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위원장 울산, 부산지역 지역순회 토크콘서트에서 조직화 강조
회사는 7월 성과급 지급에 앞서 새로운 성과평가제도를 공지했다. 변경안의 요지는 96점 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1점마다 4% 차이로 PI가 상승, 하락을 하는 절대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민주롯데마트 노동조합은 7월초 회사에 교섭요청을 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요구안을 마련을 위해 롯데마트 전 직원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직원들의 현장 변화요구는 강열했다.
많은 동료들이 설문응답으로 우리 요구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의사표현을 해주었다.
특히 성과급이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현행제도가 ‘직급을 기준으로 동일해지거나 차별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롯데마트의 성과평가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성과를 내고 이를 보상받는 제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어느 점포에서 어떤 대분류로 얼마만큼의 목표를 받느냐, 바로 운빨에 의해 성과급이 결정되어 진다는 사실은 정규직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회사는 성과급 차별에 대한 개선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 회사가 마련한 새 성과 평가안은 이와 같은 정규직원들의 요구에 오히려 역행하는 제도이다. 매출목표달성중심의 개별화된 점수평가는 사원들의 업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직장 동료간의 경쟁과 차별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회사는 과연 어떤 모습의 조직문화를 바라는 것인가? 옛 문헌에 왕이 적장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 장수에게 포상을 하겠다고 하니 장수들은 백성들의 목까지 베어 왕에게 바쳤다고 한다.
민주노조는 새 성과평가제로 인한 정규직원들의 매출목표달성 압박이 행복사원을 비롯한 업체직원들에게 업무하중으로 되돌려질까 몹시 우려된다.
회사는 이번 성과평가제도 변경으로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한다. 그리고 변경 안이 우리직원들의 생활에 어떤 긍정성이 있는지도 알려 주어야한다.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은 많은 직원들의 성과급을 좌우하는 중요한 제도의 변경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은 성과급 차별 개선을 바라는 정규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회사에 전달하고, 현장요구에 충실한 협의를 회사와 진행해야한다.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은 민주노조답게! 현장 직원들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내는데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힘을 모아주십시오!
2016년 7월 22일
민주롯데마트 노동조합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⑦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회자되는, 한 코미디언이 청소년에게 조언했다는 말이다. 농담인 것 같지만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다. 예리한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도 그대로 투영한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 그러므로 그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 말은 결국, 청소년에게 ‘그런 노동자가 되면 안 된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구해근)에 따르면 1977년 한국노총이 전국 여성 노동자, 대부분 공장 노동자였던 여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작업장’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8%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직장’이라고 답했다. 단지 14%만이 ‘높은 보수를 주는 직장’을 꼽았다. 저자는 ‘인간적인 대접’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노동자는 흔하다. 경비 노동자가 주민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반성문을 쓰는 일, 청소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거나 콧노래도 부르는 것까지 통제 받는 일, 운전기사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일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는 전문직인 항공승무원이었다. 피존 회장의 엽기적 폭력에 시달렸던 것은 사무직 노동자들이었다. 직원을 고용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특정 직군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마치 직업에 귀천(貴賤)이 있고 계급이 있는 것 같은 차별, 그리고 직장 내 존중 없는 문화가 뒤엉켜 공포와 절망감을 만들고 ‘헬조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이런 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 복지혜택 등 다른 조건도 중요하지만, ‘존중’이 없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의 요건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먼저 ㈜서울메트로환경에서 2016년 1월 1일부로 ‘관리장’ 또는 ‘기동반장’으로 승진을 한 여성들이다. 이 기업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사‧기지 등을 청소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회사다.
또 다른 사람은 얼마 전까지 출판 노동자였다가 지금은 반전‧평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상근자로 일하는 이용석씨다. 두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주제, 즉 ‘존중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성 청소 노동자 ‘관리장’ 승진의 의미
지난 1월 8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의 회의 탁자에서 신임 관리장 한정림 신명주 박시후씨, 그리고 신임 기동반장 이동순씨를 만났다. 나이는 50대 초중반, 입사 5~9년차, 대부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대에 일을 다시 시작한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승진’은 보통 의미가 아니다. 3년여 전까지만 해도 아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 직원이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 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2013년 5월 서울메트로환경이 서울메트로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그 결과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용역회사 몫이 없어진 만큼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랐다.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이 두 가지 변화의 의미가 가장 크겠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좋은 점들은 더 있다. 승진 기회가 열린 것이 그 중 하나다. 이전에는 직원의 80% 이상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장 60명 전원이 남성이었으며, 청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력직들이었던 것이다.
2014년 1월, 현장 직원인 여성 3명이 처음으로 관리장 승진을 했고, 이번 승진자까지 포함해서 현재는 60명의 관리장 중 13명이 여성이다. 기동반장도 이전에는 24명 전원이 남성이었는데, 이번에 이동순씨가 첫 여성 기동반장이 됐다.
한씨는 “관리 업무는 처음이라 발령받고 걱정도 됐지만 제가 맡은 3개 역사 직원들을 만나보니 현장 출신 여성 관리장과 일하게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했다. 업무를 잘 알고 애로사항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데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고령 직원들이 많은 편이라서 관리장이 직원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2개 역을 담당하게 된 신씨는 “지금까지는 군대식 지시문화가 강했던 현장이다보니 저보고도 ‘언니, 언니’ 하지 말고 권위를 세우라고 조언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쉬라고 권해도 안 쉴 만큼 성실하신 분들이라 위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청소 일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좋아진 점 또 하나는, 교육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17주에 걸쳐 직무지식, 안전,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청소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승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매 기수마다 신청자를 다 받을 수 없을 만큼 호응이 크다.
지난해 이 교육을 수료한 박씨는 “꼭 관리장이 되려고 수강한 게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특히 청소약품과 설비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그 전까지는 직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는 채로 약품과 설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조진원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청소는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약품을 오남용해서 호흡기 질환, 낙상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청소야말로 전문지식과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좋아진 점’들은 더 있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가 명절에 전 직원에게 초콜릿 선물을 했다는 것, “고민 있으면 누구든 연락하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는 것 등이다. 이들은 “초콜릿 단가가 1,000원쯤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고민 있다고 대표에게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말할 곳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도 했다.
“청소하고 나서 씻지 못하고 집에 가는 게 가장 고역”이라는 직원들 의사가 반영돼 거의 전 역사에 샤워시설이 마련된 것도 ‘소통의 채널’이 생긴 효과다.
신씨는 “예전에는 퇴근할 때 지하철을 타면 땀 냄새를 옆에서 맡을까봐 자리가 비어도 앉지 못하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서서 갔다”고 했다. “역무원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역도 있었지만, 당직 기관사가 쉬는데 피해가 될까봐 드나들기까 꺼려졌어요. 그런 고충을 아무도 영영 몰라줄 줄 알았는데 말할 기회가 생기고, 실제로 바뀌니까 꿈만 같지요.”
이런 변화들이 알려지면서 채용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원자 나이도 젊어지는 추세다. 청소업계에서 지하철 역사 청소는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도 그렇다는 게 중요하다. 조 대표는 농담조로 “우리는 특수물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객들이 남긴 토사물을 말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특수물질’을 다루는 게 즐거울 리 없건만, 네 신임 관리장들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이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다 ‘왜 하필 청소를 하느냐’고 말렸지만 건강할 때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하게 됐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좋아지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더 좋은 직장도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면서 “제 아이에게도 뭘 하든 네가 행복한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내 일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존중’
이처럼 전 직원이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식의 변화는 흔치 않은 것이라서, 서울메트로환경의 변화 대부분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변화라 해도 일방적으로 ‘주어졌을’ 때 반발을 사기도 한다. 진정한 ‘존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석씨는 몇 년 전까지 ‘하루 6시간 근무’로 유명한 한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짧은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직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이씨도 “하루 6시간 근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은 확실히 있었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강도가 극심해진 것도 아니었다. 본래 일이 많은 편이 아니라 6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폭언이나 위계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사가 반말도 삼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대표가 “내 밑에는 아무나 데려다 놓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 강아지나 병아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부서 이동, 업무 배치 등에 직원의 의사가 무시되는 일도 잦았다. 그밖에도 여러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소통과 개선을 요구했지만 거부되면서 사내 갈등이 심해졌다.
“일터에 존중이 있는지 아닌지는, 어떤 복지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겉으로는 신사적이면서도 직원을 쓰다버릴 물건처럼 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은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고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게 존중이 아닐까요?”
전쟁없는세상은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지만 다수의 상근자를 둘 여건은 안 된다. 이씨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그것도 주 4일 상근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곳은 ‘좋은 직장’이다. 가치관에 맞는 일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끼리 계획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인데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 인정하면 일 더 발전시킨다”
그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사람은 아주 단순한 일을 할 때도, 심지어 아우슈비츠처럼 내일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지, 어떻게 개선시킬지를 고민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자기 일을 조금이나마 더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인정하고 북돋아주는 일터가 좋은 일터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하는 곳은 임금 등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일일 수 없다는 생각도 전했다.
“물론 개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꼭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그 일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그게 인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 앞의 이야기는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청소와 같은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이로 인해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상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편견이 강한 일터에서도 존중의 문화가 있을 때 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조진원 대표는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처우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부분을 개선한 뒤 실제로 지하철 역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고 했다.
뒤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차별의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출판사라는 직장은 ‘계급이 낮은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일은 없는 곳이다. 이용석씨가 경험한 출판사는 도리어 겉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 만한 근무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고 도구인 것 같은’ 대우에 괴로워했고 일부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좋은 노동, 인간적 대우 요구해야
사회적 차별이 개별 기업들의 문화 개선만으로 고쳐진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고용 현실은 없던 차별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대표적이다. 책 ‘비정규사회’(김혜진)의 저자는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처럼 여겨진다”고 썼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임금 및 처우 면에서 차별할 뿐만이 아니라 낮은 계급인 것처럼 대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는 데 따른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 묻기보다는 “비정규직을 하대하고 자기 일까지 떠넘기는 정규직들을 다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끼리의 대립구도로 가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또, 파견‧용역 제도 하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건설‧제조업 하청업체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처우에 몰려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특히 고령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파견할 수 있게 하는 소위 ‘노동법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도 기왕에 ‘낮은 일자리’에 진입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따질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해고’다.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구조조정’할 수 있는 ‘생산요소’로만 보는 기업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사람들의 집합’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용 유연성’만 주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는 정부로 인해 노동자의 존엄성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의 저자는 “만일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정의라면, 누구나 좋은 삶에 기여하는 노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 했든 못 했든, 능력이 있든 없든, 업종과 직업과 직무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적인 대접’, 즉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도 ‘낮은 계급인 것처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문화, 누구도 도구처럼 쓰고 버릴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야 차별을 하는 사람조차 ‘나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사는 모순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시리즈를 통해서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존중의 측면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하나씩 돌아봤다. 앞으로 재미, 개인의 발전의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하단의 설문조사에는 1월7일까지 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일을 확산시켜 가자는 제안을 위한 것인데, 참여도를 보면 이 일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사회의 어느 부분은 어쩌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체로 ‘인간’의 존재가 부정되는 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차별과 존중 없음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의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기억해야 할 장면 하나를 짚어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시발점이 된 울산 현대그룹 공장들의 봉기 때, 노동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는 ‘머리길이 규제 철폐’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경멸적으로 대한 결과는 이후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진 투쟁이 말해준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맨 위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과 연구원을 찍은 것입니다
잇따르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 사고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격일제 근무와 근무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방치한 근로기준법 59조가 그 원인이었다.
버스기사의 근무형태는 1일 2교대제와 격일제로 크게 나뉜다. 1일 2교대제는 오전, 오후, 휴무 3개조로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격일제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방식이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도 일부 있다.
1일 2교대제는 하루 9시간 정도 일하지만 격일제는 하루에 16~17시간 일한다. 1일 2교대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 부산 인천 등 7대 광역시와 청주, 제주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격일제를 운영한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끝에 50대 부부의 자동차를 덮친 수도권 광역버스 기사도 복격일제로 일했다. 그는 하루 17시간씩 이틀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었다고 진술했다.
교대제 따라 ‘231시간 VS 309시간’ 큰 차이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5월말 발표한 전국 44개 버스업체의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 1일 2교대제와 격일제 사이에 근무시간은 월 80시간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 부산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은 월 231시간 9분 일하는 반면 격일제로 일하는 전북 등 지방의 시외버스 기사들은 월 309시간 33분이나 일했다. 근로기준법상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표] 전국 44개 버스업체 기사 월 근무시간
|
구분 |
업체수 |
기사수 |
1월 근무시간 |
근무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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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
시내 |
18 |
3,505 |
231시간 09분 |
1일2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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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제 |
시내 |
11 |
2,254 |
287시간 58분 |
|
|
마을 |
4 |
245 |
246시간 21분 |
1일2교대 |
|
|
농어촌 |
5 |
268 |
262시간 32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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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 |
6 |
849 |
309시간 33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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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공공운수노조 2017.5.24 발표
이번 조사결과 40% 넘는 기사가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한도인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연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3,122시간이 넘어 2015년 전국 평균 노동시간인 2,228시간보다 무려 900시간이나 초과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련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실태조사도 같은 결과다. 같은 시내버스 기사라도 근무형태에 따라 노동시간이 확연히 달랐다. 1일 2교대제로 일하는 기사는 대부분 월 260시간 이하로 일하지만, 격일제 기사는 절반 가까운 41.9%(1,530명)가 월 260시간 이상 일했다. 월 260시간은 주 60시간 노동에 해당한다.
격일제 기사 10%는 월 300시간 넘어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는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비율도 9.4%(354명)에 달했다. 심지어 월 450시간 넘게 일하는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도 36명(1%)이나 있었다. 반면 1일 2교대제 기사 중에선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근무형태별 시내버스 기사 월 근무시간(출처 : 자동차노련 실태조사(2016.2) 재분석)
시내버스와 시외, 고속, 농어촌 버스를 모두 포함해 월 260시간 이상 근무한 기사는 40.25%였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한 기사도 9.32%에 달해 버스기사들의 장시간노동이 교대제 형태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회사는 오전, 오후, 휴무까지 3개조로 편성해야 하는 1일 2교대제 보다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격일제를 선호한다. 노동자도 하루 힘들게 일하고 하루 푹 쉬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16~17시간씩 장시간 연속노동은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리고 결국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
무한정 연장근로 뒷문 연 근기법 59조
전문가들은 월 300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근로기준법 59조를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준근로시간으로 하지만, 같은 법 59조에 ‘근로시간·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을 정해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토록 했다. 4인 이하 사업장과 법으로 정한 운수, 의료, 위생업 등 특례 업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4인 이하 사업장엔 전체 노동자의 28%가 일한다. 특례업종은 운수, 물품판매 보관, 금융보험, 영화제작과 흥행, 통신, 교육연구 조사, 광고, 의료와 위생, 접객, 청소, 이용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59조 축소 공약
광범위하게 특례업종을 나열한 것도 모자라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까지 특례 적용을 받다보니 전체 노동자의 50% 이상이 근로시간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는 “59조 특례 업종의 맨 앞에 ‘운수업’이 명시돼 있어, 이를 없애지 않는 한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공약집에서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과제로 제시하고 세부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업종과 63조의 적용제외 산업 축소를 공약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8월 주 40시간 근로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온 59조를 삭제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지난 9일 졸음운전 끝에 수도권 광역버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해 50대 부부가 숨졌다.
만근일 훨씬 넘겨 장시간 노동
2015년 6월 전북고속 버스기사 장광열 씨가 대구의 한 숙소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장씨는 평소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았다. 장씨는 사망 직전인 2015년 5월 무려 368시간 30분을 일했다. 장씨 회사는 월 21일이 만근인데, 장씨는 26일을 일했다. 대부분의 기사가 저임금과 회사의 인력부족 때문에 장씨처럼 만근일을 훨씬 초과해 일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지금당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서비스노동자, 서울 시민 한마음 걷기 대회”가 경춘선숲길공원에서 민주롯데마트노조, 이마트노조, 홈플러스노조 등 마트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서비스연맹 조합원들과 서울시민 등 20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7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지금당장 1만원인상을 외쳤습니다.

개회식에는 서비스연맹 강규혁위원장님과 민주노총 김경자부위원장님, 서울시 김종욱정무부시장님께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힘찬 발언 해주셨습니다.
미션을 완수한 사람 중 1인에게 수상된 SK매직서비스노조가 기증한 청소기는 지역주민에게 전달되었구요, 최연소참가자상인 믹서기는 103일된 아기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노동조합에서 기증하여 주신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로 풍성한 걷기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 한 정당의 경선 후보가 “10년 근속하면 1년 안식월 지급”이라는 제도를 제안했다. 정책마다 찬반양론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제안에 대한 반응은 색다른 지점에서 갈렸다.
“신선한 제안이네. ‘저녁이 있는 삶’처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될 만 해.”
40대 중반 이상의, 비교적 안정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뭐? 10년 근속? 그런 사람이 몇이나 돼? 3년 근속자도 보기 힘든데.”
20~30대들에게서는 즉각 이런 반응이 나왔다. 알고 보면 아주 정확한 분석이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니는 직장인은 10명 중 1명 꼴이다. 3년 이상 근속자도 10명 중 2~3명 정도밖에 안 된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세대 간의 차이가 아니라, 직종이나 계층 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세대 안에나 양 극단은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성장하고, 교육받고, 취업하면서 겪은 동시대의 현상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일’(work)을 바라보는 시각, 일에 대한 경험에서 20~30대들과 그 윗세대 간의 차이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이야기, 우리가 직접 해 봅시다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려고 한다.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와 출판사 서해문집, 네이버 해피빈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서다.
기왕이면 20~3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 보려고 한다. 스스로가 20~30대 나이인 연구자들 8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또래의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어 온 연구와 저작, 활동들을 바탕으로 “우리 일자리 현실, 대체 왜 이런 거야?”라는 질문을 놓고 문제점들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했다.
이 내용은 해피빈 공감펀딩을 통해 2018년 3월 중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공감펀딩 가기)
지난 8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페이스노아’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자 네트워크’의 첫 만남이 있었다.(연구자 중 홍진아씨가 합류하기 전이라 7인이 모였다.) 각자 그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고, 어떤 것을 느껴왔는지 말하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2030 세대가 유달리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
황세원 :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고 있는 황세원입니다. 여러분께 이 연재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요청 드린 사람이죠. 오늘은 ‘2030세대의 일 이야기’라는 주제만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해요. 각자의 경험, 또래의 경험들도 좋고, 연구와 저작을 해 오시면서 느끼신 바를 전해 주셔도 좋습니다.
먼저, 김빛나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온 이후 몇 개의 조직을 거치셨고요. 아직 20대인데,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네요. 주위의 친구들이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요?
김빛나 : 저는 세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대기업 쪽은 관심이 없었고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민하는 부분들이 겹치더라고요.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가’, ‘일을 하면서 소진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이요. 조직은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그 속에서 개인들은 스스로를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황세원 : 최근에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 연구원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김빛나 : 네, 이 연구를 하면서 2030세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어떤 일을 하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경향은 영리·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2030세대가 원하는 일의 기준은 기존의 ‘직업’이나 ‘조직’이라는 틀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또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더군요. 이런 사례들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어야 한다?
황세원 : 최태섭 씨는 사회학을 공부하셨고(성공회대 박사과정 수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잉여사회’ 등 저작이나 신문 칼럼 연재를 통해서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분이죠. 2030세대가 ‘일’에 있어서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태섭 : 단순히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죠. 이른바 ‘386 세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교육이 확 바뀐 거예요. 1980년 정도를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을 네 일로 삼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국가적으로는 문화산업을 띄우기 위해서 일과 취미를 결합시키기도 했어요. ‘일의 개념’이 이전과는 달라진 거죠.
황세원 : 그런 추동 때문에 생긴 경향성이라면 거부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최태섭 :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죠. 이 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자유, 삶의 질과 관련된 명제인데요. 문제는 그런 세대들을 담지 못 하는 경직된 사회인 거죠. 10여 년 간 칼럼니스트, 작가로 활동한 제 경력부터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황세원 : 2030세대 많은 사람들이 최태섭 씨를 부러워 할 텐데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라는 자체를요.
최태섭 : 맞아요. 전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글 쓰는 일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또래 중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경우죠. 그런데도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사회적 인정의 문제도 있어요. 언론사건 출판사건 저에게 요구하는 건 어떤 종류의 ‘구색’이지, 저의 생각 자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예전 세대였다면 이 다음에 나아갈 만한 단계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에게는 없어요. 막차가 떠나 버린 거죠.
황세원 : 이 연재를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30세대가 직장에서 더 힘든 이유
황세원 : 주수원 씨도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죠? 대학교 교직원이라는, 안정성과 소득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사회적경제 분야로 이직하셨더라고요. 지금은 학교협동조합 전문가이자 언론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주수원 : 대학교 교직원으로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아 좋았는데요. 2012년 무렵 함께 일했던 동료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봤어요. 제가 일하는 조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한데 왜 조직은 그렇지 못할까 생각이 들었고 노조 등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선한 의지를 모아 협동조합이라는 수평적인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황세원 : 이직 후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사회적경제 조직, 연구소, 언론 등 조직 경험과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 등을 비교해 보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주수원 : 이직하면서 당장 연봉이 천만 원 이상 깎였어요.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보는 선택이었죠.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조직들을 거치면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들 때문이었죠. 그래도 협동조합으로 교육하고 글 쓰고 연구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프리랜서는 조직 노동자보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꼭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한 조직에 속하지 않고 조직 안팎을 넘나드는 2030세대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어요.
황세원 : 공인노무사인 김민아 씨도 다양한 조직 내 갈등을 가까이에서 접해 보셨겠어요. 어디나 갈등 형태는 비슷한가요? 특히 20~30대가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김민아 : 저는 업무 상 대공장 노동자들도 많이 만나고,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인문학 출판사 등등 두루 접하는데, 따져 보면 조직 내 갈등의 이유는 비슷해요. 보수적 위계 구조가 만들어 낸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가 ‘원래 그렇다’는 말로 통용되는 게 문제죠. 상사가 ‘아침형 인간’이면 줄줄이 일찍 출근하고, 전날 야근해야 하는 식으로요. 공익 조직에서의 386세대 선배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다 그렇게 해 왔다’고 하시고, 정말 그렇게 ‘헌신’하신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다음 세대와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황세원 : 그렇게 어디나 갈등이 있는데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김민아 : 우리 사회에는 “월급 줬으면 나머지는 참아야 하는 것 아냐?” 식의 생각이 만연해 있어요. 일 시키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 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편이죠.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가 강해요.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을수록 가까운 사람한테 말을 못 하고요. 조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려면 우리는 좀 더 자기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해요. 이 연재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환상과 쏠림
황세원 : 김정민 씨는 고교, 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하셨네요. 아르바이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프리랜서부터 출판사, 비영리 조직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지금은 안정적인 조직에 다니고 계신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정민 : 안정된 조직에 속해 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엄청나요. 예술가들이 자유로워서 좋을 것 같지만, 지난 추석 때처럼 연휴가 길면 수입이 반 토막 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가 하면, 최근에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구를 해봤더니 좋은 조직에서 일정 기간 잘 배웠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좋은 조직을 만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조직’의 경험은 중요한 거죠.
황세원 : 우리 사회의 일 기준에서 ‘안정성’이 최우선인 것도 당연한 걸까요?
김정민 : ‘안정성’에 대한 환상이 분명히 있죠. 우리 사회의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에 대한 쏠림은 과도하다고 봐요. 안정적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다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잖아요?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디 속했는지만 본다는 거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선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그렇게 과도한 쏠림이 있는 건, 그런 자리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를 마치 인생 성패의 갈림길처럼 여기기 때문 아닐까요?
황세원 : 주간지 ‘시사IN’ 기자로 일하시는 송지혜 씨도 ‘안정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2015~2016년에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살고 싶어서 퇴사합니다’ 시리즈 기사를 쓰셨죠?
송지혜 : 네. 그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기업에 어렵게 들어가서 열 달 만에 그만 둔 대학 동기를 만났는데요. 본사 직원들이 상사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나면 하청업체에 가서 화풀이를 하더래요. 그런 구조를 견딜 수 없어 그만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기획했던 건데, 그 때 했던 인터뷰 중에서 지면에 싣지 못 한 내용이 많아서 좀 더 전하고 싶어요.
황세원 : 더 전하고 싶은 건 어떤 사례들인가요?
송지혜 : 좀 더 평범한 사례들이에요. 당시에는 아무래도 극단적인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의 사례들이 소개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꼭 ‘다운사이징’, ‘다운쉬프트’처럼 욕구를 줄여서 사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 일상 속에서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황세원 : 저도 희망제작소에서 2년여 동안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보는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세대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2030세대가 느끼는 답답함이 정말 컸어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 속에서 이 세대만 겪는 어려움과 손해가 크다는 것도 알았고요. 저는 얼마 후면 40대에 진입하니까 중간에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저보다 아래 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셔서 반가웠는데요. 저도 이번 연재를 통해서 그동안 접했던 사례들을 더 전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 내용을 여기 다 적지 못 했지만 아직 전할 기회는 있다. 이 대화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하나씩 더 긴 ‘수다’로 풀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혹은 조직 밖 노동, 전문성과 능력,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다.
이 내용은 2018년 1월까지 매주 한 편씩 네이버 포스트,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된다. 마지막 10회를 위해서는 2018년 1월 중에 공개 좌담회도 열 계획이다. 이 과정 동안 함께N공감펀딩도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2018년 3월 중 출판사 ‘서해문집’을 통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이 과정과 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 글을 읽는 2030세대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지 여덟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2회 ‘고용안정이란?-지금 몇 번째 직장에 다니시나요?’다. 2030세대에게 ‘정규직’, ‘고용안정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3인 토크’ 형식으로 다룬다.
*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1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노아’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재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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