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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그러니까, 공공운수'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는 김정근 감독
‘그러니까, 공공운수’는 어떤 의미에서 모험적인 시도이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영상이라는 결과를 예측 할 수 없는 홍보방식에 넉넉하지 않은 자원을 집중해야 했고,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에게는 노동조합의 요구와 작품의 완성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작업이었을지 모른다.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변영주 영화감독과, 권해효 배우, 그리고 김보통 만화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알려진’ 이들의 입에서 발화되는 ‘공공운수노조’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생경하고 흥미롭다. 정면을 바라보며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는 메세지과 영상의 구성이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진중공업 투쟁을 다룬 첫 작품 <버스를 타라>(2012)를 시작으로 <그림자들의 섬>(2014) 등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고 메시지와 울림을 전달해온 젊은 다큐멘터리스트 김정근을 만났다. 그와 공공운수노조의 협업 프로젝트인 ‘그러니까, 공공운수’의 제작과 관련한 감독의 생각과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 들어봤다.
- 선전국장 : 감독님을 만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물어볼까 많이 고민했다. 감독 자신에게 ‘노동조합’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김정근 감독 : 나 스스로도 꽤 오랜기간 운동조직안에 몸담고 있었다. 그 안에서도 영상작업을 해왔던 건 사실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 일을 하는 것을 인정하는 조직적 분위기였다. 운동에 영상으로 복무하는 것이 뭔가라는 고민을 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결국 노동자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가장 중심에는 노동조합이라는 공간이 있지 않나? 노동자의 요구나 이야기를 세상에 잘 전달할 수만 있다면 개인적으로 아주 행복할 것 같다는게 첫 번째 생각이다. 노동조합과 함께 현장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폰으로 영상만들기 같은 작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실제적인 이유는 현장침탈을 우려해서 조합원 스스로가 영상이라는 무기를 가지길 의도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노동자들이 영상 창작이라는 것 자체에 흥미와 재미를 많이 느끼기도 하더라. 노동조합과의 작업은 그런 재미를 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노동해방’이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하는데 내 작품들이 일말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맘은 가지고 있다.
- 선전국장 : 그렇다면 감독 스스로는 자신의 작업을 노동운동에 복무하는 도구로서 사고하는 건가?
= 김정근 감독 : 한때는 그 부분이 굉장히 컸던 적도 있다. 지금은 그렇게 까지 크진 않다. 그것만 바라보고 작업을 했을 때는 스스로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다룬 결과물을 그 조합의 조합원 조차도 보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다. 실망과 상처가 없진 않다. 하지만 안할 수는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 선전국장 : 노동조합과 이런 작업들은 꼭 해보고 싶다 라는 것이 있나?
= 김정근 감독 : 비정규직의 ‘만인보’ 같은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의 삶과 모습을 세밀하게 다루는 작업이 없지않나? 노동자 개인을 다루는 방식은 항상 열사가 된 이후에 열사의 삶을 조망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신화화의 방식이 아닌 노동자의 삶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 선전국장 : 지금 진행중인 ‘그러니까, 공공운수’ 프로젝트도 이후 작품에 영향을 줄수 있나?
= 김정근 감독 : 분명히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봐준다(웃음)
- 선전국장 : 데뷔작인 ‘버스를 타라’같은 경우는 평단의 호평과 그해 독립다큐멘터리 관련 수상을 많이 하지 않았나? 꽤 사람들이 많이 봤던걸로 기억하는데
= 김정근 감독 : 별도 개봉을 하진 않았었다. 자체배급을 했었는데 추산해보면 2천명은 본 것 같다. 독립다큐멘터리의 조건에서 적은 관객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게 언론에 나거나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작품은 아니니까

- 선전국장 : 감독으로서 그런 대중적인,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보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나?
= 김정근 감독 : 항상 있다. 나 스스로는 예술을 하는 작가군에 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하는 편이다. 좋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고 그 내용이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노동자 문제로. 다음기획도 이런 고민속에서 준비 중이다.
- 선전국장 :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직업을 고민할 때 롤 모델이 된 감독이 있나?
= 김정근 감독 : (단호하게) 태준식!
- 선전국장 : 답을 정해놓은 질문은 아니었는데 원하는 답이 나왔다.(웃음)
= 김정근 감독 : 사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관두고 제일 처음 접했던 다큐멘터리들이 ‘송환’을 만든 김동원 감독님이나 태준식 감독의 영화들이었다. ‘인간의 시간’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시쳇말로 ‘뻑이 갔다’.
- 선전국장 : 롤모델 말고 존경하는 감독이나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
= 김정근 감독 : 많다. 프레드릭 와이즈먼이나 김일란, 이혁상 감독 등을 좋아한다.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들이다. 다큐에 한정짓지 않고 제일 좋아하는 감독을 꼽자면 역시 켄 로치다. 켄 로치의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다. 다른 쪽으로는 허우샤오시엔 이나 에드워드양 같은 그 시대 감독들의 세상을 느리게 보거나 천천히 보는 시각을 좋아한다.
- 선전국장 : 실례가 되는 질문인지 잘 모르겠다. 극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나?
= 김정근 감독 : 없었다. 늘상 받는 질문 중 하나다(웃음). 주변 다큐 감독들이 극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세계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긴 했지만 그 정도다. 다음 작품, 다음 다음 작품도 다큐멘터리를 구상중이다. 아직 다큐멘터리가 좋다.
- 선전국장 : 화제의 영상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공공운수’ 프로젝트를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이른바 ‘셀럽’들이 노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유명인이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순간의 스팩터클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기준이 있나?
= 김정근 감독 : 우선 섭외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이 일순위다(웃음). 사실 이런 생각은 해봤다. ‘사상이 굉장히 투철하고 운동의 신념은 있지만 매력은 없어’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배제하려고 한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들도 한때 운동을 했거나 진보적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영역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 대중적인 연기를 했던 사람, 공감하는 만화를 만든 사람, 그 스스로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의 진보적 생각은 두 번째 였던 것 같다.

- 선전국장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
= 김정근 감독 : 사실 섭외가 가장 힘들다. 어느 누구도 노동조합의 가입을 권하는 영상을 스스로 찍고 싶어하는 유명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외에는 사실 상 첫 번째 영상인 티져의 톤을 잡는 것이 힘들었다.
- 선전국장 :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것중에 하나는 영상의 구성에 관한 부분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화면 구성이나 매거진 형태의 프레임이나 그런 것들이 노조의 영상으로 뿐만아니라 일반적인 영상으로 봐서도 새로운 시도이고 좋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
= 김정근 감독 : 편집과정에서 우리 스텝들과도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 과연 이 영상을 사람들이 볼까? 재밌어 할까? 라는 부분이었다. 이 시도가 미학적으로 뛰어나다 아니다를 떠나서 먼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영상의 프레임을 뒤집어 보자라는 생각까지 가져간 것 같다. SNS상에서 보여지는 부분과 그것이 어떤 느낌이 될것인가 하는 컨셉을 먼저 잡았다. 전에 잠깐 일반 회사에서 근무할 때 하던 일이 디자인 계통의 일이었는데 그런 경험들을 반영해서 영상 위의 텍스트들 자간이 적절하고 균형있게 배치돼 있는지 등등도 많이 신경을 썼다.

- 선전국장 : 여러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뭔가?
= 김정근 감독 : 변영주 감독과는 아주 잘 알진 못하지만 친분이 있다. 변 감독님의 인터뷰 영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꼰대’가 되지 않는법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후배들이 자신과 술마셔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장에서 함께 동등하게 일하는 관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한국적 문화에서 친함의 정도라는 것이 술자리의 횟수로 정해지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의 작업 속에서 서로의 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그런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 선전국장 : 지금 이 프로젝트 외에 다른 작품을 만들고 있나?
= 김정근 감독 : 부산지하철과 함께 언더그라운드 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노동조합의 얘기도 들어가지만 부산지하철 자체에 관한 얘기다. 지하철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노동의 가치를 대등하지 못하게 대우받는 상황에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약간은 복잡한 주제의 작품이다. 다음 작품은 내 개인사와도 관계있는데 공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준비중이다. 최근 산업연수생의 죽음문제 같은 것들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노동안에서도 가장 아래에 위치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 선전국장 : 최종적인 꿈은 뭔가?
= 김정근 감독 : 나는 이미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순간 꿈은 이미 이루었다.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싶은게 꿈이라면 꿈이다. 많은 젊은 다큐감독들이 첫 작품을 내고 더 이상의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늘고 길게 작품활동을 할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꿈이다
- 선전국장 : 슬픈 이야기다. 연관해서 예술가로서 노동조합에 바라는 점이 혹시 있나?
= 김정근 감독 : 영상 활동가의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역사회의 예술인들과 노동조합이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영상활동가의 활동과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대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경우도 있다. 영상이 급하다고 하고 예산은 부족하다고 해서 사실 상 재능기부 수준의 페이로 영상을 만들어주면 행사나 사업 자체는 엄청나게 화려하고 돈을 많이 들인 경우들을 많이 봐왔다. 고급 뷔페가 차려진 노조의 행사장에서 내 30만원 짜리 영상이 상영될 때의 기분을 말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안한다고 거절하면 내 다른 동료가, 후배가 그 일을 하고 있다. 문화노동자들의 노동과 창작에 적절한 대가가 책정되기를 원한다. 물론 이번 프로젝트는 대가가 적절하게 책정돼 있다(웃음).
- 선전국장 : 다음 인터뷰는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힌트를 주시면 좋겠다.
= 김정근 감독 : 정치인 한명과 방송인 한명, 배우 한명의 인터뷰를 편집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은 여러분들이 아주 잘 하는 사람들이 장식할 것이다. 기대해 달라.
- 선전국장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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