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국토부 장관님,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계획을 불승인해 주십시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님,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는 불승인하셔야 합니다
장용창(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회원, (주)오션연구소 소장)
“정책은 숫자이기 전에 마음입니다. 고통 받는 국민과의 공감을 통한 현실감과 절박감. 저는 이것이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모든 국무위원(장관)들이 갖춰야 할 제일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7년 6월 15일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caption id="attachment_185609" align="aligncenter" width="640"]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방송 화면 캡쳐[/caption]
저 말씀 기억나시는지요? 장관님이 인사청문회에서 ‘공감’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저는 이제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촛불로 사라진 지난 적폐 정권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니까요.
바쁘실 테니 짧게 요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며칠 후면 장관님은 결재 기안문을 하나 보시게 될 것입니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심의 결과>라는 문서입니다. 문서에는 심의 위원들의 절반 이상이 산업단지를 승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장관님! 장관님은, 위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가산업단지 지정권자는 심의 위원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과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에 따라 국가산업단지의 지정권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비록 이 법률들에서 <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률에 따른 지정권자는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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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가 지정되면 사라질 거제 사곡만의 보호식물 잘피밭 ⓒ장용창[/caption]
권력이 곧 책임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국민들은 심의위원들이 누구인지 전혀 모릅니다.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를 장관님이 지정하는 순간부터 1조 8천억원의 돈을 낭비하고, 죽어가는 조선해양산업을 기술 투자로 살려낼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리도록 만든 건 모두 장관님의 책임이 됩니다.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만든답시고 수천억원 혈세를 들이고도 잡초만 무성해진 하동 갈사만 170만평 사례와 경남 고성의 60만평 조선특구 사례를 뻔히 보면서도, 실패에서 배울 줄 모르는 어리석은 정부라는 욕을 먹을 책임도 바로 장관님이 지게 됩니다.
핵심 투자자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으로 땅 투기 따위에 쓸 돈이 없다고 빠져 나간 이 사업을, 지방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에 속아 승인했다는 욕을 먹을 책임도 바로 장관님이 지게 됩니다.
거제시민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레져 관광산업으로 활용할 백만평 바다를 없애버리고 수많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는 해양보호식물 잘피밭을 없앤 것도 모두 장관님의 책임이 됩니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고통에 공감하시는 장관님은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를 불승인하셔야 합니다.
물론,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모두 거친 이 사안에 대해 불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리시기가 장관님으로서도 힘드실 것입니다. 승인 결정을 내렸을 때 져야 할 책임도 크지만, 불승인 결정을 내렸을 때 져야 할 책임도 크기 때문에 참 힘드실 거라는 사실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현실 정치 철학자인 공자가 무엇이라 했습니까? 소인배는 이익을 계산하지만, 군자는 옳은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장관님은 후보자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주로 서민 주택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사실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토의 합리적인 이용입니다. 과거 정권의 국토교통부 장관들은 사기꾼 대통령이 수십조원 예산을 해먹으며 온 산하를 망쳐버리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촛불 정권의 국토교통부 장관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는 과거 정권 밑에서 부역했던 지방 토호세력들과 기획부동산업자들의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이걸 승인하시겠습니까?
물론, 장관님께는 옳은 일에도 명분이 필요할 것입니다. 명분, 있습니다. 촛불을 들어 새 나라를 만든 국민들이 명분입니다. 천리길도 마다 않고 대통령에게 바다를 지켜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읍소했던 거제시민들이 명분입니다. 거제시청 앞에서 몇 달 동안 매일 아침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거제시민들이 명분입니다. 심지어 이 사업 반대 대책위에는 민주당 거제시당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요.
"국토의 균형 발전과 합리적 이용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 산업단지 승인은 신고리5,6호기처럼 시민 참여에 의한 숙의민주주의 방식에 결정하겠다. 지방민들의 자치와 분권을 존중하기 위해 이 결정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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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7년 7월 12일. 청와대 앞에 선 거제 시민들 ⓒ환경운동연합[/caption]
장관님이 인사청문회 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보다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장관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옳은 일을 실천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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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곡만에서 쉬어 가는 청다리도요ⓒ장용창[/caption]
시 한 편으로 편지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한 마리 만원 하는 프라이드 양념통닭
반에 반도 안되는 몸뚱아리 이끌고
1조 8천억 들여 메워버릴 사곡 바닷가 한 귀퉁이
도요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숫자보다 마음을 중요시하는 장관님께서는 이 작은 새 한 마리의 고통에도 공감을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계획을 불승인해 주십시요.
<참고>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가 불승인되어야 하는 자세한 이유는 다음 글에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7.8.21) 정부가 해양플랜트 산업단지에 '땅 투기'를 하려는가?: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계획이 불승인돼야 하는 경제적 이유
흑산 대둔도 수리 전경ⓒ신안군청 홈페이지[/caption]
이명박 정부 시절 자연공원법을 개정하여 법적 근거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철새 보호대책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 철새도래지로서 국제적인 공동자원이자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 하나인 흑산도에 공항을 건립하는 문제, 어떻게 봐야 할까? 아니, 공항 건설이 흑산도 주민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이 될 수 있을까?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인구 2000여명에 불과한 흑산도에 왜 공항이 필요한가?”라는, 다수의 힘에 기대는 뭍의 논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목포에서 94㎞ 떨어진 섬에서 기상 악화로 1년에 50일 가까이 육지로 나갈 수 없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을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다.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 응급환자 치료권을 보장받고 싶다, 관광객을 유치하여 소득을 올리고 싶다…. 주민들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요구다. 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공항 건설이 흑산도 주민의 염원을 이루는 최선의 대안일까?
교통수단으로서 항공기가 갖는 효용성부터 생각해 보자. 목포에서 흑산도까지 정기 여객선이 다닌다. 편도 2시간 걸린다. 풍랑을 견디고 운항 시간이 짧은 대형 전천후 카페리선이 있으나, 사업성 때문에 운항이 제한적이다. 정책의지만 있다면 정부가 주민 교통권 확대를 위해 대형 여객선 운항 횟수를 늘리는 유인을 해운회사에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흑산도공항을 건설한다면? 우선 안전성이 문제다. 5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는 지난 10년간 9대가 추락할 정도로 안전성이 미흡한 데다 활주로가 1200m에 불과해서 더욱 불안하다.
게다가 ATR-42 항공기는 우리나라에는 없어 수입해야 하는데, 어느 민간항공사가 흑산항로에 선뜻 취항할 것인가? 주민에게 주어지는 80% 이상의 선박 요금 할인에 상응하는 항공요금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다. 흑산도공항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2035년 1만5000회 항공기 이착륙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데, 이 정도 수요가 있는 공항은 현재 인천·제주·김포·김해·대구·청주공항뿐이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예상 대비 1.5%, 양양공항은 0.4%에 불과한데 이것이 흑산도공항의 미래일 수 있다. 같은 돈이라면 무엇이 흑산도 주민의 교통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응급환자 이송 문제는 응급의료 의학전문가들에게 문의해 보니 항공기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흑산도 응급환자를 목포까지 이송하려면 목포에는 비행장이 없으니 일단 무안공항으로 가서 다시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 대형 병원으로 이송한다면 헬기로 병원 옥상에 착륙한 후 바로 치료하는 편이 훨씬 낫다. 민간 항공기 안에 응급처치 시설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 이미 사용 가능한 닥터헬기 운영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보다 합리적이다.
흑산도공항의 경제성 토론회에 가 보고 한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을 비롯한 추진 측 전문가 10여명은 공항 건설 이후 주민 소득창출 전략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공항을 건설하면 관광객이 많이 올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예상 편도요금이 8만5000원이니 4인 가족의 왕복항공료만 68만원이 든다. 항공료만 문제인가?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생태관광은 자연 그대로의 체험거리가 이동수단보다 훨씬 중요하다. 흑산도를 대표하는 생태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홍도와 달리 흑산도만의 관광 이미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이 머물고 싶은 흑산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돈이 돌고 주민 소득이 만들어지며,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다. 공항 건설에 쓸 2000억원으로 ‘매력적인 흑산도 만들기’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한다면 나부터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추진 측이 제시한 흑산도공항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4.38이다. 엄청나게 높은 값이다. 수요 예측이 비현실적이나 굳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추진 측 의뢰로 조사한 공항건설의 국립공원 가치훼손 추정치를 비용에 넣으면 이 비율은 당장 0.26으로 급락한다. 환경비용을 감안한다면 공항은 전혀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곧 흑산도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할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린다. 지역정서와 표심에 기댄 정치권의 압박이 예상된다. 하지만 흑산도 주민의 진정한 행복과 국립공원 보전이 가장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 글은 9월 12일자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세계일보[/caption]
서울의 집값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집은 이미 충분하다. 신주택보급률 기준 서울은 100.5%(2017년 5월 추정)를 넘었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에 이미 100.5%를 돌파했다. 이제는 주택의 양적 확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맞춤형 수요관리가 주택도시정책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국지적 아파트값 상승은 생활 인프라가 충분한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수요에 기인한다. 도심에 직장이 있고 좋은 교육, 교통, 의료, 문화, 소비 인프라가 밀접해 있으니 당연한 욕구다. 물론 특정 지역 아파트를 자산증식 수단으로 악용한 다주택 민간임대주택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집값안정 운운하며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정말 집값안정이 목표라면 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적어도 OECD 평균인 11.5% 수준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이 맞다.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8년 후 일반분양이 가능한 ‘무늬만 임대주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기간 전세나 월세 형태는 물론 그 대상도 1인 가구,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서민 등 다양한 주택수요를 반영한 주거복지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의 소유도 불가한 만큼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용하거나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염려도 없어 주택시장 가격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낮은 층수의 노후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일정 정도만 높여도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도심의 양호한 생활 인프라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햇빛도 들지 않고 통풍도 안되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허물어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과거의 주택정책을 답습한다면 폭염과 미세먼지 등 도시과밀화로 인한 환경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GTX,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수도권 구간)의 개발 압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수도권 인근의 강원권, 충청권의 인구를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수도권 과밀 문제와 도시연담화를 막고 도시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박정희 정권 때 도입된 제도가 그린벨트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한 국민임대주택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린벨트는 모든 정권의 개발 유휴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지방의 인구유출로 채워지고 있고 지방은 텅 비어가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도시정책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9.20 / 평양사진공동취재단[/caption]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서 손을 맞잡았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하고 ‘남과 북의 적대관계 해소’, ‘교류 협력 증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화해와 단합을 위한 협력과 교류’,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이라는 6개의 구체적인 성과를 “평양공동선언”에 담았다.
핵없는 한반도를 위해 노력해 온 환경운동연합은 남과 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북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1 경기장’에서 북한 주민들 앞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강조했다.
환경연합이 특히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의 약속이 담겼다는 점이다. 남북은 평화공동체일뿐만 아니라 환경생명공동체이다.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도 자연생태계보호와 복원을 위한 남북협력은 필수적이다. 지난 2002년 북측 국토환경보호성과 함께 ‘남북 환경협력사업 추진안’을 합의한 바 있는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환영하며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남북환경협력에 적극 협력하고 동참할 것이다.
19일 남북 군 수뇌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서명했다.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제3국 불법조업선박을 차단. 단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어족자원 보호의 의지를 밝힌 점은 반가운 일이다. 더 나아가 공동의 해양보호구역 설정하여 해양생태계 보전과 관리노력으로 확대되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반면 군사분야 합의문 4조 ④항에서 ‘한강 하구는 골재채취, 관광. 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 병행 추진이 가능한 수역’이라며 골재채취 등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강 하구 골재재취(준설)은 남북이 합의한 생태관광 및 수자원 보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한강 하구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이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구역으로 생물다양성이 높고, 물고기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하천 생태계의 보고이다. 한강 하구의 강바닥 퇴적토를 골재의 관점으로만 접근하여, 준설하는 것은 인근 습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남북이 함께 한강 하구를 생태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경제협력을 앞세워 무리한 개발중심 협력사업 추진을 지양할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 이제는 남북이 하나되어 토건 중심의 개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 때다. 핵 없이 평화롭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평화체제를 소망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님께 한가위 인사 올립니다.
지난여름은 폭염에, 가뭄에, 이어진 폭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바람 선선해진 들녘이 어느덧 황금빛 입니다.
마침 남북관계가 전에 없이 좋아져 그 소식이 명절선물인 듯 반갑습니다.

2013년과 2018년 기후변화건강포럼 자료집 표지 ⓒ장재연[/caption]
실제로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엄청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부고가 유난히 많았다거나, 기업체의 상조금 지급이 예년에 비해 몇 배로 늘었다거나, 화장장에서 처리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등 경험담이 쏟아졌다.
정부의 공식 통계 역시 마찬가지다. 온열 질환 감시체계에 의해 확인된 온열 환자와 사망자가 예년에 비해 몇 배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8월 사망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예년에 비해 7000여 명이나 늘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극심한 폭염이 발생한 경우에도 적극적인 폭염 대책을 실시하면 피해가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기도 한다.
폭염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았고 아무 대책이 시행되지 않았던 1994년과 달리 올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광범위하게 실행했다.
정부는 여름철이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폭염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지자체 역시 무더위 쉼터, 독거노인 돌보기, 그늘막 설치 등 크고 작은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올여름에 관련 공무원들은 수십 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애썼다는 후문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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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7월 31일 오후 2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연합뉴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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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2일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노컷뉴스[/caption]
그런데도 정부 통계는 올해 피해자가 1994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추후 좀 더 정밀한 연구 분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정부와 우리 사회의 폭염 대처 역량이 매우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폭염이 워낙 극심했기 때문에 극소수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막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많은 대책이 사실 ‘페이퍼 대책’에 그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워서 실제로 피해 방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원인이 무엇이든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한 역량이나 투입한 물적·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8월 10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한 폭염 대책 점검회의. ⓒ연합뉴스[/caption]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고 성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열심히 하자거나 보여주기식 대책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응급실 표본조사를 통한 온열 질환 감시체계라도 구축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표본조사라는 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온열 환자는 전체 건강 피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매일 사망자 숫자를 신속하게 집계하는 사망자 감시체계는 폭염뿐 아니라 다른 질병이나 비상적인 상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로서 마땅히 파악해야 할 기본적인 보건 통계다.
국민 건강관리 차원에서 집계되어야 할 사망자 통계가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상속재산 관리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통계의 질적 관리라는 이유로 무려 1년 이상 지나야 활용이 가능해 국가 보건행정의 선진화나 학술적 평가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올해처럼 심각한, 그리고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흔히 알려진 온열 질환에 따른 인명 피해나 기저 질환의 악화뿐 아니라 다양한 2차 건강 피해도 발생한다.
전력·수도·교통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간접 피해, 산불이나 화학물질 사고 증가로 인한 피해, 식품안전이나 보건의료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폭염 대책이 앞으로 더 폭넓게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폭염 발생 빈도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폭염 자체가 문제만은 아니다. 기상재해에 따른 피해나 동식물 생태계 변화로 인한 감염병 또는 알레르기 질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측을 초월한 폭우와 태풍 피해도 얼마나 커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반복되어온 경고대로 기후재난은 이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기후재난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세상이 바싹 다가온 듯하다. 올해의 기록적인 폭염을 기후변화와 적응 대책 전반의 진지한 성찰 기회로 삼아 하루빨리 정부, 사회의 적응 역량 강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 글은 시사인 2018년 9월 21일 제 575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6월 28일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내년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현재보다 최대 2배 이상 강화한다고 밝혔다. ⓒ MTN머니투데이방송화면 갈무리[/caption]
특히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기준을 최대 2배 강화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강화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받는 영흥화력에 비해서는 대략 2~4배 느슨해 아쉽다. 현재 영흥화력은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근거로 다른 발전소에 비해 배출기준이 최대 거의 5배까지 엄격하다(배출량이 많은 질소산화물의 경우 배출기준이 70ppm인데 영흥화력은 15ppm). 이는 다른 발전소들도 영흥화력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소재한다고 하여 영흥화력만 배출기준이 유독 엄격한 것은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속성을 무시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성숙에 걸맞지 않는 차별적 불합리한 정책이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배출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현재 수도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충청, 동남, 광양만권까지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입법하여 실효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들은 경제성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적, 건강적 측면에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윤리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배출량 감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편 충남도는 환경정책기본법 12조를 근거로 작년 6월30일 선제적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충청남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조례의 배출기준은 이번 환경부 배출기준과 비슷하지만 적용 시기는 2021년으로 오히려 2년 늦어 환경부 정책에도 뒤처지는 의미 없는 조례가 되었다.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충남은 지난해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1위였다. 사업장별 배출량에서 전국 2위인 현대제철, 3위 태안화력, 5위 보령화력, 7위인 당진화력 등이 밀집해 있다. 따라서 조례 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허용기준을 3~4년 내에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하고, 제철업과 석유정제업도 강화하도록 조례를 조속히 개정하기를 촉구한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보령화력과 서천화력의 미세먼지 최대영향지점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 부근이다.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시·도에서도 지역의 배출 특성을 감안하여 주민의 환경권을 지키는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이 글은 10.1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KBS 자료화면[/caption]
도쿄전력은 홈페이지에 매일 각 원자로당 72톤씩 216톤의 냉각수를 원자로에 주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쏟아 부은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지하수에 섞여 바다로 흘러나가기 전에 펌프로 퍼내서 부지 내 저장탱크에 쌓아왔다. 하지만 저장탱크에 담기는 오염수는 일부이고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는 오염수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일같이 방사성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다. 도쿄전력은 얼음 동토벽을 만들어 지하수와 오염수가 섞이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방사성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핵종을 제거한 이후의 처리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해온 것처럼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주민공청회에서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89만 톤에 대한 분석결과 무려 75만 톤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 90은 리터당 60만 베크렐(Bq/l),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했다. 스트론튬90은 몸에 들어오면 뼈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진 핵종으로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한다.
문제는 수시로 말을 바꾸는 도쿄전력의 설명만 있을 뿐 부지 내 저장탱크에 얼마나 많은 핵종이 얼마만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도 도쿄전력도 규제기관도 모두 한통속이다. 방사성오염수를 통제해야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방사성오염수를 희석해서 해양 유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희석은 물과 섞어서 내보는 것 일뿐 바다로 나오는 오염수 총량은 같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규제기관은 '희석해서 방사성오염수 해양방출'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방출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게 가장 값싸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연에너지자원부 조사에서도 땅속에 깊이 주입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바다에 버리는 게 가장 값싼 옵션이라고 확인되었다. 또한 아베는 이런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난제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원전 부지 내에 오염수가 계속 쌓여 있으면 아베가 주장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한 복구 홍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방사성오염수에는 방사성독성이 수 십 만 년간 지속될 핵종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염수의 완전한 해결방안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육상에 보관하면서 도쿄전력 소유의 부지에 저장탱크를 늘려나가는 게 그나마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방사성오염수의 환경유출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아베총리와 도쿄전력이 해야 할 의무이다.
후쿠시마 앞바다 태평양은 일본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공자산이다. 일본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입힌 피해로도 모자라 7년 이상 쌓아온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것은 국가적 범죄이다. 희석해서 기준치 이내로 방출한다는 주장은 오염수 무단방출을 포장하는 속임수이자 오염의 일반화 전략이다. 아베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전략에 우리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의 긴요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일본정부에 오염수 방출 반대 입장의 전달과 함께 엄중한 항의를 해야 한다.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에 의존하지 말고 정부 독자적으로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현황과 오염실태, 오염수 유출시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와 방사능오염식품 수입규제에 대한 WTO 패소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 한다. 우리와 같이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 중국·대만·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공동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바다생물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큰 물고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래라고 답한다면 물론 틀린 답이다. 고래는 포유류이지 물고기(어류)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무엇일까? 정답은 고래상어다. 고래상어는 체구가 큰 경우는 12미터, 무게는 20톤 이상에 달하는데다가, 이름 그대로 생김새가 고래와 매우 흡사하지만 분명 상어다.
배를 타고 가다가 고래상어가 나타나서 맨몸으로 카메라만 들고 물에 뛰어들었는데, 고래상어가 정면으로 헤엄쳐 오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순식간이어서 피할 수도 없어서 일단 셔터부터 눌렀다. 그러고 나서 이제는 거대한 몸통과 정면충돌은 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스칠 테고, 그러면 어디 한군데라도 상처가 나겠구나 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고래상어 몸통의 표면은 부드럽지 않고 샌드페이퍼처럼 거칠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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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그런데 고래상어의 그 긴 몸통과 지느러미 그리고 꼬리가 차례차례 내 바로 밑으로, 정말 수십 센티미터 이내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면서도 몸하고 전혀 닿지 않았다. 마치 눈이 등에도 달렸나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10m에 달하는 고래상어의 전신을 마치 스캔하듯이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어쩌다 한번 보기도 힘든 고래상어를 그렇게 가까이서 볼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때 찍은 고래상어의 전면 사진이 아래 사진이다. 그 거대한 몸집이 어떻게 이렇게 납작하게 보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을 극도로 왜곡, 과장한 영화 ‘죠스’ 때문에 사람들이 상어를 무서워하지만, 실제로는 약 5백 종의 상어 중에서 극소수 몇 종을 빼고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공격 성향이 있는 상어는 전 세계 바다를 일부러 샅샅이 뒤지고 다녀도 만나기 극히 어렵다. 고래상어 역시 덩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사람에게 추호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주 먹이는 플랑크톤이고, 입을 크게 벌려 물을 빨아들였다가 필터를 통해 내보내면서 여과하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이때 고래상어의 입 주변에 물고기가 있어도 전혀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흡입력을 기가 막히게 딱 맞게 조절할 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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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의 먹이 활동 ⓒ장재연[/caption]
고래상어는 워낙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래상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세계 각국에서 다이버들이 몰려든다. 고래상어가 발견되면 근처 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바다로 뛰어든다. 고래상어는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물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굳이 깊이 다이빙을 하지 않고 스노클링만 해도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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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가 나타나자 바다로 뛰어든 스킨다이버들 ⓒ장재연[/caption]
고래상어는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도 크게 다르다. 등은 하얀 점무늬와 함께 강한 힘이 느껴지지만 배는 하얗고 힘이 없어 보인다. 물을 많이 빨아들일 수 있도록 배가 크게 부풀어 오를 수 있게 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으로 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 눈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아주 작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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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의 등과 꼬리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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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서 본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만나기 힘든 고래상어지만, 필리핀 등 일부 특정 지역에서는 어부들이 우연히 찾아온 고래상어에게 먹이를 주니까 다시 오고, 점점 자주 오다가 나중에는 거의 매일 같이 해안가에 나타나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곳도 있다. 한 번에 몇 마리씩 나타나기도 한다. 필리핀 오슬롭은 5-6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곳에 지금은 음식점, 리조트 등 관광시설로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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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와 관광객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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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 있는 두 마리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과거에는 필리핀이 전 세계에서 고래상어를 가장 많이 남획하는 국가여서 개체 수 급감의 원인 제공 국가였다. 그러나 1988년부터 고래상어의 포획, 거래, 수출입 등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고래상어 관광지에서도 가까이 가거나 손으로 만지는 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고, 사진을 찍을 때 조명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들이 모두 좀 어둡다) 고래상어를 잡아 죽이는 것보다, 보호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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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서 혼획된 고래상어ⓒ연합뉴스[/caption]
우리나라 연안도 고래상어가 자주 지나가는 길목인 것 같다. 가끔 동해에서 고래상어가 어망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이렇게 가치가 높고 희귀한 어종이 무참히 개죽음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래상어의 수명은 사람과 비슷한 7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암컷이 임신이 가능하려면 30년 정도 자라야 한다. 따라서 번식이 매우 어려운데 그동안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글은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먹고 자란 일본산 수산물, 드시겠습니까?[/caption]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오염수 해양 방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전사고 부지에 쌓여있던 방사성오염수 94만 톤을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후쿠시마는 원자로의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같이 216톤의 냉각수를 퍼붓고 있으며 오염된 물은 일부만 저장하고 나머지는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지난 8월, 보관해온 저장탱크에서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75만 톤 기준치 초과. 스트론튬90은 기준치의 2만 배 초과. 스트론튬90은 뼈에 잘 흡착되어 골수암, 백혈병을 유발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후 7년. 사실은폐 축소, 외부의 접근 차단, 그곳의 오염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정부는 WTO제소를 통해 후쿠시마 8개 현의 방사능오염 수산물 수입을 우리나라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입힌 피해로도 모자라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후쿠시마 앞바다 태평양은 일본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동자산입니다. 우리는 일본정부의 방사성오염수 해양방출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방사능오염수를 먹고 자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강화군 철산리 야산(왼쪽)과 북한의 야산(오른쪽) 사이로 흐르는 물길이 예성강이다. ⓒ한겨레 조홍섭[/caption]
한강 하구에서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서 자유롭게 서해로 흘러간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유엔사가 관할하는, 남북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바다였기 때문에 개발 압력에서 벗어난 자연하구로 서해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으로 하천 생태계와 바다 생태계를 연결해준다. 많은 물고기들이 상위 포식자를 피해 산란을 하는 곳이며, 민물장어와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갈 때 거쳐가는 곳이다. 강을 통해 들어오는 하수를 생물에게 유익한 유기물로 바꿔주는 탁월한 기능은 지구상의 어떤 생태계도 가질 수 없는 자연하구 고유의 역할이다.
한강 하구에는 남북한 갯벌 면적의 약 26%를 차지하는 1500㎢의 갯벌이 분포한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1㎢의 갯벌이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는 연간 약 63억원으로 농경지의 100배에 이른다. 한강 하구 갯벌은 1년에 약 9조4500억원 가치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강화군 우도와 함박도 갯벌에는 천연기념물 205호인 저어새가 수백마리씩 무리지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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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독도에서 휴식하는 저어새와 재갈매기 ⓒ한겨레 조홍섭[/caption]
지난 9월19일 남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표하여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공동이용의 대상이 되는 한강 하구 범위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김포반도 동북쪽 끝자락에서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길이 70㎞, 면적 280㎢에 이르는 하구역으로 강화도 주민들은 조강이라고 부른다. 조강에는 모래로 이루어진 너른 갯벌이 군데군데 있는데 과거에 주민들이 건너다니곤 했다. 모래갯벌은 바다 한가운데 사막과 같은 경관을 빚어낸다. 특히 교동도 서안습지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갯벌사막과 어우러지는 경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자연유산이다.
필자의 눈에 천혜의 갯벌사막 경관을 보여주는 한강 하구 갯벌은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해양생태계이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새우젓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1년에 600억원이 넘는다. 젓새우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수심이 얕은 모랫바닥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한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그러나 이 모래갯벌은 골재를 채취하기에도 좋은 대상이다.
2006년 제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한강 하구 골재채취 사업이 합의된 바 있다. 2007년 남북한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추진할 때 골재채취는 한강 하구 공동이용의 중요한 의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골재채취는 공동이용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골재채취는 젓새우 산란지와 희귀한 갯벌사막을 파괴한다. 영국은 바다 골재 채취 허가를 심의할 때 모래의 재생 속도, 생태계 피해 정도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서 채취 위치, 면적, 준설 깊이를 결정한다. 한강 하구는 지난 65년간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아 과학정보가 백지상태다. 과학적인 검토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공동이용은 한강 하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연 600억원의 새우젓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 한강 하구 공동이용에서 공동보전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이 함께 한강 하구 수산업을 보호하고 자연환경을 생태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매년 인천공항의 외국인 환승객이 700만명을 넘는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교량이 완공되면 많은 외국인 환승객들에게 한강 하구 갯벌을 쉼터로 제공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심신을 달래게 하자. 한강 하구가 해양평화공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게 애쓰자. 그 길의 끝에 우리의 진정한 화해와 치유, 그리고 미래세대의 번영이 있다. (이 글은 10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부용제는 희귀식물 서식이나 이탄층 형성 등 생태적으로나 자연사적으로나 보존 가치가 높은 습지다. 탐문조사에 의하면 금개구리(멸종위기 2급)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백구 부용제에서 멸종위기종인 독미나리와 가시연꽃에 이어 희귀한 습지 식물인 물고사리까지 발견된 것은 군산 백석제와 마찬가지로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혼재하는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습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부분 매립이 되어 수원(水原) 기능을 상실한 지하수 용출 지점에 북방계 식물인 독미나리가 서식하고, 바로 인근 양지 바른 습지 경계와 논에 남방계 식물인 물고사리가 서식하고 있는 점은 공간적으로나 분류학적으로나 특이한 식생 구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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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백구면 부용제에서 멸종위기2급 식물로 지정된 물고사리가 대규모로 자생하는 서식지가 발견되었다.ⓒ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물고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로 아열대지역에서는 높이 1m 가까이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20cm 이하로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희귀 습지식물이다. 1933년 전남 순천지역에서 서식이 처음 확인된 이후 60년 이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다 1994년 영산강, 2005년 광주광역시, 익산시에서 다시 발견되었다. 2012년 환경부가 [야생생물보호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하고 그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매우 귀한 식물이다. 2015년에는 군산시 백석제에 6만 개체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부용제에서 물고사리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기존 습지조사가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6월~7월경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물고사리는 다른 식물들에 비하여 논과 습지의 물이 말라 포자가 안착되는 가을에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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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사리 발견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독미나리가 5개체 확인” 되었고,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부실한 의견서를 검증하기 위한 현장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사진은 독미나리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물고사리 발견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독미나리가 5개체 확인” 되었고,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부실한 의견서를 검증하기 위한 현장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전라북도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의견서는 과연 전문가가 현장을 둘러보고 낸 의견서인지 의심이 될 정도고, 이식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으로 가기 위한 짜 맞추기 조사가 아닌지 의심된다.
독미나리는 부용제 독미나리를 2차례 정밀 조사한 전문가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수로는 물론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습지 안쪽에서도 다수 발견되었다. 물이 마르기는 했으나 식생 매트 층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최소 수백개체 이상이 서식하고 있고, 일부러 물만 빼지 않는다면 대규모 군락으로 복원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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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부용제에서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부용제는 희귀식물 서식이나 이탄층 형성 등 생태적으로나 자연사적으로나 보존 가치가 높은 습지다. 1991년 저수지 용도가 폐기된 후 용출 수원과 유입수가 유지되어 자연 습지로 안정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저수지 불하를 통한 매립 시도에 이어 김제시가 독미나리 군락이 자리한 용천수원 일대를 사토장으로 이용하면서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가시화 되면서 수로를 파서 물을 빼내기 시작하면서 수면이 유지되지 않고 있어서 이곳을 먹이장소로 이용하던 저어새나 고니도 오지 않는 상태다. 주민들에 대한 탐문조사에 의하면 금개구리(멸종위기 2급)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새만금환경청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입지타당성 검토를 우선한 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막는 길이다.


북구 무룡산 자락에서 천연기념물 제328호인 하늘다람쥐가 발견됐다.ⓒ이상범[/caption]
하늘다람쥐는 다람쥐과에 속하는 동물로 천연기념물 제 328호이다.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에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약 30m 이상을 익막(날개막)을 펼쳐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한다.
제보자에게 현장답사 안내를 요청했더니 다행히도 시간이 된다며 흔쾌히 나서 주었다. 임도를 따라서 30여분 산을 올랐다. 드디어 제보자가 발견했다는 나무 아래 도착해서 촬영준비를 한 다음 나무를 가볍게 톡톡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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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빠르게 물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셔터를 눌렀는데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약간 흔들렸다. 그러나 카메라의 눈은 피해가지 못했다.ⓒ이상범[/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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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세 마리가 튀어나왔다. 한 마리는 어미이고 두 마리는 새끼이거나, 새끼 한 마리를 암수 성체가 돌보는 것인지도 모른다.ⓒ이상범[/caption]
곧바로 반응이 나타났는데 밖으로 튀어나온 동물은 하늘다람쥐가 분명했다. 제보자가 알려준 나무 말고도 다른 나무에서도 다른 개체를 발견했다. 아마도 훨씬 더 많은 하늘다람쥐가 번식해서 살고 있는 서식지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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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진을 찍으라고 포토타임을 제공하듯이 한동안 나무 등걸에 붙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하늘다람쥐. 익막(날개막)이 선명하게 보인다.ⓒ이상범[/caption]
울산 북구는 도농복합도시로서 산림면적이 매우 넓은 편이다.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집단으로 서식할 수 있을 만큼 자연환경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엄천강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지리산 골짜기다. ⓒ 정수근[/caption]
1991년 산청 양수발전소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겨우 아홉 살이었다. 댐 건설 예정지는 당시 진주에 살던 내가, 방학이면 곧잘 놀러가 보름씩 머물곤 했던 내대리 계곡이었다. 아버지가 형제삼은 산장지기 아저씨네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계곡 바위를 타고 넘으며 놀던 곳이었다. 그 일대가 곧 물에 잠겨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아버지의 설명이었으나, 그런 거대한 변화가 익숙할 나이가 아니었던 나는 그래도 뭐 그리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나 했다. 그냥 좀, 넓은 웅덩이 하나 생기는 것이겠거니 하고, 당시로선 상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호수인 할머니 댁 뒷산 저수지를 떠올렸던 것 같다.
한 두 해쯤 지나,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하실 무렵의 여름이었다. 여느 때처럼 낡은 시외버스를 타고 계곡을 향했다. 제법 번화한 덕산 정류소를 지나, 친구가 다니던 곡점 초등학교를 끼고, 차량 교행이 안 되는 좁은 산길로 들어서 10분쯤이면 나오는 예치마을에서,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설명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처럼 고즈넉하고 소박한 마을 입구에는 갖가지 현수막과 시뻘건 글씨들이 내 걸려 있었다. 시멘트 블록 담벼락에는 새까만 스프레이 락카로 욕설 섞은 구호가 적혀 있었고, 다시 빨간 X자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그 곁에선 몇몇 어른들이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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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댐 개요도. 저 멀리 실상사까지 댐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 박재현[/caption]
최초로 목격한 분열이고, 갈등이었다. 원래 그 맘 때 밭에서 풍성하게 줄기를 뻗던 고구마 대신 앙상하고 빽빽하게 심겨진 나무들은 기괴하고, 두려웠다. 그것이 삶의 터전을 포기한다는, 백기와도 같은 의미의 ‘유실수’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 나는 그 곳을 잘 찾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권유로 ‘거림 계곡에 사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같은 걸 써서 진주역 앞에서, 혹은 시내 차 없는 거리 앞에서, 지나치는 시민들을 향해 낭독하기도 했지만, 현수막과 구호와 욕지거리의 기억은 어느새 나로 하여금 그 곳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친구가 곡점초등학교를 떠나 내가 다니던 진주 시내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지만, 어쩐지 친구와는 오히려 소원해졌다. 일찌감치 패배를 직감한 소년은, 부끄럽게도 유년의 기억을 유폐시키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다시 그 곳을 찾은 것은 2001년, 대학 입학을 앞둔 겨울이었다. 고향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였을까, 문득 그 곳이 생각난 것이다. 그토록 철저하게 도망쳐 지내온 주제에, 버스가 낯익은 길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내 그곳이 예전 그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기를 기대했다. 덕산을 지나고, ‘그래 여기 어디쯤이 곡점이었을 텐데’ 그런데, 그런데...
왼편 차창 밖 멀리 우악스러운 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곡점은 표지판에만 있는 것 같았다. 한참 우회했지만 훨씬 더 넓고 시원해진 도로 덕에 순식간에 버스는 산기슭을 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만난 터널은 이마에 ‘예치터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한 마을이 터널이 되어버린 것이다. 터널 지나고 등장한 새 ‘예치마을’은 거대한 인공호수를 조망하는 2층짜리 번쩍거리는 전원주택들로 즐비했다. 고구마 넝쿨처럼 엉킨 밭두렁 대신 기괴할 정도로 반듯한 골목길이 언뜻언뜻 보였다. 거기 들어가 사는 사람들은 욕설 섞인 구호와 빨간 X자 중 어느 쪽이었을까. 답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버스는 어느새 종점에 도착했고, 나는 그길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친구네 집을 찾았지만 별다른 이야깃거리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 돌아와야 했다.
이를테면 여기까지가 댐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였다. 댐은 나에게 항상 분열과 갈등의 상징이자 기괴하고 두려운, 접근하기 싫은 어떤 것이었다. 안 되는 싸움을 매번 하고 또 꺾이고 돌아와 술 취해 잠드는 아버지가 참 밉기도 했다. ‘나는 절대 환경운동 같은 것 안해야지’ 했었다. 아버지가 은퇴하고 지리산에 들어와 살기로 하셨을 때는 정말 진심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이제 농사짓고 간간히 민박손님 받으시면서 글도 쓰시면 되겠지. 이제 내 앞가림만 하면 되겠구나.
하지만 어찌된 운명인지 서울살이를 어찌어찌 접고 좀 편안하게 살아보고자 지리산에 들어온 나는 그리도 도망쳐 다니고 싶던 ‘댐’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다. 어렴풋이 들어 알고만 있었던 지리산댐 건설 계획은 우리 마을 바로 아래 언덕까지 수몰시킬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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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회[/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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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회[/caption]
밥 벌어 먹고자 시작한 지리산생명연대 활동가는 바로 이 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키는 것이 주된 업무였고, 근 20년간 이어져온 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회는 오래전 스스로 유폐시킨 유년의 기억 속에서 곧바로 그 고통스러운 분열과 갈등의 기억을 고스란히 돌려놓았다. 이제 나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래전 그 때 현수막과 구호로만 알았던 댐 건설 예정지의 실상은 처절했다. 대책위의 어느 위원장님은 지리산댐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멀쩡한 집 구조물을 뜯어낼 뻔 했다. 담당공무원의 치사한 트집 잡기였다. 어느 대책위원이었던 분은 수자원공사 측 직원들을 몇 번 만난 이후 갑자기 댐 추진위원회 회장이 되어 되레 목소리를 높이시고, 또 어떤 사람들은 대책위인척 회의에 참가하여 그 내용을 면사무소와 군청에 알리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거의 모든 후보가 지리산댐 건설 추진을 공약으로 내 걸었고, 대책위 주민들이 돌리는 정책제안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대책위 이름으로는 지역 예술회관 대관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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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회[/caption]
답답하고, 화가 날 만 한 일들 투성이였다. 지리산댐 건설 계획 발표 이후 현재까지, 댐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역사는 그들을 거칠고 억척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의심과 반목 속에서 어떤 폭력이나 위법행위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댐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는 혹독했다. 그만큼 댐에 찬성하는 이들과의 갈등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대책위 구성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폭력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으며, 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지금 돌아보건대, 그것은 단순히 주민들이 순진하고, 착해서가 아니었다. 주민들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싸우는 대신 묵묵히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우직하게 목소리를 내어 왔다. 오직 정상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 때문에 거칠어질 필요가 없었다. 남강댐의 치수능력 증대를 위해 댐을 짓겠다고 하면 남강댐의 사정에 대해 공부했고, 부산 경남 물공급을 위해 댐을 짓겠다고 하면, 지리산댐의 담수 효율과 물공급 대안에 대해 각계에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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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용유담 안에서 현수막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수근[/caption]
그렇게 긴 시간 끈질기게 버텨온 결과, 지난 9월 18일 드디어 지리산댐은 백지화 되었다. 단순히 지리산댐 뿐 아니라, 전국 14곳의 국가주도 댐 계획 가운데 12곳이 백지화 된 것이다. 비록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귀중한 승리를 얻어냈다. 댐 건설에 목을 맨 세력들이 야기한 분열과 갈등, 그 이간책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와 소통이라는 가치에 기댄 주민들이 스스로 이뤄낸, 실로 엄청난 결과임에 틀림없다.
산청양수발전소는 결국 지어졌다. 마을들이 아예 사라져버렸고, 주민들의 숱한 이야기들도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아 소멸했다. 하지만 지리산댐은 지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이어온 마을 공동체는 불과 20년 사이에 분열과 갈등으로 크게 무너졌지만, 아직 고구마를 심을 밭도, 대화를 이어갈 담벼락도 남아있다. 이제 이 폐허에서 다시 갈등을 봉합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일으켜야 한다.
한때 내가 절망으로 접어둔 기억에 희망을 덧칠해준, 고마운 사람들. 이제 다시 일어날 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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