반발할 것도 예상된다.

증세는 과연 이번만으로 끝날 것인가, 핀셋증세 혹은 부자증세에서 보편적 증세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정부는 정권 말인 2021년 조세부담률 전망치를 19.9%로 제시했다. 올해(추경 기준 19.3%)와 거의 변화가 없다. 조세부담률은 명목 GDP에서 국세·지방세 등 국민이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19.9%라는 것은 국내 경제주체가 1000만원을 벌어 19만9000원을 세금으로 냈다는 뜻이다. 사실상 추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증세 기피는 복지의 전진을 더디게 할 것이다.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세도 그렇고 지출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일단 내년에 본격적인 논의와 제도 변화를 꾀하겠다고 정부는 이번 예산안 설명에서도 계획을 제시했다. 지켜봐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가 아니라 감시이고 참여이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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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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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05  ->> 원문보기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에서도 다수의 퇴직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농관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이 먹거리 공포에 휩쓸렸다. 햄버거 병과 용가리 과자에 이어 살충제 계란까지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른바 에그포비아(계란혐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해명을 내놓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에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 불신은 부실검사에서 비롯되었다. 친환경인증은 그래도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다. 사태가 터진 후에도 양계농장 전수조사를 했다면서 ‘지금부터는 안전하다’고 발표했는데 하루도 안돼 부실검사가 들통난 것이다. 


▲ 8월 16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이 검사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퇴직 고위공무원에 조치 취하기 어려워 

문제는 검사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검사요원이 계란을 무작위로 추출하지 않고 농장주가 주는 계란을 그대로 검사한 것이다. 형식적인 검사다. DDT가 검출됐는데 쉬쉬하기도 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농장 52개 중 31개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참담한 사태의 뒤에는 ‘농피아’가 있다. 농림축산부 산하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민간 인증기관에 대거 재취업함으로써 유착이 형성되고 부실인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월호 사태는 ‘해피아’가, 철도사고에는 ‘철피아’가, 서울지하철에는 ‘매피아’가…. 곳곳에 ‘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착구조가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경쟁력을 갉아먹는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농피아’의 일단이 드러났다.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에서도 다수의 퇴직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농관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2014년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피아가 취업한 친환경인증 업체들이 전국 인증물량의 70%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부실인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에는 엉터리 인증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고, 지난 2014년에도 감사원 지적이 있었다. 농관원 퇴직자가 설립하거나 취업한 인증기관이 부실인증으로 인증기관 지정이 취소되거나 업무 정지된 적도 있었다. 이번 당국의 전수조사에서도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피아’들은 ‘재취업’이 아니라 스스로 ‘퇴직 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진대 현직 하급공무원들이 퇴직 고위공무원들의 업체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정부는 민간 위탁을 환수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산하기관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각 부처는 왜 인증제도 확대에 치중할까 

우리나라의 법정 인증제도는 총 210개(2015년 기준)이다. 이 중 법정 의무인증은 전체의 33.8%인 71개이다. 나머지는 법정 임의인증이다. 24개의 부처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거의 모든 부처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무려 35개나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개로 4위이다.

인증제도는 급증하고 있다. 2000년 72개에 그쳤던 것이 15년 만에 210개가 되었으니 세 배가 된 것이다. 인증제도는 급증하는데 인증실적은 감소하는 현상도 있다. 지난 2009년 인증건수가 3억8000만건이었는데 2013년에는 3억6000만건으로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인증제도는 두 배가 증가했다. 결국 인증제도를 신설하는 데만 치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기간 인증실적이 전혀 없거나 5년 동안 10건 이하의 실적을 올린 인증제도도 40건이나 된다. 물론 그나마 일을 한 친환경인증제도도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불러오고야 말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데 각 부처는 왜 인증제도를 확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까? 물론 안전이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좋은 의도도 있지만,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려는 관료적 본능도 작용한다. 일단 법정 인증제도를 통해 수입이 증가하는데, 2009년 2475억원에서 2013년 3134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부처의 수입이 되는 데다가, 인증기관이 산하기관이 되거나 위탁하더라도 사실상 산하기관의 역할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관피아의 영역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와 직접 관련된 인증제도인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전체 인증제도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인증제도이다. 2009년에 24억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183억원으로 실적이 급증했다. 따라서 인증을 위탁받은 민간기업들은 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게 된다. 국회 예결위 자료에 의하면 전체 수입의 89.5%가 인증기관의 수입으로 간다고 한다. 업체는 당연히 돈벌이가 되는 인증업무를 위탁받기 위해서라도 출신 공무원을 영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농업직불제 중에 친환경농업 지원이라는 사업이 있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업인에게 소득보전을 해주는 데 508억원(2015년)을 지원한다. 농민들이 이런 인증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관피아라 불릴 정도로 공직자들 재취업이 문제가 되는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생각하는 것보다 그 규모는 방대하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등 관피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에 대한 통계들을 만들어 왔다. 인사혁신처는 공직 유관기관과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의 목록을 만들었는데, 이들을 모두 합쳐 1만7350곳이다. 이곳이 공직자 출신이 취업했을 때 예산상 특혜나 혹은 비리, 인·허가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이는 곳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물론 이밖에도 더 많은 관련 기업이나 기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몰라서 못 막는 것이 아니다. 밀집사육이 근본원인 같지만, 기관들이 문제를 만들고 키웠다. 근저에는 자신의 영역으로 여기고 사익과 공익을 구별하지 않는 ‘농피아’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관료들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지만, 기준을 세워 통제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 없이 국가 개혁과 발전은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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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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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문재인 케어 2018년 예산에 달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정부가 건강보험에 줘야 할 법정지원액은 68조6372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53조93억원에 그쳤다. 14조7369억원은 지원하지 않았다. 



“한국처럼 건강보험을 공영화하겠다.” “한국의 건강보험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와 힐러리가 주장한 말들이다. 오바마는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여 악명 높은 미국의 건강보험보험체계를 바꾸려 했다. 비록 트럼프가 ‘트럼프 케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이미 도입된 제도를 역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가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사실 한국의 건강보험은 후진국 수준의 복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그나마 OECD 평균의 복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제도이다. 예산 비율로 보면 건강보험의 예산은 56조원으로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과 유사하다. 다만 한국이 세금 등 국민부담이 적고 재정규모도 작은 국가여서 실제 1인당 지출액수는 OECD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건강보험은 한국 유일의 정상복지 

한국의 건강보험이 평가 받는 것은 거의 유일한 흑자국가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에서 인정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게 내고 흑자를 보는 구조이니 다른 나라들이 한국 건강보험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의료기술이 최첨단을 달리기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와 치료받고 떠나는 먹튀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 부작용마저 생기고 있다. 3년간 2만4000명에게서 1700여억원의 먹튀 사례가 있었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있다.

모든 게 다 좋은 건강보험인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공의료 보장률이다. 즉 공공의 부담을 적게 하여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입원과 외래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최근 24개 조사대상 회원국의 건강보험 보장 영역과 본인 부담 요건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대비 건강보험 급여항목별 보장률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은 80% 수준인데, 한국은 63%대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는 얘기는 그만큼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보험료를 적게 내는 대신 직접 지출하는 의료비가 크다는 것이다. 

WHO는 의료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세 가지 길을 제시한다. 첫째, 급여의 넓이 즉 사회보장 인구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 둘째, 급여의 깊이 즉 사회보장 급여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것. 셋째, 급여의 높이 즉 사회보장의 단위 서비스당 상환율을 확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상자가 전체 의료비 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바로 ‘보장률’이 된다.

2018년 문재인 케어 빨간불?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예산안을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액은 7조349억5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6조8763억7700만원에 비해 6.2% 증가한 규모지만, 애초 복지부가 예산당국에 요청한 액수에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국고지원 규모는 내년 예상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14%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법으로 정해놓은 것보다 크게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14%는 국고, 6%는 건강증진기금)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마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지원규모를 줄였는데, 올해 역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예년처럼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매년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미치는 14∼16% 정도만 지원해 왔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정부가 건강보험에 줘야 할 법정지원액은 68조6372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53조93억원에 그쳤다. 14조7369억원은 지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은 21조원의 누적 적립금을 가지고 있다. 보장률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방안을 밝히며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재원조달을 위해 보험료 인상은 자제하되 국고지원액을 늘리고 21조원의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 예산 56조원은 96%가 ‘보험급여비’로 지출된다. 나머지가 행정지원ㆍ시설관리 등에 쓰이도록 예산 책정을 하고 있다. 지원하면 고스란히 국민들의 혜택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재정당국의 보수성보다 가장 큰 암초는 야당의 문제제기이다.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마련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정부 지원을 계속 확대하며, 적정수준의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 안정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주장은 국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면서 정부 지원을 줄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 지원예산은 국가 재정상황 및 재정투입 우선순위,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짠돌이’ 예산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예산을 편성하면서 보장성 강화도 추진하려는 정부의 고육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인 것이다. 이외에도 누적적립금을 헐어 쓰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문재인 케어’가 가능할지는 현실의 재정여건이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과세수가 많이 걷히고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심하면서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케어’가 국민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일한 정상적 복지인 건강보험부터 복지국가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는 없을까. 우물쭈물하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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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11/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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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예산 지원, 땅이 아니라 사람에게


농민 정년을 조정하고 보조금을 사람에게 지원할 경우 지금처럼 땅에 집착하는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자녀든 귀농인이든 다음세대로 농업이 이전되는 것을 촉진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정부 사업은 무엇일까, 논란의 여지없이 직불제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농민들의 가장 큰 소득보전 수단이기 때문이다. 농업예산의 4분의 1이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생산하는 총생산의 10분의 1이다. 한마디로 농민 수입 중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 국내총생산(GDP) 29조원에 정부 예산은 14조원이다. 예산으로 유지되는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직불제는 세계화로 인한 시장 개방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식생활의 변화로 인한 공급과잉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도입의 필요성이 있었다. WTO 출범 이후 농업인 소득보전 및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9개의 직불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친환경농업(1999년), 조건불리(2004년), 경관보전(2005년), 쌀(고정·변동, 2005년), FTA 피해보전(2004년), 밭(2012년), 경영이양(1997년), FTA 폐업지원(2004년) 등 점차 그 종류도 많아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주최로 10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농민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구호가 적힌 손팻말 위에 거친 손을 올려놓고 있다. 참가자들은 ‘쌀값 1kg 3000원,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요구했다. / 유수빈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주최로 10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농민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구호가 적힌 손팻말 위에 거친 손을 올려놓고 있다. 참가자들은 ‘쌀값 1kg 3000원,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요구했다. / 유수빈 기자


시장 개방으로 태어난 직불제 

종류 못지않게 단가도 상승하여 예산도 증가한다. 쌀 고정직불 단가 인상(2012년도 헥타르당(ha) 70만원에서 2015년도 100만원) 및 목표가격 인상(2012년도 17만원→2013년도 18.8만원), 밭 직불 도입(2012년도) 등으로 직불제 규모가 증가하고 농업예산 대비 직불금 비중도 97년도 0.4%에서 2017년에는 19.7%인 2.9조원으로 증가해 왔다. 현재 대상면적도 쌀 소득보전 고정직불제만 하더라도 81만6000평이니 전 국토의 8%이며 논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직불금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 기여’라는 공약이 나왔다. 농업소득보전직접지불금은 매년 지급하고 고정직접지불금과 변동직접지불금으로 구분하여 지급한다. 지급상한도 있어서 농업인(30ha), 일반 농업법인(50ha), 공동경영체법인(400ha)까지만 대상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농 중심이다. 보조금의 집행내역 현황을 보면 쌀 경작농가의 44.5%가 0.5ha 이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가구의 연평균 수령액이 27만원이다. 최대 면적구간과 10ha 이상 농민 간 고정직불금 보전의 차이가 53배다. 다시 말해 농업인 소득안정이라기보다 쌀 대농 소득보전으로 보조금이 집행되고 있다.

둘째,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고정직불금에 의한 논 경작지 면적 비례지원과 변동직불금을 통해 쌀값을 보전해주니 농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계화가 많이 된 쌀농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안정적 수익이 보장돼 쌀 생산이 줄지 않는다. 이것은 쌀값이 지속적으로 폭락하거나 각종 쌀 관련 지원 예산이 급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셋째, 예산낭비의 측면 역시 없지 않다. 직불금의 사업목적은 쌀 생산 농업인의 소득안정 도모 및 논의 공익적 가치 보전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쌀 소비 감소, 과잉재고 보존비와 시장 격리비용을 추가 지출하면 전체 농업예산이 쌀에 집중되어 예산 집행의 편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식량안보 차원과 국제 곡물가격 협상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라리 소득보전 정책으로 전환하라 

이제는 정책 전환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선은 농가마다의 차이를 없앨 필요가 있다. 쌀 변동직불금은 기존 방식대로 쌀 생산농가의 소득보전으로 활용하는 한편, 논을 보존하는 쌀 생산농가보다는 실제로는 논 소유주를 위해 집행되는 고정직불금의 경우 논의 면적보다는 농가 균등배분 보조로 바꾸는 것이 농업의 지속성과 농민의 소득보전에 더 합목적적 사용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 단위가 아닌 사람 중심의 보조금으로 개혁해야 한다. 농업예산의 중심기조는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농업은 농민이 있어야 한다. 현재 농업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99세로 규정된 농민의 정년은 직불금 때문에라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농업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못하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만약 정년을 조정하고 사람에게 지원할 경우 지금처럼 땅에 집착하는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자녀든 귀농인이든 다음 세대로 농업이 이전되는 것을 촉진할 것이다. 농민예산 14조원은 1000만원의 기본소득을 140만명에게 줄 정도의 큰 돈이다. 현재 농민의 수는 300만명이고, 그 중 절반은 농업외 소득이 더 많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농 중심의 보조금 정책으로는 농업이 예산에 의존하는 좀비산업이 될 것이다. 또한 쌀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농업의 발전에도 방해물이 된다. 따라서 작물을 다양화하고, 공익적 기능을 다양화하는 ‘공익형 직불제’도 논의되고 있다. 당국은 직불금이 ‘적지 않다’고 하고, 농민들은 ‘증액이 필요하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농지가 아니라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다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식량 자급률도 올라갈 것이다. 산업적 이익과 공익적 기능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현재 정부 지원금 100원에 농민 혜택은 17원이라고 한다. 대농과 관련 기업, 중간의 공공기관이 농업예산을 흡수하고 있다. 농업예산 기생계층이다. 더군다나 농업은 농업소득세부터 시작하여 각종 감면제도로 예산 외의 혜택도 수조원을 넘어선다. 따라서 농업은 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어떻게 개혁하는가가 더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그런데 왜 안 될까. 당사자인 농민의 수동적인 대응, 담당자인 공무원들의 보수성, 해결자인 정치인들이 대농과 농업 토건세력에 포획된 것 때문이 아닐까. 관료사회의 특성은 자기영역만 생각하고 지키려는 ‘칸막이’와 변화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귀차니즘’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관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혁이다. 개혁은 더 일을 잘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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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1/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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